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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치판을 갈아엎자

지난 가을, 노인 100여 명을 모시고 충청권으로 역사문화 탐방을 다녀왔다. 대전에 있는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을 들른 후, 충북 청주의 청남대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 가운데 인상적인 곳이 청남대였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년 동안 대통령의 공식별장으로 이용되다 노무현 대통령 때 일반에 공개되었다. 대청호를 낀 55만평의 부지에는 11만 그루의 조경수와 35만 본의 야생화, 각종 철새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따뜻한 남쪽의 궁궐다웠다.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1983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인근을 지나가다 “이곳에 별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장세동 경호실장이 6개월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독재자의 유물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기막힌 경치와 산책길이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때마침 국화축제까지 열려 엄청난 인파가 몰렸으나 모두를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듯했다. 지금은 관리주체가 충북도여서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후세들이 관광자원으로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청주까지 곧 지하철이 연결되면 인근의 첨단과학단지와 함께 축복받은 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얼마 전에는 밤바다로 뜨고 있는 전남 여수와 정원박람회를 치렀던 순천 일대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오래 전에 가본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천지개벽하듯 변해있었고 관광객도 넘쳐나 활력이 돌았다. 그러고 보면 전북만 ‘외로운 섬’이 아닌가 싶어 머쓱했다.

실제로 전북은 오랫동안 축소지향의 길을 걸어왔다. 1896년 전북이라는 행정구역이 탄생한 이래 두 차례에 걸쳐 2개 군을 잃었다. 전남 구례군과 충남 금산군이 그러하다. 또 1947년부터 1953년까지 군산에 있던 한국해양대학은 부산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전북은 과거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1948년 제헌국회가 닻을 올렸을 때만해도 전국 200석 중 전북이 22석이었고, 9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4개를 전북출신이 차지할 정도였다. 1949년의 경우 인구가 204만 명으로 남한 전체의 10.2%였다 그런데 이제는 전국 대비 3% 인구에, 2% 경제로 추락하고 말았다.

왜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나? 첫째는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경부축 중심의 불균형 성장정책이요, 둘째는 전북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잘못 때문이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무능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하나? 정치지도자의 교체를 통한 전면적인 물갈이, 아니 판갈이가 필요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10명 전체를 바꾼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특히 여야를 떠나 4선의 정동영, 3선의 유성엽 조배숙 이춘석 등에게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은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새로운 보수당, 대안신당, 무소속 등으로 사분오열 된데다 서발막대 휘둘러도 거미줄만 걸리는 가난한 집안에서 서로 남 탓 공방만 벌였다. 탄소소재법과 공공의료대학원법 등의 국회통과 무산이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보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지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썩은 고목에 또 다시 꽃을 피우겠다고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이강래 김춘진 등 올드보이들에게는 매서운 채찍이 약이다.

혹자는 중진을 키워야 한다거나 새로운 인물, 즉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새 봄에 싹을 틔우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위해서는 깊이갈이(深耕)가 절실하다. 깊이갈이를 통해 그동안 마발이 노릇을 하며 땅심만 소진시킨 정치인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설령 새로운 인물이 미흡하다해도 한번 맡겨보자. 이대로 가면 전북에는 미래가 없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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