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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와 섬진강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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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호남평야 농업용수 공급원으로 20세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섰던 옥정호가 힐링 생태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실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섬진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섬진강 르네상스의 백미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가 22일 개통된다. 환상적인 물안개 덕분에 사진작가들이 몰려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옥정호 붕어섬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한 옥정호는 한반도 수자원 개발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품고 있다. 이 호수의 역사는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27년에 축조된 운암제에서 시작된다. 운암제는 일제가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수계로 유역변경시켜 곡창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한 중력식 댐이다. 이후 1945년에는 이 인공 호수에 정읍 칠보면 쪽으로 터널을 뚫어 섬진강수력발전소(칠보발전소)를 세웠다. 이 발전소는 옥정호의 수자원을 끌어내 발전에 사용한 후 동진강 수계로 방류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물길을 바꾼 수자원은 호남평야와 계화간척지의 농업용수, 그리고 전주지역 일부와 김제·정읍 등 전북 서남권 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됐다. 

1965년에는 기존 운암제 하류 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준공됐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운암제는 물에 잠겨 그 기능을 상실했다. 댐 건설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경기도와 동진강 유역 등으로 흩어져야 했다. 이들 수몰민 2700여 세대의 이주·정착지로 조성된 곳이 계화도 간척지구다. 동진강 하구 계화간척지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계화미의 산지로 일궈낸 농민들이 바로 옥정호 수몰지역 이주민이다.

옥정호는 홍수조절, 전력생산, 농업용수, 상수원 등으로 활용돼 다방면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농업의 비중이 줄면서 농업용수 공급원으로서의 위상도 낮아졌고, 금강 상류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자원 공급권역도 대폭 축소됐다. 호수를 품은 임실지역 주민들에게는 혜택보다 아픔을 더 많이 안겼다. 호수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2015년 해제 때까지 개발에 제한을 받아야 했고,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인접 지역과의 갈등도 되풀이됐다. 임실군이 역점 추진한 옥정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이웃한 정읍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읍의 상수원인 옥정호가 개발사업으로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21세기 들어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이 추진되면서 임실 운암면 주민들은 정든 삶터를 다시 떠나야하는 아픈 이주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옥정호(玉井湖)는 그 이름처럼 구슬같이 맑고 깨끗하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수자원개발의 역사와 애환을 담고 있는 옥정호의 화려한 부활에 관심이 쏠린다.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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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섬진강 르네상스 #붕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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