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달 정재규 제53대 전주지방법원장 "전북가정법원 추진하겠다"
법은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소 중 하나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우리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월 5일 제53대 전주지방법원장에 취임한 정재규 법원장은 법을 집행하는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매일 고심하고 있다. 가장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하는 법의 기틀 아래에서 보다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취임 두 달을 맞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정 법원장을 만나봤다. -전주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취임하신 지 두 달이 됐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법원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영광스러웠지만 한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을 더 잘 알고, 지방법원을 더 잘 이끌라는 취지에서 맡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새 대법원장님이 오시면서 재판 지연 해소 등 보다 나은 사법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신뢰 회복 등을 강조하시는데, 지방법원의 수장으로서 그러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전에도 법원장에 부임할 기회가 있으셨습니다만.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도 법관추천제에 따라 두 번 추천을 받았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기대를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늦게 나마 기회가 주어진 만큼 국민들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고향의 법원장이 됐다는 것이 뜻깊은 한편, 부담도 되실 것 같습니다. "지역 출신 법원장이라는 점에서 업무 수행에 부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민들께서 저에게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지만 아무리 부담이 있더라도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의 화두이자 취임초기 강조하셨던 재판지연문제를 거론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지연해소에 대한 법원장으로서의 견해가 있다면. "재판은 법관의 독립을 전제로 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재판이라는 업무는 어떤 결론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론을 내기위한 과정도 중요합니다. 재판의 과정은 충분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다음에는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좋은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적인 장단의 길이만을 놓고 재판 지연이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는 재판지연은 어떠한 문제라고 보십니까. "현재 발생하는 문제는 사건 자체가 많이 적체되다 보니 재판이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원 내부의 사정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들이 개선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건의 처리 속도를 올려주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판의 신속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면 충실한 재판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충실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실성을 기본 전제로 삼고 여러 재판을 지연시키는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주지법의 재판지연 상황, 어느 정도인가요. ="법원장에 부임한 뒤 자료들을 비교해보니 전국의 지방법원들 가운데 전주지방법원이 전국 평균에 비해 처리 기간이 길었습니다. 민사단독, 합의, 형사 합의, 단독 등 모든 재판에서요. 민사 단독의 경우에는 전국 평균이 190일 가량인데 전주는 250일 정도였고, 민사 합의는 전국이 340일 정도인데 전주는 430일 정도였습니다." -고심하고 해결책을 찾으실게 많으시겠습니다. "경력대등재판부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합의부는 부장판사 1명에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경력대등재판부는 부장판사 3명을 한 재판부로 구성합니다. 경력이 많은 세 사람이 모여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사건에 대한 파악도 신속하게 되고, 사건 심리도 충실하게 되면서 처리 속도가 빨라질거라고 봅니다. 작년까지는 민사 항소재판부만 경력대등재판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취임한 뒤 민사 합의재판부와 형사 항소재판부에 경력대등재판부를 하나씩 추가해 총 3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건 처리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원장 재임기간 동안 다른 목표가 있으십니까. "대법원에서 정한 큰 목표들에 잘 부응할 수 있도록 지방법원에서 필요한 것들을 잘 서포트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현재 저희 전주지방법원에는 가정법원이 없습니다. 가사 사건과 미성년들, 또 이혼 사건 등 아무래도 가정법원이 있다면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원과 물적 자원, 예산이 더 투입된다면 지역 주민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임기 내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북자치도에 가정법원이 유치될 수 있도록 지역 법조계와 함께 노력할 방침입니다."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장도 맡고 계신데요. 선거사범 재판 어떻게 진행하실지 궁금합니다. "오늘(4일) 사전투표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선거사범 재판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대부분의 판사들이 이 부분을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선거사범 재판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 6개월 이내에 1심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을 전략적으로 지연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과 신속한 재판을 하도록 하는 법의 취지에서 어느 것을 우선시 할지는 재판부의 재량입니다.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이 일단 전략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재판부에서는 되도록 휘말리지 않고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도입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배심제 방식의 국민참여재판제를 도입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해놨는데, 배심원은 법관이 아니기에 참심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사용중인 배심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배심제 재판을 받도록 하면 헌법의 권리를 위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피고인들에게 유불리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현재 재판부 입장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적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법원에서 야심차게 만든 제도이지만, 잘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어 고민이 됩니다." -끝으로 전북일보 독자와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 "전북은 법조 3성의 고장으로 법에 관련해서는 그 어떤 지역보다 우수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원장 임기 동안 도민분들께 원활한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들이 법원에 바라시는 것처럼 좀 더 변화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재규 신임 전주지방법원장은 정재규 법원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사대부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사법시험(32회∙사법연수원 22기)에 합격한 뒤 광주지법∙전주지법∙광주고법 판사, 전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전주지법 군산지원장, 창원지법 수석부장판사, 광주지법 순천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법원 수석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사법행정에 능통한데, 꼼꼼하면서도 소탈한 성격으로 법원장이라는 직책을 따지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법원 내에서 후배판사들과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 정 법원장은 “법원 또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담=백세종 사회부장, 정리=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