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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돌아오는 시대정신’

문명의 발달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의와 사상도 변화해 왔다. 지나온 과거시대는 투쟁과 지배, 무력과 억압의 힘의 논리가 통하는 종적인 사상체계를 가진 종교나 윤리사상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는 영웅이나 독재자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왔다. 그러나 인류의 지혜가 밝아지면서 모두가 참여하는 대균등의 세계를 지향하는 민중의 시대 즉, 횡적윤리와 사상이 미래 시대를 이끌어 갈 사상임을 인지해 가고 있다. 원불교를 창건하신 소태산 대종사는 교단 창건 당시 이러한 미래시대를 예견하고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 갈 정신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 하나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정신이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로 개인, 가정, 국가, 세계의 운영의 원리이자 성장의 원칙이다. 돌아오는 시대에는 원리원칙이 통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도성장을 추구해온 결과로 IMF라는 혹독한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 이는 성장의 원칙을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원리원칙은 멀고 더딘 듯 하지만 가장 빠르고 튼튼한 길이다. 두번째는 일심합력(一心合力)의 정신이다. 지금은 과거의 영웅시대는 가고 민중이 주인 되는 시대로 화합과 합력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은 유럽연합, 각종 NGO활동 등을 통해 지구공동체를 추구해 가고 있다. 특히 55년만에 감격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은 마지막 남은 과거의 종적윤리 사상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세번째는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정신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우대 받고 드러나는 사람은 공익심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공(公)으로 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등의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하나의 지구촌은 필연적인 것이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자면 모두를 함께 생각하는 공심(公心)에 바탕한 사상과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모든 인류는 서로가 잘사는 대균등의 세계를 지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개인, 국가, 세계가 거스르지 않는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갈 때 인류의 평화와 행복은 약속된 일이라 생각한다./이도전교무(원불교중앙총부 교육부차장)마음의 창 필진이 바뀝니다. 이도전교무(원불교 중앙총부 교육부차장)와 원철스님(남원실상사 화엄학림강사), 이윤재목사(전주희년교회 담임목사), 김봉술신부(오수선교성당)가 오는 12월까지 세상에 소금과 목탁이 될 글을 써주실 것입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07.01 23:02

새로운 관계 형성의 장, 지역통화 전주품앗이 정착

- 1년여만에 회원 1백50여명 확보- 경제적 논리보다 관계맺음에 더 큰 가치부여인터넷 검색 장소가 필요한 권수정씨(27)는 사업을 하고 있는 김하수씨(47) 사무실에서 한달에 10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권씨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김씨에게 보답한 것은 없다. 대신 권씨의 품앗이통장은 마이너스 만품이 됐고, 김씨의 통장엔 플러스 만품이 쌓였다. 이들은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 받으면 된다.최경열씨(42)는 전주품앗이에서 개설한 일본어와 중국어 두반에 각각 2만원과 2만품을 내고 등록했다. 최씨의 품앗이 통장은 마이너스 4만품이 됐고, 따라서 최씨는 앞으로 4만품만큼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된다.현금이 아닌 노동력을 주고받는 지역통화 품앗이가 전주에 상륙한지 1년여만에 튼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소장 이희운)가 주축이 돼 화폐대신 각종 물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지역화폐운동 품앗이를 시작한 이래 30여명으로 출발한 회원이 1백50여명에 달하는 등 도시형 공동체운동으로 뿌리내리고 있다.전주품앗이 황은영사무국장은 “품앗이는 도시형 생명공동체 운동이자 나눔운동이며, 관계맺음의 운동”이라고 소개한다.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전국의 12개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 운동은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 돈이 없어도 관계를 맺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운동이란다. 품앗이 통화단위는 ‘품’이다. 품은 품거래에 동의하는 회원들끼리 정한 가상의 화폐인 셈이다. 품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시간, 능력, 물품 등 다양하다. 청소나 말벗, 농삿일 돕기 등도 품앗이 나눔활동이 된다. 말하자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모든 활동이 품앗이 활동이 되는 것이다. 품앗이에 참여하려면 품앗이등록소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등록비는 5천원인데 이중 50%는 품으로 계산할 수 있다. 품앗이 회원으로 등록하고 자신이 나눌 수 있는 품 내용을 공개하면 등록소에서 이 내용을 회원들에게 알린다. 나눔활동은 회원들끼리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보면된다. 나누고 또는 받고 싶은 품이 있으면 직접 거래를 하고, 거래내용을 등록소에 알리기만 하면 된다. 등록소에서는 회원들의 품앗이 통장을 관리하고 나눔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품앗이통장이 마이너스만 또는 플러스 품만 쌓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그만큼 줘야하는 것은 아니다. 품앗이 활동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품앗이통장을 0에 맞추려고 하지만 품앗이 활동의 근본 목적이 맞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것이 적극적이어야 하듯이 도움을 받는 것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국장은 “품앗이는 경제적 가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매개로 사람간의 관계를 맺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들고 “또 품앗이 화폐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화폐며, 거래당사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플러스플러스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품앗이 등록소에 소개된 품 내용은 이렇다. 식사제공·김치담가주기·장보기대행·집수리·수영지도·운전·아기돌봐주기·컴퓨터교육·여행동행·심부름해주기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것에서부터다.(245-2778)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0.07.01 23:02

지리산댐 백지화추진 범불교연대 출범

경남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일대 댐 건설과 관련해 남원 운봉 산내 인월 등 댐 상류지역 주민들과 실상사를 비롯한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차원에서 지리산댐 백지화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한 30여개 불교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조계사에서 불교신도와 시민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리산살리기 댐 백지화 추진 범불교연대’창립대회를 갖고 지리산댐 백지화 추진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이들은 이날 ▲정부는 지리산을 파괴하는 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낙동강을 살리는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공급위주의 수자원관리정책을 즉각 중지할 것 ▲청와대는 대선공약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조속히 발족시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국토의 자연환경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감독 조정기능을 수행하라고 촉구했다.범불교연대는 앞으로 지리산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과 지리산의 생태·문화·생활·종교환경에 대한 조사연구활동, 댐반대·물절약·환경보호를 위한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운동단체들과 연대해 지리산댐 백지화 국민행동을 창설해 운영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한편 이에 앞서 대한불교조계종 24개교구본사 주지들과 전북불교총연합회는 ‘지리산댐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는 결의문을 채택, 발표했었다.이들은 “지리산의 역사와 자연 문화적 가치는 경제논리로 추산될 수 없는 국민적 자산이자 2백여 사찰이 자리잡고 있는 불교계의 성지”라고 들고 “생태계와 자연 문화 종교환경을 파괴하는 지리산댐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0.07.01 23:02

지역에서 재즈음악 전하는 ‘재즈피아’

재즈(jazz)는 ‘듣는다’라는 동사에 ‘느낀다’라는 의미를 덧붙여야 하는 음악이다. 곡을 이해하기보다는 연주자들의 감성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때 비로소 재즈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된다.지난 24일 바리톤소극장에서 열린 ‘한여름밤의 재즈피아 라이브 콘서트’는 이런 재즈의 특성을 멋스럽게 전하는 무대였다. 매주 한두 차례씩 작은 음악회를 열어온 바리톤소극장 상반기 공연일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연주회이기도 했던 이날 공연은 그동안 클래식중심으로 공연되던 틀에 새로움을 더해준 음악회였다.이날 무대의 주인공 ‘재즈피아’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이름. 젊은 밴드 재즈피아는 익산에 둥지를 틀고 6년째 꾸준한 활동을 해오면서 익산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밴드다. 서울과 대구 등을 제외하고 호남권은 물론 다른 지방에서도 재즈밴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역에서 수년째 밴드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활동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언제부턴가 어색함없이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깝게 다가서 있는 재즈. 하지만 정작 그 음악을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 어려웠던 지역 사람들에게 재즈피아(Jazzpia)는 이름 그대로 ‘재즈의 음악세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피아노와 플룻연주를 맡으면서 팀을 이끌고 있는 이용희씨(34), 보컬/서은정(원광대 성악), 트럼펫/정기원(목원대), 섹스폰/김진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일렉베이스/남원진(원광대), 콘트라베이스/박정현(원광대), 기타/윤효상(재즈아카데미), 드럼/노용현(원광대)등 모두 여덟명.대학에서 또는 음악을 함께하던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95년 결성한 밴드는 매년 청소년을 위한 무료공연을 열어 힙합이나 랩 등에 익숙해져가는 청소년들에게 재즈를 전해주는 등 돋보이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서울과 지방 등을 오가야하는 팀원들의 수고로움이나 공연비 등 재정적인 어려움 등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활동은 간단치 않다.최근 들어 실용음악 전공학과가 신설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실용음악을 제대로 할만한 곳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들은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있다. 재즈피아는 오는 8월 익산세계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대구에서 열리는 영호남교류음악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리더 이용희씨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역시 큰 문제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조금은 낮게 멀리내다보는 자세’로 차근히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주말공연에서 이들은 테너 정기주씨(광주대·서해대 출강)와 함께 다양한 재즈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윙, 보사노바, 삼바, 퓨전 등 재즈의 변천사를 음악으로 풀어내듯 장르별로 선보인 14곡은 재즈를 이해시키는데도 제격이었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06.30 23:02

[또 하나의 문화] (4) 북한의 음악...㉠

- 탁성 버리고, 부드러운 소리 발전시켜북한음악도 다른 나라와 같이 민족음악과 서양음악으로 분류한다. 민족음악이라는 개념은 남한의 국악이라는 뜻과 같은 것이지만 전통음악유산을 토대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창작음악도 민족음악범주에 포함시킨다. 해방과 더불어 북한음악은 사회제도와 체제에 의하여 민족음악을 현실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일관된 방침으로 제시해왔다. 그리고 이 예술방침에 의해 모든 음악활동이 진행되었다. 모든 음악적 사상내용은 사회주의를 노래하고 집권당을 노래하며 수령을 노래하는 국면으로 발전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내용을 떠나 순수한 음악으로서 분석한다면 북한음악은 민족이라는 바탕을 떠나지 않고 전통음악을 정수로 발전시켜 현대인의 심미에 부합되는 창작음악으로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민족음악이 기본이 되고 서양음악은 민족음악을 안받침하는 작용을 한다. 민족음악을 위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서양음악과의 상호 관계에서 민족음악을 기본으로 하여 그것을 더 발전시키고 주체가 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민족음악을 발전시키는 첫 번째로 전통음악을 근본으로 삼지만 그 성격에 있어서는 북한사회가 추구하는 '근로인민 대중에게 복무하는 사회이자 역사의 주체로서 근로인민대중이 민족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주인'으로 보며 근로인민들이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서 집체적인 지혜와 창조되고 불리어 온 노래' 즉, 민요가 민족음악을 발전시키는 원천으로 간주한다.그러나 민요나 전통음악 모두를 무조건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현대적 미감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발전시켜야만 참다운 민족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고 문화건설에서 낡고 반동적인 것을 무조건적으로 되살리려는 '복고주의'나 문화사대주의 입장에서 민족문화의 전통과 유산을 거부하는 '민족허무주의'는 동시에 배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전제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원칙에 의해 북한음악은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특히 60년대에 이르러 남도창에서의 탁성(쐑소리)은 "량반들이 갓쓰고 당나귀를 타고 다니던 시절에 술이나 마시면서 앉아서 흥얼거리던 것”이라하여 남도창과 그 특징적 발성법인 탁성을 버리는 대신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그리고 곱게 소리를 내는 발성법을 택했고 민족적 선율에 맞는 발성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서도민요와 서도창을 발전시킨 음악요소들은 더욱 부각시켰다. 북한은 1955년부터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천명한 이래 대체적으로 70년대말까지 '혁명적 음악예술의 창작방법'으로 확립했는데 피바다식 5대혁명가극(피바다, 당의 참된 딸, 금강산의 노래, 밀림아 이야기하라, 꽃파는 처녀)이나 춘향전식 5대 민족가극(춘향전, 박씨 부인전, 장화홍련전, 흥부전, 심천전)이 바로 이러한 창작방법에 의해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비록 이 5대혁명가극과 5대민족가극이 나타내는 사상적 내용은 음악예술의 혁명화와 주체사상화로 노동계급의 구현과 자주화의 구현을 통한 사회주의 건설에 두고 있고 전통적인 판소리에 의해 가극으로 개편되었지만 순수한 음악구조로 분석한다면 전통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식의 화음들이 체계적으로 연결되고 창작음악을 안받침하여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북한의 민족음악은 전통적인 정악처럼 내성적인 요소보다도 민속악처럼 외성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음악흐름새는 경쾌하고 유창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서정적인 것이 특징이며 전통음악에 비하여 템포가 일반적으로 빠르다./박위철교수(작곡가. 연변대 교수)◇ 박위철 약력박위철교수는 길림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2세다. 강원도 양구가 고향으로 아버지 대에 길림성으로 이주했다는 그는 연변대학에서 작곡을 전공, 92년부터 연변대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양음악을 전공했지만 우리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국악을 공부하기 위해 98년 4월부터 부산대 대학원 국악과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박사과정까지 마칠계획인 그는 작곡활동도 활발해서 ‘너울새 금소리’ 를 비롯, 부산과 서울무대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만났전 북한 음악과 남한에서 공부하면서 만난 한국음악을 비교해 글을 썼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06.30 23:02

[한자교실] 소급(遡及)

소급(遡及)거슬러 올라갈 소(遡), 미칠 급(及)과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영향이나 효력을 미침지나간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하는 일을 소급(遡及)이라 하고, 법(法)이 마련되기 이전의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적용될 수 있게 만든 법을 소급입법(遡及立法)이라 한다. 어떤 일의 영향이나 여파가 차차 전하여 먼 데까지 미침을 파급(波及)이라 하고, 파급됨으로써 얻게 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파급효과(波及效果)라 한다. 또 말이 어떤 문제에 미침을 언급(言及)이라 하고, 시험이나 검사 따위에 합격함을 일러 급제(及第)라 하며, 널리(普) 미치게(及) 한다는 의미로 널리 펴서 알리거나 사용하게 함을 보급(普及)이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한 것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 배부른 것이 배고픈 것보다 물론 좋은 일이지만 배가 너무 부르면 병이 나게 되는 법이다. 미치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는 것을 중용(中庸)이라 하고 이 중용(中庸)은 다시 ‘시중(時中)’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 때 그 때에 맞게 한다는 뜻이다.맹자(孟子)에 “노오노 이급인지노(老吾老 以及人之老)”라는 말이 나온다. 내집 늙은이를 늙은이로 위하는 마음을 남의 집 늙은이에게 미치도록 하라는 말이다. 법률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한 때부터 장래의 일에 적용되는데, 법률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항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것을 일러 “법률불소급원칙(法律不遡及原則)”이라 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06.30 23:02

[또 하나의 문화] 북한 5대 혁명가극

- 최초의 혁명가극은 ‘피바다’..1천3백여회 공연, 2백50만명 관객 동원한 대작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북한의 예술작품은 단연 ‘피바다’와 ‘꽃파는 처녀’다. 이들은 모두 혁명가극으로 분류되는데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혁명가극’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기초하여 혁명적인 주제를 독창적인 표현방법에 의해 만든 가극을 말한다. 이 혁명가극은 음악ㆍ무용ㆍ연극 등의 요소를 모두어 낸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창극이나 악극,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사상계몽과 선전선동을 위해 예술성보다는 큰 규모와 무대를 중시하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혁명가극은 보통 한 작품에 2백명 이상의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의식화된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켜 악덕지주나 외세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중음악과 군중무용이 서사시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 극의 주요 부분에서는 단조로운 곡조를 계속 반복하거나 무대뒤에서 부르는 노래가 나오는데 각각 ‘절가’ ‘방창’이라 불리는 이 음악형식은 종래 가극에서 오랫동안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낡은 음악형식을 극복, 가극의 대중화와 통속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대표적인 혁명가극의 표현 기법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북한의 5대 혁명가극으로는 ‘꽃파는 처녀’ ‘피바다’외에 ‘당의 참된 딸’‘금강산의 노래’‘밀림아 이야기 하라’가 꼽힌다. 우리가 머지 않아 잡할 수 있을지도 모를 ‘피바다’와 ‘꽃파는 처녀’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투쟁을 미화시킨 작품.‘피바다’는 1936년 8월 만주 만강부락에서 만들었다는 ‘혈해’가 원제로 알려져 있는데 5대혁명가극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 까닭에 혁명가극 창작의 모델이 되었고 소위 ‘피바다식 혁명가극’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71년 피바다 가극단에서 창조, 초연된 이래 북한의 각 지방과 해외에서 1천3백여회에 걸쳐 공연됐으며 2백50여만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북한은 특히 외국의 주요인물을 초청하였을 경우에는 반드시 5대혁명가극 중 한 두 개를 관람시킨다고 한다. 무대장치의 대형화, 연속적 군무의 전개, 대규모의 합창이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전달한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0.06.30 23:02

[참 아름다운 사람] 극작가 이강백...사막에 새로운 집 짓기

- 안주하면 새로운 집 짓지 못해지난 주말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연극 ‘마르고 닳도록’이 공연되고 있다. 국립극장이 문을 연지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이 작품은 애국가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를 다룬 작품. 두시간의 결코 짧지 않은 공연시간이지만 관객들은 지루해 하기는 커녕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폭소로 즐거움을 단단히 누린다. 이쯤되면 한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애국가’를 이처럼 코미디적 우화의 도구로 삼은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바로 이 작품을 쓴 이가 극작가 이강백씨다.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쓴 것인데 아마도 의도적으로 희극 작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토요일 오후 첫 공연을 보러온 그는 자신이 왜 이런 희극작품을 써야했는지를 조금은 장황하게(?) 설명했다. “과거 우리 50년사를 세대간 갈등을 통해 그려낸 ‘황색여관’을 구상했었다. 마음 먹고 써보려 했던 작품 시놉시스를 국립극단도 받아들였는데 은유적 장치를 차용했다고는해도 생일날에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쓴 것이 ‘마르고 닳도록’이다.” 극작가 이강백씨(53). 그는 오늘의 한국연극계를 대표하는 중견작가다.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30년 한국연극판을 들여다보자면 이강백이란 이름은 변방아닌 중심에 있다. 희곡과 연극 무대로도 그렇지만, 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한번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극작가로서만 살아온 그의 삶은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돋보이는 까닭에는 한길만 걸어왔다는 고전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등단이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작품을 발표해온 부지런함과 작가로서의 치열한 의식은 이강백의 이름을 남기게 한 바탕이자 힘이었다.희곡은 그것이 지니는 개별적인 문학성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따져 말한다면 공연무대를 통해서만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되는데(대중들과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그런점에서 본다면 이강백의 경우는 발표한 대부분의 희곡이 생명력을 얻어 일반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던 점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작업은 사막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늘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작업의 연상위에 있는 셈이다. 집은 마음에 들수록 안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아직 그런 집을 짓지 못했을 뿐 더러 그런 완벽한 집을 지을 생각도 없다. 나는 내가 지은 집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형식의 새로운 집을 짓고 싶기 때문이다.”바로 이런 생각이 그를 부지런하고 치열한 창작에 몰입하게 하는 바탕이 되게 했을 터였다. 지난 98년의 한국연극판은 온통 그 차지였다. 예술의 전당이 94년부터 기획해온 ‘오늘의 작가 시리즈’ 세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던 덕분이기도 한데, 그는 자그만치 두달 가깝게 펼쳐진 이 연극무대에서 적나라하게 해부되거나 조명되었다. 그때 주인공이었던 그는 “28년동안의 창작활동을 정리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연극제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왕성하고 힘있게 전개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을 갖게 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형식적으로는 비사실주의의 터전위에 서있다. 70년대 초반, 그가 활동을 시작했던 당시 한국연극계에서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는 흐르는 물에 얹혀 순탄하게 제길을 찾아가기 보다는 고단하지만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창적인 자기 언어의 탐색을 택한 셈이다. 그는 우화와 비유로 가득찬 작품 덕분에 알레고리작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비사실주의적인 기법, 이를테면 알레고리가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는데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레고리야말로 시간의 지점에 관계없이 생명력을 보존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은 30년동안의 작품들을 통해 단 한번의 의심없이 그대로 실험되고 있다. 데뷔작품인 ‘다섯’으로부터 ‘느낌 극락과 같은’을 비롯한 근작들까지 30여편 그의 작품들은 모두가 ‘정교한 논리의 그물’로 짜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교한 논리로 짜여지는 내용도 그렇지만 우화적 비유로 가득찬 그의 기법에 온전히 적응되지 않고서는 관객들은 편안하게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작가가 노력한 그만큼의 논리적 분석과 지적인 해석을 강요한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고자하는 연극속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촘촘히 그물을 엮듯 짜낸 언어의 논리로 도달한 세상은 다름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다. 그것은 억압적인 정치 상황이나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로 드러나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가 짙게 깔려 있다. 연극평론가 이영미씨는 이를 두고 “약한 것과 정신적인 것, 소박함,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이 묵살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하자면 강한것과 약한 것,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립속에서 그는 현실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희곡이라는 그릇속에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강백은 어린시절부터 소아마비를 앓아온 지체장애자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사회적 통념속 어두움은 찾아 볼 수 없다. 자유주의자로서의 당당함에 압도당하기 십상일 그를 만나는 일은 오히려 주눅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강백 약력이강백은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아온 그는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 특히 남과 다른 것을 똑같이 만들려는 획일화에는 강한 저항감을 느껴온 그의 의식세계는 성장기를 거쳐오는 동안에 뚜렷한 자아 확립의 바탕이 되었고 이런 의식은 작품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주 중앙초등학교에 다녔던 그는 일찌감치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전주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다만 4.19때 전주 사람들이 이승만대통령이 하야하고 나서야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와 데모를 했던 풍경이 지금도 기억속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다섯’으로 당선해 등단한 이후 거의 해마다 장편희곡을 거르지 않고 발표했으며 서울연극제에서만도 네번의 희곡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다. 97년에는 생존작가로는 처음으로 중학교 교과서에 ‘들판에서’란 희곡이 실렸으며 98년에는 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오늘의 작가 시리즈에 초대돼 우리나라의 대표적 희곡작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30년동안 3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 큰 반향을 일으켰다. 80년대를 앞뒤로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일했으며 93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그는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않았지만 98년 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씨가 아내이고 딸 휘재는 10대에 개인전을 열 정도로 재능이 빼어난 예술가족이다. 전북도지사를 지낸 이강년지사가 큰형이다. ◈ 취재 뒷얘기...이제는 메시지보다 형식에 주목하고 싶어극작가 이강백씨는 인터뷰에 소극적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 아니었더라면 참으로 난감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각별해서 인터뷰가 아니라면 한결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되도록 안가는데 그런 자리에서는 중요한 일도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와의 인터뷰는 아주 짧게, 두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한번은 국립극장이 제작한 ‘마르고 닳도록’ 첫공연장에서 였고, 두번째는 대학로 문예회관 앞의 커피숍에서였다. 그는 의도적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썼다는 ‘마르고 닳도록’에 대한 반응을 궁금해했다. 국립극단 정상철단장이 첫공연을 관람한 한영고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해주자 ‘다행이다’고 웃음지은 그는 목소리가 우람찼고 달변이었다. “지금까지 작품은 메시지를 주고 관객을 교화시켜야하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 작품으로 사람들의 삶이 바꿔지기를 바랐던 것은 오만이었다.”고 털어 놓은 그는 이제는 메시지가 아닌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의 연극판에 참으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연극협회의 ‘사랑의 티켓 박스’ 운영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가 우연히 거론되자 그는 티켓 박스 운영이 현행대로 지속되어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연극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이 있다고 강변했다. 그의 열정적적인 모습이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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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00.06.30 23:02

'질서문화' 초여름호 발간...인성교육 등 다뤄

어린이의 예절과 질서문화를 위한 종합지 ‘질서문화’2000년 초여름호가 선보였다.산뜻한 표지에 제법 두툼한(164쪽)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호는 청소년 교육강좌, 인성교육의 반성, 일선취재기자와 그 가족의 생생한 리포트 등을 특집으로 다뤘다.이 책은 지난 97년 4월 ‘어린이를 생각하는 작은 모임’으로 출범한 사단법인 질서문화연구회(이사장 임승래)가 통권 3호째로 펴낸 것.이 단체는 그동안 질서지키기 운동, 편지쓰기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린이에게 예절과 질서의식을 심어왔다. 특히 어린이의 인성교육에 앞장서 각계각층으로 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은 바 있다.이번 호에는 이 모임의 발자취를 사진과 함께 실었으며 김정길 법무장관, 박주환 법제처장, 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 등 질서와 관련된 저명인사의 특별기고를 실었다.이와 함께 장명수 우석대총장, 박정훈 원불교 서울교구장 등의 초대칼럼과 노상우 전북대교수, 조수철 서울대교수 등의 청소년교육강좌가 깊이를 더해 준다.또한 일선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언론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정말 이래도 되는가’코너에서는 질서문화연구회가 5월 한달동안 쓰레기분리수거에서 부터 아파트 관리, 경기장 관람태도, 버스터미널 청결상태, 목욕탕·택시·버스·등산객과 초등학교 주변업소실태 등 각종 질서의식을 직접 조사해서 우리 사회의 고쳐야 할 점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조강래 부이사장은 “지금까지 질서문화 풍토의 당위성을 역설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나 이번에는 질서문화 부재의 현장고발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질서문화가 우리 생활에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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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0.06.29 23:02

[가족이 변한다] 닫힘에서 열림으로

이모씨부부(전주시 송천동)는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사실상 이혼한 것과 다름없다. 딸만 둘을 둔 이씨부부는 3년전부터 별거상태. 그러나 이들은 서류정리는 아이들이 결혼한 뒤로 미뤄뒀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큰 딸과 대학졸업반인 둘째가 직장을 구할때나 배우자를 만나는데 부모의 이혼이 득이 될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들과 둘이 살고있는 양모씨(전주시 인후동)는 결혼제도밖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동사무소직원으로부터 엄마의 호적에 올리느니 같은 사생아취급을 받더라도 아버지가 인정하는 것이 낫다며 혼외자로 아버지호적에 올릴 것을 권유받았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때는 교장의 훈계까지 들어야 했다.편부모가족, 자녀없는 부부가족, 독신모가족, 입양가족, 동성가족, 공동체가족 등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중 에서도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편부모가족이다. 경제대란을 겪으면서 편부모가족이 정부의 복지대상에 다수 포함됐고 이들을 위한 가족복지정책이 마련되기도 했다.편부모가족들은 경제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저소득 편모부자 가정지원제도가 있지만 의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여성계의 지적이다. 지원대상 선정기준에서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가족제도중 여성계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폐해는 호주제다.친권과 양육권이 모두 엄마에게 있어도 계속해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고 자녀의 주민등록상 호주도 아버지가 되는 점이나, 재혼시 남편의 성·본이 아이의 성·본과 달라 생기는 부차적인 문제들도 모두 호주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전주가정법률상담소 김영수상담부장은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어울려 살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선택을 차단하고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가족으로부터 권리를 박탈하는 닫힌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김부장은 현재의 가족법은 남성핏줄만 강조하고 여성을 도구화하는 남녀불평등한 법이며, 특히 호주제는 시급히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를 중심으로 편제되는 현행 가족제도는 이혼·재혼가정, 한부모가정, 미혼부모가정, 입양가정, 국제결혼가정 등 다양한 가족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데 호주제가 폐지되고 호적과 성씨문제 등이 해결되면 다양한 가족제도를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부장의 주장이다.물론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하다.전북여성단체연합과 전주여성의 전화에서는 지난해부터 모자가정을 대상으로 한부모(편부모)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한부모 가족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한부모들의 심리적 안정감과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가고 있다.전주여성의 전화 김미숙사무국장은 “이혼과 사별로 한부모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누구라도 한부모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부모가족을 정상이 아닌 결손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우석대 가정복지학과 이성희교수도 “그동안 소수라고 생각되어온 집단이 다수가 되는 현실인데도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사회의 제도와 정책이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에 한정돼 있는 한 가족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현상을 보일것이라고.전북여성단체연합 김금옥사무처장은 “최근 가족논의가 활발한 것은 여성들의 의식과 사회적 지위변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가정내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가족형태는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우리사회가 이처럼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정상가족만 행복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버리는 것이지만 여기에 이들 모두를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면서 각각의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사회가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0.06.29 23:02

[생활단신] 여성노인 일거리사업 바자회

◇ 여성노인 일거리사업 바자회전주YWCA(회장 박순복)에서는 7월 1일 오전 10시부터 전주 코아백화점 광장에서 전통음식바자회를 연다.이날 선보이는 전통음식은 전주YWCA가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신성경로당을 비롯한 전주시내 여성전용경로당 4곳에서 여성노인 소일거리 사업으로 전개한 전통음식 만들기에서 생산한 김부각·무와 마늘장아찌·딸기잼·쑥차 등을 판매하는 것이다.◇ 민박가정모집전북도에서 7월 4일부터 9일까지 전북지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 한인들을 위한 민박가정을 모집한다.전북지역 출신으로 해외로 입양된 한인 53명과 그 가족 등 총 1백60여명에게 모국의 가족제도와 생활풍습 등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민박초청을 원하는 가정은 도청 여성복지과(280-2522)로 신청하면 된다.◇ 중국교포여성 합동결혼식전북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영조)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채 살고있는 중국교포여성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마련한다.제5회 여성주간(7월1∼7일)을 맞아 소외된 여성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련하는 합동결혼식에서는 5쌍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중국교포여성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합동결혼식은 4일 오전 11시30분 황실예식장에서 열린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모니터요원모집전주 YWCA(회장 박순복)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에서 전주시내 PC방 모니터활동에 참여할 모니터요원을 모집한다.모집인원은 40명으로, 중·고·대학생 및 일반인 중 컴퓨터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7월 12일까지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226-6123)으로 신청하면 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0.06.29 23:02

[문화광장] 조병철 개인전 ‘평화동에서’

◈ 전시◇조병철 개인전 ‘평화동에서’5일까지 미술회관 제2전시실.서양화가 조병철씨의 다섯번째 개인전.‘평화동에서’라는 테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삶의 단면을 소박하게 그려낸 대작들이 선보인다. ◇김준호개인전6일까지 전북예술회관.김준호씨의 세번째 개인전.‘사랑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기존에 선보였던 자연을 소재로한 반구상작품들이 10호부터 1백5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선보인다.◇예한회전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동문들의 정기전.각기 다른 기법의 한국화를 선보이게 되는 이번 전시에는 정통 한국화 기법부터 분채, 오브제를 비롯해 인물, 자연 등을 다양하게 담아낸다.◇원섬유조형회작품전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섬유를 전공한 원광대 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작품전.지난해 서울에서 창립전을 가진 원섬유조형회는 이번 전시에서 타피스트리를 비롯한 한지를 이용한 종이조형작품, 텍스타일 디자인, 염색, 리빙 등 문화상품 등이 전시된다.◇정정애 유화전 6일까지 전북학생회관 전시실.서양화가 정정애씨의 세번째 개인전.오랜 동안 교단에서 미술을 가르쳐온 정정애씨가 퇴임후 갖는 이번 전시는 정물과 풍경을 담은 유화을 선보인다.◇김승호 수묵전6일까지 전북예술회관.한국화가 김승호씨의 세번째 개인전.한국화의 근본인 지·필·묵을 바탕으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아낸 작품들이 전시된다.◇대학원생 디자인전4일까지 얼화랑.도내 대학원 디자인전공학생들의 그룹전.디자인 대학원생들이 여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디자인 작품을 넘어 설치작품에 가까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전통과 탈전통 전시5일까지 서울 강남구 이브갤러리.전북대 예술대학 졸업생들이 여는 전시.‘전통과 탈전통’이라는 주제처럼 전통한국화에서부터 오브제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보이는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된다.◇영란전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전주여자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영란전 창립전시.이번 전시에는 하수경 박부임 김정옥 김혜숙 등 20여명의 회원들이 서양화 한국화 도예 작품 등을 선보인다.◈ 공연◇도립국악원 토요상설무대.1일 오후 3시 덕진예술회관.도립국악원 토요상설무대 7월 첫공연.이번 무대에서는 신민요(이태영 외), 가야금병창 협주곡(박영순 외), 민요접속곡(김양춘 외), 화초사거리 (창극단), 국악가요(유재준, 양은희)등이 공연된다.◇여름을 여는 헨델29일 오후 7시30분 전북예술회관.전주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인 송주희씨를 비롯해 4명의 성악가들이 꾸미는 여름맞이 무대. ◇불우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돕기 국악공연1일 오후 3시 솜리예술회관.익산지역 불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국악공연.이날 공연에는 한국국악협회 익산지부 익산국악원 단원들의 민요, 판소리, 가요금 병창, 무용 등 다채로운 국악공연이 열린다.◈ 모집◇창작극회, 신입단원 모집전북지역 40여년 연극역사를 이어온 창작극회에서 2000년도를 함께할 열정있는 신입단원을 모집한다.모집부문은 남·녀 배우와 스텝(음악·조명·무대디자인·기획·의상·분장)으로 8일까지 접수. 선발된 단원들은 창작극회가 마련하는 신입단원 워크숍(7월10일∼8월12일)에 참여하게 된다. 문의 282-1810.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06.29 23:02

[한자교실] 강박관념(强迫觀念)

강박관념(强迫觀念)굳셀 강(强), 다가올 박(迫), 생각 관(觀), 생각 념(念)강하게 다가오는 생각이라는 의미로 아무리 떨쳐 버리려고 해도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불쾌하거나 불안한 생각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생각을 아니하려고 하여도 지워버릴 수 없이 머리 속에 맴도는 생각을 이르는 말이다. ‘강(强)’은 ‘강하다’와 ‘억지쓰다’는 의미로 쓰인다. 굳세게 버티어 굽히지 않음을 강경(强硬)이라 하고, 여러 강대한 몇몇 나라를 열강(列强)이라 하며, 억지로 요구함을 강요(强要)라 하며, 폭력을 써서 억지로 빼앗음을 강탈(强奪)이라 한다. 가당치도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조리에 닿도록 함을 일러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하는데 ‘끌 견(牽)’ ‘붙일 부(附)’ ‘모을 회(會)’를 쓴다. “약기지강기골(弱其志强其骨)”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지(志)’는‘욕망을 품는 의지’로 해석해야 하고 그래서 이 말은 “성인은 갖가지 욕망을 약하게 하고 참된 도(道)의 골격을 강하게 한다”로 해석해야 한다.‘박(迫)’은 ‘다가오다’ ‘핍박하다’는 의미이다. 기일이나 시간이 가까이 닥쳐온다는 박두(迫頭), 강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나 보는 이나 듣는 이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긴박감을 일컫는 박력(迫力), 인정이 없고 매몰스럽다는 박절(迫切), 그리고 힘이나 권력 따위로 약한 처지의 사람을 괴롭히거나 해를 미친다는 박해(迫害), 사태가 매우 절박해 지거나 바싹 죄어서 괴롭게 군다는 핍박(逼迫) 등에 쓰인다.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이나 견해를 관념(觀念)이라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하나의 관념(觀念)을 계속 마음에 지니기 위해 그대가 말하는 것은 옳고 그 이외의 것은 다 그르다고 고집하지 말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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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0.06.29 23:02

범미총, 미술관 위치 입장 정리

-도립미술관 범미술인총회, 본격 활동 들어가-27일 공청회 갖고, 정책연구팀 꾸리기로도립미술관 위치를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범미술인총회는 27일 오후 6시 전주시 문화의 집에서 공청회를 갖고 미술관 부지를 둘러싼 도립미술관 건립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했다. 범미총 유휴열 위원장과 상임운영위원(이철량 이영욱 선기현 이형구 이상조)을 비롯해 운영위원 등 20여명의 미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모아졌던 것은 역시 미술관 위치 선정 문제. 뜨거운 논쟁이 오갔지만 결국 미술인들은 도에서 이미 확정,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모악산 부근을 받아들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그동안 지적되어온 부적절한 조건은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위치에 대해 여전히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미술인들의 보다 폭넓은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 범미총은 정책연구팀을 발족시키는 등 미술관 건립에 따른 제반 문제를 연구, 대안과 정책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본격적인 활동을 발표 관심을 모았다. 지난 4월 행정측의 일방적인 미술관 추진 등을 비판하며 미술인들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한 범미총이 2개월여만에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그동안 운영위원회, 상임운영회의 등을 구성하고 미술관 건립에 대한 준비작업을 벌여온 범미총은 이날 공청회를 통해 정책연구팀을 구성, 전북대 이상조교수를 팀장으로하는 연구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정책연구팀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직제와 예산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과 전시, 교육, 심포지엄 등 기획전반에 대한 연구을 통해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연구팀은 이를 위해 미술관의 운영방안과 성격 등을 내용으로한 설문조사를 곧 시작한다. 이밖에도 범미총은 미술관 건립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주요 현한에 대한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활성화, 시민들과 미술인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4개항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범미총 유휴열위원장은 “범미총 소속 회원들이 도추진위에도 포함돼 있는만큼 그 통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좋은 미술관을 짓기 위해 제안과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현장에서는 운영위원과 참석 미술인들이 범미총 운영기금을 모금,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도립미술관 건립 추진은 이날 공청회로 미술인들의 분명한 입장이 정리되는 등 한층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사업 주체인 전북도가 지난 5월 미술관건립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 범미총의 정책제안 등이 과연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가는 미지수. 도의 입장이 그 변수의 중심에 들어섰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06.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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