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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입하] 온갖 나물들 입맛 돋워…여름 시작

입하는 양력 5월 6일경으로 곡우와 소만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 절기다. 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이 45로서 덥지도 춥지도 않고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기후라 했다.산과 들은 점점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그동안 변덕을 부리던 날씨는 안정을 되찾는다. 연한 초록빛을 띠던 나뭇잎이 점차 진한 녹색이 되고, 농작물곤충풀 등 세상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나며 여름의 문턱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기다.이 때, 농촌에서는 마련해 두었던 못자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간지방에서는 때때로 우박이 내려 옮겨심기 위해 씨앗을 뿌려 가꾼 어린 식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농작물이 말라 버리기도 한다.그래서 산간지방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해의 풍흉을 예측해 보는 풍속을 행하기도 했다.마을에 한두 그루씩 자라고 있는 이팝나무에 흰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것은 입춘 때의 보리 뿌리점과 매우 비슷하다.이맘 때 들판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을 뜯어 쌀가루와 한데 버무려 시루에 쪄서 먹었다. 향긋한 쑥 냄새와 쫀득한 찹쌀이 잘 어울려 별식이었다.이 때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고, 들에는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었다.이처럼 입하는 녹음이 무성하여 경치가 아름다워지는 절기이며,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는 때이다. 따라서 입하를 가리켜 계절의 여왕이라 불렀다고 한다.이 때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초하괴하유하라고도 한다.입(立)자가 드는 절기는 4계절의 초입을 뜻하는데, 입춘입하입추입동을 사립(四立)이라고 한다. 사립에 춘분하지추분동지를 합하면 팔절(八節)이 된다. 팔절에 부는 바람이 팔풍(八風)이요, 입하에 부는 바람은 청명풍(淸明風)이라고 한다.또한 여름을 주명절(朱明節)이라고도 한다.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색이 오색(五色)인데, 이 중에서 붉은색이 여름의 색이기에 붉을 주(朱)자를 쓰는 것이다.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옛날 황제(皇帝)가 입하 날에 남교(南郊)에서, 여름기운을 맞으면서 주명가(朱明歌)를 불렀다고 한다.옛 세시기에는 입하 15일을 5일씩 3후(候)로 초 후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에는 지령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 후에는 왕과(王瓜) 쥐 참외가 나온다고 했다. 음력에서는 보통 4, 5, 6월의 석 달을 여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입하 이후 입추 전날까지를 여름철로 규정 짖는다.입하는 8절기의 하나로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절기다. 위와 같은 풍조는 율력법이 제정된 이래의 행사로 옛 농경사회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5.05.06 23:02

"'드론' 말고 '무인기'"…국립국어원 4월 다듬은 말

"'드론'(drone) 말고 '무인기'를 쓰는 게 어떨까요."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는 4월의 다듬은 말로 '드론' 대신 '무인기',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대신 '즉시퇴출(제)'가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국어원은 지난달 417일 드론과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을 갈음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드론은 158건,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은 170건의 국민제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이에 지난달 29일 말다듬기위원회를 열어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의 유도에 의 해 비행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 항공기'를 이르는 드론의 순화어로 무인기를 선정했다.'공무원의 비리가 드러날 때 바로 직위 해제하거나 퇴출하는 제도'를 말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one strike out)의 순화어로는 즉시퇴출(제)이 꼽혔다.다음 달 다듬은 말 대상 단어는 '프로모션'(promotion), '안티에이징'(anti-aging), '원 포인트 레슨'(one point lesson), '사이드 메뉴'(side menu), '오디오 가 이드'(audio guide)다.자신이 제안한 말이 선정된 사람에게는 소정의 상품권을 지급한다.지금까지 다듬은 말은 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이나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인 '말터'(http://malteo.korean.go.kr)의 '이렇게 바꿨어요!' 난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5.05.04 23:02

어린이날, 호기심 가득 공연 풍성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각종 공연과 전시 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무주군 설천면 소재 태권도원은 어린이날은 물론, 스승의날(15일)까지 방문 가족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장애인 무료입장 및 일반 특별 할인행사(어른 50% 할인)를 진행한다.특히 5일까지는 태권도원 캐릭터(태랑진진백운도사)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존과 캐리커처 체험페이스페인팅어린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플라스틱 송판 격파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태권도 시범단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또 우표를 통해 태권도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태권도 우표전과 태권도원 스토리텔링 공모전 입상작 전시회 등 태권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준비했고, 체험관 이용 시 가상 겨루기와 태권 체조 등에 대한 50% 할인 혜택 및 무주 터미널에서 반디랜드를 경유해 태권도원까지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제공한다.남원시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은 어린이를 위한 창작창극 깨비 깨비 도깨비(송인현 대본, 지기학 연출)를 4일과 5일 오후 4시에 예원당에서 진행한다. 국립민속국악원의 대표 창작극 깨비 깨비 도깨비는 지난 2006년 초연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70여회가 넘는 공연을 펼치면서 관객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전북도 역시 전라북도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브랜드 공연 춘향과 새만금에서 펼쳐지는 아리울 스토리 관련, 5월 한 달 간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4일부터 8일까지는 전북 상설공연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 jbopenrun)을 통한 봄나들이 사진자랑이 진행되고, 이벤트 참가자를 대상으로 뮤지컬 춘향과 아리울 스토리의 초대권식사권 등을 제공한다. 또 전북예술회관 앞에서 오는 24일까지 가정의 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사랑의 메시지 보내기를 진행하며, 5일인 어린이날 당일에는 도청 앞에서 제13회 전국 어린이 벼룩시장을 연다. 가족사진 콘테스트 붕어빵 가족을 찾아라도 오는 17일까지 진행해 리조트 숙박권아쿠아월드 이용권 등의 상품을 지급한다.도립미술관에서는 가정의 달 특별전인 어린이를 위한 성찬 전시가 열리고 있다. 회화사진입체퍼포먼스서예 등의 작품과 체험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전주역사박물관을 찾으면 영화인형극전통놀이만들기 체험즉석가족사진 이벤트퍼즐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전북대는 출발 어린이 모험대로 이름 붙여진 어린이날 행사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소운동장을 비롯해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캠퍼스투어와 공연, 레크레이션, 다양한 체험 부스 등으로 진행한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5.04 23:02

전라삼현승무 문정근 명인 "춤은 인연이자 운명…흐름따라 자연에 맡겨야 "

조지훈 시인의 시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승무(僧舞)는 한국 전통춤의 백미다. 번뇌의 범속(凡俗)을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이르려는 불교 예술의 경지를 형상화 한, 인간 내면의 기쁨과 슬픔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 이지적(理智的)인 춤이 승무다. 관객을 등지고 북을 향한다거나, 머리에 고깔을 써 얼굴을 확연히 드러내지 않는 등의 동작은 무용수가 자신의 내면에 보다 집중해 예술 본연의 멋을 추구하고 자아낸다는 점에서 더욱 진솔한 메시지를 전한다.승무는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양태로 발전했다. 전라감영 소재지 전주에서는 농삼현(弄三絃)과 민삼현(民三鉉) 음악에 따른 승무가 발달했고, 이를 전라삼현승무라 한다. 잠시 명맥이 끊겼던 전라삼현승무는 문정근(63) 선생에 의해 복원재현돼 오늘에 이른다.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52호 문정근 명인은 이매방한영숙 선생으로부터 현존하는 2종의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했고, 전라삼현승무의 정자선-정형인-전광옥 선생과 정자선-박금슬 선생 양대 계보까지도 모두 섭렵한 유일한 무용인이다. 그를 지난 29일 전주시 덕진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약 60년 춤 세월의 도구가 돼 준 문 명인의 손목과 무릎에는 커다란 압박붕대가 자랑처럼 감겨있었다.버텨준 몸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몸 마디마디를 고맙다고 만져줄 때가 있어요. 관절이 사실 많이 상했습니다. 수술은 안 했고, 치료 많이 받고 있습니다.-춤과의 첫 인연이 궁금합니다.서너 살 애기 때 할머니가 절 업고 나가면 그 때부터 춤을 추기를 좋아했대요. 초등학교 1학년 학예회 때, 당시 완주 용덕 참 시골학교였는데도 남자인 저를 선생님이 무용을 시키셨어요.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계속 인연입니다. 선이 예쁘거나 하는 게 보이셨는지, 공연히 무용을 시켰겠어요. 5학년부터는 동생들 삼삼오오 모아놓고 음악책에 나오는 노래를 동작을 만들어 가르쳤습니다. 제대로 무용학원에 간 것은 고교 때 최선 선생님께 간 것이에요. 그런데 무용과가 아닌 전주교대로 진학했지요.-교단을 떠나 무용인의 길을 걷게 되셨단 말씀인데.교직에 7년을 몸담으며 참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싫지 않았어요. 특히 특별활동에서 무용을 맡아 아이들을 주말에도 불러 지도했는데, 다들 너무 잘하고 저도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운명이 이렇게 이끌었나, 인연 따라 가는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아 이게 인연이었구나 하는 생각, 모든 것을 초월했나 하는 생각입니다.(문 명인은 한성대 학부와 경희대 대학원을 거쳐 전북대에서 전라삼현승무 복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선생님께 춤이란 무엇인가요.인연이자 삶입니다. 춤을 좋아했고 열심히 노력했고, 나름대로 소품이든 대작이든 많이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도 잘 못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침에 항상 이곳에서 연습을 합니다. 승무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춤이기 때문에 15분 정도 추면 땀이 이렇게 납니다.-승무에 임하는 마음이 궁금합니다.20대 후반에 가톨릭 신자가 됐는데 오히려 불교 책을 더 많이 읽습니다(웃음). 가톨릭 입교 전부터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간이 왜 왔다 가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 그래서 그걸 다 깨달으려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선하게 이끌어 누구에게 마음이 끄달리지(꺼둘리지) 않는, 주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잔잔한 텅 빈 마음 자체를 찾아서 가는 것이지요. 사실 젊을 때는 욕심을 내서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 남보다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 과정 같습니다. 지금은 다 비운 허허로운 상태에서 흘러가는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가지고 자연대로 추는 게 좋겠다, 자연의 일부가 돼서 그대로 추는 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전라삼현승무 복원과 재현에 어려움이 크셨을 텐데.지난 2001년 착수해 약 4년 걸렸습니다. 문헌 기록 없이 전승돼 옛 선생들의 후손 주소를 수소문해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전광옥 선생님이 무용에 관심이 많아 전주농고시절 추시던 승무를 되살려내 고증을 받고, 이리 저리 해보시고 그 동작을 토대로 제가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과정들 속에서 이게 기네 아니네 하며 마음고생도 많았고, 포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뭔데 전주 승무를 찾겠다고 이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서울 이매방 선생님께는 크게 혼이났습니다. 선생님은 당신 것을 추길 원했는데, 전주까지 오셔서 한참 절 나무라셨어요.-전라삼현승무 복원에 큰 의지가 있으셨군요.예술은 그 지방 생활환경의 표현이기 때문에 각 지방마다의 춤이, 특히 승무와 살풀이는 뚜렷이 있어요. 근데 사람들은 남의 것만 좋게 보입니다. 사실 서울의 춤이 화려하고 작품도 좋아요. 본시 좋은 쪽으로만 따라가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것을 잃어버린 거예요. 전라삼현승무가 덜 화려하더라도 찾아내야 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원본과 아주 같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동작을 찾아낸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스승 복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전주에서는 최선김강수 선생님께 기본을 배웠고, 서울 가서 박금슬조흥동이매방배정혜김진걸 선생님, 김천흥 선생님께는 궁중정제도 배웠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일류 선생님들을 다 섭렵했네요. 한영숙 선생님께 직접 승무를 배운 게 얼마나 큰 복인가요. 이매방한영숙박금슬, 세 승무를 다 뗀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밖에 없을 겁니다.-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즘 예술 해서 먹고살기 힘들다보니 후배들이 많지 않아요. 자기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고, 편안히 생각하면서 꾸준히 연구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전라삼현승무를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는, 춤을 갈고 다듬고 발표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화, 특히 예술 하는 사람들은 많이 힘듭니다.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서 삶 자체도 힘들어요. 주변의 애정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전라삼현승무는] 파계승이 번뇌 잊으려는 춤경기 승무보다 강하고 센 맛승무와 전라삼현승무 모두 대삼소삼(大三小三, 강과 약)의 리듬과 춤사위가 오묘하게 조화돼 있다.승무는 불교가 한국에 수입됨과 동시에 전래된 무용으로, 춤사위는 장단의 변화에 따라 7마당으로 구성된다. 정중동동중정이 잘 표현돼 민속 무용의 정수로 꼽히며, 말미의 북 연타는 주술적인 힘을 발휘해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승무의 연원은 불교의식무용 중 법고춤 유래설과 민속무용 유래설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이 중 민속무용설에는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려고 춘 데서 비롯됐다는 설과,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고 북을 치며 추기 시작했다는 설, 김만중의 구운몽 유래설 등이 있다.문정근 명인에 따르면 전라삼현승무는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는 춤에 가깝다. 내면에 감춰진 정신과 심리적 갈등을 투박하고 당차게, 하지만 치밀하고 멋스럽게 승화시킨 작품이다. 또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대부분의 승무는 경기삼현음악을 쓰지만, 전북의 승무는 전라삼현음악을 사용해 큰 차이를 보인다. 삼현은 거문고가야금향비파의 3가지 현악기를 일컫는데, 전라삼현승무는 전라삼현육각(피리2, 대금1, 해금1, 장고1, 북1)에 맞춰 춘다. 이 중 전주 농삼현은 우조에 가까우며 관아에서 행했고, 백성들의 민삼현은 계면조에 가까웠다.맑고 낭창낭창한 경기 승무에 비해 전주 승무는 강하고 센 맛이 있다. 전라도의 경우 신명나는 농악과 판소리에 비해 풍류음악의 발달은 비교적 더뎠다. 예술은 삶의 반영인 만큼, 지역민들의 삶이 한 많고 힘들었을 것이라는 문 명인의 해석이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5.01 23:02

'한국전통문화전당' 문 열어…韓문화 융합 거점 도약 첫발

한국전통문화전당(전주시 경원동 소재)이 한문화 융합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한국전통문화전당은 29일 전당 공연장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이날 개원식에는 원용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상직 국회의원(전주 완산을),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수 전주시장, 박현규 전주시의회 의장,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 지역 문화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행사는 전통문화의 합(合)을 주제로 그동안의 전당 건립과정을 보여주는 프리젠테이션 및 홍보영상 상영, 개원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인사말에서 한지공예한식 등 전통문화의 대중화산업화세계화를 앞당기는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모두가 함께 향유하고 계승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개원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해온 전주에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개원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전당이 한국 전통문화 발전의 새로운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전주 한옥마을 인근 옛 전북도청 2청사 부지(1만9800㎡)에 전주시가 출연해 설립한 (재)한국전통문화전당은 지난 2009년 12월 착공, 2012년 6월 완공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초대 김동철 원장이 선임됐다.연면적 1만7140㎡(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전통문화창조센터공연동한지산업지원센터, 비빔밥 전문 음식점, 공방 등을 갖췄다.한편 한국전통문화전당은 다채로운 개원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다음달 30일까지 전당 열림동 기획전시실에서 고래를 품은 한지전을 주제로 한지 사진 전시전이 열린다. 또한 다음달 2일부터 나흘간 같은 공간에서 제21회 전국한지공예대전수상 작품이 전시된다.

  • 문화일반
  • 최명국
  • 2015.04.30 23:02

[②한옥체험] 공기 순환·습도 조절돼 숙면

한옥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있게 결합된 구조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독특한 주거형식이다. 한옥은 구조에서부터 재료에 이르기까지 장식적인 면보다 기능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였고, 특히 농본문화적인 특성을 가진 선조들에 의해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연유로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웰빙의 치유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한옥이 한옥답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어야 한다. 한옥에서의 숙박체험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연과의 조화에서 오는 숙면의 기억이 남았다면 그들은 다시 한옥을 찾게 될 것이다.한옥의 대표적인 기능은 자연과의 호흡, 즉 공기가 순환 한다는 것이다.한옥의 한지창호는 숨을 쉴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다. 한지가 숨을 쉰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한지창호는 외부의 시선은 막아주고 외부의 공기는 통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 서양의 문은 청각, 시각, 촉각을 모두 차단하는 반면 한옥의 한지창호는 시각만을 차단할 뿐 청각과 촉각은 그대로 유지한다. 심지어 옛 선조들은 한지에 꽃잎을 넣어 자연의 향기까지 품을 수 있도록 하였고, 한지 특유의 호흡기능으로 내부와 외부의 급격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일정부분 조절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한지창호, 한지벽지, 한지장판으로 구성된 주거 환경은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 공간으로 환영받고 있다.그러나 우리가 한옥을 이야기 할 때 아직도 한옥의 장식적인 형태만을 거론 하는 경향이 있어 진정한 의미의 한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지창호도 마찬가지로 한지창호가 갖고 있는 기능보다 한지창호가 보여주는 장식적인 면만을 이야기 하곤 한다.요즘같이 황사가 심한 계절에는 모든 주택에서 문도 열지 못하고 막혀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사실 막혀진 공간 환경은 어쩌면 외부의 황사공기 보다도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사의 황사대비요령 방송에서도 문을 닫고 있지만 반드시 중간 중간 환기를 시키라는 주의를 잊지 않는다.이런 환경에서 한지창호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한지창호의 한지는 황사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먼지는 걸러주고 공기는 통과시켜주기 때문이다. 물론 습도까지도 통하게 한다. 사실 한지는 천연 습도 조절기능이 있다. 습도가 많으면 습도를 품고 습도가 적으면 품고 있던 습도를 내뿜는다. 이런 현상은 겨울철 방안의 온기로 건조해진 공기에 바깥의 습도를 빨아드리는 기능을 하여 자동으로 내부의 습도를 조절해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 어렸을 적 한지문틀 옆에서 자다보면 코끝이 시리는 한기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한지의 호흡현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한지의 기능을 아파트의 창호에 디자인적용 한다면 훌륭한 제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지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연하게 천연옻칠을 입힌다면 옻칠의 항균작용이 더해져 천혜의 친환경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요즘 한옥마을에는 새로운 한옥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가까이 들여다보곤 하는데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한지의 호흡 기능을 무시하고 앞뒤로 두툼한 유리로 가둬버린 디자인이 많이 보인다. 물론 관리가 어려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한옥이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곤 한다.바로 며칠 전 학생들과 경기전에 들러 견학을 하는 중에 경기전 담 바로 옆에 새롭게 신축하는 콘크리트건물을 보게 되었는데, 육중한 콘크리트 골격 위에 거창한 기와지붕이 올려지고 있었다. 차라리 양옥을 짓지 왜 한옥이라 하면서 한옥의 가치를 떨어트리는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기와만 올린다고 한옥이 되지는 않는다. 한옥이 되기 위해서는 한옥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기가 순환되고 습도가 조절되며 천연재료로부터 인체에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의 진정한 가치는 형상이 아닌 문화 안에 담겨진 선조의 지혜가 담긴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5.04.23 23:02

석공예 명장 김 옥수 명인 "신도들이 불상 보며 마음의 평안 얻을 때 가장 보람"

익산(益山) 금마(金馬)면 일원은 옛 삼한 중 최대 세력을 자랑했던 마한(馬韓)의 중심부였고, 백제 말기의 수도였으며, 왕궁리 유적지와 동양 최대의 절터 미륵사지를 보유한 한반도의 고도(古都)이다.국내 정치문화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 지역에서는 예부터 돌 문화가 크게 번성했다. 전탑과 목탑이 발달한 중국일본에 비해 석탑이 발달한 한국에서 석재 자원이 풍부한 익산이 과거에 주목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15일 익산 일심석재를 찾아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6호 김옥수(61) 명인을 만났다.사람이 살면서 발 디디는 모든 것에 돌을 필요로 합니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깔고 항만을 만들고 석축을 쌓고 댐을 막는데도 70%가 돌이 들어갑니다. 한국에 돌이 흔하니 사람들이 소중함을 모르는데, 돌은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입니다. 김 명인은 돌의 가치를 강조하며, 특히 수 천년에 이르는 한국 석재문화 형성에 익산의 황등석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석공예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시골에 살면서 부모님이 경제적인 문제로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보성군 득량면에서 14세까지 살았는데, 당시 5월 보리 벨 때 낫 던지고 도망 나와 무작정 상경했지요. 고향 선배들을 찾아가 처음 1년간 삼양동과 장충동 등지에서 간장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15세) 망우리에 가 석재기술을 배웠어요. 3년 3개월만에 기술을 마스터했습니다. 손재주가 좋기도 했지만, 쇠자로 맞아가며 도제식으로 정말 혹독하게 배웠습니다.-익산에 정착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익산에 온지 딱 30년 됐습니다. 이곳은 황등석 산지이기 때문에 자재 조달이 쉽고, 자유수출지역이 있어 일본으로 수출한다던가 하는 판매 여건이 예부터 좋았습니다. 사업 조건이 좋은 셈이지요. 1985년 당시에 직원이 약 200명 있던 동양석재라는 일본인 회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스카웃 돼 4년을 근무했어요. 그 이후 일심석재를 설립했습니다. 사업자 등록은 1992년이지만, 3년 정도 앞서 시작했지요. 옛날엔 다 그렇게 했습니다.-요즘도 절 등에서 석불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작업을 직접 하시는지.그럼요. 사찰에서 여전히 많이 필요로 합니다. 전국 웬만한 사찰의 불상이나 석탑, 석등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산소일이나 조형물 등 돌과 관련된 작업은 다 합니다. 요즘 진폐증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으니 중요한 부분 위주로 작업합니다. 불상은 얼굴이 중요합니다. 모든 예술은 얼굴 묘사가 가장 어렵습니다. 동물상과 달리 사람 얼굴은 여차하면 할아버지 얼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만은 직접 작업합니다.-작업을 하시며 담는 정신은 무엇인가요. 철학이 궁금합니다.사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천직으로 생각하는 만큼 정말 훌륭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소비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이 되길 바라는 게 제 평생의 지론입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러 와서 기분 좋게 갈 수 있도록, 니즈(needs)를 만족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석공도 예술인만큼, 이를 위해서는 정성과 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사람 손으로 깎아내는 것이지 않습니까. 불상을 다루는 사람을 불모(佛母)라 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유지한 채 작업합니다. 그래서 내가 전에 부처님을 모신 후 수많은 신도들이 올 때, 불상을 보며 다들 좋아하고 내게 감사한 마음을 표할 때 참 뿌듯합니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생기는 제일 보람된 순간이지요.-한중일 3국 불상의 특징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우리나라 불상은 이른바 동양적인 얼굴입니다. 한국인들은 좀 둥글고 통통한 걸 좋아하지요. 반면 일본인들은 불상이 갸름하고 날씬한 걸 좋아합니다. 삼국 중 한국 불상에서 편안함이나 자비로움이 제일 많이 읽힙니다. 한국인 성향에 중국 불상은 안 좋게 생각합니다. 눈이 튀어나오고 표현이 강하거든요. 온화한 표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지척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 복원이 지체되고 있습니다.사실 미륵사지 때문에 잡음이 많습니다.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어요. 지역에 가까이 계시는 분들께 자문과 협조를 구하면 좋은데, 그동안 그런 게 아주 부족했지요. 내 지역 제일가는 석재 문화재 아닙니까. 시간이 되면 언제든 같이 상의 할 텐데, 안 불러주는 석공이 가서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기술력이 없어 복원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의견 충돌이 잦다 보니 일이 지연되고 중단되는 거예요. 안타깝습니다.-석재 산업발전에 걸림돌이라면.황등석을 그간 많이 채취해 매장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익산에 아직 미개발 석산이 꽤 있기 때문에 새로 개발하면 좋은데, 돌을 캔 후 복구비가 너무 비싸다 보니 사업자들이 석산 개발 엄두를 못 내요. 가로 세로 30㎝ 당 2년전에 비해 2000원이 올랐습니다. 이처럼 원자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면 돌(원석) 값이 계속 오릅니다. 인건비도 오르죠. 하지만 완제품 판매 단가는 그 비율로 올릴 수가 없어요. 석재 업체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기능공 양성이 안 되고 있어요. 돌이 많아도 기능공이 없으면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지요. 제가 2000년도 이전부터 기능공 양성 학교를 세워보려고 무척 노력을 했는데, 행정력이나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안 됐습니다. 국가에 건의를 해보면 그 순간만 넘어가 버리고 유야무야 돼요. 기능공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설이 있어야 수 천년을 이어온 한국 석재 문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숙제입니다.△김옥수 명인의 돌 사랑김 명인은 사)돌문화보존회를 12년째 이끌고 있다. 기능공 양성국보급 문화재 석재 보수각종 석재 사업 관련 정보 교환기술력 강화 등을 꾀하는 단체다. 이곳을 중심으로 민속 돌 다루기를 추진하고 있다. 민속 돌 다루기란 과거 산에서 돌을 채취해 운반하고 가공해 터를 다져서 세우는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다.그는 민속 돌 다루기 과정이라는 책자도 발간했다. 돌 다루기 놀이 전(全) 과정과 영차 영차하는 노동요 등을 작사했다. 그는 한국 석재 산업이 수 천년 동안 찬란했으며, 훌륭한 민속놀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2010 전북 민속예술축제에서 익산 돌 다루기 놀이(탑성놀이)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익산 '황등석'- 쓰임새 제일 많은 국내 최고 화강암익산시 황등면과 금마면함열읍 등 전북 최북단에서 생산되는 황등석은 화강암으로, 국내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고 유명한 돌로 꼽힌다. 김옥수 명장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150여 가지의 돌 중 황등석의 쓰임새가 다방면에 걸쳐 제일 많다. 하얀 회백색인 황등석은 물을 뿌리거나 비를 맡으면 쑥색 비슷한 색이 나와 미관상 보기가 매우 좋다. 철분 함유량이 적고 돌 강도도 좋아 건축 자재나 조각, 각종 석재 조형물에 적합한 재질로 평가받는다. 생산량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익산지역에 미개발 석산도 많은 상황이다. 익산지역 화강암의 매장 규모는 107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익산의 석재산업은 1915년 이리역 개통으로 인해 익산이 전라도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또 1973년 수출자유지역 지정도 산업 부흥에 큰 몫을 했다. 지난 1992년에는 익산의 석재 생산량이 전국의 70% 가량을 차지했다는 기록도 있다. 익산 외 전국 유명 석재 산지로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경기 포천시전남 고흥군경남 거창군 등이 꼽힌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4.17 23:02

⑥곡우 - 대지는 촉촉…볍씨 싹 틔우기 분주

곡우는 양력 4월 20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다. 이 때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30로서 나무와 풀이 자라는데 필요한 봄비가 촉촉이 내려, 산과 들판의 모든 초목에 푸른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곡우는 봄철 여섯 절기 중 마지막 절기다.우리 조상들은 곡우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든다고 했다. 곡우 때 가뭄이 오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곡우 때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고도 했다.곡우가 되면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촉촉이 내린 봄비로 대지가 말랑말랑해져서 고구마 싹을 틔우고 여러 가지 봄 채소 씨 뿌리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수리시설이 미비하여 곡우 무렵에 내린 빗물로 못자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비 오기만 기다렸다.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하여 볍씨를 담갔는데, 여러 가지 풍속과 금기사항이 많았다.볍씨를 담가 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었다. 상가(喪家)에 가거나 부정(不淨)한 것을 본 사람은 사립문 밖에 불을 놓고, 그 위를 넘어가게 하여 악귀를 몰아내거나 소금을 뿌린 다음에 집 안에 들였다. 집안에서도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있다.일부 지방에서는 사시(巳時)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그 시간을 피했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또한, 금기사항으로 이날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기도 했다. 그리고 볍씨를 담글 때 방아를 찧으면 쌀눈이 깨지는 소리에 볍씨가 놀라, 싹을 틔우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어 방아를 찧지 않았다.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이 무렵에 볍씨를 내어주며 못자리를 하기 위해 죄인도 잡아가지 않았다고 한다.조선 시대에는 임금이 농사의 신인 신농씨(神農氏)후직씨(后稷氏)에게 제사를 올리는 선농대제를 지냈다.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이들 농신(農神)에게 제사를 올린 뒤, 친히 쟁기질을 하며 선농의식 행사를 하였다. 선농대제는 1910년 경술국치 후 중단되었다가, 1979년 부활 되었으며, 1992년부터 당국에서 매년 4월 30일 선농대제 축제를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에서 시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농사 위주로 선조들이 행했던 풍속과 농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곡우 때는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로, 이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하여 산 다래고로쇠나무자작나무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마셨다. 요즈음도 곡우 날을 전후해서 깊은 산골에서 약수제가 열린다.곡우 때는 목화씨를 심는 적기다,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1329~1398) 선생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취하여 경남 함양에 시배(始培)하므로, 헐벗은 국민들에게 의류문명을 개혁한 공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제사상에는 필수요, 서해의 고기 중에 왕으로 여기는 것이 조기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하여 충남의 격렬비열도 까지 올라온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 한다, 알이 많이 들어있고 맛이 좋다, 그래서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예나 지금이나 농가에서는 곡우 무렵은 아주 중요한 때다. 볍씨, 목화씨, 고구마 등, 각종 채소 씨들의 싹을 틔우는 농부의 일손이 바쁘다. 산에서는 나무 수액을, 바다에서는 알이 꽉 찬 조기를 섭취하므로 인간 삶이 희망적이며 즐거운 절기다.본격적인 농사일과 여러 가지 풍속들로 의미 있는 절기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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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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