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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속에 자유 열망 불어넣고

'의자에 낀 풍선''십자가에 매달린 풍선''자석에 붙은 풍선''풍선 위에 누워있는 어린 아이'젊은 조각가 박광현씨(37)가 첫 개인전에 '풍선'을 등장시켰다(10일까지 전북대 박물관 야외광장). '세상의 시작'이라는 명제를 달고서다. 작가의 꿈과 희망,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풍선을 통해 표출됐다. 풍선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풍선 꼭지를 땅에 박아놓은 작품 앞에 '세상의 시작'이라는, 이번 전시회 주제의 작품명이 붙었다. 풍선 꼭지에서 인간의 배꼽을 연상하고, 신생아는 배꼽을 얻는 순간 세상의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풍선의 꼭지에서 지구의 탄생의 흔적을 이야기 하려는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고 재치가 있다.그가 풍선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아들의 풍선놀이였다고 한다. 아들이 가지고 놀던 풍선을 자꾸 의자에 끼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풍선과 물체의 관계를 생각하고 나아가 세상과의 관계로 사고의 범위를 확대했다. 입방체에 같힌 풍선과, 풍선을 가둔 입방체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러냈고, 십자가에 매달린 풍선에서 구도자적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북대 미술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제8회 온고을미술대전 조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2 23:02

인디필름 성찬…마니아들 욕심나겠네

1일 개막한 2012 전북독립영화제가 6일까지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전북대 건지아트홀·전주메가박스에서 이어진다. (사)전북독립영화협회·전북독립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영호)가 주최한 올해 영화제는 '안녕하세요! 전국영화자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쟁 부문(국내 경쟁·온고을)을 포함한 장·단편까지 33편 영화가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만 진행했던 상영관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로 확장해 영화제의 무대를 넓혔다. 영화제는 개막작 '세 도시 이야기 2', '그 여자'로 열고, 폐막작'벌거숭이'로 닫는다. '세 도시 이야기'는 한국독립영화제연대 소속의 대전·부산·전북 영화인들이 야구를 소재로 옴니버스 영화. 조미혜 감독의 '그 여자'는 트랜스젠더인 여성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을 표현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에서 처음 소개됐던 '앙코르와트'를 재촬영·편집한 박상훈 감독의 '벌거숭이'는 가족을 살해한 한 남성의 트라우마를 보여준 다소 도발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초청 섹션에서는 지난 1년 간 발표된 독립영화 중 작품성 등을 보여준 두 편의 장편영화'가족 시네마'와 '말하는 건축가'를 선정했다. 올해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CGV 무비꼴라주상을 수상한 '가족 시네마'는 출산과 육아를 주제로 현대사회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4편을 묶은 것. 여기에 포함된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뤼상을 수상한 기대작이다.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는 기적의 도서관으로 유명한 故 건축가 정기용의 마지막 여정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입소문 만으로도 4만여 명을 불러들인 주목작이었으나, 전주에서는 처음 소개된다. 장희철 감독의 '미스진은 예쁘다' 등을 비롯한 한국독립영화제연대 소속 대전·부산독립영화에서 수상작들도 함께 한다. 폐막식은 6일 오후 7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문의 063)282-3176, www.jifa.or.kr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2 23:02

'연암'이 우울증 짐승?…웃음 포탄 작렬

조선 후기 대표적인 금서(禁書)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은 젊은 날 우울증을 앓았다. 그때부터 그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꿀꿀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작품에선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가 가득하다. '열하일기'는 여정, 유머, 우정, 유목이라는 네 가지 열쇳말로 요약된다. 전주시립극단이 내놓은 '열하일기만보'(연출 류경호·작 배삼식)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연암'을 말(馬)도 나귀도 아닌 네발 짐승으로, 마부였던 창대를 연암의 주인으로 등장시키는 이 작품은 극도로 만화적인 캐릭터로 빚어내 자칫 지루할 뻔한 연극을 구해낸다. 병적인 호기심 때문에 불면증과 거식증을 동반한 우울증을 앓았던 박지원의 모습이 '연암'의 그것과 겹친다. 허허벌판에 위치한 '열하 마을'. 우울증을 앓던 연암은 말을 하게 되면서 사건이 굴러간다. 연암의 '이상한' 증상으로 마을 원로들은 연암을 첩자로 몰아 "기이한 것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난데없이 사형 선고를 받게 된 연암을 살리기 위해 창대는 연암이 병에 걸린 것이라고 애걸복걸하고, 마을 사람들 역시 창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형 집행은 유보된다.황제가 보낸 어사가 등장하면서 극은 급회전을 한다. 특이한 것을 찾아오지 않으면 마을은 물론 마을 사람들까지 없애버리겠다는 어사의 으름장 때문이다. 모래와 바람뿐인 이 마을에서 기이한 건 연암밖에 없다. 연암은 모두 이 마을을 떠나 방랑하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열하마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고조영 국영숙 김영주 백민기 서유정 서주희 서형화 소종호 신유철 안대원 안세형 염정숙 이병옥 전춘근 정경림 최균 홍자연 홍지예씨가 출연한다. '열하일기만보'는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3·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일반석은 1만5000원이며 청소년 1만원, 가족권 3만원, 연인권 2만원이다. 문의 063)273-1044.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2 23:02

투병 사선 넘나들며 불멸의 긍지 보여줘

화가이며 시인인 진상순(71) 전 김제문인협회 지부장이 세계시문학연구회(회장 김정웅)이 수여하는 제26회 가야금관왕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학의 정서' (2010년 12월, 을지출판공사). 1986년 제정된'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수상자에게는 금관을 만들어 선물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왕 제도가 시행된 가야국 김수로왕이 쓴 금관을 재연한 것이다.수상자인 진 시인은 97년 월간'한국시'로 등단한 뒤 '여유볕 뜨는 날''바람이 나무에 걸터앉은 이유''더러는 이런 날도' 등 4권의 시집을 낸 여류 시인이다. 김정웅·윤해규 심사위원은 "선천적으로 자연을 음미하는 시의 창의력과 미적 묘사를 절묘하게 그려내는 독특한 여류 걸사로, 서정의 본 모습을 지성적으로 지켜주는 시인이다"고 수상자를 평가했다. 또 "수없는 투병으로 사선을 넘나들며 고통의 늪에서 역격을 극복하여 불멸의 혼을 일으킨 자만이 시가 나올 수 있다는 체험을 긍지를 내보이기도 했다"고 심사평에 덧붙여졌다.진 시인의 작품은 불교적 윤회의 세계관과 언어에 의한 관념적 관찰로 압축시킬 수 있으며, 특히 '학의 정서'에서는 그의 섬세하고 올곧게 살아온 삶의 촉각이 모정(慕情)의 빛에 투영돼 사모의 세계로 모든 설움을 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한국화예총 회장·전북 기린문학 부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시 문학대상·노산문학상을 수상했다.세계시문학연구회는 고창에서 활동하는 김정웅 시인이 세계 서정시 교류를 위해 지난 1982년 창립했으며, 30호를 이어온 동인지'세계시문학'을 통해 지금까지 60여개국 800여명의 시인들이 시문학으로 교류해왔다.시상식은 9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진 시인 외에 정송전·노정애·정진수 시인 등 4명이 올 수상자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2 23:02

종교의 벽 허물고 걷는 240km

전북도와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이 '2012 세계순례대회'를 처음 열고 종교 화합의 걸음을 내딛는다. 1일부터 11일까지 아름다운 순례길(전주~완주~김제~익산240㎞)에서 열리는 세계순례대회는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를 주제로 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와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가한다. 1일 전주 풍남문 광장 개막식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9박10일간 도보 순례를 한다. 도보 순례는 한옥마을~송광사, 송광사~천호성지, 천호성지~나바위, 나바위~미륵사지, 미륵사지~초남이, 초남이~금산사, 금산사~수류, 수류~모악산, 모악산~한옥마을 등 총 9가지 코스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스님신부교무목사 등의 안내로 매일 7~8시간 20~30㎞씩 걷는다. 순례대회 기간에는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순례 음악회'와 가수 김태원(그룹 '부활'의 멤버)이 진행하는 '순례 토크쇼'가 기다리고 있고, 각 종단 지도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화합을 다지는 '순례 한마당'과 순교와 박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지에서는 종교마다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 교류의 장'도 이어진다.순례대회의 꽃은 세계순례포럼이다. 전북에 개신교 씨앗을 뿌린 네인놀즈 선교사 후손, 로마 교황청의 순례특사인 조셉 칼라피 파람빌 대주교, 티베트 종교문화부의 피마친조르 장관, 세계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를 맡는 이오은 원불교 교무 등이 참석한다.김수곤 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장은 "세계순례대회는 4대 종단이 종교간 화합을 이끌어낸 전북에서만 열 수 있는 행사"라면서 "순례자들이 맹목적으로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북의 자연과 문화유산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1 23:02

① 전북 음식의 현주소 - '족보'없는 전통식 고집…'그 나물에 그 밥상' 전락

전주시가 유네스코 공인 '맛의 도시'가 됐다. 유네스코가 인정한'맛의 도시'는 콜롬비아의 포파얀(2005), 중국의 청두(2010), 스웨덴의 외스테르순드(2010)로 전주는 네 번째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근'전북은 음식의 고장'이라는 평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별한 맛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온 관광객들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해서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지역 식재료의 중요성을 간과한 전북 음식의 현주소를 짚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음식 부문으로 선정된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전주비빔밥 비싸다? 근데 맛은 왜 비슷해가격이 비싸다고 비난을 받은 전주 비빕밥을 예로 들어보자. 비빔밥 업체들은 "반찬이 거의 필요 없는 값싼 비빔밥 보다는 한 상 푸짐하게 내놓는 전주 비빔밥상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을 곁들인 비빔밥 정식으로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받는 꼼수"라고 맞받아친다. 이 같은 논란의 불씨는 일부 업체들이 내놓는 비빔밥 정식에서 비롯됐으나, 사실 전주비빔밥 맛이 다른 지역의 비빔밥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오랜 불만에서 나온 것이다. 계절별 지역 식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은 제쳐두더라도 같은 식재료라 하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야 하지만 비슷비슷한 맛이라는 것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쉽게 수긍하는 바다.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주비빔밥을 옛 것 그대로 지켜온 장인들과 이미 다국적 음식을 접해본 현대인의 입맛 사이에서 충돌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역사적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비빔밥을 만드는 장인들과 그런 비빔밥이 오히려 음식을 박제화하고 있다는 반론이 공존해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전주비빔밥 맛이 다 똑같다. 비빔밥의 고장이라고 하면, 집집마다 서로 다른 비빔밥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절에 따른 식재료로 사용해 비빔을 내놓는 집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음식의 정체성 핵심은 지역의 제철 식재료2000년대 들어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인이 즐기도록 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한국 음식의 정의와 범위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은 전 세계의 식재료, 각양각색의 조리법이 동원될 수 있다. 세대에 따라 정갈한 조선 사대부 상차림부터 불판에 지글지글 삼겹살 굽고 소주를 곁들이는 왁자지껄한 판까지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음식, 더 나아가 전라도 음식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까. 음식문화가 발달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미식가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일본 음식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핵심은 그 음식을 이루고 있는 그 나라의 식재료다. 지난 9월 '제3회 문화소통포럼'에서 한국 음식의 경쟁력을 이야기한 프랑스 요리 인간문화재 에리크 트로숑은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카보(locavore) 운동'을 언급했다. '로카보 운동'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운송하는 식재료 대신 신선한 지역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먹자는 운동. 결국 프랑스 음식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핵심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란 뜻이다. 전라도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주강현 우리문화연구소 소장(제주대 석좌교수)이 2009년 전주시의 '전주 음식 스토리 개발사업'의 연구물로 펴낸 '전주 음식'(전주 음식의 DNA와 한브랜드 전략)은 슬로푸드로 간주한 전주 음식의 주된 재료인 콩을 재발견한 선례. 단순한 조리법 소개가 아닌 전주콩나물국밥과 전주 비빕밥에 쓰이는 식재료인 콩의 DNA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주 음식'의 필진으로 참여한 박경하 중앙대 교수는 당시 "미쉐린 별 세 개를 얻은 일본의 유명한 스시집 주인의 가장 관심사는 다름 아닌 쌀, 원료에 있었다. 찰진 쌀 그리고 그 쌀을 섞어주는 스시의 맛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먹을거리의 주소 성명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통 조리법에 갇힌 지역의 귀한 식재료 많아전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색다른 식재료가 많다. 고창 보리와 보리싹(봄)복분자(여름), 군산 '울외'(가을넝쿨 식물로 절임 형태)박대(겨울), 김제 찐 쌀(가을), 남원 미꾸라지와 시래기(가을), 부안 조개류(봄)와 꾸지뽕(가을), 순창 도라지(가을), 완주 고종시(곶감 홍시가을), 익산 마와 무(겨울), 임실 고추고구마(가을), 정읍 양하(생강과 비슷한 채소여름)와 녹두(가을), 진안 뽕잎(봄)과 오디머루(가을) 등이다. 그러나 지역 식재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보니, 일부 귀한 제철 식재료의 가치를 먼저 알고 싹쓸이하거나 그 종자를 가져가 자기들의 식재료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남원에서 추어탕어죽 등에 넣어 매운 맛을 내는 초피나무 열매는 우리나라에선 고추가 대신하면서 잘 쓰이지 않게 됐으나 일본에서 일찌감치 가치를 알고 한국의 종자까지 가져가 재배하고 분말화해 전 세계에 팔고 있다. 후추의 매운 맛이 나면서 독특한 아로마 향을 지니고 있어 '동양의 신비한 후추'로 여겨지는 초피는 중국 사천요리에 가미 돼 '중국식 후추'(Chinese Pepper), 일본에서는 '일본식 후추'(Japanese pepper)라고 표기해 전 세계에 뿌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외식업 관계자들이 전국의 음식 축제를 방문하는 이유가 한국에 직접 와서 식재료 생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고춧가루만 하더라도 산지별 고추의 특성, 고춧가루 분쇄 방법과 입자 크기에 맞는 맛과 향의 차이, 심지어 가짜 태양초 제조 방법까지 알 정도로 한국 식재료에 관한 정보를 꿰고 있는 업체까지 있다. △ 식재료 가치 파악정보화 콘텐츠화 필요 전북 음식의 맛이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평준화가 된 것은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 식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다소 생소하다 싶을 만큼 각 지역에서 희귀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대부분 장아찌 등과 같은 반찬 정도에 머물러 있다 보니, 그에 맞는 조리법 개발이 전혀 없는 상황. 지역 식재료로 조리법을 개선한다면 대중화, 더 나아가 세계화까지도 가능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게을리 하고 있다.더욱 문제는 이 같은 식재료에 관한 정보가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이 조금씩 언급하고 있으나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연구한 자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대목이다. 게다가 식재료에 관한 정보들이 음식업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초피나무의 열매를 사다가 음식에 응용하고 싶어도 초피의 특징, 이와 비슷한 산초나무 열매와의 차이점, 산지별 생산시기와 가공법, 보관 방법, 가격, 구매처 등에 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전북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전국 최초로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된 전주시가 힘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결국 전북 음식의 정체성을 찾자면 전북에서만 구할 수 있고, 전북에서 나는 것이 제일 맛있는 식재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맞는 고유성을 응축시킨 것인 만큼 식재료를 통해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 브랜드화를 위한 스타일 개발이나 조리법 정리 보다는 한국 식재료에 대한 가치 파악, 정보화 및 콘텐츠화가 먼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1 23:02

"소리축제, 판소리 대중화 성공"

제12회 전주세계소리축제(9월13~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한옥마을)의 최고 수확은 22만 관람객이다. 문화마케팅 업체'기분좋은 QX'가 제출한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총 22만8000여 명으로 태풍'산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유료무료 관람객 수가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료 공연의 좌석 점유율은 90.1%, 초대권을 제외한 순수 유료 좌석 점유율은 75.3%로 나타났다. 축제 만족도 역시 50.6%(만족)37.5%(보통)으로 만족이라는 반응이 다소 높았으며, 특히 프로그램 면에서 70.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올해 신설된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의 경우 전 공연 매진을 비롯해 다른 판소리 공연 프로그램도 100%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처럼 관람객 만족도가 높아진 요인으로는 판소리 원형부터 창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프로그램, 해외 음악인과의 교류를 담아낸 실험성 있는 무대, 한옥에서 즐기는 판소리 공연에 대한 차별성 등을 꼽았다. 성공적인 축제 운영이라는 자체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계는 여전히 소리축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소리축제가 차별화된 브랜드 공연을 내놓기 보다는 스타 마케팅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서다. 12회를 넘겼건만 소리축제를 각인시킬 공연 보다는 김형석박칼린 집행위원장이 먼저 떠오르는 게 소리축제의 현주소. 전북도가 갈피를 못잡는 브랜드 공연의 콘셉트를 소리축제에서 발굴하려 했다가 접었다는 후문은 소리축제가 이젠 대표 브랜드 공연을 내놔야 할 때라는 말과 같다. 문제는 두 집행위원장이 너무 바빠서 혹은 상근직이 아니여서 충분한 관심을 갖고 참신한 기획력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지역 문화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는 두 집행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포함된다. 33명의 조직위원(조직위원장집행위원장 포함)마저도 소리축제의 방향성에 관한 형식적 논의만 하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내부 지적은 이를 뒷받침한다. 집행부가 지역 문화계와 담을 쌓고 축제를 치르다 보면 위기가 찾아올 때 빛이 바래진다. 올해 소리축제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다양한 행사를 연계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지만, 조직위 말고는 축제 전반의 방향성에 관한 소통은 거의 제한돼 있다. 지역 문화계와 같이 소통협력하면서 소리축제의 방향성을 고민할 줄 아는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화려한 스타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역과 하나된 열린 판으로 거듭나는 모델이 축제와 더 어울리는 조합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1 23:02

지수영 전주영상위원회 기획홍보팀장 - 교육·홍보·회계까지 '악바리 살림꾼'

전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장호 감독은 전주를 '촬영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는다. 전통과 현대가 어울린 시가지가 거대한 촬영 세트나 마찬가지인 데다 촬영 지원체계도 가장 잘 갖춘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전북을 배경으로 한 영화·영상물의 촬영이 늘어나 전북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전북의 상징물들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전주시의 영화·영상 산업을 뒷받침하는 전주영상위원회(이하 전주영상위) 덕분이다. 전주영상위가 바빠질수록 기획홍보팀장 지수영(33)씨는 도통 여유가 없다. 12월 출산을 앞두고 최근엔 몸이 잔뜩 무거워져 버겁지만, 벌려놓은 일이 많아 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영상위에서 기획홍보팀장의 업무 범위는 로케이션 매니저 외에 교육·홍보·회계까지. 2003년 전남영상위원회 시작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온몸으로 부딪쳐 일해온 덕분에 2007년 전주영상위원회에 와서도 '일복'은 이어졌다. "여자이다 보니 현장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 선택한 영상위라지만, '악바리'가 아니면 이곳 역시 버티기 힘든 또 다른 전쟁터. "고등학교 이후로 집안에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말은 괜한 자기 자랑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 보도자료 쓰는 법을 익히기 위해 기자에게 기사작성법 지도를 받았다. 1년을 트레이닝 한 뒤에서야 기사 작성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전주영상위가 운영하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 J1스튜디오와 야외촬영센터에서는 '쌍화점'을 시작으로 '하모니', '최종병기 활', '평양성' 등 지난해 53편을 포함해 그간 439편의 영화·영상물을 유치해 672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뒀다. 최근에도 드라마'보고 싶다'(가제·박유천 윤은혜 출연)와'조선 미녀 삼총사'(하지원 강예원 가인 출연), '관상'(송강호 이정재 출연), '마이쌤'(나의 파바로티·한석규 이제훈 출연)까지 촬영되거나 예정이어서 '전주 = 영화·영상 도시'라는 공식이 반기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전주 영화 제작 인큐베이션, 전주 시나리오 스쿨(장·단편), 전주 영화 제작 인력 인턴 모집, 전주 로케이션 인센티브 등은 전주영상위가 해오고 있는 굵직한 사업은 20개가 훌쩍 넘는다. 특히 전주 영화 제작 인력 인턴 이나 전주 영화세트 제작 마스터링 워크숍, 전주 영화인을 위한 극영화 피칭 교육 등은 전주영상위가 발굴해 안팎의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 그는 "전주 영화 제작인력 인턴 과정을 거친 친구들이 PD·미술팀장·제작실장 등으로 성장해 영화를 찍기 위해 다시 전주로 돌아오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세트장을 관리·감독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영화세트 마스터링 워크숍, 영화 제작지원금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훈련시키는 피칭 교육 등은 단순히 영화의 제작 지원을 넘어서서 영화 인력까지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프로그램". 그러나 전주영상위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좋은 사업을 선점하더라도 부산영상위 등과 같이 다른 지역의 영상위가 막대한 자본으로 이를 본 뜬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전주가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도 속상함과 뿌듯함을 교차되는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올해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두 번째 실내스튜디오'J2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전주 상림동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 792㎡ 규모(2층)로 지어진 J2스튜디오는 병원 응급실과 경찰서 유치장 등 특수공간 세트를 구성해 다른 지역과 차별성 있게 운영될 예정. 그는 "특수 스튜디오까지 갖춰낸 노력이 전주를 영화·영상의 도시 메카로 자리잡게 하는 결실로 이어졌으면 한다"면서 "전주가 충무로·부산과 함께 한국 영화산업의 트라이앵글이 될 수 있도록 안팎의 지원에 힘쓰겠다 "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1 23:02

'누드와 앉아있는 남자'에 꽂힌 시선

지난 19일부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갖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개관 10일만에 1만5000명의 관람객을 돌파했으며, 입장수입도 8000만원대에 이른다. 적게는 2만명 정도 관람을 예상했던 상황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한 상황이다. 이런 추세라면 10억원의 총사업비를 입장료 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란 섣부른 예상도 나오고 있다.특히 지난 주말에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으며, 단체 관람 예약이 줄을 이으면서 관람 시간을 조정할 정도라는 게 미술관 관계자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현재까지 76개팀 5000여명이 단체 예약을 한 상태다.△피카소 작품서 퍼즐 찾기거장전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작가는 피카소다. 전시중인 총 120여점의 작품중 피카소 작품은 16점. 그중 '누드와 앉아있는 남자'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르고 있다. 100호가 넘는 대작인 이 작품은 400억대가 넘는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왜 그렇게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그림 가격이 매겨졌을까. 무엇이 그리 특별한가, 어떤 부분이 누드고 어떤 부분이 앉아있는 남자일까'. 그림 앞에 선 관람객들이 이런 궁금증을 갖고 퍼즐찾기 같은 마음으로 그림 읽기에 나선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피카소가 작고하기 4년 전인 89세의 고령의 나이에 그리 큰 대작을 그릴 수 있다는 점, 또 그런 나이에 에로틱한 상상력을 작품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 등에서 대단한 작품이라는 게 미술관 관계자의 설명이다.△일각서 위작 논란 일기도샤갈, 피카소, 마네, 모네, 세잔, 몬드리안, 미로, 앤디 워홀 등 인상주의 화가부터 입체파, 초현실주의, 팝아트 작가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작가들을 대거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어떻게'1천만원대'에 임대할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위작들이 포함된 것이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또 그림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이에 대해 이흥재 도립미술관장은 얼토당토않다고 일축했다. 운송비나 보험료가 많이 들긴 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경우 그림 임대료가 아주 싸다는 것. 또 스페인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베네수엘라 미술이 아주 발달해 대작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위작 여부를 철저히 가렸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본래 유화작품 원본이 아닌 작품들이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원본은 아니지만 작가가 원본을 판화로 찍어낸 작품이어서 위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장은 "128점에 이르는 그림 원본만 전시하려 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 등 다른 전시회에서도 원본만으로 전시회를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그는 또 유일본인 원본이 아니라 판화로 찍어낸 작품이라고 해서 그 작품 가치가 결코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그림을 지켜라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미술관에서 피카소 작품 등 걸작 7점이 도난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북도립미술관도 그림 방범에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 같은 그림 도난 사건은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술관측은 방범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은 완벽하다는 입장. 야외와 내부 전시장·복도 마다 36대의 CC TV가 설치돼 24시간 감시하고, 옥상에는 철제 방범창과 적외선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일단 거장전에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센서가 워낙 촘촘해 모기가 들어올 때도 경보가 울릴 정도라는 설명이다.여기에 순찰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3명의 파견 청병을 추가로 배치했으며, 숙직 활동도 강화했다. 또 청경 수를 두 배로 늘렸으며, 경찰청에 외곽경비를 요청한 상태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1 23:02

익산문화재단 '환경조각전·아트마켓' 문화예술의거리 조성하는 중앙동서 첫 행사

지난 27일 익산 중앙로 일대(황해사~국빈반점)엔 비닐 비옷을 입고 빨간 우산을 든 작가들이 나타났다. 익산문화재단이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일환으로 연 '환경조각전 및 아트마켓'의 '현대조각 - 거리를 걷다' 일환. 원광대 미술대 졸업생들이 출품한 야외 환경조각전은 시민들에게 환경조각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참여작가는 김영배 강충모 김원금 김희태 노영석 안치홍 임선규 정진호 이송준 박성욱 백재현 신현준 장이슬 최용진 최원석 황상태 이강원씨.백종옥 익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앙동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문화예술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시민들은 물론 익산 지역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문화예술의 거점이 될 문화예술의거리의 성격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발점"이라고 했다.11월3일 오전 11시 중앙로 일대에서 열리는 아트마켓은 지난 27일에 이어 지역 예술인들과 원광대 미술대 졸업생 16팀이 소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환경조각 전 및 아트마켓 = 11월26일까지 익산 중앙동 문화예술의거리.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31 23:02

6. 서정주(徐廷柱)편 - 친일 논란에도 한국 최고 시인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자화상」에서, 1937'애비는 정말 종이었을까?', 가난한 농촌의 아들이었다면 미당이 어떻게 서울 중앙고보에 다닐 수 있었을까? 왜 두 번이나 학교를 퇴학하고 또 불교전문강원마저 뛰쳐나오고 말았을까? 등등…늘 궁금한 게 많았다. 몇 년 전 고창에 있는 미당 문학관에도 들렀다. 그곳은 여전히 허술하고 썰렁했다. 전시된 내용도 빈약하고 그저 여기저기에 있는 작품들을 그대로 모아 나열해 놓은 듯 중복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시는 오자(誤字)를 그대로 복사하여 게시해 놓기도 하였다. 다른 지역의 문학관에 비하여 그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곳에서 미당의 아우 서정태 옹을 조우하게 되어 미당가(家)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당의 아버지(서광한)는 구한말 무장현에서 치른 과거(초시)에 응시하여 장원한 수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갑오경장 때 과거제도가 폐지되어 복시(覆試)의 기회를 잃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무장 현감이 미당의 부친을 오늘 날 경기고등학교의 전신인 한성학원에 보내 신식교육을 받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미당의 부친은 이후 측량기사가 되어 고창군에서 근무하다 총독부가 토지개혁을 실시하게 되자 당시 호남의 대지주였던 인촌 김성수 집안에서 농토관리 일을 맡게 된다. 이런 연고로 미당이 인촌이 설립한 중앙고보에 입학하게 되자 부친은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 미당이 중앙고보를 퇴학당하고 또 어렵게 편입한 고창고보에서까지 퇴학을 당하자 집에서 쫓겨나 서울로 갔다. 이후 마포구 도화동 빈민굴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박한영 선사가 그를 중앙불교전문학교로 불러 아버지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를 자애롭게 보살펴 주었다. 그를 시인의 길로 그리고 평생토록 부처님 세계와의 인연을 심어준 유일하고 절대적인 스승이 박한영 선사였다. 1936년 『동아일보』에 신춘시「벽」이 당선되고, 이듬해에「자화상」이 발표된다. 그의 초기 시에는 이처럼 식민지 노예로 살아가야만 했던 청년 미당의 울분과 자조, 아버지에 대한 불효의 고통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이런 미당이 일부 친일 시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의 시는 일제의 암울한 질곡 속에서도 한민족의 정한을 격조 있게 승화시켜 아름답게 엮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럼에도 일부 친일시를 문제 삼아 그의 시 전체를 배척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배타(排他)는 결국 배자(排自)로 돌아오는 법, 오히려 이를 반면교사로 교훈 삼아 보다 성숙한 미래를 열어가는 게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31 23:02

'문화예술의 거리' 제대로 가고 있나 - (하)부산 '또따또가'사례 - 예술가와 주민 끊임없는 소통

부산의 문화예술 전성기는 아이러니하게도 6·25 전쟁 전후였다. 임시 수도가 된 부산에 피란 온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각양각색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 중심이 바로 부산 중구 중앙·동광동이다. 인쇄업이 발달했던 이 일대에 터를 잡은 부산의 원도심 창작공간'또따또가'가 안팎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북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의 나아갈 방향을 부산의 사례에서 찾아보았다.부산의 원도심 중앙동·동광동 일대는 6·25 피란민들이 피란을 와 둥지를 튼 곳. 부산문화예술연합회가 부산시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또따또가'는 2010년 문화예술의 향기를 입혀 원도심을 재생하자는 취지로 첫 발을 내디뎠다. '또따또가'는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를 담은 한글에 거리를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합성한 말이다. 중앙동 40계단 주변 빈 건물 13곳(21개 명칭)을 빌려 2509m²(약 760평) 규모의 43곳에 작업실을 꾸린 '또따또가'는 예술가만의 단절된 창작공간이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해나가며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을 조성 중이다. 미술창작 공간부터 문학 집필실, 독립영화갤러리 디렉터리 존, 소극장, 인문학센터, 수공예창작 공간, 전통예술아티스트센터, 청년인디창작공간, 갤러리, 무대예술트레이닝센터, 문화여행정보센터까지 공간 구성은 다양하다. 지역의 40세 미만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작가들은 '공간대표자회의'를 꾸리고,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를 통해 386명(예술가 48명·예술단체 333명)의 입주 작가들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부산시가 운영지원센터를 통해 지난 3년 간 투입한 예산은 4억(2010~2011), 3억5000만원(2012). 예산은 각종 작업실 운영을 위한 임대료 외에 운영지원센터의 인건비·사업비 등으로 충당된다.'또따또가'의 시도가 의미있게 평가되는 것은 예술가만을 위한 단절된 창작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다. 미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동판 작품을 만들어 수공예품 가게 입구를 장식하는가 하면, 작가들이 일대 인쇄 골목에서 인쇄 과정을 배우고 그 느낌을 예술작품으로 내놓기도 하며, 작은 도서관 살리기 등과 같은 문화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세미나·포럼 등까지 이어진다. '또따또까'의 성과 이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올해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건물주와의 재계약 문제다. 운영지원센터는 당초 침체한 원도심을 문화로 살리자고 몇몇 건물주를 설득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혹은 보증금 없이 공간을 빌렸다. 그러나 작가들이 임대료를 부담할 만큼 자생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황. 결국 시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임대료 50%를 지원키로 했다. 전북도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의 성패는 각 지역별 구간이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곳인가에 면밀한 점검과 함께 지역 예술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시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 기획 여부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의 경우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했던 동문거리 일대(갑기원~농협·새누리당사)에 입주한 작가들이 이미 있는 데다 헌 책방들이 밀집돼 있던 골목이었다는 점, 익산의 경우 일제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중앙동 일대(황해사~구 이리극장)라는 점에서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복동에서 장미동으로 구간 변경을 요구받은 군산, 광한루 등과 같은 관광지와 연계해 추진할 남원은 인적·물적 문화 인프라가 척박한 곳에 선정 돼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예술의거리를 조성하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지자체의 예산 확보도 사업의 성패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 창작공간을 매입이 아닌 임대로 할 경우 초반에 입주했던 작가들이 훌쩍 뛴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많기 때문이다.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장기적으론 건물을 사들여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충분히 검토해 천천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31 23:02

'문화예술의 거리' 제대로 가고 있나 (상) 현황- '제2의 홍대 앞', 관 주도 부작용 속출

부산시가 추진한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가 성공을 거두면서 고양울산 등 전국 7개 지자체가 앞 다퉈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 역시 올해 40억을 들여 전주익산군산남원에 문화예술의거리 조성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터덕이고 있다.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지역의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을 진단하고 다른 지역의 사례를 검토하기로 한다.올해 전북도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문화예술 인프라가 전혀 없는 구간에 인위적으로 조성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군산시의 경우 당초 문화예술의거리를 조성하려던 개복동 일대가 전북도의 제동으로 구간 변경이 검토되면서 아예 착수조차 못하고 있으며, 남원시는 젊은 예술가 유입이 어려운 광한루 일대에 창작공간을 조성할 예정이어서 예술촌 건립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전북도가 올해부터 2016년까지 총 40억(도비 20억시비 20억)을 투입, 전주익산군산남원 등 4개 지역에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외부 기업 유치 시 새로 유입된 주민들과 기존 시민들을 위한 문화향수권을 확대하기 위한 시민예술촌 건립을 전제로 한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은 올해 거점공간 확보 등 인프라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전북도가 '제2의 홍대 앞 거리'를 목표로 시작한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일부 지역에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종합 추진계획 일환으로 문화예술의거리를 추진해오던 군산시는 최근 전북도로부터 인구 유입이 떨어지는 개복동 일대(우일극장~국도극장8억)에서 장미동 인근(청소년 문화광장~국도극장)으로 구간 변경을 요구받아 추진위 구성도 못하고 있는 처지. 군산시는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을 민선 5기 공약과도 맞물린 원도심 활성화 위한 사업으로 해석해 구간 변경을 요구받자 민원의 소지가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남원시 역시 구 군청사거리 일대(구 군청~하늘중학교6억)에 단기적으론 빈 공간을 매입해 창작공간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광한루 인근 관광사업과 연계한 시민 예술촌을 건립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정작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예술인들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전주시와 익산시도 창작지원센터를 통해 시민예술촌으로 거듭나기 위한 난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주시는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이 입주한 전주 동문거리 일대(갑기원~농협새누리당사14억)에 창작지원센터 1호점(다목적 문화공간)2호점(공연장)을 임대해 열고 이 일대에 사는 지역 예술인들과 '동문예술거리 협의회'를 구성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익산시 역시 문화재단이 중앙로 일대(황해사~구 이리극장12억)에 빈 점포를 매입해 원광대 미대 출신 작가들과 함께 예술인시민들과 교감하는 창작지원센터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주시와 익산시의 경우 도가 올해 조직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와 연계한 공간 운영에 관한 것은 운만 띄워둔 채 본격적 논의는 아직 없는 데다 전주의 경우 이미 조성된 창작지원센터가 협소하고 익산의 경우 원광대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적 유입이 과제라는 점에서 시민예술촌으로 거듭나기 위한 난관이 제각각 있다. 게다가 전주의 경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으로 인한 동문거리 일대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창작지원센터를 비롯해 이곳을 개척하다시피 했던 예술가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 골목이나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 위험 부담까지 안고 있다. 최영만 전북도청 문화예술과 과장은 "군산과 남원의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은 현재로선 관련 인프라가 적기는 하나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라면서 "사업 초반에 진통이 있을 수는 있으나, 현재 그 지역에 맞는 콘셉트를 찾아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답변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30 23:02

내 발소리가 들리는 길

초등학교 다닐 때 나는 강 길을 걸어 다녔다. 6·25전쟁 직후 산판이라는 게 있었다. 산에 있는 소나무를 다 벌목해 갔다. 지에무시라는 전쟁 용 트럭이 비탈지고 험한 산들을 올라 다니며 베어진 소나무를 실어 갔다. 힘이 센 지에무시는 웬만한 곳을 어디든 다 갔다. 나무를 실은 지에무시는 우리가 다니던 강 길에 새로운 길을 내며 지나다녔다. 그러나 그 길은 금방 큰 비로 무너지고 패여 작은 방죽이 되어버렸다. 우리들은 여전히 우리가 우리 발길로 낸 길을 걸었다. 우리가 다니는 길에 구장 네 솔밭이라는 넓은 강변이 있었다. 솔밭에는 어른들 팔뚝보다 조금 큰 앙당앙당 한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키도 작았다. 큰 돌과 자갈과 모래로 된 그 길에는 우리 키보다 조금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곳으로 우리가 다니는 길을 나 있었다. 오솔길이었다. 작년 풀들이 쓰러지고 새 풀이 자라면 그 밑에 키 작은 가랑나무 잎이 피어나고 가랑나무 잎 뒤에 물새들이 마른 풀로 집을 짓고 알을 까 새끼를 길러갔다. 작은 소나무, 검은 바위와 작은 자갈들, 그리고 모래와 풀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은 그림이었다. 바람이 불고 풀들이 흔들리는 사이로 아이들의 까만 머리통이 보였다. 내가 기억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전주로 와서 살면서 나는 친구 한명과 함께 화산 공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서신동 롯데 아파트에서 예수병원까지 걷는 길은 흙길이다. 오르고 내리고 평평하게 걷는 길이 아주 적당하다. 숨이 차는가 싶으면 내려가고 내려가는가 싶으면 또 작은 비탈길을 오른다. 반듯한가 싶으면 구부러지고 구부러지는가 싶으면 금세 또 반듯하다. 오르고 내리고 구부러지고 휘돌고 반듯하고 평평한 그 길에 참나무 잎이라도 떨어져 있는 가을이면 길은 그냥 그대로 그림이고 사진이고 시고 노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다녔다고 생각하면 길은 역사가 된다. 꿩이 살더니, 꿩은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가 살더니, 다람쥐도 보이지 않는다. 청설모가 이 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뛰어 건넌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공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도둑고양이들 때문에 꿩이 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생태계는 그렇게 변해 간다. 봄이면 그 길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생강나무 꽃이 피고, 진달래도 피고, 조팝나무 꽃도 피고 똘배 꽃도 피고, 이팝나무 꽃도 피고, 때죽나무 꽃도 핀다. 국수나무 꽃도 피고 자귀나무 꽃도 피고, 산벚 꽃도 피고, 개복숭아나무 꽃도 피고, 아카시아 꽃도 핀다. 그 길이 지난 여름 큰 태풍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오래 된 참나무 아키시아나무들이 이리저리 쓰러지고, 넘어지고 찢어지고, 꺾이고, 부러졌다.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쓰러져 엄청난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있는 모습은 나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전쟁 영화 세트장 같은 참혹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길에 가을이 왔다. 참나무 잎이 지고 하얗게 찢어진 상처는 아물어가고 숲은 오랜 후에 다시 상처 받은 몸과 영혼을 추스르고 가다듬고 정리해 갈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다. 나는 그 길에서 새벽길이라는 산문시를 썼다.'까만 오디가 떨어져 있습니다. 툭, 떨어진 모양 그대로입니다. 흰 새똥이 떨어져 있습니다. 똥 부근 흙이 젖었습니다. 거미줄이 얼굴에 걸립니다. 미안하게도 오늘 제가 이 길에 처음 인가 봐요. 때죽나무 흰 꽃잎이 그림자도 없이 가만히 떨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없었나 봐요. 새가 걸어갔습니다. 왼쪽 가운데 발톱하나가 빠졌나 봅니다. 새가 마른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바스락 소리, 배가 고픕니다. 가만 가만 걷는 내 발소리가 들립니다. 다 버리고 내 발소리만 데리고 어디만큼을 갑니다.' ·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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