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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나무를 좋아 한다. 낯선 길을 가다가 감나무를 보면 정답고 반갑다. 감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마을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곶감이 집안에서 큰 소득원이 되어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강을 따라 내려가면 천담 마을이 있는데, 순창 장날이 되면 수 십 명의 장정들이 곶감을 짊어지고 장으로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새잎이 피는 봄이 되면 나는 모양이 아름다운 감나무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전주에서 시골집까지 가는 길 어디쯤에 모양이 좋은 감나무가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 길가에 있는 모든 감나무를 나는 다 외우고 있다. 어디 쯤 가면 이만큼 큰 이런 감나무가 있고, 또 어는 밭가에는 저런 모양의 오래된 감나무가 있고, 또 어느 마을 어느 산길에는 이렇게 생긴 감나무가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 그 감나무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봄여름가을겨울을 생각한다. 까만 감나무 가지에 아기들의 젖니 같은 새잎이 돋아나는 감나무는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 젖니 같은 잎이 점점 커져 강에 사는 임실납자루 만하게 잎이 커지면, 아! 그 잎에 아침 햇빛이 찾아들면, 감나무는 찬란하고 황홀하다. 봄꽃은 지는 햇살로 보아야 서늘하고 가을꽃들은 아침 햇살로 보아야 영롱하다. 지는 햇살 뜨는 햇살은 모든 사물들을 입체적으로 뚜렷하게 보여준다. 산그늘이 내린 봄날의 풀밭을 보라. 얼마나 가슴이 서늘한가. 가을 아침 산길 강 길을 걸어보라. 작은 풀꽃들에 맺힌 이슬방울들은 그 얼마나 영롱한가. 감잎이 이제 떡잎 만하게 커지면 그 아름답고 찬란하던 연두색에서 진녹색으로 건너간다. 초록이 동색이 되어 갈 때 감나무는 그 보습이 가장 성숙해 보인다. 마치 첫 아기를 낳은 여인처럼 평화로워 보이고, 득도한 스님 같은 깊은 얼굴이 되어 있다. 그러면 감잎은 더 두꺼워지고 감꽃이 핀다. 감꽃은 또 얼마나 수수하고 그 색이 우아 한가. 감꽃이 필 때 감나무아래에 가보면 녹두 색보다 옅은 감꽃들이 많이도 떨어져 있다. 그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니기도 했다. 감꽃이 그렇게 지고 나면 감이 열린다. 서양 아이들이 잠잘 때 쓴 모자 같은 꽃받침에 싸인 작은 감은 짙은 녹색을 띈다. 감이 조금씩 커지며 감은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그 새파랗게 탱탱한 감을 땡감이라고 부른다. 느닷없이 젊은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은 땡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고 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떨어지는 감에 비유하기도 한다. 넓고 두터운 감잎에 청개구리들이 앉아 울기도 하고, 느닷없이 내리는 소낙비를 후두두둑 맞으며 땡감을 떨어뜨리며 여름이 서서히 끝나 가면 감의 얼굴이 하나 둘 붉게 드러난다. 감꼭지에 감을 파먹는 벌레가 생기면 붉은 감빛이 드러난다. 병들어 익은 감이 붉게 익기 시작하면 가을이 시작 된다. 하나 둘 그렇게 서서히 감들이 붉은 얼굴을 내 밀면 감 잎 속의 붉은 감색은 감잎 색이 어울려 아름답다. 아직 단풍물이 들기 전 기름 끼 자르르한 감잎은 그야말로 약이 오를 대로 올라 그 색깔이 겁이 날 정도로 짙푸르러진다. 많은 나무들 중에서 일찍 단풍물이 드는 나무는 벚나무와 감나무다. 활엽수들 중에서 잎이 가장 두꺼운 것이 아마 감나무 일 것이다. 그 두꺼운 감잎에 단풍이 들면 붉다 못해 선지 피 같아서 떨어진 감잎을 주어 들면 섬뜩할 정도다. 독 오른 사랑 같은 감잎이 땅에 떨어져 붉은 색깔이 다 사그라질 무렵이면 감나무에 달린 모든 잎들은 다 떨어진다. 감잎이 다 떨어져 버린 감나무는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을 곳곳에 시정 넘치는 모습들을 뽐내고 서 있다. 붉은 감은 오래 된 우리나라 파란 가을 하늘을 완성하는 낙관이다. /본보 편집위원
익산 출신의 김문덕 시인(69)이 계간 '문예춘추'에서 수여하는 제1회 오우가(五友歌)문학상을 받았다. 수상작품은 '부엉이 바위'.오우가문학상은 '21세기 문학세계화 추진위원'가 고산 윤선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 심사위원들은 김 시인의 수상작이 신선미와 독특한 주제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렸다.3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김 시인은 1985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익산 문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자유시인협회 전라북도지부장·한국문인협회 전국지회지부 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군산대학교 도서관(관장 유보선)이 고은 시인을 초청해 문학강연 및 독서토론회를 갖는다.도서관은 20일 오후 고은 시인을 초청해 대학 내 황룡문화관에서 '내 문학의 길'이라는 주제로 그의 문학세계와 가치관 등을 듣는 초청 강연을 마련한다. 이어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독서토론회를 개최한다. 군산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 고은은 1958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 등을 추천받아 등단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문화대상,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특히 10년 연속 노벨문학상 후보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작품집으로 '순간의 꽃', '피안감성', '새벽길', '백두산', '만인보' 등이 있다.
반값 관람료(5000원)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을 볼 수 있는 '전북 시군의 날'에 해당 시군 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미술관측은'시군의 날' 발표 이후 전화 통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즐거운 비명이다. 실제 관람객 증가로 이어져 첫 시군의 날로 전주시의 날이 지정된 지난 주말에만 7000여명이 거장전을 관람한 것으로 미술관은 집계했다.전주시민이기도 한 김완주 도지사는 가족(아들, 며느리, 딸, 사위, 외손주)과 함께 반값 관람료를 내고 작품을 감상했다. 김 지사는 "피카소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석전 황욱 선생을 떠오르게 한다"며, "피카소와 황욱 선생은 90세가 넘도록(세상을 떠날 때까지) 예술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를 가졌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공통점인 것 같다는 소감을 이야기 했다.김 지사가 다녀간 후 이날 오후 전시장을 찾은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주시민들이 서울이나 비행기를 타고 외국까지 가야 볼 수 있을 전시를 부담 없는 가격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예술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이미 전시를 관람했던 송 시장은 전주시민의 날과 관련해 다시 방문한 이날도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2시간 이상 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좋은 대통령 만들기 운동본부 상임대표)이 18일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전 수석은 "전북에서 세계미술거장전이 개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일이 있어 왔다가 들렀다"며 작품을 보는 도중 내내 이런 훌륭한 전시를 지역에서 개최한 미술관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흔히들 유럽의 수준 높은 문화국가들은 '오케스트라'를 한 도시의 문화를 가름하는 상징으로 본다. 그러나 사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오페라다. 종합예술인 오페라 수준을 보면 한 눈에 파악되기 때문이다. 어떤 오페라하우스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들 간의 경쟁이고 관광객들이 오페라로 몰려다닌다. 때문에 오페라로 세계 도시로 부상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그럴 만큼 오페라가 문화 자존심의 상징 코드가 되어 있다. 아시다시피 내년 2013년은 오페라계 두 거장 베르디, 바그너 작곡가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지난해 벌써 바그너를 선점하기 위해 도밍고가 미국 LA 오페라 감독으로서 바그너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추진 과정에서 예산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예술감독은 시에 지불 보증을 요청했고 시장은 수락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뉴스를 접한 시민들과 부호들이 자존심이 상한다며 후원금을 내어 지불 보증서를 휴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 이탈리아가 유럽 한파의 재정위기로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예산이 삭감되어 약 900만 달러 적자를 입었고 이로써 오페라 시즌 개막이 불투명해지자 이탈리아 기업 Tod's가 520만 유로(약 77억)을 단번에 내놓았다 하니 우리로서는 그저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이 지난 주말 올린 푸치니의 '투란도트'(16일~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는 의미 있는 획을 그은 사건이다. 사실 국내 형편에선 '투란도트'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문화 역량을 시험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작품을 올린 도시가 몇 안됐던 것은 많은 예산, 극장 여건, 관객 수준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정상급 성악가들이 우리네 1급 캐스트와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남오페라단이 중앙에서도 관심을 끄는 단체로 부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 오페라를 주도해온 김자경오페라단과 故 김봉임 단장의 서울오페라단이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즈음 지역에서 태동한 호남오페라단이 오페라계 1위의 경력 단체로 자리매김 했기에 그 리더십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남오페라단은 국내 창작 오페라 콘텐츠 보유 1위란 점에서도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단체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기획된 '투란도트'는 전북 도민의 오페라 안목을 한 차원 높였다. 이탈리아 연출가 마르코 푸치 카테나(marco pucci catena)가 동·서양을 결합시킨 환상적인 연출력을 보여주었으며, 투란도트 역의 크리스티나 피페르노(Cristin a Piperno)와 호남오페라단 단원인 고은영, 칼라프 역의 리하르트 바우어 (Richard Bauer)와 이정원이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일구의 정확한 지휘는 오페라 전체를 안정감 있게 이끌었고, 전주시립교향악단·시립합창단, 널마루 무용단, 전북연극협회의 참여로 완성도를 높여 주었으며,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도시는 오페라와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웅장한 오페라가 끝나고 커튼콜이 이어질 때 한 관객은 호남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예향 전북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는 중앙 무대에서도 쉽사리 시도할 수 없는 뛰어난 공연이었다는 것을 방증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가곡을 위한 작사와 오페라 대본을 써왔으며,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으로서 한국음악상 특별상과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비평 부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주시립극단의 95회 정기공연으로 올려졌던 '열하일기만보'가 고 3 수험생들을 찾아간다(20일부터 30일까지 오전 10시30분 전주 덕진예술회관). 시립극단이 고 3수험생들의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학생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연극으로 열어주기 위한 취지다. 연극 관람을 통해 새로운 직업에 대한 경험과 연극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극작가 배삼식의 창작 희곡인 이 작품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생애와 그가 남긴 글들, 그중에서도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주된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한 창작극이다. 열하일기의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명확한 시공간을 제시하지 않으며 정체조차 모호한 짐승이 되어 나타난 주인공 '연암'의 모습을 기이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다. 오랜 세월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온 어느 마을에서 짐승 연암이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며 일어나는 혼란과 변화를 통해 현세대의 단점, 즉 누구나 경계선 안에 안주하려고 하면서도 본능처럼 내면에 품고 있는 인간의 호기심과 기이한 것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 한다.실제로 병적인 호기심 때문에 불면증과 거식증을 동반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던 연암 박지원의 새롭고 기이한 것에 대한 탐닉은 극중의 짐승 연암의 모습에 투영되어 있다.연출을 맡은 류경호씨는 "우화적인 네러티브를 통해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펼쳐 보임으로써 어떠한 방향성도 없이 무조건 기이하고 특별하며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온통 가득 차있는 현대 사회를 한번 쯤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며, 세상에 첫 발을 내 딛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일=전북 사대부고, 한국전통문화고, 기전고 △21일=전주 솔내고, 신흥고 △23일= 전주 완산고, 유일여고 △26일=동암고, 전주 사대부고, 전라고
(재)전주국제영화제가 내년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함께 만들어갈 사무처 직원을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사무처장, 기획운영실(실장, 운영팀장), 사업마케팅 팀장, 프로젝트마켓 팀장 등 총 5명. 지원 자격은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통솔력을 갖추고 전주지역 거주 또는 근무 기간 중 전주거주가 가능하여야 한다. 영화 관련 경력자 및 영화제 경험자를 우대한다.접수방법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 받아 자기소개서와 함께 제출하면 되며 이메일(jiff.or.kr)로만 지원 가능하다. 지원서 접수는 22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 기획운영실(063-288-5433).
문화재보호법 시행 50주년을 맞아 한국의 무형문화재 중 전승공예분야의 50년의 성과를 정리하고, 전승공예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오래된 미래(An Old is A New)' 전승공예 전시회가 마련된다(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전승공예전'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고 1964년 최초로 종목별 기능보유자가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중요무형문화재 전승공예분야의 역사를 총 정리하는 전시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64년 최초로 지정된 이래 10년 만인 1973년 문화재청의 전신 문화재관리국이 처음으로 제1회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공예작품전시회를 개최한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통공예의 역사와 변모를 살펴보는 자리다. 전시에는 지난 50년간 무형문화재-전통공예분야 기능보유자로 활동하다 작고한 작가 53명, 명예보유자 14명, 보유자 64명, 전수교육조교 49명 등 총 180명이 참여하는 전승공예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를 통해 개별 작가의 개성과 함께 전통공예의 분야별 사승관계를 통한 맥과 계보간의 특징 그리고 전통의 계승과 발전 변화를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인간문화재들의 시연행사가 매일 6회씩 종목별로 개최된다. 또 일부종목은 공예를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함께 함으로서 전통공예와 현대의 접목을 통해 미래를 가늠한다. 전북지역에서는 윤도장(김종대 윤도장 전승보유자)백동연죽장(전승보유자 황영보)이 이번 전시회와 함께 한다.
전주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이강안)·동문예술거리협의회(대표 홍석찬) 주최로 18일까지 9일간 진행된'동문예술거리 페스타'가 지역 주민·예술가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동문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하 동문거리사업)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무엇보다도 추진단이 지난 9월 부랴부랴 구성한 '동문예술거리협의회'을 통해 일대 11개 단체 1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는 의미 있었다. 10일 야외 공연과 18일까지 이어진 전시장를 들락날락하는 인근 시민들의 발걸음이 심심치 않게 이어졌고, '동물 사물 집합'展에 물건을 기꺼이 내주거나 팸플릿 제작을 돕겠다고 인근 상인들이 협조했을 만큼 동문거리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어느 정도 이끌어냈다. 동문거리 내 미술작가 16명의 작업실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열려진 작업실'은 당초 예상한 30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일 20여 명씩 찾았다. 젊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긴 했으나 부모를 대동한 초등학교 학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찾아 작가들이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하기는 어려웠으나, 일반 시민들이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됐다.이강안 단장은 "페스타를 늦게 시작하다 보니, 날씨가 쌀쌀해 참여층이 다양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동문거리사업에서 더 많은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젊은 층을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는냐가 과제"라고 했다. 추진단이 지난 15일 마련한 제 3차 동문포럼에서는 동문거리사업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기 위한 고민이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전북도가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추진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 '제2의 홍대 거리 조성'을 요구하면서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일부 지역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개념이 불분명한 '홍대 거리'를 젊은 예술인들이 드나드는 거리로 규정 지어야 하느냐부터 이것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경우 도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까지 복잡한 논란거리를 안고 있어서다.이날 토론자들 역시 동문거리사업을 본래 이곳이 갖는 미술인들이 많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특화할 것인가,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도가 장기적으로 의도하는 시민예술촌 조성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속 시원한 결론을 얻진 못했다. 다만 협의회 외에 지역 예술인·주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할 수 있는 소모임 등이 활성화 되고, 지나친 상업화를 견제하는 방향에선 다들 공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구혜경 (사)마당의 기획팀장은 "동문거리 예술인 유입 형태가 이전엔 다방·술집·책방 등과 같은 직접적 예술 공간이 아닌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복합공간으로 변화됐다"면서 "하지만 사업 시행으로 지가가 뛰어 창작공간이 아닌 상업공간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 이영욱 두레공간 콩 대표 역시 동문거리사업이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지 예술가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전제에 반기를 들면서 "현재 업종으로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이곳에 거주하는 예술인 집단이 콩나물국밥집 보다 더 많다"면서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과 개별 작업을 공동의 문화상품 개발로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355억 중 70억으로 크게 줄어 법 제정 효과가 의문시되는 데다,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통과되고 예술인 기준마저도 모호해 '반쪽짜리 법안'도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제정됐으며, 지난 6월 시행령이 국무회를 통과하면서 법 제정 1년 만에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하고, 국가와 자치단체가 예술인의 복지 증진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예술인 복지지원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그러나 당장 내년 예산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는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고 지원해야 할 '예술인 복지재단'(이사장 김주영)의 기금 200억을 비롯해 예술인 취업 지원과 창작지원금 예산마저 대폭 삭감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예산 70억 중 40억원을 들여 1500명에게 취업 지원 교육을 받게 하고, 창작지원금 30억으로 900명에게 나눠줘야 한다. 전국 예술인 수를 53만명으로 추산할 때 단순 계산으로 예술인 1인당 1만3000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게다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4대 보험중 산재보험 혜택 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공연·영상 분야 임시 고용직 등 5만7700명만 제한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예술가는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 보험료 또한 100% 본인 부담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예술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고용보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내 문화예술인 62.8%가 월수입 100만 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여기에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제시된 느슨한 예술인 기준은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소득(연간 120만 원 이상), 저작권 등록 실적 등 4개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돼도 예술인으로 등재될 수 있다. 문제는 '예술인'과 '예술활동을 하는 아마추어'를 어떻게 분간하느냐는 것. 문학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 문학 작품 혹은 문학 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한 실적'이 있거나 '같은 기간 1권 이상의 문학 작품집 혹은 비평집을 출간한 실적'을 근거로 한다. 이에 대해 문인들은 "문예지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거기에 따른 작품의 질도 제각각인데, 이걸 어떻게 판별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음악·무용·연극·영화·연예 등 기타 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 최근 3년간 3편 이상의 출연이나 1회 이상의 연출(안무·작곡·출반)로 예술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즉, 길거리 무료 공연을 3년간 3회 이상 해도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듯 모호한 규정 때문에 전북도 역시 예술인 복지법 관련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는 일단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고 느슨한 예술인 규정을 다듬기 위한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물론 정부가 예술인을 꼭 지원해줘야 하느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부도 예술인 복지에 신경 쓰고 있다.'는 면피용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전북도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예술인 규모를 파악해 관련 논의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오늘의 추모제를 계기로 일문구의사 선양사업회를 통해 잊혀져가는 순국선열에 대한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후손들에게 겨레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일문구의사 선양사업회 유희태 준비위원장(유족회장민들레포럼 대표)은"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지 6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의 야욕은 그칠 줄 모르고 호시탐탐 우리 영토의 한 부분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던 독립투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정신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으신 분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은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혼이다"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후손들의 귀감이 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고흥 류씨 일문구의사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데 기여한 그는 "정부를 상대로 끈질긴 싸움 끝에 1983년 정부가 아홉의사의 공적을 인정해 독립유공자 훈장을 수여했고, 1990년에는 류중화 의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고 8명의 의사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으로 훈격을 높였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장승공원에 세워진 비석은 작지만 도내 방방곡곡에서 불길처럼 일어난 자주독립의 일념이 하늘 높이 치솟아 승화하는 마중물이 되었다"면서 "이제는 그 뜻을 일문구의사 선양사업회가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과 성문제 등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청소년들 스스로가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문제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어젠다를 설정하고, 그 대안 찾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전북일보와 전북의제21추진협의회가 주최하고, 전북의제21아동청소년교육복지분과위원회가 주관해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청소년의 품격'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이들 청소년들은 '청소년 참정권, 청소년의 성, 문화컨텐츠, 학교폭력' 등 4가지 소주제에 대한 주제발표와 모둠별 토론을 통해 각 주제별 대안 찾기에 머리를 맞댔다.전북대 손종명 군은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 "한국 사회에서는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든지, 스스로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든지 등의 이유를 들며, 청소년을 정치와 최대한 거리를 두게 만들고, 정치에서 배제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를 적극 활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피력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성심여고 김다혜 양은 '청소년 성' 문제와 관련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및 성관계 연령이 낮아지면서 청소년 미혼모 문제 등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고, 성폭력과 관련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양은 이어 "순결을 강요하고, 성에 대한 문제는 꺼내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기고 제대로 된 교육과 성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됐을 때 성에 대한 올바르고 건전한 인식 부족으로 나타난다"며 "적절한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문화컨텐츠'와 관련해 호남제일고 이후련 양은 "술과 담배 등 유해물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출판물과 동영상 등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놀이문화를 확립하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양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미래의 지평을 건강하게 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일여고 유정 양은 "학교폭력은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소통창구가 없고,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먼저 학생 하나하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영되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학교폭력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73회 순국선열의 날인 지난 17일 일제치하 의병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국내 항일 애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일문구의사(一門九義士)'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전북보훈지청과 광복회 전북지부의 후원과 일문구의사 선양사업회의 주관으로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장승공원에서 열린 이날 추모행사는 일문구의사의 항일운동 활동보고를 시작으로 헌화와 헌시 낭독 등의 순으로 엄숙하게 거행됐다.일문구의사는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방곡마을의 고흥 류씨 집성촌에서 배출된 9명의 독립유공자를 일컫는다. 임진왜란 이후 양성 현감을 지낸 류지호가 이곳으로 이주해 오면서 고흥 류씨의 집성촌이 형성됐다.아홉분의 의사는 이곳에서 출생한 류중화(자 치복)를 중심으로 류연청영석연풍태석연봉명석준석현석 등이다. 류중화 의사는 도내 각처에서 봉기하는 의병들과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것을 결심, 의병 동지인 유지명송태식과 전략을 세워 여덟분의 의사와 누나의 아들 이유종태종을 선두로 1907년 가을부터 의병조직, 군자금 마련 등 무장 항쟁을 시도했다. 이후 인산의 이규홍 의병단과 연합전선을 펼치면서 아홉의사를 중심으로 완주 비봉면 소농리 불당동에 병기 제작소를 갖추고 창검과 탄환, 화승총 등을 만들었다.아홉의사는 1907년 11월 고산군 운상면 가정자(현 화산면 화월리) 교전에서 왜병 29명을 사살했다. 또 1908년 4월 연산전투와 9월 고산전투에서 역시 왜병을 사살하기도 했다.1910년 봄까지 금산, 용담, 진안, 익산, 연산, 고산 등지에서 전투를 여러 차례 벌이는 등 아홉의사의 항일운동은 경술국치까지 이어졌으며, 경술국치 이후에는 지하운동을 계속했다. 세(勢) 부족으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류중화 의사는 군산 임피 노루목으로 피신을 하게 되지만 밀고로 금마 일본군 헌병대에 붙잡혀 총살당하게 된다. 남은 8명의 의사는 1917년 밀고에 의해 같은 시기에 체포, 강도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처럼 친인척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문중이 집단으로 의병활동에 가담한 사례는 국내 항일 애국사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그러나 아홉의사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는 매우 험난했다. 증빙서류 미비로 제반 서류가 반려됐으며, 뒤늦게 찾은 판결문에는 살인범 등으로 기록돼 있었던 것. 이후 류영석 의사의 증손인 유희태 위원장의 노력으로 1983년 정부에서 구의사의 공적을 인정해 독립유공자 훈장을 수여했으며, 1990년 류중화 의사에게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고, 8명의 의사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으로 각각 훈격을 높였다.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유광찬 전주교대 총장, 김명한 전주보훈지청장, 조금숙 광복회 전북지부 회장, 고흥 류씨 종친회, 일문구의사 유가족 등 추모객 300여명이 참석했다.
전주 전통문화관(관장 안상철)이 여는 토요상설무대에 'DO DANCE'(대표 홍화영)가 오른다. 17일 오후 5시에 올려지는 이번 공연은 한식에 관한 음식 퍼포먼스를 무용극으로 풀어보는 비빔밥 이야기로 춤과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두댄스만의 색깔로 표현한다. 어머니의 고추장으로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내용을 춤으로 풀어낸 무대는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홍 대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댄스 단원 임은주 오미린 양선숙 김혜화 이소영 김다빈과 뮤지컬 배우 공동규와 전주예술중 무용학과 3학년 학생들이 무대에 선다. 두 댄스는 우리의 몸짓을 현재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퓨전댄스단체. 홍화영 대표는 2008년 전주시 한지로드프로젝트 한지퍼포먼스를 워싱턴과 뉴욕에서 선보였고, 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 공연, 2011년 전라남도민체육대회 개막 공연, 2011년 전라북도민체육대회 개막 공연 등 다수 작품을 안무·출연했으며, 문예진흥기금 선정작'날아라 아줌마'를 시작으로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무용극을 내놓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에서 숱하게 행해진 '옛 노래의 재해석' 덕분에 세대 간 음악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요즘, 공연장 나들이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대 간 거리도 좁힐 수 있는 기회다. 특히나 트로트와 클래식의 조합을 위해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은희천·이하 클나무)와 80년대를 빛낸 트로트 여제 주현미가 찾는다면, 더욱 매력있는 무대가 될 듯. 22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성악가 문자희(소프라노) 김재명(테너) 오요한(바리톤)씨 출연에 이어 클나무의 44인조 연주에 가수 주현미씨가 호흡을 맞추는 방식. '정말 좋았네', '신사동 그 사람' 등을 편곡한 단원들은 트로트를 통해 클래식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답변했다. 고음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성량이나 적재적소에서 꺾이는 구성진 목소리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주씨는 1988년 '신사동 그 사람'으로 신문사와 방송사가 주관하는 3대 가수상을 휩쓸었고, '짝사랑'(1989), '잠깐만'(1990), '또 만났네요'(1992) 등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은 트로트 여제. 2009년 창단한 클나무는 전북 최초로 월급을 주는 민간 오케스트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문의 063)283-2511. VIP석 10만원·R석 5만원. ····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조선 왕실의 의궤는 그 내용이 문자로만 기록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궤에는 문자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사항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도설(圖說)과 반차도(班次圖)다. 도설은 행사에 사용되는 각종 상징물과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 제기, 악기, 가구 등의 기물, 행사 때 착용하는 특별한 복식 등을 그린 것이다. 도설은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있으나 기물의 명칭, 그림과 함께 기물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분량·크기·장식 방법 등 설명을 같이 기록한 경우도 나타난다. 이러한 그림은 기물의 모습을 더 자세히 묘사하기 위하여 채색을 한 경우도 있었다. 반차도는 왕실 행사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반차(班次)'라는 말은 나누어진 소임에 따라 차례로 도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궤 속의 반차도는 보통 이동하는 행렬도 형식으로 행렬의 중심이 되는 장면을 표현한다. 의궤 속의 반차도는 행사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주제로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왕실 혼례를 기록한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에는 국왕이 왕비를 궁으로 모셔오는 모습을 그린 '친영반차도'(親迎班次圖)가, 국가의 장례가 기록된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에는 왕의 시신을 왕릉까지 모시고 가는 행렬인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가 수록되었다. 이 외에도 책봉의식이나 왕실 어른의 덕을 기리며 존호를 올리는 의식에 사용되는 인장(印章) 교명(敎命·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등을 책봉할 때 국왕이 내리는 문서) 등을 궁으로 모시고 오는 반차도도 있다. 반차도는 손으로 직접 그린 것도 있으나 반복되는 인물이나 기물과 같은 경우 목판으로 외곽선을 찍고 색을 덧칠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색을 더하지 않고 그대로 목판으로 찍어 놓은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그림을 그리지 않고 행차의 각 자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직위와 성명을 적어 놓은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는 반차식(班次式)이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반차도는 행사의 실제 진행 모습을 그림에 담은 것이 아니었다. 행사 전에 참여 인원과 물품을 그림으로 배치하여 왕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 받고 몇 차례 예행연습을 하여 실제 행사 때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하였다. 즉,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직책, 의장물의 수와 모습, 배치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도상연습용 자료였다. 행사의 결과를 수록하는 의궤에서 반차도만큼은 앞으로 진행할 행사를 위해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와 같이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기록이 없어서 조선시대 행사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의궤에 남겨진 반차도를 통해 조선시대 왕실 행사가 얼마나 엄숙하고 성대하게 이루어졌는지 느껴볼 수가 있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개막 4주 만에 4만명을 돌파하면서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술관측이 밝혔다. 부부에게는 사랑을 소재로 한 샤갈의'모성애'작품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뜨거운 열정과 말년의 의지를 보여준 피카소의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특히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형상의 호안 미로 작품들인 인기며, 그중'찬란한 태양'작품 앞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도립미술관 2전시실의 피카소와 샤갈작품과 함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호안 미로의'찬란한 태양'(1976년작)은 작가의 84세 때 작품으로,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이고 몽환적 분위기, 천진함과 자유분방함이 주된 특징이다.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어눌하지만,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 찬 화면은 순수한 형태와 색채의 조합을 통해서 원초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스페인의 위대한 화가들인 고야, 피카소, 달리의 뒤를 잇는 세계미술거장 호안 미로(1893-1983)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인 초현실주의의 매력에 빠졌다."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모든 것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한 호안 미로는 7세~13세까지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감사한 일과 힘든 일이 각각 있었지." 1년 만에 만난 서양화가 유휴열(62)은 에둘러가지 않았다. 직선이었다.1년 내내 쉬지 않고 작업을 한 탓에 그 좋다는 술을 끊다시피 했는데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제자들은 "이제 작업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만류했으나, "이 놈아! 작업은 젊을 때 하는 거여!"라는 호통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공들여 내놓은 작품 덕분에 "당분간 LA 작가가 되겠다"고 맘먹을 정도로 미국 개인전 반응은 뜨거웠다. 밀물과 썰물의 싸움과도 같은 작가의 생활은 여전히 녹록치 않으나, 그는 예정에 없던 개인전을 하게 됐다. 치과에서 열리는 개인전이 의외라는 반응에 "이빨 몇 개를 공짜로 박은 마음의 빚이 있어서"라며 껄껄 웃었으나, 원장의 문화적 안목이 더 끌린 탓이다. 평생 천착해온 '생·놀이'라는 주제는 여전하지만, 작은 공간을 활용한 묘미를 살리는 것이 이번 개인전의 관전 포인트. 한국인의 토속적 생명력을 뽑아내 현대적 회화 안에 그려내며 흥과 한을 탁월하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멍청해서 서울로 대학을 못 갔어. 근데 그게 행운이야. 지금의 '촌스러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단 말이지."제자 서양화가 이정웅씨는 스승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말한 것을 받아 "국적 불명의 트렌드를 쫓아 흉내 내 그리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특유한 근성을 몸으로 체화시켜 토해낼 수 있었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무인도'나'리듬'은 한국인의 신명이 자유롭게 넘나들어 다채로운 토속적 생명력을 한껏 살리고 있다. 언제나 관람객들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작품을 만드는 그는 애인이 바람둥이처럼 흔들리더라도 늘 일편단심이다. 작품은 필연적으로 '대중예술'이고, 지난 40년은 관람객들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 이번 개인전만 끝나면 훌쩍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작업에 매진할 생각. 이 지치지 않는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궁금해졌다. 전시는 16일부터 12월15일까지 전주예치과에서 이어진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6시.
올해 첫 단추를 꿴 전북도의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이하 한옥 공연)이 다소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각 지역별 브랜드 공연을 타진하기 위한 포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외지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공연과 아닌 공연이 갈렸던 만큼 지역별로 공연 목적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4일 (사)마당이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연 수요포럼에서 전주(해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익산(백세지사, 가람 이병기)·임실(웰컴 투 중벵이골)·고창(신 도리화가) 한옥 공연 주관자들은 "일단 이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전주를 제외한 익산·고창 공연의 경우 한옥 공연장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인근에 숙박시설이 없어 관광객들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있었고, 익산의 경우 지역 예술인·주민들이 지역적 소재로 공연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어 지역별 한옥 공연의 목적을 정교화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연기획자 양승수씨는 "당초 한옥 공연이 의도했던 목적 외에 각 지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세부 목적을 설정해 행정에 역으로 제안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교통·숙박·홍보 마케팅 지원이 될 수도 있고, 지역민들이 주최가 되는 브랜드 공연 제작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공연이 제한을 둔 '한옥'과 '야간'을 좀 더 융통성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도현 익산연극협회 지부장은 "수우재가 없었다면 익산은 한옥 공연을 못할 뻔 했다. 꼭 한옥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고, 오승일 국악예술단 고창 대표는 "야간 공연이라 늘 대중교통이 잘 끊겼다. 인근에 숙박시설마저 없어 곤란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또한 "비가 오면 공연을 올릴 공간이 인근에 없는 데다 9월 쯤 되니 날씨가 쌀쌀해져 관객들이 어쩔 수 없이 추위에 떨곤 했다"고 말했다. 공연 주관자들은 특히 지역별 한옥 공연을 기획·홍보 등을 도맡을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요구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지난 5~6개월 간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면, 관객들을 공연장에 연결시키고 지역의 문화자원을 연결하는 팸투어를 기획하는 등의 공동 전략을 내세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 송은정 전주문화재단 문화사업홍보팀장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유료 공연'해 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 메고'를 발판으로 각 지역에서도 목표로 하는 관객층만 분명하다면 공연·체험·음식 등이 어우러진 문화상품 기획도 어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기엔 전북도와 각 시·군이 한옥 공연에 관한 예산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종희 시인(73)의 시가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2개의 문예지에 실려 한국문학의 러시아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이 시인의 작품이 러시아 문예지에 소개된 것은 시인이 러시아 한글학교에 봉사한 경력이 인연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예지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크라노스야르스크에서 발행되는 '루베쥐'와 '낮과 밤'으로, 이 시인의 '인연''타임머신을 기다리는 소년들''삶의 조각들을-서시 등 7개 작품이 수록됐다.
전북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산 삭감 도의원들 사퇴 촉구"
하송 시인, '2024년 한국 예인문학 문학대상' 수상
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박용근 의원 제기한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심사 개입 의혹…법률상 '위법 사항 없음'
삭감된 예산에 뿔난 지역예술인, 반면 전북예총·전북민예총은 '무덤덤'
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 입주기업 ‘아가미림’, OTT 시장 진출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