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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 - 비단 표지에 고급 종이 …조선시대 편찬 기술의 결정체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행사가 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의궤로 편찬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면 한 부의 의궤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보통 다섯 부에서 아홉 부를 만든 것이다. 그 중 한 부는 반드시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로, 나머지는 행사와 관련된 중앙 관청이나 지방사고 보관용으로 만든 '분상용' 의궤였다. 한 행사 때 만들어진 의궤에는 같은 내용이 수록되었지만, 어람용 의궤는 왕이 보았던 의궤였기 때문에 분상용 의궤와는 다르게 특별하게 제작되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어람용 의궤의 표지는 초록색 비단을 사용하였다. 초록색 비단은 구름무늬, 봉황무늬, 연꽃무늬 등으로 짜여진 것도 있고 아무 무늬 없이 제작된 것도 있었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여러 장의 종이를 철하는 변철이라는 긴 막대와 같은 금속이 사용되었는데 변철은 고급 놋쇠로 만들었다. 이 변철은 머리가 둥근 박을못 5개로 고정하였고, 박을못도 역시 국화 모양의 판으로 고정하였다. 어람용 의궤의 종이는 초주지라는 고급 종이를 사용하였다. 사실 초주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방법이 전해지지 않아 현재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의궤를 통해 본다면 초주지는 다른 종이에 비하면 매우 두껍고 발색이 잘되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변색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의궤 중에는 만든 지 300년이 지난 것도 있는데 이를 보면 바로 얼마 전에 제작된 것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초주지의 질이 얼마나 좋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분상용 의궤의 표지는 베로 만들고, 초주지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저주지를 사용하였다. 행사의 내용을 기록한 의궤의 속지 역시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제작되었다. 우선 속지의 각 면에는 붉은 색 테두리와 세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를 인찰선(印札線)이라 한다. 그 간격과 굵기가 일정하여 마치 판으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한 관청인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그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자도 당시 공식문서나 외교문서의 작성을 담당한 사자관이 해서체로 단정하게 써내려갔다. 수백 페이지에서 많게는 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어람용 의궤의 인찰선과 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것을 보면 어람용 의궤 제작에 들어가는 공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림 역시, 분상용 의궤가 반복되는 인물이나 기물은 도장으로 찍고 일부 그림이나 색채는 생략한 반면, 어람용 의궤는 도화서 화원들이 반복되는 인물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색상 또한 선명하게 채색하였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반차도에는 등장 인물이 총 1299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을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붓으로 그린 것이다. 이렇듯 어람용 의궤는 그 재료에서 제작 방식에 이르기까지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많은 공력을 들어 정성껏 제작되었다. 즉, 어람용 의궤는 조선시대 각 분야의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 결정체였던 것이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전주 한지, 중국 한복판으로

전주 한지가 중국 북경의 한복판에 선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사)천년전주한지포럼(회장 강진하)·한지산업지원센터(센터장 정창호)가 주관하는 '2012 북경 한지문화제'가 10~11일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올해 한지문화제가 공을 들인 대목은 전주 한지 상품을 구매 가능한 북경 업체들과 주선에 있다. 현지 업체로 참여한 지리산한지(남원), 천양제지(전주), 아르텍스디자인연구소(군장대) 등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강진하 대표는 "한지를 한류의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내세워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오려는 행사로 현지에 한지의 대중화·세계화로 이끌기 위한 전초전"이라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지 상품의 수요를 유도하고 기업에 연계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매년 진행됐던 전시 대신 (사)전주패션협회 회원들이 특별 디자인한 한지 의상 60여 점이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대신한다. 더불어 한지 벽지·포장지를 비롯해 인테리어 소품 등을 소개하고, 한지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전주 한지를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조직된 (사)천년전주한지포럼이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상해, 독일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터키·이스탄불 등에서 이어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전주 동문거리, 발길을 멈춘다

1996년 5월, 서울 명동과 홍대 앞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거리에 무대가 세워졌고, 행인들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밴드'크라잉 넛','옐로우 키친' 등이 록 공연을 펼친 것. 결국 공연 후반부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어져 난장판이 됐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밴드들이 벌인 이 공연의 이름은 '스트리트 펑크 쇼'. 록 음악에 열광한 청춘들이 대거 홍대 앞으로 몰려들면서 한국의 인디 문화 붐이 이뤄졌다.'제2의 홍대 거리'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문화예술의거리사업의 첫 테이프를 익산에 이어 전주가 끊는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이강안)·동문예술거리협의회(대표 홍석찬)가 주최·주관해 10일부터 18일까지 전주 동문예술거리 일대에서 여는 '동문예술거리 페스타'. 이강안 단장은 "지난 9월 '동문예술거리협의회'를 구성하고 페스타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동문거리 내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거리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고 했다.홍대 앞처럼 혈기왕성한 인디 뮤지션들이 펼쳐내는 라이브 콘서트의 향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작지원센터 1호점(풍전콩나물국밥 옆) 앞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동문거리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예술인들의 품을 아우른 공연으로 준비된다. 동문거리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창작극회, 인형극단 '까치동', 전통문화마을, 인형극단 별'Puppets theater', 한스타일 장돌뱅이 등 실험정신이 펄떡이는 공연으로 10일을 책임진다. 같은 날, 극단 T.O.D랑은 루이엘모자컬처센터 1층 카페에서 카페 연극을, '차라리 언더바'와 창작지원센터 2호점이 인디 밴드 공연으로 '클럽 데이'를 꾸린다. 동문거리 내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은 17~18일 작업실을 공개하고 안내한다. 서양화가 조해준씨가 신청을 받은 관람객들과 동행해 투어 프로그램으로 숨은 동문거리를 만나도록 주선한다.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18일까지 이어지는 콩나물국밥집·헌책방 등 상점의 의미있는 물건을 모아 펼치는 '동문 사물 집합'展, 동문 토박이 사진작가인 장근범의 '동문 프로젝트'展, 유기준 아트샵에서 작가·시민들의 눈으로 본 동문을 옮겨놓은 '동문 상가 풍경'展 등도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16일 오후 4시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열리는 동문포럼'미술인들이 말하는 동문예술거리'는 지역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의거리조성사업의 안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 차라리 언더바는 10일 문화예술교육과 디지털체험관'끌림'은 10~18일 디지털체험을 준비한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1시 동문예술거리 창작지원센터 앞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우리지역 별미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작가로 유명한 허균(1569~1618)이 미식가인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은 1611년 우리나라 팔도의 별미음식을 소개한, 현존하는 국내 가장 오래된 향토음식 품평서다. 도문은 푸줏간의 문을 뜻하고, 대작은 크게 씹는다는 뜻이다. 이 책은 허균이 유배지 익 산 함라에 머물며 집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 PD와 방송작가, 음식칼럼니스트들이 뭉쳐 '허균이 탐한 新도문대작'을 냈다(이상 출판사). 청주·대구방송총국과 함께 공동으로 제작한'3道3味'방송 내용중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55개 아이템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음식기행 '3道3味'는 2010년 5월 13일 고창 바지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회를 넘기고 있으며, 그간 다룬 아이템만해도 지역마다 200여개에 이른다. 정읍 구절초 음식, 진안 호박, 순창 호두, 전주 미나리, 군산 물메기탕, 남원 시래기, 진안 꿩, 전주 남부시장 피순대·팥죽, 익산 황등엿, 정읍 떡갈비·녹두죽, 군산 도다리, 부안 백합·표고버섯, 익산 죽순요리, 남원 추어탕, 임실 민물고기·청둥오리, 완주 진달래 화전, 군산 꽃게요리, 무주 찰옥수수 등 계절별 별미들로 정리됐다. 음식의 맛과 비법, 마을에 얽힌 사연 등이 푸짐한 인심과 구수한 입담까지 얹어 소개됐다.음식칼럼니스트 송영애씨, KBS전주방송총국 김정기 편성제작국장·방송작가 진경은·최재희씨가 공동 집필했다.

  • 문화일반
  • 기타
  • 2012.11.09 23:02

소비자 유혹하는 소셜캠페인 7가지 비밀

대한민국 발'말춤'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열풍을 일으킨 데에는 쉽고 재밌는 노래, 소위 'B급 문화'를 통한 카타르시스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 성재민 본보 문화전문시민기자(29)가 '소셜 캠페인 마음까지 마케팅하라'(북 카라반)를 펴낸 이유 역시 '데이터 쓰나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팁(Tip)을 주기 위해서다.그는 "소셜 미디어 등장과 함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였던 기업·브랜드의 힘은 약화되고, 소비자 힘은 강해졌다"면서 "기업이 소셜 미디어에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는 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가 꼽은 성공하는 소셜 캠페인의 7가지 코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를 분석해놓은 것.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깜짝 공연 선물을 안긴 코오롱,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축구 경기 대신 클래식 공연장에 갈 것을 유도해 그곳에서 짜릿한 반전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한 맥주 브랜드'하이네켄' 등은 '뜻밖의 행운'(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첫 번째 지침으로 제시됐다.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것은 선택받은 소수가 누리는 특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오직 100명만 누릴 수 있는 포드의 신차 탑승, 페이스북 포토 태깅만 하면 신제품 가구가 내 손에 들어오도록 하는 세계적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특별한 경험'은 두 번째 코드. 싸이가 월드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강남 스타일'의 돌풍은 세 번째 코드 재미의 힘에서 찾았다.소셜 미디어를 통한 지역의 재발견을 시도한 성공 요소'로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전라북도가 블로그를 만들고,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연결한 홍보 정책이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뜻밖의 행운, 특별한 경험, 재미, 공익성, 지역성, 진정성 등을 적절하게 가미해 사람들이 소셜 캠페인에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 참여하고 싶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급변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요구받는 이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책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② 김제 찐 쌀(올벼쌀) 완주 흑곶감 - 자연이 만든 깊은 맛…'영양도 듬뿍'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마따나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다."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가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업의 값싼 먹을거리를 선택하면서 소비자는 재벌 중심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먹는 김제 '찐 쌀'(올벼쌀)밥은 한국 음식의 중심이다. 주변의 짜고 맵고 강한 맛이 나는 반찬들을 곁들이자면 이 중심이 잘 서야 한다. 맛있는 밥을 짓자면 맛있는 쌀을 고르는 것이 순서. 지역품종재배 방법에 따라 쌀의 등급을 나누고 가격을 차별화해 놓았으나 이 맛의 차이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불변하는 사실은 '갓 도정한 쌀'이 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 싱싱한 재료일 수록 맛있다는 것은 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다. 전북은 김제의 '지평선' 등과 같은 브랜드로 고품질 쌀 생산을 주도해왔다. 김제 일부 농가는 2001년부터 '올벼쌀' 생산을 통해 우리 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올벼쌀'은 일찍 수확한 햅쌀을 주 원료로 약 80~85% 정도 익었을 때 가마솥 수증기로 쪄서 현미로 도정해 고소한 맛을 내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한 것. 일부 농가가 설립한 '벽골제영농조합법인'은 명맥만 이어오던 올벼쌀을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농약을 전혀 하지 않은 '무농약 올벼쌀'로 특허 출원(2002)까지 해놨다. 임경식 벽골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현대인들의 간편한 아침 식사는 물론 등산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는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연간 매출액은 환산할 순 없으나, 김제지평선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도 매출액이 350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은 무농약 올벼쌀 생산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 보성의 올벼쌀 생산에 밀리고 있다. 전남은 1990년대부터 올벼쌀 생산에 눈을 돌린 뒤 2002년부터 지자체 지원으로 보성농업협동조합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춰 연간 520톤을 생산, 연간 매출액은 20억에 이른다. 보성 올벼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71호)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 등을 토대로 전국 농협을 통해 판매망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2005년부터 식품연구원과 연구를 거듭해 '항충치 올벼쌀'과 '올벼 스낵바' 등을 내놓기도 했다. 올벼쌀에 충치를 막아주는 물질을 코팅한 '황충치 올벼쌀'은 고소하고 쫀득거리던 기존의 맛에 단맛이 첨가됐고, '올벼 스낵바'는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생산이 중단됐다. 최근엔 1회용 커피믹스처럼 휴대하면서 먹도록 10개 씩 묶음 상품으로 내놓는 '부드러운 백자골 올벼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 건조해 더욱 달고 쫀득쫀득한 흑곶감완주군의 특화 작물은 뭐니뭐니 해도 감이다. 완주 동상비봉화산운주 등은 연평균 온도가 적당하고, 토질이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아 떫은 감의 재배지로 최적으로 꼽힌다. 또 일교차가 심한 날씨는 감을 말리고 숙성하는 데 유리하다. 완주 감 산업의 8할은 고부가 상품인 곶감이 차지했으나, 지자체와 식품 연구소가공업체 등이 손을 잡고 감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면서 감잎차조청감식초 등 감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농가의 고소득 작물은 여전히 곶감이 차지하고 있다. 완주 고산비봉면 등에서 나오는 '두레시'는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아 연시(홍시) 혹은 곶감으로 이용되는 반면 완주 동상면의 '고종시'는 크기가 작고 씨가 거의 없는 것으로 곶감 및 감식초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곶감 시장을 상당 부분 접수한 상주의 곶감은 곰팡이가 피거나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유황 훈증'을 한 곶감이라는 점에서 완주의 흑곶감과 대비된다. 감을 유황에 쏘였을 때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표면을 코팅하면서 병균 침입은 물론 산화까지 막아 색이 검게 변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주에서는 기후에 따라 곶감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색도 검게 변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연 건조를 고집하고 있다. 고산농협 이동원 과장은 "'완주 흑곶감'은 물이 많은 두레시를 깎아 자연 상태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검붉은 색을 띠지만 겉이 얇고 말랑말랑해 젤리를 씹는 것처럼 쫀득쫀득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곶감은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계 건조 곶감은 당도만 높을 뿐 곶감 고유의 향이 없는 반면 자연에서 건조한 곶감은 곶감에서 나는 발효의 향이 있다고도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차경옥 전주시 한스타일관광과 한식담당자 - "지역 식재료 끊임없이 발굴, 문화상품화해야"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은 반갑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식자재를 브랜드화 하기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단 행정에서 국가 공모 사업을 응모해 보면,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가공상품이 나올 수 있는 산업에만 지원이 이뤄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효가 많지 않아 시장이 좁아질대로 좁아진 식재료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킬 개연성이 줄어듭니다."한국조리기능장인 차경옥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한식 담당 주무관(49)은 지역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국가 혹은 지자체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가 농림부의 향토산업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여러 차례 도전한 미나리가 대표적인 예. 그는 "농가들이 자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미나리를 활용한 가공상품을 비롯해 미나리 꽝을 이용한 썰매장, 미나리 체험 등을 제시했으나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고, 정작 농가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농림부가 향토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 보다는 다양한 시도로 발전 가능한 식재료 혹은 향토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차 주무관은 "각 지자체가 생산하는 식재료가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보급되면서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어떤 식자재이건 선점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결국 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길은 지역 식재료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예술 품은 백년가약'

미디어아티스트 송대규(35사진)씨가 10일 오후 5시 전주 향교에서 깜짝 결혼식을 올린다. 그가 직접 만들어 보낸 모바일 초대장'아름다운 소유'는 송대규의 '송'과 아내가 될 유성례(35전주 서신초 교사)씨의 '유'를 따서 지은 것. 그는 야외 결혼식을 핑계 삼아 전부터 찜해둔 전주 향교를 배경으로 한옥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준비했다. 미디어 파사드는 빌딩을 작품의 벽면으로 삼아 LED(발광 다이오드)나 빔 프로젝트의 밝기와 색상을 조절해 형태와 움직임 등을 표현하는 방법."결혼을 왜 저녁에 하느냐","주차하기 힘든 향교를 선택했느냐"는 어르신들의 점잖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을 알리는 다소 늦은 결혼을 단순히 손님을 맞기 위한 '식'이 아닌, 결혼의 의미를 함께 되새겨보는 '축제'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더욱이 한옥 미디어 파사드의 종착점은 향교여야 된다고 믿었던 탓도 있다.1시간 동안 진행될 이들의 결혼식은 12부로 나뉘어 치러진다. 1부에서는 미디어 파사드로 등장해 주례 대신 신랑신부를 아끼는 지인들의 영상을 관람한 뒤 혼인서약을 한다. 2부에서는 해금을 연주하는 전북도립국악원 단원 고은영씨와 대금연주자 이창선씨, 타악연희원 '아퀴'에서 활동하는 강형우씨 등이 축제의 분위기를 이끌 듯. 한옥 미디어 파사드로 인한 그의 결혼식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잔치가 될 것 같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말(馬)로 환생한 연암 박지원의 인간 풍자

전주시립극단의 '열하일기만보'(연출 류경호·3~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는 기이함을 일상 코드로, 일상의 당연함을 기이함의 코드로 버무린 사유 담론 놀이극이다. 연암이 말로 태어나 겪는 기이한 이야기, 그 안에 소통을 가로막는 기이한 언어 담론 놀이가 펼쳐진다. 말도 아닌 것이 노새도 아닌 것도 그렇다고 개보다 약간 큰 암컷 말로 태어난 자, 그런데 그 동물이 기이한 사연들을 인간의 언어로 쏟아낸다. 주변의 반응은 놀랍다. 그러나 통치 질서를 어지럽힌 죄목으로 사형 혹은 추방형이라니, 말 주인 창대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겨우 금언령이 내려진다. "히히히잉 부르르르", "히히히잉 부르르르", 인간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동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말 고유의 모습으로의 길들이기, 그런데 극존칭을 요구하는 황당함이 벌어진다. '주인님 제발 간청하오니 인간의 말을 버리시고 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말 고유의 언어를 써주세요'. 말 '미중'의 황당한 요구, 터트림의 정서와 억제의 정서, 곱게 키우고 사랑했기에 자존심을 구기며 맘에도 없는 존칭 언어로 대해야 하는 아이러니, 여기에 미묘한 비틀림 정서가 버무려지면서 진한 능청 놀이의 맛이 우러나온다. 안세형의 농밀한 육체 언어가 관객을 놀이 우화의 아우라 안으로 자연스레 이끌어 들인다. 어둡고 칙칙한 복색에 머리 위에 안경을 걸쳐 쓴 마을 사람들(김영주 외), 동일 복제 이미지로의 반복 컨셉은 획일 문화에 길들여진 자들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다. 기이한 것을 찾으러 온 어사(홍지예)의 등장으로 뜻밖의 반전이 시작된다. 미중에게 말을 금했던 자들이 거꾸로 애원하는 자가 된다. 동물의 마음을 달래려는 자들(정경림 외), 좌정하고 앉아 있는 동물에게 읍소하며 술을 빚어 갖다 바친다. 극은 게임이요 전략이다. 획일 독재를 해왔던 마을 장로들(염정숙 외)이 동물에 의해 농락되어가는 장면은 이 우화 놀이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동물 미중에게 애걸해하며 비굴해 하는 자들(최균 외), 이들을 제압해 나가는 동물, 개인과 집단의 반전 놀이극 구도, 이를 창의적으로 소화해낸 류경호의 연출 컨셉은 조롱 정서와 사유 쾌감을 동시에 유발시켜 낸다. 극 해설자 '연암'에서 말 '미중' 역할로 변신하는 과정, 어슬렁어슬렁 인생 담론을 펼쳐가며 또 다른 미지의 곳을 향해 사라지는 연암의 유유자적함, 이를 비유적으로 조망케 한 서형화의 농익은 게스투스 배우술은 무대 전후좌우 빈 공간을 충분히 제압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 진한 서사 놀이 맛깔을 유도해 낸다. 청년들의 집단 정사와 재치 있는 상징 놀이 컨셉, 창대의 사설 타령 언어와 마을 사람들의 화답 코러스가 신선미와 역동성을 유발하지만 공연 중후반부는 템포와 속도와 이미지 창출 측면에서 변별성이 약화된다. 술집작부 이미지의 어사, 그의 괴이한 놀이 언행, 비 본질에 종속된 자들의 우화 행진 그림들, 이를 예측 불허의 상징 퍼포먼스로 펼쳐 놓았다면 더욱 풍성한 놀이 우화 묘미가 우러나왔을 것이다. /김길수(연극평론가·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전통문화아카데미, 외국인 학생 눈높이 맞춰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해외 거주 재외동포에게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 전주 한옥마을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통문화아카데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내용으로 새롭게 구성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지적은 7일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주시 주최 '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 학점이수제 교과과정개발 1차 포럼'에서 제기됐다.이날 포럼은 2008년부터 도내 4개 대학(전북대, 전주대, 우석대, 원광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점이수제 교과과정을 평가하고, 향후 5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마련됐다.포럼 발제를 맡은 전주교대 이경한 교수는 현재의 교육내용이 전통문화에 대한 백화점식 나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대학생의 지적 희열을 주기 위한 전문화된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교육내용이 초등학생이나 단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체험위주의 교육 프로그램 강사들이 대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또 하루 8시간 수업에 따른 수강생의 피로감이 크고, 학생수가 많은 경우에는 40명이 넘어 체험중심의 학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한국문화 체험자와 초기 체험자, 전주 한옥마을 방문자와 미방문자의 적절히 구별시켜야 수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제안이다. 전주대 장미영 교수는 한국전통문화교육이 주로 생활문화나 음식문화, 역사와 사상교육 쪽에 치우쳐 있다며, 예술문화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예술문화교육이 음악과 미술, 무용 중심의 이론적인 설명 내지 관람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한 두 차례의 실습을 통한 맛보기 정도의 일회성 내지 단기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라는 것.음악은 주로 민요가요판소리 배우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미술은 한국의 민화 그리기한지 공예전통 매듭으로 제한되며, 무용은 한춤탈춤배우기에 그치는 상황이다. 장 교수는 연극 영화 현대무용 사진 건축 문화재 문학 디자인 등으로 교육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이와함께 외국인 학습자들이 '1인 1기' 예술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대학과 행정, 지역의 문화단체와 예술인들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장 교수는 또 특정 분야의 특정 과목을 여러 해에 걸쳐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단계화체계화 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후속심화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 학점이수제는 매주 토요일 4주간(1일 7~8시간), 30시간을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론과 체험 교육을 받으면 2학점을 인정한다. 지금까지 5년간 30기에 걸쳐 2601명이 수강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8 23:02

JIFF조직위 구성원 '줄사표' 파문

전주국제영화제(JIFF)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사무처장, 실장들이 지난달 집단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8년 넘게 비상근 집행위원장 체제로 꾸려져온 조직위가 새로운 집행위원장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사실상'올 스톱' 된 상황이다. 지난 8월 김 건 부집행위원장에 이어 홍영주 사무처장, 조지훈·맹수진 프로그래머, 4명의 실장들까지 나가면서 전주영화제는 조직위가 거의 리모델링에 가까운 수준으로 체제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전주영화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숏숏숏 2013' 등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영화제 업무 자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집단 사표의 이유는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잘 모르고, 조직원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무차장의 2개월 분 월급과 프로그래머들의 출장비 등이 뒤늦게 정산됐거나 스스로 충당한 것도 불만. 고 집행위원장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충분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사표를 낸 이들에게 15~20일 넘게 설득하고 생각할 시간까지 줬다. 그러나 잘 안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8년 간 물가는 계속 뛰었으나 영화제 예산이 동결되면서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서 뒤늦게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매년 열악한 처우로 전주에서 경력을 쌓은 스태프들이 다른 영화제로 빠져나가 영화제를 앞둔 전주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단기 인력을 수혈해오기는 했으나, 현재와 같은 새로운 판에서 축제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는 상황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파문으로 전주영화제 위상이 실추 돼 조기 정상화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집단 사표로 인한 대외 이미지 손상도 우려된다.고 집행위원장은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래머 인선 등으로 조직을 정비해 내년 영화제를 알차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초기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을 맡았던 민성욱 백제예술대 교수가 부집행위원장으로 다시 합류해 수석 프로그래머 인선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화제 조직위는 13일 영화제 조직개편 내용과 방향성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36년 희로애락, 파스텔 퍼즐로…교동아트센터 'OFF-AIR'展 첫 초대화가 이광철씨

감기로 목이 꽉 막혔다. 전북대 재학 시절 자신을 가르친 은사들과 함께 '교수'라는 직함을 달게 된게 아직은 어색하고 얼떨떨해 보였다. 성실함을 담보로 한 승부에선 좀처럼 뒤로 물러서지 않는 그에게 '일복'은 따라오기 마련.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의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한 그는 지난 1년을 정리한 초대전까지 준비하느라 감기를 달고 산다. 전주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가 기획한 'OFF-AIR'展의 첫 주인공에 초대된 서양화가 이광철(36·전북대 조교수)씨다.1년을 재수해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와 인연을 맺은 그에겐 이번 작업이 각별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직접 실행으로 옮기도록 한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 6년 째 '지나온 시간'을 주제로 한 작업은 큰 틀에서 변함이 없지만, 조형 언어를 디지털 매체와 결합시켜 확장해내는 시도가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개인의 역사(시간)을 공공의 역사(시간)로 옮겨내려는 작가적 욕심은 현재 진행형.평소 우러러 보기만 했던 선배(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의 글을 받게 돼 의미를 더했다. 둘 다 숫기가 없어 속 터놓고 이야기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으나,"오랫동안 나의 작품을 봐주셨던 분이라 안심이 됐다"고 했다. 김선태 교수는 "색채와 형태가 해체되는 불연속적 단면을 통해 디지털 모니터의 픽셀 같다"면서 "특히나 강렬한 원색의 사용은 불균형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묘한 긴장감을 준다"고 해석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환한 색감의 퍼즐 10여 점이 화려한 과거를 추억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도 어렵고 힘들다던 '전업 작가'란 길에서 '교수'라는 답을 찾았듯, 그의 작품을 둘러보면 각자의 시간에서 선명해지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을 '휙' 보고 나가기보단 더 머물러 볼 것. 작가가 나타나 이 추운 겨울, 따뜻한 눈 인사를 건넬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는 11일까지.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