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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낱이 기록한 일상…그것은 시가 되었다

성실함과 꼼꼼함도 이 정도면 인간문화재급이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어김없이 시 한 편은 꼭 써야 직성이 풀리는 김계식 시인(72)이 그렇게 해서 펴낸 시집 '민달팽이의 독백'(신아출판사)은 벌써 열세 번 째. 잠 보다, 밥 보다 시가 더 달았다. "시집을 여러 권 내다 보니, 내가 다 벗겨진 것 같아요. 힘들게 집 걸머지고 다니는 달팽이도 우습고, 제 집도 아닌 소라껍데기 몸 담고 달팽이는 더 가관이고…. 서두를 필요 없이 홀가분하게 살려고 했더니, 내가 민달팽이가 된 것 같습니다."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도 작가는 일상의 낱낱을 기록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쓰기를 위한 일상'처럼 보일 정도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메모와 스크랩으로 남아 시의 재료로 활용되곤 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매일 새벽에 쓰던 일기가 시쓰기로 변화된 것이라고 하지만, 기쁘고 슬픈 심지어 원망스러운 순간까지도 관조해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열 두 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질 높은 시를 써보려고 행간을 넓히고 또 깊게 하는 노력을 했으나 허기와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선배의 지도 없이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라고 자문했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다작'과 '과작'의 사이를 갈지자로 다니며 쌓은 내공 덕분이다. 이번 시집에도 풍·정·한·기·원으로 엮어 풍류, 세정, 회환, 운기, 소원으로 갈래를 탄 뒤 대자연을, 그리움과 사랑을, 한 서린 삶을, 지혜와 용기를 되새겨보는 거울로 만들어냈다. 어떤 가면도 거부한 채 사소한 여담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정직한 서정이 미덥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스스로에게 피로한 몸을 누이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울 공간으로 그의 시를 권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6 23:02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전북출신 홍지화 '거장들의 스캔들'·조정형'명주보감' 포함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고전 탐독'(정제원·평단문화사) 등 총 418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사업은 출판계의 양서출판을 진작하고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196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 올해는 2011년 8월 1일부터 2012년 7월 31일 사이에 887개 출판사의 국내 초판 발행 도서 총 5143종이 접수됐다. 각계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12개 분야의 심사위원단(위원장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71명이 40일 동안 예비심사와 본심사 등 4차례의 심사회의를 통해 279개 출판사의 도서 418종을 선정했다.그중 독창성과 대중적 가독성 등을 따져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이병훈·문학동네),'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김희준·생각의힘),'자연의 미술가'(김해심·존 K 그란데·보림출판사) 등 19종을 최우수 도서로 뽑았다. 전북출신 홍지화씨의 '거장들의 스캔들'(작가와 비평)과 전북무형문화재 조정형씨의 '명주보감'(서해문집)도 우수도서에 포함됐다. 선정도서는 각각 500만원(최우수도서의 경우 750만원) 이내에서 구입해 연말까지 공공도서관, 벽지 초·중·고, 병영도서관, 해외문화원, 교정시설 등 2000여 곳에 배포된다. 선정목록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16 23:02

'너~무 느린' 슬로시티 구축 사업

민선 5기 전북도가 핵심시책으로 내세운 슬로시티 구축 사업이 터덕거리고 있다. 일선 시군의 공감과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말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시군 1슬로시티 구축을 목표로 올해 3개소, 내년 3개소를 선정키로 했다. 당시 개소당 20억~30억 원(도비 30%, 시군비 70%)을 2년간 분할 지원할 계획이었다. 전북형 슬로시티를 육성하기 위해 면(읍)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의 삶과 역사, 문화, 자연환경 자원의 가치를 보존하는 방안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8월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실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1곳도 결정하지 못했다. 일선 시군과 사업 단위인 면(읍) 지역에서 정책에 대한 공감을 얻기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14일 도가 슬로시티 관심지역으로 꼽은 면(읍)은 전체 면의 21%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여 완주남원은 5개 면(읍)이 관심 목록에 포함됐지만 고창무주부안정읍장수는 각 1곳에 그쳤다. 이에 도는 당분간 기본 개념과 추진 방향을 알리는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도는 이날 오후 도청 회의실에서 시군 슬로시티 담당 공무원, 슬로시티 지역공동체 운영요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주 일정으로 전북형 슬로시티 스쿨을 개강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시군은 없다. 내년 3월 이후 시군당 1~2개소를 추천받은 뒤 추진의지와 역량 등을 심의해 3곳의 시범지구를 선정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면서 "슬로시티는 사업보다는 운동의 개념에 가깝다. 슬로시티 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공유해 '느림의 가치'를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세명
  • 2012.11.15 23:02

③ 군산 울외·순창 고추장 장아찌 -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 ' 밥도둑' 납시오~

장아찌와 같은 발효보존식품은 요리사가 아니라 세월과 바람이 만드는 것이다. '발효 과학'에 가까운 장아찌는 어떤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유지하고, 오래 둬도 상하지 않으며,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명품 음식, 지역의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지역 식재료로 만든 짭짤한 밥도둑 장아찌를 소개한다. 다소 희귀한 박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인 울외와 깊은 맛을 자랑하는 순창의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다.△ 술지게미로 발효시킨 울외 장아찌 밑반찬 울외를 처음 본 사람들은 호박인지 오이인지 헷갈려한다. 기다란 모양과 푸르스름한 색깔 때문이다.'백과'(白瓜)로도 불리는 울외는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어린 열매는 녹색을 띄나 익을수록 흰색이 나타난다. 군산은 울외의 전국 생산량 60~70%를 차지한다. 울외가 군산처럼 습기가 많고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서다. 울외의 가공 방법은 술지게미 절임. 술지게미는 청주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다. 군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울외 생산지가 된 이유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항구를 끼고 있다 보니 일본에서 생산된 울외 장아찌가 쉽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더구나 쌀을 원료로 청주 양조장이 당시 군산에만 있어 술지게미를 활용한 울외 장아찌가 만들어지기 쉬웠던 것. 현재 군산에는 술지게미 절임으로 울외를 가공하는 공장이 20여 곳이나 된다. 실제로 청주 양조장이 많은 일본 나라(奈良) 지역 역시 술지게미를 활용해 채소를 절여 먹는 식품이 발달했다. 울외를 '나라즈케'로 불리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곳에서 나온 울외 장아찌가 유명해서다. 울외는 오이와 비슷한 향이 나서 생으로 씹으면 아삭아삭하다. 하지만 단맛이 없고 밍밍해 식감이 떨어지는 편. 참외나 오이처럼 깎아 먹기 보다는 절임 형태로 먹는 이유다. 울외 가공법은 반을 잘라 씨앗을 훑어낸 뒤 천일염으로 하룻밤을 재워 다시 물로 씻어 꾸덕하게 말린다. 잘 건조된 울외를 설탕을 넣은 술지게미에 두면 장아찌가 되는 것. 일본에서는 술지게미를 세 번 바꿔가며 몇 년 간 숙성시키지만, 한국에서는 한 두 번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 3대 째 울외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황정안 삼학식품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대개 햇것(신선한 것)을 선호하다 보니 오래 묵힌 것을 내놓으면 잘 시판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삼학식품은 일본식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술지게미를 두 번 정도 바꿔 발효시켜 깊은 맛이 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명품으로 통하는 울외 장아찌는 국내에선 소규모로 생산되는 데다 조리법이 표준화 되지 못해 대중화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 메주 가루로 숙성시킨 순창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 고추장은 매우면서도 달착지근한, 감칠맛의 세계로 이끄는 우리 밥상 음식에 안 들어갈 때가 없는 주된 양념이다. 조선시대 영조는 순창이 본관인 조종부가 만든 고추장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였다. 숙종의 어의 이시필이 쓴 '소문사설'에는 순창 고추장은 메주를 쓰지 않고 그 속에 전복대하 등 어패류를 넣어 삭혀 만든, 장조림 혹은 장아찌 같은 음식에 가깝다고 기록됐다.순창 고추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이유는 깨끗한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수와 사계절 습기가 많은 분지로 둘러싸인 환경이 고추장 발효균을 활성화시키기에 적당해서다. 박영수 순창장류사업소 발효미생물 주무관은 "늦여름에 띄운 메주를 가루로 만들어 겨울에 고추장에 담그는 게 특징"이라면서 "늦여름은 메주의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꿔주는 바실러스 균이 활성화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순창 고추장의 명성이 높아지자 대기업도 순창에 식품 공장을 지어 '순창 고추장'이라는 브랜드를 팔기 시작했다. 순창군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순창 고추장 제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순창 고추장 민속 마을'을 조성한 뒤 2004년 '순창 전통 고추장'의 지리적 표시를 등록했다. 현재 이 마을에는 54가구(39곳 영업)가 고춧가루와 콩쌀 등 모든 재료를 순창의 농가에서 공동 구매를 한 뒤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추장을 담그고 있다. 순창 고추장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최소한 8개월 이상 발효 기간을 거쳐 제대로 숙성시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추장 소스'에 가까운 공장 고추장이 1㎏당 5000원이면,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의 고추장은 1㎏당 2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편. 박영수 주무관은 "학교 급식이나 군 부대에 납품하고 싶어도 단가가 맞질 않아서 못한다"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면서 맛있고 품질이 좋은 식품을 내놓길 원하지만, 그러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곳 민속마을에서는 순창 고추장을 응용한 장아찌가 인기 상품이다. 특히 소금에 절여 씨앗(매실감마늘무 등)을 뺀 뒤 설탕에 재운 장아찌 원료에 2~3년 동안(3~4개월 주기) 새로운 고추장을 바꿔 넣는 과정을 반복해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드러나 서울 롯데호텔(본점잠실점)과 대구 인터불고 호텔(본점 등 3곳) 등에 납품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5 23:02

울외 장아찌 3代째 만드는 황정완 삼학식품 대표 "오래 삭혀야 제맛"

울외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작품이다. 그러나 3대 째 울외로 장아찌를 만들어 가공 공장을 운영 중인 황정완 삼학식품 대표(45)에게는 효자 상품이다. "조금만 더 달면 참외처럼 깎아 먹어도 좋을 텐데. 장아찌로만 내놓는 게 아쉽긴 합니다."외할머니 어깨 너머로 보던 울외 장아찌 만드는 법을 배웠던 어머니에 이어 그가 2004년 바통을 넘겨 받으면서 장아찌의 맛이 현대인 입맛에 맞게 변화됐다. 짠맛이 유독 강하던 울외 장아찌는 다소 싱거워진 편. 청주 양조장에서 나온 술지게미는 울외 장아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하지만 울외가 고소득 작목으로 인식되면서 울외 공장이 늘어 술지게미 구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 "1년 동안 얼마를 생산해야 겠다고 계획을 세워도, 술지게미가 제때 나오지 않아 수출을 포기한 적도 있어요. 아무리 좋은 울외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지게미를 구하지 못하면 쉽게 물러지거든요."특히 일본식으로 술지게미를 여러 차례 바꿔주면서 숙성시키는 법을 고수하고 있는 황 대표는 국내 사람들이 이 맛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오래 삭힌 곰삭은 맛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신선한 것을 좋아해 더 오래 삭힌 것은 잘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이 품질 좋은 울외 장아찌는 물가가 비싼 일본에선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명품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 같은 울외 장아찌라 하더라도 맛이 제각각 달라요. 울외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다른 공장이 소규모인 데다, 조리법이 체계화 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울외 장아찌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5 23:02

너는 나이고…나는 너이다…화폭에 옮겨놓은 '물아일체의 꿈'

숨 가쁘게 달려오다 잠시 쉬었다. 그에게 '쉼'은 '논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충전이며, 더 멀리 뛰고 날기 위한 웅크림이다. 서양화가 최원씨(56)의 이야기다. 전주·서울·일본을 오가며 매년 한 두 차례씩 개인전을 가져온 그가 6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18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 이번 개인전이 15번째지만, 14번째까지의 그가 아니다. 지난 5월 순창에 작업실을 차린 것은 외형적 변화다. '소나무 작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만큼 소나무 그림에 천착해온 그가 소나무를 넘어 자연에 눈을 떴다. 그의 작품세계가 변화했다는 의미다.그는 십장생중 소나무를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모델링 테이스트 안료를 사용해 평면에 저부조 형태의 소나무를 표현, 그 자체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내가 주인공이 돼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반성했다.그는 '장자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꿨는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꿨는지'모를 '장자의 꿈'을 이야기 했다. 자신의 관점에서만 자연을 바라보지 않고 자연과 자신이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를 꿈꾸었다. "내가 자연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그 자연물 속에 같이 혼재돼서 호흡하는 테마를 생각했습니다"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들이 수평선을 보듯 붓터치가 일정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서 그의 '물아일체'를 향한 생각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한계령 등에서 느낀 이미지를 담은 작품 등 21점이 출품됐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15 23:02

젊은 영혼들의 '시네마 천국'

관람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영화로 만든다' 전북청소년영화제가 그 기회다.제6회 전북청소년영화제가 15일부터 17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전북지역 청소년들과 교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상 축제다.올 청소년영화제는 '세상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1회 '꿈을 만들다'이후 5회 '나를 보다'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다져온 청소년영화제를 통해 이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힘껏 안으며 미래를 향해 당당하게 비상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영화제는 '다슬이'(감독 : 박철순)을 개막작으로 총4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경쟁부문 36편, 비경쟁부문 초청작 7편, 찬조작 1편이다. 경쟁부문은 전북지역 학생들의 작품으로 초등학생 3편, 중학생6편, 고등학생 27편의 작품을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상영한다. 초청작은 울산, 경기 등의 청소년영화제 수상작을 지역 교류전으로 상영하며, 찬조작은 전북영상교육연구회의 교사 작품이다. 개막작 '다슬이'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아가며 낮에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집에서 눈사람이 나오는 만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재밋거리인 9살 소녀 다슬이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36편의 경쟁작은 청소년들이 교과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또는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교육활동들을 통해 제작한 영화로, 청소년의 시선으로 본 현실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전북청소년영화제 이병노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통해 청소년 자신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찾고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여 그 꿈이 아름답게 비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15 23:02

民主에 대한 물음, '김근태'로 답하다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이 묻는다.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최상명 우석대 교수(50김근태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가 들려주고 싶었던 대답은 이렇다. "김근태를 아십니까."토론할 자유를 누리는 것과 결론에 승복할 의무를 따르는 것. 김근태 前 민주당 상임고문(1947~2011)이 믿는 민주주의였다. 아무리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어도 합의 절차를 무시해가면서까지 나아갈 수 없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누군가에겐 민주화 투사이자 대부로, 또 누군가에겐 실패한 정치인으로 기억되던 그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대선 후보들과 많은 정치인들이 애타게 찾는 인물이 됐다. 왜 일까. 총 3장으로 구성된 '하나가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푸른숲)는 이 질문에 대한 간극에서 태어났다.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당시 김근태 민청련 의장과 조우하고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세상과 이별할 때까지 경제 정책을 고민하는 파트너이자 한반도 재단 설립과 운영에 참여한 정치 후배 최상명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세대가 진 마음의 빚을 담아 김근태 고문의 철학과 사상, 인간적 면모를 덤덤히 기록했다. 목숨을 걸고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 새벽을 열고 정치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았던 그의 인생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한 권으로 태어난 '하늘의 문'이 반갑기만 하다. 부조리한 사회에 눈감고 애써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무관심과 싸워야 하고, 심화된 양극화를 해결할 경제 민주화 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후보 간 연대가 아닌 대다수 약자들이 소수의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서 '대통합'을 되새겨보게 한다. '그는 시대정신을 밝힌 등대였고, 진실과 정직의 거울이었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는 남았다. 우리 모두는 김근태에게 빚이 있으며, 민주대연합을 통해 2012년을 점령하여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우리는 '김근태주의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책은 현직 정치인으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세를 거느리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를 향한 약간의 부풀림도 있다면 그것까지 포함해 김근태의 진심을 이해하는 훌륭한 입문서다.최 교수는 민주 투사 시절 이후 김근태 삶의 여백을 선명하게 메워낸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22일 개봉)도 챙겨볼 것을 권했다. '남영동1985'는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김근태 고문의 22일 간 잔인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김근태의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5 23:02

8.박항식(朴沆植)편 - 동양적 초월과 통합의 이미지스트

봉선화 고 빨강 꽃 속에 8月이 들어 있다. 콩콩 찧어 물들이면 빨강 8月이 손톱에 옮아온다. 눈동자 푸른 바닷가에서 빨강 모자를 쓰고 웃는 少女- -손톱이 자라면 차츰 8月이 밀려가겠지만 나직한 歲月을 등에 지고 기대어 생각노라면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기억 속으로 손톱을 물들이며 빨강 8月이 온다. -「8월」, 전문 8월만 되면, 봉선화 꽃잎으로 빨갛게 손톱을 물들이던 지난날의 추억을 애틋하게 떠올리게 한다. '8월'이라고 하는 추상적 관념의 세계가 '빨강 봉선화'라고 하는 화려한 감각적 은유를 통해 우리의 무딘 감성을 시적으로 살아나게 한다. '푸른 바닷가'와 '빨간 모자를 쓴 少女'와의 색감 대비도 선명할 뿐 아니라,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기억'이 '손톱을 물들이며 빨강 8월로 온다'고 한 화려하고도 생동한 감각이, 가히 정지용의 산뜻한 감각에 애틋한 그리움까지 가미(加味)되어 생의 깊이와 간절함을 더하게 한다.호운(壺雲) 박항식 시인(1917-1989)은 남원 수지에서 출생하여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남원 수지에 수지중학교를 건립, 이후 원광대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 1949년 한성일보 신춘문예에 「눈」이 당선된 이래,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에 시조「노고단」과 「문장대」가 각각 재당선되어 기존의 이미지즘(知)에다 동양적 사유의 정신세계를 투입한 지정합일(知精合一)의 서정미학을 구축한 시인이다. 자신의 시를, 한국모더니스트의 대가라 일컫는 정지용 시와 비교해 가면서, '지용의 것은 내려오다가 반짝하고 떨어져 버리는데, 나의 것은 내려오다가 아리잠직하게 승화' 되어 있다고 자칭(自稱)하면서, 지용의 이미지스트적 '지(知)'에다 자신의 '정(精)', 곧 동양적 정신세계를 가미하여 한국 서정시의 차원을 달리하였다. 靑山을 사랑에 눈뜨게 한 도라지꽃 피었네 靑山을 半만 취하게 한 한들한들 도라지꽃 피었네 淸明한 가을날 풀 푸른 내 고향 뒷산에 이쁜 固執으로 도라지꽃 피었네-박항식,「도라지꽃」전문, 『방호산 구룸』,1981 꿈이 地表를 뚫고 싹으로 올라오면 山이 재채기를 한다. -박항식,「淸明」에서한시(漢詩)처럼 간결하고 정치하게, 때로는 노장풍의 산수도처럼 유장하고 정밀하다. 특히 '靑山'과 '도라지꽃', '地表'와 '싹'과의 대칭적 호응 관계는 주객대립의 분리가 아니라, 둘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연기적 불이(不二)의 세계요, 초월과 통합, 음양의 화해(和諧)에서 오는 신비의 세계가 있다. 이러한 호운의 초월과 통합의 정신세계는 이 외에도 '항상 끄트머리로부터 처음이 온다.', '모든 빛깔들은 한 빛깔의 외연으로 하여 내포된다.' (「아침」), '휘파람 소리 듣고 잠자던 봉우리'(「눈III」) 등 그의 시간은 물리적 자연의 시간을 넘어 주객이 하나가 되는 심미적 직관의 황홀경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동양적 정관(靜觀)과 사유의 세계로서 지정합일(知精合一)의 통합이 이룩해낸 한국이미지즘 시의 또 다른 성과가 아니었던가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1.14 23:02

달을 품은 매화 … 인생의 한 수 배운다

한국화가 소당(素堂) 김연익 개인전은 문인화를 탐구하고 이를 그림으로 펼쳐놓은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지난 40년 간 문인화를 시작한 그는 30년이 되어서야 첫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문인화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그의 개인전'별도 달도 보듬고'는 어쩐지 수묵화라면 고루할 것이란 예단을 허문다. 그의 작품은 모필의 깊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한껏 살아나면서 여백의 미를 절묘하게 살린다. 화면이 살아있는 것은 현장에서 가져온 생생함 덕분이다. 전시에 내놓은 매화 역시 각각의 얼굴과 향을 지니고 있다. "옛 선비들은 매화를 하나의 인격체라 했습니다. 생나무 가지 위에 꽃이 피고 죽어버린 줄기에서 어린 새 가지가 돋아나며 7월에 꽃눈이 생겨 가장 오래 기다려 꽃을 피웁니다. 인내와 기다림, 정신성을 상징하는 것이죠. 매화를 그리며 오히려 인생에 대해 한 수 배우고, 나 스스로가 매화를 닮아가는 느낌을 갖곤 합니다."먹과 몇몇 단색을 사용한 그의 작품은 문인화의 전통적인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수묵의 현대적 감각을 잊지 않았다. 색을 쓸 때도 먼저 먹을 먹인다. 색이 차분하지 못하고 들뜨는 것이 싫어서다. 그래서 다가서기가 한층 수월하다. 고문서에서 본 문장이나 요즘 시인들의 시편을 써 넣기도 하지만, 자신의 짧은 단상을 넣어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들국화가 가을 산골에 자라 싸늘한 향기는 스스로 맑다. 유인이 홀로 찾아가는 것은 뛰어난 벗과 마음을 같이 하려고.' ('벗과 같이' 중에서)와 같은 것들이다. 소박한 선의 움직임, 익숙한 사물 앞에서 새삼 느끼는 평안. 그의 작품은 낯익은 것들에 새로운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에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4 23:02

JIFF 스태프 8인 집단사표 이유는 - "신임 위원장, 영화제 정체성 흔들어"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처 핵심 실무진들이 제출한 '집단 사표'를 둘러싸고 내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표를 낸 8명의 실무진들은 13일 '사임의 변'을 통해 "(고 위원장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한 무리한 업무 지시와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이 해명하면서다. 지난달 22일부터 줄줄이 사표를 낸 홍영주 전 사무처장 등 8명은 '사임의 변'을 통해 "전주영화제 정체성이 흔들린다.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석만 위원장이 취임 뒤 영화제 형편상 현실성이 없는'시네아스트 50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전임 위원장 때 추진했던 저명한 영화이론가 자크 오몽 공동 집행위원장의 영입에 제동을 건 것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이들은 "처우에 불만을 갖거나 변화를 요구하는 위원장의 업무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 사표를 낸 게 아니었다"면서 "최소 5년 이상 영화제에 몸담아왔던 자신들의 충언을 들으려하지 않은 새 위원장과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특히 사표를 낸 이들은 32억이 투입되는 전주영화제에서 40억이 예상되는 '시네아스트 50' 기획은 신규 예산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고 위원장은 "전주영화제 정체성은 유지하되 1년 내내 진행되는 축제가 되기 위해 별도의 조직·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사업"이라고 했다.자크 오몽 공동 집행위원장 무산과 관련, 이들은 고 위원장이 취임 전 합의됐던 신임 공동 집행위원장이 무산된 뒤 부집행위원장, 프랑스 스페셜 디렉터 등으로 직함이 수정되면서 공개적인 객관적 자문은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공동 집행위원장 응낙을 하진 않았다. 자크 오몽은 어떤 자리여도 상관없고, 전주영화제를 돕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행정 시스템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이들은 고 위원장이 그간 추진해온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 2013'까지 영화제 정체성과 맞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영화제를 위해 시급한 관련 업무를 중지시켰고 행정 시스템이 체계화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핵심 프로그램은 신임 수석프로그래머가 부임하는 11월 이후 논의하기 위해 1∼2주 정도 늦추자고 했을 뿐 업무를 전면적으로 중지시킨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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