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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말과 미래의 운명

우리는 매일 주변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는다. 깨어나면서부터 말하기 시작해 잠들기까지 우리는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의 일상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는 것은 삶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고 자신의 의사와 욕구, 기대를 전달하는 사회적 문화적 행위이다. 말은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인간의 자기 표현수단이자 타인과 자신의 삶을 연결하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매개체이다.이러한 말은 몸의 떨림을 통해 나오며 마음의 공명을 통해 전달되고 영혼의 울림으로 감응이 일어난다. 말은 생동적으로 살아있는 자신의 얼(혼)을 울려 퍼지게 하는 공명 행위, 즉 떨림과 울림을 통해 사람살이의 뜻을 세계에 알리는 사회적 행위이다. 떨림과 울림은 나의 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뜻이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뜻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행위, 즉 표현과 뜻(의미)과 영적 정보의 나눔을 뜻한다. 매일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의 살림살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즉 사람살이의 지평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인 자기표현의 행위이다.우리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영혼이 상처받고 왜곡된 사람은 거칠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반면, 긍정적인 몸의 살림살이를 하는 사람은 밝고 맑고 비전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몸의 이야기는 곧 그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따뜻한 언어로 이루어진 삶의 이야기는 그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이고 전망 있게 만든다. 현재적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말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말은 현재의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매체이자 동시에 미래의 삶을 만드는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하이데거는 언어란 존재의 집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내 삶의 정조가 담긴 존재의 집이다. 내적 불안이나 현실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말은 더욱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마음이 여유 있고 생각이 정돈되어 있으면 말은 부드러워진다. 말은 내 영혼이 그대로 표현되는 존재의 집일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의 이야기가 전개될 미래의 텍스트공간이기도 하다.우리의 인생은 말의 힘에 따라 전개된다. 어두운 생각을 담고 있는 말은 그것을 표현하는 순간에 자신의 삶을 어둡게 만들며, 밝은 마음을 담고 있는 말은 그것을 드러내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에게 삶의 에너지가 된다. 분노를 담고 있는 말 한마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한마디의 말실수가 그 사람의 미래를 가로막기도 한다. 말은 우리 존재의 집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혼의 에너지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 파동처럼 영적 떨림과 울림을 통해 사람살이가 퍼져나가는 과정이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동시에 미래를 만드는 운명의 메시지인 것이다. 우리가 말을 정성껏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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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11.14 23:02

[김병용의 기행에세이] (17)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가거도는 먼 섬이다.목포에서 하루에 한 번 열리는 뱃길로 육백 리 다섯 시간… 직선거리 상으로는 목포에서 150킬로 남짓이라고 하지만 비금도, 흑산도, 만재도 등을 모두 거쳐 돌아가는 길이라, 시속 50킬로의 쾌속선이 들렀다 쉬었다 휘어들어가는 뱃길은, 부러 뱃멀미로 고생하자는 길이다. 두 시간을 달려간 흑산도를 지난 뒤로도 또 세 시간, 배와 그 배에 탄 사람들은 난바다에서 출렁거려야 한다.이 이동 거리와 시간은 '나는 왜 이 섬을 찾는 것인가' 묻고 대답하기에 충분한 거리이며, 동시에 밀려드는 후회와 기대 사이를 우왕좌왕하다보면 절로 맥이 풀리는 그런 시간이다.한반도 영해기선이 'ㄴ'자로 꺾어지는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는 국경의 기준이 되는 곳 중 하나이다. 국경의 안과 밖…사실상 상상력의 안팎이기도 하다. 블랙 아프리카의 최근 역사를 안다고 하여, 그들의 삶과 심경의 내면까지 상상하긴 힘든 일… 이는 다빈치가 날것이나 탈것은 상상할 수 있어도, 그 속도감마저 실감나게 '시물라시옹'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상상력의 국경처음 동해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다, 갯벌 없는 바다라니…!동해는 수직의 바다이다. 가파른 해안선과 급작스러운 일출의 상승감이 그렇다. 그에 비하면 서남해는 수평의 미학 속에 느릿느릿 해가 지는 곳이다. 일출의 상쾌함과 돌연함이 반가운 나이도 있고, 어쩐지 일몰이 서럽다가 차츰 그 다채로운 해거름에 넋을 놓는 나이도 있다. 여튼, 내게는 동해-오호츠크해보다는 서남해-동지나해가 심정적으로 훨씬 가깝다.이런 점에서 바다에 관한 내 상상력은 서남해에 갇혔거나 혹은 서남해로 뻗어나간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가거도를 찾는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 상상력의 영토 순례 같은 것… 올연, 서해 바다에 만나는 낯선 동해의 풍경.섬 사람들의 낭만적인 설명에 따르면 세상의 섬들은 사랑을 찾아 온바다를 부유한다던가, 자신의 사랑이 착근할 해저의 한 지점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 그렇다면 가거도는 우리 나라 섬 중에서 가장 멀리 떠밀려온 사랑의 열망, 끝내 혼자 견뎌야 하는 외로움의 표상과 같은 곳이다.그래서 그런가. 가거도는 우리 나라 섬 중 드물게 등반할 수 있는 높은 산을 갖고 있는 섬이다, 외로우면 까치발을 딛는 법이다. 바다를 맨발로 딛는 것처럼 산의 날등을 둥실둥실 밟고 가야 한다. 무서움이 또한 고독의 다른 얼굴… 독실산을 지나 섬등반도로 이어지는 이 섬의 길은 갈수록 위태롭고, 때때로 아찔아찔한 날등을 통과할 것을 요구한다.한라산이나 남해 금산을 나는 오래 사랑해왔다. 하지만, 한라산은 너무 커서 긴박감이 없고, 남해 금산은 먼 해안선 조망에 더 어울리는 산이다. 등반의 재미만으로 보자면, 독실산(犢實山, 해발 639m) 등반과 비길만한 것은 울릉도 성인봉 등반 정도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섬 등반은 해발 0미터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해발 639미터는 결코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등반 초입부터 45도에서 60도 이상의 경사를 넘어서야 한다.▲서쪽으로 달려가는 내 열망의 형상가장 늦게 해가 뜨는 대신 맨 나중에 해가 지는 섬, 서쪽으로 달려 나가는 열망의 형세를 따라 걷는 것이 가거도 종주의 방법이 되어야 할 터… 대리항에서 향리 섬등반도 쪽으로 해를 등에 지고 걷는다.대리, 향리, 대풍리 3개 마을로 이루어진 섬 전체 일주 거리는 20킬로미터 정도 된다. 꼬박 24시간 체류한다고 했을 때, 첫날 산줄기를 따라 12킬로미터 정도, 다음날 일주도로를 따라 8킬로미터 남짓 이동하는 게 배 시간 맞추기에 적당하다. 외진 탓에 거의 찾는 사람들이 없던 이 곳은 최근 영화나 방송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홍도나 대흑산도와 함께 묶이는 일종의 '패키지 여행 코스'가 되어가고 있다. 이 섬은 간혹 일제 때 명칭인 소흑산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곳 500여 주민들은 이 명칭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어차피 흑산면에 속했는데, 또 소흑산도라고 부른다는 것은 아닌 게 아니라 이 섬에 모욕적인 처우가 될 것 같다.사람들이 가히 살만하다라는 뜻의 가거도(可居島)란 이름은 오히려 뭍과 이 섬의 먼 거리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이곳 저곳 섬을 몇 차례 드나들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섬을 찾아 들어온 이들 중에 채약(採藥)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사약을 구하러 떠났다는 서복(혹은, 서불)의 흔적이 우리 섬 곳곳에 남아있는 것 또한 바다를 건넌 채약의 오랜 내력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귀한 것은 언제나 멀고 험한 경계 너머에 숨어 있다.가거도는 약재 자생지로 유명한 곳이다. 음양곽, 현삼, 목단피 등의 희귀 약재는 물론, 한때는 이 나라에서 쓰이는 한약재 용도의 후박나무 껍질 70%가 이 섬에서 났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산에 밀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한다고 하는데, 등산을 하면서 보니 독실산 전역이 후박나무 천지였다.) '다희네민박' 아주머니 말로는 목이버섯이나 가을 달래도 유명하다 하고, 자료를 보니 이 섬에서 자생하는 식물 종수만 700여종이다.석기시대 패총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가거도에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이 거주하게 된 것은 조선조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장보고 사후 청해진이 와해되고, 서남해의 많은 섬들에서는 민간인 강제 철거와 입도금지령이 내려진 바 있다. 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조까지 왕조가 세 번 바뀔 때까지도 이같은 조치에는 변함이 없어, 태종 시절이 되어서야 보통 사람들은 다시 바다에 나갈 수 있었다.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멀고 먼 곳.▲섬등반도, 염소가 추는 새벽 춤살아가는 이유가 내 자신이 할 바 혹은 운명 같은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이 섬에 들어온 이들도, 마찬가지, 이 섬도 그러할 것이다. 풍랑에 제 몸을 맡긴지 수만, 수억 년 이 섬은 여기 출렁이며 제 존재의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따라서, 이런 곳에서 '외롭다'는 표현은 아주 유치하거나 무척 장엄하다. 말로 내뱉어 자초하거나 과장하는 외로움이 아닌 순수한 쓸쓸함… 외롭다는 외마디에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과 아름다움, 위엄과 위험이 이 섬에서는 보다 가파르고 선명하다.새벽까지 바람이 쉬질 않는다. 지붕의 고생이 자심하다. 먼지 한 점 내려앉을 틈도 주지 않고 길 위에 부는 바람… 결국,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섬등반도 머리칼이 불불~ 일어선다, 날등 위로 난 길은 열렸다, 닫혔다… 새벽빛 속으로 이어지더니 순식간에 바닷길로 푹 꺼져 들어간다. 백척간두!바람은 대체 뉘를 부르려고 이렇게 쉬지 않고 휘몰아쳤단 말인가?… 돌아서는 순간, 아득한 절벽 아래 까만 점이 몇 개 보인다.염소들…?!염소들이 가파른 절벽 틈에서 훌쩍훌쩍 뛰고 있었다. 염소 발길질을 따라 섬등반도 가장자리 세찬 여울 소리가 절벽을 거슬러 철썩인다. 바람 소리, 물지는 소리… 염소는 마치 자맥질하듯 그 소리 속을 탄주라도 하듯 뛰고 있었다. 아주 짓이 났다. 모름지기 혼자 논다면 이 정도는 놀아야 하리, 그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양…문득, 나는 무섭고 부끄러웠다. /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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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4 23:02

[이준재 교수의 맛있는 와인] 세계의 와인-⑤칠레

풍부한 과일 향과 가벼운 스모크향, 그리고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와인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칠레산 Palin Syrah 와인. 최근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인 Sarah Palin을 연상케 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와인을 마시지 말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와인이 되었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칠레와인은 세계 각국에서 마시기 좋은 와인, 가격에 비해 품질과 맛이 좋은 와인이어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남미 최고의 와인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잘 알려지게 된 칠레가 자랑하는 3W가 있는데 그것은 기후(Weather), 아름다운 여자(Women), 와인(Wine)이다. 16세기 전반에 스페인의 정복 후에 천주교의 예식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여 포도 재배가 시작된 칠레는 면적과 인구가 적은 나라이지만 매혹적인 맑은 기후, 이상적인 토양조건 그리고 무엇보다 더 포도밭에 병출해가 없는 천혜를 누리고 있다.칠레의 와인 양조방법은 저온통제발효법,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발효 등 생산과정상에서 유럽방식과 현대적 방식을 따르고 있다. 칠레와인의 분류는 숙성기간에 따라 1년 미만 숙성와인, Special Wine(2년숙성), Reserve(4년숙성), Gran Vino(6년 혹은 그 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제일 높은 등급의 칠레 와인이며 최상급의 품질)로 구분한다.주요와인 생산지역은 수도 산티아고의 북으로 80Km 떨어진 곳으로부터 남으로 24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걸친 방대한 중앙 계곡지역. 와인의 전체 생산지역이다. 그중에서도 Maipo 계곡, Maule계곡, 카사블랑카지역이 가장 대표적 와인 생산지역이다. 주요 포도품종은 칠레 최대 재배 품종인 Cabernet Sauvignon과 Cabernet Franc, Malbec, Pinot Noir의 레드와인 포도품종, Semillon, Sauvignon Blanc, Chardonnay 등의 화이트와인 품종이다. /한국국제마스터와인소믈리에·건양대 예식산업학과교수◆와인 세련되게 마시기-향기 맡은 후 천천히 음미해야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는 초대한 사람이 초대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여 와인을 선택 주문하는 것이 예의다. 때문에 초대받은 사람이 와인을 잘 모를 경우 간혹 당혹해하기도 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주문한 음식에 적합한 와인을 웨이터나 소믈리에의 조언을 구하면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와인을 주문할 때에는 먼저 와인의 종류나 생산지, 포도품종, 함께 먹게 될 음식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된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거나 술을 못할 경우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가격이나 품질에서 무난한 하우스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와인을 세련되고 맛있게 마시기위해서는 글라스에 따라진 와인의 색을 감상하고, 살짝 흔든 다음 코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는다. 단숨에 마시지 않고 한 모금씩, 입안에서 한두 번 굴려가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신다. 스테이크 및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는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내고 마셔야만 와인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글라스를 잡을 때는 몸체가 아닌 다리부분을 잡고 마시는 것이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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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11.14 23:02

[음식의 비밀] ⑩은행

가로수 아래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열심히 줍고 있는 사람들. 이맘 때쯤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들이 줍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은행. 은행은 약이 되는 대표적인 열매다.은행은 무엇보다 폐와 관련된 병에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호흡 기능을 왕성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주며 결핵균을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다. 갱년기에 목에 가래가 끓는 경우, 은행에 은행 양의 20배 정도 되는 물을 붓고 1시간 정도 달여 그 물을 마시면 증상이 사라진다.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은 은행을 찌거나 데쳐서 하루에 7알 정도 먹으면 효과가 있고, 늘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거나 일어날 때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은 은행을 볶거나 삶아먹으면 좋다. 반대로 은행을 날것으로 먹으면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어 방광염, 요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독성이 있으므로 날것으로 먹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평소 요리할 때 은행을 넣어 꾸준히 먹는다면 증상을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정력도 좋게 한다.은행잎은 은행보다 약효가 더 좋다. 은행잎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는 유해 산소를 없애고 세포막을 보호하며 혈압을 내리는 등의 작용을 한다. 또한 혈액의 점도를 낮춰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혈관벽의 탄력성을 좋게하기 때문에 뇌의 혈액순환이 잘 안 돼 현기증이 나거나 탈모, 흰머리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유의해야 할 점은 가로수 은행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은행을 줍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구를 사용해 직접 딸 경우 절도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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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8.11.14 23:02

국립전주박물관 새 수장 김영원 관장

"전주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고도(古都) 중 한 곳입니다. 마한백제 문화권으로서 토착문화와 부안청자를 통한 청자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계획입니다. 또한 태조 이성계 어진과 관련, 조선 개국과 관련된 선조들의 기반으로서 전주와 전북을 바라보겠습니다."국립전주박물관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영원 관장(55)은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획들을 중점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옛 도읍의 모습을 발굴하고 이를 간직해 나갈 때 전주도 미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주박물관은 중앙에서 바라보는 위상에 비해 지역에서의 위치나 정서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지역에서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을 펼치겠습니다."전주박물관 최초 여성관장으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던 김관장은 신선한 기획력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박물관 안팎으로 인정받아 왔다. 전주에 재직하는 동안에는 직접 도내 시·군을 찾아다니며 도요지를 조사, 「전북의 조선시대 도요지」를 펴냈다. 그는 "당시 도로가 뚫리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서두르지 않으면 파괴될 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힘든 줄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다"며 "그 때문인지 전주에 대한 감정이 각별하다"고 덧붙였다.타 지역에서 관람객들이 몰렸던 단원 김홍도 특별전과 여말선초 미술품전 역시 김관장 기획이었다. 그는 "박물관은 역사나 문화에 대한 전문화된 지식을 기초로 모든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자기들만을 위한 기획을 해서는 안된다"며 "전시 하나를 하더라도 전문가와 일반인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기획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관장은 "2006년 전주박물관에서 열린 고려 청자 전시는 전공분야라 특히 눈여겨 봤었다"며 "강진보다 더 화려했던 부안 청자를 다각적으로 조명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주로 환안된 태조 어진과 관련해서는 12월 말쯤 미술실 재개관에 맞춰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관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점이라 긴축예산이 될 전망이지만, 국립기관으로서 전주와 전북에 득이 될 만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박물관의 노력 뿐만 아니라 전주시나 전라북도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13 23:02

전북 대한미용사회 전국미용경연대회 금·은·동 잔치

사단법인 대한미용사회 전라북도지회(회장 김순금)가 ' 2008 한국미용페스티벌 전국미용경연대회'의 각종 분야에서 금·은·동상을 휩쓰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입장식 행사에서도 전국 90여곳 지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서울 양재동 에이티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용페스티벌 전국미용경연대회'에서 헤어 크리에이티브 마네킹 부문에서 김효정씨가 금상을, 문명신 전윤미 이주희씨가 은상을 수상했다.동시에 헤어바이나이트 마네킹 부문에서도 이주희씨가 금상을, 문명신씨가 동상을, 전윤미 김효정씨가 장려상을 탔다.이브닝패션 온롱헤어에서는 백옥희씨가 금상, 최환열 김선희 정정희 전윤미씨가 동상, 박경락 나훈이 이경란씨가 장려상을 수상했다.대학생부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에 홍지우씨(원광보전대)가 금상, 피부 얼굴 관리 분야에선 유하진씨(전주대)가 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으며, 송하나씨(전주대)씨가 창작상, 윤아름(전주대)씨가 테크닉상을 수상했다. 손발 관리에서는 소미혜(전주대)가 은상을 탔다.전북미용협회 김순금 회장은 "지난 9월 도지사배 미용경연대회를 바탕으로 3개월에 걸쳐 피나는 트레이닝을 통해 이룬 쾌거"라며 "전북 미용인들의 영광이며,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1.12 23:02

[일과 사람] 전주시민강좌 '강연한 방송인 이상벽씨

11일 오후 2시 전주시가 마련한'제15회 전주시열린시민강좌'에 초대된 방송인 이상벽씨(61).그는 일찌감치 와서 태조 어진과 낙엽 사진을 찍고 비빕밥 한그릇 '뚝딱' 비워내니 마음이 두둑해 풍요로운 마음이 든다고 전주에 온 소감을 밝혔다. 강연주제는'이상벽의 인생이모작'. 그는 "길어진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해 가는 의지를 찾으라"고 강조했다."요즘은 인적자원의 시대, 세상의 컨셉이 달라졌습니다."그는 "건국 이후 외세의 침입이나 전쟁이 없는 50년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안밖으로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직업인으로써 수명의 한계는 있지만 평균수명 백수 시대"라고 분석한 그는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하고 스스로 실천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자신의 경험을 비춰보면 "자식을 31년 키워 독립시키면 자녀는 겨우 20년 일하고 또다른 삶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두번째 삶을 설계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나이를 잊고 세상의 변화를 타라는 것.주민등록상의 나이를 염두에 두기 보다는 설계한 인생을 실천할 수 있는 건강나이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너는 그럴 재주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만 하지 마십시오."그는 주위에서 '젊음을 바쳐 모아둔 재산을 어떻게 나눠서 잘 쓸까' 고민하는 은퇴자들 중에는 "내가 왜 놀고 있을까"를 물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때 이씨는 대답대신 "너 진짜 왜 놀고 있냐"고 반문한단다.이씨는 돈, 인적자원, 사고의 깊이는 젊은 세대가 앞서지 못하는 경쟁력이라며 연륜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한다면 인생이모작은 충분하다고 말했다.자신이 갖고 있는 여건과 건강, 감성을 가지고도 인생을 직무유기 하고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 그는 누구나 두번째 세번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원한은 가지고 가고 여한은 털고 가야한다"는 말로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 그는 "지족상락의 인생, 본인이 만족하면 즐거워진다"고 조언했다.젊은 사람의 감각과 나이 든 사람의 연륜의 협력의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고 단언한 그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절대로 기죽지 말라"고 조언했다."하려고만 하면 뭐든지 가능한 세상 아니냐"며 "쌓아놓은 자리와 권세와 돈에 욕심내기 보다 물리치는 연습을 과제로 삼으라"는 것이 그의 당부다.

  • 문화일반
  • 윤나네
  • 2008.11.12 23:02

도립미술관 전시기획공모 '데일리 컨버세이션' 등 4건 선정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처음 실시한 '2008 전시기획 공모전'에 '데일리 컨버세이션-일상과의 대화'을 비롯해 총 4건이 선정됐다.전시기획안의 독창성, 구성작품의 작품성, 사업목적에의 적합성, 사업비 금액산정의 정확성 등을 심사한 이번 공모에는 '데일리 컨버세이션-일상과의 대화(기획 황성옥)' '더 에세이-12인의 작업노트(기획 성원선)' '산산이 부서진 세계(기획 황보경)' '열정과 대면하다(기획 이유진)'가 뽑혔다.'데일리 컨버세이션-일상과의 대화'은 회화라는 가장 일반적인 기법과 일상이라는 어렵지 않은 주제로 일반인들에게 동시대의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더 에세이-12인의 작업노트'는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판화, 사진, 오브제 등으로 다양한 자기 표현적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젊은 작가 12명의 전시다. 작가들의 작품일지가 함께 공개된다.'산산이 부서진 세계'는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작가들이 새로 쓰는 신화 이야기로,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 '현실과 닮은 제3공간' '미래의 사이보그와 인간의 결합' '절대적 존재의 사라짐과 절대적 장소의 이동' 등 4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다.'열정과 대면하다'는 한국화와 서양화의 기본재료에 충실하며 작품세계를 다져나가고 있는 전북의 젊은 작가들을 통해 지역 미술계의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공모전에 선정된 전시기획은 14일부터 30일까지 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12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9)B급 영화? B급 문화?

종종 비평에서 저예산 영화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경멸적으로 기술할 때 'B급 영화'란 용어를 쓸 때가 있다. 과거 'B급 영화'는 'B급'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쓸 수 있을 만큼 질적으로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B급'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B급 영화'와 'B급 문화'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B급 영화'는 1930년대 공항기를 맞은 미국 영화산업이 찾아낸 영화마케팅의 한 방법이었다. 당시 티켓 한 장 값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동시상영을 통해 관객을 동원하는 방식이 유행했는데, 이 두 편 중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를 A급,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영화를 B급이라고 했다.초창기 'B급 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산물로, '무명배우들의 시험무대용' 또는 '대작의 공백을 메워줄 부차적인 제작물'이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가지고 있던 극장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감독들과 스타들이 동원돼 낮은 예산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50년대에 접어들면서 메이저 스튜디오 시대가 막을 내리고 대법원이 영화 제작자의 극장 소유를 불법으로 정하면서 메이저사들은 'A급 영화'의 제작에만 관심을 쏟았다. 자연스럽게 'B급 영화' 제작은 메이저사에 끼지 못하는 영세한 제작자들에게 넘어갔다.물론, 'A급 영화'에는 얼굴이 잘 알려진 스타들이 등장했으며 지명도 높은 스탭과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했다. 관객들의 취향까지 고려해 만든 흥행을 위한 영화들로, 'B급 영화'에 비해 나름 신중하게 만든 작품이었다.그러나 70년대 이후 많은 영화 비평가들과 역사가들이 'B급 영화' 범주에 속하는 작품과 감독들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B급 영화'가 영화사 속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용했기 때문에 'A급 영화'와 나란히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 결과 최근에는 작품의 질적 수준 보다는 적은 예산의 영화라는 의미에서 'B급 영화'란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관객들에게 외면 당한 작은 영화나 처음부터 흥행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주류영화를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B급 문화'란 용어도 'B급 영화'에서 유래됐다. 'B급 문화'는 'A급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다. 인간의 욕구와 감정들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담아내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에서 차별성을 찾는 A급과 달리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평가도 받는다.분명한 것은 'B급 문화'는 주류와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과거에는 천대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A급 문화'에 대한 염증과 주류에 대한 반발심리로 주목받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12 23:02

[문학] 첫 한지 전문 잡지 나왔다

사단법인 천년전주한지포럼이 도내 최초로 한지 전문 잡지 「한지와 나」를 창간했다.강진하 천년전주한지포럼 대표는 "한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한지와 관련된 각계각층의 의견과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전통문화는 설명이 없으면 부가가치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잡지를 통해 이론적 바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한지와 나」 편집위원장인 박윤철 전주대 연구교수는 "한지포럼 구성원 대부분이 한지를 직접 접하지 않는 다양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한지 종사자들이 기대하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며 "생활 속의 한지와 천년전주 한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작은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내겠다"고 말했다.「한지와 나」 제호는 김병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이 썼다. 계간지로 발간될 예정이며, 기획특집과 공장탐방, 한지에세이, 한지강좌, 한지상식, 한지와 사람, 한지 관련 소식 등이 연재된다.창간호에는 '생활 속의 한지' '부채이야기' '한지와 서예' 등이 기획특집으로 실렸으며 총 1000부를 제작, 각 기관 및 한지 관련 단체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천년전주한지포럼은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지문화를 대중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2004년 창립됐다. 그동안 학술세미나와 열린토론회 등을 통해 전주한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왔으며,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2007년부터는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등 한지문화행사와 한지공예품 전시 등으로 세계에 전주한지를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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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8.11.12 23:02

독도 영유권, 학문적으로 접근하자

독도 영유권을 놓고 한.일간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독도 문제를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동북아역사재단과 인하대는 18-19일 이틀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독도문제 역사인식과 국제법적 정의'를 주제로 '세계석학초청 독도문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한국, 일본, 미국, 중국, 영국 등 7개국에서 온 학자 30여명이 당사국인 한국과일본의 입장을 비롯해 국제법 및 영토분쟁의 사례 등에 대해 논의한다.대부분 역사 및 국제법 전문가들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일본의 시각에서 본 독도문제에 대한 대화 ▲영토분쟁의 현실:긴장과 도전 ▲도서 영유권 분쟁과 국제사법재판소의 최근 판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영토분쟁, 그리고 국제법 ▲독도문제의해결을 위한 체제의 형성 등 5가지 소주제를 통해 독도문제를 둘러싼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한다.아라이 신이치 일본전쟁책임 연구 및 기록센터 공동의장이 '대화를 통한 해결의필요성'에 대해 기조발표를 하고, 대표적 지한파 학자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독도문제는 2010년까지 해결해야만 한다'를 주제로 발제하는 등 모두 16편의 논문이 발표된다.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학제적인 관점에서 독도 문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해 봄으로써 독도 문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한일 양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존과 번영을 위해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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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1 23:02

[전북문화의 발견] ⑫시인 박두규씨

남원에서 구례로 가는 길에 접어드니 지리산의 산세가 깊어진다. 경승용차로 넘기에는 약간 버거운 재를 몇 구비 넘으면 지리산을 휘돌아오는 섬진강이 자태를 드러낸다. 섬진강은 승무를 추는 여승의 장삼자락처럼 펼쳐져 있다. 남원에서 하동에 이르는 19번 국도 이 길은, 왼편으로 웅장한 몸짓으로 앉아있는 지리산과 오른편으로 너울너울 춤추듯 흐르는 섬진강을 끼고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길이다. 이 길 어귀에 있는,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탁 트인 창 너머로 지리산 피아골이 눈에 잡힐 듯 보이는 시인의 집으로 갔다. 지금은 집필실로만 쓰고 있지만 정년퇴직하면 가족이 모여 텃밭도 가꾸며 말년의 삶을 지낼 곳이다.박두규 시인은 섬진강의 상류가 있는 임실 갈담에서 태어났다.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사는 마을이 바로 이웃이니 애초에 섬진강 하고는 인연이 많은 셈이다. 그러다 아예 전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전주와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전주고등학교 시절, 이병천 박배엽 하재봉 등과 함께 '글내(詩川)'라는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비록 어린 나이었지만 삶과 문학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습작을 했던 시절이었다. 이 때 같이 활동한 몇몇은 '남민시(南民詩)' 동인으로 활동하며 평생의 문우로 연을 이어나간다.80년대 진보적인 문학인들은 각 지역에서 동인시 운동을 했다. 당시는 군사독재정권이 보도와 지면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문학인들은 시대적 발언을 자신이 스스로 만든 지면을 통해 해야만 했었다. 광주의 '오월시' 동인을 비롯하여 '반시' '삶의 문학' '시운동' 동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각각 자신의 문학적 성향에 맞는 작품으로 시대에 대한 발언을 시작했다. '남민시' 동인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우연한 기회에 술자리에서 만들었다"는 시인에 말에 같이 웃었지만 '남민시'가 지역사회에 던진 반향은 작지 않다. 동인지 「남민시」에 실린 작품들은 전북지역 문학인들이 불합리한 시대적 상황에 던진 거의 최초의 문학적 발언이었고, '남민시'는 이후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로 이른바,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현재 '전북작가회의'의 뿌리가 되었다."동인지를 내면서 문학적 지향점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지. 당시 동인지의 시들이 '현실참여'에 방점을 두면서 직접적인 발언을 많이 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경계했어. 우리는 전라도의 서정을 우리식으로 보여주자고 했어. 그래도 그때의 내 작품을 지금 보면 거칠어서 부끄럽지."1985년 박두규는 「남민시 1」에 10여 편의 작품을 실으면서 시인으로서 이름을 걸게 된다. 그렇지만 시대적 상황은 그를 시만 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전남에 교사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육민주화운동이 시작되었고, 1988년부터 15년 동안 줄곧 '전교조'의 실무책임자로서 그야말로 '청춘을 보내게' 된다. 그의 사회참여 이력은 작가라기보다는 사회운동가로 인식되기에 충분할 정도다. 2005년부터 '생명평화결사'의 기획위원장을 거쳐 현재 교육위원장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여순사건 순천시민연대'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여수순천항쟁'에 대한 피해자들의 구술증언과 자료를 모으고 있다. 작가로서 직책은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이라는 직책 하나뿐이다."그래서 첫 시집이 10년만에 나오게 되었어.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정말 시 쓸 시간이 없는 거야. 92년에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시를 싣게 되면서 시집을 한권 묶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95년에 나온 첫 시집이 「사과꽃 편지」야."「사과꽃 편지」는 실린 시들 못지않게 오랜 지음(知音)인 소설가 이병천의 발문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 시집이다. 특히 그의 젊은 날을 '은산철벽(銀山鐵壁)'이라는 화두에 붙잡게 했던, 내소사 지장암의 일지스님과 인연은 한편의 엽편소설이다. 본의 아니게 과작이 되어버린 그의 시력(詩歷)은 이젠 버릇처럼 되어버렸다. 두 번째 시집 「당몰샘」은 6년 만인 2001년에 나왔고 세 번째 시집인 「숲에 들다」도 올해, 얼마 전에서야 묶어냈다.임실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순천과 구례 등으로 대처로 참 많이 돌았는데 왜 하필이면 구례에 집을 지었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뭐 특별히 떠돈 건 아니고 직장 때문에 전남에 삶의 터전을 잡으면서 그렇게 된 거지. 구례는 아버지 고향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같이 있어서 좋아. 오래 전부터 인생의 마침표를 여기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시 제목으로 지리산뿐 아니라 지리산 인근에 있는 대부분의 사찰이 거의 나올 정도로 박두규 시인은 지리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가 지리산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산행을 즐기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다. 친일파로 인해 굽이친 우리의 근대사 속에서 '빨갱이' 또는 '빨치산'이라는 천형을 지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마지막까지 품고 있었던 곳이 지리산이었기 때문이리라.박두규 시인은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면서 광주전남작가회의의 회원인 소위 '이중국적자'이다. 전주는 그에게 무슨 의미일까. "전북으로 학교를 옮기려고 그렇게 노력했었는데도 잘 안됐어. 이젠 전남 사람이 된 거지. 이젠 전북작가회의 회원 명단에서 뺄 때도 되었다고 해도 안 빼줘. 그런데도 전주는 내 마음의 고향이고 뿌리와 같은 곳이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벗들이 그곳에 있었고 현재도 있으니까."인터뷰를 정리하고 일어서다보니 '筆落驚風雨(필락경풍우) 詩成泣鬼神(시성읍귀신)'라는 시구절이 새겨져 있는 편액이 눈에 띈다. "집들이 선물로 친구가 준 건데 '붓을 드니 바람과 비가 놀라고 시를 지으니 귀신도 울고 간다'는 뜻이야." 자연이 놀라고 영혼도 감동시킬 수 있는 시를 쓰라는 말일 터. "너무 자기 안에 매몰되어 독자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요즘의 젊은 시인들이 더욱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글이 아닐까싶다. /이경진(문화전문기자·문화연구 '창'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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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1 23:02

행주산성에 권율 장군의 숨결 불어 넣는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대첩을 이룬 행주산성(사적 제56호) 주변이 2013년까지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경기도 고양시는 600억원을 들여 행주산성 주변 600㎡를 대상으로 토성 및 정자 복원, 역사자료관, 전쟁체험관 설치 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시(市)는 이를 위해 현재 역사공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며 지난 9월 도시자연공원을 역사공원으로 변경하는 행정절차를 마쳤다. 시의 구상안에 따르면 성의 자취만 남아 있는 1㎞ 가량의 토성을 복원해 1990년대 초 복원이 이뤄진 415m 등 모두 1.5㎞ 토성을 원래의 모습으로 갖추게 된다. 또 산성 밖에 있다 사라진 귀래정, 낙건정 등 5개의 정자와 한강에서 잡히던 웅어를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만든 위어소도 복원해 당시 산성 주변 주요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공원에는 정원과 정자, 토담, 돌담, 연못 등이 옛모습 그대로 꾸며지고 역사교육을 위한 행주대첩 야외전시장, 전통 교육관, 역사자료관, 야외 화포전시장, 저잣거리 등도 마련된다. 이 밖에 시조공원, 노을전망대, 민물수족관, 한강자료관 등 시설을 만들고 음식점과 화장실 등 휴게시설도 새롭게 정비된다. 시는 내년까지 이 같은 구상안을 구체화 한 뒤 문화재현상변경 심의, 투.융자심사 등을 거쳐 2010년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행주산성은 유서가 깊은 곳이지만 1970년대 이후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방문객이 감소해 왔다"며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역사교육 체험장과 휴식공간을 만들기 위해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행주산성은 정확한 축성연대는 알 수 없으나 산허리에 목책(木柵) 자리가 남아있는 등 임진왜란 이전부터 중요한 군사기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행주산성에는 선조 때 세운 행주대첩비와 1970년 복원한 권율 장군 사당 충장사, 대첩문, 덕양정, 진강정 등의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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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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