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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의 기행에세이] (15)정읍과 고창

▲1번 국도와 호남선이 지나는 길목전날 저녁 7시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하산을 한 우리를 산 입구까지 따뜻하게 마중나왔던 영화평론가 신귀백 선생 집에서 저녁 식사와 잠자리까지 신세를 졌는데, 황감하게도 다음날 고창?정읍 일원 안내를 자임하신다. 사람은 사람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고 또 얼어붙게 하는가, 훈훈한 마음으로 길 위에 나선다.위로 익산에서 아래 고창까지, 김제? 부안?정읍 지역은 호남선과 1번 국도가 지난다. 아무런 효용 없이 이런 '신작로'들이 났을 리 없다. 옛길을 덮어나가는 것이 새 길이라면, 이 지역은 오랫동안 마을에서 마을로 서로 교통하며 지냈던 큰 마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길에 나서 보면, 행정구역 같은 것에 묶여 너와 나를 경계지우는 일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지를 금세 알게 된다. 이 지역은 금만평야와 서해 사이에 내장산, 선운산, 내변산 등이 존재하는 천혜의 땅으로 사람살이의 오래 된 역사가 아주 뚜렷한 곳이다.국내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고창의 고인돌군이나 백제적 노래로 알려진 <정읍사>의 망부석 이야기, 노래는 전하지 않지만 <선운산가>와 같은 노래만 봐도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 거주해온(그것도 상당히 북적거리는)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이 지역을 특징짓는 또 하나의 역사적 움직임이었던 '동학'이 '사람을 하늘처럼'이라고 외쳤던 것 또한 이 지역에 그만큼 많은 사람(핍박과 소외받는 사람)이 살았다는 역설적 증거 아니겠는가.▲우리 시대의 미감에 대하여어제 밤이 깊어 둘러보지 못한 내장사 경내를 아침에 둘러보고 동학혁명 기념 조형탑, 정읍사공원을 둘러본 뒤, 고창의 고인돌 공원과 미당 시문학관, 선운사로 이어지는 일정 내내 나는 우리 시대의 미감(美感)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였다.고인돌만이 그저 온전히 자신이 조형된 모습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을 뿐, <정읍사>의 여성 화자를 망부석으로 조형한 것도, 19세기말 한반도 전역을 격랑처럼 휩쓸었던 동학의 기운과 여파를 조형물로 응집한 것도, 미당의 문학 세계가 공간성을 획득한 것도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의 해석과 우리의 미감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정읍사>를 읽고 먼 길을 나선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여성의 얼굴 표정이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나, 고민한 이가 우리와 동시대 사람이고, 전봉준과 김개남과 손화중 세 사람과 동학의 추상성과 역사성을 어떤 포즈로 이 자리에 세워둘 것인가, 고심 끝에 조형한 이나 그를 바라보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시대적 미감 속에서 하나라는 생각… 물론, 더 젊은 여성의 모습이어야 한다거나 기념탑의 첨단이 더 날카로웠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각개의 해석 또한 이 안에 포함된다. 우리는 망부상을 통해 과거의 미감을 더듬어 읽기도 하지만, 현대의 미감에 관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고인돌의 침묵고창의 고인돌 군락은 왜 생긴 것일까, 이는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이다. 그래서, 답변은 무궁무진하다. 신귀백 선생과 함께 고창 지역 안내를 해준, 향토사학자 이진우씨가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요즘의 국립묘지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지역의 정치?군사?문화 공동체의 애국열사릉과 같은 곳?…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순간, 그렇다면 이곳은 얼마나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것인가, 새삼 궁금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큰 덮개돌을 움직였을까, 그 사람들은 힘든 노역을 이기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건넸을까… 오직 저 거무튀튀한 바위만이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을 선사의 기억…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흥미진진한 자문자답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간다. 바위의 침묵이 쨍쨍한 가운데 우리들의 소란스러운 수다가 햇살과 마찬가지로 저 혼자 홀쭉한 소나무 가지에 걸린다.아무리 사람들이 새기고 남겨도 지워지는 일, 삶에서 삶으로 넘어오는 연대기는 참으로 헐렁하다. 그래서 오늘이 청량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여길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가 모두 이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 떠돈다면 여기는 얼마나 소란스러울 것인가…▲미당시문학관과 기억산업과 선운사요즘 기억산업(Memory Industry)란 말을 곧잘 듣는다. 한반도가 20세기가 겪은 격변의 세월이 많은 것을 휩쓸고 간 탓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난 시간과 지난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는 인간의 문화적 본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왜 여기 있는 알고픈 마음이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자꾸만 묻게 만드는 것… 흘러가버린 물과 같은 시간에 공간적 좌표가 결부되면 기억산업의 조건은 갖춰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읍과 고창은 기억산업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신귀백 선생이 안내하는 내내 강조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만큼 정읍과 고창 지역에는 문화역사적 컨텐츠가 넘쳐난다.'미당시문학관'은 우리 시대 '기억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미당이 자신의 미감을 체득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고향 마을과, 미당의 시문학을 우리 시대의 조형 감각으로 해석한 문학관 전시 공간… 미당의 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여기 와서 미당의 미감과 그에 관한 우리 시대의 해석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개인적으로 나는 미당과 미당의 시에 관해 뜨겁고 차가운 것이 없는 사람이다. 관심 밖이라는 것인데…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미당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뛰고 서늘해지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과 함께 내 가슴 속에서 미당과 그의 문학도 종적 없이 소멸되었다. 난 미당의 생애와 죽음을 보면서, 산 자의 '아우라'와 세월의 위력 같은 것을 새삼 실감했다.선운사 앞 도솔천(兜率川)은 검은 물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나뭇잎의 타닌 성분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미 미당이 <춘향유문>이란 시편을 통해 '검은 물…도솔천(兜率天)'을 이야기한 탓이다. 미당이 선점한 '도솔천 검은 물'… 언젠가는 다시 시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오브제로 되살아날 것이다. 도솔암 마애불 배꼽을 먼저 열기 위한 각축이 있었다고 '동학'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전한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담담한 얼굴로 마애불을 살핀다. 역시 언젠가 도솔사 마애불에 관한 또다른 상상력이 도래할 것이다.공유(共有)하고 점유(占有)하는 대상을 홀로 전유(專有)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고인돌에 대한 해석도, 망부석이 된 여인의 얼굴도, 동학 기념 사업도, 미당에 대한 평가도 앞으로 또 바뀔 것이고 어떤 것들은 관심의 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시대만의 미감을 여기 남길 수 있을 뿐…내가 좋아하는 선암산 촬영 포인트는 용문굴에서 천마봉 올라가는 사이 머릿바위쪽이다. 난 이 곳에서 내 생애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운산을 언젠가 포착하기를 희망하며 이 산을 찾고 또 찾는다. 언젠가 한 번쯤, 내 생애 한 번쯤 '선운사 대웅전 앞 오월 붓꽃'이 가을 산정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겠는가. /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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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10.24 23:02

[독자 백가쟁명] 작은 도서관과 밤샘 독서 - 박규선

우리가 아는 하버드 대학의 도서관 입구는 움푹 패여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그 속에서 행복을 얻어갔을까 짐작이 간다. 이렇게 보면 하버드의 명성은 도서관에 있는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의 진정한 대학은 도서관이라고 칼라일은 설파했다.대학에나 있던 도서관이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옛날 소수만이 책을 가까이 하던 때가 이제는 모두가 책을 가까이 하는 시대가 되었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면에서 현대인은 모두가 귀족이고 모두가 선비이며 모두가 학자이다. 도서관이 진정한 대학의 모습이라면 도서관을 드나드는 모두가 평생 대학생이며 조선의 선비인 셈이다. 초등학생일지라도 대학생의 모습인 것이다. 대학을 다니고 싶어 했던 세대들이 꿈꾸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책으로 저자와 만나고, 책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이다. 책 속의 저자와 조용히 대화를 하는 곳이다. 책의 저자는 이름난 사람이어서 바쁜 사람들일 텐데 그들이 언제 우리와 만나 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을 우리가 마음껏 선택하고 마주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도서관이다.끊임없이 새로운 자료가 서가에 꽂히는 도서관은 문화를 전수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아이디어의 보배로운 창고이다. 그러나 집에서 거리가 멀고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한 도서관보다는 가까이에 있어서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작은 도서관을 여기저기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공간이 넓지 않아도 된다. 그냥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준비하면 훌륭한 도서관이 된다. 집에서 가까워서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이 작은 도서관이다.작은 도서관은 책을 읽다가 이웃을 만나 정담을 나눌 기회를 만든다.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위해 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신문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며, 각종 전문 잡지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가족이 함께 가벼운 차림으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책을 읽다가 책을 빌려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자료로 신선함을 주어야 하며, 지역 공동체를 위한 정보를 서비스하는 곳이기도 하다.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와 책장을 함께 넘기고 공동생활 공간의 예절도 배우면서 시간을 함께 하는 일이 행복이 된다.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옛날의 전기수처럼 아이들을 모아놓고 옛날이야기를 하면 눈알이 초롱초롱한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에 빠지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할까!각 지역의 도서관 역시 작은 도서관이다. 이를 정비하여 훈훈함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 방에서는 교양 강좌가 열리고 또 다른 방에서는 책읽는 모임으로 향기가 넘쳐나야 한다. 책을 읽고 소박하게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거나 아니면 좀더 깊이 토론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책을 읽고 뭔가를 쓰는 모습 또한 우아함이 넘친다. 이처럼 도서관이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더 넓게는 책으로 만나는 장소를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 그곳이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커피숍이나 학교 운동장 구석이나 시민 공원의 벤치는 분위기 넘치는 도서관이다. 모두가 책을 들고 책을 읽고 책을 이야기하고 책 속의 내용에 빠질 때 그곳은 모두가 작은 도서관이 된다.작은 도서관은 밤샘 독서 축제도 가능하다. 책읽기운동 전북본부에서는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행사의 하나로 시월의 마지막 밤을 밤샘독서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천년 고찰 금산사에서 책을 읽다가 음악도 듣고, 눈이 침침할 때쯤이면 책의 저자도 모셔다가 이야기도 들으면서 졸리면 한잠 자다가 다시 일어나 궁금한 책 내용을 다시 이어나가는 행사이다.우리네 조상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책 읽는 소리라고 했다. 책 읽는 모습으로 불빛이 넘쳐나는 세상, 곳곳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번뜩이는 지혜가 가을의 결실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세상을 소망해 본다. 여기 저기 널려 있고 늘 열려 있는 작은 도서관,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기 때문이다./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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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10.24 23:02

[독자 백가쟁명] 태조 어진에 정성 쏟아야 - 문신

가을비가 내리더니 여기저기 뒹구는 낙엽들의 아우성으로 귀가 즐겁다. 바스락거리기도 하고 사라락거리기도 하는 그 소리들이 경쾌한 음악처럼 마음을 들뜨게도 한다. 소설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다가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를 맡았다고 하지만, 나는 낙엽 뒹구는 소리에서 가을의 교향곡을 들었다. 이것은 하나의 위대한 발견이다.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그 바스락 혹은 사라락거리는 소리에서 교향곡을 듣다니.그렇다고 해서 낙엽이 연주하는 가을의 교향곡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요 근래에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고 했던 말을 어느 책에서 읽었다.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냥'과 '주의 깊게'의 주체는 우리 인간임에 틀림없다. 낙엽 뒹구는 소리를 '그냥' 듣는 경우 그것은 자동차 소음에 섞인 잡소리에 불과하지만, '주의 깊게' 그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가을의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고양된 감정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여기에서 말하는 건 음악에 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즉 '그냥'이 아닌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그 마음가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10월 들어 전주 한옥마을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전국실버문화축제' '전주약령시한방엑스포' '인문학축제' 등이 펼쳐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옥마을을 찾았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전주 시민들이 한자리에 어울리면서 한옥마을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들이 한옥마을을 찾은 이유는 축제의 현장을 함께 즐기고 그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축제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동차와 사람이 뒤엉키고 마주 오는 사람끼리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축제 현장의 즐거움보다는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왜 그랬을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주의 깊은' 자세가 부족했던 것이다. 축제의 현장에서 구경꾼으로만 머무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무릇 축제란 어울림의 마당이면서 동시에 축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축제를 의미 있게 만드는 주체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냥'이 아닌 '주의 깊은'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관심과 애정의 문제이기도 하다.전주는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행사들이 열리는 도시다. 그 행사들이 우리의 생활에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남기 위해서는 행사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행사에 참여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주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될 때 우리는 축제의 구경꾼이 아니라 축제 현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주인이 될 수 있다.23일 태조 이성계 어진 환안식이 있었다. 문제는 태조 어진이 전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태조 어진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쏟느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주의 깊은' 마음 자세를 통해 '교향곡' 같은 그 의미를 우리 스스로 발견해낼 때 비로소 태조 어진의 전주 환안이 더욱 가치를 빛내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삶 전체가 그러하다 할 것이다. /문신(시인·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문신
  • 2008.10.24 23:02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휴머노이드 시대와 인간문제

"세상은 변하고 있고, 세상 안에서의 우리의 인간성 역시 변하고 있다.. 미래는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해 이해하고, 그리고 우리 인간의 본성을 기꺼이 재검토하려는 자세를 지니고서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다." 현재 MI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이자 지능로봇 분야의 세계최고학자로 평가받는 브룩스(Rodney A. Brooks)교수는 미래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자기 이해도 변하고 있으며 이를 열린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농업혁명에서 출발하여, 문화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이제 21세기에는 로봇공학혁명과 생명공학혁명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세계의 변화는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며 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변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많은 작품을 접하며 살고 있다.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단 슈퍼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TV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나 영화 <로보캅>, <터미네이터>, 목성탐사에서 인공지능이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을 하나씩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SF영화 <2001 우주 오디세이>, 인간의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매트릭스>, 입양된 로봇 데이빗이 버림받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영화 등 현대의 많은 영화나 작품들은 로봇공학시대의 상상력을 동원해 앞으로 인간의 사회나 문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로봇이나 인조인간의 이야기들은 이제 영화적 상상의 세계를 넘어 우리의 현실 속에 들어와 있다. 행성탐사, 수중탐사, 지뢰제거, 인명구조 등 인간의 한계를 넘는 위험한 곳이나 원격복강수술과 같은 하이퍼 핑거(hyper finger)의 외과수술 및 바이오 마이크로기계가 사용되는 나노생명공학영역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조절기, 인공망막, 그리고 전기장치와 신경뉴런의 연결로 움직이는 의수, 신경체계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주변세계를 움직이는 통제보조장치 등 무수히 많은 일상생활의 영역에 로봇의 회로가 들어와 작동하고 있고 현재도 우리는 이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의미에서 로봇의 시대에 진입해 있으며 로봇과 공존해 살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로봇의 진화나 사이보그의 출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간의 피조물이 우리에게 '새로운 타자'로서 등장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인류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인간 의식과 삶의 변화를 야기하며 이에 따라 인간의 문제도, 그에 대한 철학적 과제나 답변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로봇공학의 단계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휴머노이드 시대의 진화과정은 인간의 삶에 새로운 많은 물음을 제기할 것이다. 우리는 열린 정신으로 휴머노이드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10.24 23:02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한스타일 비전 필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韓)스타일 사업이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인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 수립이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전북대 한스타일연구센터 주최로 22일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심포지엄 '한스타일의 비전과 발전전략'에서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은 기조강연을 통해 "한스타일 사업을 총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전 장관은 "세계 각국에서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산업화, 현대화, 세계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며 "오히려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한 편이며, 관심이나 예산, 추진력 등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김 전 장관은 한스타일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양성팀, 마케팅과 지적재산권팀, 기술과 연구분석팀, 재정과 기업지원팀, 인프라팀, 다양성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스타일 대상이 되는 전통문화의 경우 특히 인력이 부족하고 마케팅 부문이 취약하다는 것.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전문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한스타일 사업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문화 역시 현대에 맞는 품종개량과 외국 전통문화들과의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 전 장관은 "전주시가 정부가 선정한 한스타일 6대 사업 중 한복과 한글, 한국음악 대신 한방과 한춤, 한소리를 포함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며 "각각의 콘텐츠들이 잘 어우러져서 한스타일 사업이 지역 전략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0.23 23:02

"전북만의 독특한 韓 브랜드 육성을"

전북도와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韓)스타일 사업을 지역 전략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기반한 한스타일 사업 추진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북대 한스타일연구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 '한스타일의 비전과 발전전략'이 22일 오후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에서 진행됐다.'전라북도 한스타일 사업의 발전방안'을 발표한 이승형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문화의 자원화 사업이 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특성에 기반한 한스타일 사업 추진전략 및 프로그램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한스타일 6대 분야 사업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과 해외진출을 위한 홍보마케팅 사업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이 연구위원은 "전북 역시 한지, 한옥, 한식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스타일 하위브랜드로서 전북만의 독특한 문화원류 및 상징성을 갖는 자체 브랜드 육성 계획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한스타일 종합계획과 전북도의 한스타일 추진현황을 검토해 전북의 한스타일 발전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지역마다 사업 내용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지만, 자치단체들이 연구까지 해가면서 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가 큰 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맞춰 지역에서 사업들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김은정 전북일보 편집국장은 "한스타일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지만, 관련 사업 대부분이 외형적"이라며 "인력과 인프라를 키우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장은 "소재주의에서 벗어나 민관학을 묶어낼 수 있는 구심체를 마련,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포함한 장기적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준석 문화체육관광부 국어민족문화과장은 "한스타일 6대 분야마다 각각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어렵다"며 "한스타일 자체가 연구사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한스타일을 보여주고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산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과장은 내년에는 한스타일 박람회와 외국어 홈페이지 보강 및 운영, 해외 문화행사 등으로 한스타일 기반을 구축, 한복 생활화 사업과 해외 한식당의 고품격화 사업, 공공문화시설 내 한옥공간 도입, 한지 경쟁력 강화 및 수요 창출 등을 선도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도휘정·윤나네
  • 2008.10.23 23:02

[여성] "미원·백양사…후원자 찾아 발품 많이 팔았죠"

"전주 YWCA 회관을 준공하고 나니까, 빚이 산더미더라구요. 그런데 무슨 오기가 드는지, 신문도 창간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후원자를 찾기 위한 발품팔이가 시작됐죠"홍기자 전 YWCA 회장(66·사진)은 전주 YWCA 신문 창간 장본인. 소식지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입장에서 뛰어들었지만,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먼저 신문을 창간을 위해 머릿셈부터 했다고 말했다. 한 번 발간하는데 1991년 당시 70만원이 들었다. 계간지였으므로 1년에 280만원이 드는 셈. 빚도 못 갚고 있는 상황에서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배짱좋게 주식회사 미원(현재 대상)의 사장실을 두드렸다."전주 Y에 신문이 필요하다. 근데 돈이 없다. 열심히 일하는 지역사회 여성들을 위해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죠. 그 자리서 1년치 액수를 일시금으로 주셨어요. 살았구나 했죠."물론 이후에도 후원자 찾아 삼만리는 계속됐다. 백양, 태평양 화장품, 삼양사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도내 굴지 기업 CEO를 찾아가 전주 YWCA 신문 지원을 당부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도 책임감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필요하다는 것.홍회장은 "중경회장과 이사들의 열성적인 자원봉사와 헌금 등을 바탕으로 회관 건립과 탁아소 준공 등을 통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신문 100호 창간을 맞이해 거듭 발전하는 YWCA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0.23 23:02

[행사·축제] '효자삼천 갯강축제' 24일부터 사흘간

생생한 삶의 현장에 아름다운 문화가 덧칠된다.'2008 효자삼천 갯강축제'가 24일부터 26일까지 전주 삼천둔치에서 열린다.효자삼천갯강축제 준비위원회와 사단법인 문화연구 창이 주관하는 갯강축제는 전주 신시가지로 흐르는 삼천 생활문화권 주민들의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삼천문화공간화사업'의 결실.2006년 '삼천지역 문화자원조사 보고서'를 통해 도시화 과정에서도 전주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민속문화자원의 전승 모습을 발견했으며 2007년에는 주민들과 함께 구성한 제전위원회를 통해 갯강축제를 개최, 동 통합형 주민축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올해 축제는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고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생활문화권 주민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효자삼천지역 학생들과 6개 주민센터 및 자치위원회, 전주역사박물관, 효자청소년문화의집 등 지역 내 주민, 공공시설, 교육기관, 문화시설 등으로 참여폭을 넓힌 것도 그 때문이다.지난 1일부터 크고작은 행사들을 이어온 갯강축제는 24일부터 26일까지를 주 행사기간으로 놀이축제, 깃발예술제, 부대행사, 특별행사 등을 펼친다.놀이축제는 애기줄당기기를 확대한 줄당기기를 중심에 두고 씨름대회를 남녀, 단체 등으로 오늘에 맞게 재창조했다. 깃발예술제는 마을기인 용기(龍旗)를 재발견하기 위한 기획.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만든 '주민깃발퍼포먼스' '예술 창작기' '마을 기' 등 2000여개의 기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부대행사로는 지역 문화예술 공연과 경연, 나눔장터, 바자회 등이 진행된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의미로 줄배 제작 과정도 시연한다.그밖에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주시협의회 '갯강평화통일그림대회'와 삼천의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계단벽화 '삼천에 코끼리가 산다면'이 축제 현장을 채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0.22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6)로케이션 매니저를 아시나요

얼마 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군산시 삼학동 대우아파트 부근에서 촬영됐다. 삼학동의 한 일본식 주택이 주인공 '한자(김혜자)네 집'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일석(백일섭)'과 그의 아들이 일하던 세탁소는 찾아볼 수 없다. 원래 쌀집이었던 곳을 촬영하는 동안만 세탁소로 바꾸어 사용했기 때문이다.로케이션 지원을 하다보면 집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생각에 자기가 생활하는 공간을 촬영장소로 오픈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한편을 찍기 위해 장소를 섭외하고 소유자로부터 촬영 허락을 받아내기까지, 가장 애가 타는 사람들은 바로 로케이션 매니저들이다.영화를 보다 보면 '아직도 저런 곳이 남아있을까?'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작된 세트로는 절대 분위기를 살릴 수 없는 장면들에는 로케이션 매니저들의 숨은 공이 크다.로케이션 매니저들은 촬영지를 발굴하고 촬영이 가능하도록 이끌어내는 일을 담당한다. '섭외담당자'나 '로케이션 헌터'라고도 부른다.장소 헌팅을 핑계로 곳곳을 다니며 때로는 영화 현장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마냥 좋은 직업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 로케이션 매니저들의 일은 막노동에 가깝다. 섭외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때로는 촬영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느라 교통 통제까지 한다. 작품을 맡지 않았을 때에도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들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있을 틈이 없다.로케이션 매니저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곳이 아닌, 영화의 성격에 맞는 장소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콘티나 시나리오만을 보고도 영상과 그에 맞는 장소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우선 당장 다양한 장소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주영상위원회 기획홍보팀 지수영씨는 "영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용어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영화나 사진 전공자들이 로케이션 매니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로케이션 매니저들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대개 각 지역 영상위원회나 영화 제작부, 전문 로케이션 지원 업체에 소속돼 있다.'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고고 70' '쌍화점' 등 올해만 31편의 영상물을 전북으로 유치한 전주영상위에서는 3명이 로케이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전주영상위 로케이션팀 김용철 팀장은 "대부분 작품별로 담당 로케이션 매니저를 정하지만, 한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동시에 여러 작품이 들어올 때면 업무 효율성을 위해 지역별로 로케이션 매니저들을 두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영화팀으로부터 로케이션 지원 의뢰가 들어오면 로케이션팀은 가장 먼저 시나리오나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와 관련된 자료들을 건네받는다. 로케이션팀 내부 회의와 영화팀과의 회의를 거친 후에는 후보군에 올린 장소들에 대한 사진을 영화팀에 보낸다. 같은 장소라도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김팀장은 "최대한 노력해도 영화팀 의도에 100% 들어맞는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촬영장소에 맞춰 영화 스토리 라인을 수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0.22 23:02

전북민언련 '15기 언론학교' 강준만 전북대 교수 28일 첫 강의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들의 희망 나누기.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전북민언련)이 주최하는 '2008년 제15기 언론학교'가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전북대학교 사회대 111강의실에서 열린다.'참 언론 실천의 한마당'을 주제로 한 이번 언론학교는 언론에 대한 바른 인식과 언론개혁의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전북민언련이 해마다 운영해 오고 있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다. 1994년 개설, 수료생만도 1200여명에 이른다.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언론학교는 10개 강좌로 구성됐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강의의 첫문을 여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를 비롯해 김진혁 EBS PD, 조능희 전 MBC 'PD수첩'PD, 신태섭 전 KBS이사,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 김수진 영화 드라마 음악가,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정희준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위원장, 이영돈 KBS PD 등 10명. 강의내용도 물론 다양하다.28일의 첫 번째 강의는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의 '내부 식민지 체제하의 지역 언론'. 지역 언론이 처해있는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본다.두번째 강좌는 EBS 단편 시사·교양 프로그램 '지식채널-e'의 산파 역할을 한 김진혁 PD가 맡는다. 'EBS 지식채널, 지식의 재발견'을 주제로 방송 제작을 둘러싼 경험을 이야기한다.3강은 촛불 정국에서 발생한 논란으로 PD수첩 CP(Chipe Producer)에서 보직 해임된 조능희 PD. 'PD수첩과 광우병 논란의 진실'을 주제로 프로그램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에 반대하다 KBS 이사직에서 물러난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4강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통해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집중 해부한다. KBS와 YTN 사태 등 민감하면서도 굵직굵직한 언론계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5강 '한국 노동문제와 언론'의 강사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과 8강 '정치와 언론'의 강사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해박한 지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와 정치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노동, 정치와 관련한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 태도도 명쾌한 시각으로 조명한다.보수언론과 싸우는 요리 전문 사이트 '82쿡닷컴(82cook.com)' 회원으로 활동하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전개한 김수진씨는 7강 '나는 왜 조중동과 맞서 싸우는가'를 주제로 언론학교를 찾는다. 드라마 '하얀거탑' '영웅시대', 영화 '목포는 항구다' 등의 음악작업에도 참여한 김수진씨는 영화·드라마 음악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도 풀어준다.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와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언론과 지역을 화두로 강의한다. 김주완 기자는 6강 '지역언론이 지역의 희망이다'를 주제로 지역주민이 지역 언론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스포츠이벤트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정희준 교수는 9강 '스포츠메가이벤트와 언론, 그리고 지역'을 주제로 강연한다.마지막 강의는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의 이영돈 PD. '소비자가 안심하는 그날까지, 소비자고발'을 주제로 소비자들과 가깝게 만난다.전북민언련 김환표 사무국장은 "올해 언론학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평소 언론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KBS 문제나 YTN 사태, 피디수첩과 광우병 논란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계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슈를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언론학교는 2시간 강의와 조별 토론으로 진행되며, 10강좌 중 8강좌 이상 수강자들에게는 수료증이 발급된다.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수강료는 5만원. 문의 063) 285-8572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0.22 23:02

[문학] 발명·특허분야 스타강사의 '눈물어린 삶'

만년 꼴등, 하는 일마다 꼬여 수없이 신을 원망했을 법하다.산전 수전 다 겪고 비로소 서른을 넘겨서야 특허 분야에서 스타 강사가 됐다.행복이 가까이 있다고 여길 무렵, 그의 눈가는 다시 축축히 젖는다.그리고 자신을 다독여주던 글쓰기를 통해 다시 일어선다.서른 셋의 발명왕 노회현씨의 수필집「가던 길이라 마저 갑니다」 (좋은땅)이다.고철로 엿 바꿔 먹기를 하려고 마을 쓰레기장을 뒤지는 게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 사시사철 검정 고무신만 신어 햇볓에 그을린 발이 친구들의 놀림이 됐던 초등학교 시절 기억이 빼곡히 적혀 있다.밤마다 백열등이 꺼져 숙제를 하기 위해 '불빛 펜'을 만들었던 중학교 시절,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인생 스케치'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부분까지 끌어안는 한국의 워렌버핏을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도 담겨 있다.8년만에 가까스로 졸업했던 교대 시절 그가 후원했던 보육원을 퇴소한 여자 아이가 술집에서 일하다 자살해 충격에 빠졌던 가슴 아린 이야기도 읽힌다.현재 그는 한국발명사랑센터 '킬스(Korea Invention Love School)'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15년간 전국 아동양육시설을 돌며 자원봉사를 한 것이 계기. '킬스' 수익금 전액을 아동양육시설을 나온 청소년들이 사회인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데 쓰여진다.그는 "보육원을 나와 사회에 정착하기까지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라북도 교육정보과학원 발명 강사, 고창 교육청 발명 영재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씨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상' '과학기술부 장관상' '발명 관련 지도교사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현재 그는 한국발명사랑연구센터·장학회 설립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특허품질 연구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0.21 23:02

[문학] '올바른' 가시밭길 걸었던 조선 진보주의자 12명

'우리 산 걷기'에 앞장서온 신정일씨(55)가 이번엔 '우리 역사 걷기'로 독자들을 안내했다.「똑바로 살아라」 (다산호당)는 그가 바라본 12명의 조선 진보주의자들에 관한 삶과 사상에 관한 이야기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딴지'를 거는 조광조, 정여립, 허균, 김옥균, 김개남, 이중환, 정약용, 스피노자, 황진이, 박지원, 최제우, 강일순씨.이들의 공통점은 검증되고 보장된 길이 아닌 인적이 드문 가시밭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정직하고 바른 신념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픈 순수한 열망에 이끌려 '딴지'를 걸어왔던 것.조선 민본 사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려고 했던 정도전, 진보적인 정치이념과 급진적 개혁 정치를 주창했지만 기묘사화의 희생자가 된 조광조, 대동사상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었던 정여립, 「홍길동전」 의 저자이자 무리한 역모를 꾀하다 실패했던 허균의 삶이 담겨 있다.기녀라는 한계를 넘어 이지적이고 주체적인 사랑을 노래해 페미니스트로 평가받는 황진이, 유려한 문장과 맹목을 뒤집는 유머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열하일기」 의 저자 박지원, 조선 유일의 정치혁명인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의 삶도 만나볼 수 있다.또한 동학농민혁명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역사에서 지워졌던 김개남의 흔적을 조명하는가 하면, 불행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학문을 완성해 후대에 대물림했던 정약용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봤다. 생명 존중 사상으로 승화된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 개벽의 주인공이 여성임을 제시했던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과 같은 종교 지도자의 삶도 아우른다.'죽음 앞에서도 똑바로 살아간' 이들의 궤적을 쫓아가는 작가의 성실과 열정, 고집이 엿볼 수 있는 책.작가는 책을 통해 "패배하라! 패배하라! 크게 패배하라! 실패와 폐허 속에서 새로운 정신은 태어난다"고 일갈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0.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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