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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총회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과 열기를 세계여성인권대회와 과학올림피아드, 세계합창경연대회로 이어간다''완벽한 대회'였다는 평가 속에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지난 4일 막을 내리자 경남도가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노하우를 살려 오는 25일 개최될 세계여성인권대회와 내년 7월 열릴 합창제전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 등도 완벽한 국제행사로 치르기 위해 준비팀을 다잡고 있다. 도는 람사르총회가 끝났지만 당장 이달중 세계여성인권대회가 예정돼 있고 내년까지 각종 국제행사가 이어져 조만간 행사별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차질없는 행사가 되도록 하는 한편 경남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 나가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3일간 창원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리는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에는 과테말라와 네팔, 독일, 레바논, 말레이시아, 이라크, 이스라엘, 중국, 캄보디아, 포르투갈 등 외국서만 31개국 130명이 참석하며 국내 인사들까지 모두 1천700여명이 모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신혜수 교수와 가나의 도르카스 코크 아피아, 포르투갈 출신 레지나 타바레스 씨 등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들만 5명이 참석하는 등 세계 유명 여성인권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한다. 경남도 김춘수 여성정책과장은 "세계 유명 여성인권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대회가 잘 준비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경남을 세계무대에 잘 알리면서 여성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 7일부터 17일까지 도내 주요 도시에서 열릴 월드콰이어챔피언십에는 80여개국 400여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무용단 등 2만여명이 참가한다. 유혜숙 조직위원장은 "람사르총회는 조용한 국제회의로 끝났지만 월드콰이어챔피언십은 축제로 열리고 합창음으로 지구를 울릴 행사"라며 "벌써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경남이 람사르총회를 문화와 환경올림픽으로 잘 치렀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합창제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오는 내달 7일부터는 세계 60개국 과학영재 등 7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가 창원 등지에서 열리고 2011년 10월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자원봉사자 대회가 경남에서 열리는 등각종 국제행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조윤명 행정부지사는 "람사르총회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려 경남의 좋은 이미지가 국제사회에 형성된 것으로 본다"며 "이번에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이어지는 다른 국제행사도 잘 준비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국제행사를 새로 유치하는데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12년까지 완료해야 하는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앞두고 아날로그 텔레비전 수상기에 아날로그방송 종료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5일 고시를 통해 아날로그 방송수신장치를 내장한 TV 수상기와 모니터에는 반드시 아날로그방송 종료일과 함께 디지털방송 시청을 위해 별도의 기기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제품 전면에 부착토록 했다. 이에 따라 6일부터 아날로그 TV 수상기 및 모니터를 제조하거나 생산하는 업체는 제조일과 통관일 시점에 안내문을 붙여야 한다. 가로 7㎝, 세로 2㎝ 크기의 노란색 스티커 안내문에는 "2012년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 제품으로 지상파TV를 시청하려면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다"는 검은색 문구가 담긴다.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방통위는 안내문 부착 의무화에 따라 지상파 TV의 아날로그방송 종료에 대한 홍보효과를 거두는 것과 함께 디지털방송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의 앞장 혹은 뒷장을 보면 '저자와의 협의에 의해 인지를 생략합니다'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인지(印紙)란 수수료나 세금 따위를 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에 붙이는 종이표를 말한다. 책에서는 저작(권)자의 도장이 찍힌 작은 종이를 가리킨다.인지는 곧 인세와 연결이 된다. 인세(印稅)는 계약에 의해 저작물을 발행, 판매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판권 소유자인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이 팔리는 수량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치르는 돈. '발행부수 혹은 판매부수 × 인세율'로 계산된다. 인세율은 작가의 유명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판매가의 10% 내외다.인세율은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정해지기 때문에 인세 계산에 있어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발행부수 혹은 판매부수다. 출판사의 경우 발행부수 혹은 판매부수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출판사의 정보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출판사가 인세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저자 몰래 책을 찍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가 부인과 함께 연필을 이용해 인지에 눈에 띄지 않는 표시를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저작(권)자와 출판사 간 서로 신뢰가 쌓여있을 때에는 문제될 게 없지만, 발행부수 혹은 출판부수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종종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인지 첩부 제도'다.출판사는 저작(권)자로부터 받은 인지를 책자에 붙인 후 시중에 유통시켜야 한다. 저작(권)자는 자신이 직접 인지를 발행하기 때문에 책의 발행부수 혹은 판매부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출판사는 법적으로 반드시 인지를 붙여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최근에는 협의하에 인지를 붙이지 않기로 특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저자와의 협의에 의해 인지를 생략합니다'라는 문구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지가 귀한 것이 되어버려서 취미로 모으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출판과 관련, '판권(阪權)은 OO에게 귀속한다'라는 표현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저작권법상 판권이란 용어는 없다.원래 판권은 출판권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상 출판권은 저작물을 문서나 도화로 발행할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출판과 관련 없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판권은 OO에게 귀속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엄연히 출판권이란 용어가 존재하는 만큼, 전문 용어가 아닌 판권이란 용어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제시가 깊어 가는 가을을 맞아 가족뮤지컬 및 영화 등 시민들의 쉼터를 제공하기 위한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한다.▲신나는 예술버스 영화 상영5일 오후 2시, 전북도 문화예술과 주관으로 청하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영화 '이장과 군수'가 상영된다.▲판타지 가족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김제시와 극단 '10년 후' 가 주최하는 판타지 가족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은 우리 전래 동화인 삼신할머니를 소재로 생명존중과 평등사상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각색,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시청 대강당에서 무료로 개최한다.6일(목)오전 10시30분 · 오후 7시30분, 7일(금)오전 10시30분 등 세 차례 공연할 예정으로, 환상적인 무대와 다양한 캐릭터로 볼거리가 풍성하다.▲시립도서관 토요영화 상영매주 토요일 오후2시 도서관 5층 시청각실에서 영화를 상영할 예정으로, 8일에는 슈렉, 15일 신데랄라, 22일 오세암, 29일 토마스와 마법기차 등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동화 읽는 토요일 운영매주 토요일 시립도서관 아동실에서 (사)어린이도서연구회 김제지회와 김제시 책 읽어주는 어머니 연합회가 봉사활동 일환으로 동화 읽는 토요일을 운영한다.첫째·셋째주 토요일에는 오전11시 부터 30분간, 둘째·넷째주 토요일에는 오후2시 부터 30분간으로, '달님은 밤에 무엇을 할까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별나라에서 온 공주',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불꽃놀이'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주로 읽어 줄 계획이다.
강남호 원광대 교수가 책「잘 사는 사회 위대한 사회」 (비즈프라임)를 출간했다.책엔 '교육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든다(1부)' '문화는 인간의 생존방식이며 삶의 양식이다(2부)' '사회구조는 인간을 규정하고 그들의 선택을 결정짓는다(3부)'에 걸쳐 한국사회의 리더십의 빈곤이나 부재에 대한 함축된 비평과 함께 위대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담겼다.그는 "목표지향적인 실용주의와 합리주의를 넘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과 진실, 순수함에 대한 위대성을 솟대로 삼는 성숙된 리더십이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말했다.'경제와 사회'를 주제로 18년간 심도있는 교양 교과의 개발, 일반 시민 대상으로 한 특강, 여성강좌 등을 통해 경제교육을 해온 강교수는 전북 투자심사위원회, 전주 익산 김제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중앙인사위원회, 지방고시출제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테마경제」「지방재정학」「미시경제학」 등을 펴낸 바 있다.
김영자(54·광주시 서구 치평동)씨가 제18회 정읍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을 차지했다.정읍시 주최,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정읍지회 주관으로 지난 1∼2일 정읍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국악경연대회는 판소리와 기악 무용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치러졌다.김씨는 이번 대회에서 이매방류 살풀이로 종합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이매방 명인의 제자 김덕숙씨에게 이매방류 살풀이를 익혔다. 지난 2000년에는 장보고 국악경연대회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직무대리에 김영원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부 부장(55)이 임명됐다.김 신임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고고학과와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 박사학위를 취득했다.1976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 87년 학예연구관으로 승진해 93년부터 97년까지 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했다. 이후 공주박물관 관장과 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 전시과장, 제주박물관 관장, 중앙박물관 미술부장과 역사부장 등을 역임했다.현재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서울시 문화재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한국미술사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자사」 「조선백자」 「조선전기 도자의 연구」 「조선시대 도자기」 등이 있으며, 「한국전통문화」 「박물관 밖의 문화유산산책」 「통일신라시대 한중교역과 자기의 출현」등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제1회 고유섭학술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취임식은 4일 전주박물관 강당. 이원복 전 전주박물관 관장은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4년부터 4년간 전주에 작업한 15점의 작품을 '풍경의 내면'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에서 선보였다. 비록 작품의 판매량은 적었지만 작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데뷔작이다. 지용출을 평생토록 판화가로 살게끔 만들어 준 그의 첫 번째 전시.작가의 활동지역을 서울에서 전주로 옮긴 이후 4년 만에 대중 앞에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는 여전히 민중미술가였다.작업실 한켠에 붙여둔 첫 전시회 리플릿에서 '80년대의 결동에 참여하여 민중민술에 열정을 쏟아 부었던 작가의 그간의 정황을 살필 수 있는 전시'라는 미술평론가 이영욱 전주대 교수의 평을 볼 수 있었다."'개발지구(동판화, 1995년, 136×49cm)'에 있는 이 큰 나무 있죠. 지금도 삼천둔치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전주가 한창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너편 작업실에서 바라본 풍경은 매우 산만했을 것이다. 또한 매우 삭막했을 것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옥의 기와가 작품의 중심이 되는 나무 아래쪽에 낮게 그려져 있다.'용머리고개(동판화, 1995년, 44×47cm)'. 용머리고개는 빈난한 삶을 상징한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슬레이트 지붕, 허리를 굽히고 뒷발에 힘을 주어야 오를 수 있는 경사진 골목길. 가난한 서민들이 끼니를 잇고 있는 어두운 동네다. 예술가의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작가는 개발이데올로기 뒤에 꼭꼭 숨겨져 있는 현실의 어둠을 꺼내 보이고 싶었을 게다.판화가 지용출은 첫 전시를 통해 '에틱(etic)적 관점'을 가졌던 이방인에서 '에믹(emic)적 관점'을 가진 전주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정훈(문화전문객원기자·학예연구사·전주역사박물관 교육홍보팀장)
동문 네거리. 문화예술판 사람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대여섯 평 남짓한 2층 낡은 술집. 이곳에서 한동안 가장 좋은 목을 차지하고 걸려있던 크고, 연두 빛이 나는 판화작품을 기억하는가?이 작품이 바로 판화가 지용출의 것이다. 지난 2004년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완산을 보다'라는 주제로 전시했던 작품 중 하나인데, 작가는 이때부터 역사와 판화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꽤나 많은 발품을 팔았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람들은 옛 지도의 형식으로 만났던 오목대, 동고사, 한벽당, 남고산성, 관성묘 등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전주의 숨결과 전주의 혈맥이 도시의 아스팔트와 매연, 바쁜 일상 속에서 가려지고 있는' 것을 못내 안타깝게 여긴 그는 '되풀이 되는 행보로 지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고, 그것을 근거로 자료조사를 하며' 밑그림을 그렸을 만큼 우리지역을 아끼는 작가다. 또 노력하는 작가다.단풍구경을 나선 인파로 도로가 북적거리는 지난 주말, 김제 금구면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요새는 전라북도 판소리지도를 판화로 제작하는 일로 눈코 뜰 새가 없단다.지용출은 서울 토박이다. 6수를 해서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에 89학번으로 들어갔지만, 이렇게 들어간 대학에서는 학업보다는 학생운동에 빠져 살았다. 전주에는 부안 곰소에 있는 중학교로 발령받은 아내를 따라 무작정 내려온 것. 이때가 1994년 봄이다."전주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대화할 사람도 없었어요. 가끔 서울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4년을 보냈죠. 인간적인 공허함, 경제적인 어려움, 문화적인 차이 등이 더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전주생활을 시작하면서도 한동안 그에게 전주는 이방인의 도시였다. 송만규 화백과 함께 전북민족미술인협회 창립멤버로 활동했지만 여전히 그는 공적인 일 외에는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꺼려했었다."그 땐 정말 '나는 다시 서울로 갈 거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가끔씩 지인들이 그때의 얘기를 꺼내면 정말 염치없어요."라면서 내심 부끄러운 웃음을 짓는다. "특별한 사람만이 농사를 짓는 줄 알았는데, 주변에 농사 한번 안 지어 본 사람이 없더라고요. 나는 서울사람이라는 문화적 우월주의가 있었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차츰 전주사람이 돼 가더라고요."예술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단호했다."예술가는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해야 합니다.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작가가 예술작품을 통해 미적인 아름다움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참여를 해야 하는 거에요. 예술가들이 무조건 자기만족을 위해서 '유희성'을 추구하다보면 '나 홀로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예술이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또 참여할 때 사회와 문화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거든요. 결국 대중에 대한,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작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이죠."남강병원 앞 융성아파트 지하실이 그의 첫 작업실이었다. 효자동에서 삼천을 건너면 논과 밭으로 그득했던 시절. 지금은 빠르게 도시화가 이뤄져 아파트, 골프연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만 10여 년 전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작품에 등장하는 포크레인이나 용머리고개는 당시 이방인으로서 내가 느끼는 전주의 어두움이었어요. 어쩌면 닫혀있던 나의 생활이 투영됐을 수도 있어요."그래서인지 당시 작품은 정말 어둡고, 삭막했다. 시커먼 색 일색이고, 송곳으로 그린 수백 갈래의 거친 선들이 집과 나무, 산과 들을 만들고 있었다. 삼천은 도시와 시골, 개발과 미개발의 경계였다.그의 첫 전시는 서울 종로 관훈동 '갤러리 나무'에서 열렸다. 1997년 4월 30일부터 단 7일 동안 열린 전시는 '풍경의 내면'전. 작품은 모두 15점이었지만 1점만 팔리는 불운의 작가였다. 팔리지 않았던 작품을 잘 간수하고 있는 작가가 작품을 설명해 준다."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강한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남아있었죠. 우리사회의 어두운 현실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고발하는 제 시각이 투영돼 있어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어두컴컴한 아파트 지하실을 벗어난 작가는 김제 용지로 작업실을 옮겼다. 본래 누에창고로 사용되던 곳인데, 작가는 이곳에서 기거하면서 자연물에 상당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이 시기가 판화가 지용출의 제2기 작업의 시작이었다."이 즈음엔 질경이며, 도라지, 파 같은 생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소재도 변화되었지만 작업방식 또한 그냥 종이에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황토종이를 이용했었죠."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하긴 했지만 왠지 작품의 크기가 작아 장식품 이상의 만족감을 주지 못해서 과감히 포기.지금은 제3기 지도작업 시기. 작가는 '완산을 보다' 이후 꾸준히 판화로 그리는 현대판 지도작업에 열중하고 있다."전주부성을 판화로 재현해 보고 싶어요. 지도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답사와 공부가 필요한 작업이잖아요. 그리고 기존 판화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죠."그에게 제2의 고향은 전주와 전라북도다. 그래서 우리지역의 흔적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나보다. 머릿속에서 빙빙 맴도는 생각의 갈피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사대문을 돌았는지 모른단다. 역사박물관에서 「축성계초」 국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귀띔을 했더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지용출은 대학에서부터 판화를 전공하고 판화작품만을 고집해 온 유일한 작가다. 전북판화가협회장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판화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평소에는 회화를 하다가 전시회가 있을 때만 판화작품을 하는 게 좀 서운해요. 물론 회원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제 욕심 같아선 '판화'만을 고집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예술가가 많은 지역이지만 판화가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 '아내에게 미안해 아침 일찍 작업실로 나온다'는 그는 한시도 쉬지 않는 작가다. 비록 그의 판화인생의 시작이 힘들었고, 초창기 전주에서의 생활이 외로웠지만 이제는 아니다. 앞으로 진행될 작품의 테마를 잡은 것처럼 판화가로서의 삶에 자신이 붙은 것이다.아마 다음 주말쯤엔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서문에서 북문으로, 다시 동문에서 남문으로 페달을 밟는 판화가 지용출을 스쳐볼 수 있지 않을까./정훈(문화전문객원기자·학예연구사·전주역사박물관 교육홍보팀장)
'붉어진 눈매 / 하늘만한 그리움 / 다시금 새로워 / 굵어진 빗방울은 / 담고 가신 / 님의 피울음 인가요 / (…) 오, 나의 친정아버님.' ('뻐꾸기'중에서)약 한 첩 못 써보고 떠내보낸 아버지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침묵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슴팍에 고여있던 눈물이 쏟아진다.배순금씨(60·사진)가 첫 시집 「사각지대」 (들꽃)를 펴냈다.그의 시는 긴 호흡과 그리움의 정서가 주를 이루는 게 특징. 그리움의 언덕을 넘어 사랑의 정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 떠나간 부모에 대한 애잔함과 애달픔이 편편마다 깃들어 있다.자식을 장성시키고 난 뒤 찾아오는 공허함, 고독의 맛도 깊게 만난다.그것은 '허탈한 웃음'이거나 그믐달로 형상화된 서러움이다.'하루에도 수없이 목 비틀리는 죽임을 눈치 보며 뱅글뱅글 돌아도 나갈 데는 더욱 없다.'('사각지대' 중에서)지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운명이 정한 길을 따라 순응하는 존재에 대한 우화적인 깨우침을 담은 시도 있다.교직에 몸담고 있는 그는 앞으로 그리움이 아닌 한 평이한 일상을 형상화해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훌훌 털어내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비로소 인생의 짐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여유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다.익산 이리 마한초등학교에 재직중인 배씨는 1991년 「한국시」 로 등단했으며, '한국시 신인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열여덟번째 시집 「호수에 춤추는 백조」(을지출판공사)를 펴낸 백야 김정웅 시인(70).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에게 있어 지역과 문학은 곧 삶이다. 최승범 시인 역시 김시인이 평생동안 일궈온 시세계에 대해 '농밀한 향토애와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총 5부로 나뉘어진 이번 시집에서는 향토를 바탕으로 한 서정과 서사의 시세계를 가꾸고 열어온 김시인의 한층 깊어진 시심을 만날 수 있다.1부 '새만금 문화축제'는 김시인이 직접 참여한 문학 모임이나 문화 행사를 기념한 시들. 축시 성격이 강하지만, 그의 시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설조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2부 '신이 내린 설경'은 주로 고향의 자연과 가족이 시작 모티브를 이루고 있으며, 3부 '호수에 춤추는 백조'는 고향 사랑의 마음과 고향에 대한 투철한 역사의식이다.4부 '지조와 사랑이 어리는 호남 제1문'은 역사적 인물의 절개와 사랑이 담긴 시편들이다. 면암 최익현, 돈헌 임병찬, 주논개, 단종, 서동과 선화공주, 서동과 선화공주 등 충의와 지조·사랑 앞에 옷깃이 여며지는 시들. 제5부 '뉴질랜드 복분자'는 뉴질랜드와 호주, 미국 등 여행의 걸음마다에서 건져올린 시들이다.1963년 「청춘」에 수필이, 1975년 KBS 시공모에 당선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시인은 고창 문화유산해설사와 미당시사랑회 추진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창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에 '세계시문학연구회'와 '한국자유문예대학' 등을 설립하며 그 활동범위를 넓혀왔으며,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시상식을 자비를 들여 20여년 간 진행해 오고 있다.
아이들 얼굴엔 '때꼬장물'이 줄줄 흐른다. 변변한 놀잇감도 없던 시절 땅바닥에서 나뒹굴어 옷도 새까맣다.카메라를 들이대자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렌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형제."찰칵" 기억은 그렇게 빛바랜 추억이 됐다.예수병원 110주년 기념 옛풍경에세이 「글쎄, 저 사람이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 (도서출판 야소)엔 헐벗고, 배고팠던 6·25 이후 낡은 기억들 200여장이 담겨 있다.예수병원 간호사로, 선교사로 활동하던 부례문여사(85)와 그의 남편이 우리나라를 기록했던 사진들을 전달해 책이 엮어졌다. 그는 1910년 한국에 온 탈미지 선교사의 막내딸. 눈은 파랗지만 유전자는 한국인이었다.꽃다운 나이 스물다섯. 1948년부터 1952년까지 그는 예수병원 간호사로 두 번의 큰 사랑을 체험했다. 이미 고인이 된 남편을 만났고, 전쟁 고아들의 영혼들을 돌본 것.전쟁 종군 사진기자였던 남편은 부상을 입어 예수병원에 입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근거림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선교사로 전쟁 고아들을 돌보고 교육시킬 때, 남편은 늘 그림자처럼 커다란 사진기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당시 흑백 사진기가 아닌 칼라 사진기를 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천연두가 심해 한꺼번에 40명이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병원에 컵이 모자랐습니다. 군산 미군부대에 가서 맥주 캔을 얻어왔어요. 그걸 컵으로 만들어 환자들에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했어요."남편이었던 프레 몬스터 이름을 따서 부례문이란 한국식 이름까지 붙었다. 이후 그는 경주 문화학교에서도 천사의 손길을 이어갔다.책 곳곳엔 전쟁으로 모든 것이 초토화된 풍경들이 있다. 100만명 이상이 죽었고, 250만명이 집을 잃었던 시절이다. 아랫도리가 벗겨진 채로 혹은 중요한 부분(?)이 헤진 상태로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인다. 땅바닥에 물건을 놓고 엉덩이만 붙이면 노점이 장터가 되고 장날이 섰던 풍경도 있다. 온갖 장돌뱅이가 시골 장터로 모여 들어 시끄러운 실랑이를 벌이던 때다. 못 먹고, 못 입던 불편한 진실, 불평등한 세기의 짐이다. 하지만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에선 실낯같은 희망만이 남았다.그녀는 이젠 아프리카 말리의 고아들을 위해 털실인형을 짜고 있다. 우리나라 전쟁 고아들을 보았을 당시의 애틋함과 따뜻한 시선이 엿보인다.지난 1년간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글을 써왔던 고근씨(48·예수병원 홍보실장)는 "야만으로 모든 것이 휩쓸고 간 우리에게 사랑의 수고로 헌신한 부례문 여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 책은 그녀의 겸손에 대한 작은 대답"이라고 말했다.1898년 미국 여의사 마티 잉골드가 진료하면서 세워진 예수병원은 국내 근대식 병원으로 세브란스의 광혜원(1885)에 이어 두 번째 병원이다. 3일 110주년을 맞은 병원은 출판사 '도서출판 야소'를 만들어 이번 책을 출간했다. '야소'는 예수병원의 옛날식 이름이다.
전라시조문학회(회장 유휘상)가 주최한 '제10회 가람 추모 전국 시조 현상 공모전' 일반부 장원에 김경미씨(영주), 고교부 장원에 박상범군(전주 신흥고)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시조 현대화에 지평을 연 가람 이병기 선생을 추모하고 시조문학 진흥을 위해 마련한 취지.전국 110편 시조 응모작들 가운데 대학 일반부 차상엔 이영신씨(강릉), 차하엔 서문기씨(광양), 참방엔 송승환씨(강진군)가 선정됐으며, 고교부 차상엔 박상빈군(전주신흥고), 차하엔 김대현군(정읍배영고), 참방엔 김경훈군(정읍배영고)이 선정됐다.당선작은 12월1일에 출간되는 동인지 전라시조 제41집에 발표될 예정. 시상식은 12월6일 오후3시 호남성에서 열린다.유휘상회장은 "전북이 시조시인의 제일 적은 데다, 관심까지 줄고 있어 안타깝다"며 "개인 후원을 통해 어렵게 이어가고 있지만, 최승범 시인의 맥을 잇는 걸출한 시조시인이 배출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컴퓨터가 놓여있는 책상 서랍 속에는 다름 아닌 재떨이가 들어있으며, 한 번 의자에 앉으면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자판기'라고 했지만, 그 속에 비꼬는 의미는 조금도 담겨있지 않다. 그 역시 스스로를 '글쓰기 노동자'라고 말하곤 했으며, 잠시라도 그 옆에 있어본다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글을 쓰는 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소설로 출발했지만, 극작가로서 더욱 단단하게 뿌리 내린 최기우씨(35). 그가 희곡집 「상봉」(연극과인간)을 펴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지만 희곡집은 드문 세상. 참 반가운 책이다."연극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희곡을 쓸 거란 생각은 못했죠. 형제처럼 지내던 배우가 창작극 하나 써달라길래 얼떨결에 쓴 작품(귀싸대기를 쳐라)이 희곡 데뷔작이었죠. '캐라'도 있다는 말에 돈이 급해서 썼어요. 무작정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뻔뻔한 캐라'를 받으며 쓰고 있습니다."최씨는 "희곡작가가 많지 않은 탓에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이 적지 않지만, 되돌아보니 성기지 못한 문장이 많은 것 같다"며 "쓰는 작품마다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건 대단히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첫 작품집에 담은 희곡은 모두 6편. 첫 작품이었던 '귀싸대기를 쳐라'(2001)를 비롯해 '상봉'(2003), '정으래비'(2004), '신, 태평천하'(2005), '가인 박동화'(2006), '여자, 서른'(2008)이다.희곡집에 '상봉'을 내세운 것은 애정을 가장 많이 기울였기 때문. 무대를 올릴 때마다 사이사이 쪽대본도 써주고 성질도 내고 기운도 북돋아주면서 함께 완성시켰다. 그래서 상을 탔나싶기도 하다. '상봉'은 2003년 '전북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비롯해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연출상, 연기상까지 수상했다.한국전쟁의 아픔을 안고 사는 두 가정을 통해 비전향장기수와 탈북자라는 시대의 아픈 코드가 함께 섞여 있는 이 작품은 최씨가 2000년 미전향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과해 북녘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구상한 것으로, 사회를 향한 강한 메시지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그의 작품 대부분은 분명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혁명적 사상가 정여립을 담은 '정으래비'는 정여립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중심에는 민중이 서있다. 이 작품에 대해 최씨는 역사적 진실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신, 태평천하'는 구도심의 외롭고도 씁쓸한 풍경으로 판소리 도창과 탈놀이 등 다양한 형식이 한 데 어우러지도록 했으며, '가인 박동화'는 지역 연극인들이 힘을 모아 '전북연극의 산파' 박동화를 조명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가장 최근작인 모노드라마 '여자, 서른'은 배우의 간드러지는 말 한마디에 무작정 시작된 작품이었지만, '최기우의 서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사전 조사에 시간을 많이 쏟지 정작 작품을 쓰는 시간은 짧아요. 이후에는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글을 씁니다. 내가 희곡을 쓸 때의 감정을 다시 무대에서 살릴 수 있을까라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희곡은 극작가와 연출가, 배우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을 받고 머뭇거린 게 3년. 올해 목표는 장가가는 것과 노는 일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희곡집으로 한 해의 끝에서 이렇게 매듭 하나 지었다.최씨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전북일보사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고창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린 미당문학제가 막을 내렸다. 서정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미당시문학관과 동국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천년의 시작,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일보가 후원하는 행사였다.이번 행사에서는 미당시문학관 이사장 법만 스님(선운사 주지)과 미당 동생 서정태 옹 등 지역주민과 문인 200여명이 참여해 미당 학술대회와 미당문학상 현지 시상식, 대학원생 학술교류 세미나, 시인들이 강사로 나선 시인학교, 미당 백일장, 시인의 밤, 질마재 투어,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풍성함을 더했다.미당이 떠난 지 8년. 그의 시혼을 기리는 문학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면에서 알차지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체로서 당당해야 할 미당시문학관과 지역주민들이 객체에 머문 반면 초청이나 축제의 일부가 되어야할 객체인 외부 단체가 주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탓이다.동국대 윤재웅 교수는 "미당 문학제는 동국대나 일부 신문사의 행사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미당시문학관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면서 "재단법인 미당시문학관이 인적 인프라와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문학제를 스스로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성해야 전국적인 문학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함께 행정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미당문학제가 전국적인 문학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윤교수의 지적이다. 이와관련, 문학제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문학제를 꾸려나가겠다"는 시문학관 이사장 법만 스님의 말씀과 "돋음별 마을과 시문학관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학촌을 형성하는데 행정이 앞장서겠다"는 양태열 고창부군수의 약속은 그나마 미당시문학관의 미래를 밝게 해줬다.문학제가 열리는 미당시문학관의 열악한 환경과 볼품없는 콘텐츠도 문학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 1년 내내 관광객과 문학도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전시 및 상설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 문학관과 질마재, 돋음별 마을을 풍성하게 가꾸는 '풀뿌리 문화 민주주의'를 이뤄나갈 때 시문학관은 물론 문학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단국대 박덕규 교수는 "많은 문학관들이 콘텐트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문학관은 문학이라는 전문성과 지역사회의 특성을 연계해야 한다"면서 사투리로 미당시 낭송하기, 미당 작품 시음악극, 시 '국화 옆에서'의 누님 선발대회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질마재와 돋음별마을을 떠나 석정온천으로 자리를 옮긴 국화축제도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전문가 및 문학인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국화=미당'이라는 보편적인 수식이 성립되어 있는 만큼 질마재와 돋음별마을의 지리적여건을 최대한 살린 국화축제를 모색해야 국화축제와 시문학관, 문학제가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전통주의 맥을 잇게 하려면 이를 빚을 수 있도록 면허 문턱을 낮추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전통주 관련 법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우선입니다."1일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전주전통주 대향연'에 초대된 조성근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팀 사무관(사진)은 전통주 명인들과 함께 '전통주 진흥을 위한 산업화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에 나섰다.위스키, 와인 등 양주 수입에 의존하는 요즘 술시장에선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2%(지난해 출고량 기준).조사무관은 "전통주 면허를 추천받은 곳 중에서 절반도 안되는 43.9%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그나마도 영농조합법인을 통한 경영을 규모화 한 곳이 대다수"라고 말했다.술은 곧 정책의 문제. 그는 "현행 주세법에만 근거하다 보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며 "전통주 관련 법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가양주 문화가 지속돼 왔으나, 일본이 세원 징수를 위해 현행 주세법을 만들면서 25년간 전통 가양주가 사그라들게 됐다. 일본인들이 만든 주세법을 그대로 따르다 보니, 전통주 분야에 관한 규제 완화가 늦어졌고, 낮은 가격 경쟁력 등으로 전통주가 발전할 수 없었던 것.따라서 그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명주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보고, 전통주의 표준·규격화 확대로 품질 고급화에 힘쓰고, 통신판매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현재 1회당 20병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된 조항을 삭제하거나 50병 이상으로 확대하고, 우체국으로 제한된 통신 판매를 농협 등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 그예다.또한 터무니없이 높게 부과됐던 주세를 50%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 결과 탁주는 5%에서 2.5%로, 약주와 청주의 경우는 30%였던 주세를 15%까지 낮출 수 있었다.조사무관은 향후 전통주 품질 향상을 위한 전통 누룩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며 전통주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스러져가는 '가양주(家釀酒)' 문화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전주 전통주 대향연-만추만취 대향연'이 1일부터 2일까지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열렸다.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전통술박물관(관장 박시도)이 주관하는 이번 축제의 중심은 술과 술 빚는 사람들이 그 중심. '주신제(주신에게 지내는 제례)'와 퍼포먼스로 어우러진 개막식(1일 오후6시)에 이어 술 빚는 이들의 주품 경연대회인 '국선생 선발대회(2일 오전11시)'와 출품주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국선생 명주 발표회(2일 오후5시)'가 축제의 꽃이었다.청주와 소주를 빚는 국선생 본선 진출자 15명이 한자리에 모여 재밌는 우리 술 이야기를 풀어낸 '국선생과의 인터뷰(2일 오전11시)'는 일반인들과 전통주 마니아들의 소중한 만남과 소통의 자리였다.이날 청주 국선생엔 '국화주'를 빚은 노영희씨(전남 함평)가, 소주엔 석탄주를 증류해 전통소주를 빚은 서승권씨(전주)가 선정됐으며, '술 인터뷰상'엔 '백화연주'의 곽우선(대구)씨, 구절초주를 증류해 숙성시킨 소주를 선보인 김기승씨(남원)가 수상했다.
전국 식도락가들의 주목을 모은 '2008 전주 천년의 맛 잔치'가 1일 개막했다.5일까지 전주 코아아울렛 일대에서 열리는 '전주 천년의 맛 잔치'는 전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천막 속 음식이 아닌 시설과 분위기를 갖춘 음식점을 전면으로 내세웠다.전주시가 주최하고 풍남문화법인(이사장 문치상)이 주관하는 이번 맛잔치엔 전국 70여명의 미식가들이 1박2일간(1∼2일)의 전주 맛 탐험에 나섰다. 지정 음식점과 인근 맛집을 통해 자존심을 건 전주의 맛에 관한 날카로운 평이 이어졌다.오승우 화백과 이시형 의학박사를 초청한 '명사와의 만찬(2∼3일 전통문화센터 경업당)'은 음식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코너로 주목을 모았다.가족과 떡케이크를 함께 만드는 즐거움이 있는 '가족 떡 케이크 대회(1일 오전10시30분)' 전주 팔미 중 미나리 호박 무 콩나물 황포묵을 사용한 '2008 팔미 떡볶이 이벤트(2일 오후3시)'도 눈길을 끌었다. 전주의 대표적인 맛인 비빔밥을 주제로 한 '전국 WWKF 조리경연대회(2일 오후2시)'엔 37개팀이 참가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문치상 이사장은 "천막 속에서 진 먹을거리를 내놓는 것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맛잔치라고 할 수 없다"며 "전주 음식의 명가를 통해 미식가들의 오감이 만족되는 축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일 경기전을 출발한 전라관찰사 행차가 풍남문과 전라감영터, 구도심 일대를 거쳐 객사에 도착했다.군관과 기장대, 집사도사, 취타대, 의장대 등 112명이 뒤를 따른 전라감사 행차는 과거 왕의 권한을 부여받은 전라감사가 전주를 출발해 각 고을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애환과 고통을 직접 듣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2008 전라관찰사 행차'의 '전라관찰사'역은 1499년(연산 5년) 전라관찰사를 역임한 정숙지 선생의 16대손 정택수씨(71·서울시)가 맡았다. 정숙지 선생에 대해서는 '상명하고 강개하며, 여러 관직을 지내어 감당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봉화 정씨 원로 종친 40여명이 전주를 방문하기도 했다.전라관찰사는 백성을 잘 받들어 안민보위를 잘하겠다는 다짐의 뜻으로 매월 1일과 15일 객사에서 임금께 망궐례를 올렸다. 2일 객사에서 부활한 '2008 망궐례' 역시 공직자의 바른 자세를 되돌아보자는 역사적 교훈을 담고 있다.(좌)조선 왕실의 호위문화인 수문장 교대의식이 2일 경기전에서 펼쳐졌다.수문장은 조선시대 도성과 궁성의 각 문을 관장하던 최고 관리자. 현재 수문장 교대의식을 볼 수 있는 곳은 경복궁과 광화문, 흥례문 등으로 전주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다.(우)
일곱번째 '시민과 함께 하는 시와 시조와의 만남'은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문화의 달' 10월의 마지막을 갈무리하는 자리. 31일 오후3시 스타상호저축은행 고하문예관에서 열린 시와 시조와의 만남엔 송하진 전주시장이 시 나들이에 나섰다.'강물이 발돋움하면 닿는 땅 / 달포에 몇 번 올까 말까 하는 비에 / 젖어도 그만 젖지 않아도 그만인 날들 가고 / 큰 물에 강물이 천천히 일어서며 손 내밀면 / 바삭바삭한 가슴 열어 / 비로소 숨 한 번 크게 쉬는구나' ('둔치' 중에서)4∼5년 전 썼다는 시 '둔치'엔 늘 바삭바삭하게 말라있던 둔치를 적시고 뒷걸음으로 떠나는 강물에 대한 야속함이 담겨있다. 언제 꽃을 피워내고, 떨구어야 할지 아는 자연의 순리에 주목한 '나무 아래 눕다'와 축제 현장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던 불꽃을 통해 시상을 열었던 '불의 축제'를 통해 시적 상상력을 겸비한 행정가의 면모를 보였다.동경했던 미당 서정주 선생 댁을 무턱대고 방문했던 젊은 시절을 통해 시에 대한 그리움의 속살을 드러내기도 했다.백수인 시인(조선대 교수)은 '새벽' '톈진의 겨울바람' '투명한 난꽃'을 통해 시세계로 이어진 자신의 운명같은 여정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6년간 하루 왕복 20리 들판을 걸어다녔던 그는 자연과 닮아진 자신을 발견했다. 생계의 가느다란 비탈길에서도 맑은 시심을 유지하며 차가운 운명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지인들의 따뜻한 관심으로 시를 공부했고, 시밭을 쉴새없이 갸웃댄 지난날 추억을 되짚었던 그는 아직은 당도하지 않은 시세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털어놨다.위은영씨는 진중한 거문고 소리로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하현도드리, 출강'을 통해 시로 물든 만남의 자리에 무게를 더했다.최승범 시인은 "일곱번째 시와 소리의 만남이 더 젊어지고 새로워 진 것 같아 기쁘다"며 "모두에게 알갱이를 거두는 '가을걷이'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북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산 삭감 도의원들 사퇴 촉구"
하송 시인, '2024년 한국 예인문학 문학대상' 수상
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박용근 의원 제기한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심사 개입 의혹…법률상 '위법 사항 없음'
삭감된 예산에 뿔난 지역예술인, 반면 전북예총·전북민예총은 '무덤덤'
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 입주기업 ‘아가미림’, OTT 시장 진출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