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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사람] "20여년전엔 여치 할아버지로 통했죠"

서병윤 할아버지 거실 책꽂이에는 「파브르곤충기」가 몇 권 꽂혀져 있었다. 옆에 있던 일본어로 된 책 역시 곤충에 관한 것이었다. (서병윤 할아버지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에서 중학교를 다녔었다. 덕분에 일본어는 일본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지금이야 '시계 할아버지'로 유명하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여치 할아버지'로 불렸었다.젊은 시절 중장비 사업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가족들을 전주에 두고 혼자 임실 옥정호 안에 있는 섬에 들어가 양봉을 했다.우연히 듣게 된 여치 울음소리가 좋아 한 마리 두마리 키우기 시작한 게 2000마리가 됐다. 나중에는 전주시 인후동 야산을 빌려 8000마리 이상으로 여치 숫자를 늘려갔다.여치를 혼자 보기 아까워 차에 싣고 서울 세종로에 가지고 가서 팔았다. 성냥개비로 여치집을 만들고 그 속에 한마리씩 넣어 1000원씩 팔았더니 금방 트럭 한 차 분이 동이 났다.곤충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90년대 초반에 만든 '달력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1992년도 달력 뒷면에 할아버지가 손수 그린 그림들은 다름 아닌 곤충들의 한살이나 곤충들을 소재로 한 동시·동화, 곤충들을 비교해 놓은 생태도감이었다. 특히 그가 지은 '곤충 헌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지구촌에서 생존할 권리가 있다' '우리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농약을 함부로 살포하지 말라' 등 곤충들의 절박한 목소리.할아버지는 지금도 여치를 기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누가 콘테이너 박스를 판다길래 관심있게 보고 있다. 하지만 오염된 도시에서 여치를 기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21 23:02

[풍경과 사람] '시계 할아버지' 전주 서병윤씨

혹시, 시간 흘러가는 소리라고, 들어보셨습니까?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시간 흘러가는 소리는 꼭 시냇물 소리 같아서 '시곗물 소리'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20평, 도심 속 작은 아파트 안으로 수 백 개가 넘는 시계가 잘도 흘러갑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시계왕국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여기도 시계, 저기도 시계, 이 방도 시계, 저 방도 시계….전주시 평화동 서병윤 할아버지(85)의 집은 온통 시계다. 그것도 바늘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 천지. 전자시계도 좋지만, 왠지 죽어있는 것 같아 살아움직이는 바늘시계가 좋다.한 쪽 벽면에는 정각이 되면 소리를 내는 뻐꾸기 시계만 빼곡하게 걸려 있다. 원목인 데다 모양도 비슷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뻐꾸기 시계들을 할아버지는 마음 내키는 대로 물감으로 화려한 색을 입혀 놓았다.반대편 벽에는 할아버지가 시간을 확인할 때 보는 원형 바늘시계가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우선 크기가 커서 눈이 침침한 할아버지에게는 딱이다. 그 바로 아래 선반에는 다양한 모양의 알람시계가 진열돼 있다.약 800여개. 웬만한 시계방보다도 많은 시계들이 한 번 울리기 시작하면, 정말, 집이 떠내려갈 듯 하다."나 혼자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으면 시계 돌아가는 소리밖에 안들려요. 안사람은 싫다고 하는데, 나는 이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거실 입구, 달력 뒷면에 직접 써서 붙인 '시계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인사말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작은방 한켠에 놓여있던 커다란 괘종시계. 시작은 이 시계때문이었다."한 6년 쯤 됐나? 큰 시계가 길가에 버려져 있는 거예요. 저런 거 하나 사려면 7∼8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 들텐데…. 모양새도 깨끗해서 주워다 분해하기 시작했죠. 한번도 그런 걸 해 본 적은 없었는데, 내 손으로 시계를 고칠 수 있게 되니까 자신감까지 생기더라고요."버려진 시계를 주워다 고치는 일에 재미가 붙었다. '시계박사'란 별명에, 손재주가 좋다는 말도 자주 듣지만,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나이 먹어서 할 일도 없고, 집중만 하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곤 한다."속을 고칠 수 있게 되니까 얼굴도 예쁘게 바꿔보고 싶더라고요. 이건 얼굴이 너무 검어서 시간이 잘 안보여요. 그래서 내가 숫자를 오려붙였어요. 이 뻐꾸기 시계들은 원래 칙칙했는데 산뜻하게 색칠했지요. 이건 회전하는 판에다가 세계 각국의 시계를 붙여놨는데, 한국 미국 불란서 영국 이태리 태국 일본 호주…."시계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할아버지. 그러나 수백개의 시계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미국 현재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였다. 달력 뒷면에 달력의 숫자를 오려붙여 만든 시계. 할아버지는 "우리 딸이 미국에 살고 있다"며 "이 시계를 보면서 딸이 뭐하고 있을 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내가 뭐 하나 읊어볼까요? '그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굴되었다. 작업대 위에서 분해해 재조립하여 전원을 삽입하여 그는 재생되었다. (…) 오 나의 자랑이여! 오 나의 기쁨이여!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영원하리라'. 내가 지었어요. 제목은 '시계예찬'입니다."그러나 이런 할아버지에게도 시계와 관련된 상처가 있었다."사람들이 자꾸 교회에 나오라잖아요. 나이도 들고 다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하루는 신방이라는 걸 와서는 "당신 죽으면 시계들 전부 돈 내고 버려야 하는데, 뭐하러 이런 걸 하냐"고 한심한 듯 말하더군요. 그 때 너무 속상해서 "나 이제 교회 안다닐 테니까 당신들도 다시는 우리집 오지 말라"고 했어요."할아버지의 시계 사랑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내 박화숙씨 뿐(75). 아내와는 '이 놈의 시계'때문에 한동안 신경전이 심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집안 구석구석에 주워온 시계를 찔러놓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숨겨둔 시계들을 찾아내 마대자루에 담아 몰래 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안방에는 전자시계 하나만 걸기로 양보하고, 할머니는 아침밥만 먹고 나면 경로당에서 놀다오기로 '약속 아닌 약속'을 해버렸다."안사람은 정신 사납다고 싫어하니까, 아침밥만 먹고나면 내가 그래요. "당신, 오늘 뭔 일 없어? 당신도 볼 일 있으면 나가지 그래?"라면서 경로당으로 보내죠."한 달이면 시계 건전지 값만 7∼8만원. '시계 할아버지'로 소문이 나면서 가끔 구경오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시계를 사겠다는 사람에게는 건전지값이나 할까하는 생각으로 5000원씩 받고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계를 마음에 들어하는 손님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선물한다."요즘에는 폐기장에서도 왜 시계 가지러 안오냐고들 하는데, 관리도 중요하잖아요. 하루에도 몇개씩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하는데, 그러면 약도 갈아줘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나는 바늘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게 좋을 뿐이에요. 살아서 움직이는 거잖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요."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21 23:02

헤롯왕 무덤 입증하는 유물 다수 발견

고대 유대 땅을 지배했던 헤롯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적에서 헤롯왕의 취향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이스라엘 학자들이 19일 밝혔다. 유대 사막에 있는 헤롯왕의 겨울 궁전지 유적을 발굴 중인 헤브루대학 발굴단의 에후드 넷저 단장은 이 유적지의 무덤 발굴 현장에서 중동에서는 볼 수 없었던 로마 스타일의 화려한 벽화와 2층 규모의 왕실 지하 묘소 유물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 파편들을 검토한 결과 25미터 높이의 매우 우아한 기념비를 복원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 기념비는 헤롯왕의 취향과 지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넷저 단장은 "이런 규모의 묘지는 왕이 지은 것이지만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자녀와 가족들까지 고려해서 지은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 이 유적에서 정교하게 조각된 석관 한 개의 잔해들을 발견한 데 이어 2개의 석관 잔해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히고 규모로 보아 이곳에 왕실의 묘소가 위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넷저단장은 이 무덤이 위치한 겨울 궁전 유적지가 해발 680미터 높이의 구릉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구릉은 거의 인력을 동원해 쌓아 올린 것이라고 설명하고 유적지가 오늘날의 "컨트리 클럽"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수영장과 목욕탕, 관개 시설이 갖춰진 정원 및 수도 시설과 650석 규모의 극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별도로 마련된 헤롯왕의 관람석에는 이탈리아 남부와 흡사한 교외 풍경을 창밖으로 보여주는 정교한 프레스코화가 장식돼있다고 말했다. 기원전 15년에서 기원전 1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이 벽화에서는 개와 관목,교외의 대저택 등을 볼 수 있다. 성서에도 나오는 헤롯왕은 기원전 37년 로마제국이 유대지역의 지배자로 임명한 왕으로 60년 이상 유대 나라를 통치했다. 헤롯왕은 화려한 취향을 갖고 있었으며 오랜 통치 기간에 유대 땅 전역에 거대한 건축물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21 23:02

"좋은 번역자 양성은 문화발달의 핵심"

"옛 고전을 정리해 간행하고, 번역작업을 지속하는 것도 고전번역원의 주요한 역할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번역자를 양성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은 20일 고전번역원 출범 1주년(23일)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번역자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전번역원은 고전문헌의 정리.번역을 통해 한국학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지난해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간판을 바꿔달고 새롭게 출범했다. 고전번역원에 따르면 시급하게 번역해야 할 우리의 옛 고전을 추리고 추리면 약 6천500권 정도가 된다고 한다. 1년에 고전번역원이 번역하는 책은 약 65권 가량 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100년 남짓 걸리는 긴 호흡의 사업이다. 그러나 원문을 곰삭여 이해한 후 한국 문법구조에 맞게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한학자는 극히 드문 형편이다. 고전번역원에 있는 70여명 정도가 겨우 그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번역을 계속하면서 번역자를 제대로 양성해야 계획보다 빨리 고전번역작업을 마칠 수 있습니다. 좋은 번역자 양성은 문화발달의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 디지털의 시대에 어려운 한문으로 적힌 고전을 굳이 번역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박 원장은 옛 사람들의 문장을 복원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복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문집 안에 담긴 문학, 산문은 마치 화수분처럼 우리의 과거사를 계속해서 새롭게 조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번역은 부국강병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박 원장은 "헤겔의 신간이 독일에서 출간된 지 한달이 지나지 않아 번역본을 사볼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다. 반면 우리는 2-3년이 지나야 번역본을 볼 수 있었다. 때늦은 번역은 우리가 일본에 뒤처진 이유 중 하나"라며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원장은 또 번역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당연히 번역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민족문화도 풍성해 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일단 정체된 번역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전번역원은 내년에 승정원일기와 같은 국고문헌과 한국문집의 정본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조선후기 연구의 중요 자료인 송시열의 송자대전을 완역하기로 했다. 또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대표적인 순국열사인 황현과 이만도를 기리기 위해 그들의 문집인 매천집(梅泉集)과 향산집(響山集)에 대한 번역도 시작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21 23:02

[이준재 교수의 맛있는 와인] 세계의 와인-⑥호주

생활 속 와인이 세계 속의 와인이 된 대표적 신세계 와인나라가 호주다. 물이나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와인을 즐겨 마시는 호주인 들은 점심식사에 곁들여서 한잔, 더워서 한잔, 근사한 분위기와 요리에 맞추어서 한잔, 주말에 크리켓경기나 풋볼을 관전하면서 한잔하는 식으로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생활화되어있다. 호주의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와인대국들과 품질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고 거의 맞먹을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나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호주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과일향이 풍부하여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크게 유명하지 않는 호주와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켰다. 호주의 양조업자들은 능숙한 블렌딩과 포도주 저장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안정된 품질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하고 있다. 1820년대 스코틀랜드 및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은 호주 전역에 걸쳐 영토를 넓혀가면서 남부지역중심으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까지 가정에서 마시거나 영국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알코올 강화와인 중심이었으나, 1970년 이후 유럽 국가에서 온 전후 이주민들이 테이블와인의 맛을 각국에 전파하면서 호주 와인산업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호주의 기후 및 지형은 남반구에 위치해 2월과 3월에 포도수확을 한다. 북부와 중부는 너무 뜨거워 포도 재배가 안되고, 대부분이 남동부에서 생산되고 있다. 유럽풍이 강한 호주의 포도 품종은 다양한 품종들이 있으나 주로 재배되는 것은 레드와인용으로 호주만의 와인이라는 애칭을 만들어준 쉬라즈, 쉬라즈와 더불어 레드와인 양대 산맥을 이루는 까베르네 쇼비뇽, 말벡 등이다. 화이트와인으로는 리슬링, 샤르도네, 트라미너, 쎄미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품종은 유럽에서부터 전파되었으나 호주 특유의 자연환경에 융화되면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새로운 품종으로 재탄생됐다. 호주의 와인등급은 유럽처럼 엄격하게 구분하여 생산되지는 않고 있으며, 크게 버라이탈(Varietal), 제너릭(Generic), 버라이탈 브랜딩와인(Varietal Blended Wine)로 구분되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호주 와인은 짧은 역사에 비해 품질향상, 저렴한 토지, 고도의 최신식 양조 기술, 양조장 규모의 경제성, 세계시장을 겨냥한 와인 산업의 통합 등으로 급성장하게 되어 세계 시장에서 4%정도의 생산량에 비해 인기가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 되었다. ▲보졸레누보 100배 즐기기 - 출시후 6개월~1년 사이 최상의 맛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 지방에서 그해 8~9월에 생산되는 갸메 누아르 아쥐블랑 품종의 햇 포도로 만든 와인을 보졸레누보 와인이라고 한다.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전 세계적으로 출하되는 보졸레누보는 숙성시키지 않고 그해 바로 마시는 와인의 상징으로 전 세계인의 와인축제가 되고 있다. 보졸레누보의 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유통기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반 레드와인과 전혀 다른 스타일로서, 맛이 가볍고, 신선한 레드와인이기 때문에 11월 출시이후 겨울기간 동안에 최상의 맛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마셔야 변질이 없다. 마케팅 용어가 되어버린 보졸레누보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마시기 위해서는 축제기간을 지나 최상의 맛을 내는 크리스마스 이후 1, 2월에 구매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11.21 23:02

[음식의 비밀] ⑪생강

겨울철이 다가오면 손발이 찬 사람들은 몸을 녹일 수 있는 차를 찾게 된다. 기왕이면 잠깐의 온기가 아니라, 손발이 따뜻해지는 차를 선호하게 되는 법.혈액순환이 잘 되고 몸이 따뜻해지면서 내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생강은 겨울철 냉증이 있거나 혈압과 체온이 낮은 사람들에게 요긴한 약재. 생강의 근강을 찌거나 삶아서 건조하면 '건강' 불에 구워 말린 것을 '흑강'이라고 한다. 모든 한방처방의 절반 이상이 생강을 사용하고 있다.매운 맛과 강한 향 때문에 폭넓게 선호되진 않지만, 생강즙을 내거나 차로 달여 마시면 향과 맛이 부드러워져 즐길 수 있게 된다.무엇보다 생강은 몸을 훈훈하게 해 냉증, 불감증, 생리불순 등을 고쳐준다. 산후 혈액순환장애가 생기거나 아랫배가 아픈 경우 생강을 차로 달여 소주에 타서 마시면 좋다. 월경시 복통이나 손발이 찬 여성은 매일 식사 전에 생강차 한 잔을 마시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생강은 겨울철 감기 예방제와 치료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춥고, 코가 막히고, 두통이 나며 열이 있을 때 생강을 마시면 땀을 내 가래를 삭히는 작용이 있다. 생강즙 반홉에 꿀을 한 숟갈 넣고 데워서 매일 5번 정도 먹으면 효과적.소화액 분비를 자극하고 위장 운동을 촉진해 소화가 잘 되도록 돕고, 식욕을 자극시키는데도 생강은 탁월하다.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곁들여 먹는 것도 이런 이유. 궁합이 잘 맞는다.홍콩에서는 배를 타는 사람들이 절인 생강을 먹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속이 거북하거나 메스꺼울 때 혹은 갑작스런 딸꾹질 등을 멈추는 작용이 있기 때문. 멀미를 진정시키는데 흔히 사용하는 멀미약 드라마민(Drmamin)보다 생강이 더 효과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뇌가 아니라 장에 작용되기 때문에 드라마민처럼 졸음이 오지 않는 것이 장점.이외에도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체내의 수분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얼굴이 푸석하게 붓는데 생강은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부기를 빼준다.원형탈모증에도 생강즙을 짜서 바르거나 생강을 썰어서 두피에 하루에 2-3회 문지르면 효과가 나타난다.하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도리어 해롭다. 치질이나 피부병이 생겼을 때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1.21 23:02

소리축제·소리전당 통합 다시 '고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통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19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공청회'에서 '소리축제 발전 방안'을 발표한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소리축제와 소리전당 통합을 통해 행정, 회계, 홍보, 마케팅 등 중복된 기능을 통합, 예산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예산절감이 예산삭감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절약된 예산을 소리 관련 음악을 발굴하고 초청하고 발전시키는 데 투입하고, 소리전당 공연을 통해 작품성을 미리 검증해 축제 기간 집중적으로 초청한다면 관객들이 흥미를 느끼는 축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두 기관의 통합을 놓고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승근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은 "현 시점에서 통합은 굉장히 이질적인 조직이 합쳐지는 것으로 소리축제의 흡수통합이 우려된다"며 "두 기관의 업무 구분이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외에 소리전당에서 좋은 프로그램이 열리면 누가 축제에 오겠냐"고 반문했다. 김건 전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 역시 "통합이 분명 예산 절감의 효과는 있겠지만,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날 공청회에서는 개혁적인 조직개편과 전문화된 프로그래머 영입이 시급한 문제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사무국을 제외한 상위 의결기구가 너무 많고 역할 또한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사무국내 각 부별 역할이나 업무분장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로그래머를 영입, 사업계획의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되 예산 등 사무국을 총괄 운영할 수 있는 사무국장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70%에 이르는 도비 의존율에 대해서는 관의 예산 지원이 높아 간섭이 불가피한 만큼 자체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올해 소리축제 평가예산은 1000만원.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BK21사업단과 전북대 다문화·다문명연구소, 문화포럼 이공이 진행했다. 그러나 '관람객 조사 결과 분석'에 쓰인 설문지 숫자(711부)가 적고 전문가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등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20 23:02

제자가 진도 씻김굿 박병천선생 추모공연

제자들이 스승의 넋을 기리는 추모 공연을 마련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국립 남도국악원은 "오는 21일 오후 7시 금요상설공연에 고(故) 박병천 선생 1주기 추모공연으로 '진도 씻김굿' 무대를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1980년 진도 씻김굿의 무악 부문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은 박병천 선생은 생전에 진도의 예술을 널리 알리고 전파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의 많은 제자가 선생의 넋을 기리고자 마련한 이번 공연은 선생이 타계하기 직전 녹음한 유작 '산자를 위한 축원덕담', 선생의 장남 박환영 교수의 장단과 손자 박명규의 '대금산조' 등이 펼쳐진다. 또 제자 박애리(국립창극단)의 '심청가 중(中)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 선생이 직접 지도한 중국 베이징무용대학 제자들의 '박병천류 북춤' 연주와 함께 선생의 극락왕생 기원과 산자를 위한 액과 살을 막아 명을 빌어주는 '씻김굿', 선생이 마지막 정열을 바쳐 재직하며 일궈낸 영암 대불대 전통연희과 제자들이 펼치는 '판굿'이 공연된다. 남도국악원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생전 고인이 전통 예술을 사랑하고 후손들에게 전수하고자 노력한 열정을 기리는 의미 있는 무대로 엮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20 23:02

동유럽 최신 문학을 작가 육성으로 듣는다

동유럽의 유명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국내 작가,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작가회의는 내달 2-7일 동유럽 작가 3명을 초청해 '변화하는 세계를 문학은 어떻게 보는가 - 21세기 세계변화와 동유럽 문학'이라는 주제로 제15회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초청되는 작가들은 우크라이나 소설가 안드레이 쿠르코프, 폴란드 아동문학가 요안나 올레흐, 그리고 러시아의 소설가 블라디미르 소로킨이다. 소설가 겸 수필가, 시나리오 작가, 언론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주요 작품이 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된 우크라이나 대표 작가. 그의 소설 가운데 '펭귄의 우울'이 2006년 국내에도 소개돼 호평받았으며, 그의 방한을 앞두고 또 다른 작품 '펭귄의 실종'(솔출판사 펴냄)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요안나 올레흐도 최근 대표작 '열두 살 판타스틱 사생활'(문학동네 펴냄)을 통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1994년 이 작품으로 폴란드 최고 권위의 어린이 문학상인 코르넬 마쿠쉰스키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도 명성을 쌓았다. 이와 함께 소설가 겸 극작가인 블라디미르 소로킨은 1999년작 '푸른 비계'로 외설 혐의를 받기도 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이다. 2005년에는 그의 창작 오페라 '로젠탈의 아이들'이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돼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세 작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 세계와 동유럽 문학 경향을 소개하고 작가적인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 먼저 내달 3일에는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21세기와 동유럽문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리며, 5일 오후에는 문화 공연과 작품 낭독, 독자와의 대화 등으로 이뤄진 '동유럽 문학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 이밖에 개별 작가 강연과 한국 문화체험 행사 등도 마련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20 23:02

유네스코 회의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제기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문화재인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가 '유네스코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설립 30주년 특별회의에서 제기된다. 유네스코와 문화재청, 외교통상부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26-28일)에서 건국대 신병주 사학과 교수는 발제문 '조선시대 기록유산의 유출 및 반환해법'을 통해 "외규장각 문서가 조속히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외규장각 도서는 미술품처럼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역사 연구에 필수적인 국가 기록물이므로 한국에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국가기록물이란 통치행위가 담겨있는 공식문서이며 외규장각 도서는 조선왕조 자료의 특징을 담보하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기에 단순한 감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환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26일 열리는 전문가회의와 27-28일 개최되는 ICPRCP 특별회의로 꾸며진다. ICPRCP 정기회의는 매년 파리에서 열리나 특별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지난 3월 그리스 아테네에 이어 서울대회가 두 번째다. 프랑수아 리비에르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를 비롯해 30개국에서 온 정부관계자, 학자 등 200여 명이 참가한다. ICPRCP는 유네스코가 1970년에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등 불법문화재 반환 국제규범 이행 촉진을 위해 1978년 설립한 정부간 위원회다. 한국은 1989년 이래 위원국으로 활동해왔다. 26일 열리는 전문가회의는 ▲회고와 전망 ▲문화재 반환사례 ▲아시아의 눈으로 본 문화재 반환 등 3가지 세션을 통해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진 후 이날 오후 늦게 쯤 '서울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서울선언에는 문화재 소유국이 분쟁이나 제국주의 침탈로 불법 유출된 문화유산을 반환하지 않으려고 국내법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원소유국의 권리가 문화재를 양도받은 자보다 앞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2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위원회 특별회의에서는 ▲위원회 30년 활동: 위원회 성과의 회고 ▲위원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전망: 위원회 강화 방안 등을 중점으로 논의가 전개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20 23:02

"판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죠"

"70년대, 당시 군부독재가 오랫동안 이어지던 시절이었는데, 민중문학이라고 세상에 책임을 느끼는 문학의 목소리는 있는데 왜 미술의 목소리는 없는가라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 때 판화가 민주적인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죠."우연히 '현실과 발언'이란 그룹의 전시를 보게 됐고, 민중미술을 알게 됐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컸던 시절, 판화라는 장르가 가진 내재율이 보였다. 도구로서의 쓰임이 먼저 들어왔었지만, 하다 보니 섬세하면서도 완강하고 폭이 넓은 무한한 세계가 보였다. 판화가 이철수씨(54)는 "결국 판화를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쓰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전북일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2008 초록시민강좌 '자연이 내게로 왔다' 일곱번째 강연이 18일 오후 7시30분 전주평생학습센터에서 열렸다. '밥 한그릇의 행복, 물 한그릇의 기쁨'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한 때 민중판화가로 이름을 떨치다 자기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초대됐다."처음에는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판화에 색깔까지 칠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죠. 그 때는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있었고 채색 보다는 판화의 거친 표현에 기대어 울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조금씩 판화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우리 안에 분노도 있지만 잔잔한 수면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이씨는 "자꾸 맹물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목 마를 때는 맹물이 제일 낫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그는 스무번은 사업에 실패한 듯한 아버지와 그럴 때면 골동품이나 서화를 싸들고 나가서 팔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털어놓았다. 무명으로 독학하며 그림을 그리던 시절, 아버지에 관한 미움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가 없었다는 그는 아버지가 5·16이란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인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저는 판화하는 사람인데 공부 삼아 농사도 짓습니다. 농사일을 하다 해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때면 마음 속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있어요. 한 30년 판화쟁이로 살면서 내가 왜 그림 그리면서는 그만한 기쁨을 느끼지 못했는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결론은 간단하더군요. 그림에는 욕심이 있고, 순수하게 하는 노동에는 욕심이 없었던 겁니다."그는 "많은 분들이 내 그림을 좋아해 주는데, 그건 이미 그분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공명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내 그림을 보고 공감한다면, 내 삶에도 이런 구석들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이날 강연에는 부부 클라리네티스트 이철경씨와 김길주씨가 부드러운 클라리넷 연주로 첫눈 오는 날의 서정을 전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20 23:02

[작가의 방] (20)흑백사진가 신철균씨

"64년부터 암실에 들어갔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소.”63년부터 군산을 중심으로 한 항만 하역장·해망동시장·째보선창·우풍화학 일대가 그의 셔터에 의해 빛바랜 기억으로 걸렸다.함북 청진 출신으로 해방 후 서울로 내려온 흑백사진가 신철균씨(80)는 가난하고 고달펐던 시절의 소박하고 작은 찰나에 주목했다. 아이들의 사심없는 순한 마음, 순결하고 찬연한 표정에 눈맞춤을 하노라면 마음 속 속된 잡풀들이 하나씩 뽑혀진다.스냅사진을 고집해온 그는 카메라 둘러매고 나설 때마다 10∼15통의 필름을 챙겼다. 허공에서 키질하는 숙명적 끌림을 포착하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대기 위해서다."디카가 나와서 얼마나 행복한 줄 모르갔소. 내가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디카로 찍으면 작품성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사진은 머리로 촬영하는 것이지, 기계로 하는 것은 아니잖소”딸의 권유로 뒤늦게 만지작거리게 된 디지털 카메라. 필름 없이도, 흑백이건 칼라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도록 즐거움을 되엮는 보물이다.필름과 디카 작업을 동시에 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 20일 전부턴 하루에 10시간씩 몰두하면서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찍어왔던 필름들을 스캔해 컴퓨터로 옮겨 담고 있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 찍었는지 알파벳으로 분류해 일상사는 A, 아이들은 C, 풍경은 S 등으로 꼼꼼하게 정리했다."내가 죽고 나면 값어치 있는 작품을 확대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지요. 내가 아날로그 시대 마지막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새기는 것이죠.”작품 제목도 붙이지 않는다. 작가 혼자 도취된 사진이 아니라 각자 생각할 여지를 두기 위함이다. A4 용지(11x14cm)만한 사진 크기도 한결같다.그가 추구하는 사진의 본질은 삶의 현장에서 가감없이 피사체를 포착하는 것이다. 거짓 없이 후대에게 역사를 물려주는 것, 하찮은 미물도 남기는 역사정신의 발로다.흑백사진을 고집하게 된 연유도 있다. 칼라를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본래 이미지가 변형되기 때문."칼라는 색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전부 내 손으로 못 만들지요. 흑백사진은 긍지가 없으면 못하는 작업입니다”카메라를 놓고 싶은 순간도 물론 있었다. 원하는 대로 작품이 안 나올 때, 필름 없어서 찍고 싶은 걸 못 찍을 때다. 하지만 앵글을 따라 놓여진 사념의 다리를 따라 가보면 이것도 금새 잊혀진다.그는 마음을 비우며 살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작가란 말을 단 한번도 자신의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중앙 무대를 욕심내지 않고 쉼없이 기록해왔지만, 「신철균 흑백사진집」 (1998)은 그가 출간한 책의 전부."마음을 비워야 작품도 내면에서 스스로 우러나옵니다. 작품 앞에서 자신을 앞세우지 말아야 해요. 제3자들이 알아줘야 진짜 작품이지….”신재풍 김승중 김수관 이태주 유용희 김연길씨 외엔 문하생도 없다. 하지만 젊은 사람 몫은 따로 있다고 여긴다. 제자들에겐 외부 진출을 권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며, 작품의 외연을 넓히라는 뜻. 김수관씨(군산대 교수)가 지난해 베니스 국제사진전에서 2,9위를 해 수상하는 기록도 남긴 것은 신씨의 또다른 기쁨이다.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통한다는 자부심이 컸다.내년엔 문하생들과 함께 3개월간 개인전을 열 계획. 시작과 동시에 작업을 이미 다 끝냈다.가슴 안 꽃등을 켜 영혼의 창을 열고 바라보는 눈맞춤은 그칠줄 모른다.순수를 꿈꾸는 하늘자리, 소박한 흙을 품는 낮은 자리에 그가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1.20 23:02

[문학] 전지구적 쟁점과 이슈를 한눈에

세계의 현안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세계문제 해설서가 나왔다. '르몽드 세계사'(휴머니스트 펴냄)는 프랑스 정론지 '르몽드'의 자매지인 국제관계전문 월간지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세계문제 해설서이자 세계문제 시사사전이다. 1954년 '르 몽드'의 자매지로 창간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로 국제관계전문지 분야에서 정론지로 자리를 굳힌 잡지로 이 책에서도 짧지만 명쾌하게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보여준다.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전 사장 등 국제전문 기자를 비롯해 인류학자, 경제학자, 지리학자, 국제정치학자 등 76명의 전문 필진이 '위기의 지구', '새로운 지정학', '세계화, 그 승자와 패자', '끝나지 않는 분쟁', '거역할 수 없는 아시아의 부상' 등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을 보여주는 5개 테마와 104개의 핵심 열쇳말을 선정해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에 각 주제별로 2-3개의 올컬러 지도와 도표를 더해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라모네 전 사장은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는 소장용이면서도 현 세계의 상황에 대해 의문이 생길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참고도서로서의 가치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권지현 옮김. 256쪽. 2만5천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19 23:02

아비뇽포럼 '디지털시대 문화다양성' 조명

17-18일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문화, 미디어, 경제'를 주제로 한 이색 포럼이 열렸다. 세계 각국의 문화, 미디어, 경제분야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포럼에서는 '성장 동력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디지털시대의 문화다양성 = 문화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적인 부(富)를 얻을 수 있는 방안,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화다양성을 증진하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 자리였다. 한 나라의 유적지가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들임으로써 국부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도 논의의 대상에 포함됐다. 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지, 요르단의 페트라,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 멕시코 유카타 반도의 피라미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도. 디지털 시대의 문화다양성과 문화산업도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로 꼽혔다. 모든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돼 있는 디지털 시대의 세계화가 문화의 획일화를 가속화하는지, 아니면 문화다양성을 촉진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세계화와 문화다양성, 경제 위기에서의 문화, 문화·공공행정과 시장, 문화상품의 경제학, 성장동력으로서의 창조력 등을 주제로 한 분과별 토론이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각 국별로 문화산업의 발전 속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번에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공공 부문을 비롯해 경제계, 미디어계, 문화계 전문가들이 문화에 '성장동력'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당장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그 의미가 각별한 것으로 평가됐다. 포럼에는 크리스틴 알바넬 프랑스 문화장관을 비롯해 댄 글릭먼 미국영화협회 회장, 브라질 작가 파올로 코엘료, 파스칼 로가르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 의장 등 각 국의 문화, 경제, 미디어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문화다양성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과 정보통신기술 = 이번 포럼에 공식 초청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은 17일 '문화정책을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 △문화다양성의 새로운 위협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을 설명하고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의 정착과 더불어 질적·양적 성장을 통해 르네상스를 구가했던 한국영화가 투자위축, 제작감소, 점유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항으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결과로 지적됐다. 정 의원은 "미국의 집요한 압력으로 한국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 2006년 7월1일부터 40%에서 20%로 축소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로써 미국영화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급속한 시장점유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융합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IPTV(인터넷TV) 도입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문화다양성 증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문화획일화를 가속화하는 부정적인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문화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국제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다양성 협약이란 =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협약'(문화다양성 협약)은 지난 2005년 10월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154개 참가국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4개국이 기권한 가운데 채택된 것이다. 이후 발효요건인 30개국 이상의 비준이 이뤄짐에 따라 2007년 3월 공식 발효됐으며 현재 93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회 비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정책을 위협하는 무역협정과 문화 획일주의를 막기 위해 모색된 이 문화다양성 협약은 다양한 약소 문화를 국제법 차원에서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인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가 일반 상품에 대해 갖고 있는 차별성과 각 국의 문화정책 주권,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강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데서도 그 목적이 읽힌다.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임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도 이번 포럼에 초청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처장은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문화다양성에 대해 부(富)를 창출하기는 커녕 끝없이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밑빠진 독'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면서 인식전환의 시급성도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앞서 프랑스정부가 EU(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을 맡는 기간에 문화다양성에 관한 토론회를 열기로 결정한데 따라 열린 것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1.19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40)전주향교에 은행나무가 많은 이유

전주향교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다. 대부분 수령이 400∼500년 이상된 보호수들. 두 팔을 벌려 안아도 나무 둥치를 다 감을 수 없을 만큼 아름드리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갈 무렵 전주향교 풍경은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향교에 은행나무를 심는 이유는 은행나무가 유교교육의 상징인 행단(杏亶)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고향 중국 산동성 곡부현에서 큰 은행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것에 착안해 전국적으로 향교에는 주로 은행나무를 심는다.후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한 것이겠지만, 향교 등 유교 교육기관에 특히 은행나무가 많은 이유는 또 있다.우선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다. 은행나무가 유교적인 음양오행의 도를 알고 있다는 풀이. 남녀를 엄격히 구분했던 유교의 영향으로 나무를 심을 때에도 암나무와 수나무를 분리해 심었다. 전주향교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수나무가, 오른쪽으로 암나무가 심어져 있다. 눈으로 언뜻 보기에도 수나무는 거칠고 암나무는 상대적으로 곱다.열매 하나에 씨 하나인 것도 은행나무의 특징. 유교에서는 씨가 여러개로 나뉘어 있지 않은 것을 '충성'과 '지조'의 상징으로 봤다.은행나무 자체가 너무 독해 벌레가 없는 것도 중요하다. 유교는 현실적인 학문이라 이를 통해 관리로 나아가게 되는데, 은행나무에 빗대어 출세했을 때에도 벌레가 끓는 탐관오리가 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았다.전주향교에는 '삼강오륜목(三綱五倫木)'이란 이름을 가진 소나무도 있다. 대성전(大成殿) 앞에 있는 '삼강오륜목'은 실천적 유학의 사고가 담긴 것. 삼강목(三綱木)은 세 갈래로, 오륜목(五倫木)은 다섯 갈래로 가지가 자란다.향교(鄕校)는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관학교육기관이다. 향교는 제사공간인 배향공간과 교육관인 강학공간으로 나뉘는데, 이 공간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향교 건물 배치가 크게 둘로 구분된다.향교가 자리잡은 대지가 평지인 경우 전면에 배향공간을 두고 후면에 강학공간을 두는 '전묘후학(前廟後學)' 배치를 하며, 대지가 경사진 터인 경우 높은 쪽인 뒤쪽에 배향공간을 두고 전면 낮은 터에는 강학공간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를 했다. 전주향교의 경우 '전묘후학'이며, 부안이나 고창향교는 대성전이 더 뒤에 있는 '전학후묘' 배치다. (끝)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1.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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