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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창의적, '같다' 고 하면 끝난 것"

"옛날에는 미술가들을 환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버지가 교직에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길이 춥고 배고프다고 반대를 하셨죠."11일 서양화가 선기현씨와 시민들이 마주했다. 장소는 차곡차곡 쌓아둔 캔버스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물감통 조차 신기하게 다가오는 공간. 선씨가 전북예술회관 3층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했다.전주문화재단이 마련한 '아트뱅크' 미술분과 사업 '색(色) 다르게 보는 미술'이다."예술은 '같다' '비슷하다'라고 하면 끝난겁니다. 창의적이어야 하죠.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작품도 꿈에 많이 의지해 비구상쪽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선씨는 "특히 정형화된 것에서 벗어나 한가지 소재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그는 "다른 지역에 가면 흔히 말하는 '이발소 그림'이 걸려져 있지만, 전라북도는 일찍부터 보고 느끼는 눈이 높아 걸리는 그림들도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예총 회장을 맡고있기도 한 선씨는 "아무래도 문화가 서울 중심이 되다보니 지역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서울에 전북지역 작가들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이날 '아트뱅크'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재덕씨(전주시 송천동)는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느꼈던 미술이란 장르에 가깝게 다가선 기분"이라며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작업실에서 작가의 설명을 직접 듣게되니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례씨(전주시 송천동)는 "마음은 있어도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방법을 몰라 작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가정주부들이 많다"며 "작가들이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는 이번 행사처럼 관람객이나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14 23:02

전주 한옥마을 스토리개발 사업성과 좌담회

'전주한옥마을사람들의 희망과 미래'를 주제로 토박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주한옥마을 구술열전'과 사진이 담긴 CD, '이야기 안내판' 이 나왔다.전북대 BK21사업단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한옥마을 현지조사를 실시, 관련 내용을 기록한 스토리개발 사업성과 좌담회를 11일 최명희 문학관에서 가졌다.총 열다섯편으로 구성된 '구술열전'은 한옥마을 주민과 외부인까지 즐길 수 있는 공동 공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사팀은 또한 개별 가옥과 골목길, 빨래터, 선술집, 당산나무 등 공간의 기억들을 앵글에 담아 CD로 제작했으며, 한옥마을 현장 곳곳에 '이야기 안내판'을 설치했다.문창현 BK21사업단 담당 교수는 "남부시장·전주천·문화연필 터·동락원·전주최씨 종중 행사나 모임을 위한 장소·은행나무 길 그리고 풍남헌 등 공간의 이야기를 생활사 중심의 이야기로 풀어내 문화지도를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미닫이문·여닫이문 등 무려 49개나 되는 '문이 많은 집(교동 132-3번지)'도 소개됐다. 발표자 진양명숙씨는 "진안 천석꾼이었던 한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지었던 집"이라며 "추석이 돌아올 때면 집에 문이 너무 많아 모든 문짝을 떼어 천변에 갖고 나가 빨아야 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마당과 화단에 뜰과 들꽃이 가득해 자연과 합일하고자 한옥의 생태와 잘 맞았던 '뜰과 들꽃의 집(교동 139번지)', 선비들이 모여 강학을 연구했고, 바둑 명인 조남철 이강일 정동식 등이 거쳐간 전북 바둑의 산실 '4대를 이어온 교동 선비집(교동 141-1번지)' 등은 한옥마을의 숨겨진 역사적 보고였다.이어 홍성덕 전북대 박물관 학예사의 '한옥마을정책의 방향과 대안; 선비의 길을 중심으로' 한 주제 발표를 통해 선비정신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한옥마을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호남 삼재(三齋)의 선비정신을 공간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한벽당∼이목대∼항교∼아석재 등을 연결하는 선비의 길을 조성하자는 것이 주된 축이었다.또한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전주 천변길과 향교 앞길에 '맛과 멋의 거리'를 조성하고, 정신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스토리텔링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이날 종합토론에 나선 김병수 한옥생활체험관 관장은 "한옥마을은 식민지 상황과 근대 도심 기능과의 연관 속에서 성장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자연 멸실 위기에 처한 경기전 뒷편 동남부·팔달로 이면 분포된 일본 가옥 등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14 23:02

'PD수첩' "15일 '왜곡논란' 해명 방송"

수첩'은 15일 방영되는 '왜곡논란, 그 진실을 말하다'(가제)를 통해 광우병 관련보도를 둘러싸고 그동안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11일 발혔다.'PD수첩' 제작진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 방송 방침을 밝히고 15일 방송에서 다루게 될 주요 내용들을 미리 공개했다.제작진은 우선 검찰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 명확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원본자료를 내놓으라는 검찰의 요구는 법 논리 및 상식에 맞지 않다"며 "이는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비판 기능을 심대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할 계획이다.또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에게 유도심문을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미국 버지니아주의 지역 방송사인 WVEC-TV의 '13News' 방송 내용을 제시하고 "빈슨의 어머니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vCJD(인간 광우병)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힐 예정이다.아울러 '오역 논란'에 대해서는 "'PD수첩'이 내용을 왜곡해서 허위 사실을 전한일은 없지만 'PD수첩'이 100% 완벽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변역 문제 뿐만 아니라 생방송 도중 MC의 코멘트 실수에 대해 정중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힐 계획이다.한편 방송통신심의위는 'PD수첩'이 15일 예정대로 광우병 추가 보도를 할 경우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방송심의 규정 11조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기존 방송분에 대한 공정성 및 객관성 관련 방송심의 규정 위반과는 별개로 다룰 것"이라면서 "일단 방송이 나가야 하고 방송내용에 따라 제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MBC 측은 "검찰의 주장 및 방송 내용을 둘러싼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이번 방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방송은 예정대로 15일 나갈 것이며 이 내용이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방통심의위의 몫"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7.11 23:02

李대통령 오마이뉴스 제소 조정 불발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촛불집회 배후는 주사파 친북세력'이라고 말했다는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둘러싼 이대통령과 오마이뉴스 간의 진실 공방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언론중재위원회는 이 대통령이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비롯한 조정을 신청한 것과 관련, 세 번째 심리를 열었으나 끝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11일 밝혔다.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직권 중재 결정을 내리려면 최소한 당사자들 주장이 신빙성 있는 증거로 뒷받침돼야 하는데, 입증도 없고 당사자들 주장이 팽팽한 와중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언론중재위가 직권 조정 결정을 내리지 않음에 따라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여부등은 조정 신청인인 이 대통령 측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대통령 측은 법원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조정심리에서 양측은 오마이뉴스 보도 내용의 진위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이 대통령의 전체 발언이 담긴 녹취록 제출 여부 등을놓고 공방을 벌였다.3차 심리에는 1,2차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신청인 측에서는 이 대통령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의 김재협 변호사가, 피신청인인 오마이뉴스 측에서는 정치경제 데스크를 맡고 있는 이병선 부국장이 참석했다.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자신이 불교계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촛불집회 배후는 주사파 친북세력'이라고 말했다는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해 허위보도라며 정정보도 요구와 함께 신뢰상실과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5억원을 청구하는 언론조정 신청을 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7.11 23:02

임택준전시회 13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

고독과 싸우며 꿈꾸는 작가의 세계를 엿본다.13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작가 임택준 전시회 'You think about it'.그는 향교에 있는 5평 짜리 임시작업실에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전시다.작품 한 점 한 점 마다 다양한 인간의 군상이 등장한다. 좁은 작업 공간에서 고독과 시름하며 작업하는 그가 있다. 거울을 응시하며 사색에 잠긴 무표정한 여인도 있다.작품 '붉은 천을 든 사내'. 붉은 천을 든 그는 사각 앵글 안에 들어가 사각 밖의 세계를 꿈꾼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소통을 갈망한다.어느 날엔 작가가 높은 빌딩에서 한 여인이 뛰어내리는 꿈을 꿨다. 그런데 허공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그녀가 아찔하거나 위험하단 느낌 보단 자유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여자의 초승달'을 그리게 됐다.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소재는 '꽃'이다.작가는 17번째 개인전을 열면서 단 한번도 꽃을 작품으로 올린 적이 없다.자신은 꽃과 거리가 먼 소재라고 여겼다. 그러던 그가 전시회가 시작되기 1주일 전 어머니가 다리가 다치셨다. 전시회 준비로 어머니를 찾아 뵙지 못한 죄송함에 그는 작품 '어머니의 꽃'을 그리게 됐다.새벽까지 작업 하다 작업실 창가 앞에 놓여진 붉은 장미꽃이 어스름한 코발트 배경과 어우러져 강렬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어 '새벽 꽃'도 한 점 더 그렸다.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다. 그래서 자유롭고, 끊임없이 꿈 꾸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나간다.30여점의 그림 외에도 반구상, 설치 작품도 전시됐다. 수상쩍은, 잘 숨겨진 작가의 비밀스런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11 23:02

군산대 평생교육원 작품사진반 전시회 14일까지

자연에는 고유색이 없다. 다양한 시간대의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석양의 아름다운 노을도 어둠 속에 갇히면, 아름다움이 빛을 잃는다.군산대 평생교육원 작품 사진반이 11일부터 14일까지 군산시민회관 제1전시실에서 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네 번째 전시다.18명의 회원이 전국의 명소를 앵글에 담아 총 63점을 선보인다.30세부터 6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 아마추어 작가지만, 아름다움을 앵글에 담으려는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사진반 회원들은 봄엔 벚꽃으로 수놓아진 경남 하동 쌍계사로 갔다가, 여름엔 붉은 빛 발그레한 산수유를 담으러 전남 구례 산동으로 간다. 고창 선운사의 가을 단풍에 젖었다가, 겨울이 되면 덕유산 설천봉의 하얀 눈꽃을 담기도 한다.매주 토요일 3년여간 철 따라 멋 따라 자연의 색을 담은 결실이다.유소일씨의 작품 '백양사' 는 화려한 단풍을 배경으로 한 백양사를 앵글에 균형있게 담았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진초록 이끼들로 가득한 김중근씨의 '무건리 이끼폭포'와 박근영씨의 '장전리 이끼폭포'를 보면 마치 비밀의 문에 들어선 듯 하다.사진반을 지도하는 김재왕 교수는 "군산대 축제 '늘 푸름제'에 작품을 전시하고 싶었으나, 공간이 비좁아 늘 아쉬웠다"며 "회원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의미있는 전시회"라고 말했다."불과 1∼2년 사이 사진에 관심을 갖고, 뛰어난 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갖게 됐다"는 그는 "프로로 거듭나는 작가들이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11 23:02

단군 신화의 재발견…판타지 세계로 초대

국악가면극 '신화와 호랑이'를 통해 단군신화를 재발견한다.13일 오후 2시,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국악실내악단 소리샘과 에듀아트 컴퍼니 '꼭두' 가 꼬박 6개월간 준비한 작품이다.서막을 비롯해 총 5막으로 구성되는 이번 가면극은 가야금, 거문고, 장구 등이 어우러진 국악라이브 연주와 사람이 되지 못한 호랑이 등 형상화된 가면을 쓰고 움직이는 가면극의 조화가 돋보인다.극의 이해를 위해 극의 서막과 엔딩을 장식하는 두 편의 3D 애니메이션(1분 30초 분량)은 상상과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의 여행으로 이끈다. 자막과 함께 우리의 민족을 소개하는 한편 민족 정신의 혼으로 승화된 호랑이 이야기를 통해 신비스러움을 더하기 때문.극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늑대들의 춤, 호랑이와의 대결'에서는 합기도·기계체조를 가미한 무술 '마샬아츠'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해 볼 수 있다.작품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밸리댄스와 재즈댄스의 향연도 눈여겨볼 만 하다.극적 구성상 단군신화와 연암 박지원의 '호질'을 자연스럽게 연계시켜 교육적인 가치를 재조명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북곽을 통해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의 모습을 꼬집어 풍자를 통해 촌철살인의 쾌감을 안겨준다.김원선 예술 총 감독은 "어릴 적 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듣던 이야기를 새로운 장르를 통해 도해 봤다"며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부모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더듬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국악실내악단 소리샘은 1996년 10월에 창단된 전문음악인들의 모임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국악 장르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주된 축은 우리 전통악기지만, 서양악기와의 만남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시키며, 창작음악을 중심으로 즉흥적으로 생동감 있는 연주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이번 공연은 2008 전라북도 무대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11 23:02

창극으로 만나는 '벙어리 삼룡이' 11·12일 소리전당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가 창극으로 만들어진다.11일 오후 7시30분, 12일 오후 4시·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2008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기획공연 '삼룡아…!'. 창극단 지도위원인 송재영씨가 대본 및 각색, 연출을 맡았다.TV와 영화를 통해서는 잘 알려진 「벙어리 삼룡이」가 창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송씨는 "'춘향전'에서 느낄 수 있는 뜨거운 로맨스도 없고, '심청전'과 같은 진한 계면조 성음도 없으며, '흥부전'처럼 해학과 풍자도 없어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무당굿과 풍물놀이를 곁들여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오생원댁 머슴 삼룡이는 말을 할 줄 모르는 벙어리. 그러나 포악한 주인댁 아들 학수와 결혼한 연정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이 아프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연정이 목숨을 끊으려 하자 삼룡이는 집안에 불을 지른다.'벙어리인 삼룡이가 창극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질까'는 모두의 관심사.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삼룡이 내면의 목소리를 판소리로 들려줄 예정이다.원래 무대는 서울이지만, 창극의 맛을 살리기 위해 배경도 전라도쪽으로 옮겨왔다. 작은 공간에서 펼쳐놓는 무대라 장치는 최대한 줄였으며, 대신 배우들에게 사실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요구했다. '삼룡이'는 이충헌, '연정'은 최현주, '학수'는 이상호씨가 연기한다. 송씨는 "개인적으로 연출을 전공한 것도 뛰어난 배우도 아니었지만, 판소리와 창극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밑천 삼아 도전하게 됐다"며 "창극단 식구들의 열정과 훌륭한 기량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창극단 단원이 직접 대본과 연출을 맡아 작품을 올린 것은 지난해 김경호씨의 창작창극 '환생'에 이어 두번째. 김영자 창극단장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작품을 올린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창극단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안무는 무용단 김미숙 지도위원이, 음악감독은 조용안 지도위원이 맡았다. 공연관람은 무료. 홈페이지(http://www.kukakwon.or.kr)를 통해 사전예약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11 23:02

[오목대] 호남학

광주·전남에서 '호남학'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추진이 그것이다.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설립추진위는 지난 주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진흥원 설립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특별법 제정에도 뜻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또 재단법인 설립에 필수적인 50억 원의 기금 모금에도 나섰다.이에 앞서 이들은 2007년 8월 각계인사 400여 명이 모여 설립추진위를 구성한 바 있다. 이 모임은 호남지역의 학문·문화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해 호남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리는 한편 핵심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에 활용키 위해 모인 것이다. 이들은 전북지사와 전주시장에게도 협조를 요청, 공감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면 호남학은 언제, 누구에 의해 태동되었을까. 호남학의 출발은 1907년 호남학회 창립에서 찾는게 일반적이다. (사)향토문화연구회 회보에 따르면 당시 일제 강압에 의해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각 지역에서는 개화파 지식인들이 주동이 돼 독립사상을 고취하고자 했다. 그 시발은 안창호(평안도), 이준·이동휘(함경도)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서북학회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자극받아 호남인들도 호남학회를 발족시켰다. 이후 기호학회, 관동학회 등이 탄생했다.호남학회 창립의 주역은 만경출신 이기(李沂)였다. 회장은 인촌 김성수의 장인인 고정주(담양 창평)로 일찌기 신교육 기관인 창흥의숙을 만들어 송진우, 김병로 등을 길러낸 인물이다. 임원 중 총무 박영철은 전주 갑부 박기순의 아들이며, 재정부장 백인기는 익산 남성중고를 세운 이씨 부인의 남편이다. 평의원 김경중, 회계원 이채는 각각 김성수와 가람 이병기의 부친이다. 이들은 1910년 강제 해산 때까지 찬조금 3590환을 모아, 기관지 호남학보를 9호까지 발간하는 등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회원은 전북지역 237명, 전남지역 142명 등 379명이었다. 전북출신이 주력이었던 셈이다.하지만 100여 년이 흐른 지금 호남학은 호남의 수부(首府)가 있던 전주가 아니라 광주·전남이 주도하고 있다. 전남대 호남학연구단은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나 전주역사박물관의 연구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정치·경제뿐 아니라 지역사 연구도 예속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7.11 23:02

[풍경과 사람] 간호대 편입준비생 이나영씨

"지금은 나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중, 즐겁게 준비하자!"교통비 5만원,용돈 20만원,판소리비 2만3000원,배드민턴 레슨비 6만원, 회비 2만5000원,교차로 축구단 회비 1만5000원,독서실비 3만원,토익시험비 3만원,영어학원비 6만원.'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치고는 한달 가계부가 너무 사치스럽다."공무원 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하던데, 주위에서 너무 노는 것 아니냐고 물어봐요. 하지만 공부만 한다고 미래를 준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지난 3월까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이나영씨(24·전주시 효자동). 2007년 2월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그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시생'이었다.원래 그의 꿈은 경찰 또는 군인. 그러나 경찰공무원 선발인원 축소 등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는 간호대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공무원 시험은 시작보다 그만 두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뽑는 숫자도 너무 적고, 1점 차이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합격할 것 같거든요."그는 "졸업 동기들 중 10명 중 7명 정도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할 게 없어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사람도 많고, '공시생'을 마치 하나의 직업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국적으로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찰은 하지 못하더라도 간호장교를 통해 군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취업 준비시기에는 사회적 위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때문에 자기 진로를 신중하게 생각하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무작정 쫓아가기 급급하죠."부모님께 용돈 타기가 민망해 여기저기 이력서도 넣어보고 생활정보지 아르바이트란도 뒤적여봤다는 이씨. 그는 "자꾸 주변환경에 흔들리다 보면 시간만 흐르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하나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방법을 열어두고, 자신에 대해 냉정하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스트레스도 에너지가 될 수 있어요. 만약 스트레스가 없다면 지금 생활에 안주하며 그저 그런 '백수'가 됐겠죠. 편입을 준비하면서 짜투리 시간에 판소리도 배우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늘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이 든다는 이씨. 꿈과 현실에서 균형감각을 잃지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사회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힘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생각해요. 88만원 세대 여러분 즐겁게 준비합시다."이씨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나의 희망"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 문화일반
  • 윤나네
  • 2008.07.11 23:02

[이준재 교수의 맛있는 와인] 와인이 까다롭다고요?

지난해 12월 프랑스국립대학 부르고뉴 와인대학(CFPPA) Jean Luc Prost 학장을 만났을때, 그는 최근 한국의 와인소비자와 잠재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와인대학(CFPPA)의 장기 연수생 1/4이상이 한국의 젊은 학생들이며, 와인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한국인들의 강한 욕구은 와인을 생산하는 많은 나라에게 한국을 중요한 타겟시장으로 인식시키고 있다고 들려줬다.생활속의 와인이 대중화 되어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 비해 한국시장은 고급와인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나라다. 현재의 추세로라면 1인당 소비량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리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험, 매너, 지식 보다는 즐기는 마음 가져야와인하면 으레 분위기 있는 고급레스토랑이나 호텔을 떠올린다. 여기에 와인교육을 받은 웨이터와 까다롭기만해 보이는 와인을 마시는 매너다. 와인을 마실때 강조되는 매너는 초보자에게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이기 십상이다. 더욱이 잔을 주고 받으며 마셔야 제맛인 우리나라 술문화에서는 각자 자기 잔에 따라 마시는 와인 예법은 낯설기만하다.함께 있는 사람이 연장자일 경우 잔을 든 손의 높이가 더 낮아야 하거나, 와인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을 때는 살짝 한번 올렸다가 내려줘야 하는 등의 매너들이 있다.하지만 와인을 즐기는데에는 무엇보다도 '생활 속에서 즐기는 마음' 이 중요하다.처음부터 와인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기보다는 와인과 건강, 음식 등 장점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좀 더 가까이 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와인의 경험과 매너와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열풍 속의 와인보다는 생활 속의 와인으로2007년 노무현전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 오찬장에는 샤토 라뚜르, 미셸 피카르를 포함해 세계유명와인 9병이 나왔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보다는 다소 저가의 와인이라는 것이 더 많은 화제가 되었다.김정일이 와인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코드이자 외교코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었다는 설도 있다.그때문인지 와인 애호가와 초보자들 사이에서는 한때 김정일 와인열풍을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김정일 와인, 히딩크 와인, 이건희 와인 등 저명인사의 이름을 내건 마케팅이 일고 있다.와인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한국인들에 맞는 와인을 찾는 일이다.비싸거나 널리 알려진 프랑스 보르도 와인, 고급와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그런 와인은 얼마든지 있다. 좋은 와인은 마시는 장소와 목적에 맞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나에게 맞는 와인이다. /이준재(한국국제마스터 와인소믈리에·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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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1 23:02

[김병용의 기행에세이] ①경계에 대하여-옥정호 붕어섬

▲ 지도를 본다는 것누군가 '내 인생의 책'을 딱 한 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사회과 부도"를 꼽을 것 같다.초등학교 시절 처음 대했던 "사회과 부도"를 처음 접했을 때 황홀한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오대양육대주 속에서 '한반도'를 처음 짚었을 때 느꼈던 왜소함에 대한 당혹, 선사 시대 유적도 속에 내 고향이 포함되지 않은 걸 보고 느꼈던 묘한 섭섭함…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게 있어 '모래알보다 더 작은 존재'와 '무한한 시공'에 대한 인식이 처음 이루어진 순간은 바로 '사회과 부도'를 펼친 그 때였다.그리고 또 깨달았다, 여행이란 공간적 이동만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 속, 책 속으로도 얼마든지 여행은 가능하단 것을… 지도를 본다는 것은 '그 지도를 바라보는 나 자신'을 찾아보는 행위라는 것 또한…우리는 지도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가서 보지 않고도 세계 곳곳에 대해 '그곳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산다'고 틀림없이 믿는 이유는 우리가 지도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어도 분명히 나와 다른 누군가 여기 살았고, 저기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지도 속에는 숨어 있다. 세계가 지도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 지도가 세계를 정의하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도가 가진 이같은 힘은 순수 추상과 인간 경험의 오랜 교직에서 나온다.세계전도를 보라, 세계를 정밀하게 균할 분등하고 있는 위도와 경도, 시간 변경선과 같은 것은 실재하지 않지만, 그 선은 실재 이상 우리 삶을 규정한다. 2008년 현재, 동경 127.10 북위 35.47 어름에 내 삶은 위치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시계는 GMT+9에 맞춰져 있다.신경준의 "산경표"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또 어떤가. 그 지도 속을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 시공의 맥락은 오직 그들이 온 몸으로 산과 들과 물을 만나 체득함으로써 지도 위에 옮겨지게 된 것들이다.이런 점에서, 지도를 본다는 것은 그 맥락 속으로 뛰어들어 내가 '알고 있는 세상'과 내가 '아직 모르는 세상'을 연결해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침묵하던 선과 약호들은 지도를 펼치는 순간, 강렬한 빛의 입자가 되어 당신의 가슴팍에 뛰어든다.하여… 숨 막히는 침묵, 참기 힘든 호기심, 기지(旣知)와 미지(未知) 사이에 흐르는 일말의 안도감과 불안, 그리고 내 삶의 좌표가 이 지도 속에 틀림없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까지 지도를 분할하는 빗금 사이로 터져 나온다면… 당신 또한 틀림없이 지도에 붙들린 사람, 좌표 너머를 동경하는 영혼, 길에 나선 여행자이다.▲ 전북의 동서남북에 대하여최근 충북에서 도계를 모두 도보로 여행할 수 있게 '청풍명월 길'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그 뉴스를 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실제로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 '산티아고 트레일'이나 '잉카 트레일', '바쇼의 길'과 같은 도보 코스들은 단기간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다.하지만, 원래 경계란 외부보다 내부를 겨냥하는 것. 금줄이 쳐지면 안팎의 경계는 엄연해진다. 여기서 여기까지가 우리가 사는 강역이라고 스스로 규정해보는 일은, 우리가 집을 지으며 담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하여, 새삼스럽게 우리 전북의 동서남북의 경계는 어디인지에 생각이 미쳤다.전남에 면한 고창, 정읍, 순창, 남원…경상도와 연접한 무주, 장수… 충청도로 길이 트인 군산, 익산, 완주, 진안 그리고 서해를 마주하고 있는 김제와 부안… 그렇다면 임실은…?세로로 길쭉한 한반도의 지형 때문인지, 전북도민들은 남(전남)과 북(충남)에 대해 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면, 동단과 서단에 대한 인식은 좀 희박한 편인 듯 하다.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흐르는 동쪽 경계, 바다에 의해 자연스럽게 막힌 서쪽 경계… 이와 같은 천연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삶이 오래토록 지속되었던 탓일 게다. 남쪽과 북쪽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전북'이란 호칭 이전에 '전라도'나 '호남'과 같은 역사적 명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명칭 속에서 '전북'의 현재 행정 구역은 큰 의미를 갖지 못 하고, 또 바로 그같은 이유 때문에 '전북'의 경계를 생각케 된다.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한때 전북에 속했던 금산, 논산 일부, 구례를 '빼앗겼다'고 통분해 하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경계가 '전북'을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전북'이란 행정적 경계는 우리 삶의 테두리에 대한 생각을 재조정한다. 경계를 뚜렷히 하고자 하는 욕망은 원래 그 경계가 흐린 탓 아니던가.▲ 용운리 붕어섬 가는 길전북에만 한정해 가장 깊은 곳을 찾는다면, 나는 그곳이 임실군 그중에서도 옥정호 근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임실은 전북 14개 시군의 가장 깊은 내륙에 해당한다. 완주에 둘러싸인 전주를 제외하면, 모든 시군은 어떤 육로나 바닷길이 열려 있지만 임실군만이 전북의 내부에만 자리한 채, 완주?남원?순창?진안?장수?정읍과 소통한다. 임실은 섬진강이 구비치는 곳이고, 또한 그 물길을 잡아둔 다목적댐이 들어선 곳이다. 1965년 완공된 섬진강댐 공사의 결과, 전북의 지도는 새로 그려지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계화도 간척 사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이 댐 공사에 의해 이 지역의 물은 물론 사람들도 '물이 막혀 수몰된' 고향을 떠나 이제 막 '물을 가둬 매립된' 새 땅으로 흘러가게 되었다.임실군 운암면 용운리 '외앗날'(혹은 '외얏날'), 속칭 '붕어섬'이라고 불리는 내륙의 섬.어느 곳에서 보든 이 섬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지도'라 할 수 있다. 물이 들고 남에 따라 맨살을 드러내는 옆구리에는 지구의 전생애와 함께 최근 침식의 흔적까지 역력하다. 하지만 그같은 상처의 노출로 인하여, 여느 평범한 마을과 마찬가지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을 이 곳 용운리는 물안개 자욱한 일출?일몰의 명소로 떠올랐다.임실은, 산지 면적 70%라고 하는 한반도의 전형적인 지형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그야말로 올망졸망한 능선들이 길과 함께, 달려간다. 특히, 운암 지역의 경우에는 어디 마땅한 들판을 찾기 힘든 산야 지역이다. 그러한 산야의 한 가운데, 어느날 갑자기 총저수량 4억 3천만 톤, 유역 면적 768㎢의 옥정호가 그득하니 출렁이고 섬까지 생긴 것이다. '외앗말(자두가 많이 나는 날망)' 혹은 '외얏말(바깥 들판 맨 가장자리)'은 이제 더 이상 산이나 들판이 아니다. 타율적 의지에 의해 갑자기 섬이 된 그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운명의 섭리나 고독과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언덕'과 '섬' 사이… 그 차이는 단지 표기나 동음이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물이 빠져 산언덕처럼 보이는 옥정호의 기슭에 낚시배 한 척이 정박해 있다. 뭍으로 올라온 배의 이질적인 풍경이 우리 삶의 다사다난함을 대변하는 듯 하다. 우리의 삶이 나날이 변화하듯 지도도 변하고, 경계는 언제나 확정적이지 않다. 요동치는 삶, 요동치는 경계…그 경계 속으로 이제 떠나고자 한다. 꿈은 지도 위로 확장되고, 삶은 늘 경계에서 경계 그 너머를 꿈꾼다./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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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1 23:02

[독자 백가쟁명] 스토리텔링 전성시대 - 최기우

※백가쟁명 : 百家爭鳴 자기의 학설이나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여, 논쟁하고 토론하는 일.독자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여론마당입니다. 합리적인 주장과 제안, 비판과 반론을 모두 담습니다. 글을 보내실 때 <독자 기고>를 밝히고 이름과 직업(직함), 연락처를 함께 적어 보내주십시오.전자우편 [email protected] 팩스250-5580,5590.오래된 맛일수록 그 맛에 얽혀 있는 사연이 많다.전주의 음식점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삼백집>의 '욕쟁이 할머니와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왔을 때, 주인인 욕쟁이 할머니가 "이놈아! 누가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인 줄 알겠다. 그런 김에 계란 하나 더 처먹어라"했다는 일화다.이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고, 다양한 이본(異本)을 만들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전제가 달려 있지만, 할머니가 미처 대통령을 못 알아보고 그렇게 친근감을 표시했다는 일화는 이미 전주의 전설이 된지 오래다.<왱이집>은 명절에도 문을 닫지 않는 이유가 있다.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했던 한 가족과 관련한 사연이다. IMF 시절, <왱이집>을 찾은 어느 가족이 숫자는 다섯명이었는데, 국밥은 두그릇만 시킨 것. 딱한 사정을 들은 사장은 식구 숫자에 맞춰 국밥을 내주었고, 콩나물 등을 싸주기도 했다. 그 가족은 형편이 좋아지면 꼭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아직도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왱이집> 명절이면 그 가족을 기다리고, 그 가족과 같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명절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족회관>은 '청와대의 선물로 채워져 온 김장아치 도시락'이나 '경주에 <가족회관>이 생긴 이유' 등 여러 이야깃거리가 있다. 스토리텔링은 우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기필코 기승전결을 갖춰야 하거나, 대단한 의미를 내포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미를 공유하고, 호기심과 호감을 얻도록 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도록 만들면 된다. 전주 음식점의 예에서 살펴봤듯이 사실, 곳곳이 스토리텔링이다.전북도와 14개 시·군이 스토리텔링사업에 한창이다.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음식, 전라감영 복원 문제 등에서, 고창군은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완주군은 한우테마파크 사업을 한우의 탄생과 성장, 죽음, 베풂의 단계로 나누고 스토리텔링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김제시는 일제강점기 농민들의 토지 수탈사를 극명하게 드러낸 소설 「아리랑」의 주요거점을 선정, 기행벨트를 조성하고,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각 지자체와 함께 모악산과 새만금, 전북의 문화유산 등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스토리텔링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광객의 흥미와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관광자원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다.스토리텔링이 전북문화산업의 미학적 가치를 높이는 데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학제 간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충분한 자료를 구축하고, 문화원형을 발굴하고, 정확한 소재를 찾아 깎고 다듬어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에 더 서둘러야 한다. 전국에 관광지는 널려 있고, 관광산업은 가파르게 변하기 때문이다./최기우(최명희문학관 기획실장·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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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1 23:02

[여성의 힘 2050] "초등학생 홀리는 '귀신전화' 주의하세요"

초등학교 4학년인 이유신양은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귀신전화'에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가족과 함께 놀러간 아들이 죽는다는 내용의 무서운 이야기 흘러나왔기 때문.기자가 '귀신전화'라 불리는 '0XX-4444-4444'로 전화를 걸어보자 신호음도 가지 않고 바로 무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10명 중 7명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 사이에서 전화 괴담이 유행하고 있다.또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숫자 4를 연속한 번호를 이용해 괴문자가 오기도 한다. 과거 유행하던 '행운의 편지'처럼 자녀를 납치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이 모두 죽는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어린 아이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한다. 이 경우 문자를 받은 사람이 진짜 납치사건인 줄 알고 사기사건에 말려들기도 한다.한 초등학생 제보로 '그놈 목소리'가 나온다는 '1688-XXXX'에 전화를 걸어보니 영화배우 설경구의 설명에 이어서 영화 '그놈 목소리'에 나온 범인의 목소리가 나왔다.초등학생들의 휴대전화는 주로 부모님들과의 소통과 아이의 안전을 위한 것. 그러나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화 괴담이 어른들 상술이나 개인정보 수집에 이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문화일반
  • 박영숙
  • 2008.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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