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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도내 자치단체 박물관 설립과 운영

지난 1월, 국립박물관장들이 성명서를 냈다. 지극히 실용주의 문화정책을 추구하는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문화관광부 소속의 국립박물관을 문화재청 산하기관으로 흡수·통합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한데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문화계 인사와 박물관협회 등 관계 기관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한 '반문화적' 정책이라고 반발했다.국립박물관은 한 나라의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이며, 미래 문화창조의 원천이기 때문에 민족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인터넷 카페와 전국박물관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성명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활화산일 수밖에 없다.공간적 범위를 좁혀서 볼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운영하는 공립박물관 역시 그 지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지역 공립박물관 역시 운영과 역할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커져가는 관람객의 요구나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공립박물관의 현황과 학예인력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관람객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박물관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전라북도에도 전주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고창판소리박물관·김제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남원향토박물관·익산보석박물관·진안역사박물관·순창장류박물관 등 크고 작은 박물관이 뒤를 이어 문을 열었다. 오는 2010년이면 부안청자전시관과 군산시립박물관도 문을 연다.부안청자전시관은 보안면 유천리에 사업비 200억 원 이상을 들여 전시장과 청자 및 도예 체험공간, 연구공간, 부대·관리시설 등을 건립 할 계획이다. 군산시립박물관도 장미동 내항 일원에 157억 원을 들여 전시실과 체험실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자치단체가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은 박물관이 그 지역의 문화관광을 진흥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치단체장의 성과주의도 한 몫하고 있다. 하드웨어에는 몇 십억, 몇 백억의 예산을 쏟아 붓지만 막상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예산에는 야박한 것이 현실이다.지역박물관이 해야 할 많은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선행조건은 전문성 있는 학예인력의 확보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다. 그러나 도내 대부분의 공립박물관은 학예직이라고해야 겨우 1명에 그치고, 나머지는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직 공무원로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도 정규직 학예인력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 대부분은 근로기간이 정해진 전임계약직 형태로 운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내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박물관은 '문만 열어 놓고' 관람객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일년에 기획전시 한 번 하기도 벅찬 현실에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나 홍보·마케팅을 전문화하는 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슈퍼맨'이어야 하는 학예연구사지난주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BK21사업단 주최로 '문화고시(文化考試) 학예연구사'에 대한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지난해에도 진행된 설명회였지만 대학원생 뿐만 아니라 학부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간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미술사학 등의 특정 학문을 전공한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 전문가들에게 한정되어 있던 학예사자격제도의 폭이 지난 2000년 준학예사 시험제도가 실시되면서부터 크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는 '고상한' 학예사의 삶은 역시 그림의 떡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행법상 '학예연구사'를 박물관경영, 교육, 홍보, 보존, 전시디자인 등 박물관의 모든 전문직으로 통칭하고 있다. 박물관 등록 조건에서도 종합박물관을 제외하고 모두 1명 이상의 학예사를 요구한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박물관을 설립하여 등록하고자 할 때, 학예사자격증 소지자 1인이라는 최소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박물관협회(AMM)는 박물관 전문직 종사자의 직렬을 ①관리위원회 ②관장 ③학예연구원 ④교육담당자 ⑤전시디자인 ⑥편집인 ⑦보존과학자 ⑧자료 관리자 ⑨사서 ⑩홍보기획담당자 ⑪서무 담당자 ⑫시설관리 담당자 ⑬안전요원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학예연구원 이외에도 교육담당자, 전시디자이너, 보존과학자, 홍보담당자 등 많은 박물관 전문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올 들어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설전시실 리노베이션을 준비하는 한 학예사는 요즘 몸이 5개여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침부터 자정까지 일 하고도 시간이 부족해 주말까지 근무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또 다른 학예사는 행정직 공무원의 학예업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쌓여가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보조인력이나 행정직 동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그들은 그냥 '한 지붕 두 가족'일 뿐 더도 덜도 아니라고 토로한다.▲ 일할 수 있는 조직·합리적 예산 아쉽다지역의 박물관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자존심이다. 따라서 행정편의나 생색내기식의 건립과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그렇다면 지역의 공립박물관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예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인력)'과 합리적인 '예산지원'을 꼽았다. 도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박물관 가운데 전주역사박물관(민간위탁운영)의 경우 전시, 유물, 홍보, 교육 등 비교적 다양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다른 박물관은 사정이 다르다.'박물관협력망'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을 중앙관으로, 지역별로 대표관을 두어 '박물관에 관한 자료의 효율적인 유통·관리 및 이용과 각종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상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 체제'다. 다소 늦게 구성되긴 했지만 전북지역 박물관·미술관협의회를 활용해 회원관간의 공동전시, 공동홍보, 자문 등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부족분에 대한 보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지역에 있는 박물관은 모두 지역민들의 지지와 함께 지역내 문화단체(시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역박물관이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문화원 등의 단체와 유기적인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지역문화를 보존하고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청주고인쇄박물관의 사례는 우리지역 공립박물관을 활성화 방안에 좋은 사례다. 지난 2001년 『직지』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데 맹활약을 한 고인쇄박물관은 현재 학예직 4명과 교육홍보을 담당하는 3명, 기타 직원 14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개의 자치단체 박물관이 시·군청 문화관광과 소속으로 하나의 계(係)에 불과하지만 청주의 경우 운영과, 직지사업과, 학예연구실 등 제대로 체계를 갖추고 있다.200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박물관의 수는 450여 개에 이른다. 전라북도에는 30여개의 국·공·대학·사립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박물관은 공통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전문가들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대학이나 사립박물관보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담보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정훈(문화전문객원기자·학예연구사·전주역사박물관 교육홍보팀장)

  • 문화일반
  • 정훈
  • 2008.07.08 23:02

수석인전북연합회 수석전시전 전북교육문화회관서

자연미를 담은 수석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대한수석인총연합회 전북연합회(회장 이환복)가 7일까지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수석 전시전을 갖는다.창립 23주년을 맞아 스무번째 회원전을 연 전북수석연합회가 기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역동감이 살아있는 돌 150여 점이 전시했다.수석은 20∼30cm 크기의 돌. 사람들의 눈에 피로감 없이 볼 수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자연 그대로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담아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를 띄는 것이 특징.풍상에 씻기고 닳아 돌에 험준한 산맥이 잘 표현돼 있는 선각스님 인도네시아 수석이 대표적이다. 험준한 산맥 사이로 파고든 거대한 물길. 돌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자연 속에서 익명의 고독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인간의 성긴 언어의 그물로 붙잡기엔 불완전해 보인다.이회장의 '지리산'은 가장 역동적인 형태. 마치 야구 글러브를 낀 손이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는 듯한 형상이다.김종석씨(58·전주시 효자동)는 "일부 작품에선 마치 채석강 사진을 새겨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며 "돌 안에서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전북수석연합회에는 금강·기린·노령·백제·이리·전북수석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회원들의 작품 사진과 글을 실어 석보를 발간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07 23:02

17년만에 '현대문인화집' 펴낸 오죽 김화래 선생

꼭 17년만이다. 문인화가 오죽 김화래씨(65)가 「한국의 회화집」(1991)에 이어 「현대문인화집」을 펴냈다.1992년부터 2008년까지의 작업을 정리한 것. 지난 4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김씨는 "단 한번도 그림에서 떠난 적이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젊은 날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나를 다져나가기에도 바빴으니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의 예술세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문인화의 과제들을 깊이 고민하고 터득해야 겠다고 생각했죠."화단생활 40여년. 전반기에는 사군자나 전통문인화에 매달렸으며,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수묵담채로 주로 조류를 그렸다. 지금은 수묵산수, 인물, 누드, 동물 등을 소재로 현대문인화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시대는 변하는데 그림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냐"며 "작품에는 시대적 감각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누드는 문인화 작가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 김씨는 "문인화의 누드는 밝고 어둡고를 분명하게 해 입체적"이라고 말했다. 문인화의 여백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았다. 과거에는 색을 칠하지 않은 부분만을 여백으로 여겼지만, 현대문인화는 색이 깔려있어도 물체가 없는 공간이라면 여백이라고 설명했다."나는 실경그림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사실대로 그리면 사진과 다를 바가 없지요. 나는 화가니까, 내 심상의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선은 더 부드러워졌지만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색은 더 화려해 졌지만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다. 열세살 어린 나이에 의제 허백련 선생 아래로 들어가 그림으로 살아온 세월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문인화는 특히 정신이 중요하다며 작품마다 스스로 싸우며 기를 살려 불어넣고 있는 김씨. 「현대문인화집」에 실린 작품 중 일부는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07 23:02

소리문화자원 DB화 정부 '지식정보자원' 선정

소리의 본고장 전북이 판소리와 창극·농악·민요·사물놀이 등 전통 소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보급하게 됐다.전북도는 3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식정보자원관리 지정사업에 '한국전통소리문화'를 신청,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식정보자원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이에따라 전북도는 내년부터 2년동안 국비 14억원을 지원받아 전국에 산재돼 있는 전통 소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한국전통소리문화 홈페이지(www.koreamusic.org)와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을 통해 서비스하게 된다.도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전통소리문화자원에는 판소리 고서와 악보를 비롯, 전국 각지의 전통소리공연 영상물·영상 해설자료·우수경연 대회 공연실황·판소리 답사기행물 등이 포함된다.도관계자는 "소리의 고장인 전북이 한국의 전통소리문화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완료되면 해외교포는 물론,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있는 세계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우리 소리를 쉽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도는 지난해 국비 6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1차로 전북지역의 전통소리문화 자원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았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8.07.04 23:02

[이종민 교수의 유럽 여행기] ④오스트리아 비엔나와 그라츠

도시의 품격은 무엇으로 길러지고 유지되는가?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보며 계속 품고 있는 질문이다. 섣부른 답을 경계하자, 해보지만 의외로 빠른 결론이 자꾸 유혹의 손짓을 한다. '결국 사람이다!' 너무 뻔한 답이 그렇지 않아도 잔뜩 주눅 든 마음을 더욱 쪼그라들게 한다. 그들의 남다른 역사와 문화, 그리고 부럽기만 한 생태환경 등 다른 핑계에 기대보려 해도, '그것들도 결국 사람들이 일구어온 걸!' 피해갈 길이 없다.그 열정과 자부심은 오스트리아 두 도시의 안내를 맡은 한국계 비엔나 시민 김정원씨에게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하고 그 역사적인 초연을 했던 곳, 모차르트의 전설이 곳곳에 베어있고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부러움과 시샘 대상인 신년음악회가 매년 열리고 있는 곳,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거지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제3의 유엔도시로서 국제도시의 명망을 꾸준히 유지해가고 있는 이곳 비엔나의 그 길고 복잡한 역사 문화에 대한 꼼꼼하면서도 그녀의 '공격적인' 설명은 방문 첫날부터 숨쉴 틈을 주지 않았다.그리고 안내한 곳이 옛 귀족의 성을 개조한 빌헬미넨베르크 호텔. 화려했던 신성로마제국의 귀족행세를 좀 해보라는 배려였겠지만,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오지만디어즈가 거대한 석상을 만들고 당당하게 외쳤다던 "위대한 자들아 와서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만 귀에 쟁쟁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덕에 새벽 그 귀족이 경영했을 산비탈 드넓은 과수원과 그 주변의 숲을 거닐며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엔나 시가지를 혼자 실컷 구경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은 이 번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으리라!새벽의 '꿈'에서 깨어나 급하게 찾은 곳은 2003년 유럽의 문화수도 그라츠. 하이델베르크와 많이 닮은 이곳에서 만난 문화정책 담당 시공무원이나 도시미관 담당 시의원의 온화한 미소 뒤에도 여지없이 자기 지역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열정이 베어 있었다. 관광 홍보를 위한 겉치레 예의나 친절이 아니었다. 그라츠를 유럽 최고의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가고 말겠다는 결의가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덕분에 아름다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쉴로스베르크성 위 식당에서 귀족처럼 와인을 곁들인 점심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경관디자인이나 조명만이 아니라 진정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삶과 문화라는 것을 아프게 다시 확인하면서.아늑한 하늘선과 붉은 지붕, 그리고 가운데로 강이 흐르는 것까지 하이델베르크와 흡사한 이 도시에, 그러나 우리들 시선을 확연 사로잡는 시설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쿤스트하우스와 무어강 인공섬 구조물이다.그라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잘 보존된 구시가지 덕분. 800년이 넘는 고풍스런 도시의 경관, 그 중간 중간에 전입가경으로 서있는 성당들이 어떤 것은 고딕 양식으로, 어떤 것은 바로크 양식으로, 또 다른 것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각자 독특한 개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 이로 인해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003년 유럽 문화수도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런 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강을 사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벽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수도라는 허명에 안주할 수 없었다. 이를 연계하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그 과거를 아름답게 보듬으며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는 길을 함께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런 모색의 결과가 인공섬을 포함한 다리요 기이한 모습의 미술관이다.섬이자 다리이며 공연무대이기도 한 인공섬이나 미술관의 모습은 괴기스럽기조차 하다. 특히 이름까지 '외계인'인 미술관은 고풍스럽고 우아한 주변과 극단적인 대조로 그 존재감을 한껏 시위하고 있다.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이 시설로 인해 그라츠가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전주만 해도 '전통문화센터'의 전통을 무시한 설계와 이름 때문에 지금도 시달리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관광을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ㆍ신시가지의 부자들과 서민들의 문화적 괴리, 그 벽을 허물어 바람직한 문화공동체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끝에 단행한 획기적 기획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소통의 장이 되고 문화예술의 '발전소'가 되어 그라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아무래도 비엔나에 대한 얘기는 다름 기회를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꿈의 도시'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에 경험이 너무 일천하다. 실로 버거운 도시다. 귀족저택과 같은 곳에서 이틀을 묵었지만 정작 이 도시를 돌아본 것은 단 하루. 그것도 공식 방문이 두 곳이나 되어 그것만으로도 하루 일정이 빠듯했다.다만 이런 얘기는 해야겠다. 오스트리아 센터와 시청에서 만난 관계자들 역시 "비엔나는 다르다!"는 구호처럼 남다른 자부심과 열정의 소유자라는 점.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도나우 프로젝트' 등 도시의 거듭남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점. 오스트리아 센터, 유엔 센터 등의 컨벤션 사업을 통해 새로운 국제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온 지혜와 열정을 모아나가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와 쇤베르크 등의 고전음악을 생활속에서 즐기는, 윤기 있는 고품격의 문화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 등 말이다.여행은 끊임없는 유혹이다. 배부른 여행은 없다. 항상 또 다른 허기를 안고 돌아오게 마련이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지만 기실 떠나기 위해 돌아온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여행의 경험은 또 다른 경험으로의 초대요 유혹이다.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다가가면 다가 간 만큼 멀어지는, 반달문일 뿐이다. 한 권의 책을 덮으며 또 다른 책을 갈구하듯이.이번 연수여행도 그런 배고픔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경험과 지식이 얼마나 일천한지,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깨달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하겠다. 다만 그 깨달음이 좌절이나 절망이 아니라 스스로를 추스르는 힘으로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다. 또 하나 국제협력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엔나의 김정원씨나 관계 공무원들처럼 우리 지역에 대한 따뜻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무장된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하나 덧붙이고 싶다.(끝)/이종민(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장·전북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7.04 23:02

매주 일요일 떠나는 '아동극 여행'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동극 세상.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류관현)가 '2008 여름 아동극 페스티벌'을 연다. 6일부터 9월 7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5시.올해 초대된 극단은 예술무대 '산', 극단 '즐거운사람들', 극단 '금설', 극단 '미추홀', 극단 '달스월드'. 인형극, 뮤지컬, 총체극 등 장르도 다양해 챙겨보는 재미가 있다.예술무대 '산'의 인형극 '이상한 수호천사'(6일, 13일)는 사랑에 빠져버린 귀여운 악마 디아블로의 사랑 이야기다. '산'은 이승환 뮤직비디오 '잘못'의 줄인형을 제작한 유명한 단체.극단 '즐거운사람들'의 가족뮤지컬 '그건 도깨비 마음이야'(20일, 27일)는 장난기 많은 '꼬깨비'와 '나박이'의 만남. 가족 중심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온 아동극 전문극단이다.새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들떠있는 시골 섬마을 '순심이네'. 극단 '금설'은 닥종이 인형극 '이불꽃'(8월 3일)을 선보인다. '금설'은 문화예술이 학습이 아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는 단체다.극단 '미추홀'의 오브제 가족극 '소년과 바다'(8월 10일, 17일)는 기름유출사고로 검게 변한 태안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생일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믿고 전설의 용에게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어 달라고 비는 '모험이'의 이야기. 가면이나 상징적 기능을 가진 물체 등 오브제를 활용해 이미지가 결합된 창작공연을 보여준다.극단 '달스월드'의 인형극 '하늘천따지'(8월 31일, 9월 7일)는 전래동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각색한 것이다. 탈인형이 주축이 된 복합인형극에 한자와 영어 공부를 잘 배합시킨 작품이다.관람료는 1만원. 인터넷 예매시 30% 할인받을 수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04 23:02

젊음, 열정 그 화려한 몸짓

1990년대 젊은 춤꾼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무대, 우진문화공간. 쟁쟁한 춤꾼들을 키워낸 우진문화재단이 1992년 시작된 '우진 춤판'을 잇는 '2008 우리춤작가전-젊은 춤판'을 펼친다. 6일 오후 7시30분 우진문화공간 1층.상반기는 젊은 춤판. 현재 전북지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무용가 김자낭(전북마을춤진흥회 상임이사) 박명숙(하늘무용단 단장) 박준형(CDP무용단 정단원)이 출연한다.한국무용가 김자낭은 김경주 우석대 교수 제자로 마을춤 연구에 참여해 왔다. 이번 무대에는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를 모티브로 창작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와 '한영숙류 태평무'를 올린다.국립무용단 단원을 역임한 한국무용가 박명숙은 국수호가 안무한 '입춤'과 창작 'Mama 두근두근 소곤소곤'을 선보인다. 올해 동아콩쿨에서 은상을 수상한 남자무용수 전도현이 특별출연한다.움직임을 잘 사용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준형은 이번 공연의 유일한 현대무용가. 직접 안무한 '버리고 떠나기'와 '허풍선이'를 공연한다. 최선 조아라가 특별출연한다.하반기에는 '신인 춤판'이 벌어진다. 국내 권위있는 무용콩쿨에서 입상해 전북무용의 가능성을 높인 신예들을 초대할 예정.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04 23:02

'제7회 하소백련 축제' 내달 17일까지

범왕(梵王)이 석가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친다.석가가 연꽃을 든다. '염화미소(拈華微笑)' 상태다.말을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 평안하다.'백년 얼굴 나의 얼굴'을 주제로 제 7회 하소 백련 축제(제전 위원장 김영구)가 열린다. 5일부터 내달 17일까지 김제 청운사 일대 백련지가 주 무대.새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의 명당 터에 백련지(白蓮地)에 위치해 하소 백련지라 이름 붙여졌다.이곳 축제를 생산적으로 이끄는 장본인은 도원스님. 스님은 청운사 주지로 오면서 생산 불교를 통한 농촌살리기를 염두에 뒀다. 그리고 절과 관련된 백련을 떠올렸다. 축제 개최 경험이 없었던 농민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2002년부터 본인이 축제를 주도해야 했다. 그 결과 지역 예술인들과 연을 맺어 회화·조각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축제에 담아 농촌 문화에 바람을 일으키게 됐다.특히 이번 축제에는 부처님 열 명의 제자 이야기를 다룬 '십대 제자 불화전'이 눈길을 끈다. 불화전은 지혜가 뛰어난 '사리불' 한번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아란존자' 은밀한 봉사를 묵묵히 실천해왔던 '라훌라' 등 각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제자들에 관한 전시다.길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길 사진전'도 있다.스님이 여행했던 그랜드 캐년, 중국 베이징 길 관련 사진 13점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 등 길의 다양한 표정을 선보인다.우전 마진식씨의 '백련 한지회화전'에서는 더러운 물에서도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며, 그 물까지 맑게 정화하는 백련을 한지에 그린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에콰도르 원주민들의 민속음악과 환경문제·반전 등 시대의 주제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뿌리 퓨전 밴드' 등의 무대도 펼쳐진다.또한 한국문인협회 김제시지부가 주최한 '명선 명시 시화전'에 드르면, 마음속 피안의 세계를 만날 수도 있다.도원스님은 "축제에 오시는 시민들이 이곳에서 맑고 향기로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연꽃의 마음을 닮아 더욱 아름답고 맑은 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04 23:02

소설가 시인들이 쓴 여행 산문집 펴들고 여름 휴가 떠나세요

휴가철을 앞두고 소설가와 시인들의 여행 산문집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이들은 이국의 낯선 문화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사색도 담아내는 등 저마다 색깔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김인숙의 북경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제국의 뒷길을 걷다'(문학동네 펴냄)는 소설가 김인숙(45) 씨가 등단 25년 만에 처음 내는 산문집이다.본격적인 '여행 산문집'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베이징 곳곳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작가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베이징을 찾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볼 만하다.이 책에서 작가는 자금성, 황성, 이화원, 스차하이(什刹海), 동교민항 등 베이징 곳곳에서 제국의 흔적을 좇으며 그 속에서 사라진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져낸다. 278쪽. 1만2천원.'샬롬과 쌀람'(창비 펴냄)은 소설가 유재현(46) 씨의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기행문.1992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그동안 소설 외에도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느린 희망', '달콤한 열대' 등의 기행 에세이를 낸 바 있다.제목의 '샬롬'과 '쌀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인사말에 들어있는 말로 모두 '평화'를 뜻한다.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분쟁지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요르단과 레바논 등지를 방문해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근원과 국제정치적 세력관계를 파헤치고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단순한 여행자의 시선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인이나 활동가들과 만나 그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감으로써 깊이 있는 글을 완성했다. 312쪽. 1만8천원.황학주(54) 시인은 포토 에세이집 '당신,이라는 여행'(랜덤하우스 펴냄)에서 이탈리아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남긴 글과 사진을 묶어냈다.베네치아에서 시작해 로마와 나폴리와 피렌체 등을 거쳐 초록의 아프리카로 가는 여정에서 시인은 '사랑을 따라가는' 길 위의 단상들을 짧은 글 속에 담았다.시인은 머리글에서 "이 책은 여행담이나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삶의 풍경을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니다. 문학을 생각한 것도, 사람살이를 주제로 다루려는 의도도 없다"며 "단지 여행지에서의 감정과 마음의 무늬를 뒤따라갔다"고 말했다. 320쪽. 1만3천원.이와 함께 시인 김수영의 '안식월'(황소자리 펴냄),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창비 펴냄), 소설가 박상우의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시작 펴냄) 등 다양한 여행 에세이들도 최근 출간됐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7.04 23:02

[어린이 책세상] 꽃신 등

▶ 꽃신 / 김소연 글 / 주니어 파랑새 / 8500원조선시대 역사 동화집. '꽃신' '다홍치마' '방물고리' 등 세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16세기 기묘사화의 정치적 배경으로 엮은 '꽃신'은 역모 죄를 쓴 선예가 절에 머물면서 화전민의 딸 달이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비극이라기 보다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다. 달이가 민들레와 짚신을 엮은 꽃신을 선예에게 선물해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방물고리'에선 병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시장을 누비는 덕님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다홍치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라도 강진 유배 때 썼던 글이다.각 글의 제목은 작가가 글 속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빌려 온 것이다. 나아가 이 소재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를 엮어주는 역할도 한다.김동성 화가의 그림은 인물의 표정, 행동, 옷고름 하나까지 치밀하게 담아내면서도 서정성을 드러냈다. 이야기의 끝은 현재 진쟁형으로 마무리 해 풍부한 여운과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내가 만난 꿈의 지도 / 유리 슐레비츠 글 / 시공주니어 / 8500원전쟁 속 불행을 담담히 그렸다.작가 유리 슐레비츠는 제 2차 세계 대전 때문에 8년간이나 유럽을 떠돌던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그렸다.그가 전쟁의 아픔을 끄집어 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전하고 싶기 때문.그는 간신히 끼니를 때우면서도 빵 대신 지도를 사오는 아빠를 등장시킨다. 당장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보다 희망으로 내일을 채우길 원해서다. 아이도 처음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차츰 지도 속에 빠지면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는다. 그리고 먼 훗날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로 성장한다.전쟁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엮은 작가의 천재성이 놀랍다. 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라푼첼, 머리를 자르다 / 토니 브래드먼 글 / 중앙출판사 / 6500원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자르고 싶은 라푼첼. 머리 감는 일도 종일 걸리는 데다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 산뜻하게 잘라 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머리 자르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 왕자가 그녀의 긴 머리를 너무 좋아해서다.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짧은 머리로 변신한다.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는 나약한 여성이 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는 것도 거부하고 싶다. 좋아하는 운동도 실컷 하고 싶고,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싶다.그러자 왕자도 라푼첼의 모습을 존중하기 시작한다. 밝은 웃음을 찾고, 활기차게 지내는 그녀를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긴 머리 때문에 축 늘어져 있던 라푼첼의 모습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라면, 여자 아이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 사계절 / 9800원두 사람이 함께 하면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다.사랑했다가 미워했다가, 헌신하다가 다퉜다가 감정의 줄다리기도 많이 한다. 이 책은 이런 관계의 다양한 면을 그림과 글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냈다.작가는 먼저 반쪽만 있는 여자 옷과 남자 옷이 두 개의 단추로 여며져 한 벌을 이루는 그림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완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메시지다. 모양·색깔이 다른 열쇠·자물쇠들을 보여준다. 서로 꼭 들어맞는 한 쌍만이 서로의 마음에 열쇠와 자물쇠 구실을 할 수 있다고도 제시한다.달리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기묘하면서도 사색적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사려 깊은 비유가 엿보이는 책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7.04 23:02

[읽고 싶은 이 책] 김성규 첫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극도로 피곤하거나 굶주렸을 때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적의와 지나친 자기비하, 그리고 무기력증, 그 모든 감정들이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향할 때 몇줄의 글을 종이에 적어넣게 된다."자그만한 체구에 얌전한 미소를 짓는 시인은 의외로 과격하다. 투박한 말투에 목소리도 크고, 시는 더더욱 참담하다.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성규 시인. 이제 서른둘인 시인의 섬세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눈은 생의 비참함을 꿰뚫어본다. 최근 낸 첫 시집은 제목 부터가 「너는 잘못 날아왔다」(창비)다.'처녀의 시체가 호두나무에서 내려진다 / 눈 위에 눕혀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빛난다 // 이듬해부터 가지가 찢어지도록 호두가 열린다 / 나일론 줄에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뱃속 /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 죽어간 것을 사내들은 알고있다 (…)' ('존재하지 않는 마을' 중)'사내가 들것에 실려나온다 / 쏟아지는 빗줄기 속 // 상가 입구에서 노파가 팔을 떨고 있다 / 3층 베란다 유리창이 깨져 있다 (…) 내 이마를 짚어보았다 / 차갑게 식어 있었다 / 소리를 질렀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 중)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은 것들. 그러나 시인은 묻어놓거나 덮어놓은 것들을 집요하게도 세상에 드러낸다. 이 세상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는 참상들을 환한 태양 아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나서야 이제는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시가 축복 없는 이 세계에 작은 빛이라도 던져주기를…"이란 '시인의 말' 마지막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박형준 시인은 "김성규는 동세대를 특정짓는 시 경향과도 구별되고 재래의 리얼리즘에서도 멀찍이 벗어나 있다. 동세대의 새로운 조형기법을 받아들이되 세련된 취향과 육체적 욕망에 기초한 감각적인 환상 대신 이 시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환상세계를 창출하고 있다"며 "강단 있는 신예의 등장이 더없이 반갑다"고 말했다.독특한 방식으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면서 도시의 잔해로부터 새로이 살아나는 것을 주목하기도 하는 김성규 시인.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어떠한 감정'을 전한다.시집 제목은 수록작 '불길한 새' 마지막 연 '너는 잘못 날아왔다 / 너는 잘못 날아왔다'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7.04 23:02

[이슈 뒤집어보기] ⑭ 자유분방한 문화예술교육 현장 들여다보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역량을 교육이라는 목적과 접목해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예술은 정책과 지원, 활동 목적을 창작에 중심을 두고 있어서 문화예술의 소비도 창작자와 소비자의 대별된 형태로 이루어졌다.1990년대 문화기반시설 확립에만 주력하던 문화정책이 2003년에 들어서면서 '문화강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와 창의성 향상을 위해 새롭게 마련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로 확대시켜나가고 있다.문화예술교육은 2003년 정부의 문화정책을 개선하면서 문화와 교육의 중간 지점에 위치를 잡고 종합계획을 수립, 2004년 12월 법안을 정식으로 상정했고 2005년 말,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을 통과시켜 문화관광부에서 주도하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원하여 적극적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는 정책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문화교육과 예술교육의 개념이 분리되어야 하지만 예술교육에 문화교육을 통합한 문화예술교육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지역에서도 전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설립되고, 문화시설과 전문단체, 민간단체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교육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예술인들이 창작자로, 교육자로, 생활인으로서 감당해야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크다.문화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갈등은 무엇일까. 그 현장을 들여다 본다.▲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 예술인문화예술교육이 표면화되어 시행되면서 정확한 취지를 이해하거나 방법적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매개자들(교육 강사)이 수급되어 체험적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이 실행되어 왔다. 이러한 체험적 교육은 예술가들의 개별적인 경험에 의해서 실험적으로 행해지다가 한 두 해를 거치는 동안 다양한 계층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과 함께 교육내용도 다원화로 범위가 확대되어 전문성을 가진 매개자 인력 양성에 대한 요구가 더 절실해졌다.물론 매개자들 중 일부는 2007년 시행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워크숍과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 전주에서도 6명이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지자체의 예산부족으로 그마저도 없어진 상태다.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들인 예술가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으로 그동안의 경험을 쌓아가며 진행하고 있다.이러한 환경속에서 예술가들의 내면속에 잠재된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겪는 갈등은 예술적 창작활동에 익숙한 예술인으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문화예술의 교육학적 방법론의 한계다. 이를테면 교육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데서 오는 자괴감과 교육 대상과 환경에 대한 정보 수집이 미흡한데서 오는 대상과의 마찰,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원들과의 심리적인 갈등 같은 것들이다.이밖에도 예술가로서 창작활동이 소홀해지는 것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 있는 것은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사회를 체감하는 보람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여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예술가들은 창작활동과 함께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참여는 예술성과 같은 범주 안에 있다는 장점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갈등 해소를 위한 몇 가지 제언문화예술교육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 있는 시점에서 긍정적인 기대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대상과 매개자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만으로 매개자의 내면적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국가 정책적인 기반 마련과 개별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야만 한다.갈등 해소를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하자면 첫째, 문화예술교육의 큰 틀에서 볼때 교육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매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꾸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둘째, 문화예술교육의 범위가 광범위해짐에 따라 전문 인력의 범위도 넓어져 전문성을 모두 강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교사 또는 기획 인력과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회 전체가 함께 갈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한다.셋째, 사회적 기반마련과 함께 매개자 개인은 스스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을 위한 교육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예술가로서, 또는 교육자로서 예술과 교육 사이에서 겪게 되는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적절하게 접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매개자들 간의 소모임이나 워크숍을 통해 소통 구조를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하며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이것을 바탕으로 일회적인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생적으로 또 다른 교육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대상과 매개자 각각의 피드백이 필요하다.피드백이 없으면 정책 시행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체험적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상황에선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에서 꾸준한 노력과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지금도 문화예술교육은 여러 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구혜경(독립기획자·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구혜경
  • 2008.07.04 23:02

동학농민의 함성 서울 무대서 울리다

동학농민들의 함성이 남산골을 뒤덮었다.전북대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직드라마 '녹두꽃이 피리라'가 2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졌다. 지난해 10월 전주에서 초연된 이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올려진 이번 무대는 국립극장 사상 처음으로 지방대학이 만든 창작공연물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이같은 호응을 반영하듯 관객들이 크게 몰리면서 1600여석의 객석이 공연 시작 30분전에 매진,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관객들은 특히 200여명의 출연자들이 토해내는 음악과 무용에 심취해 울고 웃으며 공연을 지켜봤다.이날 공연에는 서거석 총장을 비롯한 전북대 관계자와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광철 총동창회장, 이석연 법제처장 등 재경동문과 지역에서 상경한 동문이 대거참석했다. 또 고건 전 국무총리, 신건 전 국정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재윤 전 대법관, 김지형·이홍훈 대법관, 이연택 전북도민회장 겸 대한체육회장 등 정·관·재계를 망라한 출향인사와 김완주 도지사, 국회 김세웅·이무영·이춘석·장세환·최영희 의원 등도 참석해 '재경도민행사'를 방불케했다.국악과 양악을 결합한 '녹두꽃이 피리라'는 한국의 판소리와 서양의 오페라, 무용을 접목해 만든 퓨전음악극으로 출연자 전원이 전북대 교수와 졸업생, 재학생들로 구성돼 그동안 이 대학이 축적한 예술역량을 마음껏 과시했다.총감독을 맡은 이혜희교수는 ""세계 100대 대학을 지향하는 전북대의 위상을 알리고, 지방 문화의 콘텐츠를 중앙무대에 소개하자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서양의 오페라에 한국의 창극과 무용극을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라고 소개했다.이날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이번 공연은 세계 100대 대학을 지향하는 전북대의 위상을 알리고, 지방 문화의 콘텐트를 중앙무대에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21세기 문화산업 시대에 부응하는 예술공연 브랜드와 지역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진 결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8.07.03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