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공연이 제맛이야
부산, 강릉, 안동, 목포 그리고 전주. 서울로 집중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분산을 위해 문체부가 엄선한 관광거점도시이며, 세계적 수준의 관광도시를 목표로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다섯 도시 중 한 곳이 전주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풍경과 맛깔난 밥상, 푸짐한 저녁 술상까지 전주는 매력 있는 관광지임은 분명한데, 여기에 더불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저녁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상설공연이다. 여러 지자체와 공연단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상설공연을 추진하였는데, 전주도 나름의 감성을 바탕으로 수년째 상설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상설공연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상적 상설공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된 서커스인데, 1987년 라스베이거스 미라지 리조트 그룹의 회장 스티브 윈은 LA에서의 공연 관람 후, 이 새로운 방식의 서커스가 성공할 것을 확신 자신의 호텔에 ‘미스테르’라는 작품을 상설공연 상품으로 유치하게 된다. 예상대로 관객의 호응이 이어지고, ‘오쇼’, ‘카쇼’ 등 새로운 후속 작품이 등장하면서 태양의 서커스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공연의 메카로 바꿔놓는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태양의 서커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공연장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을 위한 혁신적 무대장치가 갖추어진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뮤지컬과는 달리 판권 판매가 불가하기에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상설공연이다. 매일 저녁 오리지널 공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 6개의 대형 작품이 올려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순회공연인데, 해외 순회팀의 경우 배우와 스태프, 세트 구성까지 본국에서 이동해 임시 마을을 짓고 공연을 해야만 하기에, 현실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태양의 서커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손쉽게 선택하는 중국 여행상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상설공연이다. 북경의 ‘금면왕조’나 상해 패키지의 ‘송성가무쇼’는 물론 장예모 감독이 중국의 명산과 호수 등을 배경으로 만드는 ‘인상시리즈’ 또한 상설공연이다. 중국의 역사가 담긴 작품을 전 세계의 관광객이 매일 저녁 즐기고 있으며, 중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반면 상설로 공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이며 지속적 관객 동원도 쉽지 않다. 지역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찾기 힘든 이유이다. 다만 전주를 찾은 외지인이 전통적인 한옥 마당에서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국악 콘텐츠를 직접 관람한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독창적인 경험일 수 있다. 전주가 갖고 있는 문화자산을 발굴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전주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며, 전주만의 상설공연을 통해 가족단위 관광객이 흥겹게 관람하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면, 전주는 더욱 빛나는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이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듯이, 전라도의 질펀한 향기가 묻어나는 전주만의 새로운 브랜드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홍현종 (JTV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