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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많아져야"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을 연재해오면서 중요한 두 가지를 놓쳤다. 지역 식재료의 개념 설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 지역 식재료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본보 편집국 3층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김관수 전라도음식이야기 대표, 김남규 시의원, 정혜정 국제조리학교 교장, 최행자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계장(한식 담당자)이 지역 식재료 활성화 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 등을 점검해봤다.-일단 지역 식재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김관수 대표= 전북의 농산물은 어디에 내놔도 품질이 뒤지지 않는다. 더덕을 예로 들어보자. 진안 무주 장수의 더덕은 고원의 산더덕 보다 향이 좋다. 서울에선 오히려 산더덕으로 취급받을 정도다.△정혜정 교장= 전북 지역 식재료가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 식재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하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다. 외국의 경우 로컬푸드(local food)를 50㎞ 내 식재료로 할 것인가 혹은 100~200㎞까지 넓힐 것인가로 토론한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 지역 식재료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북의 경우 도내로만 한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규 의원=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 생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선 최초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시행한 강원도 원주 등 지자체를 포함해 최근엔 대형 유통업체도 로컬푸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외국에선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등이 유명하다. 전주시는 지난해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로 선정됐고, 완주군 역시 로컬푸드 직매장을 전주에 열고 있는 만큼 두 지자체가 지역 식재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에 관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최행자 계장= 전북도, 전주시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식자재 목록을 만들어놓진 않았다. 대신 전주시가 추천하고 전북도가 지정하는 산업화 대상 자원은 9개가 있다. 배, 미나리, 복숭아, 장미, 우리밀, 전주 콩나물, 수박, 포도, 딸기 외에 지난해 추천된 콩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여기에 선정되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공모 사업에 지정받을 수 있다. △정 교장= 그러나 전주시가 지정한 향토 자원 목록을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배와 수박 포도 등은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되기 때문이다. 즉, 지역의 식재료를 다른 지역의 식재료와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인가,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가 과제다. -문제는 좋은 지역 식재료를 지역 소비자들이 직접 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와 해법은.△정 교장= 맞는 말이다. 지난해 3월 국제한식조리학교 개교 이후 지역 식자재를 구매하려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으나, 결국 구할 수 없었다. 지역에서 유통하는 업체가 아예 없더라. 결국 대전에 있는 한 유통업체가 학교에 물건을 대주기 위해 얼마 전 전주에 지부를 냈다. 이게 현실이다. △김 의원= 대형유통업체가 문제다. 하나로마트농협 등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있으나, 농민들의 편에 서는 유통업체가 아니다. 거상들은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으로 좋은 식자재를 받아 대형유통업체에 넘긴다.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영세한 농가는 밀릴 수밖에 없다. △정 교장= 농가와 직거래하는 로컬푸드 물량은 유통 구조가 단순하다. 비닐하우스에서 따서 바로 그 지역직매장 진열대로 옮겨진다. 반면 서울의 농수산물시장으로 올라가는 식재료의 경우 산지수집상, 유통상인, 도매법인, 중매인, 도매상을 거쳐 소비자를 만나는 데 최소 이틀 이상 걸린다. △김 대표= 그러나 현실은 거상들이 이를 대량으로 산 뒤 비싸게 되판다. 좋은 품질로 내놓은 식재료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단가가 올라간다. 결국 대형이 아닌 중소 규모의 유통업체가 살아나야 한다. 여기에 운송 시스템저온 창고를 완비하고, 식품안전을 위한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등도 갖춰야 한다. △최 계장=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필요한 유통 경로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새나가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생산자는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하고, 소비자 역시 싼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지자체가 농가와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싼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지역 식재료의 생산과 판매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김 대표= 영농조합을 생산형 영농조합과 판매형 영농조합으로 따로 분리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영세한 농가에서 좋은 식재료를 내놓기에도 바쁘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엄선해서 지역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김 의원= 1990년대 초 한울생활협동조합이 지산지소 운동을 했다. 전주는 시장이 좁아서 잘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 대규모 식자재는 광주, 소규모 식자재는 대전에서 온다.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될 정도가 됐으면, 학교의 급식부터라도 지역 식자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의 경우 학교 교육의 중요한 축이 지산지소에 있다고 여긴다. 학교급식회와 급식지원센터, 지자체가 삼각 편대를 이뤄 학교 급식만을 위한 전용 물류창고가 따로 마련할 정도다. △정 교장= 일본은 지역 식재료를 학교 급식에 끌어오기 위해 지자체가 30%, 학부모가 30%를 부담하는 방식을 유도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학교에서 지역 식재료를 쓰도록 권고했으나, 정부나 지자체 보조는 전혀 없었다. 영양사들이 지자체 지원이 없다면, 식판을 채우기가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학교 급식, 더 나아가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 활성화 될 때라고 본다. 완주의 로컬푸드 직매장과 비슷한 개념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최 계장= 농림수산식품부가 전주를 비롯해 함양대구를 우수 외식업 지구(4억)로 지정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한옥마을 내 외식업 지구를 대상으로 지역 식자재를 공동 구매하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4월부터 영농사업단과 식재료 단지를 연계한 공동 구매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원=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된 콜럼비아의 포파얀의 사례를 보면 계절식이 잘 발달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전북은 나물 클러스터를 선점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정 교장= 전주가 세계에서 네 번째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와 무엇을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웰빙 음식으로 나물을 선점하면 좋을 것 같다. 전주 안에서 생산되는 나물만으론 양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본격화 되면,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거라 본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3.01.11 23:02

"맛의 비결은 원료…토종 콩만 대대로" 3대째 가업 잇는 두부 장인

교토의 식품 중에서 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내 다른 지역에서도 두부를 먹기는 하지만, 교토만큼은 아니다. 교토의 일반 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의 하나가 두부인 까닭에 두부산업이 교토에서 잘 발달됐다. 다른 전통음식과 마찬가지로, 두부 음식 또한 가업으로 잇는 경우가 많다. 취재진 찾은, 교토역에서 전철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아오이 두부공장 역시 80년 전통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 주인인 마쯔모토 타이치로씨(64)의 할아버지대에서 시작돼 3대째 이어지고 있다.교토 두부가 유명한 것과 관련, 타이치로 사장은 현지 원료를 사용하는 점과 전통, 물이 좋은 점을 꼽았다. 이와 함께 교토에 신사가 많아 스님들이 고기 대신 두부를 즐겨했던 것도 교토에서 두부가 유명해진 배경이 됐다.가내 수공업 형태로, 공장 자체는 영세하지만 자신의 공장에서 만든 두부가 인근에서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주인과 전문가 1명이 하루 평균 400~500개를 만들어 식당, 호텔 등에 판매하고 있다."옛날에는 쪄서 먹고 생으로도 먹었는데 지금은 생으로 먹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두부 크기도 적어졌습니다."공장이나 제조 방식 등은 예전 그대로지만, 소비자들의 식성과 소비형태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장시설중 기름튀기는 기계는 22년 전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또 기온과 습도에 의해서도 두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일 신경을 쓴다고 했다. "두부 맛은 원료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영세업체들중에서는 수입산 콩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타이치로씨는 미국산과 토종간 콩 가격이 2배 차이가 나지만, 품질을 위해서 자신은 도매점이나 농가를 통해 현지의 콩을 직접 구매한다고 했다. 중견 기업들이 두부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식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보람이다. 아들에게 또 물려주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아들이 원하지 않고 있어 어찌 될 지 모르겠다고.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3.01.10 23:02

⑪ 일본 - (하) 교토 음식문화 - '요리 1번지' 성장 동력은 장인 정신

'교토가 없으면 일본이 없다'. 교토 시민들의 교토에 대한 자부심은 이렇게 높다. 19세기 중반 도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1000년 넘게 일본의 수도 역할을 하며 전통도시로서 관광자원이 풍부한 교토는 경주시와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하고 있으며, 전통문화도시인 전주와도 닮은꼴이 많다. '교토가 없으면 일본이 없다'는 말은 음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교토는 미식가들의 천국전통음식이 발달한 전주와 마찬가지로, 교토는 실제 미식가들의 천국이라 할 만큼 음식문화가 발달됐다. 특히 교요리(京料理)가 유명하다. 우리의 한정식처럼 일본의 정식 요리인 '카이세키' 요리(會席料理)가 교요리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통할 만큼 일본 정식요리의 요람이 교토다.교요리는 진미요리부터 애피타이저, 국물 요리, 초밥이나 회, 구이, 조림, 식사 등 코스 요리로 나오며, 코스마다 재료맛조리법이 겹치지 않은 요리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각기 다른 앙증맞은 그릇에 작은 잎사귀 혹은 꽃잎을 띄워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소박한 재료를 사용해 자연 그대로, 그러나 가장 세련되게' 보여준다는 교토에서 일본음식의 본류를 맛볼 수 있다고 미식가들은 평한다. 2000여개의 사찰을 갖고 있는 교토의 사찰에서 승려들이 수행 중 따뜻한 돌을 품고 추위와 배고픔을 참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카이세키'요리가 오늘날 비싸고 화려한 음식으로 변한 것은 아이러니 하다.윤동주정지용 시인이 교토 유학시절 즐겨 걸었다는 교토 시내를 가로지르는 가무가와강(鴨川) 한쪽 편에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카이세키 요리 음식점도 많다. 관광 혹은 수학여행지로 교토를 많이 찾고 있는 한국인들을 이곳 음식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두 대학생은 카이세키 요리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인터넷 여행 정보만 믿고 요릿집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 먹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음식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간단한 점심용 카이세키 요리 가격도 1인당 5만원 정도여서 부담이 된다는 게 학생들의 이야기였다.△식품 안전과 전통 중시맛과 함께 일본 음식에서 식품의 안전성과 전통성은 기본이다. "아오모리 사과가 맛있어도 먹는 게 꺼려집니다. 가고시마 혹은 구마모토의 소고기를 즐기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교토의 한 주민은 혼슈의 북단에 위치한 아모모리현의 경우 원전 사고지역인 후쿠시마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어 방사능 오염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혹시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몰라 좋아하는 아오모리 사과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식품안전에 대해 일본인들의 관심은 이렇게 각별하다. 일본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독한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업체에 대해서는 폐업 조치 등으로 엄히 다스린다.외국 신선 농산물의 반입에도 엄격한 통관절차가 따른다. 이력관리가 안된 신선 농산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는 까닭에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일본 소비자 곁으로 가기가 어렵다. 여기에 대파 뿌리 부분의 흰색이 몇 센티가 돼야 하고, 오이는 직선으로 몇 센티여야 하는 식의 규격과 포장까지 세심하게 따질 만큼 철저하다. 일본은 또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특성이 강하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낫도 (Natto. 청국장)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기업들이 참여해 낫토 시장을 평정하고 싶어도 지역별, 혹은 업체별 각기 고유한 맛을 갖고 있어 넘보지 못한다. 두부 역시 비슷한 형태며, 전통식품들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맛을 보유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천년 고도답게 교토에서 몇 백 년 된 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집이 많다. 3대가 안된 음식점의 요리는 요리도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음식 장인들의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간장만 만드는 간장 장인, 기름만 짜는 기름 장인 등 식재료 전문 장인들도 교토 음식의 힘이다.△지산지소 운동으로 상생교토시내가 고도로서 명성과 국제적 관광지로서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교토부의 농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농촌과 마찬가지로 매년 인구가 감소하고, 60세 이상 농가가 70%에 이를 만큼 농가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생산도 문제지만, 생산된 식자재의 유통도 고령의 소농에게는 난관이다. 교토부를 비롯, 일본은 각 자치단체들이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우리가 '신토불이' 를 외치기 훨씬 전에 일본에서 지산지소 운동이 시작됐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식품을 사용하자는 식채(食彩)운동으로 출발해 현재는 학교급식, 직판매소 운영 등으로 확산시켰다.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신뢰할 수 있는 가공식품을 얻을 수 있고, 생산자는 직거래에 의한 소규모 판매와 규격 외 농산물 판매도 가능해 직거래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교토 변방의 한 농산물 직판장은 지산지소운동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보여주었다. 시에서 직원을 파견해 운영하는 크지 않은 이 매장에는 무배추 등 신선 농산물에서부터 농가에서 만든 청국장, 과자류까지 다양한 농식품이 진열돼 있었다. 가공품 역시 거의 전부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어진단다. 인근에 대형 마트가 있지만,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제품 가격은 생산자들이 직접 정한다.매장 관리자는 "대량생산과 대량 유통이 아니기 때문에 농가에게 당장 큰 소득을 안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지역 농산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3.01.10 23:02

⑩ 일본 (중) 후쿠오카'명란젓' - 공장 견학 열린 경영에 소비자 신뢰 '차곡차곡'

일본 후쿠오카는 모츠나베(곱창)와 하카타라멘, 멘타이코(명란젓)으로 유명하다. 이들 음식이 후쿠오카 3대 명물 요리로 꼽히고 있으며, 서민풍에 한국서도 인기가 많은 음식들이다. 한국에서 가까운 후쿠오카에서 이들 음식이 발달한 점을 두고 한국에서 전래돼 유행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소비자 곁으로 가는 마케팅국내 회사들이 대부분 폐쇄적인 것과 달리 야마야 식탁 회사는 음식제조업체임에도 개방적이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생산시설을 견학시켜 생산품에 대해 믿음을 갖도록 적극 홍보에 나서는 것부터 인상적이었다.명란 생산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진열하는 판매장이 먼저 취재진을 맞이했다. 공장 바로 옆에 별도로 설치된 판매장에서 이 회사가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진열장은 반찬용 명란젓뿐 아니라 명란을 이용에 이렇게 많은 식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인삼과 궁합을 맞춘 인삼 지지미(부침개), 여러 종류의 야채와 버물린 명란 야채, 두부와 결합시킨 명태 두부 요리, 달걀과 명태의 결합, 명태 김치즈, 명태 파스타, 다양한 형태의 명태 파스타 등이 그 예다. 우리의 김치처럼 후쿠오카에서 명란이 음식의 감초라는 이유를 알게 했다.이들 제품들은 후쿠오카에 있는 3곳의 전문점과 함께 20여곳의 공항과 역·백화점·특산품점, 그리고 온라인 주문 등을 통해 도쿄 등 일본내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고 판매점 직원은 설명했다. 명란을 활용한 여러 제품들이 선물용으로 인기라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매장에는 제품 진열과 함께 제품에 대한 요리법 등이 적힌 팸플릿이 배치돼 있고, 회사를 홍보하는 '식탁 회람판', 탁상용 회사달력까지 비치해 소비자를 위한 회사의 세심한 배려를 읽게 했다.△연간 3000여명 공장 견학생산시설 안내를 위해 품질보증실 이케다 코지로(池田 光次郞) 홍보담당이 공장 앞에서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연간 3000명 정도가 공장을 견학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3층으로 된 공장의 생산시설은 1층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1000㎡ 남짓 공간에서 명란 생산이 한창이었다. 본사 생산시설에서 일하는 100명의 근로자를 포함해 영업과 유통 관련 종사자까지 합하면 총 220명 규모의 회사. 생산 근로자들은 모두 흰 가운에 모자를 써 복장부터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일부 기계화가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100g 단위로 포장되는 명란의 경우 숙련공들은 손으로도 해당 그램을 꼭 맞게 집어낸단다.후쿠오카가 명란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의외였다. 이케다 코지로 홍보담당은 17~18세기 후쿠오카와 가까운 한국에서 하카다(후쿠오카로 합쳐지기 전 옛 이름)로 처음 요리법이 전수됐으며, 1975년 도쿄까지 신칸센이 개통하면서 전국적인 요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명태가 1~4월까지 추울 때 잡히며, 온난화에 따라 한국에서 잡히지 않게 돼 후쿠오카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후쿠오카 인근에서도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으며, 북해도에서 조금씩 잡히지만 북해도산 명태만으로 생산량을 맞출 수 없어 러시아와 미국산 명태들을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했다.이 회사가 하루 생산하는 명란 물량은 성수기때 3~4톤, 평상시에는 2~3톤 정도. 이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하루 1만2000 마리~1만5000 마리 정도의 명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원료 가미, 숙성기간 조절로 맛 차별화38년 된 이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홍보담당은 생산과정에서 차별화를 들었다. "명란젓을 만드는 데 물이 중요합니다. 고추와 다시마, 유자 등을 넣고 물을 끓여 숙성시키는 데, 회사에 따라 이들 재료의 양과 숙성 시간이 다릅니다."그는 자신의 회사의 경우 168시간 정도를 숙성시킨다고 했다. 다른 회사의 경우 짧게는 20시간에서 길게는 70시간 정도 숙성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긴 숙성 시간을 거친다는 이야기다. 숙성 시간이 길게 되면 명란의 맛이 부드럽고 진하며, 향기 좋다고 했다.여기에 고추와 소금 등 첨가 원료에 따라 보통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 등을 내는 3가 종류의 명란젓이 된다고 했다.홍보 담당은 이 회사만의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계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3.01.08 23:02

일반점포보다 매출'3배'…'지역상인 - 백화점'윈윈'

지역의 유명한 맛집을 백화점에 입점시킨다면 결과는 과연 어떨까. 특히나 재료값 평균 40%(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유통실태종합조사, 2011년 기준)가 유통비용을 차지하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백화점 입점은 언감생심 꿈에도 못꿔왔던 일이다. 하지만 부산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지역 맛집 7곳을 입점시켜 지역 상인들과 상생 방정식을 제시한 선례를 남겼다.이곳에 입점한 곳은 '고봉민 김밥인', '18번 완당집', '의령국밥', 'B&C베이커리' 등 4곳의 지역 유명 맛집을 비롯해 지난 3년간 '라멘이찌방', '승기호떡', '옵스'까지 모두 7개 지역 유명 맛집이다. 소위 길거리 분식점을 백화점에 입점시켜도 되느냐를 놓고 논란도 있었으나, 입점하자마자 백화점 밖에까지 줄서는 명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수제 돈가스를 넣은 돈가스 김밥을 비롯한 독특한 김밥으로 현재 160개 가맹점을 둔 '고봉민 김밥인', 부산 라면 전문점 '라멘이찌방'도 지난해까지 일식델리 상품군 전체 10개 브랜드 가운데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지난해 입점한 '의령국밥'도 당초 목표 대비 135%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인기 상품군으로 꼽혔다.지난해 입점한 향토빵집 'B&C베이커리'도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개점 한 달 만에 백화점 밖 점포보다 3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장세를 이뤘다. 이처럼 지역 맛집들이 잇따른 선전으로 지역 브랜드의 백화점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백화점 측은 "지난해 4곳의 지역 맛집을 입점시킨 결과 지역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면서 "이와 같은 사례가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성공적인 상생 모델로 제시 돼 앞으로도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3.01.03 23:02

유통과정 거품 뺀 프랜차이즈로 승부수

지역 식자재 유통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역 식재료가 있다 해도 고객들의 식탁에 쉽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를 외식업체에 제공해주는 체계화된 유통 시스템이 없어서다. 대략 22~30조대로 추정되는 식자재 유통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지역 상인 중에서도 거상과 아닌 영세상인의 식재료 선점 전쟁은 부익부 빈익빈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전국 최초로 서울에 포항 물회 직영점을 냈다가 실패한 포항시는 결국 프랜차이즈로 선회했다. 복잡한 구조로 인한 유통비가 껑충 뛰는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영세상인이 아닌 서울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항 물회나 부산 의령국밥은 지역 식재료를 공수한 뒤 가공공장을 운영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통과정을 단순화시켜 외부 유통업체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 상인들을 살리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포항시, 물회 대주는 직영점 도전 실패지리적 표시제 등록프랜차이즈 타진 발판경북 포항에서 가장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물회다. 이곳에서는 어딜가나 횟집에 반드시 물회가 있다. 일제시대 어업기지로 성장해 수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은 까닭에 물회는 어부들의 가정식으로 더 나아가 포항 시민들의 일상식으로 넓혀졌다. 물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비린내가 심하고 살이 무른 생선을 제외한 가자미, 광어, 우럭, 도미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생선과 각종 해산물을 섞어서 만드는 물회도 유행하고 있다. 보통 물회는 '전통식'과 '퓨전식'으로 나뉜다. '전통식'은 생선과 채소를 고추장에 비빈 뒤 물을 타는 방식이다. 포항 토박이들이 즐기는 물회는 고추장의 투박한 맛에 중심을 둔다. 반면 '퓨전'은 고추장과 물 대신에 맵고 달고 개운한 맛을 내는 육수를 더하는 물회를 뜻한다. 젊은이들과 외지인들은 퓨전식을 더 좋아한다.포항시는 2008년 지자체 최초로 서울에 포항 물회를 공급하는 직영점을 개설했다. 포항 물회를 브랜드화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시는 '싱싱회 가공공장'을 건립해 포항에서 생산되는 물회를 서울 횟집에 납품했다. 하지만 활어회를 먹어온 서울 소비자들에게 물회는 바닷가에서 먹는 별식에 가깝게 여겨져 인지도가 낮았다. 2년도 안 돼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횟집에서는 경기강원도 등에서 공수해온 회로 포항 물회를 만들어 팔았다가 본연의 맛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서둘러 철수했다.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면서 포항 물회가 갖는 브랜드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뒤이어 시는 프랜차이즈로 선회했다. 시는 2009년 공개 입찰로 선정된 햇살바다(주)(대표 진우용)를 통해 포항 물회 프랜차이즈 본점을 냈다. 대개 프랜차이즈가 제조도매업체개인형 식자재 유통업체중간 상인식당 등 5단계를 거쳐 유통되는 복잡한 과정 대신 물회를 들여와 가공공장에서 가공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유통비 거품을 뺄 수 있었던 것. 햇살바다(주)는 서울에 본점을 내고 포항에서 주재료 일체를 공급해 가맹점 7호점까지 낸 상황이지만, 아직까진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진우용 대표는 "지난해 포항시가 물회로 등록한 지리적 표시제(특산물의 지역 표시권을 배타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2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부산 의령국밥, 유통구조 간소화지역 특성 따라 메뉴 선별 등 프랜차이즈 성공 부산은 돼지국밥의 아성 때문에 다른 국밥류는 맥을 못 춘다. 본래 돼지뼈 육수에 밥을 넣어 해 먹는 돼지국밥이 대대로 내려오는 향토음식이기 때문에 소고기국밥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전국 최초로 소고기국밥 전문 프랜차이즈 '의령국밥'을 운영하고 있는 (주)하나로FC(대표 이병칠)는 '소고기 국밥은 프랜차이즈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는 등식에 반기를 들고 성공으로 이끈 업체다.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들여와 직접 운영하는 육가공 업체에서 가공해 공급해 불필요한 유통비를 줄였다. 또한, 소뼈의 어느 부위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국물 맛이 다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경 썼다. 본사의 제조공장에서 우려낸 육수와 소스, 식자재를 가맹점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의령국밥은 2009년 부산 프랜차이즈 경진대회에서 향토 음식을 현대화시스템화한 노력을 인정 받아 우수 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2005년에 시작된 의령국밥 브랜드는 부산에서만 17곳 가맹점 개설을 비롯해 백화점 입점까지 이뤄냈다. 특히 하나로FC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할 때 상권 규모와 지역 특성에 따르는 메뉴를 다르게 구성하고, 1년에 1~2개 메뉴를 개발해 조리학과 교수와 특급효텔 요리사 등으로 구성된 외식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하는 등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이병칠 대표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와 제휴해 서울과 경기 일대 가맹점을 만들고, 부산 내 가맹점은 30곳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3.01.03 23:02

⑦ 전주 콩나물 - 명품 '서목태 콩나물' 맛 되살려야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날에는 뱃속에선 연신 전주콩나물국밥이 '당그래질'을 한다. 왱이집에 가 볼까, 현대옥에 가볼까. 무를 넓적넓적 썰어 넣고, 밤새 달인 뜨끈뜨끈한 다시마 국물의 왱이집 콩나물국밥을 한그릇 뚝딱 하고 나면 개운하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국물 맛에 아삭아삭 여린 콩나물이 씹히는 맛이 일품인 현대옥의 콩나물국밥도 시원하다. 화려하진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더하는 전주 콩나물국밥은 은근한 매력이 있는 전주 사람들과 닮았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전주콩나물국밥은 이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전주콩나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주콩나물국밥 맛의 비결? 교동의 물맛 '구성없이 막대기처럼 자라 뻗치지 않고, 잔뿌리 터럭 하나 달지 않으면서, 작달막하고 통통하며 고소한 전주콩나물. 여기다가 매콤하고 빨갛게 갖은 양념 고춧가루간장에 파마늘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끓이든지, 그냥 소금에다 파만 살짝 송송 썰어 넣어서 말갛게 끓이든지 간에, 한 숟가락 후루룩, 목을 넘어가면 막혔던 오장이 다 시원하게 풀리며 머리 속이 명쾌해지는 이 콩나물국은, 외지인한테는 별미였지만 전주 사람들에게는 필수 음식이었다.' ('혼불' 8권 중에서)작고한 소설가 최명희(1947~1998)는 소설 '혼불'을 통해 전주시 교동(옛 자만동) 묵샘골의 물맛을 언급한다. 예사롭지 않은 물맛은 전주 팔미 중 애련한 맛의 녹두묵과 영특한 콩나물을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콩나물 자체의 맛이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맛이 일품이다.최근엔 주당(酒黨)들의 꼬인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 대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콩나물국밥은 예로부터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은 속풀이를 하기 위해 먹는 해장국 중 하나일 뿐 콩나물국밥이 곧 해장국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명품 서목태 콩나물은 사라졌어도 명성은 남다전주콩나물의 명성은 교동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전주 교동은 물이 맑고 풍부하기로 소문난 전주천을 끼고 있다. 이 동네는 경기전이 있고 향교가 있는, 옛 전주의 중심지다. 전주성의 남쪽 문인 풍남문이 있고 그 바로 곁이 남부시장이다. 콩나물을 기를 수 있는 물이 풍부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곁에 있으니 콩나물 공장도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부시장에 유독 콩나물 장사가 많고, 수십 년 된 콩나물국밥집이 인근에 여럿 있는 것도 그 흔적이다. 전주 콩나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임실의 서목태로 키운 콩나물이었다. 서목태는 일반 검정콩보다 잘고, 쥐눈처럼 작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정콩으로 쥐눈이콩으로도 불리웠다. 집집마다 기침이나 열병, 홍역과 갖가지 중독시에 해독약으로 쓰기 위해 쥐눈이콩을 조금씩 재배했다. 특히 서목태는 알이 골고루 고와야 하며 새카만 빛깔이 나는 것일수록 좋다. 하지만 이런 국산콩은 재배 가격도 비싸거니와 손실률이 높다. 특히 쥐눈이콩은 아무리 씻어도 껍질이 한두 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로 하여금 청결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쥐눈이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소비자들의 이를 반길 리가 없다. 서목태 콩나물은 현재 거의 사라지고 일부에서만 소량 생산되고 있다. △ 조리 방식이 뭐가 중요해이젠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 전주콩나물로 가장 많이 즐겨 조리하는 콩나물국밥의 주재료를 살펴보면 밥, 김치, 콩나물이다. 그래서 종종 전주콩나물국밥을 콩나물 김치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는 일반 김치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콩나물국밥의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다지고 또 짜게 담는다. 왜 일까. 원래 콩나물국밥의 간은 김치로 맞춰야 해서다. 김치가 짜기 때문에 약간만 넣어도 간이 맞아야 한다. 결국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는 최소한 1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조리 측면에서 콩나물국밥은 끓이는 방식과 마는 방식으로 나뉜다. 재료가 다르진 않으나 콩나물국밥의 재료인 밥, 삶은 콩나물, 김치를 단지 국물에 말아서 먹느냐 혹은 다시 한소끔 끓여 먹느냐 하는 차이이다. 이로 인해 누가 원조인가 하는 부분으로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전주 사람들은 각각의 입맛에 맞는 콩나물국밥을 먹는다. 콩나물국밥을 영양학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비타민 A, 비타민 B1, 비타민 B2, 나이아신, 식이섬유소 등은 풍부히 함유되어 있으나 그 외에 다른 영양성분 특히 열량과 단백질의 함량은 한끼에 필요로 하는 요구량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위해서라면 전주콩나물국밥은 그 자체만으로는 한끼의 식사로 부적합할 수도 있다. 더구나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진 전주콩나물 덕분에 전주콩나물국밥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6000원)에 비해 맛이 별로라는 불만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던 콩나물국밥이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체인점을 많이 내주는 바람에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된 데다 맛도 지점별로 달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낮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도 다르고, 전주콩나물영농조합법인의 소비를 촉진시켜 콩나물 농가라도 살리는 대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최근에는 콩나물국밥이 열량이 부족하고 식이섬유소의 함량이 높다는 측면이 부각 돼 간단한 식사 혹은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26 23:02

전주 콩나물영농조합은 - 무농약 콩으로 친환경 전통방식 재배

요즘 시장에 가면 꼬부랑 콩나물이 대세다. 자연스러워 보여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몸에 좋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콩나물 공장에서 꼬부랑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 며칠 자란 콩나물 통을 뒤집어놓을 뿐이다. 다듬기 번거롭고 모양도 별로 나지 않는 꼬부랑 콩나물로 마케팅하는 업체들의 '잔머리'가 놀라울 뿐이다. 최근 전주콩나물영농조합(조합장 양동혁)이 대상 FNF(주)(대표 이상철)와 '종가집 전주 콩나물' 브랜드로 전국에 유통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흔하디 흔한 콩나물이 얼마나 맛이 차별화될까 싶지만은 전주콩나물이 그만큼 인정을 받는 데에는 전주콩나물을 키워내는 과정이 달라서다. 본래 콩나물은 콩나물 시루 위에 물을 부으면 콩나물이 먹고난 뒤 그 아래 물받이 통으로 내려온 물을 다시 붓는 과정을 통해 컸다. 특히 가장 맛있다는 서리태 콩나물에 들어갔던 녹두포 샘물은 수질이 우수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이기 때문에 수온이 사계절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콩나물 재배에 적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콩나물에 물을 붓는 결정적인 이유는 콩이 싹을 틔워 자라면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열을 두면 콩나물이 썩거나 줄기가 고르게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콩나물 공장에서 물을 듬뿍 줄 수 없자 영양제 혹은 방부제 등을 넣어 이 문제를 해결해오곤 했다. 맛에 예민한 옛 어른들이 콩나물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타박했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주콩나물영농조합법인의 콩나물은 다르다. 이틀에 한 번 콩나물을 물속에 푹 담가 성장열을 낮추고 산소를 공급해 콩나물 줄기가 고르게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전주의 농가와 무농약 콩 재배 계약을 하여 이를 원료로 쓰기도 한다. 콩과 물 외는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이것이 바로 전주의 유명 콩나물국밥집에서 전주콩나물영농조합의 콩나물을 쓰게 된 이유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26 23:02

⑥ 국내산 우유로 만든 임실 치즈 - 다양한 조리법 개발·소비자 식탁 공략 과제

치즈는 이제 어엿한 향토 음식이다. 우리로 치면 김치나 된장고추장과 같이 발효시켜 저장하는 음식에 가까운 치즈는 외국인들의 식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치즈는 국내에선 아직도 맛보다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 선호되는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임실의 브랜드가 된 임실 치즈를 살펴본다.△ 한국 치즈의 역사는 지정환 신부가 첫 삽우리나라 치즈 산업의 첫 삽은 벨기에 출신인 지정환 신부가 떴다. 농가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산양의 젖을 짜서 판매하다 남은 산양유를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선진국 치즈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벨기에 천주교 구제회 통한 치즈 가공기계를 무상으호 제공 받으면서 임실치즈 산업은 비로소 안착됐다.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치즈가 아닌 산양유로 만든 합법적인 치즈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로 탄생된 것. 치즈의 특이한 발효 향으로 대중화가 늦어지기도 했으나 산양유 대신 우유로 바꿔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임실치즈가 나오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 IQ 높이고 지방도 분해시키는 기특한 '영양 덩어리'치즈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리는 콩 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훨씬 높은 영양 덩어리다. 일단, 치즈의 단백질 함유량은 23~25%나 된다. 숙성 과정에서 생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몸에 흡수가 잘 되는 것. 여기에 칼슘과 인, 미네랄 염, 비타민 A와 B 등 영양소도 많다. 게다가, 치즈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이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치즈엔 수면을 돕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 또, 우리 몸에서 지방을 분해해 열량으로 바꿔주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치즈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 A의 경우 면역력을 높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균질한 공장형 치즈와 쫄깃한 수제 치즈, 입맛대로 골라 드세요치즈의 종류는 대략 1000여 종 이상이다. 임실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임실치즈농협(조합장 설동섭)이 자동화된 대형 설비로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와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치즈마을'에서 만드는 '수제형 치즈'로 나뉜다. 지금의 임실 치즈를 태동시킨 임실치즈농협이 대형 설비를 갖춰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는 종류가 10여 가지가 넘는다. 40여 년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낙농진흥회에서 얻은 원유로 맛과 스트레칭이 균질한 치즈를 생산 중이다. 그렇다면 수제 치즈는 어떨까. 농가들은 직접 키운 소의 젖을 짜서 손으로 빚어 치즈의 결이 살아있고 더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외국에선 수제 치즈를 더 선호한다. 문제는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가공치즈가 임실농협치즈나 농가에서 만드는 자연치즈보다 싸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가공치즈는 국내산 우유 대신 외국산 치즈를 일부 섞어 제조해 가격이 싼 데 반해 임실농협치즈나 농가가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드는 자연치즈는 국내산 우유로 생산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임실치즈농협도 대형마트와 최대 30%까지 값을 내린 치즈 를 생산할 계획이다. △ 공동 브랜드 '임실N치즈' 배타적 권리 확보 방안 찾아야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600억 규모였던 치즈 시장은 2011년 약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해오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주춤하고 있다. 국내산 치즈 생산량은 2만5000t에 불과한 반면 수입산 치즈 수입량은 3배가 더 많은 7만5000t에 이른다. 하지만 치즈 생산 경쟁력을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치즈 생산 판매에 성공한 임실군 금성리 일대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농어촌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5~10명 안팎의 사람들이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 설비를 갖춘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대표 송기봉), 무지개 영농조합법인(대표 심요섭)의 두마리목장, 휴먼푸드 영농조합법인(대표 이해규)의 치즈마을 치즈家 등은 판로를 넓히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 치즈마을 운영위원회가 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치즈 만들기, 산양 체험, 피자먹거리 만들기 등을 채워가면서 관람객들이 급증해 지난해 16억을 챙겼고, 올해는 18억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임실의 자산인 임실 치즈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골치 아픈 일도 생겼다. 임실 치즈를 내건 피자 프랜차이즈만 해도 20여 곳이 넘고, 임실 치즈 개발자인 지정환 신부의 초상권과 성명권을 독점한 업체까지 생겼다. 치즈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가 어디에 있건 임실 치즈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을 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임실군은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에만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브랜드'임실N치즈'를 내놓았으나, '임실N치즈'를 소량 구입해 넣어도 법적으론 하자가 없기 때문에 단속하긴 힘든 상황이다. 임실치즈가 임실만의 자산이 되도록 하기 위한 지리적 표시제도 등록이 어려운 상황. 임실치즈농협이 낙농진흥회를 통해 다른 지역의 우유를 받고 있어서다. △ 치즈 식탁에 끌어오기 위한 조리법 보급 힘써야임실치즈농협, 임실치즈마을 농가와 내놓은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생치즈), 스트링 치즈(찢어먹는 치즈), 숙성 치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치즈를 우리 식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은 아직 요원하다. 임실치즈농협이 치즈를 활용한 간단한 조리법 등을 홍보하긴 해도 영세한 농가의 경우 치즈 생산만으로도 버거워 이를 활용한 현대적 조리법까지 제시하긴 역부족이어서다. 송기봉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주부들이 매끼마다 치즈를 식탁에 올려놔주기만 해도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제 치즈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06 23:02

송기봉 이플영농조합법인 대표 "제품 차별화· 신선한 수제 치즈 생산에 주력"

"치즈에 미쳤다고들 했죠."임실치즈마을에서 이플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송기봉 대표(60)는 치즈 생산의 선발주자 격에 해당된다. 갈수록 빚만 지는 낙농업을 포기했다가 뒤늦게 목장형 유가공 공장에 눈을 떴다. 스위스독일이탈리아 등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까지 샅샅이 뒤져 치즈 생산 노하우를 익힌 열성으로 2006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2007년 현재의 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공장을 챙긴 후에도 난관은 있었다. "아무리 정성을 들였다 한들 누가 내 치즈를 알아서 사주겠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 나가서 아들딸 데리고 좌판을 벌렸습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선 쫓겨나는 설움도 있었죠. 그때 다져진 내공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직접 키운 소의 신선한 우유로 만든 이플의 치즈는 공장형 치즈 보다 2~3배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건조시켜 약간 딱딱한 편. 소비자들이 치즈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찢어먹는 치즈'(스트링 치즈), '구워먹는 치즈'(쾌소블랑코 치즈), '늘려먹는 치즈'(모차렐라 치즈) 외에 '이플 가우다 치즈'(숙성 치즈)로 차별화한 것도 특징. 특히 숙성 치즈는 2년 간 시간과 공력이 들어 손해가 나는 제품이었으나, 최근 웰빙 트랜드에 따라 숙성 치즈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 "치즈는 곧 기다림"이라는 송 대표는 "더 많은 정성과 노력으로 만든 치즈의 맛을 알아주는 눈 밝은 소비자들이 가장 감사하다"면서 "건강하고 신선한 수제 치즈 생산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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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2.06 23:02

⑤ 남원 지리산 흑돈·미꾸리 - 친환경 먹거리 명품화 필요

남원은 복 받은 땅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지리산 흑돈과 남원 미꾸리가 선구적 농업인의 땀과 결합 돼 탄생할 수 있었다. 뛰어난 명성 만큼 이들 식재료 자체는 전국적으로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남원이 집중 육성코자 하는 '지리산 흑돈'과 미꾸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엿본다.△ 100% 순종 버크셔 개량한 흑돈, 한미 FTA 파고 넘길 대안보통 흑돈하면 제주산 흑돈을 떠올린다. 또 토종 돼지로 잘못 안다. 물론 국내에서 자라던 돼지가 까만색이긴 했으나, 일제 강점기 이후 영국산 버크셔가 들어온 뒤 종자 관리가 안 돼 잡종이 된 상황. 그러나 지리산 흑돈은 기능성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정받은 100% 순종 버크셔만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해발 500m에 위치한 남원 운봉 일대는 맑은 공기와 물, 일교차까지 큰 뛰어난 자연환경이다. 지리산 흑돈을 내놓은 다산육종 박화춘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몸에 축적되지 않은 불포화 지방 함량을 높이면서 쉽게 분해 돼 몸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개량했다. 흑돈 성장 단계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고, 발육이 부진한 돼지들에겐 유산균 음료까지 특식으로 제공한 결과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불포화 지방이 적당히 끼면서 촉촉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개량해 짜지 않고 담백하다는 평. 박화춘 박사는 2006년 '지리산 흑돈'으로 상표등록을 하고 단가를 더 싸게 내놓으라는 유통업자들을 설득해 다른 돼지고기보다 2배 정도 비싸게 팔았다. 건강까지 생각한 친환경 먹거리(슬로푸드)로 고급화시키자는 것.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향이 강한 편이라 굽기 외에도 고추장간장 양념을 곁들이고 탕으로도 조리가 가능해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박 박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인 삼겹살 대신에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를 자연 발효시켜 '발효생햄'을 내놨다. 2000년 전부터 유럽에서 먹어온 이 발효생햄은 스페인의 하몽과 이탈리아의 파르마, 미국 컨추리햄과 같은 최고급 햄으로 간주된다. 발효생햄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9~12개월 동안 그늘진 곳에서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 게 특징. 흑돈 뒷다리가 거꾸로 매달아 자연 발효 시킨다. 신기한 대목은 발효가 되면서 지방이 고기로 흘러 들어가 자연스러운 마블링이 생긴다는 것이다. 발효생햄을 제조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솔마당 오인숙 대표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술 지도를 받아 천연 소금과 허브를 첨가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했다. 자연 발효시키면 수분이 30~35% 밖에 남질 않아 '드라이 햄'으로도 알려진 이 발효생햄을 먹어본 소비자들은 "오래 기다려 숙성시킨 덕분에 풍미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개 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발효생햄을 보아온 소비자들에겐 국내산은 품질이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뒤늦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 더 고소한 미꾸리, 치어 통해 생산량 높이는 게 과제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다르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추어탕 음식점을 운영하는 대표들도 육안으로 이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추어탕은 미꾸리와 미꾸라지로 끓이는 탕이 맞다. 하지만 미꾸리로 탕을 끓이면 더 고소하고 담백해 콩가루나 들깨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도 될 정도. 그래서 추어탕이 유명한 남원은 일찍부터 미꾸라지가 아닌 미꾸리 생산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림식품부의 향토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남원시는 지난해까지 3년 동안 30억을 들여 추어 브랜드 사업단을 꾸려 미꾸리 양식장을 건립하고 추어탕 가공 기술을 지원해왔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어떻게 다를까. 생물학적으론 다른 종이나, 일반적으론 미꾸리로 통칭해 불린다. 둘 다 입가에 수염이 있고 비늘이 없는 대신 미끌미끌하며 어둠을 좋아하고 가물거나 겨울이 되면 흙 속으로 들어가 동면을 한다. 몸통이 약간 둥그스럼하고 뼈가 연하고 맛이 고소한 미꾸리는 '둥글이'라고 불리고, 세로로 납작하나 뼈가 억세고 팔딱팔딱 거리는 미꾸라지는 '납작이' 혹은 '넙죽이'라 불린다. 대개 추어탕 하면 미꾸라지로 끓인다고 알려진 것은 미꾸라지가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라서다. 치어를 받아와 15㎝로 키우려면 미꾸라지는 1년, 미꾸리는 2년은 족히 넘겨야 한다. 게다가 미꾸라지는 1㎏당 1만8000원, 미꾸리는 1만9000원으로 미꾸리가 더 비싸다. 결국 양식업체는 미꾸라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추어탕음식점은 미꾸라지로 탕을 끓이게 된 것. '남원 추어요리 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유해조씨는 "추어탕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래도 미꾸리를 선호한다"면서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른들이 추어탕을 먹으면서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남원에서 추어탕이 유명해진 이유는 섬진강 지류에서 미꾸리나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던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원 운봉과 인월 등에서 많이 재배됐던, 추어탕에 들어가는 무시래기 생산도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원 추어탕집의 원조는 1950년대 남원 광한루 일대 우시장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새집 추어탕'과 '3대 원조 할매 추어탕'이 생긴 뒤 장사가 잘 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저곳에서 가게가 생겨났다. 광한루원 정문 일대에 형성된 추어탕 골목에서 추어탕만 파는 가게는 22곳, 다른 음식과 함께 파는 곳만 해도 35곳이나 된다. 하지만 상당수 가게가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남원 농기센터의 미꾸리 치어를 양식으로 받는 음식점은 4~5곳에 불과하다. 남원 농기센터 현장지원과 추어 육성을 담당하는 정의균 주무관은 "미꾸리 생산량이 적은 것은 생산기술이 체계화 돼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인공 부화 시설을 갖춘 시설식은 영세한 농가에겐 부담이 크고 생산량 증대는 아직 검증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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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29 23:02

지리산 흑돈으로 인생 2막 연 박화춘 박사 "새로운 가치를 파는 농업 활성화 앞장"

"어이, 박박사!"'지리산 흑돈'을 내놓은 다산육종 대표인 박화춘 박사(50사진)의 호칭이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가축육종학을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 평생 직장으로 불리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농협중앙회를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프라이드 농업'을 주창했다. "귀농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어요. 취미로라면 몰라도 입에 '풀칠'할 정도 되려면 생각부터 아예 딴 사람이 돼야 할 겁니다. 단순히 농산물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파는 농업인이 되자는 겁니다."그의 귀농 생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축산 관련 설비 구입부터 행정 절차까지 몸으로 부딪치며 현장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3년의 준비 끝에 건립한 농장을 통해 그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돼지고기의 고급화. 한때 '똥돼지'라 불렸으나 맛이 좋기로 소문난 돼지를 개량해 고급화하는 것이었다. 2008년 다산육종을 포함한 이 지역 16개 농가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흑돈클러스터사업'에 선정된 것은 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재 남원시 운봉읍 가산리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다산육종 농장은 흑돼지 1만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3246㎡(982평)으로 시작한 돈사가 1만2231㎡(3700평)에 이른다. 최근에는 '주식회사 지리산'을 만들어 흑돈으로 만든 돈가스스테이크 등을 내놓아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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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29 23:02

정읍 양하·봉동 생강 - 독특하고 강한 향·맛에 '양념재료의 감초'

지역 식재료 중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하는 양념 중 하나가 생강이다. 고려시대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생강은 완주군 봉동읍이 유명한 주산지다. 1300년 전 중국의 사신으로 갔다가 생강을 얻어와 봉동에 심은 게 기원이 됐다는 설(說)도 있다. 재래종 품종에 '봉동 재래'라는 명칭이 붙었다. 특히 봉동 생강은 유난히 뿌리가 크고 포도당 함량이 높은 데다 매운 맛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강은 강한 향을 지녔으면서도 다른 음식을 만나면 자신의 색을 없애는 대신 전혀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추어탕보신탕 등과 같이 생선과 육류의 비린내를 잡아주며, 수정과식혜한과 등에 쓰인다. 완주군은 봉동농협을 통해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에 졸여 말린 편강, 복분바 추출물을 곁들인 복분자 맛 편강, 감귤 추출물을 가미한 감귤 맛 편강 등으로 간식용 등으로 내놓고 있다. 생강과 비슷한 향을 지녔으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읍 양하('양엣간','양회' 등)는 열대식물인 탓에 제주도와 정읍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읍 산외면 일대 산기슭이나 밭두렁 등에 자라고 있는 양하는 독특한 향으로 호불호가 분명한 탓에 거의 홀대받고 있는 형국. 생으로 먹으면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지만, 고기와는 찰떡궁합을 자랑해 산적 사이에 끼워 먹으면 쌉싸래한 뒷맛이 일품이다. 봄 혹은 가을에 검지 손가락만한 꽃잎을 잘라 나물로 부쳐 먹고 줄기는 된장국이나 맑은 생선국에 넣으면 풍미를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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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22 23:02

④ 정읍 녹두·고창 보리 - 탁월한 웰빙식품…영농 규모화 과제

△ 손이 많이 가는 정읍 녹두, 건강식 재료로 엄지손가락 순천 방향으로 빠지는 호남고속도로를 타다 보면 이색 휴게소가 나온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이름을 딴 '녹두장군'에 착안한 정읍녹두장군휴게소다. 여기서는 지역 특산물인 녹두를 활용한 전떡죽식혜 등이 나온다. 체구가 작았으나 결기가 강한 전봉준과 녹두는 사뭇 닮았다. 녹두가 국내 작물이고, 녹두장군의 고장인 정읍에서 녹두 재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러나 오산이다. 녹두의 본래 원산지는 인도. 농업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부여 부소산의 백제 군창지에서 녹두와 팥이 출토된 것으로 미뤄 볼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읍농기센터에 문의해본 결과 최근 녹두를 규모 있게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손이 많이 가서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녹두는 키만 크고 열매는 부실한 편. 밑에서부터 차례로 꽃이 피고 꼬투리가 달리는데, 완전히 익은 것을 그냥 두면 꼬투리가 터져 자그만 콩알이 쉽게 흩어진다. 익었다 싶을 때 손으로 직접 따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든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녹두는 여름 작물 중 파종기간이 가장 길다. 팥보다 늦게 심기에도 적당해 봄에 심었던 작물이 가뭄 등으로 실패했을 때 대체 작물로 심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농업진흥청이 기계로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도록 개량한 신품종 '다현녹두'를 내놓기도 했으나, 대중화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지난해 처음으로 밭 2만6446㎡(8000 평)에 다현녹두를 보리와 이모작하고 있는 은병규(55정읍 고부군 고부리)씨는 "기계로 재배할 수 있어 일손이 많이 들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올해 태풍 피해가 심해 손익분기점을 낼 수 없으나, 전남의 경우 지난해 1㎏당 1만7000~8000원 정도 팔렸던 만큼 가격 경쟁력은 있는 품목"이라고 자신했다. 이렇게 생산되는 녹두는 싹을 틔워 숙주나물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대량 소비되며, 일부는 고급 음식점이나 병원 등에서 사간다.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기를 보완하고 열독을 없애는 데 특효가 있다. 녹두를 불려서 갈아 노릇노릇하게 부쳐낸 녹두전, 녹두와 쌀과 갈아서 자작자작하게 끓인 녹두죽, 녹두를 갈아 앙금을 내려 얻은 녹말로 쑤어낸 청포묵 등이 녹두를 활용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이 땅의 척박한 춘궁기를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보리가 한때 혼식 장려 덕에 눈칫밥을 먹었지만 요즘은 애써 찾는 웰빙식품이 됐다. 그러나 좋은 녹두를 구하기는 힘드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 알곡이 굵고 맛있는 고창 밭보리갈수록 생산량 줄고, 상품 개발 한계보리 살리기 운동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올해는 전국 보리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2.6%가 줄었다. 한반도 음식 역사에서 밀과 보리의 중요도를 비교하면, 언제나 보리가 앞섰다. 고려시대부터 보리는 대맥(大麥), 밀을 소맥(小麥)이라 분류됐을 정도로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치자면 보리가 갑에 해당됐다. 1970년대 이후 쌀이 자급자족으로 생산되자, 대체 알곡이었던 보리 재배 면적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밥맛의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보리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나 보리는 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병충해가 붙지 않아 농약에 안전하고, 쌀에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보리는 찰기가 많은 찰보리 계통이 재배 면적의 70~80%를 차지한다. 찰기가 적은 메보리는 보리차 같은 가공용이나 맥주 가공용으로 재배되나, 찰보리는 밥을 섞는 것 외에 보리빵이나 보리국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남 영광과 해남 등에서도 재배되는 보리 중 고창 보리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은 대개 밭보리여서 알곡이 굵고 맛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단백질무기질 등이 고루 포함된 보리엔 특히 섬유소가 쌀 보다 10배 이상 많아 장의 원활한 운동도 돕는다. 게다가 보리는 쌀과 함께 밥을 하면 다소 밋밋한 맛이 줄고, 어린 보리 싹을 쓰는 보리개떡이나 제분을 한 보리빵 맛은 밀빵에 비해 고소하다. 보리 싹을 틔워 바짝 말린 뒤 빻아 쓰는 엿기름이나 여름철 보리미숫가루는 시원한 음료로 권할 만하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보리밥빵 등은 여전히 별식에 가깝다. 보리 생산량이 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고창군은 매년 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일부 영세기업마저도 보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예로 고창의 농업회사법인'청맥'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흑보리로 커피를 만든다. 본격 시판을 앞둔 보리 커피는 지난해 3000억을 돌파한 커피 시장과 연계시켜 카페인 없는 커피로 적극 홍보 중. 하지만 보리 커피만으론 커피 고유의 향이나 맛을 즐길 순 없고, 원두커피와 섞어 마셔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한국음식관광축제 국내기업관에서 보리 커피를 시음해본 소비자들은 "아메리카노와 맛이 비슷한데, 고소하면서도 쓰다"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상품으로 접목된 보리가 시민들의 식탁과 생활에 안착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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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22 23:02

③ 군산 울외·순창 고추장 장아찌 -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 ' 밥도둑' 납시오~

장아찌와 같은 발효보존식품은 요리사가 아니라 세월과 바람이 만드는 것이다. '발효 과학'에 가까운 장아찌는 어떤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유지하고, 오래 둬도 상하지 않으며,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명품 음식, 지역의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지역 식재료로 만든 짭짤한 밥도둑 장아찌를 소개한다. 다소 희귀한 박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인 울외와 깊은 맛을 자랑하는 순창의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다.△ 술지게미로 발효시킨 울외 장아찌 밑반찬 울외를 처음 본 사람들은 호박인지 오이인지 헷갈려한다. 기다란 모양과 푸르스름한 색깔 때문이다.'백과'(白瓜)로도 불리는 울외는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어린 열매는 녹색을 띄나 익을수록 흰색이 나타난다. 군산은 울외의 전국 생산량 60~70%를 차지한다. 울외가 군산처럼 습기가 많고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서다. 울외의 가공 방법은 술지게미 절임. 술지게미는 청주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다. 군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울외 생산지가 된 이유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항구를 끼고 있다 보니 일본에서 생산된 울외 장아찌가 쉽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더구나 쌀을 원료로 청주 양조장이 당시 군산에만 있어 술지게미를 활용한 울외 장아찌가 만들어지기 쉬웠던 것. 현재 군산에는 술지게미 절임으로 울외를 가공하는 공장이 20여 곳이나 된다. 실제로 청주 양조장이 많은 일본 나라(奈良) 지역 역시 술지게미를 활용해 채소를 절여 먹는 식품이 발달했다. 울외를 '나라즈케'로 불리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곳에서 나온 울외 장아찌가 유명해서다. 울외는 오이와 비슷한 향이 나서 생으로 씹으면 아삭아삭하다. 하지만 단맛이 없고 밍밍해 식감이 떨어지는 편. 참외나 오이처럼 깎아 먹기 보다는 절임 형태로 먹는 이유다. 울외 가공법은 반을 잘라 씨앗을 훑어낸 뒤 천일염으로 하룻밤을 재워 다시 물로 씻어 꾸덕하게 말린다. 잘 건조된 울외를 설탕을 넣은 술지게미에 두면 장아찌가 되는 것. 일본에서는 술지게미를 세 번 바꿔가며 몇 년 간 숙성시키지만, 한국에서는 한 두 번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 3대 째 울외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황정안 삼학식품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대개 햇것(신선한 것)을 선호하다 보니 오래 묵힌 것을 내놓으면 잘 시판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삼학식품은 일본식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술지게미를 두 번 정도 바꿔 발효시켜 깊은 맛이 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명품으로 통하는 울외 장아찌는 국내에선 소규모로 생산되는 데다 조리법이 표준화 되지 못해 대중화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 메주 가루로 숙성시킨 순창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 고추장은 매우면서도 달착지근한, 감칠맛의 세계로 이끄는 우리 밥상 음식에 안 들어갈 때가 없는 주된 양념이다. 조선시대 영조는 순창이 본관인 조종부가 만든 고추장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였다. 숙종의 어의 이시필이 쓴 '소문사설'에는 순창 고추장은 메주를 쓰지 않고 그 속에 전복대하 등 어패류를 넣어 삭혀 만든, 장조림 혹은 장아찌 같은 음식에 가깝다고 기록됐다.순창 고추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이유는 깨끗한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수와 사계절 습기가 많은 분지로 둘러싸인 환경이 고추장 발효균을 활성화시키기에 적당해서다. 박영수 순창장류사업소 발효미생물 주무관은 "늦여름에 띄운 메주를 가루로 만들어 겨울에 고추장에 담그는 게 특징"이라면서 "늦여름은 메주의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꿔주는 바실러스 균이 활성화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순창 고추장의 명성이 높아지자 대기업도 순창에 식품 공장을 지어 '순창 고추장'이라는 브랜드를 팔기 시작했다. 순창군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순창 고추장 제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순창 고추장 민속 마을'을 조성한 뒤 2004년 '순창 전통 고추장'의 지리적 표시를 등록했다. 현재 이 마을에는 54가구(39곳 영업)가 고춧가루와 콩쌀 등 모든 재료를 순창의 농가에서 공동 구매를 한 뒤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추장을 담그고 있다. 순창 고추장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최소한 8개월 이상 발효 기간을 거쳐 제대로 숙성시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추장 소스'에 가까운 공장 고추장이 1㎏당 5000원이면,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의 고추장은 1㎏당 2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편. 박영수 주무관은 "학교 급식이나 군 부대에 납품하고 싶어도 단가가 맞질 않아서 못한다"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면서 맛있고 품질이 좋은 식품을 내놓길 원하지만, 그러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곳 민속마을에서는 순창 고추장을 응용한 장아찌가 인기 상품이다. 특히 소금에 절여 씨앗(매실감마늘무 등)을 뺀 뒤 설탕에 재운 장아찌 원료에 2~3년 동안(3~4개월 주기) 새로운 고추장을 바꿔 넣는 과정을 반복해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드러나 서울 롯데호텔(본점잠실점)과 대구 인터불고 호텔(본점 등 3곳) 등에 납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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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15 23:02

울외 장아찌 3代째 만드는 황정완 삼학식품 대표 "오래 삭혀야 제맛"

울외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작품이다. 그러나 3대 째 울외로 장아찌를 만들어 가공 공장을 운영 중인 황정완 삼학식품 대표(45)에게는 효자 상품이다. "조금만 더 달면 참외처럼 깎아 먹어도 좋을 텐데. 장아찌로만 내놓는 게 아쉽긴 합니다."외할머니 어깨 너머로 보던 울외 장아찌 만드는 법을 배웠던 어머니에 이어 그가 2004년 바통을 넘겨 받으면서 장아찌의 맛이 현대인 입맛에 맞게 변화됐다. 짠맛이 유독 강하던 울외 장아찌는 다소 싱거워진 편. 청주 양조장에서 나온 술지게미는 울외 장아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하지만 울외가 고소득 작목으로 인식되면서 울외 공장이 늘어 술지게미 구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 "1년 동안 얼마를 생산해야 겠다고 계획을 세워도, 술지게미가 제때 나오지 않아 수출을 포기한 적도 있어요. 아무리 좋은 울외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지게미를 구하지 못하면 쉽게 물러지거든요."특히 일본식으로 술지게미를 여러 차례 바꿔주면서 숙성시키는 법을 고수하고 있는 황 대표는 국내 사람들이 이 맛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오래 삭힌 곰삭은 맛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신선한 것을 좋아해 더 오래 삭힌 것은 잘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이 품질 좋은 울외 장아찌는 물가가 비싼 일본에선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명품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 같은 울외 장아찌라 하더라도 맛이 제각각 달라요. 울외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다른 공장이 소규모인 데다, 조리법이 체계화 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울외 장아찌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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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15 23:02

② 김제 찐 쌀(올벼쌀) 완주 흑곶감 - 자연이 만든 깊은 맛…'영양도 듬뿍'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마따나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다."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가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업의 값싼 먹을거리를 선택하면서 소비자는 재벌 중심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먹는 김제 '찐 쌀'(올벼쌀)밥은 한국 음식의 중심이다. 주변의 짜고 맵고 강한 맛이 나는 반찬들을 곁들이자면 이 중심이 잘 서야 한다. 맛있는 밥을 짓자면 맛있는 쌀을 고르는 것이 순서. 지역품종재배 방법에 따라 쌀의 등급을 나누고 가격을 차별화해 놓았으나 이 맛의 차이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불변하는 사실은 '갓 도정한 쌀'이 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 싱싱한 재료일 수록 맛있다는 것은 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다. 전북은 김제의 '지평선' 등과 같은 브랜드로 고품질 쌀 생산을 주도해왔다. 김제 일부 농가는 2001년부터 '올벼쌀' 생산을 통해 우리 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올벼쌀'은 일찍 수확한 햅쌀을 주 원료로 약 80~85% 정도 익었을 때 가마솥 수증기로 쪄서 현미로 도정해 고소한 맛을 내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한 것. 일부 농가가 설립한 '벽골제영농조합법인'은 명맥만 이어오던 올벼쌀을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농약을 전혀 하지 않은 '무농약 올벼쌀'로 특허 출원(2002)까지 해놨다. 임경식 벽골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현대인들의 간편한 아침 식사는 물론 등산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는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연간 매출액은 환산할 순 없으나, 김제지평선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도 매출액이 350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은 무농약 올벼쌀 생산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 보성의 올벼쌀 생산에 밀리고 있다. 전남은 1990년대부터 올벼쌀 생산에 눈을 돌린 뒤 2002년부터 지자체 지원으로 보성농업협동조합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춰 연간 520톤을 생산, 연간 매출액은 20억에 이른다. 보성 올벼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71호)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 등을 토대로 전국 농협을 통해 판매망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2005년부터 식품연구원과 연구를 거듭해 '항충치 올벼쌀'과 '올벼 스낵바' 등을 내놓기도 했다. 올벼쌀에 충치를 막아주는 물질을 코팅한 '황충치 올벼쌀'은 고소하고 쫀득거리던 기존의 맛에 단맛이 첨가됐고, '올벼 스낵바'는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생산이 중단됐다. 최근엔 1회용 커피믹스처럼 휴대하면서 먹도록 10개 씩 묶음 상품으로 내놓는 '부드러운 백자골 올벼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 건조해 더욱 달고 쫀득쫀득한 흑곶감완주군의 특화 작물은 뭐니뭐니 해도 감이다. 완주 동상비봉화산운주 등은 연평균 온도가 적당하고, 토질이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아 떫은 감의 재배지로 최적으로 꼽힌다. 또 일교차가 심한 날씨는 감을 말리고 숙성하는 데 유리하다. 완주 감 산업의 8할은 고부가 상품인 곶감이 차지했으나, 지자체와 식품 연구소가공업체 등이 손을 잡고 감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면서 감잎차조청감식초 등 감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농가의 고소득 작물은 여전히 곶감이 차지하고 있다. 완주 고산비봉면 등에서 나오는 '두레시'는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아 연시(홍시) 혹은 곶감으로 이용되는 반면 완주 동상면의 '고종시'는 크기가 작고 씨가 거의 없는 것으로 곶감 및 감식초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곶감 시장을 상당 부분 접수한 상주의 곶감은 곰팡이가 피거나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유황 훈증'을 한 곶감이라는 점에서 완주의 흑곶감과 대비된다. 감을 유황에 쏘였을 때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표면을 코팅하면서 병균 침입은 물론 산화까지 막아 색이 검게 변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주에서는 기후에 따라 곶감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색도 검게 변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연 건조를 고집하고 있다. 고산농협 이동원 과장은 "'완주 흑곶감'은 물이 많은 두레시를 깎아 자연 상태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검붉은 색을 띠지만 겉이 얇고 말랑말랑해 젤리를 씹는 것처럼 쫀득쫀득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곶감은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계 건조 곶감은 당도만 높을 뿐 곶감 고유의 향이 없는 반면 자연에서 건조한 곶감은 곶감에서 나는 발효의 향이 있다고도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차경옥 전주시 한스타일관광과 한식담당자 - "지역 식재료 끊임없이 발굴, 문화상품화해야"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은 반갑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식자재를 브랜드화 하기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단 행정에서 국가 공모 사업을 응모해 보면,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가공상품이 나올 수 있는 산업에만 지원이 이뤄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효가 많지 않아 시장이 좁아질대로 좁아진 식재료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킬 개연성이 줄어듭니다."한국조리기능장인 차경옥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한식 담당 주무관(49)은 지역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국가 혹은 지자체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가 농림부의 향토산업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여러 차례 도전한 미나리가 대표적인 예. 그는 "농가들이 자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미나리를 활용한 가공상품을 비롯해 미나리 꽝을 이용한 썰매장, 미나리 체험 등을 제시했으나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고, 정작 농가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농림부가 향토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 보다는 다양한 시도로 발전 가능한 식재료 혹은 향토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차 주무관은 "각 지자체가 생산하는 식재료가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보급되면서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어떤 식자재이건 선점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결국 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길은 지역 식재료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8 23:02

① 전북 음식의 현주소 - '족보'없는 전통식 고집…'그 나물에 그 밥상' 전락

전주시가 유네스코 공인 '맛의 도시'가 됐다. 유네스코가 인정한'맛의 도시'는 콜롬비아의 포파얀(2005), 중국의 청두(2010), 스웨덴의 외스테르순드(2010)로 전주는 네 번째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근'전북은 음식의 고장'이라는 평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별한 맛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온 관광객들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해서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지역 식재료의 중요성을 간과한 전북 음식의 현주소를 짚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음식 부문으로 선정된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전주비빔밥 비싸다? 근데 맛은 왜 비슷해가격이 비싸다고 비난을 받은 전주 비빕밥을 예로 들어보자. 비빔밥 업체들은 "반찬이 거의 필요 없는 값싼 비빔밥 보다는 한 상 푸짐하게 내놓는 전주 비빔밥상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을 곁들인 비빔밥 정식으로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받는 꼼수"라고 맞받아친다. 이 같은 논란의 불씨는 일부 업체들이 내놓는 비빔밥 정식에서 비롯됐으나, 사실 전주비빔밥 맛이 다른 지역의 비빔밥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오랜 불만에서 나온 것이다. 계절별 지역 식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은 제쳐두더라도 같은 식재료라 하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야 하지만 비슷비슷한 맛이라는 것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쉽게 수긍하는 바다.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주비빔밥을 옛 것 그대로 지켜온 장인들과 이미 다국적 음식을 접해본 현대인의 입맛 사이에서 충돌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역사적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비빔밥을 만드는 장인들과 그런 비빔밥이 오히려 음식을 박제화하고 있다는 반론이 공존해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전주비빔밥 맛이 다 똑같다. 비빔밥의 고장이라고 하면, 집집마다 서로 다른 비빔밥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절에 따른 식재료로 사용해 비빔을 내놓는 집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음식의 정체성 핵심은 지역의 제철 식재료2000년대 들어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인이 즐기도록 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한국 음식의 정의와 범위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은 전 세계의 식재료, 각양각색의 조리법이 동원될 수 있다. 세대에 따라 정갈한 조선 사대부 상차림부터 불판에 지글지글 삼겹살 굽고 소주를 곁들이는 왁자지껄한 판까지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음식, 더 나아가 전라도 음식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까. 음식문화가 발달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미식가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일본 음식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핵심은 그 음식을 이루고 있는 그 나라의 식재료다. 지난 9월 '제3회 문화소통포럼'에서 한국 음식의 경쟁력을 이야기한 프랑스 요리 인간문화재 에리크 트로숑은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카보(locavore) 운동'을 언급했다. '로카보 운동'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운송하는 식재료 대신 신선한 지역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먹자는 운동. 결국 프랑스 음식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핵심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란 뜻이다. 전라도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주강현 우리문화연구소 소장(제주대 석좌교수)이 2009년 전주시의 '전주 음식 스토리 개발사업'의 연구물로 펴낸 '전주 음식'(전주 음식의 DNA와 한브랜드 전략)은 슬로푸드로 간주한 전주 음식의 주된 재료인 콩을 재발견한 선례. 단순한 조리법 소개가 아닌 전주콩나물국밥과 전주 비빕밥에 쓰이는 식재료인 콩의 DNA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주 음식'의 필진으로 참여한 박경하 중앙대 교수는 당시 "미쉐린 별 세 개를 얻은 일본의 유명한 스시집 주인의 가장 관심사는 다름 아닌 쌀, 원료에 있었다. 찰진 쌀 그리고 그 쌀을 섞어주는 스시의 맛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먹을거리의 주소 성명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통 조리법에 갇힌 지역의 귀한 식재료 많아전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색다른 식재료가 많다. 고창 보리와 보리싹(봄)복분자(여름), 군산 '울외'(가을넝쿨 식물로 절임 형태)박대(겨울), 김제 찐 쌀(가을), 남원 미꾸라지와 시래기(가을), 부안 조개류(봄)와 꾸지뽕(가을), 순창 도라지(가을), 완주 고종시(곶감 홍시가을), 익산 마와 무(겨울), 임실 고추고구마(가을), 정읍 양하(생강과 비슷한 채소여름)와 녹두(가을), 진안 뽕잎(봄)과 오디머루(가을) 등이다. 그러나 지역 식재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보니, 일부 귀한 제철 식재료의 가치를 먼저 알고 싹쓸이하거나 그 종자를 가져가 자기들의 식재료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남원에서 추어탕어죽 등에 넣어 매운 맛을 내는 초피나무 열매는 우리나라에선 고추가 대신하면서 잘 쓰이지 않게 됐으나 일본에서 일찌감치 가치를 알고 한국의 종자까지 가져가 재배하고 분말화해 전 세계에 팔고 있다. 후추의 매운 맛이 나면서 독특한 아로마 향을 지니고 있어 '동양의 신비한 후추'로 여겨지는 초피는 중국 사천요리에 가미 돼 '중국식 후추'(Chinese Pepper), 일본에서는 '일본식 후추'(Japanese pepper)라고 표기해 전 세계에 뿌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외식업 관계자들이 전국의 음식 축제를 방문하는 이유가 한국에 직접 와서 식재료 생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고춧가루만 하더라도 산지별 고추의 특성, 고춧가루 분쇄 방법과 입자 크기에 맞는 맛과 향의 차이, 심지어 가짜 태양초 제조 방법까지 알 정도로 한국 식재료에 관한 정보를 꿰고 있는 업체까지 있다. △ 식재료 가치 파악정보화 콘텐츠화 필요 전북 음식의 맛이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평준화가 된 것은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 식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다소 생소하다 싶을 만큼 각 지역에서 희귀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대부분 장아찌 등과 같은 반찬 정도에 머물러 있다 보니, 그에 맞는 조리법 개발이 전혀 없는 상황. 지역 식재료로 조리법을 개선한다면 대중화, 더 나아가 세계화까지도 가능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게을리 하고 있다.더욱 문제는 이 같은 식재료에 관한 정보가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이 조금씩 언급하고 있으나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연구한 자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대목이다. 게다가 식재료에 관한 정보들이 음식업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초피나무의 열매를 사다가 음식에 응용하고 싶어도 초피의 특징, 이와 비슷한 산초나무 열매와의 차이점, 산지별 생산시기와 가공법, 보관 방법, 가격, 구매처 등에 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전북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전국 최초로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된 전주시가 힘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결국 전북 음식의 정체성을 찾자면 전북에서만 구할 수 있고, 전북에서 나는 것이 제일 맛있는 식재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맞는 고유성을 응축시킨 것인 만큼 식재료를 통해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 브랜드화를 위한 스타일 개발이나 조리법 정리 보다는 한국 식재료에 대한 가치 파악, 정보화 및 콘텐츠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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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1.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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