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 도약과 닥펄프 공장
삼성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380조 가량되는데 명실공히 대한민국 1위의 거대한 단일 기업이다. 아시아에서 3위, 전세계에서 21위에 랭크돼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이처럼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계기는 1968년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말이 전자산업이지 당시만 해도 트랜지스터 정도의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라디오, TV, 냉장고 정도의 전자산업이 오늘날 첨단 반도체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1983년 2월 8일,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런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생전에 “종이는 반도체”라는 강한 화두를 던졌다. 종이의 다양한 변용과 산업성에 주목한 이가 바로 이어령 전 장관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우수한 종이인 한지를 우리는 아직 제대로 산업화, 세계화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지는 구닥다리’라는 시각 자체를 버리고, 전북의 미래먹거리로 보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주한지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 한지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교황청이 소장 중인 ‘113년 전 고종황제가 교황에게 보낸 편지’ 복본을 전주한지로 만들지 않았던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에도 전주한지가 쓰였다. 구한말 러시아 정책보고서 ‘한국지’는 전주한지에 대해 “한국의 제지업은 중국인을 능가하고 있다. 종이 쓰임새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산, 양산, 비를 가리는 모자, 병복, 가방을 만든다. 러시아 판지보다 질기며 견고하다.” 전주한지는 100년 전 이미 세계 명품이었다. 하지만 후손들이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전주한지는 예술성, 산업성 모두 한계가 없는 종이임에 틀림없다. 그 명성을 살리려면 당장 한지원료 닥펄프 가공공장을 건립해야 한다. 한지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인 닥나무이다. 전통한지 국내산 닥나무 연간 필요량은 847톤인데 국내 한지 생산량은 230톤에 불과해 부족분 617톤은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한지 부분까지 포함한 연간 총 닥펄프 필요량은 4,000톤이나 된다. 국내산 닥은 보존용지 또는 고가의 주문형 전통한지에 소요되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산업용 한지의 경우 90% 가량 수입닥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닥은 전주, 완주, 경기 가평, 강원도 일원, 경북 영주, 예천, 문경 등지에서 생산된다. 결론은 닥펄프 가공공장을 만들어야만 된다. 닥나무 재배지는 전주시에 8,800평, 완주군에 6,000평, 익산 왕궁리에 30,000평,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새만금 수목원, 산림조합중앙회 부지 등에 약 5만평을 확보한 상태다. 핵심은 닥나무 재배가 아니라 닥펄프 공장이라는 한지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