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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 울지마 푸바오

족적(足跡)은 말 그대로 발이 걸어온 자취를 의미하는데 짧은 삶에 그친 사람도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천수를 누리고도 훗날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 지위나 재산 여부를 떠나 그 사람에겐 따뜻한 삶의 향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흔히 에비타 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마리아 에바 두아르테 데 페론(1919∼1952). 그는 아르헨티나 페론의 두 번째 부인인데 1952년 33살때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영부인을 지냈다. 그의 이야기는 마돈나 주연의 영화에 등장한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로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에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데 영부인이 돼서도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않고 늘 어려운 이들의 벗이 된 까닭에 별세한지 반세기가 지났으나 지금도 그에대한 추모열기는 뜨겁다. 의료대란으로 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엄청 커졌다. 이때 떠오르는 영화 하나가 있으니 바로 ‘울지마 톤즈’(Don't cry for me Sudan)다.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2010년 9월 9일에 개봉했다. 불과 48세의 나이로 영면한 그는 가히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할만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가 돼 잘먹고 잘살수 있었으나 그는 아프리카에 뛰어들어 불꽃처럼 살다갔다. 세상과 하직한지 14년이 지났으나 이태석 신부가 남긴 메시지는 지금도 세상을 진동시킨다. 요즘 대한민국과 중국 최대의 화두는 바로 판다 푸바오.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가 푸바오를 애지중지 돌봐온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푸바오의 인기는 중국에서도 폭발 직전이다. 작년 여름 푸바오가 중국 현지 판다들을 제치고 인기 판다 순위 1위에 올랐다.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사이에서 자연번식으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국내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 판다인 푸바오는 그간 에버랜드에서 생활하면서 '용인 푸씨'나 '푸뚠뚠' 등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협정에 따라 푸바오는 3일 수많은 팬들의 배웅을 받으며 전세기를 타고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 워룽선수핑 기지로 갔다. 푸바오큰할부지 강철원 사육사와 작은할부지 송영관 사육사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동물에게도 성심을 다해 보살피는 이들 사육사들의 사랑과 열정이 울림을 준다. 갈등(葛藤)의 원래 의미는 칡과 등나무를 말한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는 성질이 있기에 복잡하게 얽히는데,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비유한다. 제22대 총선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극단에 이른 갈등이 과연 어떤 식으로 봉합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극단의 갈등 상황에 이른 요즘 톤즈와 푸바오처럼 시민들에게 가슴뭉클한 사연을 전해줄 이는 과연 없는 것인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4.03 15:20

대통령의 연설 혹은 담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강원국 씨는 청와대를 나온 뒤 ‘대통령의 글쓰기’를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란 부제를 달았는데, 그 이유를 “두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8년 동안의 배움에 대한 감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연설비서관은 대단한 식견과 글솜씨 재주가 빼어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두 가지 능력을 다 갖춘 연설비서관은 오히려 좋은 연설문을 쓰지 못한단다. 대통령의 글이 아니라 자기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를 만난 덕분에 두 대통령의 분명한 생각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는 그는 문체까지도 그러했으니 글솜씨도 필요 없고 성실하게 말귀만 알아들으면 되었다고 했다. 사실 좋은 연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두 대통령은 글의 수준도 빼어났다. 그러나 스타일은 달랐다. 김 대통령은 연설문 원고를 일일이 수정하고 다듬고, 고쳐서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녹음해 돌려주었다. 노 대통령은 직접 글을 쓴 사람을 만나 지적하고 수정하며, 좋은 생각이 나면 연설 직전까지도 다시 더했다. 이런 두 대통령 덕분에 강 비서관은 좋은 글쓰기의 비법을 얻게 됐다.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비법의 중심은 배려와 공감이었다. 돌아보면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존 F. 케네디의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1963년>,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여정-1994> 등 역사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 대통령들의 명연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이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며 자신들의 철학을 담아 소통하고 감동을 전한 연설이다.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첫 연설도 섬세하고 명쾌한 문장에 열정과 감동을 담아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명연설로 평가받는다. 그 연설에 담겼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이제 오바마의 상징이 되었다. 총선을 앞둔 지난 1일,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불러온 <의과대학 정원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게 하는 연설을 기대했던 때문일까. 그 내용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리더십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게리 윌스는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연설이 갖는 진정한 힘도 배려와 대화, 소통에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4.02 14:51

‘구십춘광(九十春光)’⋯ 청년의 기준

하루하루 봄날이 가고 있다. 멋지고 화려한 날은 항상 짧다. 한창 물오른 인생의 봄도, 계절의 여왕 봄도 그래서 더 아쉽다. ‘구십춘광(九十春光)’이란 말이 있다. 구십일, 즉 석 달 동안의 화창한 봄빛을 일컫는 말로, 청나라의 시인 오석기(吳錫麒)의 시 ‘송춘(送春)’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는 아흔 살에도 봄빛처럼 활기찬 모습, 즉 노인의 마음이 청년 같음을 이르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푸르른 봄을 뜻하는 ‘청춘(靑春)’은 곧 인생의 청년기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생동하는 인생의 봄, 청년은 과연 몇 살까지 일까? 최근 청년의 나이 기준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청회까지 열면서 이를 공론화했다. 사실 ‘청년’을 나이로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땅한 잣대도 없다. 수명 연장의 시대, 청년의 연령 범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면서 법률과 조례를 통해 지원 대상을 나이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논란이 생겼다. 지역별, 연령대별로 상황과 입장이 크게 달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청년정책을 담은 각 법령과 자치법규마다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한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나이를 19세~34세로 정의해 놓고,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그 연령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이러다보니 전국 각 지자체별로 조례에 규정된 청년의 기준 연령이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지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인구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의 연령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농촌지역과 젊은층이 몰리는 대도시가 청년정책 지원 대상을 같은 잣대로 설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주시가 청년의 연령을 18세~39세, 장수군은 15세~49세로 설정해 차이를 보인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생물학적 나이와는 거리가 있다. 100세 시대, 농어촌의 인구구조가 더 기형적으로 변화하면 조례상 청년의 나이는 지금보다 더 상향될 지도 모른다. 생애주기 구분에서 ‘신중년’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몇 년 전부터 사용된 이 정책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해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 일을 찾고 있는 50~60대의 과도기 세대를 지칭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정부가 고용정책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현재 65세로 정해져 있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측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환갑잔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정책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인생의 봄인 청년의 기준을 예전처럼 20~30대로 한정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4.01 13:12

똑똑한 국회의원이 필요

이번 총선을 예전처럼 하나의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면서 치르면 안 된다. 그 이유는 그간 지역정서에 매몰돼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만든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으로 여겨 항상 현역들은 공천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다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니까 새만금사업은 30년 넘게 희망고문이 되었고 전국 꼴찌라는 낙후 꼬리표만 붙었다. 전북은 보수정권이 집권할 때는 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재 등용은 물론 국가 예산을 배분할 때마다 지역 홀대를 가져왔고 DJ 노무현 문재인 진보 정권 때는 똑똑하고 야무진 국회의원들이 없어 자기 몫을 챙겨오지 못했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KTX가 강릉까지 가는 바람에 서울 사람들의 놀이터로 뒤바뀌면서 상전벽해를 이뤘다. 여수는 엑스포 개최를 통해 관광도시로 변모, 밤마다 여수 밤바다를 읊조리며 소주를 마셔대는 바람에 돈방석에 앉았다.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하면서 청주시가 청주공항을 통해 중부권 허브 역할을 톡톡하게 하면서 오송이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부각, 지역 발전을 선도한다. 전남은 신안군의 천사의섬 퍼플섬이 연륙교가 가설되면서 관광도시로 변했고 서해안 고속도로가 인천서 목포까지 뚫리면서 전남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지역이 발전한 것은 유능한 정치지도자들이 여야에 포진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산의 경우 여야 국회의원들이 실컷 싸우다가도 지역 문제가 생기면 한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가 있었다. 전북은 그간 국회의원들이 말로만 원팀 운운했지 실제로는 각자도생하기에 급급했다. 좀 잘 나간다 싶으면 뒤에서 밀어주기는커녕 뒷다리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기보다는 다음 공천을 받으려고 당 대표한테 충성 경쟁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잼버리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쳐 씌우면서 전북도민의 자존심을 그렇게 짓밟아놨는데도 그 누구 하나 즉각 목에 방울 달고 윤석열 정권을 향해 싸운 적이 있었던가. 나중에 출향인사를 포함 애향운동본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들고 일어서자 그때서야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궐기대회장서 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때도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회로 넘긴 당초안에 전북 1석이 줄어든 것으로 돼 있어 도민들이 궐기하다시피 해서 현행대로 유지했던 것. 이 문제는 민주당에 말발이 제대로 선 전북 국회의원 한 명만 있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보다 인구감소가 많은 경남북과 전남은 아예 처음부터 손도 대지 않은 것에서 전북 국회의원의 무능함을 엿볼 수가 있었다. 선거 9일 남겨놓고 마치 선거가 끝난 것처럼 인식한 것은 잘못이다. 지금부터 각 당의 후보들을 꼼꼼하게 살펴서 누가 더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후보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여야가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전북 발전은 백년하청이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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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3.31 17:09

빛바랜 공로연수

퇴직을 앞둔 지방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준비를 위해 도입된 공로연수제가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궤도이탈 함으로써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악용됨에 따라 ‘유통 기한’ 이 이미 지났다고 시선이 곱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십 억원의 세금 낭비,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시비는 물론 ‘무노동 무임금’ 의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 첫 도입 당시와는 급격하게 달라진 사회 변화만큼 이 제도 운영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초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정년 연장과 맞물려 존폐 여부도 도마에 올라 있다. 최근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와 관련해 밝힌 개선 방향이 다시 쟁점을 소환했다. 그는 일단 월급을 받고도 무보직 쉬는 형태의 공로연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선 하반기 현행 1년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 60세 정정한 나이 일터를 떠나야한다는 당사자들의 마뜩찮은 반응과 함께 인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후배 길을 터 줘야 한다는 현실론도 무시 못한다. 이를 둘러싼 조직내 갈등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한때는 공로 연수자를 위한 사무실이 별도로 마련돼 해외연수에 가족 동반 허용은 물론 경비 지원까지 서슴지 않아 ‘놀고 먹는’ 공직사회 부정 이미지를 덧칠하기도 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공로연수의 업그레이드 작업은 자치단체의 지속적인 노력를 통해 계속돼왔다. 비교적 변화 속도가 더딘 공직사회에 디지털 시대의 빠른 사회 흐름을 접목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중앙정부 각 부처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공로연수를 폐지해왔다. 지방에선 처음으로 2022년 충남도청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전면 폐지 방침을 밝혔으나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잠정 보류됐다. 그 대안으로 60세 정년은 지키되, 공로연수 희망자에 한해 연수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행자부도 2016년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인사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공로연수는 별다른 법적 지위가 없는 만큼 자치단체장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다. 최근 고령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사회문제화 되자 노인 연령도 현행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무엇보다 공로연수 대상자와의 공감대가 먼저다.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회적응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20년 이상 쌓아온 행정 경험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의 의미를 배가시키자는 뜻이다. 실제로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은퇴자들이 금융기관이나 공익단체에서 하루 3-4시간씩 파트타임 근무를 통해 민원 처리 도우미 역할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3.28 17:46

국회이전과 지역균형발전

중국 7대 고도는 난징, 뤄양, 베이징, 시안, 안양, 카이펑, 항저우를 꼽는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 역사 100년을 알고 싶으면 상하이에 가고, 1000년을 이해하려면 베이징에 가고, 3000년을 이해하려면 시안에 가라고 한다.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시안(장안), 현재 수도인 베이징, 국제금융상업도시인 상하이가 갖는 의미를 짐작케 한다. 일본의 경우 토쿄, 오사카, 교토 등이 명실공히 역사적 의미를 갖는 3대 도시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경주와 개경, 서울, 평양 등이 수도였는데 오늘날 수도 서울이 갖는 의미는 거의 절대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때 수도 이전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으나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인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관습헌법’ 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등장,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거의 갖춰가고 있는데 청와대나 국회, 정부 주요 부처가 아직도 서울에 있기 때문에 반쪽짜리 행정수도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2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고, 세종을 정치행정도시로 완성하겠다는 거다. 서울의 개발욕구와 지역 균형발전에 목마른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카드인데 파급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대놓고 찬성도 반대도 하기 어려운 입장인데, 특이한 것은 조국 대표가 한동훈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피력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수도 이전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 대표는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에 대해 찬성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노 전 대통령 때 추진하다가 관습헌법으로 무산된 수도 이전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 각종 사법, 사정기관도 이전해야 한다고 한발 더 나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남아공은 여러 종족들이 합쳐 나라를 세운 관계로 입법, 사법, 행정 등 수도가 3개 있다"며 "세종시를 입법 수도로 하고 국회를 모두 이전하는 게 맞는 결정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참에 사법 수도도 대법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게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입법 수도, 사법 수도, 행정 수도를 각각 다른 곳에 두는 것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권심판과 야당심판이라는 정치적 구호만 있을뿐 정작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대안제시가 전무했는데 선거 막바지 국회와 대법원 이전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휘발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한채 국가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에 와 있다는 거다. 식물의 생산량은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무기성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게 바로 리비히의 법칙(Liebig’s law)이다. 비단 식물의 생장에서 뿐 아니라 국가발전도 가장 취약하고 소량으로 존재하고 있는 임계 원소에 의해 달라진다. 전북이 바로 리비히가 말한 임계 원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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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3.27 14:55

목욕탕과 빨래방

199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프로젝트가 무주에서 시작됐다. 10년여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이 무주 일원에 30여 개의 공공건축물을 들여놓는 대장정 프로젝트였다. 새롭게 변신한 군청사를 비롯해 무주공설운동장의 등나무 관중석, 세상에서 가장 밝은 납골당이 자리한 추모의집, 천 원짜리 목욕탕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안성면사무소 등 각자의 역할이 빛나는 건축물이 무주 곳곳에 들어섰다. 공공건축물의 가치와 쓰임을 새롭게 보여주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무주는 한동안 전국 각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도시가 되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공간은 면사무소에 들어선 천 원짜리 목욕탕이었다. 면사무소에 공중목욕탕이 만들어진 뒷이야기가 있다. 무주군 읍면 사무소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의 첫 사업이었던 안성면사무소를 설계하면서 건축가 정기용은 주민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심드렁한 답이 돌아왔다. “면사무소는 뭐하러 새로 지어? 우리 필요한 것 해주려면 목욕탕이나 하나 지어줘” 당시 안성면에는 대중목욕탕이 없어 주민들은 대전까지 나가야 했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기용은 면사무소에 대중목욕탕 시설을 함께 설계했다. 천 원짜리 목욕탕, 하나의 공간으로 짝숫날에는 여탕, 홀숫날에는 남탕이 되는 단 하나밖에 없는 목욕탕은 그렇게 탄생했다. 2004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20년, 지금도 주민들이 애용하는 이 목욕탕의 고객 대부분은 어김없이 노인들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통계가 있다. 놀랍게도 2023년 10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광역시·도 중에서도 8곳이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해있다. 노인복지 대책이 더 절박해진 이유다. 그 때문인지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다. 눈에 띄는 소식이 있다. 농어촌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들어서는 편의점과 빨래방의 행렬이다. 빨래방 사업은 2020년 강원도가 ‘공공 이불 빨래방’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뒤 확산된 사업이다. 최근에는 면장 관사에 빨래방과 편의점을 들여 화제가 된 곳이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사무소다. <감물커뮤니티 편의점, 빨래방>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이 공간은 대형 코인 세탁기 1대와 건조기 1대, 운동화 세탁·건조기가 설치된 빨래방과 생필품을 파는 구멍가게가 주민들을 맞는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5%를 넘는 감물면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일터다. 전북의 자치단체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목욕탕과 빨래방 같은 실질적인 복지 대책이 들려오지 않는다. 과문한(?) 탓이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3.26 15:34

지방의 위기, 휘청이는 ‘서민의 발’

인구절벽 시대,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데 승객이 급감하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긴축재정 속에 허리띠를 졸라맨 지자체에서도 보조금 예산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휘청이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전주 시내버스가 또 멈춰섰다. 전주지역 버스파업은 지난 2010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지난해에는 전주시와 시의회, 노동조합, 5개 운수회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사·정 공동협력’을 결의했다.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부분파업이 발생하면서 그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또 시내버스 노선개편과 지·간선제 확대, 마을버스 도입 등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전주시의 노력과 성과도 모두 의미를 잃게 됐다. 시내버스도 문제지만 사실 더 심각한 것은 시외버스다. 인구감소로 승객이 줄어든 판에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의 활동반경이 좁아지면서 농어촌 지역 시외버스의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여기에 경영악화로 인해 아예 문을 닫는 시외버스 터미널도 속출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때 속절없이 사라진 시외버스 노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또다시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지역 5개 시외버스 업체는 경영난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적자 노선의 버스 운행을 대폭 줄이겠다는 내용의 휴업계획서를 전북특별자치도에 제출했다. 적자가 심한 152개 노선 170대의 버스를 5월 1일부터 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중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116개 노선 108대는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경영난에 시달린 지방 운수업체가 속속 노선을 감축하고,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 환경이 더 열악해지면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고, 이 같은 현상이 다시 버스 감축 운행 및 노선 폐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농어촌 등 지방 소도시 주민들의 이동권은 갈수록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적자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지방의 대중교통 체계가 무너질 판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얼마 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신설 계획을 밝혔다. 또 최근에는 수도권의 총선 후보들이 GTX 노선 연장과 정차역 추가를 골자로 한 교통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중 삼중으로 촘촘하게 구축되는 수도권 광역교통망은 결국 ‘수도권 1극 체제’ 강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대한민국 소멸을 부를 수 있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 인프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국민의 이동권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3.25 13:07

민주당 독주 언제 깨질까

다른 지역은 지금부터 본격선거전에 들어가는데 전북은 파장분위기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어 본선거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유권자들 스스로가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하기 보다는 당 보고 찍기 때문에 본선거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생겼을까. 지난 1988년 DJ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전북은 묻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그를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각종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가 대세를 이루면서 여야경쟁의 정치는 오간데 없고 민주당 일당독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서 인재등용과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차별이 심해졌다고 인식하면서 예전보다 더 민주당 색채가 강해졌다. 특히 지난해 잼버리대회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 씌운 후 국가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더 집권여당에 반발이 커졌다. 이같은 정치적 요인 때문에 그 누구 할 것 없이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워졌다. 그간 국힘 정운천 재선 비례대표의원이 전방위로 뛰어서 전라북도특자도를 출범시키는 등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불과 10일 선거운동해서 전주완산을 1차경선때 53%를 얻어 민주당 공천장을 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나타나면서 표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인가점도 받지 않고 1차경선 때 당원과 시민들로부터 과반 득표를 올린 사실이 현재의 지지성향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의 고향이 고창이고 전주고 출신으로 잠깐 부장검사 때 전주지검에서 근무한 적은 있지만 지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그를 반 윤석열 정권의 선두에 서서 검사독재와 싸운 것을 높이 평가, 민주당 인재로 영입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급작스럽게 부각해 인지도가 직상승했다. 또 검사직에서 해임되면서 동정여론이 생겨 전주을 선거구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순식간에 전파,경선승리를 가져왔던 것. 중앙일보가 지난 11∼12일 한국갤럽을 통해 전주을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힘 정운천 22% 민주 이성윤 47% 진보 강성희 12%로 나왔다. (조사방법 : 무선전화면접조사 100%, 그밖의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현역 2명이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정동영 이춘석 전의원을 포함 현역6명이 모두 친명으로 개딸들의 지지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가세해 더 지지세가 견고해졌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현재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약하다는 이유로 전체를 판갈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결국은 2명 물갈이로 그쳤다. 그 이유는 권리당원 50%를 포함시키는 경선에서 현직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직들은 유급당원이 누구인지를 다 알고 도전자는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선탈락이 이상할 정도다. 모든 유권자가 전북발전을 염원하지만 민주당 한쪽날개로 날아가야할 기형적인 정치현상이 또 만들어 지게 되었다. 여야가 경쟁하는 정치가 언제나 만들어질지 걱정스럽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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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3.24 18:01

전주을 선거의 선택 기준

전북의 총선 열기는 다소 맥 빠진 느낌이다. 민주당 초강세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사실상 경선 통과가 당선 보증수표로 굳어진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 전주을 선거구 만큼은 경선 못지않게 본선 대결에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현역 의원 2명이 버티는 3자 대진표가 일찌감치 예상되면서 일방적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성윤 민주당 후보가 뛰어들면서 국민의힘 정운천, 진보당 강성희 후보와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무엇보다 경선을 불과 10일 앞두고 출마 선언한 이 후보가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정치 신인이란 점이 본선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경선 후폭풍이 예상된 지역에서 이 후보가 전국적 지명도를 앞세워 단시일내 혼란 상황을 수습함에 따라 일단 연착륙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바닥 민심에 공들였다가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 낙천자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그동안 전개된 경선 양상이 치열한 데다 여기에 뛰어든 후보 또한 후일 도모가 쉽지 않아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사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구가 지난 2020년 총선 후유증으로 계파색이 나뉘고 사고지구당으로 온갖 악순환에 시달려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총선 이전부터 본선 전망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많아 결국은 이 후보를 끌어들인 배경이 됐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에서도 10개 선거구 중 이곳을 제외한 지역은 민주당 후보의 강세를 점쳐왔다. 중앙당 공관위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본선 인물 경쟁력이 승부의 관건이란 판단 아래 막바지 전략 경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때 전략 지역구로 지정돼 전략 공천설이 무성했던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부정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불러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급선회했다. 처음엔 예비후보 등록도 안 된 이성윤, 김윤태 등 5인 경선을 발표했다가 뒤늦게 고종윤 후보를 대신 끼워 넣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검장 출신 이 후보에게 신인 가점 20%를 부여하자 “명백한 특혜” 라고 반발했지만, 지방 의원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그에게 과반 넘는 득표를 허용함으로써 논란은 가라앉았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왔다. 그동안 뇌관으로 꼽힌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선 무대가 열렸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과거 민주당 일색의 선거 판도와는 달리 정당이 다른 현역 의원 2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선택의 결과가 주목을 끈다. 뿌리 깊은 지역 정서에 얽매이지 않는 문자 그대로 여야 인물 대결이라 더욱 그렇다. 지난해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투쟁을 통해 지켜본 국회의원 역할과 무게를 인지한 터라 표심 변화가 궁금해진다.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느냐, 지역 발전의 실리 면에서 여당 일꾼을 뽑느냐도 초미 관심사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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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3.21 18:55

오홍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22년 3월 9일. 서울대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한사람이 별세했다. 개인에게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고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의 묘비에는 “한으로,불꽃으로 살았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으레 그렇듯 그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한세대는 가고 또 한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세상과 하직한지 약 2년 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김제 출신 언론인 오홍근을 다시 불러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오찬 도중 "MBC는 잘 들어"라면서 정보사 테러사건을 언급했다. 1988년 8월 어느날 아침,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었던 오홍근 기자가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한 일을 말한다. 회칼을 사용한 공격에 오 기자는 허벅지가 깊이 4㎝, 길이 30㎝ 이상 찢길 정도로 크게 다쳤다. 괴한들은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로, 군을 비판하는 오 기자의 칼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준동이었다. 황 수석의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이 들끓었고, 집권여당내에서도 초대형 총선 악재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봉합했다. 오홍근씨는 1942년 김제시에서 태어나 전주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1968년 T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으나 1980년 언론통폐합때 TBC가 강제 통폐합되자 중앙일보로 이적해 사회부장, 부국장, 판매본부장 등을 거쳤다.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조동중'으로 불리던 상황에서 지금처럼 '조중동'으로 정착된 것이 오홍근의 중앙일보 판매 담당자 시절 업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1999년 5월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홍보처장으로 임명되며 공직에 입문한 그는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 겸 대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지냈다. 필자가 오홍근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무렵이었다. 직선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회식자리 등에서 자신의 언론인 시절 에피소드 등을 자주 언급하곤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전주 출마를 준비했으나, 우여곡절끝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김제시·완주군 지역구에 출마했다. 정치운이 없었는지 생각지도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터졌고, 그는 열린우리당 최규성, 무소속 이건식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절치부심하다 2009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이무영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전주시 완산구 갑에 무소속 출마했으나, 막판에 역시 무소속으로 나온 신건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다. 묘하게도 필화사건을 겪었던 오홍근을 소환한 황상무는 설화사건으로 낙마했다. 중국 오대십국 시대 후당에서 재상을 지낸 풍도는 처세술을 묻자 설시(舌詩)에서 이렇게 답했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해 있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정말 어려운 게 바로 설(舌)인 모양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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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3.20 13:32

갈 길 먼 '배리어프리'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을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쯤이다. 서울의 디자인플라자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 <함께 36.5 디자인>이라 이름 붙인 전시에서였다. ‘공존’과 ‘공생’, ‘공진’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 내세운 취지를 다양한 기획으로 살려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전시는 국립서울맹아학교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이었다. 앨범은 졸업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이었다. 3D 프린터는 2D 프린터가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듯이 입력한 도면을 3차원의 입체물로 만들어내는 기계다. 기획자들은 3D 프린터로 맹아학교 졸업생들의 사진을 입체물로 만들어 전시했다. 아이들은 처음 만져보는 친구들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내 친구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놀라고 즐거워했단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을 향한 특별한 졸업앨범이 관객들에게 전한 감동과 깨우침은 컸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베리어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무장애 공연과 전시가 그 결실이다.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도 배리어프리 행렬에 참여했다. 전주영화제는 수상작 세 편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주목을 끌었고, 소리축제는 <오셀로와 이아고>로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무장애 무용극, 무경계 락페스티벌, 손과 귀로 감상하는 미술관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지난 2003년에 시작해 올해로 22회를 맞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위기에 처했다. 영화제를 지원해왔던 서울시가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영화제 개최가 어려워진 탓이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4년 전부터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 영화제 상영작 전체를 배리어프리로 제작해 상영해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올해 영화제는 배리어프리 제작을 비롯해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영화제를 유지할 계획이라지만 영화제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고서도 자치단체의 외면으로 위기에 처한 장애인인권영화제의 현실. 배리어프리가 확산되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준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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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3.19 19:32

춘래불사춘, 전북의 봄

바야흐로 봄이다. 남도의 꽃소식이 성큼 문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도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전북의 봄날’은 소식이 없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낸 만큼 따스한 봄볕을 더 간절히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청룡의 해, 떠들썩하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한’ 기대도 잔설 녹듯 사라져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인구절벽 시대, 급격한 학생수 감소 추세는 농어촌을 넘어 도시학교로까지 번지고, 지역의 미래를 짋어져야 할 청년들의 무더기 이탈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청년인구 이탈까지 겹쳤으니, 전북은 늙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의료대란을 염려해야 하고, 또다시 떠오른 ‘서민의 발’ 시외버스 감축 운행 위기에 농어촌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축제의 계절이 왔지만 여유가 없다. 올 봄에는 꽃축제와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자 잔치인 선거가 예정돼 있다. 주권자의 손으로 선량을 뽑는 그날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은 이 잔치판에서 속절없이 밀려나 관객이 돼 버렸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당독식 구조의 지역 선거판에서 민주당의 경선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대결보다는 네거티브로 일관된 진흙탕 싸움만 벌였다. 아직도 혹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의 삶,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진흙탕 선거판에서 주민들은 이리저리 흔들렸고, 지역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잔치가 되어야 할 선거가 이렇게 지저분한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대진표가 완성되고 이제 막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투구로 점철된 정당 경선 과정에서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이미 맥이 빠져버렸다. 진흙탕 쌈박질로 얼룩진 그들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참일꾼을 가려내야 하는 시간이다. 뚜렷한 정책과 비전도 없이 그들끼리의 세 대결, 그리고 선거공학에만 집착해서 이를 잘 활용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면 지역의 미래, 지역의 봄날은 담보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표를 던지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권자들이 들러리를 자처하는 꼴이다. ‘희망의 봄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먼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나선 후보자들은 언제든 민생보다 승리 공식에 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인 특정 정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 되는 기형적인 선거 구도를 이제는 바로잡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3.18 17:26

딜레마에 빠진 전북 유권자

4·10 총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북발전이 갈릴 수 있다. 지금 전북은 2022년 기준으로 GRDP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200만원을 기록, 가장 먹고 살기가 힘든 낙후지역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낙후를 떨쳐내려고 몸부림 치지만 아직도 산업생태계가 농업위주로 돼 있어 부(富)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정부 여당과 대립각이 세워져 새만금사업 등 현안사업 추진도 어려움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호남권에서 가장 높은 14%대를 기록해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지난해 8월 잼버리 개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북도에다 똘똘 몰아부치면서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 결과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북에 대한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1.56%을 기록했다. 출향인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에서 국가예산 삭감에 따른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이 삭감된 국가예산을 살려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잼버리 개최 이후 전북도가 정부 여당으로부터 갖은 수모와 좌절을 겪었지만 초재선으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은 각자도생 하기에 급급해 큰 도움이 안되었다. 민주당 출신 김관영 지사가 그간 맺어온 국힘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힘이 달려 한계에 봉착했다. 그 이유는 워낙 국힘에서 새만금사업 추진을 부정적으로 여겨온데다 전북도가 주장해온 발전방안 등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운천 의원이 전방위로 뛰면서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성과는 거뒀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전북의 정치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전북을 외면하고 견제해 국힘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민주당 전주을 경선서 선거운동 10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후보가 1차에서 53%를 얻어 공천을 따낸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후보가 6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공천권을 확보한 것은 윤석열 검찰독재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진정성을 당원과 시민들이 높이 평가,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선거 때 공천자를 내지 않았던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을 맞았지만 전북이 처한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이 후보가 김건희 종합특검과 윤석열 한동훈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감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무튼 전북은 8명의 민주당 현역 중 2명만 교체한 것으로 끝나 광주와 대조를 보였지만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한 이성윤 후보나 올드보이로 귀환한 정동영·이춘석전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계속해서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리면 전북은 동토의 고도(孤島)로 전락, 또 다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전국적인 관심선거구로 떠오른 전주을의 선거결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3.17 18:13

거꾸로 가는 홍보 행정

전북자치도의 홍보 전담 부서가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부서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그곳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 줄줄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2년도 안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이젠 홍보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홍보를 한답시고 되레 부정적 여론만 악화시키는 그들의 역주행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청의 홍보 기회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공직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공직 사회는 물론 도민들에게 ‘발로 뛰는’ 김관영 도정의 성과를 제대로 알리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재를 뿌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아태마스터즈 대회를 앞두고 성인지 감수성 논란의 홍보 영상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업체는 이후 계약에서 배제된 걸로 알려졌으나 이차전지 등 굵직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잇따라 따낸 것으로 드러나 ‘검은 카르텔’ 의 실체가 주목된다. 사실상 한 업체가 이름만 바꾼 채 페이퍼 컴퍼니 등 편법을 동원해 일을 계속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렇게 해서 2021년부터 도청에서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수가 전체 민간업체와 맺은 22건 중 12건이나 된다. 실제 도청의 영상 광고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계약하도록 돼 있으나 실상은 담당 직원 재량에 좌우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관영 지사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정황상 합리적 의심이 간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감사를 통해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군산, 서울 업체의 경우 지역과 회사 이름은 다르지만 대표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같은데도 서로 다른 업체인 양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특정 업체의 일감 몰아주기는 ‘검은 돈’ 의혹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거의 모든 부서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논란 업체에 페널티를 주는 시늉만 하고 독과점 영업을 비호한 데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홍보를 둘러싼 거센 논란은 대개 사회통념을 역행한 데서 출발한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 표현과 시류에 편승하다 보니 정작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구설수에 올랐던 아태마스터스 영상과 함께 달밤 어린 소녀의 폴댄스를 테마로 한 진안군 홍보 영상의 선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초등학생 퀴즈대회 홍보에 ‘왕의 DNA’ 란 교사 갑질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건 공감 능력의 결핍이다. 여기에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22명이 6개월간 9차례 회의를 통해 내놓은 4억원 짜리 야심작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도시 브랜드가 표절 논란의 역풍을 맞은 것도 이런 관행적 기류와 무관치 않다. “홍보가 거꾸로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 는 촌평이 그동안의 문제점을 집약해준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3.14 17:18

라이벌과 총선 이후 전북정가

임진왜란때 한산도 해전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에 대패했고, 이후 정유재란때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을 역습해 섬멸했으나 명량해전에서 또다시 이순신에게 참패했던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도, 가장 차를 함께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적장이기에 죽이고 싶도록 미웠으나 동시에 존경하는 심정으로 차 한잔 하고 싶은 사람도 이순신 이었음을 웅변하는 명구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라이벌이 있기 마련이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평생 그러한 관계였음에 틀림없다. 꼴보기 싫은 라이벌이 있었기에 더 단련되고, 성장한 대표적인 경우다. 군사독재시대를 연 박정희나 그의 유산을 물려받은 전두환 역시 김대중, 김영삼 이라고 하는 미운 정적이 있었으나 끝내 죽이지는 못했다. 총칼이나 돈으로도 민심을 등에 업은 이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준 대표적 사례다. 비단 정계거물만 골리앗 같은 거대권력을 이기는게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민초의 저항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많다. 며칠전 눈에 확 들어오는 소식이 있었다. 1980년 5월 18일 미명에 숨진 전북대생 이세종 열사가 5·18 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로 공식 인정된 것이다. 광주가 아닌 김제 출신 전북대생의 첫 희생은 무려 44년만에 5.18의 역사가 다시 씌여져야만 할 상황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의 붕괴는 6월항쟁에 앞서 어쩌면 이세종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4.19의 직접적인 계기는 3.15 부정선거였으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이는 남원 출신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이었다. 최고 권력자의 라이벌은 야당 정계 거목뿐만 아니라 김주열과 이세종 등으로 대표되는 의협심 강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백척간두에 선 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싸움이다. 범위를 극히 좁혀 전북에 국한하면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완산을 정도를 제외하곤 승패에 관심 가질만한 곳이 거의없다. 문제는 총선 이후 전북정가의 지각변동 여부다. 기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오면서 2년후로 다가온 도지사, 전주시장 등 단체장 선거가 화두로 오를 수밖에 없다. 몇몇 현역의원의 기득권 유지와 현역을 대신한 올드보이의 귀환이 혼재하고 있는게 총선 이후 전북의 역학구도라고 할 수 있다. 친명 핵심도 없고, 반명 핵심도 없기에 총선 당선자들의 길항작용속에서 나름의 질서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존경스러운 라이벌과 싸워가는 드라마를 보고싶다. 물론 대결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영광이 아닌 주민을 위한 봉사여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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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3.13 15:09

‘인상서호’ 공연장의 행방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항저우는 중국 정부와 세계관광기구가 ‘중국 최우수 관광 도시’로 선정한 도시다. 항저우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연 유산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서호(西湖)는 빼어난 경관으로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정원 문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서호를 더 널리 알린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머우의 대형 야외 공연 ‘인상서호’다. 인상서호는 장이머우가 2000년대 초반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받아 제작한 야외공연물 ‘인상(印象) 시리즈’ 중 하나다. 인상시리즈는 자연 경관을 있는 그대로 무대로 활용한 ‘산수실경(山水實景)’ 방식의 공연물이다. 인상유삼저를 시작으로 인상여강, 인상서호를 비롯해 일곱 개 작품이 제작되어 있다. 모두 각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무대로 지역의 설화나 전래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배우들도 지역에서 고용한다. 일자리가 창출되니 지역에 경제적 결실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성과도 크다. 2007년 시작된 인상서호는 2016년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아름다운 호수를 무대로 만든 인상서호는 호수를 둘러싼 나무숲을 향해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수면 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가변 무대, 배우들의 춤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 분위기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놀라운 일이 있다. 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무대가 밤에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수축계단형으로 제작한 관중석까지 공연이 끝나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이 진귀한 풍경은 환경보호를 위해 인상서호 측이 줄곧 지켜온 방식이다. 덕분에 서호의 낮 풍경은 밤에 만들어지는 공연장과 관계없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다. 전주에도 작지만 연꽃 호수로 이름난 덕진공원이 있다. 덕진공원은 작은 도서관을 품게 된 연화정도서관 덕분에 1~2년 사이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건축물 외관에 조명 시설을 갖춘 연화정은 수변 풍경을 조망하기 좋고 야간 경관도 아름다워 밤에도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이곳을 인생 사진 명소로 꼽은 블로거들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연화정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올 초부터 시작된 전주시의 마이스 관광지 야간 경관을 위한 미디어 콘텐츠 구축공사로 연화정 한옥 앞과 옆에 세워지는 거대한 구조물 때문이다.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 관광경쟁력 확보를 앞세운 이 사업의 근거가 궁금해진다. 본래의 풍경을 지키기 위해 밤의 공연장을 걷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고단한 과정을 10여 년 동안 지켜온 서호의 지혜가 부러울 수밖에./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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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3.12 18:37

난립하는 특구, 그리고 지방시대

전국 곳곳에 ‘특구(特區)’가 넘쳐나고 있다. 글자 그대로 ‘특별한 구역’이다. 세제 인센티브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누구에게나 어느 곳이나 ‘특별함’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가 특구 지정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부는 이 특별한 혜택을 내세워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해왔다. 주로 생사의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그 대상이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정부가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고 특별한 혜택을 준다고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형편인 지자체로서는 너도나도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경제·교육·관광·농업 등 각 분야에서 특화 및 집적을 목적으로 한 특구가 공모를 통해 잇따라 지정됐다. 그렇게 전국에 특구가 난립했다. 유사·중복 특구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화단지·벨트·클러스터·파크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됐다. 윤석열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4대 특구’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다. 정부가 최근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으로 6개 광역지자체와 43개 기초지자체를 선정했다.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신청을 받았고, 전북이 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등 5개 지자체를 지정해 신청한 3유형에서는 전국의 신청 지역이 모두 지정됐다. 각 지자체의 관심은 이제 기회발전특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준비가 완료된 지방정부로부터 기회발전특구 신청을 받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투자촉진을 위해 지자체-기업 간 협의에 따라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기회발전특구도 그 취지로 볼 때 신청만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특구가 난립하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별성·효율성 차원에서 유사·중복 특구를 통합하거나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특별함은 희소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의 특구는 그 희소성이 없다. 특구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장밋빛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오히려 ‘지방 교육개혁, 투자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제를 ‘지방이 주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지금의 특구사업은 중앙정부의 역점 정책과 관련해 각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특구는 ‘시범사업 지역’의 성격이 강하다.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각종 특례와 재정지원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특정지역(특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수도권 밖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폭넓게 시행해야 할 정책을 오히려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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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3.11 15:51

전북발전의 해법

전북이 4면초가에 놓였다. 새만금사업으로 금방 전북발전이 이뤄질 것 같았지만 전북이 바라는 대로 안되고 있다. 30년 넘게 이 사업이 도민들 한테 희망고문만 되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이 나왔지만 보수나 진보정권 모두가 정치적 이해가 별로여서 나몰라라 하고 끝났다. 새만금공항은 정부에서 김제공항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도 반대해 힘들고 신항만이나 배후단지 조성사업도 정부 의지가 없어 재정사업으로 추진이 안되고 있다. 다행히도 젊은 50대 리더십 김관영 지사가 취임하면서 전북발전의 기지개가 켜진듯 했지만 새만금잼버리 실패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풀리지 않고 꼬이고 있다. 지난해 새만금을 이차전지특구로 지정 받으면서 10조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었지만 이들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정부여당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기업이 투자할때는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지만 인력확보나 행 재정적 지원 그에 못지 않게 보이지 않은 손인 권력의 눈치도 살피게 돼 있다. 국힘 정운천 후보가 전주시내에 내건 슬로건이 시사한 바가 크다. 2022년 기준으로 전북의 1인당 GRDP가 3200만원 충남이 5900만원이다면서 한쪽날개 보다는 양쪽날개로 날아야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연간 8천명 정도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전북을 떠나간다. 그간 도내 시군에서 자녀교육문제로 전주로 유입되면서 전주인구가 65만을 유지했지만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주인구가 줄면서 175만이었던 도 인구도 감소현상이 심화, 이대로 가다간 국회의원 10석 유지도 힘들게 되었다. 전북은 지난 1988년 대선 이후 진보세력이 지역을 장악,좌지우지 했다. 40년 가까이 민주당이 독점체제를 형성하다보니까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이 안돼 동토의 섬으로 전락했다. 3차례나 진보가 정권을 잡았지만 빛좋은 개살구였다. 일부 정치인들만 꿀맛을 봤을 뿐 도민들은 뭐가 중하고 좋은줄도 몰랐다. 도민들은 표 찍는 재주만 부리고 그 상당수 과실이 광주 전남으로 흘러갔다. 그런줄도 모르고 30년 이상을 허송세월 한 결과가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다. 전국 꼴찌라는 참담한 성적표가 전북을 힘들게 한다. 도세가 우리 밑에 있던 강원과 충청도는 여야가 공존하는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지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구가 150만대인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수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국가예산 10조원대를 바라다본다. 충북도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되고 오송을 중심으로 바이오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기업유치가 활발,인구유입을 통한 지역발전이 척척 이뤄지고 있다. 산학연 체계의 확립으로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 충북의 경쟁력이 커졌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전북발전의 기회가 갈릴 수 있다. 도민들이 그간의 정치체제를 지지한 결과가 오늘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경쟁의 정치로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지난해 삭감된 국가예산을 민주당이 부활시켜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양쪽 날개로 날아야 전북의 살길이 나온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3.10 18:19

전현직 리턴매치에 쏠린 눈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경선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경선이 사실상 금배지를 결정하는 승부처인 만큼 후보자 입장에선 온갖 화력을 집중하게 돼 있다. 최근 상황이 워낙 다급해서 그런지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상대방 깎아내리는데 날을 세우는 양상이다. 그 상황에서 현역 의원 3명이 단수 공천을 받은 가운데 4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된 3군데 경선 결과에 시선이 쏠려 있다. 전주병, 익산갑, 정읍고창 선거구가 그곳이다. 이들 지역은 텃밭을 빼앗긴 3선 이상 중진들이 절치부심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중 첫 경선이라 관심을 모았던 익산갑은 이춘석 후보가 현역 김수홍 후보를 꺾었다. 이어 다음주(11일∼13일) 진행될 전주병과 정읍고창 경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김성주, 윤준병 의원에 맞서 정동영, 유성엽 후보가 도전장을 낸 모양새다. 예비후보 등록에서 경선까지 불과 40여 일 만에 승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대결은 항상 박빙 승부를 보여왔다.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단 시일내 이를 뛰어넘는 승부수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런 상황에서 변수는 그래도 레이스를 함께 펼친 경쟁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익산갑도 고상진 후보가 손을 들어준 이춘석 후보가 이겼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주병과 정읍고창도 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점이다. 김호성 후보가 정동영 지지를 밝혔고, 유재석 후보가 유성엽을 공개적으로 밀어줬다. 경선 징크스가 이번에도 통할 지 궁금하다. 리턴매치 경선이 특히 주목받는 것도 현역 의원 교체설과 맞물려 있다. 일단 전현직 대결 구도와 엇비슷한 후보 경쟁력이 판세를 점칠 수 없게 한다. 전북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현역 의원 교체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5월 조사에서 55%가 “바꿀 필요가 있다” 는 응답에 비하면 반년 만에 6%가 상승한 셈이다. 그 사이 불거진 잼버리 사태로 인해 현역 의원 무기력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두 지역 경선의 영향력에도 예의주시한 상황이다. 지키려는 현역 의원과 탈환하려는 전직 의원 경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뚜렷한 색깔은 찾기 어렵다. 같은 정당 한솥밥을 먹는 입장을 감안하면 선명성 차이는 분명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정책 대결 보단 상대 흠집내기에 치중함으로써 더더욱 그렇다. 물론 우열을 가리기 힘든 건 백중세를 보이는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현역 의원 의정 평가를 기준으로 선택지를 좁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역 교체설이 나온 결정적 배경도 이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3.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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