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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⑩군산 월명동 '맛의 거리'

군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외지인들은 대개 3가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은파관광지와 월명공원 그리고 소문난 맛집이다. 군산시민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 은파관광지와 월명공원의 유명세는 이미 전국적이다. 여기에 맛이 '군산의 3대 명물'로 꼽히는 까닭은 뭘까. 군산지역에서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더라도 후회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해진다.그 중에서도 '월명동 맛의 거리'는 '맛의 고장, 군산'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이다. 해장국, 생선탕과 찜, 고기집 등에서 군산의 깊은 맛을 느껴보자.▲월명동 맛의 거리월명동(동장 정준기)은 군산지역에서 구도심에 해당된다. 현재 이 곳에서는 군산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근대역사경관조성사업이 추진중이다. 도심 침체화가 지속되고 있는 월명동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군산의 문화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이 땅에, 특화된 상품을 연결해야 한다.그래서 고민끝에 찾아낸 것이 맛의 거리다.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에서 옛 월명동사무소 블럭까지 770m 구간에 맛집으로 유명한 음식점이 즐비하다는 강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1990년대 중반 조촌동으로 청사를 옮긴 시청 및 법원 등과 함께 음식점의 이전도 뒤따랐지만, 맛의 중심지라는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군산의 옛 행정 중심지였던 월명동으로 추억의 맛을 잡으려는 발길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터. 해장국, 생선탕과 찜, 고기집 외에도 칼국수와 백반 전문집의 명성이 자자하다.월명동과 상가번영회 중심의 맛의 거리 조성사업. 현재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군산의 맛을 브랜드화하는 전략은 분명 이 곳에서부터 살아날 것이다.▲해장국집맛집 취재는 참 어렵다. 맛을 즐겨찾는 미식가도 아니고, 이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입에서 입으로 소문난 맛집이라면 소개해도 괜찮을 듯 싶다. 맛의 거리 내에 위치한 해장국집은 그런 곳이다. 직접 맛을 보니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의미가 저절로 되새겨진다. 전날 술이라도 한잔 걸쳤다면, 더욱 간절해진다.추위가 매서울 때 온 몸을 녹여줄 따뜻한 국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부담없이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격, 시원하고 개운한 맛, 젓갈과 깍두기의 깔끔한 조화 등이 자랑할만하다. 아욱국, 콩나물국밥, 황태해장국 등의 가격은 4000원 선이다.일출옥(대표 정경선)은 월명동에서 유일한 아욱국, 시원한 콩나물국밥으로 잘 알려져 있다. ☎063)443-5524.해주옥(대표 양영희)은 김이 듬뿍 올려진 콩나물국밥, 젓갈, 깍두기 맛이 좋다. ☎063)463-3187.일해옥(대표 심영선)은 온갖 양념을 가미한 육수를 넣어 끓인 콩나물국밥이 일품이다. ☎063)443-5537.월명옥(대표 장수자)은 콩나물과 황태가 어우러진 깊은 국물 맛이 속을 확 풀어준다. ☎063)443-5171.일흥옥(대표 한충웅)은 진한 멸치육수에 고추를 다진 개운한 콩나물국밥이 소문나 있다. ☎063)445-3580.▲생선탕과 찜서해바다에서 만나는 넉넉한 '맛 바람'은 시원하다. 맛의 거리에도 희락(대표 유미숙)과 군산복집(대표 이순이)이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향긋한 갯벌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갓잡아온 싱싱한 생선과 횟감,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탕 맛, 수산물과 구이 등의 서비스(스끼다시)가 일품이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군산시민들은 이 곳을 자주 찾는다.개운한 맛과 싱싱한 횟감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희락의 생선탕은 메뉴에 따라 1만원에서 1만3000원 선. ☎063)445-4456.군산복집은 생선탕 외에 담백하고 매콤한 아귀찜으로도 유명하다. 아귀탕은 1만3000원, 아귀찜은 4만원에서 6만원 선. ☎063)446∼0118.▲고기집맛의 거리에 위치한 고기집은 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구이나라(대표 최하늘)의 갈비살은 총체보리한우를 사용해 육질이 부드럽다. 음식점 주방 앞에 내걸린 '한우 절대보증, 100배 보상합니다'는 영업 철학이 눈길을 끈다. 특수부위모듬과 웰빙 막창구이 등이 이 가게의 자랑거리다. 가격은 2만원에서 6만원까지 구이와 고기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063)442∼0130.명월갈비(대표 백기현)는 일본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이다. 간과 양념이 강하지 않은 갈비의 맛을 제대로 음미한 뒤 갈비탕으로 마무리하면 더 좋다. 1인분 2만3000원 선. ☎063)445∼8283.소성로스(대표 이광락)는 깔끔한 인테리어에서 한우로스와 등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육사시미도 유명하다. 한우로스 1만9000원, 육사시미 1만7000원 선. ☎063)445∼8711.

  • 주말
  • 홍성오
  • 2011.01.28 23:02

[맛&여행] ⑨전주지역 양념족발집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콩나물국밥과 비빔밥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소주 한잔 생각날 때, 스트레스를 받아 매운 음식이 생각날 때는 이 곳으로 향한다. 바로 매콤새콤한 양념족발집이다. 서울에 장충동 왕족발집이 있다면 전주에는 족발에 매콤한 소스를 얹은 양념족발이 있다.족발은 친근한 대중적인 음식이다.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족발은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탁월하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고 족발에 빨간 소스를 묻힌다고 다 같은 양념족발이 아니다. 매우면서도 입 맛을 돋구는, 뒤돌아서면 아쉬움이 남는 원조 양념족발집들이 있다.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족발은 족을 푹 삶은 후, 양념장에 조리지만 전주 양념 족발은 매콤한 양념장을 발라 석쇠에 구운 족발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돼지의 발목부분(일명 미니족)이 주재료인 전주 양념 족발은 다른 지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고유 음식이다.이로인해 비닐장갑이라는 장비(?)를 착용하고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고, 해가 지면 도민들은 이 곳으로 향한다.▲원조 양념족발집은 어디?전주시 팔복동 추천대교(구 용산다리) 인근에서 양념족발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모두 3곳. 나란히 자리한 음식점들은 '원조' 를 내세우고 있다.'가운데집' 은 상호 그대로 족발집 세 집 중 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가운데집'이다.1968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가운데집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양념족발 집이다. 현재 '가운데집'은 2대인 조재용씨(74)의 뒤를 이어 아들 정환씨(40)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조재용씨는 족발 손질부터 양념까지, 최상의 맛을 손님들에게 전하기 위해 주방을 지키고 있다."맛의 비결은 다름아닌 양념입니다.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은 어느 음식점이나 다 똑같지만,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양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조 씨는 "자리가 없어 한참 동안을 기다리다가 먹고 가는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확장 또는 체인점을 내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면서 "지금 이 자리는 어머니때부터 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곳에서 족발을 팔 것이다"고 말했다.매콤한 양념족발과 찰떡 궁합인 콩나물국과 미역국은 놀란 혀를 식혀준다. 매운맛과 보통맛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으며 1인분당 가격은 12000원이다.'가운데집'과 용호상박을 이루는 '용산다리 원조 양념족발집'도 돼지 특유의 비린 맛이 없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스를 사용, 식객들을 유혹하고 있다.어떤 곳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없을만큼 세 곳 모두 맛있기 때문에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가운데집(063-211-5666), 용산다리 양념족발집(063-211-6150)▲연탄불 석쇠구이만 있다면 그건 착각전주 중앙시장에는 연탄불 석쇠구이로 유명한 진미집과 오원집이 있다. 그러나 돼지불고기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곳에서도 매콤한 양념 족발을 먹을 수 있기 때문.쫄깃쫄깃한 족발의 맛은 기본이고 매콤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졌다. 이 곳에 오면 체면은 버려야 한다. 양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족발 째 들고 뜯어먹어야 제 맛이기 때문.맛집 출연에 많이 소개 돼,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연탄에 구운 돼지불고기와 김밥의 조화가 일품이지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념족발과 김밥도 하나의 색다른 맛(?)을 창출한다.진미집과 오원집이 있어 다이어트를 하지 못한다는 김민수씨(30·전주시 금암동)는 "불고기와 양념 족발, 닭똥집 등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와 맛이 있어 야식으로 많이 먹는다"면서 "친구 또는 선후배들과 소주 한잔 마실 때는 항상 중앙시장으로 온다"고 말했다.족발을 먹지 않았다는 손님들도 두 손에 비닐장갑을 착용하게 되면, 족발 매니아로 바뀌고 이 후 맛에 반해 단골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다.구제역이 전국에서 발생, 피할 법도 하지만 양념 족발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러지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같은 중앙시장에 있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진미집은 서노송동, 오원집은 태평동이다.진미집(063-254-0460), 오원집(063-275-1123)▲ 한 입에 먹는 미니 양념족발전주 구도심에 자리잡은 '마차집'(중앙동)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날만큼 옛날식 건물이다. 내부도 아담해 테이블도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곳은 비닐장갑이라는 도구가 필요없다. 한입에 쏙 먹을 수 있는 미니 양념족발이기 때문.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면 삶아진 미니족발에 즉석에서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굽고 다시한번 양념을 바른다.포장마차 아닌 포장마차집인 이 곳, 주당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 곳, 양념족발을 고집한 지 어느덧 30년이 됐다는 이 곳은 전주의 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마차집(063-288-5740)

  • 주말
  • 신동석
  • 2011.01.21 23:02

[맛&여행] 주변 가볼만한 곳

▲ 국사봉옥정호 방문에서 눈여겨야 할 곳은 당연히 붕어섬이다.하지만 도로위에서 보는 것과 국사봉에서 바라보는 붕어섬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국사봉에서 바라보는 옥정호의 절경은 보는 이 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국사봉은 해발 500m 내외의 낮은 산으로, 산행 초보자도 2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눈길이기에 등산에 필요한 준비를 단단히 갖춰야 하나 산행을 방해할 정도의 난코스는 없다.또 위험한 곳에는 안전망이 설치됐고 오르막이 험한 곳에는 밧줄이 매어있어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1시간 가량을 걸으면 국사봉 정상에 이르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옥정호의 설경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요즘이면 전국의 유명 사진 작가들이 작품 연출을 위해 진을 치고있는 모습도 장관이다.특히 새해맞이 일출객들이 몰려드는 날이면 인근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북새통이다.하지만 올해는 구제역 비상으로 이 곳 주민들이 해마다 실시하는'국사봉 해맞이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을 남긴다.▲ 장자골장자골은 지금의 순환도로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두메산골 오지마을이다.구이방면에서 운암교를 건너기 전 우회전을 통해 호수를 따라 6㎞쯤 가면 마을이 나온다.길을 따라 호수 주변에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늘어져 있어 차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특히 요즘이면 옥정호의 명물인 빙어회와 빙어무침, 빙어튀김이 성황을 이뤄 휴일이면 북새통을 이룬다.굽이굽이 길을 따라 장자골에 이르면 더 나아갈 길이 없다.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에 이르면 옥정호의 수면은 얼어 붙는다.지금도 그러하지만 수면이 빙판으로 변하면 과거 이곳 주민들은 학교나 시장, 이웃마을을 걸어다녔다.때문에 해빙기에는 강을 건너다 목숨을 잃은 경우도 많았다.호수와 산길이 어우러진 까닭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캠핑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주말
  • 박정우
  • 2011.01.14 23:02

[맛&여행] 옥정호 여행

매서운 바람, 싸늘한 한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다.답답한 실내에서 탁한 공기와 씨름하느니 차라리 가까운 곳으로의 겨울 나들이는 어떨까.때마침 요즘 도내는 함박눈이 소북이 내린 가운데 온 들녘이 은백색 단아함으로 가득찼다.눈꽃이 나무가지에서 춤을 추고 산야는 연인과 가족들의 발길을 유혹한다.전주-군산간 산업도로의 개설로 바다가 가까워진 도민들은 최근 새만금 방조제를 찾고 있지만 요즘은 옥정호가 볼 만하다.주변이 온통 백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옥정호는 스산함과 허전함, 기대감 등을 동시에 안겨주는 묘한 매력 덩어리다.방문객이 옥정호를 바라보는 시간과 방향, 그날 일기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감정을 안겨주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내륙의 금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옥정호는 특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풍경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마음의 고향이다.뱃길로 100리를 휘저어야 속속들이 훑어볼 수 있는 옥정호는 그러나 상수원 지정 이후로는 아쉽게도 뱃길이 단절됐다.옥정호 방문길은 전주에서 완주군 구이면을 통하는 길이 가장 빠르다.또 임실에서는 신평면과 강진면으로 들어가는 코스, 정읍 방면에서는 칠보면을 통하는 길 등 여러갈래가 있다.기자는 전주에서 완주 구이면을 통해 불재방면으로 여정을 결정하고, 임실군 운암면 소재지를 거쳐 옥정호 순환도로로 방향을 틀었다.운암면 소재지내 쌍암리는 지난 1965년 섬진댐 축조시 실향민들이 고향을 등지기 싫어 임시로 정착한 마을이다.때문에 이 곳의 경작지는 대부분 수자원공사가 관할하고 주택의 신·개축도 행정법상 불허하는 까닭에 과거 60년대의 모습 그대로다.하지만 이곳도 최근 정부의 섬진댐 운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수몰될 처지여서 주민들의 슬픔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옥정호 순환도로 초입에 들어서면'옥정호 마실길'이라는 작은 팻말이 나그네의 갈길을 재촉한다.최종 목적지인'운암교 15㎞'라는 작은 문구가 속삭이는 가운데 기자가 탄 은마(은색승용차)는 눈길을 조심스레 헤쳤다.'하얀눈으로 둘러쌓인 옥정호의 붕어섬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설렘으로 길을 재촉한 나그네는 그러나 국사봉 오르막에서 난관에 부딪쳤다.눈길을 오르던 차량들이 미끄럼을 이기지 못하고 중턱에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아뿔싸! 체인을 준비해야 했는데...원고 마감이라는 부담감에 급히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하지만 기자의 본성을 발휘, 사고의 위험을 무릅쓴 은마는 시험대를 무사히 거쳐 국사봉 입구에 안착했다.어렵사리 눈길을 통과한 몇몇의 길손들이 국사봉 휴게소에서 숨을 돌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붕어섬으로 발길을 옮겼다.백설로 단장한 겨울의 붕어섬은 꾸밈이라는 허상을 완벽히 팽개친'나체'였다.봄철의 자비로운 모습과 여름의 싱그러운 푸르름, 가을의 울긋불긋함도 벗어 던진 원시 그대로의 자태다.'여인의 인생으로 치면 노년의 모습이 저러할까'라는 아쉬움에 씁쓸함이 밀려온다.다음 행선지로 길을 재촉했으나, 이번에는 내려가는 눈길에 올라오는 차량들이 서로 엉키며 난감한 표정들이다.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선 탓에 방향을 바꿀 수도 없었다.때마침 갓길에 쌓아둔 모래주머니를 발견한 운전자들이 친절하게도 모래를 뿌려줘 한고비 넘길 수가 있었다.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직도 우리의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를 표시했다.잿빛으로 가득찬 주위를 바라보며 여름날 도로변에 자태를 뽐냈던 장미꽃의 화사함이 떠오른다.굽이굽이 어두운 호수를 바라보며 겨울풍경을 음미하는 사이에 옥정호의 명물로 자리할'운암대교'건설현장이 시야에 들어왔다.길이 1㎞를 자랑하는 운암대교는 현재 쌍용건설이 공정율 80%를 보이며 마지막 보완공사가 한창이다.이 곳이 완공되면 전주-광주간 자동차 운행시간이 30분 정도가 줄고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비용도 절감된다.때문에 전주시민과 주변 도민들에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기에 옥정호를 찾는 관광객은 부지기수로 늘어날 전망이다.더욱이 운암대교가 명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임실군은 건설당국에 관광효과를 요청, 새로운 볼거리가 제공될 전망이다.

  • 주말
  • 박정우
  • 2011.01.14 23:02

[맛&여행] ⑧전주시내 '우리밀 음식' 전문점

정부는 2012년부터 보리수매를 폐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리 대신 우리밀을 생산하는 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밀 생산량은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으며, 보리수매가 폐지되면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우리밀 생산의 증가추세에 따라 소비 증대를 위한 가공업체, 음식점 등의 우리밀 소비 노력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밀 음식으로 값싼 수입 밀가루에 맞서 맛을 일구고 시장을 키워가는 이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우리밀 음식은 맛과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가를 돕는다는 게 우리밀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전주에도 우리밀로 만든 음식을 파는 곳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방부제 알레르기 안녕~50대 중반의 김모씨에게는 떨쳐 버릴 수 없는 딜레마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자장면을 들지만, 막상 자장면을 먹을 수는 없다. 방부제 등에 대한 알레르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거의 대다수의 자장면이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진 터라 김씨는 먹을 수 없는 자장면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갔다.그러다 수년 전 전주시 중화산동 '우리밀 동우'를 만났다. 100% 우리밀을 사용해 중국음식을 만드는 우리밀 동우 덕에 김씨는 일주일에 3~4번 가량 안심하고 자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됐다.4명이 함께 먹어도 좀처럼 양이 줄지 않는, 갖은 해산물이 듬뿍 담긴 황제짬뽕과 홍합이 수북이 담기고 얼큰한 맛이 일품인 홍합짬뽕, 굴의 담백한 맛을 살려 맑은 국물로 군침을 돌게 하는 굴짬뽕을 비롯해 각종 자장면 등 우리밀 동우가 내놓는 음식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우리밀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 데다 각종 농약과 방부제로부터 안심할 수 있다. 점심, 저녁 시간이 되면 줄을 서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는 그 짜릿한 맛을 보기 힘들다. 우리밀 동우는 최근 전주시 인후동에 2호점을 냈다.전주 서신동 옛사천성, 전주시 삼천동 아이니 등 중국음식점도 우리밀의 깊은 맛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자녀와 함께 담백한 국수를우리밀 국수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다. 전주시 서신동에 위치한 '천년비밀'이다. 도내 우리밀 공급의 중추를 맡고 있는 전주우리밀영농조합법인 산하 음식점인 천년비밀이 지닌 맛의 비결은 우리밀을 가지고 손으로 만든 국수인 수연소면을 사용하는 점.담백한 국물에 갖은 고명도 입맛을 돋우지만 가장 큰 매력은 우리밀 수연소면이다. 7가지 종류의 국수와 우리밀 만두 등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천년비밀에는 유독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맛 뿐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리밀로 만든 면이기 때문이다.전주시 우아동과 송천동에 위치한 하서방 칼국수도 우리밀을 활용해 진한 맛을 내고 있다.▲ 우리밀로 만든 만두도 인기부안군 부안읍 서외리에 있는 '우리밀 부안찐빵·슬지네 안흥찐빵'은 우리밀로 찐빵과 만두피를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웰빙시대에 맞춰 입소문이 퍼진 이곳은 전국에서 찐빵 맛을 보러 손님이 몰리기도 한다.전주시 중앙동에 있는 '엄마손찐빵'도 우리밀을 활용한 찐빵을 만들어 팔고 있다. 현재는 예약 주문에 한해서만 우리밀로 찐빵을 만들지만 조만간 전체 수량을 우리밀로 만들 계획이다.이밖에 우리밀을 이용한 막걸리, 우리밀 빵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 주말
  • 임상훈
  • 2011.01.14 23:02

[맛&여행] ⑦전주지역 채식 전문점들

1999년 겨울 대학 진학을 앞둔 나를 불러 엄마는 훈시했다."서울 가면 두 가지를 지켜라. 첫째,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라. 둘째,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일을 만나면 사람 많은 줄 편에 서라."그렇다고 내가 맹렬 채식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이쑤시개를 액세서리로 들고 다니는 '배불뚝이' 육식주의자도 아니었지만. 구제역이 또 한 차례 우리네 식탁을 쓸고 가면서 채식을 종용해 준 엄마가 현명했다고 여겼다. 전주에 있는 '알짜배기' 채식 전문점을 골라봤다.▲ 10~30대…100여 가지 유기농 골라 먹는 재미"식재료 값이 두 배지만,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살생을 하지 않는 식사를 권하니까요."'풀꽃세상(대표 허인교)'은 전주 중인동에 있는 채식 뷔페. 허인교 대표가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비만과 고혈압으로 고생했던 허 대표가 채식을 시작한 후 건강을 되찾아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무공해 유기농 농산물을 고집한다. .매일 두 번 열리는 뷔페(오전 11시30분 ~ 오후 3시, 오후 5시 ~ 9시30분)에 무려 100여 가지의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을 차려낸다. 고기의 질감을 살린 콩으로 만든 불고기·스테이크·햄·소세지·장조림, 버섯 탕수이 등이 인기. 갖가지 산나물에 옥수수·고구마·약밥 등 전통 토속 음식, 죽·수정과·떡 등 후식도 다양하다.올해부터 허 대표가 제빵을 배워 우리밀 빵도 직접 구워낸다. 치즈·호두 케이크, 브라우니, 옥수수빵 등 입이 호사하는 디저트에 원두 커피까지 제공된다. 봄에는 향긋한 봄나물 특선이 따로 마련된다. 회원에 한해 5% 적립되며, 7인 이상 이용할 경우 한 사람은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등 서비스가 좋다. 1인 1만5000원. 063) 221-3355.▲ 30~40대…맛깔스런 죽염으로 맛을 낸 채식'풀꽃세상'이 너무 멀리 있다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채식 뷔페는 없을까. 전주시 서신동에 있는 채식 뷔페'자연에(대표 사공정순)'는 '풀꽃세상' 보다 간소화된 메뉴에 저렴한 가격, 편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맛이 차별되는 것은 자죽염(紫竹鹽) 때문이다. 사공정순 대표의 남편 김재현씨가 운영하고 있는 죽염공장'선솔죽염'에서 붉은 죽염을 공수,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콩 불고기, 콩가스, 새송이 버섯 탕수이가 인기. 산나물에 새싹채소와 유기농 야채가 곁들여진 건강한 밥상으로 전세대가 두루 즐긴다. 이곳은 지난해 '고기가 없는 월요일'을 진행, 월요일에는 음식값을 절반 할인해 받기도 했다. 사공정순 대표는 지구촌 온난화를 막으려면, 채식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인 1만원. 063) 255-8462.▲ 40~60대…정성이 깃든 산나물'무심(無心·대표 이상수)'은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옆 통나무집으로 통했다. '별난' 상호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불쑥 들어와 뭐 하는 곳이냐고 묻기도 했다. 2001년 개업 당시만 해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전무해 장사가 '통' 되질 않았다.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채식 전문점이 전주 영화의거리에 들어섰다.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33번지. 네비게이션에도 잡히지 않는 사각 지대다.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들깨죽과 전국에서 공수해온 7가지 나물(참나물·취나물·다래순·근대·미역취·고비·곰취). 이곳 역시 화학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마늘이나 간장, 기름 치지 않고 맛을 낸 나물은 슴슴하면서도 향긋하다. 고기 씹는 질감을 살린 콩고기와 녹두전을 시작으로 도토리묵 말이, 화전, 버섯·호박전, 단호박밥, 팥망생이, 버섯말이 등 30여 가지 정성이 깃든 음식이 상을 메운다. 남은 나물에 밥도 비벼 먹을 수 있다. 후식은 한방차와 유과. 음식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면, 주인 아저씨에게 포장을 부탁하면 된다. 남은 음식 싸가기만 해도 한 끼는 해결된다. 단, 주인 아저씨가 좀 무심하다. 1인 2만5000원. 063) 237-3355.

  • 주말
  • 이화정
  • 2011.01.07 23:02

[맛&여행] ⑥전주 교동 한벽루 '오모가리탕' 음식점들

전북의 대표도시 전주. 전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한옥마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전주에는 어떤 맛있는 먹을거리가 있을까? 대표선수로 꼽을 수 있는 음식은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전주백반 등이 있다.그중에서도 비빔밥, 콩나물국밥과 함께 전주의 3대 먹을거리로 자리 잡고 있는 음식이 있다. 천년전주의 깊은 맛을 자랑하는 '오모가리탕'이 그것이다. 전주 오모가리탕은 전주시 교동 한벽루를 찾아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60~70년 된 오모가리탕 전문점 3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오모가리탕은?오모가리탕은 뭘까? 전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단 한 차례도 오모가리탕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기자는 무작정 오모가리탕 전문점이 밀집돼 있는 한벽루로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주인장들의 입을 통해 들은 오모가리탕은 메기·쏘가리 등 각종 민물고기를 주 재료로 하는 민물매운탕이었다. 그렇다면 민물매운탕이라는 이름을 놔두고 굳이 오모가리탕이라 불렀을까? 각종 민물고기를 탕으로 끓여 내놓는 용기가 바로 오모가리여서다.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라도 사투리다.전주 한벽루 오모가리탕은 전주지역 목욕문화와 함께했다는 것이 주인장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목욕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1950년대 지금의 한벽보가 있는 한벽루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목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게 되면서 덩달아 유행처럼 번진 것이 오모가리탕이다. 당시에는 전주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탕을 끓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전주천에서의 낚시가 금지되면서 용담호를 비롯해 운암호 등지에서 오모가리탕의 주 재료인 메기, 동자개(빠가사라), 쏘가리, 피라미 등을 공급받고 있다.▲ 1년간 천일염에 시래기 재워 - 2대째 이어진 깊은 맛 '한벽집'전주 교동 한벽루에 있는 3곳의 오모가리탕 전문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한벽집. 한벽집은 진만택(58)·김경자씨(49)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이 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와 저희 집을 방문한 손님이 옛맛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큰아들로서 가업을 물려받은 큰 보람입니다." 한벽집의 가장 큰 자랑이자 힘은 변함없는 맛이라는 게 이들 부부의 설명이다.한벽집 오모가리탕 특징은 1년 전부터 천일염에 재워둔 시래기다. 특별한 육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메기, 동자개, 쏘가리 등 민물고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란다. 밥은 그때그때 손님들의 숫자에 맞춰 짓는다. 밥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나오는 누룽지와 '깜밥'은 손님들이 누리는 또 다른 특권이다.음식가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쏘가리 7만원, 동자개 5만원, 메기 4만원이다. (063)284-2736.▲ 검은콩밥 ·갈치속젓 인기 - 주인장의 정성 가득한 '화순집'60년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화순집은 30년 전부터 현재의 사장인 김종희씨(62)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김종희씨는 옛부터 내려온 화순집 고유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철저하게 국산 재료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특히 1년 동안의 숙성과정을 거쳐 유해성분을 말끔히 제거한 천일염을 사용해 맛을 낸 시래기가 일품이다.오모가리탕과 함께 화순집의 맛을 사로잡는 것은 1년 365일 제공되는 검은 콩밥과 갈치속젓이다. 콩밥에는 고객들에게 질 좋은 쌀과 콩으로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겠다는 김 사장의 발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농가를 직접 찾아가 쌀과 콩의 품질을 꼼꼼히 살펴본 뒤 직접 구매한다.갓 구운 김에 싸먹는 갈치속젓의 맛은 한 번 맛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갈치속젓을 직접 구매하는 손님도 많다. 음식가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쏘가리 7만원, 동자개 5만원, 메기탕 4만원, 피라미탕 4만원, 새우탕 4만원 등이다. (063)284-6630▲ 쌀뜨물·갖은 양념으로 육수 -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믿음 주는 '남양집'고부(姑婦)간에 60년 전통의 깊은 오모가리탕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남양집. 시할머니부터 시작된 남양집 오모가리탕은 시어머니(신점례·62)를 거쳐 10년 전 시집온 며느리(곽연희·30)에 의해 그 맛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집 오모가리탕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쌀뜨물과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이 집만의 특별한 육수가 깊은 맛을 우려낸다.여기에 손님상에 올라오는 10여 가지의 맛깔나는 반찬은 모두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맛이 깊고 안전한 농산물을 사용해 믿음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곽연희씨는 "국산재료가 아닌 수입재료를 사용하면 전통의 맛을 낼 수 없습니다. 재료가격이 많이 들어가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가격은 4인가족 기준 쏘가리 7만원, 동자개 5만원, 메기탕 4만원, 피라미탕 4만원이다. (063)284-1912

  • 주말
  • 박영민
  • 2010.12.24 23:02

[맛&여행] 신성리 주변 가볼만한 곳

▲ 한산 모시마을신성리 갈대밭에서 동서천 JCT 방면으로 자동차를 타고 10여분 빠지다보면 큰 길가에 안내판이 있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1000여 년 동안 나라의 진상품으로 이어져 온 서천군의 명물이다. 이곳에는 우수한 한산모시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한산모시 박물관이 있다.▲ 마량리 동백숲과 해돋이신성리 갈대밭에서 춘장대 방면으로 자동차로 20∼30분 달리다보면 나온다. 서천의 마량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있다. 이 숲의 명칭은 '마량리 동백 숲'이며 조그만 동산으로 서천군의 서쪽 바다와 마주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 숲 정상의 동백정(冬柏亭)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中層)누각이다.▲ 월하성 갯벌신성리 갈대밭에서 춘장대 입구 삼거리까지 온 뒤, 여기에서 재차 해안도로 삼거리로 진입해 10여분간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나온다. 삽과 호미, 조개 담을 바구니만 있으면 맛 조개와 바지락, 고막, 밀조개 등을 잡을 수 있다.▲ 신성리 가는 길-전주에서 군산 방향으로 국도 21호선을 타고 가다, 국도 29호선으로 갈아 타면 금강하구둑이 나온다. 여기에서 한산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한산 읍내를 지나 신성리가 나온다. 전주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또하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이 있다. 대아 IC에서 인천쪽으로 올라가다 동서천 IC에서 빠져 10여분쯤 달리다보면 나온다. 전주에서 40∼5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 주말
  • 전북일보
  • 2010.12.17 23:02

[맛&여행]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

그냥 떠났다.집을 나서자니 귀찮고, 저 멀리 여행을 떠나자니 버거웠다.그렇다고 집안에 틀어 박혀 있기에는 억울한 늦가을 그리고 초겨울의 운치와 뜻 모를 기운.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이를 단방에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막 꽃이 지던 때라 화려함은 없었지만 갈대의 진면목을 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하염없이 흔들어대는 갈대와 강, 철새, 노을이 잘 어우러진 곳.특히 갈대, 새, 바람이 얽혀져 만들어낸 소리는 어느 훌륭한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았다.우리는 갈대밭을 그냥 들었다.▲ 신성리는 소리 여행이다서해안고속도로 동서천 IC를 빠져나간 뒤 한산 방향으로 10분 쯤 달렸을까? 어디에선가 '사라락 사라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 한 번도 갈대밭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지만 익을 대로 익은 갈대가 서로 부딪쳐내는 이 스산한 소리에 아직 어린 두 딸도 갈대밭 인근에 도착했다는 것을 눈치챘다.약간의 고단함도 잊은 채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아이들처럼 둑방길로 내달렸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폭 200m, 길이 1km에 무려 33만㎡ 규모로 여의도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갈대밭이 뭐라 딱히 표현하기 힘든 장엄한 울림을 또다시 소리내고 있었다.소리는 계속됐다. 최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산책 데크를 따라 갈대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울림이 뭉쳐왔다. '쉬이익 쉬이익' 하면서 갈대 사이를 해 짚고 나는 바람소리, '짹짹' 거리며 새들이 허공을 가르며 내는 소리는 신성리 갈대밭의 효과음으로 충분했다.실제 금강하류에 바짝 자리 잡은 신성리는 갈대밭만큼이나 바람이 센 것으로 유명하다. 또 갈대가 철새의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 전국적인 철새 도래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금강하구에는 겨울이면 고니와 청둥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조류 30여 만 마리가 날아와 겨울을 난다.▲ 신성리는 풍경 여행이다.아름다운 소리여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가족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뒤늦게 출발했다는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겨울해가 짧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겨우 오후 4시를 넘어가는 순간 주변 사물이 아른아른 보이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그러나 우리는 금세 지각여행(?)에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는 해가 물들여놓은 붉은 색 금강에 그대로 비친 갈대밭 풍경에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혼에 비친 갈대밭 풍경은 그 어느 풍경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수채화 같았다.갈대밭에 정신을 빼앗겨 그냥 발길을 옮기던 중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이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갈대 키가 너무나 커 조금만 비켜서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신성리 갈대는 아름답기도 아름답지만 크기가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갈대는 키가 1∼2m에서 크게는 2∼3m를 훌쩍 넘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갈대숲에 들어서면 찾기가 힘들다.신성리의 유혹은 계속됐다. 이미 꽃이 진 뒤라 검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약 1km의 갈대숲을 성곽처럼 둘러싼 강둑, 비포장 길 뽀얀 흙먼지, 그 사이로 아른거리는 웅포대교와 금강하구둑, 철새 등등. 이들이 하염없이 갈대숲을 바라보고 있는 신성리는 살아있는 자연 백화점이자 풍경 백화점이다. 정부는 얼마전 신성리를 금강8경 사업 대상에 선정했다고 한다.▲ 신성리는 영화 여행이다소리와 풍경에 취해 정신없이 두어 시간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강둑 끝이 도달하게 됐다. 갈대밭이 모두 진흙과 개흙이어서 유일한 짐(?)인 아이들이 있는 것조차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여행의 종착역에 도착한 것.그러나 그 아쉬움도 잠깐, 우리 가족은 무엇인가가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장소였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 영화는 물론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찍었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과 홍보물 등도 간혹 눈에 들어왔다.그제서야 아름다운 갈대밭의 풍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풍광 덕에 수많은 영화의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대 체험부스와 전망대, 갈 숲 속 기행, 갈대소리길 등으로 나눠져 있는 갈대숲을 들어가다보면 영화 촬영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대표적으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쌍화점이 촬영됐다. 드라마 '자이언트'를 비롯해 '추노' '이산'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도 이 곳에서 핵심신을 찍었다. 그리고 현재도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다수의 촬영팀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신성리 갈대밭은 시시각각 느낌과 풍경이 달라진다. 이른 아침 햇빛에 여울지는 금강의 물결엔 가슴이 벅차오르고, 황혼 무렵 역광을 받아 하얗게 부서지는 갈대밭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신성리는 영화 같은 여행이었던 셈이다.

  • 주말
  • 구대식
  • 2010.12.17 23:02

[맛&여행] ⑤완주 소양 '화심순두부'

겨울이라 시내는 더욱 잿빛이다. 회색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시골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한 끼를 즐기면 생활에 활력을 준다.고유명사가 된 '화심순두부'로 유명한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이 곳은 전주역에서 약 10km 거리에 있어 금세 갈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근 위봉산·연석산·운장산·만덕산 등으로 산행을 다녀오면서, 또는 무주·진안·장수 쪽을 오가면서 두부 한 모에 동동주를 한 잔 하거나 순두부찌개 백반으로 허기를 달래는 곳이기도 하다.현재 이 곳에는 화심순두부 본점·원조화심생두부·화심두부마을·윤가네순두부·옛날순두부 등 5개 음식점들이 '화심순두부' 요리를 전문으로 팔고 있다.▲ 화심순두부의 전통과 맛화심순두부의 유래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조화심생두부'의 권영선 전 대표는 당시 방앗간을 운영하며 '화심집'이라는 이름으로 운장산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생두부와 찌개를 끓여 팔았다. 그 뒤 1983년 현 '화심순두부 본점' 자리에 두부공장을 세운 김용겸 씨가 공장을 음식점으로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일반음식업으로 정식 등록한 뒤 본격적으로 순두부찌개 백반을 팔기 시작했다. 이후 화심순두부는 특유의 맛과 주인들의 정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화심순두부가 유명해진 데는 화심리의 지리적 위치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꽃의 중심을 뜻하는 화심은 전주에서 진안 방면을 가기 위해 넘어야하는 꼬불꼬불한 긴 고개의 길목에 있어서, 관광객을 태운 버스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승용차 등을 한 번 쯤 멈추게 하는 곳이다.또한 이 곳은 80~90년대 전주지역 대학생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각광을 받았다. 시내버스로 쉽게 이동해 인근 산을 다녀오거나 초등학교에서 체육행사를 하고 개천에서 물장난을 한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한 모를 겉절이에 싸서 막걸리 한 잔과 곁들이면 피로가 싹 가셨다. 당시만해도 겉절이는 '무한 리필'이었는데 이는 화심순두부에 대한 푸짐한 인상을 심어줘, 손님을 끄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화심순두부는 완주 8미(味) 중 하나다. 두부가 특별한 맛을 가진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널리 알려져 있듯이 두부는 건강에 좋다. 특히 든든하게 먹어도 소화가 잘 되며 해독 작용도 하기에 웰빙식품이다.화심순두부는 이러한 영양적인 요소 외에 그 맛이 부들부들하면서도 콩의 몽글몽글함이 느껴지고 고소하며, 음식점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찌개의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다는 평을 받는다.화심순두부 본점 김재화 대표는 "적절한 식재료의 이상적인 조합, 오래된 손맛 등이 화심순두부의 명성을 있게 했다"며 "특히 암반층에서 끌어 올린 좋은 물은 순두부의 맛을 내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이 곳 전문요리점들의 메뉴는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순두부에 바지락·버섯·해물 등을 넣은 찌개류와 쇠고기 등이 들어간 전골류, 그리고 간식이나 안주로 먹을 수 있는 모두부·빈대떡·파전·도토리묵 등이 있다. 일부 메뉴는 포장도 가능하다.가격은 찌개류 5000~6000원, 전골류 2만~3만원, 두부 한 모에 3000원 등 4인 기준으로 2만~3만원 대에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화심순두부 전문요리점들의 특징화심리 순두부마을은 한 곳에 전문요리점들이 집적화돼있어 그 규모가 크고, 전문점들답게 다양한 관련 메뉴가 있으며, 오래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여기에는 '화심순두부 본점(대표 김재화)'이 선두에 있다. 화심순두부 본점 앞에는 '대물림 두부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본점인 이 곳은 김용겸 씨의 큰 아들인 재화 씨가 운영하고, 전주 중화산동·익산 영등동·완주 삼례 등 직영점에서도 자녀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화심순두부의 독특한 맛을 전파하고 있다.특히 삼례점 대표인 기봉 씨는 10여년 전 가족 단위 손님이 왔을 때 어린이들도 두부를 즐길 수 있도록, 두부돈가스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또 그가 개발한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콩도너츠와 아이스크림도 이 집의 별미다.김 대표는 "그날 만든 두부는 그날만 사용한다는 부친의 원칙을 지금도 본점을 비롯한 도내 직영점에서도 지킨다"며 "정성과 믿음이 손님을 끌 수 있는 비결이다"고 밝혔다.방앗간 옆 '화심집'으로 출발했던 '원조 화심생두부(대표 오선희)'는 권영선 여사의 50여년의 손맛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지난 88년 일반음식업 정식 등록을 한 뒤 지난해부터서는 권 여사의 딸인 오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를 갈아 두부와 섞어 만든 두부탕수육은 갖은 야채가 소스와 함께 어우러져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전주 서신동에 분점을 냈다.93년에 개업한 '화심두부마을(대표 이만순)'은 땅콩탕수두부와 땅콩두부가스를 개발, 다른 집들과 차별화했다. 또한 땅콩두부과자는 고소한 맛과 영양소가 조화돼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화심두부마을 맞은편에 위치한 '윤가네순두부(대표 윤용덕)'는 2007년 개업했으며 100% 국산 콩으로 만든 옛날 순두부 맛을 강조한다. 특히 퓨전식인 '포두부 샐러드'는 이 집만의 별미로 평가받는다.지난해 6월 문을 연 '옛날순두부(대표 장명희)'도 사골·쇠고기순두부찌개류 외 굴소스두부튀김 등으로 화심순두부 맛을 내는데 동참했다.

  • 주말
  • 전오열
  • 2010.12.17 23:02

[맛&여행] ④전주 한옥마을 '알짜' 음식점

올해 320만명이 다녀갔다는 전주 한옥마을. 지난 4일 오후 파워블로거 김병대 씨를 맛집 길잡이로 삼아 찾은 그곳은 쌀쌀한 날씨에도 외지인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이어졌다.평소 먹성 좋은 기자로 알려진 터, '맛잇는 한옥마을'에 맞는 먹잇감의 기준은 '가격 대비 만족'으로 정했다. 한옥마을에는 양반가·갑기원 등 한정식으로 유명한 식당도 있지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분식도 다양하다. 베티랑분식 칼국수, 진까소바와 함께 한옥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동문길 쪽으로 장가네 왕족발, 동포만두 등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수제 돈가스와 카레,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쇠고기 소금구이를 맛볼 수 있는 한옥마을의 알짜 음식점을 소개한다.▲부부의 정성이 가득한 수제 돈가스 쌈지돈전동성당 앞 태조로를 따라가다 교통국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간 곳에 쌈지돈이 자리한다. 크기 때문에 과거 속칭'A4돈가스'를 파는 집이라 불렸다. 전국적으로도 가격 대비 맛·양이 우수한 곳이라는 평가다. 대표적 메뉴는 돈가스와 함박 스테이크, 쫄면이다. 쫄면은 겨울이 되면서 3위로 밀렸지만 여름에는 함박 스테이크를 제치기도 한다.이날 식당을 찾았을 때는 마침 최영숙 씨(57) 부부가 양념에 잰 고기에 달걀옷과 빵가루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집 돈가스의 맛은 주인장 부부의 정성에서 비롯된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진안 홍삼 먹인 돼지고기를 공수, 일단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한다. 망치로 일일이 두드린 뒤 양념에 3일간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달걀옷을 입을 수 있다."재료를 받아서 하면 조금 편하지만 음식맛이 나질 않아요. 고기를 두드리다보면 어깨가 무너질 거 같지만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의 말이면 보람을 느껴요."최 씨는 원래 도토리 칼국수 식당을 운영하다 건강상 이유로 휴지기를 뒤에 지난 4월 이곳을 인수했다. 전 주인장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소스도 그대로다.그는 "옛날에는 경양식이라고 해서 칼질 하는 곳에나 가야 돈가스를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며 "한옥마을을 찾는 가족·연인·친구끼리 부담없이 먹고 또 다시 찾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메뉴 돈가스 4500원, 함박 스테이크(호주산 쇠고기) 5500원, 쫄면·오징어 덮밥 4000원.전화 063-285-1017▲깔끔한 카레 상덕커리태조로에서 경기전길로 들어서면 중앙초를 지나 상덕커리가 나온다. 소담한 내부 장식과 잘 어우러진 깔끔한 맛의 카레 음식점이다. 2년 전 문을 연 이곳은 두 주인장이 워낙 카레를 좋아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단일 메뉴로 2가지 맛의 선택지가 있으며, 쿠폰제도 실시한다.최대 수용 인원은 20명이지만 최근에는 마니아층을 넘어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인근에 상덕커리를 벤치마킹한 음식점이 문을 열기도 했다.이날은 청소를 위해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주인장이 가게에 있다는 말에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밀어 주인장 유승아 씨(37)를 만날 수 있었다.해맑은 미소의 소유자인 유 씨는 "일단은 우리 입에 맛게 한다"며 "야채는 바로바로 공수하고 소스는 일본산 고형 카레에 우리의 비법이 담긴 여러 향신료를 넣는다. 카레 맛이 강해 매운 맛을 상쇄하는 요거트를 후식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메뉴 매운맛 또는 부드러운맛 카레+상덕빵+요거트 6000원전화 063-288-0824▲고품질 한우 소금구이 경기전 중앙숯불상덕커리를 나와 어진길 방향으로 직진하면 바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쇠고기를 맛볼 수 있는 중앙숯불갈비가 위치한다. 타지에 비해 저렴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약간의 셀프 서비스는 염두해야 한다. 손님은 단골 아니면 관광객이다.4일 점포 왼쪽 한 켠 '작업실'에서 고기를 써는 주인장 임정임 씨(61) 부부를 만났다. 김병대 씨가 "고기를 써는 모습은 담기 어렵다"며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자 고기 굽는 집이라 내부가 좀 지저분하다는 말이 뒤따른다."다른 집이 1인분에 1만3000원 할 때 우리는 9000원에 팔았어. 여기 오는 타지 사람들은 가격은 싸고 고기맛은 훌륭하다고 좋아하지."임 씨 부부는 원래 경상도 소백산 아래서 같은 콘셉트의 식당을 했다. 임 씨의 남편 고향이 전주라는 이유로 18년 전 한옥마을에 터를 잡았다. 처음 3년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한우에 대한 수요가 적어 고생을 하기도 했다."정읍과 전주 등의 도축장에서 하루 숙성한 한우를 공수, 1등급에서 1++ 등급을 사용하지. 고기 지방을 제거해서 바로 구워 먹는 방식은 우리가 원조라고 자부해. 불은 인근에서 주문한 활성탄을 이용하는데 소금구이는 고기 자체가 좋아야 장사를 할 수 있어. 고기맛은 손님이 더 잘 알아."인터뷰 도중에도 임 씨는 주문을 받자마자 정해진 무게의 고기를 하얀 플라스틱 접시에 담은 뒤 굵은 소금을 거침없이 뿌린다. 나가는 고기를 보니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굽지 않아도, 선명한 선홍색과 그 사이를 메운 하얀 마블링은 이미 침샘을 자극했다.메뉴 쇠고기 170g 2만1000원, 안창살 150g 2만3000원, 소면 2000원.063-231-1771

  • 주말
  • 이세명
  • 2010.12.10 23:02

[맛&여행] 섬진강 상류여행 '순창 장군목'

11월 마지막 주말.하루가 금방 지나가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가고, 그렇게 한달이 가고 나니..12월이 눈앞에 와있다.겨울의 문턱에서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가깝긴 하지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 알려진 장군목을 가기로 했다.▲ 자연이 만든 천혜의 공원장군목 계곡은 섬진강 상류에 천혜의 수석공원으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숨겨진 자연관광지로서,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회문산 골짜기에서 섬진강에 합류돼 장군목에 이르는 500여리 가량되는 물길은 섬진강 중에서도 가장 향토적이며 자연미 넘치는 풍경을 연출한다.산과 강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빚어낸 섬진강의 풍광은 순창군 동계면 내룡마을의 장군목에서 절정에 이른다.'용궐산 장군이 건너편 적장의 목을 칼로 쳐 그 목이 장군목에 떨어졌다'하여 장군목이라 부른단다.장군목은 특히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했으며 강폭이 넓고 수심도 비교적 얕아 여름철에는 가족단위 물놀이 코스로 제격이며, 가을철에는 강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과 산비탈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고 전해진다.▲ 가는 길순창에서 출발해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방면으로 가다가 적성 화탄매운탕집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했다. 내월리를 지나 순창 상수도취수장에서 좌회전을 하니 얼마가지 않아 섬진강이 펼쳐졌다.그 강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니 구미마을이 나오고, 그 길을 지나 장군목이 눈에 들어왔다.가는 길에 새로 지은 현수교가 눈길을 끌었다.▲ 요강바위현수교를 지나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겨울을 준비하는 앙상한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려는데 놀러 나온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놀라 잔바람이 손짓한다.산길을 나와 계곡으로 향했다.장군목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기묘하게 움푹 패인 바위들이었다. 진짜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를 비롯해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km 정도 늘어서 있다.장군목의 상징인 요강바위는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요강바위로 불리게 되었으며, 높이 2m, 폭 3m에 무게가 무려 15톤이 된다는 요강바위는 어른이 들어가도 넉넉 할 정도로 깊은 웅덩이가 패여 있어 눈길을 끈다.또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네들이 장군목을 찾아 요강바위 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로 전국의 수많은 여인네들이 찾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이 바위는 한때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도난당하기도 했으나,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온 뒤로는 여전히 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신기한 건 요강바위뿐만이 아니었다.주변에 널린 바위들은 가운데가 둥글게 패여 장군목을 흐르는 물살이 빚어낸 신묘함 그 자체였다. 하나같이 일부러 조각 해놓은 듯 섬세하고 정교하지만, 실은 수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쓰다듬고 어루만져 태어난 작품들이다.도저히 인공으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만들어내지 못할 신기한 작품들..수석처럼 놓인 바위더미들이 물과 어울려 기막힌 장면을 연출했다.세월의 깊이를 바위로 새기는 물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순간 경치에 반하고, 바위에 반하고, 물에 취했다.장군목이 이처럼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물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군목에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장구목 가든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점심때 출발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계곡이 깊어선지 해가 빨리 지는 것 같았다.여행을 마음 먹었다면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을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장군목의 경치에 취해 허기를 잠시 잊고 있었다.장군목 건너 장구목 가든이라는 허름한 식당에 들렀다.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 아낙이 어찌나 친절한지 허름한 식당 겉모습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어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더니 압력밥솥에 뜨끈뜨끈 막 지어낸 현미밥과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매기 매운탕에 온 몸은 녹아내렸다.보기만 좋을 뿐 아니라 맛까지 좋은 음식들. 맛깔스런 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었다.단풍 잎으로 만든 단풍잎튀김, 고구마튀김과 과일 샐러드까지 곁들인, 매기 매운탕을 정말 맛나게 먹고 나니 디저트로 꽃차가 나왔다.무슨 꽃차인지 물어보니 목련꽃과 산동백이란다.중국에 차가 유명하다던가.. 아마도 장구목가든의 꽃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그렇게 여운이 남는 꽃차를 뒤로 하고 장군목을 떠나왔다.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추억을 간직하고,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차로 장군목이란 곳에 흠뻑 젖어들고 말았다.여행을 마음먹었다면 싸늘해지는 겨울에 따뜻한 정서를 느낄 그곳, 장군목을 적극 추천한다.

  • 주말
  • 임남근
  • 2010.12.03 23:02

[맛&여행] ③익산 황등시장 맛집들

맛의 문외한이 맛지도를 그려야 한다니….십중팔구 '맛없는 지도'가 나올 게 뻔했다. 궁하면 통하는 법. 구세주는 등잔 밑에 있었다.전북일보에 '쉐비체어의 숨은 맛집 리포트'를 연재하는 김병대 씨(46·블로그 '쉐비체어' 운영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그의 그림자를 따라 익산 황등시장을 찾았다.전주비빔밥이 전북 음식의 메이저리그라면, 황등비빔밥은 마이너리그에 속한다. 둘의 차이는 취향과 인지도의 차이일 뿐 맛의 우열과는 아무 상관없다."전주비빔밥은 재료의 개수가 많고, 시각적으로 오색찬란하죠. 말깨나 하는 전주 양반처럼요. 반면 황등비빔밥은 서민적이에요. 재료의 가짓수는 적지만, 육회가 더 듬뿍 들어가고, 밥과 콩나물을 선짓국물로 토렴(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하는 방식이 달라요. 미리 비벼서 스테인리스 그릇째 불에 데워 나오는 것도 특징이에요."그는 "현재 황등시장은 진미식당과 한일식당, 시장비빔밥 등 3강(强) 구도 아래 분도식당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식당'한일식당'은 1979년 김복례 할머니(80)가 시장 인근 고가 다리 아래서 문을 연 게 시초. 1994년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맏딸 조명숙 씨(58)가 일을 돕기 시작했고, 지금은 조 씨가 식당을 진두지휘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조 씨는 네댓 명의 아주머니들과 주방에서 바지런히 육회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김병대 씨는 "한일식당은 갈비전골이 특화됐다"며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외부 손님을 접대할 때 제격"이라고 귀띔했다. 후덕한 인상의 조 씨가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취재 일정 탓에 마른침만 삼켜야 했다.▲ 메뉴: 갈비전골 3만2000원(2인 기준), 육회비빔밥 7000원, 육회(250g) 3만 원▲ 전화: 063-856-4471◆ 시장비빔밥한 할머니가 뒷짐을 진 채 시장 어귀를 나오고 있었다. 김병대 씨가 "바로 저분"이라고 소리쳤다. '시장비빔밥'의 원조(元祖) 정월녀 할머니(80)였다. 지금은 맏아들 이기동(62)·김은남 씨(61) 부부가 운영한다."큰 손녀가 38살이니, 시집와서 40년 가까이 선지국밥을 팔았다"는 맏며느리가 삶은 돼지껍데기를 저민 포를 육회비빔밥에 섞었다. 이미 수차례 그 맛을 본 김 씨가 "기름기가 완전히 빠져 부들부들하면서도 씹히는 감이 묘하고 고소하다"며 "선지국밥은 시장비빔밥이 제일"이라고 추어올렸다.▲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 선지국밥 5000원, 순대 6000원▲ 전화: 063-858-6051◆ 진미식당'진미식당'의 뿌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대 조여아 할머니(당시 96세)는 5년 전 작고했지만, 할머니의 1남2녀 중 큰딸인 원금애 씨(76)가 50년간, 5년 전부터 원 씨의 둘째 아들 이종식 씨(42)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바꾸는 게 항상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는데, 맛이 예전만 못했어요. 어머니는 항상 '음식은 재료가 제일 중요하고, 정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세요."'어머니의 노하우는 얼마나 습득한 것 같냐'는 물음에 이 씨는 "60% 정도…."라고 몸을 낮췄다.▲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小)·9000원(大), 보신탕 1만 원(小)·1만2000원(大), 육회 2만 원(小)·3만 원(大), 수육 2만 원(小)·3만 원(大), 전통순대 7000원(小)·1만 원(大), 내장 1만 원▲ 전화: 063-856-4422◆ 분도식당'분도식당' 주인 최영오 씨(50)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칼잡이'다. 똑같은 부위라도 그가 썰면 맛이 더 좋고, 쫀득쫀득하다. 매일 새벽 도축장에서 그가 직접 물건을 고른다.1991년 '분도정육점'을 먼저 열었고, 바로 옆에 식당을 차린 것은 7년 전.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소규모 정육점은 한물갔기 때문"이다.그의 도마는 움푹 파였다. 날마다 수만 번 칼질을 해댄 탓이다."신랑이 워낙 고지식해서 정확한 것만 써요. 그러니까 이렇게 (겉모양이) 후진데도 손님들은 의사, 교수, 공무원 등 번쩍번쩍한 사람들이 오죠."아내 박승임 씨(48)는 "음식은 집에서 먹는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내놓고, 오리지널 암소만 쓴다"며 "맛의 기준은 사장님(최영오 씨) 식성"이라고 말했다.채소는 전남 나주에서 최 씨의 큰처남이 재배한 것을 가져다 쓴다. 취재를 마친 기자는 드디어 둘둘 말린 스파게티 면발 같은 육사시미와 진심이 오롯이 밴 육회비빔밥을 먹은 뒤 '유레카'를 외쳤다.▲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 육사시미 2만 원, 육회·구이(200g) 각 2만 원, 토시살 3만 원, 갈비탕 8000원▲ 전화: 063-858-6467

  • 주말
  • 김준희
  • 2010.12.03 23:02

[맛&여행] 오감체험 부산

원래 목적지는 부산이 아니었다. 제주도 올레길을 가기 위해 몇 달 전부터 계획했지만 하늘길과 바닷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변화된 일상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떠나기로 했다.10월의 마지막 주말에 찾아간 부산은 서울과 달리 사람 사는 정겨움이 느껴졌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불꽃 축제가 끝나 더 이상 축제도 행사도 없었지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의 일상이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는 두고 가기로 했다. 무엇인가에 얽매일 때 여행은 힘들고 지겨워진다. 그래서 작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몸과 마음도 가볍게 버스에 몸을 실었다. 터미널에서 주섬주섬 군것질거리도 챙겼다. 소풍가는 어린아이 마냥 즐겁고 설다.▲ 1. 영화와 바다의 도시 부산'부산'하면 역시 '해운대'다. 파라솔에 점령당한 한여름의 해운대는 무척 싫지만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나 한적한 계절의 해운대는 질리지 않는다. 해변에서 조선호텔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변 산책로가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까지 연결돼 있다. 누리마루 폐장시간은 오후 5시. 4시 55분에 도착했지만 뻔뻔하게 들어갔다. 특별히 볼 것은 없었다. 그저 그 날의 회의장 풍경이 각 나라의 명패들과 함께 보존돼 있고, 기념품들이 전시돼 있다. 요즘 이곳이 부산의 주요 관광지로 부상했다고 한다.저녁메뉴로 선택한 조개구이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고 찾아간 '청사포'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곳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맛있는 꼬치집은 여행의 기쁨을 더해줬다. 청사포는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등대가 운치를 더하면서 소박하지만 그리움 가득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해운대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길인 '달맞이 고개'는 4월 초에 벚꽃이 만개한단다. 그 때 오면 더 좋다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친절히 알려 주신다. 부산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2. 골목마다 펼쳐진 굴곡진 삶의 풍경들이튿날 찾아간 곳은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2동. 이곳은 사실 거창한 별칭과 달리 부산의 달동네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며 사진작가나 관광객들에게 꽤 알려진 곳이다. 지하철(1호선 토성동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길을 따라 올라간 그 곳에 감천동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한 이 마을은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집이 늘어서있다.문화단체가 개척(?)해 놓은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가 봤다. 화살표가 이끄는 데로 가다보면 폐가를 활용한 전시장과 공부방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화살표를 따라가며 연신 사진을 찍고 기웃거렸는데 어느 순간, 그 곳 사람들에게 미안해졌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주민들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골목길을 걷던 들뜬 기분은 잠잠해지고 어느 순간 말 없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낯선 이에게 기꺼이 먼저 말을 걸어 주던 그 곳 사람들의 수줍은 미소가 지금도 떠오른다.▲ 3. 다시 일상 속으로현대화된 건물이 들어섰지만 날 것의 생생함과 짭조롬 한 바다 내음이 가득한 자갈치 시장과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남포동 영화의 거리를 끝으로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고 전주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며 구입한 부산의 한 일간지(직업이 직업인지라 지역 신문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받아본 신문에서 먼저 눈이 간 기사는 10월 31일자로 부산의 가장 오래된 책방인 '문우당'이 폐업한다는 소식이다.55년이나 된 책방이지만 인터넷과 대형서점에 밀려 문을 닫는단다. 남포동까지 갔었는데 이곳을 들리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꼭 찾아가 55년의 시간이 멈추는 그 공간의 마지막을 함께 했을텐데…. 지역의 오래된 것들이 경제 논리에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졌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안은 채 전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모르는 길은 물어 가면서, 또 그렇게 걷다가 찻집을 발견하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부산의 일상과 마주했던 그 시간들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분발하게 한다. 잠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타인의 일상에 들어가 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미덕이 아닐까.▲ 교통편대중 교통만 이용한 여행에서 불편함은 없었다. 지하철과 마을버스, 택시를 두루 이용하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흥미로웠다. 전주에서 부산 가는 버스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두 곳에서 탈 수 있다. 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면 부산 사상터미널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타면 노포동 종합터미널에 내려준다. 3시간 정도 걸리며, 터미널 두곳 모두 지하철과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 주요 노선 외에 3호선이 있지만 자갈치 시장이나 남포동, 해운대 등 주요 관광지는 1,2호선에 집중돼있다. 또 부산역 앞에서는 부산시티투어버스가 운행중이다. 해운대 노선, 태종대 노선 등 여러 노선이 있다. 1만원으로 부산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 볼 수 있다.(홈페이지 http://www.citytourbusan.com)▲ 먹을거리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하다던데 이번 여행에서는 먹어보질 못했다(사실 전주사람 입맛에는 잘 안맞는다는 소문이 한 몫했다). 대신 청사포의 조개구이와 자갈치 시장의 생선구이 백반, 남포동의 씨앗호떡, 부산어묵 등을 먹었다. 사실 전주에도 다 있는 메뉴들이지만 해물의 싱싱함과 통통하게 오른 생선살은 비교가 안된다.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씨앗 호떡은 꼭 먹어보길 권한다. 즐비하게 늘어선 호떡집 포장마차들이 저마다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짜 원조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호떡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견과류를 듬뿍 넣어 종이컵에 담아주는 씨앗호떡을 먹으며 남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 주말
  • 은수정
  • 2010.11.19 23:02

[맛&여행] ②전주 콩나물 국밥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은 주말이되면 온 가족이 온천을 다녀온 후 점심은 꼭 어느 허름한 가게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는 일이 주말 코스처럼 반복되곤 했다그 콩나물 국밥집에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작은 방은 언제나 우리 가족들의 차지였다. 사람들의 구두가 쌓여 있고 누런 바닥에 아주 오래된 진한 밤색 식탁.그 옆에는 검은 천을 씌여놓은 콩나물 시루도 있었다. 손님들이 북적대는 탓에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 콩나물 국밥 먹을때면 어린마음에'한번쯤은 더 좋은 곳에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그 놈 참 박정희 닮았네""저 박정희 대통령 맞습니다""미친놈 네가 박정희면 내가 영부인이다 이놈아""저 정말 대통령 맞습니다""지랄하네 넌 박정희 닮았으니까 계란두개 줄 테니까 쳐먹고 가"1947년 욕쟁이 할머니 고 이봉순씨가 간판도 없이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팔거 문을닫아 붙여진 이름'삼백집'. 가게 앞에서 아버지한테 전해 들었던 전 박정희 대통령이 삼백집을 찾았다가 남긴 욕쟁이 할머니와의 일화는 여전히 손님사이에서 유명해 허영만의 만화'식객'에 실리기도 했다.가게는 여전히 대물림 되어 지금의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일하다가 짬내서도 먹고, 회식을 한 다음날 속풀이로도 먹고, 데이트 하면서도 먹고, 메뉴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이유없이 먹기도 했던 콩나물 국밥. 삼백집 외에도 좋아하는 콩나물 국밥집이 많지만 콩나물 국밥하면 언제고 그 때의 그 맛이 떠오른다.맛이 풍부한 전라도에서도 전주하면 전주비빕밥, 막걸리, 한정식 등 유명한 음식들이 참 많다. 더구나 그 맛의 명성이 높아 뉴욕타임즈에 비빕밥 광고를 실어 한국을 알릴정도니 전주에는 국가대표급 메뉴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전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콩나물 국밥이 아닐까.콩나물의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구황식품으로 이용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니 그 맛의 기원도 적지 않다. 특히 콩나물 국방의 구체적인 조리법은 1910년부터 나타나는데, 그 원조는 단연 전주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 내는 콩나물국밥이 전통적인'전주콩나물국밥'이라면, 펄펄 끓이지 않고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서 내는'남부시장식 국밥'이 있다.뚝배기에 뜨겁게 끓여서 나오는 콩나물국밥을 새우젓으로 알맞게 간을 맞춰 후후 불어 먹다보면 어느새 속이 든든해진다. 동네 슈퍼에서 맥주를 마시는 전주 특유의 가맥을 즐기고 난 다음날 아침 콩나물국밥이 제격이긴 하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그리울 때 부담 없이 즐기게 되는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 바로 콩나물국밥이다.더구나 대개 전국의 콩나물 가운데 전주콩나물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전주의 기후와 수질이 콩나물 재배에 최적이여서 콩나물이 연한데다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은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수분이 많아 배출효과가 좋다는 분석적인 효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콩나물 국밥의 그 맛 자체로서 미식가들은 전주에서 놓쳐서는 안 될 음식중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특히 왱이집은'손님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육수를 우려내고 있다'는 문구가 소문이 나면서 국밥 한그릇에 보약을 준비하는 마음 자세를 엿볼 수 있다.전주 콩나물 국밥을 처음 접하는 외지인들은 콩나물 국밥과 함께 나오는 수란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란은 우리나라 전통 요리 중 한 종류 였다가 전주 콩나물 국밥에 응용됐다고 하는데'말 그대로 물에 띄운 계란'이란 뜻으로 달걀을 깨뜨려 공기에 담은 뒤 팔팔 끓은 육수에 띄워 중탕하여 익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수란을 국밥에 풀어 먹기도 하지만 본래 수란은 국밥을 먹기 전에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얼큰한 국물이 들어가기 전 위벽을 보호해주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국물 서너 숟가락에 김을 잘게 부셔 넣고, 참기름 한 방울까지 떨어트린 후 휘저으면 끝! 이렇게 마시고 나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여서'수란을 마시고, 국밥을 먹어야 콩나물국밥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숱하게 많은 전주 콩나물 국밥집 다들 유명하기로 둘째가면 서러울 집이 꽤있어 어디에서 먹을까? 하는 고민도 적지 않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한옥마을과 전주시내 일대 전북대학교 주변에 밀집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름난 콩나물국밥집을 둘러보자.▲ 현대옥전주시 중화산동에 위치한 '현대옥'은 전주 콩나물 국밥 중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의 진수를 보여준다. 남부시장식은 뚝배기에 찬 밥과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여 내는 전통식과 달리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낸다. '현대옥'은 원래 1979년 전주 남부시장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전화번호도 없는 '현대옥'을 개업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발전하면서 현대옥 본점 '현대옥' 본점 자체 육수공장에서 농축액을 제조, 가맹점에서는 레시피에 따라 농축액에 일정량의 정수한 물과 통나물 삶은 물로 희석해 끓여 맛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특히 콩나물 국밥의 핵심인 시원한 국물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선한 최고급 여수산 멸치로 국물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진짜 이 집은 맛의 비법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재료를 자르거나 다져서 내놓는다는데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이 집은 늦은 새벽 속을 달래려는 사람부터 아침까지 손님들이 넘친다.▲ 왱이 콩나물 국밥왱이집은 오랜 기간 변함없는 맛과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자체적으로 만든 육수에 콩나물 삶은 국물을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한결같은 맛 때문에 수십 년간 단골로 계속 찾는 고객들은'왱이집이 아니라면 콩나물국밥을 논하지 말라'고 입을모은다.콩나물 국밥의 핵심인 시원한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따로국밥을 시켜 밥의 양을 조절하면서 먹으면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그 소리마저 좋다.깍두기, 열무김치 등 반찬이 정갈하게 내놓는데다가 계산을 하고 가계를 나설땐 튀밥 한줌 쥐어가 콩나물 국밥의 끝 맛을 정리해주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스타들이 찾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도 전주콩나물국밥은 곧 왱이집이라는 등식이 성립할만큼 유명 블로그들의 맛 리뷰가 넘친다.특히 왱이집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어낸 전주모주도 콩나물국밥과 함께하기에 그만이다. 계피향이 나는 생강, 계피, 감초, 대추 등 약재를 넣고 달인 전주모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나온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마시는 모주한잔은 도수가 높지 않아 로 젊은 층부터 연세가 있으신 분들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착하다.▲ 두레박 콩나물 국밥전주시 덕진동에 위치한 이 곳 역시 유명스타의 사인을 물론 다녀간 자리를 표시해두어 재미를 더한다.국밥이라는 특유의 푸짐하고 든든한 양의 이미지처럼 일단 국밥 자체의 양이 많은데다가 거기에 공기밥까지 한 그릇 더 나온다. 기본 찬도 날계란과 김치, 깍두기, 오징어젓갈, 돼지고기 장조림, 청양고추, 새우젓, 김 등 골고루 갖춰져 있다. 첫 숟가락에선 느껴지는 김치의 시큼한 맛이 제격이다. 특히 맵디 매운 청양고추를 넣으면 굉장히 국물을 들이키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팔팔끓인맛, 뜨거운 맛, 따뜻한 맛' 세가지의 맛을 고를 수 있다.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주차장은 광장 내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콩나물 국밥 한그릇 먹고 바로 마주편에 있는 바람의 언덕에 올라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 주말
  • 윤나네
  • 2010.11.19 23:02

[맛&여행] ①프롤로그 - 맛있는 이야기, 맛깔나게

비빔밥이라고 하면 배고플 때, 혹은 스트레스 받았을 때, 큰 양푼에 찬밥을 덜어넣고 집안의 갖은 반찬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것만큼 맛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비빔밥을 최고로 치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사골 국물로 밥을 짓는 그 정성때문일 것이다.이처럼 음식 중에는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전주한정식, 전주오모가리탕처럼 이름 앞에 '전주'란 말이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다. 여기에 순창 고추장, 곰소 젓갈에서부터 남원 추어탕, 완주 붕어찜까지 전라북도에는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음식들이 많다. 곰소의 젓갈백반만 보더라도 젓갈이 식당의 주 메뉴로 '턱'하니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니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젓갈 하나, 장 하나만으로도 밥상 받는 일이 즐겁고, 깍두기와 김치만 '덜렁' 나와도 그것이 곧 훌륭한 찬이 될 정도로 작은 반찬 하나도 구석으로 밀쳐둘 일이 없는 곳이란 말이다.이렇다 보니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주' 또는 '전라도'를 상호를 내세우고 있는 음식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마 전국에 있는 음식점들을 모조리 훑는다면, 간판에 '전주'를 내건 곳들이 꽤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전주식 콩나물국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전주'라는 곳에 한 발이라도 걸쳐놓고 싶었을까. '전주'만큼 맛 낼 자신은 없고, 그래도 맛의 고장의 흉내는 내고 싶었으리라.이 정도라면 전주와 전라북도가 맛의 고장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고 나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품고 있는 풍요로운 땅에서 나는 제철 재료들로 차린 상은 한 마디로 산해진미(山海珍味)라. '태어나 한 순간도 날씬했던 적이 없었던 이유가 전라도 땅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어서'라며 투정을 부리는 젊은 처자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물론, 이 처자 또한 '손맛 좋은 전라도 여자'로 늙어갈 것이다.그래서 전라북도에서는 음식 추천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다른 지역이라면 사람마다 다른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였겠지만, 적어도 이 땅에서는 어느 곳을 가나 보통은 하니 고민의 차원이 높다.이렇다 보니 전라북도에서는 '○○방송 출연한 집'이라고 써 붙이고 거드름 피울 수가 없다. 비까번쩍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보다 골목 구석 자식들 이름 따 소박하게 지은 '○○네 집'이 더 맛있는 곳이기도 하며 반대로 시장통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로 성공, 전국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기도 하다.푸짐하다는 말도 이 곳이라야 어울린다. 한정식이야 비싼 값을 한다 치더라도 5000원, 6000원 하는 백반 한 상에도 뚝배기에 끓인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계란찜이 상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양도 넉넉해 체면 불구하고 남는 반찬 싸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심지어 막걸리집에 가면 한 상 가득 깔리는 안주들에 공깃밥을 시키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할 정도다. 이처럼 전북에서는 배가 부를 만큼 불러도 좀처럼 젓가락 놓기가 쉽지 않다.생각만 해도 배부른 고향의 집밥이 떠오르는 주말, 전북을 대표하는 음식 이야기 '기자가 그리는 맛지도'가 연재된다. 때로는 지역의 줄기를 따라, 때로는 음식의 갈래를 따라 오랜 세월 전해져 온 전라북도의 맛있는 이야기를 찾아간다.맛의 미묘한 차이까지도 정확히 짚어내는 블로거나 맛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날카로운 미각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자들의 연재가 끝나는 날 좀더 대중적인 맛지도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 주말
  • 도휘정
  • 2010.11.12 23:02

[맛&여행] 여수 오동도·향일암·만성리 해수욕장

수없이 죽었다. 데드라인(deadline). 선을 넘으면 죽는…. 죽어야 사는 남자. 그게 나다.떠나기 전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휴가 기간만이라도 '육하원칙'의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목적지는 여수. 두 번인가, 세 번인가 갔던 곳. 오동도 동백꽃 말고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곳. 그래서 더 편했는지도 모른다. 아주 낯설지 않으면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는 곳.지난 7월 어느날 새벽, 친구 Y와 전주역에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머리는 못 감고, 고양이 세수만 겨우 했다. 매일 걸치던 양복은 옷장에 처박아 두고, '낭인' 시절 즐겨 입던 반바지와 남방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나섰다.친구 Y와 기차 안에서 두서없이 수다를 피우다가, 창 밖 풍경을 감상하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사이다와 김밥을 모두 먹으니 어느새 여수역에 도착했다.새로 지은 역사는 깨끗했다. 전라선의 종착역인 여수역은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에 맞춰 지난해 12월 23일 기존 위치에서 북쪽으로 역사를 옮겼다.우리는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파블로프의 개'처럼 여수의 상징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까지 가는 길 내내 양쪽에 길게 늘어선 '2012 여수세계박람회' 홍보 패널(panel)과 넓고, 잘 닦인 도로를 보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떠올랐다. 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 군대 제대 후 친구 Y와 함께 걸었던 낡고, 좁았던 길이 10년 만에 이른바 '성형 미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오동도는 변함없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동백 3000여 그루를 비롯해 시누대(green bamboo·장죽을 만드는 대), 후박나무, 해송 등으로 둘러싸인 '숲 터널식 산책로'를 걸으며, 우리도 실컷 '광합성'을 했다.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오동도엔 오동나무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이치일까.고려 공민왕 때 요승 신돈이 봉황이 오동나무 열매를 먹으려고 오동도에 드나드는 것은 왕조에 불길한 징조라고 주장, 섬의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는 설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오동도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여수 관광 지도'를 보고, 즉흥적으로 다음 장소를 골랐다. 만성리해수욕장. 가끔은 '감'(感)이 우리를 배신하기도 한다.'해변에 깔린 검은 모래는 원적외선 방사율이 높아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돕고, 땀과 몸 속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시켜 준다. 매년 음력 4월 20일이면 검은 모래가 눈을 뜬다 하여, 이날 이후로 찜질의 효과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해변이 마치 여름 해수욕장을 방불케 한다. 만성리해수욕장에서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절경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모래 찜질을 즐겨 보는 것도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될 듯 하다'는 여수시 관광 정보 누리집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엔 '거품'이 있는 듯하다. 당시 해변엔 우리 둘뿐이었다.'구세주'는 있었다. 해수욕장에 갈 때 탔던 택시 기사는 우리에게 향일암을 추천했다. '더는 악수를 두지 말자'는 나와 '이왕 온 김에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보자'는 친구 Y의 승강이의 최종 승자는 Y였다.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여수 시내에서 향일암 가는 버스를 한참을 기다린 뒤 잡아 탔다. 반신반의하면서 간 향일암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아니 34년 살면서 손에 꼽을 만한 벅찬 감동을 줬다.향일암에서 바라본 탁 트인 수평선은 그동안 단편적인 팩트(fact)에 얽매여 큰 숲(진실)은 보지 못했던 나를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해줬다.향일암 누리집을 보면, 향일암(向日庵)은 '해를 바라본다'고 해서 붙여진 사찰 이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해를 머금은 사찰이다. 해를 바라보는 것은 중생들의 마음일 뿐, 부처님이 상주하는 도량은 해를 품안으로 안고 있기 때문이다.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된 향일암은 지난해 12월 20일 화재로 대웅전과 종무실, 종각 등 건물 3동이 모두 불탔다.

  • 주말
  • 김준희
  • 2010.10.07 23:02

[맛&여행] 덕유산 자락 '무주리조트'

회사 막내인 나.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몇 개월 후면 내 나이도 '계란 한 판'인 서른이다. 내가 서른 살이라니… '징그럽다'를 넘어 무섭고 피하고 싶다. 가수 비의 노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아닌 '세월을 피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서른 중반에 다다른 노총각 선배님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만 내 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 마지막 여름을 멋드러지게 보내고 싶었다.여름휴가를 계획하기 일주일전부터 머릿속에는 '20대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서울 홍대로 가볼까'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도로 훌쩍 떠나볼까' 라는 별별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민 아닌 고민에 몸부림치고 있을 무렵,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휴가란 자고로 푹 쉬는 것이 제일이야, 무주로 떠나자"라는 말에 일순간 고민 끝 행복 시작이었다.파란 하늘아래 흰 뭉개구름이 잔잔히 떠 있던 지난 8월 어느 멋진 날에 4명의 친구들이 모였다.익산~포항고속도로 소양IC에 들어서 무주IC로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 남짓. 통행료를 지불하고 나니 드디어 무공해 청정 지역인 무주군에 도착했다.한국의 4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덕유산 자락, 그 속에 자리 잡은 무주리조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미니 알프스'라 불리는 무주리조트 내 콘도에 짐을 푼 순간 어리둥절했다. 방안에는 더위를 식혀 줄 에이컨이 구비 돼있지 않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이곳까지 왔는데 에어컨 없이 잠은 어떻게 잘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리석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인류가 만든 인위적인 바람 없이도 땀을 식혀주고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주는 산바람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오르기 위해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을 운행하는 곤도라에 탑승했다. 그러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소심한 '나'는 죄 없는 친구들과 곤도라를 탓하며 눈 앞에 펼쳐진 경관을 차마 볼 수 없었다.'반갑습니다. 여기는 해발 1520m인 설천봉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곤도라 안전요원이 문을 열어주는 순간, 한 폭의 그림 같은 무주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졌고 이를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친구들과 이곳저곳 무주리조트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된 삼림욕 코스. 소나무 숲이 주는 은은한 나무 향기를 맡으면서 산책로를 걷자, 괴로움도 아픔도 없는 '무릉도원' 에 온 것 같았다.관객 840만 명을 동원한 영화 '국가대표' 촬영 장소였던 점핑파크 스키점프대. 국내 유일의 시설로 지난 1997년 동계 U대회 때 사용되었으며, 현재도 국내 스키 점프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자 마치 영화 속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 들었고, 경건하게 애국가를 불러야 할 것 같았다.리조트 안을 둘러보는 동안 옷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구경은 그만, 물놀이 할 시간이 다가왔다.발이 시리도록 차가운 구천동 계곡물에 뛰어들자 덩치가 산 만한 우리들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신이 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숙소로 돌아와 '삼겹살' 과 함께 폭탄주를 거나하게 마셨다. 취기가 올라왔지만 속마음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마냥 행복했다.여행이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비록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면 '서른 살'이 된다는 기분에 울적하겠지만, 미리 앞서 나가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볼만한 곳▲ 무주 반디랜드무주리조트에서 30분가량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무주 반디랜드(설천면 청량리)가 있다. 반디랜드에 도착하면 대형 애반딧불 모형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반디랜드는 곤충박물관과 자연학교, 자연휴양림, 반디별 천문과학관이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의 신비한 체험학습을 만끽할 수 있다.곤충박물관은 반딧불이를 비롯해 2000여 종, 1만3500여 마리의 희귀곤충표본과 150여 종의 열대식물, 날아다니는 수천마리의 나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 학생들과 관광객에게 배움의 공간과 휴식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또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의 대표적인 동·식물 화석을 비롯, 네발변이 하늘소와 발톱변이 풍뎅이, 암수자웅동체사슴벌레 등 희귀곤충들을 볼 수 있다.돔 영상관은 직경 14.1m의 반원구 스크린에 6개의 영사기를 투시해 지구의 탄생과 우주탐험 등 입체적이고 실감나게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반디별 천문과학관은 건축 연면적 752.47㎡에 지상 3층 규모로 전시실과 영상실, 13m 돔 관측실 등을 갖추고 있다.특히 인공위성 추적·감시 기능을 망원경이 갖춰져 있어 태양을 비롯한 행성과 성운, 천체들을 관측할 수 있다.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관람료는 각각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이다.▲ 머루 와인동굴적상산 중턱에 자리 잡은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산머루와인의 숙성, 저장 및 판매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입구에는 농·특산물 판매장과 전통찻집 등을 조성,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주 머루와인과 천마 등 지역특산물을 판매한다.인근에는 산악 순환도로를 타고 적상산과 안국사, 적상산 사고지, 산정호수 등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머루 와인동굴은 지난 1994년 양수발전소 건립 당시 작업터널로 사용됐으며 높이 4.7m, 넓이 4.5m, 길이 579m의 터널이다.입장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다.▲ 라제통문28km에 달하는 절경이 펼쳐지는 구천동 33경의 제1경인 '라제통문' 은 옛날 백제와 신라가 국경을 이루던 지역이다. 통문을 사이에 두고 백제와 신라를 오고 갔던 이곳은 삼국시대에는 석모산을 경계로 무풍 땅은 신라, 설천 땅은 백제 지역이었다.이렇듯 삼국시대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풍속과 문물이 판이한 지역이었던 만큼 지금도 언어와 풍습 등 특색을 간직하고 있어 설천장날에 가보면 사투리만으로 무주와 무풍사람을 가려 낼 수 있다.

  • 주말
  • 신동석
  • 2010.09.09 23:02

[맛&여행] 이승복 기념관

평창에 있는'이승복 기념관'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도 꼭 한번쯤 가볼 것을 추천한다.영동 고속도로 속사인터체인지에서 5분 거리다.이승복이 다녔던 계방분교는 이미 폐교됐고, 참변의 충격으로 살아남은 이마저 평생을 고통받아야 했던 한 가족의 참담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일부에서는 "남과 북의 겨레가 서로 용서하고 도와야 할 상황에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물을지 몰라도 불과 40여 년전(68년) 발생한 사건의 현장은 생생한 뭔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의 완벽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일부에서는 조작설을 제기하기도 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조작설은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이면에는 남과 북의 분단이 있었고, 좀 더 뿌리를 찾다보면 그 연원은 바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하나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10대에서 80대까지 많지는 않지만 이승복이 다녔던 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복도에 놓인 풍금을 쳐보기도 하고 교실 한복판에 자리잡은 난로, 그리고 이승복이 앉았던 자리를 보면서 모두가 숙연해진다.서대문 형무소, 거제 포로수용소, 5·18묘역, 이승복 기념관을 찾을때 느끼는 감정이 다른 이유는 왜 그럴까.

  • 주말
  • 위병기
  • 2010.08.26 23:02

[맛&여행] (20)강원도 '관동팔경'을 가다

여행만큼 개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도 드물다.저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산으로, 바다로, 또는 유적지를 찾아 나선다.올 여름 휴가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2박3일간 관동팔경 일부와 바다열차를 체험해서 이를 소개한다.중2, 중3짜리 아들녀석 둘과 아내가 동행한 이번 여행에서는 우연히 많은 여행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전북지역에 사는 사람이 강원도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차를 끌고 가는게 편하긴 하지만 더운 여름철에 길에서 심한 체증을 겪어야 하고,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때문에 중간중간 열차를 이용해 강원지역 일부를 섭렵해 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그중 하나가 바로 바다열차다.보통 열차는 앞을 보거나 뒤를 향하게 돼 있으나 한국철도공사가 테마관광의 일환으로 좌석을 개조, 앉은 사람 모두가 바다를 볼 수 있게 한게 특징이다.바다열차는 강원도 강릉∼동해∼삼척역간 58KM 구간이다.느린 템포로 가다, 쉬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바다의 풍광을 만끽하기엔 그만이다.거리는 짧지만 중간중간 쉬는 10개역이 모두 유명한 곳으로 정동진, 묵호, 동해, 추암, 삼척해변역 등이다.운행기간 내내 해변에 인접한 선로를 따라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라 할만하다.동해바다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연인은 사랑과 낭만을, 가족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코스라는게 가이드의 설명이다.특실로 구성된 1호차는 30석의 전 좌석이 바다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어 멋진 바닷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고, 특실 2호차는 커플들만의 극장식 좌석 컨셉으로 구성됐으며, 총 42석으로 구성된 일반 3호차는 동아리MT, 단체여행을 한 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준다.바다열차 예약은 www.seatrain.co.kr 033-573-5473~4 코레일 관광개발 삼척지사로 문의하면 된다.하지만 이것만으론 너무 단조롭다.멀리 전북에서 바다열차 한번 타기 위해서 강원도에 갔다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적어도 관동팔경중 한, 두곳은 꼭 보고와야 한다는 의미다.삼척에 도착했으면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를 들러보고, 해장국으로 유명한 곰치국을 맛보고 올 것을 권한다.말만 많이 들었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곰치국은 값이 저렴하면서도(1만원 이내) 신김치를 많이 썰어넣어 얼큰하면서도 부드러워 가히 만화 식객의 한 대목처럼 '가히 입속에서 한마리 학이 춤을 춘다'는 표현을 쓸만하다.고교 시절 귀가 아프게 들었던 관동팔경이 무엇이던가.대관령 동쪽에 있는 동해안에 있는 8개소의 명승지는 바로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이 그것이며, 월송정 대신 흡곡의 시중대(侍中臺)를 넣는 경우도 있단다.이 명승지들은 관동지방의 수많은 경승지 중 예로부터 손꼽혀 온 경승지로, 종래 강원에 속했던 망양정과 월송정은 현재 경북에 편입됐고, 삼일포와 총석정은 북한지역에 들어 있다.경포대, 낙산사, 죽서루중 맘에 드는 곳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이승복기념관(평창)과 김제 출신의 최명재 이사장이 설립한 민족사관고등학교(횡성)에 잊지말고 들러보길...

  • 주말
  • 위병기
  • 2010.08.2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