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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15)토란국

열매·줄기·잎 모두 식재료…강장 효과, 해열·소염 작용

농업기술센터에 교육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한다.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놓았다. 나가기 전에 아랫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야 한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창고문도 열어놓아야 습기가 마른다. 가을걷이래야 나물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내년 봄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보관을 잘 해둬야 한다. 어제 구절초 꽃잎 따러 산에 다녀온 작업복도 빨래줄에 널어 장대 높이 걸어둔다.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더 남았다. 작년부터 딸들이 키우는 네 마리 금붕어 밥도 줘야 한다. 우리집 개 이름은 '산'이다. "산이야, 바쁘다 바빠! 오늘은 너 혼자 집 잘 지켜라" 하며 혼자말로 두런두런 한다. 그럼 알아듣는 양 밥을 줘도 먹지 않고 날 쳐다보고 있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버스 정류장에 두 분 할머니께서 보따리를 옆에 놓고 시내버스를 기다리신다. "할머니, 어디 가요" 했더니 "장에 가신다"고 하신다. 장에 내다 파실 토란대와 토란이 안겨 있다. 가을걷이 하시느라 새까맣게 그을리셨다. "아이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어" 하시며 해맑게 웃음짓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밝기만 하다. "장에도 가고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으시려면 바쁘겠어요" ,"토란농사는 어떠셨어요" 했더니 "토란은 밑 거름이 좋아야 잘 돼" 하신다. 올해는 알이 좋아 또록또록 열매가 실하다고 하신다. 토란은 버릴 것이 없다 토란대는 육개장용으로 좋다. 토란잎은 보름날 오곡밥 싸먹고, 토란은 국으로 끓여먹기 때문에 다른 작물 심는 것보다 수확이 좋다고 하신다. 우리 골짜기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는 복합영농을 하신다. 요것 저것 심었는데, 그 중에 토란농사가 돈이 되었다고 하신다. 시장입구에 내려드리면서 "제가 먼저 개시해 드릴께요"했더니, "뭔 말이여"하시며 "한 끼 끓여먹으라"고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주신다. 시장에도 자리가 있다. 먼저 나가신 동네 할머니가 계시는 곳 옆에 자리를 마련하셨다.

 

토란의 미끈미끈한 성분인 무틴이 체내에서 글루크론산을 만들어 간장이나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칼슘 비타민 B군 당질 단백질 등이 함유돼 있어 말려 가루로 먹으면 강장·강정 효과를 낸다. 토란에 함유되어 있는 수산칼륨이 열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며, 몸의 열을 내리고, 위와 장을 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토란의 전분에는 염증을 가라 앉히는 소염작용이 있으며, 성질이 차서 열이 많은 사람의 급성염증에 사용한다. 예로부터 급성경부 임파선염, 종기, 피부염, 치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넓지도 않은 작은 밭에 고구마, 토란, 가을무를 심었다. 1년이면 두 번씩 씨앗을 뿌린다. 이른 봄에 상추를 심었던 곳에 토란을 심었고, 감자 심어 캐낸 다음 무·배추를 심었다. 고구마 심은 곳엔 1년에 한 번이다. 이렇게 많은 농작물을 심으면, 그중에 수확이 좋아 경제성이 있는 작물들이 있다. 시장에 내다 파신 농산물은 그져 할머니들 병원비, 전기세 그리고 손주들 오면 용돈 정도 주려고 하신다. 연세가 드셨지만 일손을 놓지 않으신다. 평생직업인 것이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들은 누가 농사 지었을까? 오늘 저녁 가족들과 마주한 밥상에서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농부의 마음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농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서 맛난 토란국을 끓여야겠다.

 

▲ 만드는 방법

 

재료 = 토란, 들깨 계피, 쌀가루, 새우, 집간장, 소금, 파, 홍고추

 

1. 물을 묻혀서 흙을 털어내고 깐다.

 

2. 하루동안 물에 담궈 놓는다

 

3. 토란을 넣고 살짝 삶은 다음 한번 씻어낸다

 

4. 토란에 알맞는 적당양의 물을 넣고 새우, 들깨, 계피·쌀가루을 넣고 끓인다

 

5. 익으면 소금, 집간장으로 간한 다음 홍고추와 파를 썰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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