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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 20. 시래기 된장국

초겨울 녹이는 뜨끈뜨끈한 국물...들깨가루 넣어 고소하게청양고추로 매콤함 가미

시골 방앗간은 요즘이 가장 바쁘다. 손님들이 많다 보니 서로 순서를 정한다. 조금 늦게 왔지만 빨리 방아를 찧어갈 사람들도 있다. 그럼 서로 양보하신다. 등구·평선·상신·태평마을 여러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이 동네 저 동네 소식들이 오고 간다. 사돈네 팔촌까지 안부를 물으시며 각자 할 말이 많으시다.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올 해 농사 수확량에 관해서다. “서울댁 고추랑 들깨가 좋네.” “고추농사 어떻게 지었냐”고 묻는다. “집에서 만든 퇴비를 했더니 탄저병이 좀 덜 했다”고 하신다. 평생 농사일을 하시면서도 농사 잘 짓는 사람법이 궁금하신 모양이다. 평선에서 온 할머니는 “나도 내년에는 그렇게 농사 짓어야겠다”고 하신다. 농사 짓는 이야기, 자식 혼사 이야기들로 왁자지껄 하다. 방앗간에 온 손님들을 둘러보니 40대 젊은 사람은 나 뿐이다. 아마 평균 연세들이 70세 정도 되셨을 것 같다. 방앗간 주인 할머니·할아버지도 연세가 많으시다. “우리 농촌의 현실이구나” 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다.

 

시골방앗간 인심은 정겹다. 일손이 모자라면 주인, 손님 할 것 없이 함께 일손을 거든다. 오늘은 들깨가루 빻는 기계 앞에 섰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들깨가루가 어떻게 빻아지는지 공부했다. 기계에 넣어 여러 번 반복해 껍질을 벗겨낸다. 그런 뒤 들깨 알맹이가 나온다. 다음 단계는 가루빻는 기계에 넣고 두 번 돌려주면 들깨가루가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날씨가 춥다고 했더니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금세 방앗간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셨다. 일년 농사을 짓느라 검게 그을린 모습이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들이 밝다. 등구마을에서 왔다는 할머니께서는 우리떡 맛 보라며 뜨근뜨근한 떡을 한 줌 들고 나오신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방앗간 떡 맛을 평가하신다. 소금 간이 알맞게 잘 되었고, 쫀득쫀득하게 떡이 잘 익어서 맛이 좋다고 하신다. 시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인심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방앗간 주인 할머니께서는 손님 점심 밥상을 내오신다. “반찬이 없어” 하시며 배추 김치에 밥, 시래기 된장국 한 냄비를 끓여오셨다. 김장 배추로 만든 시래기 된장국이다. 들깨가루를 많이 넣에 고소하게 됐다. 손님들은 각자 국그릇에 밥 한덩이 넣고 꾹꾹 말아 김치에 걸쳐 드신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난 시래기된장국이다. 들깨가루는 된장국, 오리탕, 찌개 등에 넣어 조리하면 고소한 맛이 좋다. 들기름은 산나물이나 즉석무침에 넣어 버무리면 향도 좋고 나물과 잘 어울리는 양념이다.

 

고추가루는 김장용 고추가루와 고추장용 고추가루 두 가지가 있다. 들깨는 기름을 짜고, 들깨가루로 빻았다. 처음 방앗간에 올 때에는 한 차 가득 싣고 왔는데 가는 길에는 차가 가볍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이제 겨울채비 방앗간일은 다 했다”고 하신다. 방앗간 가는 길이 가장 걱정이란다. 버스를 타고 가시면 부피가 커서 힘이 든다고 하셨다.

 

“이젠 걱정마세요. 방앗간 갈 때 제가 실어다 드릴께요, 할매.”

 

 

< 만드는방법>△ 재료 = 배추시래기, 된장, 멸치, 마늘, 들깨가루, 청양고추

 

1. 배추시래기를 삶는다.

 

2. 시래기를 꼭 짜서 먹기 좋게 싼다.

 

3. 큰 볼에 시래기, 들깨가루, 다진 마늘,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4. 냄비에 무친 시래기를 넣고, 손질해 놓은 멸치를 넣고 끓인다.

 

5.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은근하게 끓인 뒤 청양고추를 넣고 마무리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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