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소화 돕고 비타민C 풍부매운 맛 성분은 항암 작용도
겨울 채비 하느라 시골 생활이 바쁘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두 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은 부녀 회장님댁이랑 서울 할머니집 메주 쑤는 날이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셨는지 새벽인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메주를 쑤려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군불을 지필 나무를 가져 와야 한다. 볏짚이랑 메주 찧는 도구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너무 복잡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 된장을 먹을 수 있다.
아침 식사는 하셨는지 물어본다. “혈압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니께 한술 떴다.”고 하신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시면서 먹는 게 부실하면 안돼요.” 하고 한 마디 보탠다. 뒤이어 “할매네 무 어디에 보관해 놓았느냐”고 물으니 “앞 마당 항아리 속에 보관해 뒀다.”고 한다. 겨울 내내 먹기 위해 땅 속에 묻어둔 항아리는 온기가 느껴졌다. 겨울 찬거리가 가득 들어 있는 항아리에서 서너 개를 꺼내와 씻는다.
그리고 냉동실을 한참 뒤져본다. 고등어 한 마리가 나온다. 언제 두었을까. “이렇게 살림하면 안되는데….” 하시면서 두런두런 혼잣말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고등어 한 마리에 무를 서너개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뭐하느라 바쁘대.” 하시며 산동 할머니가 들어온다. “오늘 우리집에서 점심 하시게요.” 했더니 “(나는) 맨날 점심을 얻어먹어.” 하시며 홍시 몇 개를 내미신다.
이제 서울 할머니네 메주 만들러 갈 차례. 솥 뚜껑을 열고 잘 익었는지 맛을 본 뒤 콩을 꺼내라고 하신다. 아줌마는 강하다. 큰 바가지를 들고 콩을 펴낸다. 소쿠리에 가득 담아 낑낑대며 도구통(메주분쇄기)이 있는 곳으로 옮긴다. 할머니께서는 우리도 젊어서는 그렇게 힘이 좋았다며 혀를 끌끌 차신다. 메주를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다. 우리 할머니들은 분업화 작업을 한다. 금새 메주를 찧어 맛나게 생긴 메주가 만들어졌다. 서로가 일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장갑을 벗고 점심 먹고 합시다.” 약한 불에서 한참동안 졸인 고등어 무조림이다. 김장 한 양푼에 무조림은 냄비 채 밥상에 올려놓는다. 막 뜸 들인 밥도 양푼에 퍼온다. “앞에 놓인 밥 그릇에 먹을 만큼 덜어가세요.” 서로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주며 도란도란 둘러앉아 점심을 만끽한다. 살맛 나는 시골 밥상이다.
무에는 여러 가지 소화 효소가 많다. 예로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한다. 무는 당류, 아미노산, 무기질, 아밀라제 등이 있으며 사과보다 약 7배의 비타민C가 있다고 한다. 무는 소화작용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디아스타제는 소화를 촉진하고 리그닌이라는 식물성 섬유는 변비를 개선하며 장 속의 노폐물을 청소해준다. 특히 고기나 생선회를 함께 먹으면 소화에 더욱 도움이 된다. 무의 매운맛 성분은 유황 화합물로, 항암·항산화·항균·항염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드는방법]
△재료 = 무, 고등어(멸?ㅀΔ?, 고추가루, 집간장, 마늘, 생강, 파
1. 무·고등어를 알맞게 썬다.
2. 고추가루, 생강, 마늘, 물, 장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3. 무를 밑에 깔고 고등어를 올린 뒤 양념장을 얹는다.
4. 양념이 잘 베이도록 한참 숙성시킨다.
5. 처음에는 강불에서 익힌 뒤 약불에서 천천히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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