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의 열 다스려주고…속앓이·부종에도 효험
올해는 팥농사를 잘 지었다. 팥알은 굵고 빛깔이 좋아야 한다. 밭 곡식 농사는 일손이 많이 간다. "아이고, 형님 것 팥알은 왜 이렇게 굵대."하시며 형님 손이 커서 팥알도 굵다고 부러워하신다. 자기집 농사보다는 옆집 농사 잘 되었다는 칭찬이다. 남실 할머니께서는 "몇 되나 했냐"고 물으신다. 일곱되 했는데, 시장에 다섯되 팔고 남은 것은 자식들이랑 친척들이랑 나눠먹을라고 남겨놓으셨단다. 누가 오면 팥 한 주먹이라도 줘서 보내야지 맘이 좋다고 하신다. 힘들게 일 년 농사 지어서 "왜 다 나눠 줘요." 하고 여쭤본다. 힘들게 지었으니까 나눠먹는다고 대답하신다. 나의 이론으로는 맞지 않지만 사람 살아가는 도리가 이런 이치인가 보다.
할머니들께서는 "우리들만 먹을 죽이 아니여." 하시며 신경을 많이 쓰신다. "동네 음식 잘한다고 소문 나야지." 음식 잘못하면 안된다며 준비하시는 표정들이 밝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가슴 설레고 즐거운 일인가 보다. 농사를 마무리하시고 이곳저곳이 결리고, 쑤시는 데가 많다며 하루가 멀게 병원에 다니신다. 그런데 음식 장만 하신다고 몸도 마음도 흥이 나셨는지 아픈 기색이 없으시다. 오직 '맛난' 죽을 끓여서 대접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남원에서 동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겨울 옷 차림이 가볍다. 이곳은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으면 결코 동네를 돌아다닐 수 가 없다. 산골 바람은 그만큼 매섭다.
24절기 중 스물두번째 절기로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 동지다. 팥죽에는 새알심을 넣고 나이대로 알을 먹는다. 알은 나이를 뜻하기도 하지만,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명의별록'에는 팥은 몸 안의 열을 다스려 이롭게 하고 속앓이에도 좋으며, 부종에는 뽕나무 삶은 물에 팥을 달여 마시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작불에 팥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지피는 산동 할머니께서 "팥이 맛나게 삶아질 것 같다."고 좋아하신다. "엊그제 같은 봄날에 농사일을 시작했는디, 벌써 동지달이여." 하시며 지난 일 년간 농사가 힘들었다는 푸념과 "내년에 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신다. 지난해 겨울에도 농사 못 하신다고 하셨는데, 올해도 농사를 잘 하셨지만 말이다. "할매들, 팥죽 드시고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만드는 방법> △ 재료 = 팥, 찹쌀가루, 소금, 설탕 만드는>
1. 팥을 깨끗하게 세척한다.
2. 팥 삶을 때에는 푹 삶아야 한다. 껍질이 툭 터지도록 삶는다.
3. 찹쌀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반죽을 해 새알을 만든다.
4. 팥은 바구니에 걸러낸다. 적당하게 물을 넣어 비율을 맞춘다.
5. 팥과 물 비율을 끓여가면서 맞춘다.
6. 끓는 팥물에 새알을 넣고, 마지막에 소금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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