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냄새 구수함 '가득'…유산균·섬유질 '듬뿍'
집집마다 청국장 띄우는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같은 음식이지만 음식하는 방법들은 각각 다르다. 청국장 띄우는 온도와 콩 삶는 방법의 차이점 때문인지, 청국장 맛이 다르다. 매년 청국장을 띄우면서도 할머니들께 여쭤본다. 서로 설명하느라 마을회관 사랑방이 시끌벅적하다.
첫째는 콩을 잘 삶아야 하고, 둘째는 방안 온도가 맞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셋째는 띄우는 시간이다. 맛으로 먹으려면 나흘간 띄우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그런데 청국장 냄새가 많이 난다. 그래서 사흘간 띄우기로 했다. 오늘 아침이 콩을 안쳐서 띄운 지가 사흘째다. 이불을 제쳐 보니 청국장 뜬 냄새가 난다. 청국장은 역시 청국장 뜬 냄새가 나야 한다며 우리 둘째 딸은 냄새나지 않은 청국장은 별로 맛이 없단다.
작년 김장 김치 가지러 밖을 나가보니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골목길마다 사람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 발자국만 찍혀 있다. 옆집 서울 할머니는 눈 속에 갇혀 버렸나 싶어 열심히 눈을 쓸면서 고삿길로 나간다. 한참동안 헤메고 다녔는 데도 인적소리가 없다. 미술관집 '인디'라는 개만 뒤를 따라 다닌다. "인디야, 할머니 일어나셨니?" 하고 개에게 묻는다. 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눈 속에 갇혔나 보네." 궁시렁 대시며 또다시 마을회관까지 내려온다. 아래뜸에서 누군가가 눈을 쓸며 올라오고 계신다. 산동 할머니께서 회관으로 나오는 고삿길을 쓸고 올라오신다. 남실 할머니집에서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다. 회관으로 들어가 "따끈한 차 한잔을 하자"며 들어가자신다. 부녀회장님도 눈 쓸던 빗자루를 들고 들어오신다. 어느 고삿길이 쓸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신다. 서울 할머니께서 어제 담이 결리신다고 하셨는데 괜찮은 지 궁금하시다며 안부전화를 하신다. 집집마다 눈 속에 별 일 없는지 확인 전화을 하신 뒤 지난밤 일을 확인하셨다.
모두가 지난밤에 별 일이 없으시다. 홀로 사시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건강하신 지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도 집집마다 별일이 없으신가 보다. 산골마을 아침은 늦게 시작된다. 해가 늦게 뜨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농한기라 한가롭다. 오늘은 마을버스도 들어오지 않는다. 외부와 단절이다. 마을에 들어오는 차량도 없고, 나가는 차량도 없다. 세상과 차단된 기분을 만끽해보자. 이 또한 시골에 사는 여유로움이다.
"영산댁, 청국장 잘 띄워졌어." 산동 할머니께서 물으신다. "아침에 열었더니 마치 좋게 띄워졌어요. 우리집 청국장 맛 좀 봐주세요." 하며 눈 쓴 도구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청국장 끓이려면 우리집 앞 마당 항아리속에 무 있어. 갖다 먹어." 하신다. "영산댁도 이제 시골사람 다 되었다."며 "청국장 띄우는 솜씨가 좋아졌다."고 칭찬하신다. 김치 가지러 간 사람이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오늘은 지난해 김장 김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할매, 오늘 아침은 묶은 김치 청국장 찌개에 밥 한술 같이 드시게요." 눈 내린 산골마을 아침밥상 풍경은 이웃간의 정이 넘쳐나는 소박한 밥상에서 시작된다.
청국장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원재료인 콩에는 거의 없는 비타민 B1, B2, B6, B12 등이 만들어지는데, 이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고 신진대사 통해 영양분이 완전 분해 되도록 돕는다. 또한, 청국장에 다량 함유돼 있는 레시틴과 사포닌 성분은 과다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성분을 축적해 체외로 배설한다. 생청국장에 들어 있는 균수를 유산균 음료와 비교해보면, 유산균 음료 1g 중에 100만 개의 균이 있는 것에 반해 청국장 1g에는 10억 개 이상의 균이 있고 다른 식품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많은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 설사가 있는 사람에게 설사를 방지해주고 변비가 있는 사람에겐 변비를 개선시켜준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청국장, 멸치, 대파, 마늘, 청고추, 묶음김치 만드는>
1. 쌀 뜬물을 받아 청국장을 푼다.
2. 묶음김치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사용한다.
3. 청국장 찌개에 김치를 송송 썰어서 넣고 멸치는 멸치걸음망에 넣고 같이 끓인다.
4. 끓인 뒤 마늘, 청고추, 대파 등를 넣고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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