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 어르신들 애용…주식인 쌀과도 '찰떡궁합'
상산마을은 동안거 중이다. 겨울산은 침묵하고 있고, 지풍골 계곡 바람도 휴식에 들어갔다. 우리집 오래된 감나무들은 겨울 내내 담벼락에 기대어 오고가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휴식을 취한다. 자연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 모두 동안거에는 자기 안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다. 산중 사람들 겨울나기는 도(道)아닌 도(道)를 닦아야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상생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소리에 산이 울린다. 산 울림 소리는 장엄하다.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를 꼿꼿히 세운다. 겨울 동안 이런 진통을 겪어야 봄이라는 계절을 맞는가 보다.
할매들은 "차가운 날씨에 오고가는 길이 어렵다"면서 꼼짝달싹도 하기 싫으시단다. 겨울에 먹을 쌀과 반찬은 준비해 놓았지만, 끼니마다 밑반찬에 밥 먹는 게 싫으시단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아랫마을 사람들은 전 장날부터 명절준비 한다고 야단들이여"하시며 명절 준비 걱정을 하신다. 우리 동네는 아직 명절준비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너무 빨리 준비하면 맛이 없어"하시며 이번 장날 같이 장보러 가자신다. "영산댁 남원에 나가면 두부, 멸치, 대파 사오라"고 당부하신다. 뜨끈뜨끈하게 두부찜 해먹자는 것이다.
남원으로 향한다. 작년 가을까지 두부공장이 있었는데, 두부공장이 없어졌다. 근처에 있는 가게에 물어보니 콩 값이 너무 올라 공장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서 문을 닫았단다. 할 수 없이 마트로 향한다. 두부값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올랐다. 그런데 대파값은 내렸다. 한 개 가격에 순두부 두 개씩 묶어 놓은 게 눈에 띈다. 얼른 순부두에 손이 갔다. 서너 개를 주섬주섬 담는다. 횡재라도 한 기분이었다. 점심에 끓여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볼일들을 뒤로 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아이고, 빨리도 장을 봐오네" 하신다. "두부 대신 순두부 샀어요"라고 했다. 묵은 김치를 송송 썰고 별다른 양념 꺼리가 없어 고민이 됐다. 멸치를 한 홉 넣고 가을에 따서 냉동실에 넣어둔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남실 할매 손맛을 더했다. 순두부 찌개를 끓이는 데에도 할매들은 정성이다. 냄비 뚜껑을 열어보며 "맛나겠네. 간을 좀 해야겠다"고 하신다. "영산댁 소금 조금 넣어야 맛나. 무슨 음식이건 간에 간이 맞어야 맛있어" 하신다. 남실 할매는 금방 순두부찌개 한 냄비를 끓여내신다. 한 밥상에 옹기종기 앉았다. 별 반찬이 없는 상신마을 회관 밥상에는 맛이 넘쳐난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구정도 다가오는데, 올 구정에는 두부라도 만들어서 함께 나눠먹자"고 하신다. 옛날에는 구정이 다가오면, 온 동네가 시끌벅쩍 사람 소리로 고삿길마다 꽉 차고, 집집마다 유과며 쌀과자, 수정과 만드느라 하루해가 짧았다고 추억하시면서 옛 사람들을 그리워하셨다. 날짜를 셈하시며 콩 담가 두부 만들 날짜를 정하셨다. 덕분에 나도 올 구정에는 상신마을 할머니표 맛난 두부를 맛볼 것 같다.
수분이 많은 순두부는 두부에 비해 영양가는 떨어지지만 부드럽고 콩 특유의 향기가 그대로 살아 입맛이 없을 때 노인들의 음식으로 많이 애용되는 식품이다. 순두부는 콩의 영양가를 가장 이상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음식으로 콩을 순두부로 만들어 먹을 경우 우리 인체에 95% 가까이 흡수가 된다. 콩에 포함된 단백질은 40%에 가깝고, 섬유질과 칼슘, 회분, 철분이 듬뿍 들어 있다. 이밖에도 필수 이미노산까지 풍부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 궁합에도 '딱'이다.
<만드는 방법> △재료 = 순두부, 묵은 김치, 마늘, 멸치, 대파, 청양고추, 다시마 만드는>
1. 다시마, 멸치를 넣고 다시마 물을 뺀다.
2. 묵은 김치는 살짝 씻어서 알맞게 자른다.
3. 순두부, 김치를 넣고 끓인다.
4.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 대파 등을 넣고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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