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집간장으로 만들어…한달내 이웃과 나눠먹기도
어머니께서는 보름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셨다. 먼저 유과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유과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지만,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로 맛있는 별미였다.
일단 찹쌀을 1주일 정도 담가 삭힌다. 유과를 만들려면 식용유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한꺼번에 큰 통을 구입해서 나눠썼다. 식용유 받을 통이 없는 우리집은 양은 양동이에 받아 왔었다. 유과를 하는 날이면 우리집 큰 방은 유과를 말리는 건조기 역할을 했다. 형제들은 부엌 앞에 둘러앉아 말린 유과 재료를 어머니께 한 입씩 얻어먹었다. "그만 보채라. 유과 만들기도 전에 다 먹고 없겠다"며 야단을 치곤 하셨다.
어머니는 다음날 새벽 방앗간에 가신다며 동생들이랑 아침밥을 차려먹으라는 당부를 하셨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새벽녘부터 부모님께서는 분주하셨다. 우리도 일찍 일어나 문틈 사이로 얼굴만 내밀며 "엄마, 떡해서 빨리와." 라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방앗간으로 출발하는 동시에 우리는 떡을 기다렸다. 형제들은 점심도 거르면서 아버지의 리어커가 올 때까지 동구 밖에서 기다렸다. 점심을 거른 보람이 있었다. 아버지의 리어커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쑥떡, 찰떡, 떡가래가 가득 실려 있었다. 떡 만드는 떡판 위에 쑥떡을 엎어놓고 콩가루를 충분히 뿌린다. 엄마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뜨끈뜨끈한 쑥떡을 빠르게 비벼내신다. 먼저 만든 한 접시는 아버지께 드리고 우리는 접시가 필요 없었다. 떡판 위에 둘러앉아 세상에서 제일 맛난 우리 엄마표 쑥떡을 배불리 먹었다.
어제는 상신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부녀회장님 트럭에 떡쌀을 실고 방앗간에 가서 떡을 해왔다. 참 편리해졌다. 친정 어머니가 방앗간 가는 날 새벽에는 왜 그리도 추웠을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나 생각해본다. 어린 시절 명절이 그립다. 올해는 방학해서 집에 온 딸들이랑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시장에서 토종닭 한 마리를 사왔다. 친정 어머니께서는 닭장국을 만들어 항아리에 담가 놓고 정월달 내내 떡국을 끓여 드셨다. 닭장국은 잔뼈를 잘 두들겨야 한다. 닭고기 손질을 잘 해서 집간장을 넣고 끓인다. 나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옆집 서울 할머니도 바쁘시다. 어제 방앗간에서 뽑아온 떡가래를 써시느라 오늘은 얼굴을 뵐 수가 없었다. 생각이 통했나 보다. 서울 할머니께서 명절에 나물 볶아 먹으라며 여러 가지 산나물을 삶아서 가지고 오신다. "뭔 맛 난 냄새여."하고 물으신다. 떡국 끓이려고 닭장국 만든다고 했더니 "요즘도 닭장국 만들어 떡국을 끓여." 하신다. 이 집은 옛날 명절 기분 나신다며 "나도 올해는 닭장국으로 떡국 끓일까" 하신다. "할매, 제가 만들어서 드릴께요" 했더니 올해는 영산댁 덕분에 닭장국으로 끓인 떡국맛을 볼 수 있겠네 하시며 좋아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도 쌀과자를 가져오셨다. 하루 종일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서로의 음식 맛 선보이느라 바쁜 하루였다.
"독자 여러분, 올해도 설날 떡국 드시고 건강하세요."
[만드는 방법]
△재료 = 닭장국, 떡, 마늘, 대파, 김가루
1. 토종닭 손질을 잘 해야 한다. 닭살을 잘게 자른 뒤 잔뼈들을 잘 두들겨 사용한다.
2. 집간장과 물비율을 잘 맞춰 통마늘을 넣고 2시간 정도 중불에 끓인다.
3. 닭장국에 물을 넣고 끓인다.
4. 한 소금 끓으면 떡살을 넣고 끓인다.
5. 어슷 썬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 뒤 먹기 전 김가루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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