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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매생이 된장국 - 바다 내음 가득 머금은 영양식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다이어트·해장에도 좋아

산골 마을엔 해가 빨리 진다. 산동 할머니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차가운 날씨지만 하얀 연기는 바람을 타고 훠이훠이 하늘을 난다. 아련한 추억이 밀려온다. 햇볕이 잘 드는 담벼락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놀이 하는 장소다. 놀이에 열중하다가도 집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하얀 연기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자명종 역할을 했다. 상신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은 산동 할머니네 뿐이다. 담벼락에서 놀던 아이들,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도 이젠 하나 둘씩 잊혀지는듯 하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날마다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신다.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집 아래채에 군불이라도 지피려면 햇볕이 잘드는 곳에서 솔잎나무를 해와야 한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산동 할머니를 따라 지풍골로 나무하러 가기로 했다. 제법 나무꾼처럼 포대자루와 낫을 들고 행세를 갖췄다. 부스럭 부스럭 바람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기겁을 했다. 할매는 "그러다 언제 나무를 할려고 그려" 하시며 웃음을 참지 못 하셨다. 산속을 헤메다 보니 산 나물들이 많이 올라오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됐다. 나뭇잎들이 너무 많이 쌓여 이른 봄 여린 새싹들이 올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산골 마을에도 요즘엔 연료가 기름이다. 그러다 보니 산에서 나무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 나무가 자라면 고사를 한다. 고사된 나무들은 누군가의 땔감이 되어 연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 법칙이 깨진 것이다. 내년 봄에는 산나물들이 많이 올라오기를 기원해본다.

 

'명절 선물'이라며 딸애가 여행용 가방에서 신문지에 돌돌 만 것을 내놓는다. "뭐니?"했더니 "명절 선물 매생이야" 했다. 산골에서는 좀처럼 맛볼수 없는 음식이다. 명절 내내 매생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할매, 우리집에는 바다에서 나는 매생이가 있어요. 어떻게 해 먹지? "했더니 "매생이가 뭐야" 하신다. 손짓 발짓 해가면서 한참 설명했다. "아, TV에서 바닷가 사람들이 먹는 거?"하신다. "그려요"하고 맞장구를 쳤다. "뭘 해먹어, 된장국이나 끓이지. 우리식 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제"하신다. 그래서 된장국을 끓이게 결정됐다. 지역마다 제철음식을 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산나물을 어떻게 해 먹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음식이란 주된 식재료와 부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부식재료는 밭에서 나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네 밥상에는 농산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산나물 음식을 만드려면 들기름과 들깨가루가 필요하듯, 매생이가 요리하려면 굴이나 바지락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들이 발달한 것이다.

 

오늘 저녁은 바다 내음을 가득 머금은 매생이 된장국이다. 매생이에는 칼슘과 철분, 요오드 등 각종 무기 염류와 비타민A·C가 포함돼 있어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에 아주 좋다.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내려주 는 매생이는 강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체질로 변한 몸을 중화시켜 성인병을 예방한다.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 돼 여성들의 피부를 매끄럽고 맑게 해준다. 매생이는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고 소화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좋다.

 

 

[만드는방법]

 

△ 재료 = 된장, 멸치, 다시마, 무, 대파, 마늘

 

1. 매생이는 넓은 그릇에서 2~3번 씻어 채반에 받친다.

 

2. 멸치, 다시마, 무, 마늘 등을 넣고 육수를 뺀다.

 

3. 육수에 된장을 풀어 간을 맞춘다.

 

4. 육수가 끓어 오르면 매생이를 넣는다.

 

5.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다.(팽이버섯이 있으면 곁들여도 좋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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