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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은 나의 힘"

전주 객사 앞에서 군고구마 팔아 3남매 키운 박종렬 씨 부부

▲ 30년째 전주 객사 앞을 지키며 군고구마를 팔고 있는 박종렬·신점이 부부.
군고구마가 길거리 간식에서 내몰리고 있다. 고구마값이 2배 이상 오르는 바람에 군고구마 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봉지에 4000~5000원 하는 곳도 다반사다. 손님들은 상인들에게 고구마 양이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이들에게 쥐어진 돈이 늘어난 건 아니다. 30년째 전주 객사 앞을 지킨 군고구마 장수 박종렬(65)·신점이(59) 부부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부부는 "고구마가 우리 다섯 식구를 먹여 살렸다"면서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 덕분에 견디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해방 직후 태어난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은 '건강한 몸' 하나 밖에 없었다. 삶은 복잡하게 뒤엉킨 고구마 줄기 만큼이나 험난했지만, 네 번의 인연이 그를 살렸다. 첫번째 인연은 그를 따라준 부인. 그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무렵이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자식들에게 가난만은 물려주기 싫어서였다.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그는 빚을 얻어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지인의 땅을 빌려 시작한 농사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안정된 수익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다섯 명의 식구가 겨우 입에 풀칠을 할 때쯤 땅주인이 이상한 '꼼수'를 부렸다. 5배가 넘는 임대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 그는 땅주인의 '꼼수'를 알면서도 임대료를 마련하지 못해 막 재배를 앞둔 딸기를 두고 농사를 접어야 했다.

 

졸지에 길거리에 내몰렸지만 그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에게는 아직 '건강한 몸'과 살아갈 힘을 주는 인연들이 있었다. 날품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부인과 처제와 함께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했다.

 

길거리 생활은 농사일보다 더 잔혹했다. 농사일은 정직한 땀에 대한 보상이 확실했지만 노점상은 그야말로 전쟁터. 기존의 노점상들은 자리 싸움은 물론이고 수시로 시비를 걸어 이들의 장사를 방해했다. 심지어 조직폭력배들이 '자릿세'를 요구하며 기물을 파손해 버린 일도 있었다. 그는 조폭들의 '횡포'에 밀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도 온정의 마음은 잃지 않고 힘들게 사는 어르신들과 어린 아이들을 찾아가 군고구마를 선물했다.

 

아버지의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까지 물려받은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을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 교직에 있는 그의 막내 아들 박대원(33·완주 운주초)씨는 "부모님의 삶에서 배운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면서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 바로 부모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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