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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도 예술적 향기가 나길

6,7,80년대를 거치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산업화와 억압된 독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민주화운동을 우리는 동시에 겪었다. 실로 눈물겨운 시절이었다. 산업화를 등에 업은 독재와 그에 맞선 민주화라는 거대한 현대화의 행진은 우리들에게 그늘과 빛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민주주의와 통일을 갈망하는 민주화운동세력의 희생과 아픔은 길고 그 고통은 컸으나, 그러나, 우리국민은 다행스럽게도 그 상처를 딛고 그들에게도 권력을 가질 기회를 준 위대한 국민이다. 그 아름답고 고귀한 희생정신은 오직 국민의 것이었기에 더 눈물겹다. 그 고난의 시대를 뛰어 넘어 그 고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 '고통이 꽃처럼 천천히 피어 난 것이다.' 다행스럽고도 다행스럽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에게도 위기가 아니라 기쁨이며 기회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가지고는 이제 변화된 세상에 대처할 수 없다는 우리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 인용한 말을 재인용하자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미래를 불러 오는 국민들의 눈부신 열망의 손짓들을 보며 나는 목이 메인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물건들이 나타났을 때는 모든 것들이 다 새로운 것들이었다. 그러나 8,90년대를 지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은 공감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제 관심과 공감을 넘어서 감동의 시대가 되었다.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우리는 전근대적인 감성에서 벗어나 세련된 현대성을 획득하고 자유로운 하늘을 비상할 기회가 온 것이다. 고착된 사회적 갈등과 분단이라는 장애가 우리들의 상상력을 구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자유로운 감성이 오히려 그것들을 쉽게 녹일 수 있는 힘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시대적인 필연과 요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현실이란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라는 말 아닌가.

 

그동안 흑백의 서정에 갇혀, 그것이 때로 틀리고 때로 또 맞는 일이었기에, 그 후에도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이념 속에 갇혀 살았다. 이제야 우린 그 오래된 정치적인 억압의 굴레로부터 해방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가 때지난 낡은 가치의 이쪽과 저쪽 벽을 때리고 울리는 새로운 경쟁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해방과 분단 이후 한반도에 새롭게 펼쳐지는 이 세 갈래 풍경은 우리 국민이 그리는 찬란한 그림이다. 다시 정권을 차지하려는 세력과 정권을 교체하려는 세력, 그리고 세상을 바꿔 나라를 혁신하려는 시대정신의 충돌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지금 단일화를 논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낡은 굴레를 씌우려는 정치적인 모욕이다. 정치 집단이 권력을 향할 때 역한 냄새가 나고 국민을 향할 때 향기가 난다. 정직과 진실이 통할 때 정치에서 높고 높은 도덕의 향기가 나는 것이다. 정직과 진실이 통하고 나의 진심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진정으로 가 닿을 그 때 그 진심이 일으키는 파문이, 파장이, 그 파란은 크고 아름답게 세상을 해방시킨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정치와 시가 한 몸이 되어 세상을 온몸으로 밀고 가자던 시인 김수영의 '거미'라는 시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정직과 진실이 통하는 진심을 만나는 일이다. 국민들은 정권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바꾸자는 진정성을 보고 싶다. 국민은 이제 어느 한쪽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을 원한다. 이제 드디어 우리 국민이 자유롭게 권력을 선택하고 나라를 이끌어 갈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모든 것을 국민에게 물어보라. ·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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