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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김장 양념 - 농부 정성과 어머니 손 맛 한가득

소금 풀 때 미지근한 물로 찹쌀풀 뜨거우면 맛 덜해

상신마을에도 김장 준비하느라 바쁘다. 작은 산골마을이라 이집 저집 돌아가며 김장을 한다. 동네 할머니께서 매년 하는 김장이지만, 항상 새롭다고 하신다. 올해는 "뭘 넣어야 맛있을까" 걱정이란다. 다음 5일장에는 부녀회장님 차로 함께 시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시장에 내다 파실 물건들을 정리하신다. 고추 20근, 팥 2되, 쥐눈이콩 5되다.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올해 농사는 잘 안됐어도, 이게 어디냐"고 하시며, 올해 농사도 만족해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도 말린 시래기며 고구마순·토란대를 검정비닐에 넣어 오셨다. 오늘 장에는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교환해서 올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근 걱정이 된다. 내다 팔 농산물 가격은 비싸면 좋고, 사가지고 올 물건값이 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장에 필요한 양념들은 양면성이 있다. 배추가격이 좋은 반면 고추값이 내린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시장 가격이 그런데 어쩔 거여" 하시며 크게 실망하셨다. 우리는 먼저 시장에서 구입할 양념 종류가 뭐가 있는지 확인한다. 새우젓은 오랫동안 거래를 하는 단골가게에서 구입키로 했다. 모처럼 산골 사람들의 시장 나들이다. 김장철이라 시장 골목마다 왁자지껄하니 남원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넘쳐나는 김장 용품들이랑 양념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배추, 무, 대파, 청강 등 풍년은 아니라는 데 농산물은 좋았다. 필요한 물건은 모두 구입했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이것저것 살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고 하신다. "할매, 뭐 드시고 싶어요" 했더니 순댓국을 잡숫고 싶다고 하신다. "오늘 점심은 순댓국이요" 부녀 회장님께서 국밥집을 향해 나서신다.

 

시장에서 구입한 양념은 바다에서 나는 새우젓이랑 청각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남원 상신마을에서 자급자족한다. 김장에 들어갈 양념은 종류가 많다. 그래서 일년내내 제철에 맞는 씨를 뿌린다. 우리 마을 농사도 풍년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젯당골에 심어 놓은 남실 할머니네 청강·마늘은 농사가 잘 되었다. 청강은 지난 겨울 김장철이 되어서야 수확을 한다. 농산물 중 가장 긴 시간을 요구하는 농사물인 것이다. 농산물은 사계절 내내 산고에 진통을 겪으면서 자란다. 그래서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을 해야 제대로 농사를 짓을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김장김치는 농부의 땀과 혼이 담긴 종합예술이라 여겨진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집 김장하는 날이다. 작년 봄에 담가 놓은 멸치액젓은 대바구니에 광목을 깔고 걸러낸 것. 이집 저집에서 멸치액젓 거르는 냄새가 난다. 잘 삭힌 냄새다. 마늘은 절구통에 찧고, 다른 양념들도 우리 동네 표다. 배추 100포기이면 소금 25kg 정도 넣고 절인다. 시간은 12시간 정도면 좋다. 소금물을 풀 때에는 너무 뜨거운 물을 넣으면 좋지 않다.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물도 괜찮다. 이때 너무 뜨거운 물에 소금을 풀어 배추간을 하게 되면, 강제로 익혀진다. 물을 빼는 시간은 반나절이면 족하다. 찹쌀풀은 김장하기 전 날 미리 끓여서 식힌다. 이때 찹쌀풀이 뜨거우면 고춧가루가 익어 맛이 덜하다.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놓은 뒤 찹쌀풀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모든 재료를 배합해 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으로 마지막 간을 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

 

△재료 = 고춧가루, 멸치액젓, 찹쌀풀, 청각, 새우젓, 마늘, 생강, 대파, 쪽파, 미나리, 갓

 

① 고추는 두 번째 수확한 고춧가루가 좋다.

 

② 김장용 고춧가루는 굵게 빻는다.

 

③ 찹쌀풀은 덩어리가 많지 않게 끓인다.

 

④ 마늘·생강을 넣고 절구에 찧으면 맛과 향이 좋다.

 

⑤ 다른 양념들은 알맞게 썰어 배합한다.

 

⑥ 새우젓을 넣고 양념간을 맞추고, 농도는 찹쌀풀을 넣는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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