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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교육감 서거석과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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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서거석 교육감과 김승환 전 교육감은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다. 서거석은 국립대 총장을 두 번 지낸데 이어 교육감에 당선되었고, 김승환은 교육감을 세 번 역임하는 영예를 안았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배가 비슷(1954년)하고 어렸을 때 무척 가난했다는 점이다. 또 열심히 학업에 매진해 법대 교수가 되었고, 선거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서거석이 화합을 중시하고 친화력이 있는데 반해, 김승환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 사이는 퍽 불편한 관계지만, 오랫동안 전북 교육계를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어 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한다.  

 

우선 김승환 전 교육감부터 보자. 나는 30여년 전 김승환 당시 전북대 교수와 모임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법조인으로 구성된 모임인데 김 교수는 처음부터 꽤 인상적이었다. 회칙을 만들 때 일이다. 한 회원이 만들어온 회칙을 10여 명의 회원들에게 돌리며 읽어보고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김 교수가 제동을 걸었다. 한 조문씩 읽어가며 축조심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제1조부터 읽어나갔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한 회원이 손을 들고 “무슨 헌법 만드는 것도 아니고 친목모임인데 한 번씩 읽어보고 이의 없으면 통과시키자”고 제의했다. 다른 회원들도 모두 이 말에 동의했다. 이때 김 교수가 ‘자의식이 강하고 꽤 깐깐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 교수는 이후 인권운동 등을 하더니 2010년 교육감 선거에 뛰어 들었다. 범진보 단일화와 전교조의 지원, 그리고 보수진영의 분열로 신승했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시 김 교육감은 부패한 전임 최규호 교육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 반작용으로 김 교육감은 “껌 한통도 받아선 안된다”며 청렴을 내세웠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이었다. 교육부와 도의회, 언론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걸핏하면 법을 내세워 소송으로 몰고 갔다. 교원평가제, 학교폭력 기재거부, 상산고 재지정 평가 등 사사건건 부딪쳤다.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모두가 적이요, 공격 대상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물론 같은 진보진영의 문재인 정부와도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인사개입과 학생감사자료 제출 거부지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선고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예산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도내 고교생을 부도덕한 삼성전자에 취업시키지 말라고 지시하고, 코로나에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도 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학생들의 현저한 학력저하 현상이다. 

 

이제 서거석 교육감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지난 12년 동안 굳어진 김승환 체계에서 한동안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거석은 대교협 회장으로 교육부와 전국 대학총장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전북대 총장 때는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구 성과에 채찍질을 가해 전북대를 국립대 중 상위권에 끌어올렸다. 다만 서 교육감은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어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금 전북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경제력 쇠퇴 등 퇴로 없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각급학교는 물론 자치단체 등과 협치를 통해 인재를 키우는 일이 급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운명은 청년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전북의 활로 역시 교육에 달려있고, 서 교육감이 그 선봉에 서야 할 때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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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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