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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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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12월 3일 23시 경 국회 담장

윤석열은 TV에 나와, 뜬금없이, 황당한,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나는 산책 중 보도를 봤습니다. 비상상황을 알리듯 연락도 끊임없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챙겨입고, 빠르게 국회에 간다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국회에는 이미 수많은 시민이 오셨고, 도로는 이내 막혔습니다.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에게“150석을 채워야 하니 들어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경찰이 막는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습니다. 담장을 넘어서라도 가야지요.

경찰은 담 넘는 것조차 막습니다. 처벌을 경고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을 막아서고, 다른 시민은 나를 밀어 올려 간신히 국회에 진입했습니다.

곧 계엄군이 헬리콥터 굉음과 함께 몰려옵니다. 본회의장을 향해 쏜살같이 갔습니다. 내 일생 그렇게 빠르게 달린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본회의장 밖에선 보좌진이 바리케이드를 쳐 계엄군을 저지하고, 안에서는 국회직원이 연신 출석의원 수를 헤아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선“잡혀가기 전 거수해서라도 해제 의결하라”고 합니다. 또, 계엄군이 개머리판으로 의원들을 내려칠 것이라는 소문에 웅성거립니다. 

시민과 보좌진, 언론인들이 목숨 걸고 맞서는 사이, 그렇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됐습니다.

 

# 12월 14일 17시 국회 앞 광장

전쟁 때나 가능한 비상계엄을 평시에 선포했으니, 당연히 위헌ㆍ불법계엄입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국회나 선관위에 특별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불법계엄은 내란죄입니다.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입니다.

곧바로 탄핵소추가 시작되었죠. 12월 7일 민의를 외면한 국힘당의 불참으로 첫 탄핵안은 무위로 끝납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칩니다. 혹시 모를‘제2의 계엄’을 경계하며,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국회를 지켜 주셨습니다.

청년들은‘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국힘 당사로 행진합니다. 이를 본 외신은“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온다”고 했어요. 박근혜 때는 촛불을, 윤석열 내란에는 빛나는 응원봉을 든 거죠. 이렇게 시민의 힘으로 탄핵은 가결됩니다.

 

#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

130년 전 부패한 조정에 항거한 백성들이 개혁을 요구해, 民이 主人되는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북․전주의 동학혁명입니다.

44년 전 전북대 2학년 이세종 열사는 학생회관에서 학우 40명과 함께“비상계엄, 전두환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계엄군이 곧 토끼몰이하듯 이 열사를 진압했고, 1980년 5월 18일 새벽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이름, 이세종은 오월의 첫 공식 희생자입니다.

오늘날로 와 볼까요. 윤 정권 2년, 전북은 새만금 홀대, 예산보복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요. 게다가 내란을 목도한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삼삼오오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군산 한길문고 사거리로, 부안 터미널로 나서기도 합니다.

풍패지관에서 신흥고까지, 수만 명이 윤석열 파면, 구속을 외쳤습니다.‘선결제’와 핫팩의 의로운 응원도 정말 뜨거웠습니다.

며칠 전‘세상을 바꾸는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서 막혔을 때 시민들은 투쟁단이 가야 할 길을 함께 터주기도 했습니다.

 

# 주문 : 피소추자 윤석열을 파면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한 질문입니다.

130년 전 동학혁명이, 44년 전 오월이 오늘의 내란을 막았습니다. 정의 DNA를 지닌 국민이, 의로운 역사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탄핵 캘린더’도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옵니다.

윤석열 없는‘다시 만난 세계’를 위해, 내년 설 이전이라도 탄핵 주문을 고대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란을 막아내 주신 국민께, 전주․전북 시민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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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탄핵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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