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문화적 환경을 바꾼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밀레니엄을 연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여는 설렘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즈음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2001년에 첫 방송 된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책책책을 읽읍시다’란 코너 이야기다. ‘책책책을 읽읍시다’는 한 달에 한두 권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코너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소개된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권장 도서가 됐다.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출판계가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효과를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산할 정도였으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실은 또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다.
‘느낌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첫 결실은 2003년 11월에 건립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관심을 끌자 자치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제천, 진해, 서귀포와 제주, 청주 등 기적의 도서관 건립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건립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18개, 제주에서 강원까지 고루 포진해있다. 전북에는 2006년에 문을 연 정읍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은 대부분 어린이 전용 도서관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더러는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를 새롭게 일구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6월 문을 연 인제 기적의 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독특한 설계와 운영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원통형 구조로 설계된 이 도서관은 지하와 지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합문화 시설’을 내세운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덕분에 도서관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방문자 10만 명을 넘었다. 인제군 인구가 3만 명이니 3배가 넘는 숫자다. 공공 문화시설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기적의 도서관은 인제를 새롭게 알리는 명소가 됐다. 덕분에 전국의 자치단체와 학교 등 예약 방문이 뒤를 잇고 있다.
사실 한국인의 독서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문광부의 2024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 OECD 국가 평균인 16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청자들을 책으로 이끌었던 ‘책책책을 읽읍시다’가 웹 예능으로 다시 제작된단다. 한강이 불러온 독서 열풍이 배경이다. 다시 만나게 될 독서 열풍이 반갑다. 기적의 도서관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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