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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태극기부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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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검사출신 망나니 대통령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전통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 체포영장 집행과 거부, 경호처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용어들이 넘실거린다. 벌써 한달 넘게 이러한 비상사태가 진행되면서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인 것은 탄핵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2030세대들의 밝고 앳된 얼굴들이다. 특히 광화문이나 국회 앞, 남태령 농민시위 현장에는 2030여성들이 대거 찾아와 유쾌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한국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좋다. K팝이 흐르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며칠 전, 눈이 펄펄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몸을 비닐로 감싸고 꼬박 밤을 새운 젊은이들을 보면 미안할 따름이다.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태극기 집회다. 주로 노인들이 나와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다. 이들은 거칠고 공격적이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거친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주변에서 보는 노인이 아닌, 딴 세상 사람 같다. 태극기 부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생겨났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시위에 나서도록 기획·주도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돈과 권력(종교)을 가진 극우 보수들이다. 

그러면 태극기 부대를 구성하는 노인들은 누구며 왜 그럴까. 이들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의 ‘근대화의 역설’과 린 헌트(Lynn A Hunt)의 ‘가족 로망스’를 원용한 분석이 비교적 그럴듯하다. 근대화의 역설은 인간은 근대화로 자유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하고 발휘하려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어떤 절대적 권위체에 복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가족 로망스는 가족이 확장된 형태로 국가체제를 이해한다. 이들 이론은 모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진 노인들은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보수단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노인들 덕분이요, 노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 세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눅들고 상처받은 모멸감이 이들의 선동을 만나면서 분노로 증폭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들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부자노인과 가난한 노인, 액티브 시니어와 소외된 노인 등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이런 양극화가 드리운 짙은 그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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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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