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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의 위기와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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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왜 이런 곳에 공항을⋯.’ 지방공항이 다시 논란이다. 지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방공항의 시설과 운영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 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화살은 철새가 아닌 우리나라 지방공항의 태생적 문제점과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다. 정치적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겨난 상당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이 같은 현실이 관리부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논리다.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익숙한 비아냥도 다시 나온다.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을 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따지는 논의가 성급하게 지방공항 폄하, 지방폄하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공항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지방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정상, 기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수도권에 확충하는 SOC는 시급한 주민 편의시설이고, 지방에 짓는 공공시설은 쓰잘 데 없는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 같은 일방적 사고가 결국 수도권공화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도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은 지방 활성화가 아니고, 제3기·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 추가 조성과 GTX 등 SOC 투자를 통한 수도권 확장이다. 그렇게 지방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공항같은 공공시설은 중앙집중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로와 철도·공항·항만 등 SOC 구축 때 수요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 거점도시 공항 건립의 필요성은 넘친다. 물론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무작정 공항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의 필요성을 따질 때 경제성·효율성에만 집착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자는 정책에 경제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해 새만금국제공항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전북은 예기치 않게 다시 불거진 지방공항 논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다.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착공을 앞둔 공항시설의 위험 요소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진작에 논란이 된 활주로 연장 문제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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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 #새만금국제공항 #논란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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