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충북 1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는 보은군에서 보은지선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말이 10만명이지 보은군 전체인구(3만584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역 출향 인사 등의 서명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목표치를 채운다는 거다. 그동안 보은에는 철도 노선이 없어 지역 주민들은 기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기에 주민들의 열망은 엄청 높다고 한다. 내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에 '청주공항∼보은∼김천' 노선과 '청주공항∼보은∼상주∼포항' 노선을 반영해달라는 거다. 이 상황을 보면 묘한 데자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약 20년 전 무주군이 태권도원과 기업도시 유치를 할때 거의 전 군민이 동원되다시피해 평가단에게 지역민의 강한 열정을 전했다. 당시 군민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으나 불도저같은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때는 2003년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이었다. "2014동계오륜 무주개최 도보행진단"과 전북 무주군민 등 600여명은 7월 22일 강원도청앞 광장에서 김진선 강원지사와의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쉽게 말해 앞서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명했던 동의서 내용에 따라 강원도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말로 안되니까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까지 걸어가면서 간곡히 여론에 호소했다. 가로 1m, 세로 1.5m로 확대복사한 합의서와 KOC문서를 닫힌 철문너머로 강원도에 전달하는 장면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면담이 무산된 후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강원도청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 무주 유치는 무산됐으나 당시 무주군 도보행진단은 대전~조치원~천안~수원~서울~가평을 거치는 동안 하루 20~30km씩 무려 350km를 걸어 강원도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 1월 6일과 7일 대한체육회가 선발한 11명의 평가위원들로부터 현장실사를 받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육상경기장, 무주 태권도원, 2032년까지 확장 예정인 완주종합스포츠 타운 등이 그 대상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2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국내 개최 후보지를 확정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열의를 피력할 방침이다. 전북이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의 의심부터 버려야한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고 했다. 성패는 추후에 하늘이 결정하지만, 일단 사람이 할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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