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새해에 연하장(年賀狀)을 주고 받았다.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 인쇄된 것을 사다가 새해를 축하하는 몇 마디를 적어 보내곤 했다. 우체국에서 파는 연하우편은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 간편했다. 일부 화가나 서예인들은 자기의 작품을 넣는 경우도 있었는데 예술성과 함께 정성이 깃들어 좋았다.
연하장에는 으레 송구영신(送舊迎新)과 함께 ‘근하신년(謹賀新年)’ 또는 ‘하정(賀正)’과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근하신년은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근하신년은 180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 인사말로, 우리나라에는 1925년쯤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하정은 삼국시대부터 쓰였다. 신라말 최치원이 당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글인 하정표(賀正表)가 그것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년축하 인사말이다. 하정표에는 ‘새해가 시작을 알리는데 큰 복이 오직 새롭기 바랍니다(元正告始, 景福惟新)’는 글귀가 나온다.
며칠에 걸쳐 연하장 수십장을 써보낸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카톡이나 문자가 대세를 이룬다. 종이 연하장보다 감동이 덜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반갑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나 기술 발전으로 보아 이것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새해가 되면 관공서나 회사에서 시무식 또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신년하례(新年賀禮)는 원래 새해를 맞아 상대방을 직접 찾아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을 내 일일이 인사하는 게 번거롭게 되었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 단체로 인사를 나눈다. 전주상공회의소에서 해마다 연초에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나 재경전북도민회가 여는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김제 금산사 등 산사에서도 신년하례법회를 갖고, 대학이나 고교 동창회에서도 동문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에 유난히 큰 일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탄핵이 진행 중이다. 또 설성가상으로 12월 29일에는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이 전남 무항공항에 추락해 179명이 희생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새해에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나태주 시인은 ‘새해인사’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라고. 새해에는 모든 날이 평안한 새날이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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