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망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광복 80년을 맞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 을사년은 60간지 중 42번째 해인데 을(乙)은 푸른색을 의미하고 사(巳)는 뱀을 뜻한다. 한마디로 ‘푸른 뱀'의 해이다. 한국사에서 을사년은 커다란 충격파를 던진 경우가 많았다. 을사늑약이 바로 1905년 을사년에 체결되지 않았던가. 1905년 11월 17일 일본 제국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그 당시 흉흉하고 스산하며 쓸쓸한 나라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말이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을사년’은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조선 성종 16년 (1485년) 을사년에는 조선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이 반포됐다. 이를 괜히 ‘을사대전’ 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조선 명종때인 1545년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고 그 유명한 을사사화가 발생한다. 을사사화는 명종 때 왕실 외척인 대윤(大尹) 윤임과 소윤(小尹) 윤원형의 반목으로 일어난 피의 복수극이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의 대표격인 명동성당 또한 을사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다. 1785년 정조 때 천주교도들의 비밀 신앙집회를 적발해낸 사건을 말한다. 비밀집회를 가진 장소인 김범우의 집이 지금의 서울 명동이다. 1898년 명례방(=명동)에 명동성당이 건립됐다. 똬리를 틀고 있던 푸른 뱀이 바야흐로 새해를 맞아 솟구치려고 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국가나 집단, 개인 모두 더 나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전북은 오랫동안 실패와 좌절이 거듭되면서 부정적 사고가 만연하고 이간질을 일삼는 이들이 도처에서 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간질 하면서 무조건 남의 탓을 하는 이들이 잠시 득세할지 몰라도 그 끝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게 바로 준엄한 역사다. 을사년 새해엔 전북도민의 마음가짐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긍정과 도전, 성취와 배려로 무장해야 한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어 달에 가겠다는 소위 문샷(Moonshot)을 화두로 던졌다. 달을 더 잘 보기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고 모두가 말할 때 케네디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혁신과 용기를 강조했다. 앞서 1957년 소련은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다. 대충격에 빠진 미국은 그 이듬해에 나사(NASA)를 만들고 마침내 케네디 대통령은 문샷을 제시한 것이다. 10년 내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는 연설을 했는데 7년 만인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다. 스푸트니크 같은 위기가 닥쳤을때 잘 극복하면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게 세상사다. 지긋지긋한 소외와 체념에 빠져있던 전북은 을사년 새해 단합하고 노력하면 뜻밖의 도약도 이룰 수 있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가 을사년 새해 전북의 문샷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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