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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극단 정기공연28일 오후 7시30분, 29일 오후 4시·7시30분, 30일 오후 4시 전주덕진예술회관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조민철) 예순여섯번째 정기공연. 가족과 이웃, 사회에 희생당하고 상처받는 여자의 일생을 다룬 ‘동문거리 女子는 아름다웠다’를 무대에 올린다. 극단 상임연출 조민철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여성인권, 여권신장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모악의 타무(打舞) 29일 오후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전통예술원 모악(대표 최기춘)의 ‘타무:두드림속의 몸짓’. 사람들이 소통하고 그 속에서 신명을 느끼는 과정을 타악을 중심으로 한 소리와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공연이다. 태동-차이와 갈등-공감-신명풀이…또 다른 시작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최기춘대표가 총연출을 맡고 안무는 고명구 익산시무용협회장이, 음악은 신세호 예술단원이 맡았다. 글로리아성가대 발표회29일 오후 8시 전동성당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 청년성가대인 글로리아성가대의 열번째 정기발표회. 시민들에 종교음악 감상의 기회를 선사하는 무대다. 성가곡 ‘주님의 기도’ ‘주님안에서’ ‘소노펠리체’ ‘도나노비스따쳄’ ‘비바비바’ ‘비발라뮤지까’ 등과 영화음악 ‘고스트’ ‘남과여’ 주제가 등을 들려준다. 사랑채풍류기행30일 오후 4시 전주한옥마을 오목대사랑채한옥마을 오목대사랑채가 마련하는 풍류기행 넷째판. 판소리 옛소리와 오늘의 소리를 만난다. 소리꾼 김민영 오태근 강경아 배일동 송재영이 판소리 다섯바탕 눈대목을 부른다. 옛소리 복원은 파소리연구가 이규호씨가 송만갑과 장판개 소리를 소개하며, 소리꾼 김지영 조영제가 박록주 김소희 이동백의 소리를 복원한다. 고수는 홍석렬 권혁대. 백희영 박규연 연주회11월 1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피아니스트 백희영 박규연 듀오 연주회. 감각적인 곡 해석과 탁월한 연주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 연주자의 무대. 브람스의 '하이든의 관악기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변주곡작품'과 리스트의 '비창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두 사람은 전북대와 예원예술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 전라미술상 수상작가전29일부터 11월12일까지 전주예치과. 박민평 김오성 여태명 이상조 박상규 이종만 서일석 김선태 김동헌 김신교 조헌 등 전라미술상 역대 수상자들이 출품했다. 올해 수상자인 서양화가 조헌씨에 대한 시상은 29일 오후 5시 예치과에서 열린다.△ 2005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3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등. 한자문화권 문화의 정수인 서예의 고유성과 전통성을 바탕으로 경계 넘기를 시도하는 서예의 다양한 결합이 있다. ‘만남’을 주제로 23개국 서예가, 화가, 조각가, 공예가 등 1천여명이 참여했다.△ 김한창 개인전11월1일까지 민촌아트센타. 민화와 십장생도에서 차용한 회화적 모티브들로 서양화를 한국적인 느낌으로 재탄생시켰다. 절제된 선과 색채, 독립적인 조형성과 회화의 자유로움, 다양한 기법에 대한 실험이 돋보인다.△ 무형문화재 7인전.11월2일까지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로비. 이학수(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최온순(전북무형문화재 제22호 침선장) 이기동(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조충익(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이은규(전북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 서한규(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강소애(전북무형문화재 제28호 자수장) 등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생일도(生日島)전 31일까지 문화공간 ‘싹’. 문화공간 ‘싹’이 지난 여름 완도 생일도 아이들과 함께 한 작품들을 재연해 놨다. 지푸라기와 진흙을 섞어만든 찰흙 인형들과 나뭇가지를 주워다 만든 아지트 등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섬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이 있다.△ 모악을 그리다11월 4일까지 전북도청사 기획전시실. 전북의 상징인 '모악'에서 자연과 여성, 민초들의 경계를 바라본다. 전북의 산하를 마주한 우리 지역 화가들이 우리의 역사, 우리의 문화에 대한 긍지를 모악 안에 담아냈다.
2005국제문화관광상품 엑스포가 ‘21세기 천년한지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한지포럼을 연다. 28일 오후 1시 전주대 예술관 리사이틀홀.‘천년한지의 과거’에서는 전철 원광대 교수와 전흥자 고려닥종이협회장이 ‘전통한지의 역사적 고찰’과 ‘전통한지공예기법의 정체성’을 각각 발표한다. ‘천년한지의 현재’에서는 ‘중국·한국 전통종이 정책과 세계화전략’을 주제로 홍소평 중국 안휘성 정부 현장과 산업자원부 이용무 박사가 발표하고, 이현웅 전주시 문화경제국장과 강진하 전북대 교수가 토론한다. 서광빈 중국 안휘성 경구 선지집단 이사장과 김대곤 한국경제신문 국장은 ‘중국·한국 전통종이공예산업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과 김진희 원주한지문화제 집행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한다.‘천년한지의 미래’에는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유라 전주대 교수가 한지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정책과 대안을 제시한다.
“오래 전부터 국립전주박물관과 자매관 협약을 맺고 자료와 학예원 연수 등 교류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전북과 이시카와현, 전주와 가나자와시 역시 우호관계이기 때문에 문화교류를 바탕으로 행정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까지 더욱 친밀해 졌으면 좋겠습니다.”일본 이시카와 현립역사박물관 도쿠다 도시야키 관장(64)과 큐레이터 하세가와 다카노리씨(50)가 27일 전주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전주박물관과의 자매관 제휴 15주년, 이시카와 박물관 개관 20주년기념 특별전 ‘전라북도의 역사와 문화’(가칭)를 내년에 열기 위해서다.도쿠다 관장은 “이시카와현은 전주처럼 도자기와 민속공예품, 나전칠기 등 전통공예가 발달한 곳”이라며 “전주의 한지공예와 합죽선 등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전북의 역사문화의 흐름을 일본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일본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 관심은 서울과 경주, 드라마 촬영지 등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일본인이 전북을 이해하고 전주박물관과의 돈독한 관계가 더욱 깊어지길 바랍니다.”3년 전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는 도쿠다 관장은 “교장으로 재직 당시 한국을 알리고 싶어 일본 학생 400여명과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왔었다”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표시했다. 하세가와씨는 과거 전주박물관이 발굴한 죽막동 유적 유물들을 전시해 일본 전문가들로부터 두 나라의 유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며 이번 특별전에도 큰 기대를 내비쳤다. 12년 전 전주박물관으로 교환 연수를 오기도 했던 그는 “특히 많은 건물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전통마을이 보존돼 있는 것이 인상깊다”고 덧붙였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연극보는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프로그램 ‘막토일 따끈한 연극시리즈’ 여섯번째 작품으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초청됐다.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簡多)’가 무대에 올리는 작품으로 극의 치장을 절제하고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표현하는 간략한 극이다. 목소리를 효과음향으로 삼고, 배우들의 몸을 무대세트로 여기는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고구려 평원왕 시대.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가 주인공이다. 공주가 되기를 꿈꾸는 연이는 공주의 물건을 훔쳐다가 자신만의 동굴에 수집한다. 그러던 중 공주의 애장품 ‘거울’을 훔쳐 달아나 자신의 동굴로 간다. 연이는 숲에서 야생소년을 만나고, 그에겐 온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을 평강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이 공주가 된 듯 지내는 연이는 점차 혼란에 빠지게 된다.최은이 민준호가 작품을 썼으며, 민준호가 연출했다. 박민정 진선규 고승수 이상은 오유진 등이 출연한다. 29일 오후 6시, 30일 오후 3시, 오후 6시 소리전당 명인홀. 입장료는 1만5000원. 270-7842
「겨레말 큰사전」 편찬회의가 29일 오후 2시 전북대 인문대학 교수회의실에서 열린다. 분단 이후 이질화되고 있는 남북의 언어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시대의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과 북이 공동편찬하기로 한 「겨레말 큰사전」은 남측 12명, 북측 10명 등 언어학자와 국어학자, 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이 남북을 아우르는 상임위원장을 맡고 이태영 전북대 교수와 김재용 원광대 교수가 편찬위원으로, 전북대 출신 소설가 정도상씨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전북 출신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번 편찬회의는 지방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 편찬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후 전주 한옥마을도 돌아볼 예정이다.
글을 쓰는 필자(筆者)와 글을 새기는 각자(刻者)가 따로 있었던 전통서각과 달리 현대서각은 서각예술의 무한한 창의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현대서각가 현봉 최수일씨. 평면적 특성을 가진 문자에 입체적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그는 문자의 중복적 배치와 크고 작은 글자의 대비에서 오는 힘의 견제와 균형 등으로 다양한 조형방식을 보여준다. 화려한 색채의 변화나 군더더기 없는 칼질은 오랜 수련의 깊이다. 서각이 새기는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새기는 작업 이전에 서예술적인 수련과 조형연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현봉의 폭넓은 서각 세계는 31일까지 전주 최인수소아과의원 수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 최고 권위를 갖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를 전북출신 소리꾼들이 점령했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판소리 완창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재조명하고, 완창붐을 일으킨 기획프로그램이다.지난 8월에 시작, 연말까지 이어지는 ‘2005 완창판소리’에는 성창순(8월) 조통달(9월) 왕기석(10월) 송재영(11월) 안숙선(12월)명창이 초대됐다. 성창순명창을 제외한 4명의 명창이 모두 전북출신으로, 소리본고장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셈이다.조통달명창은 지난 9월 ‘박초월제 흥보가’를 완창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회 판소리 수궁가보유자후보인 조명창은 친 이모인 박초월명창과 임방울명창을 사사했다. ‘통달’이라는 이름은 박초월명창이 ‘소리에 통달하라’는 뜻으로 지어줬다고. 풍부한 성량과 수리상성이 장점인 그는 소리뿐 아니라 가야금산조와 한국무용도 섭렵했다. 올해 전주대사습 판소리장원 출신인 젊은 명창 왕기석은 29일 오후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박초월제 수궁가’를 부른다. 그는 형 왕기철명창과 함께 형제명창으로 주목받고 있다. 20년 넘게 국립극장 창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봉술 남해성명창에게서 소리공부를 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회 ‘수궁가’이수자다.11월 완창판소리 주인공 송재영명창은 ‘동초제 춘향가’를 선사한다. 2003년 전주대사습 판소리 장원출신으로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이다. 이일주명창을 사사했으며, 목이 쉬지 않는 철성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다. 전북도 무형문화재 2호 심청가 이수자. 11월26일 오후 3시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소리한다.피날레는 안숙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장식한다. 12월31일 오후 7시 '박봉술제 적벽가'로 제야 완창판소리 무대를 갖는다.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다. 강도근명창에게서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 동편제소리를 익혔고, 강순영명인에게서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배웠다. 힘이 있으면서도 맑은 고음을 가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전주시 송천동 한양아파트 부근 전주천변.30∼40대의 젊은 남자들이 청명한 가을날씨 속에서 모형항공기 날리기에 여념이 없다.‘항공무선조정 스포츠’로 일컬어지는 무선모형항공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무선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자동차, 보트, 요트, 모형비행기, 모형헬기 등 종류가 다양하나 이들이 주로 하는 것은 모형헬기나 모형비행기다.어린애들도 아닌데 한두번이라면 몰라도 모형항공기를 조정하는게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되지만 조정하는 사람들은 옆에서 사람이 불러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정신적인 집중도가 가장 높다는 바둑만큼이나 흠뻑 빠져드는 재미가 크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한번 나왔다하면 보통 5∼6시간씩 즐길만큼 모형비행기 조종은 재미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모형비행기의 활동 반경은 사방 3km이내로 조정자의 전후좌우로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준다.손가락 2개로 8방향을 오가는 모형비행기 조정은 항공기를 실제로 소유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는 취미다.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개월 정도로 무선조정의 묘미는 실제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 이상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하지만 무선모형항공기는 생각보다 비싸다.길이가 1m정도되는 비행기의 가격은 초보자가 약 100만원 가량을 사용하며 숙련된 사람은 500만원 이상의 고가 장비를 선호한다.기체의 무게는 4.5km 정도로 RPM이 1800으로 올라갈만큼 엔진파워가 세다.때문에 무선헬기의 경우 정지해있다가 시속 150km의 속도로 움직이는 괴력을 자랑해 눈 깜박할 사이에 그림같은 비행솜씨를 보여준다.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조정을 잘못해 지면에 추락하면 그날은 다시 날리기 어려울뿐 아니라 고장이 나기 일쑤다.뿐만 아니라 육중한 무게 때문에 매우 드물긴 하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차량 등 기물이 파괴될 수도 있다.때문에 조작기술을 차분히 배워야 한다.청명한 가을날, 하늘을 날고 싶다면 당장 모형항공조정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하늘매전주항공클럽 사람들“모형 비행기를 조정하는 것은 하나의 스포츠이자 예술이라고 말할만큼 짜릿한 묘미가 있습니다.”하늘매 전주항공클럽 박성완 회장(42·전북항공기협회 기술고문)은 항공기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키워오다 18년동안 무선 조정을 취미로 가져온 사람이다.전주천변에서 박 회장이 변화무쌍한 조정 기술을 선보일때면 주변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그의 묘기에 박수를 보내기 일쑤다.비행기가 한번 뜨면 운행시간은 보통 15분 정도.지극히 짧아 보이는 듯 보이지만 제한된 15분 동안에 무선 조정자는 스스로 태평양을 건너고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시작한지 채 1분도 안돼 비행기와 하나가 돼 땅으로 미끄러질때 스릴을 느끼고 솟구칠땐 현기증을 느끼는게 상례다.박성완 회장은 “항공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젠 왠만한 것은 다 고칠 수 있는 손재주꾼이 됐다”며 “이젠 눈을 감고도 어느 부속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하늘매 전주항공클럽의 살림은 권희택 총무(40·문방사우 호남지사대표)가 책임지고 있다.권 총무는 자신의 모형 항공기를 분신만큼이나 아낀다.하늘매의 김성훈 회원(36·코카콜라보틀링 전북판매팀)은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초보자들을 지도하고 있다.모형항공기 조정을 배우려면 하늘매전주항공클럽(T.214-5958, 212-0878)으로 문의하면 된다.
단풍은 나무 색소 성분의 변화를 말한다. 본래 나뭇잎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뿌리로 빨아올린 물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만든다. 광합성 과정을 통해서다.이 과정에서 식물은 많은 양의 물을 대기 속으로 뿜어내야 한다. 그러나 가을에 나뭇잎은 수분이 부족해 그 활동을 멈춘다.나뭇잎에는 녹색의 엽록소 외에도 빛을 흡수하는 색소로 70여종의 카로티노이드가 있다. 이들 중 붉은색을 띠는게 카로틴이고, 노란색을 띠는 게 크산토필이다. 이들 색소는 잎이 왕성하게 일을 하는 여름에는 많은 양의 엽록소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다. 차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돼 사라짐으로써 이들 색소가 눈에 띠게 되는 것이다. 이들 색소의 분포에 따라 노란색이나 붉은색 등 여러 색깔의 단풍이 든다.즉 단풍이 든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색소가 더 해지는 것이 아니라 엽록소가 빠지면서 녹색을 잃고서 울긋 불긋하게 보이는 현상이 단풍이다. 우리나라 단풍은 설악산과 오대산 정상에서 시작되며, 단풍은 산아래 쪽으로 하루 약 40km씩, 남쪽으로 하루 약 25km씩 남하한다. 일반적으로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단풍은 11월 상순이 되면 남해안 지방과 국토의 최남단 제주도 한라산까지 물들게 된다. 대체로 내륙지방이 해안지방보다 10일정도 빨리 단풍이 시작된다. 첫 단풍이 들었다고 할 때의 단풍은 산의 20%~30% 가량에 단풍이 드는 것을 말하며, 산의 80% 이상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절정기라 한다.
가을 내장산은 몸살을 앓는다. 단풍구경 인파가 몰리면서다. 평상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인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내장산 입구까지가 가는 길이 단풍 절정기엔 3∼4시간씩 걸린다. 단풍 때문에 톨게이트가 옮겨졌을 정도다. 단풍철 큰 맘 먹고 가야 하는 내장산을 5000번 이상 오른 사람이 있다. ‘내장산 지킴이’ ‘내장산 산신령’ 별명을 갖고 있는 이기영씨(70). 60년대 후반부터 정읍에서 치과의사로 생활해온 이씨는 본업보다 ‘산 사나이’로 더 유명하다. 그는 젊은시절 가졌던 여러 직함들을 모두 털어냈으나, 자신이 만든 정읍산악회장과 내장산자연생태계보존협회장 직함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내장산의 산증인인 그의 이력은 곧 내장산의 역사다. 그와 내장산과 인연은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당시 정읍농고에 다녔던 그는 전쟁 후 폭격으로 쑥밭이 된 내장산 절과 단풍나무를 보게된다. 폐허가 된 내장산을 안타깝게만 생각했지 학생 신분의 그로선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가 다시 내장산과 만난 것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정읍에 정착한 뒤였다.67년 산악회를 조직한 그는 내장산 탐사활동과 함께 산 가꾸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봄철 나무심기와 겨울 적설때 새 모이주기가 연례행사였다. 벽련암 입구와 천하대장군이 서 있는 지역에서 자라는 고로쇠 나무 등이 이들 산악회에서 심고 가꾼 나무들이다. 자연보호감시관 ·명예감시관의 ‘완장’도 찼다.90년대 중반 토끼 500마리를 내장산에 풀어놓는 ‘엉뚱한 짓’도 했다. “내장산은 단풍도 많지만 조릿대도 많아요. 단풍나무 씨앗이 날리더라도 조릿대 때문에 발아가 안돼 토끼로 뜯어먹게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매주 2차례 이상 내장산을 오르내려온 그는 그것도 성이 덜 차 지난 95년부터 5년간 정읍시내에서 생활을 접고 아예 내장산으로 들어갔다. 정읍시청에 걸려있는 지점토로 만든 내장산 모형도가 그때 만들어진 작품이다. 산속 곳곳을 다니면서 실측한 그의 땀이 여기에 묻어있다.5000번 산행에 에피소드가 없을 수 없다. 임산부가 등산하다 산끼가 있어 후송한 일, 조난자를 구출하고 취중 등산객을 병원으로 옮긴 일 등을 파노라마로 떠올렸다.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은 서래봉. 해발 600여 미터의 바위산에 1킬로 가까이 늘어선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단다.내장산의 옛날과 현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단풍나무 수종이 많이 늘었고, 풍경도 좋아졌다고 했다. 단풍 절정기는 조금씩 늦어졌다. 60∼70년대 10월24일경이 절정이었으며, 지금은 11월초가 절정이다. 내장사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심어진 108주가 이루어내는 단풍터널이 최고의 풍경으로 꼽히지만, 그 단풍이 없어지면 백련암 옆으로 월령봉 가는 쪽의 단풍구경을 권했다. 단풍터널보다 시기적으로 성숙기가 늦고, 티없이 맑은 진홍빛이 석양녘 일품이란다.지금도 1주일에 1번 이상은 내장산을 찾는 그는 산을 찾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혼잡한 교통도 교통이지만, 그래야 제대로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단풍나무가 다치지 않게 좀 떨어져서 경내버스가 운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그는 단풍나무를 끊어 모자에 끼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카메라를 들이댄다. 셔터를 누르지만, 그 안에 필름은 없단다. 경각심을 주려는 ‘내장산 지킴이’의 소박한 모습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게 두 가지 있다. 고소한 부침개와 따끈한 국수 한 사발. 가끔 별미로 먹으면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 주고 만드는 법도 간단한 잔치국수는 긴긴 가을밤 야식으로도 적당하다. 허한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면서 칼로리는 적은 기특한 음식, 잔치국수를 만들어보자. 재료: 국수, 멸치, 다시마, 소금, 간장, 고명(파·당근·호박 등 야채 조금씩)1. 머리와 내장을 띠어낸 멸치국물을 우려내고 다시마는 멸치국물이 팔팔 끓기 3∼4분전에 넣었다가 멸치와 함께 건져낸다.2.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3∼4분 정도 끓인 후 찬물을 한 컵 넣어 다시 한번 끓여낸다.이때 소금을 조금 넣으면 국수가 엉겨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3. 끓인 면을 채에 받쳐 차가운 물로 헹궈낸다.4. 그릇에 둘둘말은 국수를 넣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준다.5. 취향에 따라 당근, 호박, 파 등 야채고명을 넣는다. 6. 양념간장을 곁들여 낸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나물, 고기, 참기름을 얹어 고추장을 넣고 ‘썩썩’ 비벼먹는 비빔밥, 여러가지 어육과 채소를 색스럽게 돌려담고 장국을 부어 끓이면서 먹는 신선로. 날고기를 구워 소스를 뿌려먹는 스테이크에 수십가지 양념에 고기를 재어놓았다 볶아먹는 불고기를 비할 바가 아니다. “문화사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해외 아티스트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포크와 나이프만으로 먹는 그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하면 젓가락 쓰는 것부터 감탄하기 바쁩니다.”중앙일보와 국민일보에서 문화사업을 담당하고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을 지낸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50).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교류해 온 덕분에 이름난 요리들도 많이 맛봤지만, 그는 “그래도 한국 음식이 좋다”며 자신의 입맛은 전북과 ‘딱’ 맞는다고 말한다. “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저한테는 전북이 서해안과 가까워서 더욱 좋습니다.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전어, 철따라 나오는 해산물이 비싼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보다도 맛있거든요.”경기도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탓에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해결한다. 그에게 특별한 ‘외식’은 오히려 집에서 먹는 밥. 혼자 살다보니 음식 하나에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알게됐고, 어느새 ‘주부 예찬론자’가 됐다.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만두…. 하여간 김치 들어가는 것은 다 좋아해요.”까다로울 것 같은 입맛은 잘 익은 김치 앞에서 무너진다. 냉장고는 비어있어도 아내가 싸준 김치만은 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에서 복분자주가 많이 나잖아요. 서울에서 열리는 모임에 일일이 참석하기 힘들 때면 택배로 복분자주를 보냅니다. 전북 고창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며 다들 좋아해요.”빛깔 고운 복분자주의 달콤함은 분위기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 좋은 복분자주가 그가 생색내는 비법이다.
혼례나 환갑 등 잔치때나 먹었던 ‘고급음식’국수가 이제는 너무도 평범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동네마다 하나쯤은 국수집이 자리잡고 있어 저렴하고 쉽게 맛볼 수 있는 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 해물국수, 김치국수, 칼국수, 메밀국수….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너무 평범해진 탓일까. 맛도 평범하다. 어느 곳을 들어가도 그럭저럭 맛은 있지만 ‘특별한’맛을 가진 곳은 찾기 어렵다. 국수맛이 얼마나 다르겠냐 생각하겠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 한번도 맛 보지 못했다면‘이조국수’(대표 김창영)에서 그 차이를 느껴보자.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다. 주인장이 한지에 대충 써서 벽에 붙인게 메뉴고 간판이다. 도로변이 아닌 골목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지 않다. 특이한 인테리어를 한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곳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그 이유는 뭘까. “옛날 어머니가 하신 방식대로 하는 거죠. 집에서 먹는 것처럼…. 그래서 간판도 안 달았습니다.” 주인장의 말처럼 이 집의 대표메뉴 잔치국수에 특별한 재료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 저것 화려한 고명도 없다. 채썬 호박과 당근, 파가 전부다. 하지만 국수맛은 그야말로‘예술’이다. 국수의 맛을 좌우하는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은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먹다보면 그 개운한 맛에 빠져들고 만다. “마른멸치, 숙성멸치, 액상멸치를 따로 가공해서 12시간 이상 푹 끓입니다. 3가지 멸치를 넣는 양과 끓이는 온도를 맞추는 게 중요하죠.” 주인장이 매일밤 문을 걸어 잠그고(?) 재료를 준비해 다음날 아침까지 끓이는 육수는 새벽에 일어나 불 세기를 조절해 줘야 한다. 그의 노력이 대단하다. 면발은‘입에서 녹는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가늘고 부드럽다. 이 면발을 만들기 위해 주인장은 전국 방방곡곡 잘 만드는 국수공장을 찾아 다녔다. 지금은 천안의 공장에서 강력분, 박력분, 염도, 반죽시간 등 주인장이 주문한 그대로 매일 공수해온다. 가져온 소면은 6개월 이상 적정한 온도로 숙성을 시킨다. 바로 뺀 면은 밀가루 맛이 나고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반찬은 양념간장, 김치, 청양고추뿐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반찬이 많은 것보다 제대로 된 한두가지 반찬이 더 정겹다. 적당히 익힌 김치, 적당히 매운 고추는 국수와의 조화가 너무나도 훌륭하다. 간장은 주인장의 고향 부안 상서에서 직접 메주를 쒀 만든 것이다.“저희 가게는 영국여왕이 식사하러 오셔도 위생검사에 통과할 겁니다. 김치, 된장, 간장 모두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위생상태 99.9%를 확신하죠.” 그의 말이 웃기면서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주방을 완전히 노출시킨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리라.국물이든 사리든 ‘무한리필’이지만 국수값은 단돈 2000원. 가격은 너무 저렴하지만 정성은 너무 값 비싸다. “많이 파니까 남기야 하죠. 저희집이 싼 게 아니라 다른 식당들이 너무 비싼 겁니다.”주인장의 대답이 너무 솔직하다. 장사꾼이지만 장삿속이라고는 없어 보인다.“국물은 그릇채 들고 후루륵 마시세요”, “100년간 메뉴고정", “가족간 많은 대화를 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가끔 여행을 하는 사람은 무료" 등 식당 곳곳에 한지로 써 붙인 글귀가 재밌으면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깔끔한 국수맛과 함께 이조국수만의 색깔을 입히는 또 하나의 장치이다. 문의 242-0036.(메뉴) 잔치국수- 2000원, 비빔국수- 2000원
오픈 레인지(감독 케빈 코스트너·출연 케빈코스트너 로버트듀발/액션)= 내리막 걷는 케빈 코스트너, ‘늑대와 춤을’의 향수에 젖어있는 듯.베니스의 상인(감독 마이클레드포드·출연 알파치노 제레미아이언스/드라마)=오랜만에 만나는 고전의 힘…르네상스화첩같은 영화.케이브(감독 브루스헌트·출연 콜하우저·스릴러)는 지하 3400m 아래 동굴의 폐쇄공포체험 ‘동굴버전 에일리언’.트랜스포터 엑스트림(감독 루이스 레테리어·출연 제이슨스타뎀·액션)= 뤽베송사단의 초국적 액션미학…홍콩영화와 헐리우드액션의 잡종?새드무비(감독 권종관·출연 정우성 임수정·멜로)=네가지 사랑의 애끓는 이별에 빠져보자.신화-진시황릉의 비밀(감독 당계례/출연 성룡 김희선/액션)=성룡의 범아시아블록버스터…성룡표액션이 어디가나.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감독 민규동/주연 황정민 엄정화/멜로)=설레는 사랑의 시작은 무슨색일까…충무로의 기획영화란 바로 이런 것!찰리와 초콜릿공장(감독 팀버튼/주연 조니뎁/판타지)=77만ℓ의 초콜릿강이 만들어내는 팀버튼식 판타지.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출연 전도연 황정민/멜로)=황정민연기, 참! 맛깔스럽다.강력3반(감독 손희창/주연 김민준허준호)=대한민국 경찰은 고달프다?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감독 정용기/출연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코미디)=“오렌지가 영어로 뭔질알어? 썬키스트여∼”
흔히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국물이 제격’이라고도 한다. 계절에 따라 음식을 가리지 말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헌데 극장가는 계절의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지난달부터 ‘멜로영화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너는 내 운명’-‘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새드무비’까지.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흥행가도의 첫번째 덕목이었겠지만, 갑자기 옆구리가 시려지는 쌀쌀한 가을날씨라는 계절적 요인을 무시못한다.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내머리속의 지우개’가 관객들을 울렸다.계절마다 흥행영화들이 정해져 있는 게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자. 추석시즌에는 코미디가 절대왕자다. 2001년 ‘조폭마누라’에 이어 2002년 ‘가문의 영광’, 2003년 ‘오 브라더스’, 지난해 ‘귀신이 산다’이 추석흥행을 장악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가 선두주자였다.여름방학시즌은 공포영화의 세상이다. 올해도 ‘웰컴 투 동막골’이 흥행최강자(세상이 험난한 때문인지 어른들의 동화가 주효한 것은 아닐까)가 됐지만, ‘가발’‘여고괴담4’ 등이 선전했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스티븐 스필버그-톰 크루즈의 ‘우주전쟁’도 스릴러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겨울방학시즌은 어떨까. 물론 대작들의 전쟁이 벌어지지만 이 가운데서도 크리스마스시즌을 전후해 로맨틱코미디가 나름대로 선전하게 마련. 이러다 ‘여름은 스릴러·추석 코미디·가을 멜로’가 굳어져버리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추운 날씨에 더욱 오싹한 공포체험에 빠지고, 한여름에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만끽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청개구리근성’이라고 싫은 소리를 들을까.
이번주에는 매력넘치는 배우를 앞세운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오로라공주’의 엄정화를 필두로, ‘레전드 오브 조로’의 캐서린 제타존스, ‘퍼펙트 웨딩’의 제니퍼 로페즈, ‘야수와 미녀’의 신민아 등 자신의 색깔로 무장한 여배우들이 관객몰이에 나선다.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캐서린 제타존스. 국내에서는 관심밖에 있는 히스패닉계의 미국정착시대와 라틴계의 복면검객 조로를 전면에 내세운 ‘레전드 오브 조로’(감독 마틴 캠벨·12세 관람가)가 국내에 선보이는 이유 가운데 한가지는 캐서린 제타 존스 때문이다. 개미허리 아래로 흑단같은 머리결, 고양이를 닮은 눈, 엷게 말아올려지는 입술선을 가진 캐서린 제타존스는 고정팬이 적지않다. ‘마스크 오브 조로’의 7년만의 속편인 ‘레전드…’에서 캐서린 제타존스는 조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부인으로 분해 뇌쇄적 매력에 강인한 검술 실력까지 뽐낸다.제니퍼 로페즈는 ‘퍼펙트 웨딩’(감독 로버트 루케틱·15세 관람가)에서 왕년의 여배우 제인 폰다와 함께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원한 숙제인 고부갈등을 아기자기하게 엮어낸다.‘야수와 미녀’(감독 이계벽·12세 관람가)의 신민아는 기존의 순수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을 변주한다. 미모의 시각장애인으로, 야수같은 남자친구를 찾아 헤맨다. 신민아의 상대역인 유승범도 확실하게 망겨지며 제법 짜릿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간다.
아무리 뜯어봐도 ‘친절한 금자씨’를 닮았다. 여자의 잔혹한 복수극이라는 점이 맞닿아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되새기기라도 하듯 금자씨도, 오로라공주의 연쇄살인범 정순정(엄정화)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들에게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그런데 ‘금자씨의 아류’라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오로라공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요즘 잘 나가는 명계남씨가 대표로 있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의 제작사인 이스트필름의 후광때문일까. 아니면 배우출신 여감독의 희소가치 때문일까. ‘오로라공주’가 주변의 소문을 불식시키고, 흥행에 성공할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본다.△친절한 스릴러?=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영화라면 ‘일정한 공식’을 따른다. 처참한 살인이 잇따르지만 범인은 단서조차 남기지않는다. 영화의 수많은 복선과 장치가 누가 진범인지 모호하게 만들고, 영화후반부에 들어서야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며 진짜 연쇄살인범이 가면을 벗는다. 그런데 ‘오로라공주’는 이러한 공식을 거부한다. ‘오로라공주’의 연쇄살인범 정순정은 타이틀자막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잔혹한 살인극을 감행한다. 백화점에서 30대 여자가, 피부관리실에서는 옷가게 주인이 피살된다. 예식장 사장도 독살당한다. 매번 손님에게 껌을 건네는 택시운전자도, 갈비짐의 뚱보청년도 줄줄이 정순정의 표적이 된다. 마지막 타깃은 돈만 아는 변호사. 영화가 시작하면서 ‘연쇄살인범은 정순정’이라고 못박아버린다. 서울 강남 일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현장에는 80년대를 풍미했던 TV애니메이션 ‘손오공과 오로라공주’의 오로라공주 스티커를 여지없이 남겨진다. 초반부터 스릴러영화의 고갱이인 진범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로라공주’는 ‘친절한 스릴러’다. 처음엔 쇼킹했던 살인장면도 ‘누가 그랬는지’를 알고 있는 탓에 차츰 차분해진다. 그런데도 식상하지 않다. ‘살인자가 누구냐’보다는 ‘왜 그토록 잔인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가’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빼앗아가기 보다는, 정순정의 심리상태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반전과 밀도가 녹록치않다.피살당한 사람들은 정순정과 무슨 악연을 맺고 있는걸까. 영화는 차츰 유괴당해 살해당한 정순정의 딸과 연관돼있음을 시나브로 들춰낸다. 연쇄살인마와 지극한 모성애. ‘오로라공주’는 정순정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오로라공주’는 시작은 친절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거듭되는 반전속에 불친절해진다.△영화배우출신 여감독은 뭔가 다르다= 방은진감독은 국내에서 몇안되는 연기파배우출신. ‘301 302’‘수취인불명’등에서 보여줬던 필모그래프를 등에 업고 감독으로 변신했다. 여감독이 흔치않은 국내영화계에서, 그것도 여배우출신인 방감독의 등장은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그러나 그는 주눅들지 않는다. 복수살인극이라는 다소 육중한 소재에 자신만의 연출력을 덧칠한다. 반전에 반전을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퍼즐맞추기의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상큼발랄’의 아이콘에서 서슬퍼런 살인마로 변신한 엄정화의 연기도 눈에 띈다. 여기에 정순정의 전남편역을 맡은 문성근이 신인감독의 허전한 부분을 촘촘하게 메워준다. 다소 거칠고 불안정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문성근 특유의 절제된 연기가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방점을 찍는다. 군더더기 없는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그래도 2% 부족하다= 범죄스릴러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탓에 무너져내린 긴장감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일찌감치 노출된 범인의 정체를 상쇄하려는 듯 감정과잉에 몰두한다. 긴장의 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전과 밀도의 수위를 높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극전개가 주춤거리고 감정선이 불규칙적이다.결국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피붙이를 잃은 어미의 분노에 동감하고 감정이입을 하느냐가 영화성패의 관건이 될 듯 싶다. 과연 ‘오로라공주’가 작가주의적 ‘웰메이드스릴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18세 이상 관람가.
‘야차(夜叉)’는 사람을 잡아먹고 해를 끼친다는 귀신이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나 남이 보는데서는 부처님처럼 인자한 체 행동하지만 남이 보지 않는 속새로는 악한 짓을 한다는 비유다.<근원설화>어떤 중이 길을 가는데 비로 길을 쓸으며 걸어갔다. 누가 그것을 보고 어찌 비로 길을 쓸으며 다니냐고 묻자 개미나 벌레가 길에 많이 기어다니는데 그냥 걷다가는 발에 밟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남이 보지 않는 데서는 곤충은 고사하고 짐승을 잡아먹었다.까치가 새끼를 여러 마리 쳤는데 그 옆의 나무에 솔개가 앉아 있어 어미 까치는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니 솔개가 마른 풀잎을 뜯어 먹고 있어 까치가 묻기를 어찌 맛있는 푸른 잎을 뜯어먹지 않고 마른 풀을 먹느냐고 하니 대답하기를 생풀은 그것이 비록 초목이라 할지라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어찌 잔인하게 그것을 먹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그 말을 듣고 까치가 그 자비심에 안심하고 집을 나갔더니 돌아와 보니 새끼를 모조리 잡아먹었더라 한다.
근현대를 지나면서 점차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전주.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제4기 전주역사박물관 아카데미’로 전주의 강인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주인의 역량을 현재에 되살린다. ‘임진왜란과 전주’를 주제로 한 4기 아카데미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전주의 역사를 재조명해 전주 역사와 정신을 재정립하고 전주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 11월 4일부터 12월 9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역사박물관 녹두관에서 열린다. 6회의 강좌와 현장답사 1회로 진행되며, 11월 3일까지 선착순 100명을 모집한다. 일반인 3만원, 대학(원)생 2만원. 문의 063) 228-6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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