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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가족법 바로알기] 2007년까지 자녀는 아버지 호적에

K씨는 남편과 성격차이로 얼마 전 협의이혼을 했다. 5세, 10세된 아이들을 K씨가 양육하기로 하고 친권자도 K씨로 정했다. K씨는 아이들의 호적도 자신과 함께 남편의 호적에서 빠져 나오는 줄 알았다가 자신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 이혼 후 여자의 호적은 친정으로 복적하거나 일가창립을 하게 된다. 대부분 이혼모는 자신이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자녀의 호적을 자신의 호적으로 옮겨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행 민법상 남편이 자녀의 친권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자녀의 호적을 이혼한 모의 호적으로 옮겨올 수는 없다. 친권자와 관계없이 자녀는 부(父)의 호적에 남아있는다. 현행 민법 제781조 1항 본문이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라 부(父)가에 입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3월 공포된 개정 민법은 2008년 호주제 폐지를 확정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기준으로 가별로 편제되었던 현행 호적은 폐기되고,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의해 마련된 신분등록부가 호적등·초본을 대체하게 된다. 현재 정부와 대법원은 개인별신분등록제의 도입을 추진 중에 있으며, 개인별신분등록제는 개인의 출생 이후 모든 신분변동사항을 개인중심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호주 대신에 본인을 기준으로 해 출생·입양·혼인·이혼·사망 등 출생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변동사항과 인적사항이 기록되게 되어 현행 호적제도와는 다르게 변화된다. 따라서 2008년부터는 K씨의 경우처럼 이혼 후 어머니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음에도 자녀는 아버지 호적에 남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제도는 없어지게 된다. /구남숙(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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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10.17 23:02

한국 왜 노벨문학상 못탈까...문학전문기자 긴급 진단

노벨문학상은 올해도 한국을 비켜갔다. 어느 해보다 수상의 기대가 한껏 고조되었던 터라 그 후유증이 적지 않다. 한국은 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는 한국 문학의 수준이 아직 미천해서 일까,혹은 번역의 문제 때문일까. 혹자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동안 80여명의 작가들을 독일로 보내 낭송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우리끼리 과당 경쟁을 벌인 자책적인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해답은 의외로 스웨덴 한림원의 과도한 정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2일 BBC,더 타임스 등 영국언론들은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일주일 늦어진 것을 두고,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3)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문제에 대해 한림원 심사위원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터키 국가정체성 부인’ 혐의로 기소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르한 파묵을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있어 한림원 의원들 사이에 ‘정치적 논란을 피하자’는 입장과 ‘문학은 문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했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파묵은 시리아 출신의 시인 아도니스,그리고 한국의 고은 시인과 함께 올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명된 비서구권 출신 작가다. 노벨문학상 역대 수상자 101명 가운데 구미 문학인들이 86명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서구 중심으로 치우친 것이 사실이어서 올 노벨문학상이 비서구권에 돌아간다면 이들 3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었다. 그러나 파묵은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쿠르드인 3만 명과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학살했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 ‘국가정체성 부인 및 이미지 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로 오는 12월16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영국언론의 보도는 스웨덴 한림원이 이같은 정치적인 상황을 무시못할 변수로 고려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일부 문인들은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이 너무나 일방적이며,노벨이 유언에서 남긴 ‘가장 이상적인 경향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시상이라는 대명제에 많은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의 18명 회원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몇몇 회원들은 개인적으로 특정 작가를 선호하여 가령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 싱젠이 선정됐을 때 한림원 회원이자 중국 전문가인 고란 말름크비스트가 바로 가오 싱젠의 번역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영향력 있는 한림원 회원이 작가의 수상을 저지한 경우도 있다. 보르헤스의 경우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와 악수하는 사진 한 장이 노벨상 수상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20세기 세계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프루스트나 제임스 조이스,카프카,헨리 제임스,콘래드,로렌스,가르시아 로르카,조지 오웰,브레히트와 같은 거장들은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다. 물론 그 연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 작가와 그의 조국이 처한 정치상황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고 있다는 개연성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인하대 국문과)는 올 노벨문학상이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에게 돌아간 데 대해 “핀터에게 줄 바에야 그의 대표작인 ‘결혼파티’가 세계 각처의 연극 무대에 올려지던 1970년에 주어졌어야 마땅하다”며 “비서구 지역 작가를 찾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핀터에게 방기하듯 주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노벨문학상이 한국 작가에게 주어지려면 한반도의 정치 상황에 획기적인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남북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휴전 협정이 정전협정으로 바뀌는 국제정세의 흐름 같은 걸 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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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5 23:02

"이완용이 당대의 위대한 서예가?"

을사 5적 중 한명인 친일파 이완용의 글씨가 한국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에 훌륭한 서예작품으로 버젓이 전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또 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한 샌프란시스코 동양 박물관에는 이완용의 글씨가 ‘당대의 위대한 서예가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11일 외교통상부 및 산하 재단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http://www.kf.or.kr) 오른쪽 해외박물관 한국유물 소개 사이트인 “Arts of Korea(http://www.artsofkorea.org)” 에 ‘조선말기의 문신 일당(一堂) 이완용의 행서 필적’이라는 친일파 이완용의 작품이 올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이트는 이완용을 “그의 친일 행적과는 달리 글씨를 잘 써서 서예 활동도 하였고, 특히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조선미술전람회의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재단측은 이날 박 의원의 지적 후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글씨를 삭제했다.또 국제교류재단이 170만달러를 지원한 샌프란시스코 동양 박물관에도 친일파 이완용의 글씨가 전시됐으며 특히 이완용의 글씨에 대해 “당대 위대한 서예가의 작품(great calligrapher and man of letters in his time)”으로 소개돼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은 국제교류재단이 설립되던 해부터 지원을 시작한 유일한 박물관으로,한국실 전담 큐레이터가 있는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하나다. 박 의원은 “한국의 위대한 서예가로 해외에 소개할 사람이 왜 이완용이어야 하는지 얼빠진 국제교류재단의 한심한 작태에 어이가 없다”며 “국제교류재단이 엄청난 돈을 지원하고도 전시작품에 대해 사전논의나 사후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사실상 직무 유기”라고 질타했다. 한편 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이완용의 글은 ‘慈眼視衆生 福壽海無量(자안시중생 복수해무량)’으로,이는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오는 구절 중 ‘福聚海無量(복취해무량)’을 ‘福壽海無量(복수해무량)’으로 바꾸어 쓴 것이다. 박 의원은 이 문장이 복(福) 뿐 아니라 목숨(壽)마저도 바다처럼 한량이 없다는 그의 욕심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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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4 23:02

방송사 지방 야외공연, 방송 녹화보다 관객 안전 먼저 챙겨야

‘상주 참사’ 이후 방송사들은 관객의 안전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안전요원을 더 확보하고 해당 지역 경찰병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지만 일시적인 제스처에 가까운 실정이다. 방송사 안팎에선 야외 및 지방공연 진행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객안전은 누가 챙기나= 관객의 안전관리는 대개 공연 주최측과 이를 대행하는 기획사의 몫이다. 방송사는 이같은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대신 방송사는 무대 및 출연 연예인 안전관리를 따로 챙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관객 안전을 위해 주최측이 고용하는 경호업체와 연예인 안전을 위해 방송사가 고용하는 경호업체가 서로 다르다”면서 “계약서에 관객안전과 관련해 주최측과 방송사의 공동책임 조항이 있을 경우,공연을 맡으려는 방송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 입장시간과 진행방식 역시 방송사의 편의에 맞춰 진행된다.이번 MBC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시민들은 방송 리허설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무대와 정 반대에 위치한 직3문에서 기다려야 했다. 직3문은 본래 출구로 사용되는 만큼 안쪽에서 바깥으로 여는 문인데다 바깥쪽이 내리막길이어서 사고 피해가 컸다. 기획사가 ‘관객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송사의 요구사항에 맞춰 무대 반대편에 입구를 마련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입장시키다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주먹구구식 행사진행=주최측의 빠듯한 예산책정도 관객안전에 소홀하게 되는 한 요인이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지자체 등 주최측이 지역 홍보효과를 노리기 위해 대부분 예산을 방송사 유치에 할애하기 때문에 결국 공연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으로 진행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관객의 안전문제는 주최측에 의해서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현재 MBC ‘가요콘서트’와 KBS1 ‘열린음악회’가 고정적으로 야외 및 지방공연을 진행하고 있고,SBS는 1년에 3∼4차례 대규모 공연을 기획한다. 대부분 무료공연이고 ‘열린음악회’만 공연 전 입장권을 배포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며 선착순 입장이 관행화되어 있다. 그러나 1만명 이상이 모이는 공연에선 적정 안전요원이 투입되더라도 선착순 입장에 따른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압사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입장 도중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선착순 입장 방식은 이번 참사를 빚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방송사·주최측·기획사 등은 입장권 및 좌석권을 사전 배포할 경우 표만 받고 사람들이 오지않는 관객 유실과 반대로 사람이 많이 몰려 발생할 수 있는 관객 불만 등을 이유로 무료공연에서 선착순 입장 방식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한다. ◇개선점은 없나= 지난 4∼7일 대구와 진주 등에서 열렸던 방송사의 지방 야외공연 진행방식은 각 방송사가 고려해봄직하다. 이전처럼 선착순 입장방식을 택했지만 방송사 제작진 등이 적극적으로 관객의 안전문제에 개입한 점이 달라졌다. 5일 대구 엑스포 야외주차장에서 1만5000명 규모의 특집 콘서트를 연출한 SBS 김상배 PD는 “공연 전날 기획사 경호팀,출연 인기가수의 팬클럽 회장 등을 만나 입장 방법을 논의한 뒤 다음날 일반 관객과 팬클럽 입장 구역을 따로 지정해 입장시켰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작진이 관객안전을 우선시해 진행하니 비슷한 인력으로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통상 녹화 1시간 전에 마치는 방송 리허설을 3시간 전에 일치감치 끝낸뒤 1∼2시간 앞당겨 관객을 입장시켜 혼잡을 줄였다. 한 대형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무료공연에서 선착순 입장이 관행이지만 방송사가 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공연 장소와 내용,주요 관객층에 따라 선착순 입장 및 입장권 사전 배포,지정 좌석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녹화 위주가 아닌 관객 중심의 진행 시스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방송사를 비롯한 주최측,기획사 등의 인식변화와 함께 실천여부가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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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4 23:02

EBS 2006년 수능시험 위한 특집프로 마련

200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EBS는 이에 18일부터 30일까지 오전(새벽) 1시에 수능 출제 빈도가 높은 문제 유형을 예측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한 시간씩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EBS 대표 강사들이 집중 출연해,최근 3년간의 수능 출제 유형을 과학적·통계적으로 분석한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풀이한다. 출연 강사들은 각 영역별로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제 유형를 풀이하고,꼭 기억해야 할 필수 내용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도 살펴본다. 또 ‘단원별로 출제가 예상되는 주요 내용’ ‘수능 마무리 학습 전략’ 등 학습 포인트와 전략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번 프로그램은 방송 후 수능강의 전문사이트인 EBSi(www.ebsi.co.kr)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 진행자 및 출연자 O 진 행 : 구영희(방송인) O 출 연 : EBS 대표 강사. 언어-오찬세,한상면,강윤순 / 외국어-김수영,박주연,김경선 / 수리-‘나’형:김윤배,이규섭 / ‘가’형:조석근,박상준 / 사회탐구영역-김윤중(사회문화),김하규(한국지리) / 이진희(윤리),김범석(근현대사),김동린(국사) / 과학탐구영역-박완규(물리),권연진(화학) 허해룡(생물),송용석(지구과학) ※ 방송시간 * 10월 18일 (화) 언어영역 1부 새벽 1시 - 2시 * 10월 19일 (수) 언어영역 2부 새벽 1시 - 2시 * 10월 20일 (목) 수리영역 1부(수리‘나’형) 새벽 1시 - 2시 * 10월 21일 (금) 수리영역 2부(수리‘가’형) 새벽 1시 - 2시 * 10월 22일 (토) 외국어영역 1부 새벽 1시 - 2시 * 10월 23일 (일) 외국어영역 2부 새벽 1시 30분 - 2시 30분 * 10월 25일 (화) 사회탐구영역 1부(사회문화) 새벽 1시 - 2시 * 10월 26일 (수) 사회탐구영역 2부(한국지리) 새벽 1시 - 2시 * 10월 27일 (목) 사회탐구영역 3부(윤리) 새벽 1시 - 2시 * 10월 28일 (금) 사회탐구영역 4부(근현대사,국사) 새벽 1시 - 2시 * 10월 29일 (토) 과학탐구영역 1부(물리,화학) 새벽 1시 - 2시 * 10월 30일 (일) 과학탐구영역 2부(생물,지구과학) 새벽 1시30분 - 2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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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4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최수일 큐레이터 - 1년간 2005명 서명받아

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주제는 ‘만남’. 작가와 작가가 만나고, 작가와 관람객이 만나며, 나라·이념·장르를 넘나드는 만남을 기치로 걸었다. 그 상징적 의미가 ‘만남 2005’에 담겼다. 중견 서예가에서부터 서예 입문자까지, 지역적으로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2005명이 참여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기획에서부터 2005명의 서명을 받아 작품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비엔날레 큐레이터 최수일(49)씨다. 그는 작품을 위해 1년간 발품을 팔았다. 1주일에 꼬박 2∼3일을 작가들의 사인 받는 일로 1년을 보냈다. 한 번 출장에 1000∼1500㎞ 거리를 움직였다.한지 1장당 100명씩, 총 21장에 작가들이 좋아하는 글귀와 사인으로 채워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현재 한국소리문화전당 국제회의장 전시관 1층과 2층 복도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용 총감독을 도와 작가 선정과 자료수집, 컨텐츠 개발 등에 전반적으로 참여한 최씨가 그중 ‘2005 만남’에 더 애착을 갖는 것도 여기에 땀이 가장 많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관람객의 사랑을 받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양한 볼거리 제공이 그 답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그의 생각대로 비엔날레 기간 다양한 이벤트가 관람객을 몰고 다니고 있다. 탁본체험과 가훈써주기, ‘나도 서예가’ 등 관람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단연 인기다. 여기에 볼륨감을 나타내는 문자입체전과 실용화전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실제 지난 1일부터 비엔날레 주 전시관을 찾고 있는 관람객만 하루 평균 400∼500명. 전시관 주변에 타지역 관광버스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서예 인구의 70% 정도가 오갈 것으로 추산했다.“전시장을 찾는 외지관광객들이 감탄을 합니다. 서울·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 서예비엔날레를 열지만 기간과 규모 면에서 전북을 따라올 수 없다는 관람객들의 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그는 준비단계때 큐레이터에 그치지 않고 전시기간 내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해오고 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장에서 살고 있는 그는 전시장 찾는 단체 관람객들을 안내하는 도우미 역할까지 맡고 있다. 2001년 비엔날레부터 큐레이터로 참여해온 그는 작품 배치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작품크기와 색깔 등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 오랫동안 서예와 문인화를 공부했고, 서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국내 3명 밖에 안되는 이분야 전문가라는 점이 큐레이터로서 큰 장점이다. 비엔날레에 동참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는 그는 몇가지 아쉬움도 이야기 했다. 서예 특성상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야외 공간으로 범위를 넓히는 일이 그 하나다. 그는 도자기·목공예 등에 글을 넣는 체험작업들을 야외공간에서 할 경우 그 효과를 넓힐 것으로 기대했다.또하나가 비엔날레 전용관 설치 문제다. 비엔날레 ‘수확물’이 큰 자산이 될 것인 만큼 상설 전시할 수 있는 전용관이 꼭 설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5.10.14 23:02

[템포-사람과 풍경] 김대현 고석산방 사장 "표구는 작품의 완성"

3개월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표구 작업은 고된 노동이었다. 생계만을 위해서라면 며칠 일을 밀쳐두고 싶었다. 그래도 꼼짝없이 표구에 매달렸던 것은 표구업에 종사해온 삶에 의미를 남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표구사 고석산방의 김대현 사장(61). 모처럼 두손 놓고 있는 그는 한가해보였다."이제 한숨 돌릴만 합니다. 그동안 꼬박 서예비엔날레에 매달리다보니 일이 많이 밀렸어요. 그래도 당분간은 쉬엄 쉬엄 할 생각입니다." 쫒기듯 긴장속에서 지냈던 서예비엔날레 출품작 표구작업으로 일상의 리듬을 놓쳐버린 후유증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김사장이 올해 작업한 분량은 190점. 서예비엔날레 첫해부터 출품작 표구를 도맡았던 그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작품의 형식에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어려운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시아권이 아닌 나라의 작가들은 표구에 대한 이해가 없습니다. 화선지에 싸인펜이나 다른 물감으로 싸인하는 일도 많고 물기가 닿기만해도 번지는 소재의 활용도 적지 않습니다. 표구에는 경계의 대상들이죠."올해는 유난히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다. 몇차례 행사를 치러오는동안 터득한 방식이 아니었다면 아예 작품을 통째로 날릴뻔한 경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괜찮겠다 싶었지만 '혹시' 하고 물기를 넣었더니 옆으로 확 번지는 거예요. 아찔 했죠." 외국작가들의 작품 표구에는 동원되는 도구와 소재가 많다. 아예 배접이 불가능 한 경우도 있고, 싸인 부분과 따로 분리해 배접하거나 마무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는 서예비엔날레 출품작을 표구하느라 인근의 50평 건물을 따로 빌려 사용했다. 일이 밀려도 좀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여러명 동원했다. "표구는 작품에 옷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이른바 완성의 단계죠. 그러니 어떤 작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그의 표구업은 올해로 꼭 30년째다. 특별히 사사한 스승은 없었으나 60년대 병풍을 제작 했던 누나 덕분에 표구기술을 익힌 그는 군대 제대한 직후 표구사를 열었다. 기계표구가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그는 손으로 하는 전통표구만을 고집한다. "표구의 생명은 정성입니다. 예전에는 한 작품을 표구하는데 적어도 20일 이상 걸렸습니다. 풀기를 빼기 위해 이슬을 맞히고 바람을 쐬었죠. 그래야만 습기를 담고 마르고 하면서 그 자체로 내성을 갖게 되거든요."마음은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고 싶지만 '빨리 빨리'문화에 젖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그가 권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표구는 장식이 아닙니다. 작품을 완성시키는 창작의 과정이죠." 그는 한지 제작자 못지 않게 국산한지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표구를 하다보면 작품의 보존 기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요즈음 쏟아지는 수입 화선지는 몇십년 가기도 힘듭니다. 정성을 들이다가도 힘이 빠지는 이유예요." 그의 옆에는 30여년 함께 일을 도와온 아내 최순옥씨(54)가 있다. 그 못지 않게 표구기술이 뛰어나지만 최씨는 '영원한 보조'라고 말한다. 김사장이 배접해놓은 작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최씨가 작업대를 붙잡았다. 한눈 팔지 않고 한길 걸어온 부부의 선택이 즐겁게 보인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10.14 23:02

[템포-문화광장] '판소리 뷔페' 맛은

‘아버님의 한바탕, 어머님의 눈물, 우리네 이웃들이 보여준 따뜻한과 서운함, 점점 더 메말라가는 네온사인의 거리, 신명나는 우리들의 박수와 뜨거운 심장, 과거를 딛고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들의 얼굴입니다.’삶속의 소리, 삶을 녹아내는 소리, 삶과 함께하는 소리. 판소리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또랑광대콘테스트가 15일 오후 1시부터 전주시 풍남동 동락원에서 열린다. 또랑광대 콘테스트는 ‘쉬운 판소리·재미있는 판소리·오늘의 판소리’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판의 대중화 작업. 창작판소리를 비롯, 판소리의 다양한 실험을 촉발시킨 마당이기도 하다. 이 판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인기도 얻었다. 1호 대회때 선보인 ‘스타대전 저그초반 러시대목’(사설 작창 박태오)과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사설 작창 김명자) 등으로부터 동화판소리 ‘토끼와 거북이’ 페미니즘을 다룬 ‘구지이야기’ 등 이후로도 무대에 올려지는 곡들이 풍성하다. 시대정신을 담은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판이다.이번 콘테스트에는 15팀이 참가한다. 현장에서의 참가신청도 받으며, 평가는 관객들이 한다. 광대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푸진 마당이다.또랑광대콘테스트는 전주산조예술제(위원장 김두경)와 또랑광대전국협의회(www.dorang.org)가 함께 개최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0.14 23:02

[템포-문화광장] 창작극회 마당극 '콩쥐야 훨 훨'

2005년판 콩쥐팥쥐. 창작극회(대표 홍석찬)가 콩쥐를 되살려냈다. 권선징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콩쥐팥쥐가 아니라 아버지의 무능이 빚어내는 가정불화를 통해 가족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농촌사랑과 친환경문제까지를 제시한다. 창작마당극 ‘콩쥐야 훨 훨’을 통해서다.창작극회가 올해 세번째 올리는 작품 '콩쥐야 훨 훨'. 한동안 집중했던 무대공연에서 벗어나 마당극으로 풀어본다. 최기우씨가 고전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했고, 홍석찬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10여곡이상 선보이는 노래는 류장영씨가 곡을 붙였고, 흥을 돋우는 춤은 김경미씨가 안무를 짰다.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보강한 마당극이다.공연은 관객을 찾아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15일 오후 1시에는 전주경기전에서, 16일 오후 6시30분에는 덕진공원에서, 22일 오후 7시에는 전주객사에서, 23일 오후 5시에는 전통문화센터 등 전주시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판을 벌인다. 그동안 극단에 보여준 전주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에 보답하려는 차원에서다.설화의 고장, 완주도 찾는다. 27일 오후 3시에는 완주대둔산축제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홍석찬대표는 “창작극회를 사랑해준 전주시민들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찾아가는 공연으로 기획했다”며 “외부 연기자 없이 극회 단원들만으로 꾸리는 오랫만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김기홍 류영규 이부열 이혜지 박영준 박규현 정민영 김은혜 신유철 송명옥 이수화 강지수 류가연 조성우가 출연한다.이 작품은 문화관광부 복권지원사업 및 전북도 무대제작지원작품이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0.14 23:02

[템포-문화광장] 중국 베트남 등 문화예술·체육인 전주 방문

문화의달 행사가 열리는 경기전. 이름표를 단 외국인들이 경기전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안내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어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한다. 수복청에 마련된 무형문화재의 침선시연도 신기한 구경거리. 전통문화센터에서 마련된 혼례체험. 처음 입어본 한복이며 쪽두리, 사모관대. 옷도 조금 불편하고 절도 어색했지만 화려한 혼례복에 넋을 잃었다.중국 베트남 터키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아시아 18개국 70여명의 문화예술·체육인이 13일 전주를 방문했다. 문화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 대상으로 초청돼 지난 9월부터 한국에서 체류하며 한국을 배우고 있는 이들이다.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대한올림픽위원회 대한체육회 등 10여개 문화예술·체육관련 기관에서 한국문화체험을 하고 있다.이들이 전주전통문화센터 주관으로 13일부터 15일까지 전주지역 전통문화체험에 나섰다. 마침 전통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문화의달 행사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한국의 전통을 익히는데는 최상의 기회. 이들은 13일 낮 전주에 도착해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전동성당과 경기전, 공예품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또 전통문화센터에서 전통혼례와 다례체험, 판소리공연을 관람했다.전주팸투어에 참가한 미얀마 문화대학 음악과 교수 라이 윙 마씨는 “소리축제에도 와 봤는데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감명깊었다”며 “미얀마로 돌아가면 이러한 한국의 노력을 학생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베트남 소설가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체험하고 있는 바트싼하씨는 “전주 경기전은 베트남 후에의 사원과 비슷해 더 호감이 간다”고 말하고 또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돌아갈때 한벌 마련해가고 싶다고 했다.이들은 14일과 15일, 민속놀이체험과 비빔밥조리체험, 천연염색체험, 무형문화재 공연, 전주박물관 등을 견학하며 한국과 전주의 유·무형 전통문화를 흠뻑 체험한 후 서울로 올라간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0.14 23:02

[템포-문화광장] '우리네 삶' 흔적을 뒤적이며...

무형문화재들의 장인정신으로 지켜져온 옛 사람들의 생활이 전통한옥 안에 담겼다. 15일까지 경기전에서 열리고 있는 2005문화의달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작품전’. 오랜 세월이 흘러 만나는 옛 사람들의 흔적은 더욱 애틋하다. 경기전 내 경덕헌과 동재, 서재에서 선보여진 무형문화재 작품전에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소장하고 있던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작품들이 선보여 졌다. 전통한옥과 어울려 그 본연의 모습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50여명의 장인이 13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공간이 분리됐던 남성과 여성의 삶, 옛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이 공간의 특성에 따라 구성됐다. 경덕헌에서 열리고 있는 ‘정갈한 멋, 우리네 살림살이’에는 뒤주, 소쿠리, 반상기, 옹기, 소반 등 부엌 세간들이 전시됐다. 소리고장이란 전주의 이미지에 맞게 ‘남·북한 악기전’도 마련해 북과 장구, 가야금, 단소, 장구, 가야금 등도 선보였다. 강신하 고수환(전북무형문화재 악기장) 김재현 박철 전양근(북한 1급예술가) 등 남한의 악기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북한의 악기는 남한의 보유자급 작가의 작품으로 제작한, 남북한의 악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동재에 마련된 ‘선비의 멋과 기개’는 문방사우와 끽연 도구 등 옛 선비들의 사랑방을 재현했다. 나전서류함, 문갑, 금은장도, 화문석, 붓, 청자상감운학매병이 고풍스럽다. 서재에 만들어진 ‘여심, 아름다운 살림’에서는 침선, 자수병풍, 좌경, 화로, 반짇고리, 천연염색 등 옛 여인들의 솜씨와 향기가 전해진다.이번 작품전을 기획한 정성엽씨는 “이제는 아련하게 남아있는 우리 조상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며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문화재들의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전시 기간 무형문화재들의 솜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13일에는 침선장 최온순, 합죽선 이기동, 옹기장 이학수씨가 시연에 나섰으며, 14일에는 자수장 강소애, 태극선 조충익, 옹기장 이학수씨가 옛 숨결을 되살린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0.14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중국서도 못느낀 서예에 대해 새롭게 인식"

한자문화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서예활동이 일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도 서예에 관심을 갖는 층이 한정돼 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유학생 박윤국씨(29, 전북대 중문과 대학원)는 중국에서 서예를 접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서예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관심 밖이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그는 서예 분야가 그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고 했다. 문자를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도자기 등에 새겨진 글씨 등을 두고서다.유학생활 5년 차인 그는 중국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서예전시회와 처음 마주한다고 했다. 그런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영상서예전’으로 마련된 컴퓨터 모니터 앞. 중국 연변대와 군산 서해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박씨는 모니터에 나타난 ‘합(合)’자의 조합에 관심을 보였다. 게임을 이용한 한자여행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그는 또 중국인 출품작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마오쩌뚱의 본명인 류엔후(毛潤之) 글 내용과 이백의 시 등을 중국말로 읽어내리며 해석해보았다. ‘나도 서예가’ 코너에서 걸음을 멈춘 그는 붓을 잡고 뭔가 그려냈다. ‘天主 是 我的愛也’(하나님은 나의 사랑이다)고 쓰며 겸연쩍어 했다.“한족 학교들의 경우 중국문학을 깊이 공부하지만, 조선족 학생이 많이 다니는 연변의 학교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신 정철 등 한국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고교과정에서도 배웠습니다. ”1시간여 전시관을 둘러본 그는 중국서도 느끼지 못한 서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소감을 말했다. 비엔날레를 알리는,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의 깃발도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5.10.14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최성일 성일한지 대표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 수 있으니 신나더라구요.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국산 백닥,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닥을 사용했죠. 이런 종이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성일한지 최성일 사장(39, 전주시 팔복동)은 올해 처음으로 세계서예비엔날레 출품작 종이를 만들어 납품했다. 납품이라고는 하지만 경제적 타산보다는 자신이 만든 한지를 서예비엔날레 초대 작가들이 쓸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던 일이다. 털어놓고 이야기하자면 전주한지는 서예인들이 즐겨 쓰는 종이가 아니다. 화선지에 비해 먹번짐이 적고 거칠어서 웬만한 필력이 아니고서는 의도하는 필법을 구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화선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은 값으로도 국산 종이와 차이가 크다. 이래 저래 전주한지의 서예시장 진출은 앞뒤로 꽉 막혀 있는 셈이다. “서예인구가 늘어나면서 서화지 수요도 크게 늘었지만 전주한지를 살리는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값싼 중국 화선지가 시장을 장악해버렸기 때문이죠. 서화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승산이 없습니다.”이런 현실에 대해 최사장은 할말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서화의 보존성 문제다. “예술품, 특히 서화는 보존성이 중요하죠. 예술가는 후대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즈음 쏟아져 나오는 화선지는 수명이 아주 짧습니다. 특히 중국산 대만산 화선지는 닥을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일반 펄프에 석회 성분을 넣기도 하죠.” 닥대신 이런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부드럽게 먹을 스미게 하거나 먹번짐이 좋은 발묵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산 화선지는 당장 쓰기는 좋아도 보존성은 ‘빵점’이다.발묵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것을 다스리지 않고 생산해내는 화선지는 좀체 재표구를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가격만을 내세워 중국산 화선지를 선호하는 풍토가그는 아쉽기만하다. 한지생산업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다. 어린시절 그의 놀이터는 한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부친(최종수씨)은 전주 흑석골에서 오랫동안 한지업에 종사했던 생산자였는데, 한지가 사양길에 들면서 일을 작파했다. 아버지도 포기한 한지업을 대물림으로 선택한 것은 97년. IMF가 터진 직후였다. 이후 그는 한눈 팔지 않고 전통한지 생산업에만 전념해왔다. 불과 3-4년만에 인사동 이름난 지업사의 모든 한지를 독점 생산하게 된 것도 그 열정 덕분이다. 전통한지는 순수한 국산닥이 원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국산 한지를 살리는 길은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하는 전략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입닥으로 만든 한지는 2년만 지나도 변색되고 바슬바슬해집니다. 국산닥과 수입닥은 품질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죠.”대량화 기계화보다 전통적 기법을 주목하고 있는 그는 전통 한지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한지업을 시작한지 9년. 여전히 근근한 수입에 기대고 있으면서도 그가 지치지 않는 이유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10.14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서정철 고궁한지 대표

흑석골은 전주한지의 탯자리다. 80년대 중반까지도 전주시 서서학동 흑석골에 100명 이상 종업원을 거느린 종이공장만 여러개 있었다. 여기저기서 한지들을 컨테이너로 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곳 한지의 7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던 시절이었다. 지금 흑석골 어디서도 한지고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 한지 공장과, 아파트단지 뒤로 폐허가 된 공장 몇 군데만이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흑석골을 지키는 마지막 한지공장(고궁한지) 주인 서정철씨(44)는 한지를 전주의 대표적 특산품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본산지를 버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단다. 특산품이 생산되던 유서깊은 곳을 버려두고 어떻게 전통을 이야기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지생산조합을 만들어 팔복동으로 단지화시켰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는 반문도 했다. 8년째 공장을 운영중인 그는 한지의 생존 전략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어 보였다.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 11명의 종업원이 있다. 가족간 영세하게 운영되는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대기업’인 셈이다. 그는 전통한지의 버려야 할 부분과 지켜야 할 부분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일반 서예용 종이(화선지)는 중국과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보았다. 가격과 발묵(發墨)에서 화선지를 앞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대신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의 특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소비처가 제한된 만큼 소비처에서 필요로 하는 한지를 개발했다. 주문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품질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다. 제품의 고급화와 브랜드화만이 한지의 살 길로 본 그는 실제 ‘완산지’ '동양지' '시우지' '방초지' 등의 이름으로 18개 상표를 등록시켰다.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전통 종이와 관련된 나라를 다니며 생존의 길을 여기서 찾은 것이다.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 ‘7그램’ 종이, 한국화용 장지(대규모 용지), 8합지 등 남이 흉내내기 어려운 두께와 넓이에서 특화를 시켰다. 이번 서예비엔날레 납품을 맡기도 한 그는 화선지에 비해 발묵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그간의 노하우에 작가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존 한지의 발묵 단점을 상당 수준 보완했다.그는 전통한지를 완전히 재현할 수 있게 10여년전부터 옛도구와 문서, 서적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에 바탕 없이는 현재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겉만 보여주는 전통이 아니라 직접 생산 판매하는 시설과 연계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생산공장과 별도로 100여평의 전통 시설을 계획하고 있단다.그는 공장 자체가 전통문화재가 되고, 전통문화를 찾는 관광객들이 전통한지의 생산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5.10.1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