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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스스로 문화를 발전시키고 창작의 빛을 뿜어내기 위한 ‘문화발전소’.‘지리산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만든 ‘문화발전소’가 부안을 찾아갔다. 10월 15일부터 11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고 있는 ‘부안 문화발전소’.유강희 박태건 송준호 이준호 최기우 김형미씨 등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나선 지난 강의에서는 ‘치료적 글쓰기’와 ‘나를 찾는 글쓰기’ ‘창의력을 키우는 글쓰기’ 등 문학워크샵과 논리적 사고와 통합적 글쓰기 등 논술에 필요한 강의가 진행됐다. 5일 오후 2시 부안군청 2층에서 열리는 마지막 강의에는 소설가 공선옥씨와 안도현 시인이 청소년들과 마주한다. 공씨는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안시인은 작가로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글쓰기와 시작과 그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날은 ‘시와 국악의 어울림’도 마련된다.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등 한국인의 정서와 닮아있는 국악기 반주로 안도현, 박태건, 공선옥, 유강희의 작품이 낭송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도 열린다. ‘문화발전소’는 농어촌 청소년들을 위한 문학 프로그램. 지난 봄에는 남원 실상사를, 여름에는 진안을 찾아갔었다.
“어느 누구라도 시를 쓸 수 있고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그 삶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되고 시인이 되는 것이죠.”컴퓨터와 시인. 이 낯설은 만남은 사람이기에 가능하다. 우리의 삶이 곧 시라고 생각하는 이문근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44)가 첫 시집 「그리움」(도서출판 다가서포)을 펴냈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사춘기 이후 평생 가슴에 남아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픔과 슬픔,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시를 쓰며 가슴 속에서 어머니를 조금씩 비워내고 있는 이교수. 그는 어머니를 통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부 ‘귀양’은 사춘기 시절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난 다음 겪었던 정신적 혼란과 방황을 담은 것. 문과 출신이었던 고등학교 시절 부터 쓴 시들이다. 2부 ‘귀향’은 15년 간의 미국 이민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쓴 것들이다. “우리 사회가 워낙 중앙집권화돼 있다보니 색깔로 보면 단일색인 것 같아요. 수도권 중심이 지방의 우수한 문화들을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문학 안에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아내고 싶어요.”개인적인 관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의 눈은 이제 한결 넓어질 것만 같다.
“새삼 사는 일이 눈물겹게 생각되었지만, 일어나기는 고사하고 이제 자살조차 꿈 꿀 힘이 내게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마침내 내 손이 나를 배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중략) 나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원고지를 앞에 놓고 펜대를 잡았다. 그리하여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에 따라 머릿 속에서 들끓는 시어의 화젓가락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박정만 ‘그 처절했던 고통의 시간들’ 중에서)1988년 10월 2일. 당시 43세였던 시인 박정만은 봉천동 자택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과음으로 인한 간경화. 그러나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시대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갔음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숨지기 1년 전 단 20여 일 동안 무려 300여 편의 시를 쏟아냈던 고 박정만 시인. 그의 기일 즈음, 그가 떠난 지 17년 만에 「박정만 시전집」(도서출판 해토)이 나왔다.정읍 출신으로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도서출판 고려원’ 편집장으로 있던 1981년 한수산 필화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때 당한 고문으로 얻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그는 술로 달랬지만, 70·80년대 그 수상했던 세월을 살아가며 현실과 타협하기를 포기하고 오직 시인이기만을 고집했다.시퍼런 허무와 한의 칼날이 섬뜩섬뜩 빛나는 시들을 남긴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소설가 윤후명은 “불행하게도 그는 시인이었다”고 말한다. 속물들의 구제불능성을 콕콕 찔러 일깨우던 그. 박해석 시인은 “넝마처럼 거덜한 몸으로 그는 세상은 이렇게도 사람을 다치게 한다고 말하면서 울었다”고 했고, 박시인의 관머리를 들었던 소설가 이윤기씨는 “정만이 이 새끼. 정말 더럽게 무겁네. 아직도 머릿 속에 시가 꽉 들어차 있는 모양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박시인의 한, 고통과 슬픔, 허무의 이미지가 여전히 살아있었다.「박정만 시전집」은 시인의 생전에 출간된 8권의 시집 「잠자는 돌」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 「혼자 있는 봄날」 「어느덧 서쪽」 「슬픈 일만 나에게」와 1권의 시화집 「박정만 시화집」, 유고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 등 그간 출간된 시집들을 원본으로 삼고있다.첫 시집부터 유고시집까지 발행순에 따라 실린 시전집에는 초기의 소멸과 애한의 정서, 순결한 생명력과 부활의지가 담겨있는 시부터 어느 한 시기 접신의 경지에서 휘몰아 쳐서 쓴 시들까지 차례로 실려있다. 더이상 쓴 말을 내뱉을 수 없는 시인. 그래도 그가 남긴 시는 아직도 생생하게 아프다.
자기가 한 일이 제게는 아무 이득이 없이 남의 일만 하여 준 셈이 되었을 때 비유하는 말이다.<근원설화>지은 이를 모르는 ‘교수잡사(攪睡雜史)’ 중 ‘양소타각(?搔他脚)’이란 제목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여행 중 여관에서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같이 잤다.잠결에 다리가 가려워 긁어도 시원치 않아 자꾸만 긁노라니 옆의 사람이 큰 소리로 누가 내 다리를 이렇게 아프도록 긁느냐고 야단쳤다.자기 다리를 긁는다는 것이 잠결에 옆에 사람의 다리만 긁었던 것이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가 판소리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적으로 올 초 발간한 「판소리 사설전집」이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교재로 선택돼 화제가 되고 있다. 「판소리 사설전집」은 판소리 다섯바탕 원문에 주석을 달아놓은 ‘교주본’과 원문을 현대어로 풀어놓은 ‘현대어역본’, 사설의 난해한 부분을 개작한 ‘현대화사설본’, 영어로 번역해 놓은 ‘영역본’ 등 총 15권. 이 중 ‘영역본’이 뉴욕주립대 교환교수로 가 있는 박재익 교수의 ‘한국문학 번역’ 수업 교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업은 영어영문학과와 한국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과목으로 미국인 7명과 재미교포 7명이 수강하고 있다. 향가, 시조, 가사, 민속설화, 단편소설, 판소리 등 고전문학을 번역하는 수업으로 판소리는 11월 교육과정이다. 특히, 판소리 다섯바탕 중 ‘춘향가’는 기말 보고서까지 제출받을 계획이다. 이같은 사실은 「판소리 사설전집」 번역 작업에 참여한 박승배씨(전북대 국제교류부)에 의해 우연히 알려졌다. 박씨는 “판소리 세계화를 목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 같아 기쁘다”며 “박교수와의 교류를 통해 「판소리 사설전집」의 보완점을 확인하고 판소리 번역 작업에 대한 조언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랫만에 피아노 듀오 연주회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백희영 박규연의 무대. 11월 1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전북대 예술대학 교수인 백희영은 줄리어드에서 전문연주자과정까지를 마쳤다. 뉴욕링컨센터 등지에서 독주 실내악협연 등의 연주활동을 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심포니 전주시향 등과 수차례 협연하는 등 왕성한 연주활동을 보이고 있다. 전북대 ‘EbonyIvory’감독으로,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박규연은 오스트리아 비인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인 그는 낭만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기획연주회를 마련, 국내외에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예원예술대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주단체 ‘벨레차’예술총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피아니스트는 브람스의 '하이든의 관악기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변주곡작품'과 인판테의 ‘안달루시안 춤곡’, 리스트의 '비창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 듯, 이번 주말에는 깊고 고즈넉한 숨결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문화공간 지담(대표 차종순) 기획초대전 ‘전통한지의 숨결’이 열리고 있다. (11월 12일까지)그동안 한지의 현대화·대중화 작업을 이끌며 앞을 보고 달려온 지담이 ‘전통’과 ‘뿌리’를 주제로 뒤를 돌아보는 전시다. 한지공예작가 김혜미자씨를 비롯 김선애 김선주 김옥영 문호진 박갑순 설미화 송명숙 송미령 송영림 윤소희 씨 등 젊은 전통공예작가 13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흘러가는 구름을 닮은 문양, 반복과 리듬의 미학으로 경쾌한 질서를 이룬 기하학문양 등 다양한 전통문양들을 볼 수 있다. 단아하면서도 멋스러운 장, 예단함, 혼수함, 수의함 등의 전통생활용품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 그윽한 숨결을 전한다. 지담이 개발·제작한 현대적 한지리빙상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명창 동초 김연수가 1930년대초 여러 판소리명창들의 소리중 장점만을 골라 창시한 것이 동초제다. 그래서 동초제는 동편제의 우람함과 서편제의 아련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가 정교하며, 장단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동초제는 오정숙명창이 중심이 된 동초제판소리보존회에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소리는 춘향가다.전주전통문화센터 기획프로그램, 해설이 있는 젊은 판소리 11월 무대가 동초제 전승의 모습에 주목한다. 젊은 소리꾼들이 동초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를 보여준다. 오정숙명창에 이어 동초제 맥을 잇고 있는 이일주명창의 문하생 최현주 이지숙 박정희 김예진 신진원이 무대에 오른다. 임방울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장원 출신인 최현주는 ‘춘향가중 이별가와 어사상봉’대목을, 박동진판소리경연대회 일반주장원출신의 이지숙은 ‘흥보가중 제비노정기부터 흥보 박타는 대목’을, 익산판소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박정희는 ‘심청가중 심봉사 탄식하는 대목∼후원의 대목, 타루비∼심봉사 목욕하는 대목’을, 전주대사습 학생전국판소리 장원 김예진은 ‘수궁가 중 초앞∼고고천변’, 그리고 올해 전주대사습 학생판소리 장원을 수상한 신진원은 ‘춘향가 중 오리정이별대목과 쑥대머리∼어사또가 춘향 편지 보내는 대목’을 들려준다.해설은 군산대 최동현교수가, 북장단은 권혁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가 맡는다.1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경업당에서 판을 벌인다.
가을 깊숙한 곳.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盟友)’ 시인들이 전주에 왔다. 현대시 100년과 제19회 시의 날을 기념하는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해)의 ‘전주시인축제-시여, 노래하라!’가 29일과 30일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렸다. 시를 짓고 읊는 일. 그것은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다. 소슬한 가을 바람에 200여명의 시인들의 감성엔 차고 맑은 기운이 차오른다. 김종해 회장의 ‘시인 선서’를 시작으로 김종길 김남조 최승범 천양희 노향림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이 이어졌다. 전주는 이 땅의 시인들에게 감흥으로 다가갔다. 김종길 시인은 “전주는 가장 문화적인 도시”라며 “전주에 와서 30년 만에 문화인이 된 듯 하다”고 말했고, 정진규 시인은 “옛날에 전주 덕진공원을 혼자 찾았다가 쓴 시”라며 ‘플러그-알2’를 낭송했다. 음산한 목소리, 힘있는 몸짓. 하재봉 시인은 고향에 돌아온 마음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로 끝이 나는 시 ‘귀향’을 낭송했다. 전주가 고향인 이가림 시인에게 한옥마을은 어린 시절 놀이터였다. 전동성당 뒷뜰과 경기전을 그는 여전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이근배 시인은 전주를 111년 전 전봉준이 혁명을 일으켰던 땅으로 기억했다. 그가 낭송한 시 역시 ‘전봉준’을 부제로 한 ‘겨울 동진강’. 시인들에게 전주는 그렇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말과 우리 소리의 만남, 시와 국악의 만남은 시에 날개를 달았다.박윤초씨는 황진이의 ‘녹수청산’과 유치환의 ‘그리움’을, 서정춘 시인은 자작시 ‘죽편’을 시창으로 불렀다. 안숙선 명창은 “여러 시인들의 공력 덕분에 우리 시로 국악을 만드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가락을 붙여 초연했다.전주시인축제에서는 시에 대한 시인들의 생각도 만날 수 있었다. 30일 오전에 열린 세미나 ‘시와 대중과의 거리,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서 장경렬 서울대 교수는 “무엇보다 시인들이 쉽고 아름다우면서도 시적 품위와 가치를 지닌 ‘좋은 시’를 써야한다”며 우리 교육에 시 암송과 시 쓰기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학생들에게 시를 지도할 수 있는 지도교사 양성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성찬경 시인은 “시는 예술적 감상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실용성을 지니면 바람직하지 않겠냐”며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예술로서 독자들에게 시를 이해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달자 시인은 “삐걱거리는 우리들의 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데 시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시인 선서시인이여,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쓸고 시 배달을 한들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시詩이며, 거짓말詩가 아니냐.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시인이여, 시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자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온 세상의 권력의 전횡專橫에 눌려 핍밥받을지라도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민주와 자유가 유린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를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시인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서 서서 일하는 이의맹우盟友여야 한다.김종해 한국시인협회장 "전주와 시는 참 잘 어울리는 곳"“30년 전 박목월 시인이 회장으로 있었을 때 전주에서 한국시인협회 행사를 했었어요. 그 때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호남권 시인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전국의 시인들이 하나로 엮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 김종해 회장(64)은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며 지난해 부산시인축제가 여는 마당이었다면 전주시인축제는 닫는 마당”이라고 소개했다. “전주는 자리 한 곳에 앉더라도 전통적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나즈막한 한옥처럼 사람 사귐도 나즈막하게 정이 가는 곳 같습니다.”“부산 출신이지만 전주를 사랑한다”는 그는 “전주와 시는 참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며 시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시인들이 시를 쉽게 쓰고 독자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김회장은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환태평양시인회의에 한국시인협회 회원 21명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한글세대인 젊은 시인들이 일본어로 번역된 「오늘의 시 한국시 21인집」을 발표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천년한지의 미래는 한지 전문 인력 양성에 달려있다.28일 오후 1시 전주대 예술관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한지포럼 ‘21세기 천년한지의 과거·현재·미래’. 2005국제문화관광상품 엑스포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서는 한지의 미래로 전문 인력 양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유라 전주대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닥나무 재배 및 1차 가공에 따른 전문인 양성 기술 지원, 전통한지 제조·기술보존에 따른 후계자 양성, 한지문화상품 개발에 따른 전공학과 신설 및 교육체계 구축, 한지공예 실용화에 따른 상품 디자인 개발·한지문화 및 제품 기획·디자인 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 각 지역 문화센터 한지공예 교육 전문지도자 양성 등 체계적인 교육정책과 인력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은 “한지산업 부흥을 위해 교육정책으로 국립공과대학 내 종이기술연구소를 설립, 우수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산학협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육성·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유치원과 초·중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재외동포와 외국인 등 계층을 나눠 한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지의 국가정책과 세계화 전략’을 발표한 홍소평 중국 안휘성 정부 현장은 “중국은 기업 등록시 선지의 생산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지’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선지 생산과 판매시장을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다”며 “선지산업 관련 대외무역합작을 강화하고 기술의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등 정책적으로 선지산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치는 허무할 것 같다. 전시가 끝난 후 해체되어버리고 마는. 서양화를 전공하던 그가 설치에 빠져든 것은 무슨 탓일까. 1998년 시작된 위로 받고 싶은 마음과 은닉하고 싶던 심리. 미술가 고보연씨(33)는 독일 유학 중 입체작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던 그가 한정된 화면 안에서 보다 넓은 곳으로 나아간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많은 작가들처럼 저 역시 삶의 체험과 연상으로부터 모티브를 찾아왔어요. 이국생활 속에서 그들과 섞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아마 작품으로 보호받고 싶어한 것 같아요.”그의 미술은 긴장완화를 위한 부드러운 오브제, 일종의 치유 행위였다. 종교가 불교인 그에게 편안함을 추구하는 작업은 곧 명상적인 공간으로 연결됐고, ‘느림’과 ‘쉼’이란 테마가 마침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집 혹은 텐트 모양의 공간은 수천개의 티백으로 만들어지거나 쌀 포장박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내 삶에 조금더 밀접한 것들”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는 다양한 매체들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지난해는 세 번의 개인전을 치르느라 바빴고, 올해는 여유를 가지고 싶었지만 갑자기 많은 기획전에 참여하게 됐다. 기획전은 작가를 지치게 만든다.그럼에도 그가 쉴 수 없는 것은 11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빛 2005전’과 ‘제8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전시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작가들이 주로 선정됐었는데, 저한테는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젊은작가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전시기 때문에 부담 보다는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어요.”두 전시 모두 ‘호흡하는 구조물’이 중심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물 안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영상공간과 휴식공간, 의자 등을 들여와 미술 체험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당연히 재료들은 반폐쇄형이다. 천장에는 천 위에 바느질로 드로잉해 만든 인형들을 모빌처럼 걸어놓을 계획이다. 그의 작품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고씨 역시 아이들을 좋아한다. 반년 전부터는 시골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콘테이너 미술학교’를 열고,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장애인복지관을 찾기도 한다. 그는 “전시 준비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미안해 했지만, 아이들에게 그의 수업은 즐거움이다. 스스로 작가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는 애써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사적인 것에서 비롯된 관심이 불안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됐듯, 어느날 흘러가는 세상과 자신의 작업이 맞아떨어질 때 작품 좋다는 말 한마디면 그는 만족하는 듯 했다. 군산에서 태어나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을 나온 고씨는 독일 드레스덴 미술대학 석사과정과 박사준비과정을 졸업했다.
한 동안 잠잠하던 이중섭·박수근 위작’ 파문이 한국감정사협회가 서울옥션 등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으로 알려져 2차 법정공방으로 번질전망이다.‘이중섭·박수근 위작’ 파문이후 침묵을 치키던 박수근(1914∼1965)화백의 장남 박성남(50)씨가 25일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박씨는 11월 5일 경기도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옆에 새로운 예술공간인 예술인촌 완공을 앞두고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서울옥션이 감정협회의 감정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매를 강행한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검찰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일것”이라고 말했다.박씨는 “위작이라고 판정된 박수근의 작품 19점 뿐만아니라 검찰이 압수한 나머지 작품들도 100%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그는 미술수집과 김용수씨가 부친의 작품을 입수했다는 1970년대 당시 기억을 되돌리면서 조목조목 김씨주장에 반박했다. 박씨는 당시엔 모친이 생존해 있을때로 김씨가 만약 부친의 작품을 입수했다면 한 번쯤은 확인(검증)하러 왔을텐데 전혀 그런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1975년 부친의 10주기 기념전에도 단 한점이라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45년이 지난 뒤에 난데없이 수없는 작품을 내놓고 박수근 작품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그 동안 알게모르게 개인적인 친분이나 인연등으로 감정을 해준 사람들의 도의적인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한편 박수근미술관 ‘박수근가 3대에 걸친 화업의 길’ 전시회(박수근-박성남-박진흥)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입은 경제적인 손상은 물론 신뢰성에 치명적인 손상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빠르면 금주중에 서울옥션과 김용수씨 등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 생명공학계의 연구성과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26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네이처’는 지난 20일자에 성균관대 의대 김경규 교수팀의 ‘DNA의 새로운 3차원 구조 세계 첫 규명’에 관한 연구성과를 표지 논문으로 실으면서 이례적으로 별도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생명공학과 과학 기술에 놀라움을 표시했다.네이처는 올해만 한국인 저자로 투고된 논문이 112건이며,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연구한 결과만 12건의 논문이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또 현재까지 네이처에 발표된 한국인 저자논문은 모두 69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아울러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한 한국인 저자들 가운데 생명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83%에 달할 정도로 생명 공학에 대한 우수한 성과들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이어 지난주(17∼22일)에 한국인 저자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이 3건이나 발표됐다고 밝혔다.네이처 등에 발표된 연구 성과들의 영향력도 커 세계적인 이슈가 된 연구 결과들이 줄을 이었다.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의 난치병 환자 유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복제 개 ‘스너피’의 탄생(네이처·8월),마리아생명공학 연구소 박세필 박사의 냉동 잔여 배반포기배아 미국특허 획득(2005.7)이 대표적 연구 성과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섭 교수는 몸의 시계 기능을 관장해 ‘생체시계’로 불리는 뇌신경망 교신 유전자의 베일을 세계 최초로 규명(뉴런 ·2005.10),세계를 놀라게 했다.논문 게재와 특허 등록의 증가세도 눈에 띄게 늘었다. 논문 인용 빈도가 비교적 높은 임팩트 팩터(IF) 15 이상의저명 과학 잡지에 한국인 저자 투고 논문은 지난해 40건으로 2000년(12건)에 비해 3.3배나 증가했다. 또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셀,사이언스,네이처에 게재된 한국인 저자 논문의 수는 1996년 1건에 그쳤으나 2004년에는 16건이나 게재됐다.미국 특허에서 한국의 BT 특허 경쟁력은 15위 수준이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2000∼2003년 중 총 204건으로 2000년 이후 85%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BT 특허는 10%성장에 그쳤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책연구센터 문성훈 박사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BT분야의 연구 성과는 정부의 꾸준한 생명공학 육성 정책에 큰 힘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1983년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고 1993년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범부처 차원에서 수립,시행하면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소장 최종식)는 창덕궁 창건 600주년을 맞아 11월 초부터 경복궁에서 창덕궁에 이르는 어가행렬 재현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600주년 당일인 11월 26일에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관으로 경복궁에서 창덕궁에 이르는 어가행렬이 재현된다. 창덕궁 인정전에서는 11월 매주 일요일마다 만수무,장생보연지무 등의 궁중무용이 곁들여진 궁중음악회가 열리고,창덕궁의 600년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사진전이 창덕궁 인정전 행각에서 11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린다. 궁중음악회가 열리는 11월의 매주 일요일은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원을 포함한 모든 지역이 자유 관람으로 개방되고 대조전과 희정당,주합루의 내부도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하루 3회,매회 30명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가을이다. 단풍 곱게 들었다. 지리산 가는 길. 윗산은 단풍 지고 아랫산은 아직 단풍 들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인지 가을산은 조용하다. 단풍은 울긋 불긋한 호사스러움이 제격이라지만 지리산 단풍은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을 앗는다. 좀체 보이지 않는 단풍을 지리산 계곡에서 만났다.화려하지 않은 순한 단풍든 나무들이 물소리, 새소리를 맞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단풍 든 나무들은 고개 들지 않는다. 함부로 목청 높이지 않는 가을. 생각이 깊어진다.가을만 깊어간 줄 알았더니 산도 깊어간다. 가을에 만나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누구라도 시인이 된다.
지리산 가는 길, 가을 햇빛이 쏟아졌다. 가깝게 있거나 멀리 있거나 가을산은 조용하다.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 지리산 옆 시인들이 모처럼 산길에 섰다. 남원에 살고 있는 곽진구 복효근 시인이다. 마음을 서로 두고 있는 선후배지만 지리산 동행은 처음이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시인들은 즐거워했다. 산에 오면 말을 잊는 곽진구시인(50, 남원 서진여고 교사)과 지리산에 안길때가 가장 행복한 복효근시인(43, 남원 운봉중 교사)이 나즈막하게 나누는 시 이야기에 단풍 든 가을 산도 가만 가만 바람을 재웠다. “산에 와서는 사람의 말을 버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산길 걷다보면 내가 쓰는 시가 무엇인가. 왜 쓰는가를 생각하게 돼.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쓰는 일이 어려워지거든.”“선배님의 시는 세상에 대한 깊은 안목이 드러나보여요. 제 생각에는 이제 비로소 시로써는 청춘인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세월을 맞으시는 것 아닌가 싶어요.”곽시인은 지난 99년, 시집 ‘그 말이 아름답다’를 낸 이후 공백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렇다가는 시집 발간이 더 어려워지겠다 싶어 조만간 5-6년 동안에 낸 시를 묶어볼 생각이지만 후배의 애정어린 타박을 막지 않았다. 복시인은 지난 6월 시집 ‘목련꽃 브라자’를 냈다. 다섯번째 시집이다. 그는 열정적이고 진취적이다. 시세계 역시 그의 이러한 성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자네 시는 참 맛이 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시. 자네 시는 마르지 않는 샘 같기도 하고. 나는 그 열정이 부러워.” 곽시인에게 후배는 정겨운 동료다. 지식도 깊고 건강한 그의 반듯한 삶이 좋단다. 후배 역시 곽시인의 찬찬한 심성을 좋아한다. 원래 다작이었던 선배의 시창작이 조금은 열정이 식어 보인 듯한 것이 불만이지만 곰삭은 그의 시가 쏟아져 나올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복시인이 길 옆의 풀을 뽑아 만든 풀피리를 불었다. 그는 지리산들꽃사랑회의 회원이다. 야생화에 눈을 뜬지 여러해째.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야생화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지리산의 들꽃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초에도 이미 들꽃 답사를 한터였다. 그러나 곽시인은 좀체 지리산에 오르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에 나들이 나오듯 다녀가는 일은 다반사지만 산행으로 지리산을 찾은지는 오래다. ‘늘 눈에 넣고 가슴에 품고 살기 때문’이다. 남원 토박이인 두 시인은 ‘가을’을 좋아한다. 두말 할 것 없이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어서’이고, ‘시에 더 가깝게 갈 수 있어서’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저 잎잎들/안쓰럽게는 지금 사라져 가는 저런 풍경들이/ 나를 눈물 나게 만드는데/무량의 이 눈물을 닦고 생각해보면/나도 저처럼 사랑하는 이의 앞에서/그 사랑을 기쁨이듯 접고/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허허 웃으며 훌쩍 떠날 수가 있긴 있는 것인가’-곽진구의 ‘증발’ 중에서-‘저 길도 없는 숲으로/남녀 여남은 들어간 뒤/산은 뜨거워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골짜기 물에 실려/불꽃은 떠내려오고/불티는 날리고//안봐도 안다/불 붙은 것이다/산은’-복효근의 ‘단풍’-두 시인에게 시는 일상의 풍경이다. 일상으로부터 나온 시적 언어들은 시인의 삶와 의식을 그대로 담아 낸다. 자연을 관조하는 사유의 결정으로서의 시세계를 지닌 곽시인과 서정적이고 친화력 강한 언어의 시세계를 지닌 복시인의 가을 나들이는 더 새로워질 창작의 출구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을 따라 와운마을 가는 길. 단풍은 요란하지 않다. 화려하게 타오르지 않고서도 마음 앗아가버리는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이 길 걸으면 모두가 시인 되겠어요.” 가을, 누구라도 시 한편 쓰고 싶겠다.와운마을 가는 길지리산 가는 길은 어느쪽에서나 풍경이 아름답다. 아름답기는 지리산에 들어서도 다르지 않다. 가을 색잔치가 한창인 지리산에는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도 북적인다. 그러나 와운마을 가는길은 조용하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덕분이다. 국립공원 지리산 북부관리사무소에서 와운마을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지리산의 하늘아래 첫동네인 ‘와운마을’에 닿는다. 입구에서 마을까지는 6Km. 입구쪽에서부터 3Km 정도의 흙길은 좁고 굴곡이 잦아 자동차로 오르면 허덕일 수 밖에 없다. 자동차의 수고로움도 그렇지만 나무와 길, 바람과 물소리가 함께 있는 이 아름다운 길을 걷지 않고 자동차로 오르는 일은 아쉽다. 굵지 않고도 키가 큰 나무들이 어깨를 잇고 잇는 이 길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 길은 정취가 깊고 낭만적이다. 지리산의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곳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와운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 뒷편에는 늘 푸르른 소나무 '천년송'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소나무는 ‘할머니소나무’로 이름을 붙였는데 수형이 빼어나고 아름다워 와운마을까지의 답사가 더 행복해진다.
부피가 큰 카펫이 부담스럽다면 작은 러그를 곳곳에 놓아도 멋스럽고 아늑하다.러그는 카펫보다 크기가 작고 얇아 관리하기 편하다. 침대발치나 소파 식탁 화장대의자 아래나 아이들 방 등 필요한 곳에 포인트로 까는데, 카펫보다는 인테리어적인 성격이 강하다.러그도 주변 분위기에 맞춰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한다. 직사각형 모양이 보편적이지만 장소에 따라 원형도 멋스럽다. 파스텔톤의 젠스타일과 클래식스타일 모두 선보이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는 160×230㎝. 면이나 울제품이 많으며, 가격은 3만∼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태리 등지의 수입제품은 비싸다.손세탁도 가능하며, 청소와 관리가 편하다.
여름내 대자리가 놓여있던 실내공간에 카펫을 깔아보면 어떨까. 카펫은 한정된 실내공간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꿀수 있는 인테리어용품이자, 난방용품이다.카펫은 시각적으로도 아늑함을 선사하지만 열 손실을 줄여주는 난방효과가 있으며, 방음과 쿠션기능까지 한다. 먼지나 세균번식 등을 우려해 카펫을 싫어하는 주부들도 있지만 최근 제품들은 항균처리가 돼 있어 조금만 신경쓰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롯데백화점 카펫전문매장 진정완매니저는 “카펫은 딱딱한 바닥재에 비해 피로감을 덜어주고 소음을 줄여주며, 조명이 바닥에 반사되는 것을 막아 눈의 피로도 덜어준다”며 “천연소재 제품은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등 사계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종류카펫은 소재종류에 따라 PP(폴리프로필렌) 양모 자가드 실크카펫 등으로 분류된다. PP카펫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며, 기계로 직조된다. 꽃무늬가 새겨진 것이 자가드카펫이다. 기계직과 수직(핸드메이드)으로 제작된다. 실크카펫은 중국산과 이란산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은 화학염료를 사용하는데 반해 이란산은 천연염료로 색상을 입히는 것이 차이점이다. 핸드메이드며, 가격이 비싸다.직조방식에 따라서는 기계직과 수직으로 구분한다. 뒤집어봐서 뒷면 문양이 깨끗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수직제품이다. 수직카펫은 직조기간이 길고 울이나 실크 등 고급소재가 대부분이라 비싼편이다. 대신 짜임이 견고한 편이다.디자인에 따라서 모던스타일과 클래식스타일로도 나눈다.모던스타일은 문양이 거의 없거나 현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상대적으로 밀도수가 낮다. 색상은 베이지 브라운 그린 등 중간톤의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많다. 감각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선호하는 실용파들이 선호한다.카펫 고유의 페르시안풍 문양이 화려하게 들어간 것이 클래식스타일이다. 무늬가 섬세하게 들어가면서 밀도수가 높아진다. 손으로 짠 수직카페트가 많다. 독특한 색감과 문양, 견고한 짜임이 특징이며,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카펫은 대부분 수입제품이다. 국내 전문유통사들이 벨기에와 터키 인도 중국 이란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벨기에제품이 국내 유통되는 카펫의 90%를 차지한다.△가격가격은 소재에 따라 차이가 크다. 2평(200×290㎝)기준으로 피피카펫은 10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양모제품은 50만원∼300만원, 자가드카펫은 10∼100만원대, 실크카펫은 중국제품은 200만원대부터, 이란제품은 250만원대부터 선보이고 있다. 울, 실크 등 천연소재, 수직으로 만든제품이 비싸다.△고르는 법카펫을 고를때는 밀도수와 디자인 소재 등을 살펴봐야 한다.밀도수(가로 1m, 세로 1m내 실가닥수)는 카펫의 촘촘함을 말하는데, 120만포인트 이상인 것이 좋다. 밀도수를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눌러 단단한 느낌의 제품을 고른다. 피부에 직접 닿는 가정용제품은 울이나 실크 면 등 천연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울제품은 보온효과가 뛰어나고, 습도 조절 기능이 있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든다.실크카펫은 촉감이 부드럽고, 겨울에 따뜻하며 여름에는 시원해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있다. 면카펫은 가격이 저렴하고, 감촉이 좋으며 먼지가 덜 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 적당하다. 합성소재제품은 털이 빠지지 않고 오염을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식탁 밑 등에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디자인은 무난한 것이 좋다. 한 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싫증 안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낫다.원산지와 제조처, 제품로고 및 사후서비스 등이 명기돼 있는지도 확인한다.카펫은 실크나 양모제품은 2년에 한번, 기타제품은 1년에 한번씩은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탁은 구입처에 의뢰하는게 가장 편리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던가.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평범한 삶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해 준다.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로 통하는 ‘내 생애∼’는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들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겨져 있다. 깊어가는 가을, 딱 좋은 영화. 영화 속 배경도 가을이다.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4월부터 8월까지 계절이 바뀌는 도중에도 배우들은 가을옷을 입고 촬영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내 생애∼’에서 개성 강한 여의사 ‘허유정’으로 출연하는 엄정화. 연예계 패션리더로 유명한 엄정화에게 촬영 전부터 의상을 협찬하겠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엄정화의 의상과 그를 둘러싼 소품들은 자칫 따뜻하고 말 영화에 톡톡 튀는 활기를 불어넣는다.‘몽타주가 딱 보면 이혼녀’인 ‘허유정’. 도도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과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이미지를 살려내기 위해 그녀는 시크한 커리어우먼 패션을 선보인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이미지는 둥근 어깨와 부풀린 가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해 여성의 곡선미를 살린 페미닌한 디테일로 발랄함도 보여준다.블라우스와 스커트로 당당한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상의는 실크 블라우스나 리본장식이 사랑스러운 디자인으로 부드러움을 준다. 도트 무늬 원피스나 심플한 니트로 여성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연출하기도 한다.촬영 중에는 값비싼 의상을 사수하려는 노력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단 한 벌 뿐인 프랑스 명품 블라우스를 입고 촬영한 ‘모텔 씬’에 이어 콩자반이 옷에 튀는 ‘포장마차 씬’이 연결돼 결국 똑같이 만든 이미테이션 블라우스를 별도 제작했다고 한다.화려한 의상에도 포인트는 필요하다.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매치하자. 심플한 디자인의 가죽 숄더백과 진주 목걸이, 시계 등의 아이템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올 가을, 엄정화처럼 당당하고 세련된 여자가 되자.
[메이보드성] 야즈드에서 50Km 떨어진 메이보드시는 이란의 중심부, 사람으로 말하자면 배꼽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합니다. 이곳에는 볼거리가 꽤 여러 개 있었습니다. 우선 오래 된 토성, 메이보드 성부터 갔죠. Karanaqh에서 느낀 테라코타의 정감이 이 성에서도 그대로 전해 옵니다. 사막하면 떠오르는 것이 모래인데 실제는 진흙이 더 풍부한 가 봅니다. 야즈드도 메이보드도 도시 전체가 옅은 진흙 빛이었습니다. 강수량이 적은 사막이라는 이점 때문에 흙으로 만든 성도 방어용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많은 곳이 훼손되어 그 기능은 상실하고 부분 부분에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 뿐이지만 돌이 아닌 흙으로 빚은 성을 본다는 자체가 참 신선했습니다. [모아예디(Moayedi)] 이 건물의 용도가 무엇일까요? 신기하게도 얼음 창고랍니다. 사막과 얼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뜨거운 모래 바람을 바드기르라는 통풍구로 끌어 들여서 물을 통과시키면 자연적인 에어콘이 되어 한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었다니 그 지혜가 놀랍죠? [카낫 Qanat] 착착에서 메이보드로 오는 길 주변에 능처럼 생긴 흙더미가 몇십m 간격으로 일정하게 끝없이 쌓여진 것이 보였습니다. 기사가 카날(운하)이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좀처럼 용도가 이해가 되지 않다가 이곳에 와서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지하 배수로 또는 지하 우물... 정확히 말하면 상수도입니다. 사막지역에서는 우리처럼 지표의 배수로를 통해 물을 보내면 증발을 하기 때문에 땅속을 뚫고 물길을 낸 것입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수도관을 생산하기 힘들었을 터라 땅속에 길을 내고 그 가운데로 물이 흐르게 고안을 한 것이죠. 흙이 쌓여 무덤처럼 생긴 부분의 위가 뚫려 있는데 지하 수로를 들어가는 통로 구실도 하고 터널이 무너져 내리거나 토사가 쌓이면 위로 퍼 올리는 역할도 합니다. 이란에서는 이런 지하우물을 "카낫 Qanat"이라고 부르고, 이란 전역에 50,000개 이상 있는데 긴 수로는 길이가 100리를 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 트루판에 가면 이와 흡사한 지하수로를 "카레즈"라고 부르고 허접하지만 박물관이 있어 견학도 가능하답니다. 지하로 흘러온 물이 시내까지 와서 각 집마다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야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엌 한편 바닥으로 물이 늘 흐르고 있죠. 그 물을 떠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그대로 마시기도 합니다. 아랫집이 마시는 물이라 윗집에서 조심할 것이고, 그 아랫집, 그 아랫집... 물길이 돌아 돌아 온 마을을 통과하여 하나가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윗집에서 바가지를 띄우면 아랫집으로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정겹습니까? 운하라는 표현이 딱 맞내요. 나뭇잎 배가 다니는 운하. 야즈드와 메이보드는 이란의 중심에 있고 실크로드를 통과하는 대상들이 꼭 지나치는 길목이었습니다. 13세기 경 마르코 폴로가 야즈드를 통과하여 중국으로 갔다는 기록도 있죠. 얼음 창고 근처에 케러번의 숙소, 카펫 박물관, 지하수로 "카낫(Qanat)"등이 한 곳에 모여 있어 구경하기 편합니다. 입장료는 기사가 해결해서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고, 카펫을 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고 잘하면 저처럼 차도 얻어 마실 수 있습니다.^^ [침묵의 탑] 다시 야즈드로 돌아 와 남서쪽 10Km 외곽으로 나왔습니다. 바위산 언덕에 원형으로 지어진 성곽 두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이곳은 요세가 아니라 조장을 하는 조로아스터교의 관습에 따라 지어진 조장터입니다. 한쪽은 남자, 한쪽은 여자를 조장하던 곳으로 옛날에는 사체를 토막 내어 독수리의 밥으로 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흔적만 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즈드의 전망이 색다르기 때문에 가 볼만한 곳입니다. (중국 랑무스에 가면 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뒤편에 나와요.^^) 공식적인 투어가 끝나고 늦은 오후 야즈드 시내로 돌아 왔습니다. 시내에 남아있는 볼거리를 아리아 호텔 지배인인 헤미드가 안내를 자청했습니다. 케르만행 버스표를 예매해 주고, 조로아스터교의 불의 사원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문을 닫은 시간입니다. 기다리기 지루하여 그냥 패스, 꼬불꼬불한 야즈드의 흙담길을 따라 아득히 먼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다 자메 모스크에 도착했습니다./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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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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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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