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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아리랑 부를때 동포애 느껴

남북의 남녀 대표팀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전주에서 동반 대결을 벌이는 것을 보는 축구원로 유평수씨(77·전 축구국가대표)의 감회는 남다르다.남과 북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53년부터 55년에 국가대표를 지냈던 그로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남과북이 하나가 돼 축구를 하는일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서울서 열린 대학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6·25가 터지면서 완주 구이에 피난온 유씨는 인민군에 붙잡혀 위험한 고비를 맞았으나 그를 끌고가던 한 인민군이 “동무, 축구선수지”하며 알아줘 가까스로 풀려났던 경험을 갖고 있다.건강이 좋지 않아 거동하기조차 불편한 몸이지만 유씨는 당장이라도 녹색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손자뻘되는 남과 북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국가대표 시절 경평축구단 주장을 지냈던 김용식 코치로부터 ‘경평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는데 참 오랜만에 부활됐구만...김 코치 등 당시 경평축구에 참가했던 선배들은 북한과 우리는 하나라는 말을 참 많이 했는데.”감격에 겨워하는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이번 동아시아 축구와 경평 축구는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남과 북의 에이스들이 함께 겨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1929년 시작된 경평축구는 1935년 중단됐다가 해방 후인 1946년 3월에 경성에서 두번의 경기가 열려 양팀은 1승1패를 기록한 바 있다. 경평 대항전은 두 지역간의 축구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다가 서로간의 라이벌 의식까지 작용, 국내 축구발전을 위한 일대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후 남북축구가 만나는데는 수십년이 걸렸다.그것도 남녀 동반대결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 유씨는 “북한 여자 선수들 일본과 경기하는 걸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며 승패를 떠나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다.경기장을 찾은 수 많은 관중들이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를 보일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동포애를 느꼈다는 그는 축구공 하나가 남과 북을 서로 이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유씨는 1953년 한국을 대표하는 동남아 원정 축구단에 포워드로 뽑힌 뒤 그 유명한 ‘1만4060달러 사건’을 겪었다.이승만 대통령이 1만달러 이상을 써가며 원정에 나서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선수단은 “친선경기때 번 돈으로 달러를 귀국즉시 반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벌어오지 못해 이 대통령이 진노한 사건이다.“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남과 북의 선수들이 외화가 없어 원정길에 나설 수 없었던 축구 선배들의 정신력 만큼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는 전주에서의 남북경기가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하나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했다.

  • 문화일반
  • 위병기
  • 2005.08.05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외부행사 자제, 호텔방에...

분단이후 전주를 첫 방문한 북한 여자축구선수단의 7박8일 일정은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지난달 29일 전주를 방문할 때부터 국정원과 경찰 등이 삼엄한 경비를 펼친데다 선수단측의 외부행사 자제로 전주에서의 움직임은 훈련모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포착되지 않았다.당초에는 전주시가 훈련이 끝난 밤시간대에 한옥마을과 전통문화센터를 방문해 판소리 공연 등의 행사를 기획했으나 취소됐다.30여명 구성된 북한 선수단은 신변보호를 호텔 7층 전체를 사용했다. 한국 여자선수단은 8층은, 일본 선수단은 5층이었다.그러나 7층은 호텔직원들조차 접근이 어려워 호텔내에서의 생활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사전에 TV도 철거됐다.북한 선수들은 2인 1실로 일반룸(1박 기준가 17만원)을 사용했다. 하루일과는 아침에 호텔 현관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것과 아침식사 후 오전 훈련, 점심식사 후 오후훈련 등의 단조롭고 규칙적이었다. 당초에는 각 선수단의 식사장소가 달랐으나, 1일부터 선수단의 요청으로 남북 선수단이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했다.식사시간에 북한선수들끼는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었으나, 호텔방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뷔페식으로 이뤄진 식사에서 북한 선수들은 한식을 즐겼으며, 소고기 등의 국 종류와 짭짤한 젓갈류, 족발 등을 주로 찾았다. 호텔직원은 “북한선수들이 단 한번의 불평도 없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전주음식이 입에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리베라호텔 권영석 판촉차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VIP손님들을 많이 모셔 봤지만, 분단이후 처음으로 전주를 방문한 북한선수들이라 한층 긴장됐다”면서 “좀더 잘해줘야겠다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북한 선수단은 대구에서 열리는 다음경기를 위해 5일 오전 전주를 떠난다.

  • 문화일반
  • 김준호
  • 2005.08.05 23:02

[템포-사람과 풍경] 북한선수 강한 정신력

고정운의 뒤를 이어 90년대 전북이 낳은 또 한명의 축구스타가 노상래(34)다. 화려했던 프로 선수생활을 접고 그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소재 김희태 포천축구센터 수석코치직을 맡아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군산 구암초-군산제일중·고 출신의 노 코치는 고교때 주니어 대표와 군산제일고의 대통령배 4강 진출에 활약을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대학(숭실대)에서 서서히 두각을 보인 그의 진가는 95년 입단한 전남 드래곤즈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입단 첫해 16골 6어시스트의 화려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득점상, 신인상, 베스트 11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프로 10년간 총 246게임에 나서 76골 40도움을 기록, 역대 프로통산 다섯번째 '40-40클럽'의 주인공도 됐다. 93년부터 4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노 수석코치는 A매치 27경기에 나서 8골을 넣었다. 그런 노 코치도 93년 중국 상해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북한전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팀은 월드컵팀이 꾸려져 2진급으로 구성됐다. 다른 종목과 함께 열린 종합대회여서 언론의 주목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노코치를 포함, 이운재 유상철 윤정환 등 뒷날 한국축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북한전에서 한국은 1대 1무승부를 기록, 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노 코치는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골과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운 경기로 기억했다. 양팀 선수 모두 중압감 때문에 경직된 경기를 펼쳤으나 시합이 끝난 뒤 서로 어깨를 걸며 한 핏줄임을 확인했다. 북한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선수들의 톡톡 튀는 억양이 인상적이었다고 노 코치는 기억했다. 그는 뜻깊은 경기의 전주 개최에 도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승패도 중요하지만 똑같이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포천축구센터에서 일동종고 축구부를 맡고 있는 노 코치는 지도자로서 첫 걸음이라 어려움도 많지만, 선수때와 마찬가지로 한걸음씩 나아갈 생각이란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5.08.05 23:02

[템포-사람과 풍경] "3000여 북한 환영객 함성 지금도 귓가에 아른거려"

전주경기가 있기 전 우리땅에서 남북 축구경기가 열린 것은 90년도 남북통일축구대회. 분단후 처음으로 남북 선수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두 차례 경기를 가졌다. 고정운씨(서울FC 코치, 39)는 당시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참가했던 도내 출신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남북통일축구대회와 월드컵 예선전까지 북한과 3차례 경기에 주전으로 활약했다. 남북 축구교류의 물꼬를 트고, 미국행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게 한 북한전의 중심에 고 코치가 있었다.“당시 설레임도 많았고, 부담도 컸습니다. 특히 남북한 민간교류가 거의 없었던 시절 평양에 가는 것만으로도 감격적이었습니다.”북경아시안게임을 끝낸 뒤 조선민항 특별기를 타고 평양 순항 공항에 들어섰을 때 공항에 나온 3000여명의 북한 환영객의 뜨거운 함성이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것 같다고 그는 회상했다.15만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의 승리( 2대 1)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남북선수들은 승패에 상관없이 서로의 등을 두들겨주며 격려했으며, 땀으로 범벅이 된 웃옷을 바꿔입으며 하나가 됐다.고 코치는 북경아시아게임때 선수촌에서 만난 북한 골기퍼 김충선수와 아주 친하게 지냈으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4박5일간의 평양 체류기간 김충 선수의 집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당시 선수간 개인적 접촉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단다.평양 경기에 이어 서울 잠실경기장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도 감동적이었다. 상대방 선수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경기를 마친 뒤에는 서로 얼싸안았다. 한국이 1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관중들도 북한 선수들이 실축을 할 때마다 아쉬운 탄성을 질렀다.93년 카타르에서의 북한과 경기는 고 코치에게 더 잊지 못할 경기. 월드컵 아시아예선 마지막 경기인 북한전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전반전 내내 골문을 열지 못하다 후반들어 그의 발에서 첫 골이 터졌다. 같은 시각 벌어진 일본-이라크전서 이라크가 경기종료 10초를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한국이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감동적인 상황을 아직도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코치는 남북경기 초청장을 받고 경기장을 꼭 찾고 싶었으나 팀 훈련 때문에 고향 관중들과 감동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2001년 8월 프로무대에서 은퇴한 그는 8개월의 독일 유학을 거쳐 선문대 감독, 전남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올 연초 서울FC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프로 통산 첫 40골 40도움을 기록하는 등 프로와 국가대표로서 한국 축구에 많은 족적을 남겼던 그는 93∼95년 천안 일화의 3연속 우승과 한국대표팀 주장으로 94년 미국 월드컵에 참가했던 때가 선수생활 가장 화려했다고 기억한다.고 코치는 언젠가 고향 축구발전에 힘을 보태야지 않겠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축구장을 찾아줄 때 좋은 경기도 보여줄 수 있다는 말로 전북팬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을 바랐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5.08.05 23:02

[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4)

▷샤에체라프 지도를 보고 걷다보면 목적지를 꼭 지나치기 일쑤다. “바킬 사원”을 찾아왔는데 “샤에체라프”가 나왔다. 엉뚱한 곳을 찾아왔지만 어차피 와야 할 곳. 사원주변의 시장은 퇴근길에 식료품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시장의 분주한 모습은 세상 어디든 같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고. 첫날부터 너무 많이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5,000리알 (720원) 주고 택시를 탔다.아침 일찍 일어나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앞으로 이렇게 생긴 음식을 질리도록 먹겠지?” 생각보다 먹을 만하여 우선은 안심이고, 깨끗함이 맘에 든다. 25,000리알 (3,500원)... 정말 비싼 아침이다.▷아람가헤 하페즈 다음에 찾아 간 곳은 이란의 대문호 “하페즈”의 무덤. 이곳은 정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하페즈의 시집을 들고 와서 읽고, 명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정적 연애시의 대가인 하페즈(1300~1389)의 시는 모든 이란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대리석으로 된 그의 관이 있는데 사람들이 관에 손을 올려놓고 그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이 기도를 드리는 듯 하다. 정원 뒤쪽은 아담한 전통 찻집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물담배와 페르시안티를 즐기고 있다. ▷샤에체라프 사원의 모스크와 기도 탑어젯 밤에 갔던 샤에체라프를 다시 찾았다. 기도 시간이 되면 탑 위에서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독특한 성조로 코란을 낭송한다. 처음에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도 소리가 웅얼거림처럼 귀에 거슬렸는데 여행이 끝날 무렵 그 낭랑한 음률이 귀에 익어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 졌다. 음악이란 역시 자주 들으면 친해지는 것 같다.오후에는 유명한(?) 벤츠 버스를 타고 고도 에스파한으로 떠났다. 또 봐도 좋은 풍경... 풀 한 포기 없는 산을 넘었다. 쭉 뻗은 길을 가다 또 산을 넘고... 붉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신기할 따름이다. 손목에 찬 고도계가 2,600m을 넘었다. “허 참~ 오래 썼더니 드디어 고장 났구나. 설마 이곳이 2,600이나 되겠어?” 깜빡 졸다 귀가 멍멍하여 주변을 보니 험준한 고개를 차가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고도계는 이제 3,000m에 근접한다... “이놈 참 맛이 단단히 갔나벼~.”저 건너 하얀 설산이 보였다. 도로가 그늘진 곳엔 희끔희끔 흰 눈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에서 보는 눈... 고도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한 셈이다. “차야 제발 좀 멈춰줘라. 저런 풍광을 담고 싶단 말야.” 아무리 기도를 하고 애원을 해도 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세 시간쯤 달렸으니 근처에 휴게소라도 있겠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경치 좋은 곳에서 차가서는 법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다시 평지에 내려선 차는 황량한 평원을 끝없이 달리고 있다. 해지는 노을빛이 너무도 아름답다. 지금이라도 차가 서 준다면 모든 걸 용서해 주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글쎄~~ 용서받을 이유도 없거니와 용서받을 가치조차 없나보다. 차는 그냥 내리달려 앞뒤 꽉 막힌 식당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이란의 음식이란의 음식은 다양하여 잘 찾아보면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습니다. 가늘고 긴 쌀밥과 난이라 불리는 다양한 빵을 베이스로 하여, 육류는 양과 물소고기를 주로 사용하고, 다양한 채소와 견과류, 향신료를 사용하여 요리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제철 과일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식, "첼로 케밥"은 쌀밥과 그릴에 구운 고기를 말하며 토마토 구운 것을 함께 접시에 담아 내어놓습니다. 이란 전역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이 “케밥”이고, “첼로”는 쌀, “케밥”은 그릴이나 팬에 구운 고기라는 뜻입니다. "쥬제 케밥"은 양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한 케밥인데 첼로 케밥보다 비싼 편이지만 이 역시 좋습니다. 쌀은 우리나라와 달리 가늘고 긴 편으로 찰기는 없지만 다른 나라 쌀보다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닌 경험으로 미루어 소고기의 맛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돼지고기 역시 좋고 나쁜 지역이 있습니다. 하지만, 닭고기는 어느 나라든 똑 같습니다. 튀긴 닭은 물론, 백숙, 닭죽 특히 우리나라 닭도리탕과 닮은 음식들이 있어 감동을 받죠. 음식을 선택하기 어려울 때라면 닭이 들어간 요리를 선택하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폴로는 우리의 오곡밥이나 볶음밥 형태의 쌀 요리로 아주 다양한 폴로 요리가 있습니다. 섭이라 불리는 각종 스프도 있고, 돌메라는 걸쭉한 스튜 요리도 자주 먹습니다. "난" 또는 "눈"이라는 불리는 이란식 빵은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부풀리지 않은 따뜻한 난은 고소하여 밥대신 먹으면 든든합니다. 길거리에 난을 한 아름씩 들고 가는 사람들이 참 정겹게 보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어렵지 않게 피자나 햄버거, 스테이크 같은 서양요리를 먹을 수 있고, 특히 이란 스타일 햄버거는 싸고 맛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밥을 먹을 때 콜라나 환타를 우리가 물마시듯 함께 먹습니다. 이란의 유명한 음료수 브랜드는 잼잼인데 이것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커피 보다 페르시안 티 (홍차)를 자주 마십니다. 인도식 밀크 티 (짜이)도 있지만 인도의 맛은 아닙니다. 페르시안 티는 우려낸 색깔이 참 곱고 맛이 순합니다. 설탕을 입에 물고 차를 마시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술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음료죠... 그래서 공식적인 술집은 호텔에도 없습니다. 돼지고기 역시 이슬람국가에서는 금지 된 식품입니다. 오랜 왕실문화를 바탕으로 후식이 다양하게 발달했습니다. 고급음식점에서 궁중요리와 달콤한 애피타이저를 맛보는 것도 이란여행의 즐거움이 되겠지만 저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 그림의 떡처럼 진열장만 들여다봤습니다.^^ (사실... 혼자여행에서는 호사를 할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아 먹는 것은 대충 때우는 편입니다.)/김흥수(배낭여행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8.05 23:02

"장군총은 장수왕이 아니라 광개토대왕 무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에 있는 장군총. 지금까지 장수왕의 무덤으로 알려져온 이 무덤이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기존에는 인근의 태왕릉이 광개토왕릉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백승옥 함안박물관 학예사는 "태왕릉은 광개토왕의 아버지인 고국양왕의 무덤이며,장군총이 광개토왕의 무덤"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장군총은 광개토왕의 아들인 장수왕의 무덤으로 알려져왔다. 백 학예사의 주장은 4·5일 충남 계룡산 동학산장에서 열리는 한국고대사학회 주최의 '지안지역 고구려 왕릉의 제문제'란 세미나에서 '고구려왕릉의 피장자문제-문헌자료'라는 글을 통해 정식 발표된다. 그에 따르면 광개토왕릉비는 고구려인들이 414년 세운 신도비(神道碑),즉 왕과 고관의 무덤 앞이나 그 길목에 세워 고인의 업적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그 근거는 중국 고래의 신도비 건립에 대한 엄한 규범을 총집대성한 명나라 때의 '문장변체서설''문체명변서설' 등 옛 사료들이다. 이 사료들에 따르면 신도비는 신도(神道,능의 입구에서 능에 이르는 길)를 따라 묘의 동남쪽에 세우는데 광개토왕릉비가 장군총의 신도를 기준으로 정확히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군총이 광개토왕릉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 당시 고구려인들이 신도비를 세우는 규범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가. 백 학예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인 372년에 태학이 설립돼 본격적인 한학교육이 이뤄졌고,여기에 한학의 기초인 '예기' 등의 오경이 포함됐으므로 고구려인들의 신도비에 대한 상식은 이미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는 "장군총의 동남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광개토왕릉비는 한학을 바탕으로 철저한 계획에 의해 세워졌으며,따라서 광개토왕이 묻힌 곳은 장군총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이와 함께 그는 '청동방울과 비석에 기록된 '호태왕(好太王)'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태왕릉이 광개토왕릉'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 이유로 △호태왕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고구려왕들에게 일반적으로 붙이는 명칭이라는 점 △청동방울이 만들어진 서기 391년은 고국양왕이 죽고 광개토왕이 즉위한 시기로 왕위에 오른 해에 무덤에 넣을 방울을 만들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호태왕'이라고 적힌 유물이 출토됐다고 태왕릉을 광개토왕의 능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고,외려 신도비의 위치로 보건대 장군총이 다름아닌 광개토왕릉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쿠키
  • 2005.08.05 23:02

대한민국 대표작가 3인방 최인호 김훈 이문열, 이 남자들이 사는 법

작가들은 한 권의 책을 탈고한 다음 어떤 느낌이 들까. 펜을 잡고 자신도 모르게 단숨에 써 내려가 글을 마칠 즈음엔 으레 자신의 필력이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 덕분에 가능했노라’고 여긴다. 이 시대의 대표 작가라 할 수 있는 최인호,김훈,이문열 씨도 책을 탈고한 후 이같은 서늘한 느낌을 갖는다고. 고화질(HD) 방송채널인 스카이HD의 ‘이금희의 人terview(인터뷰)’(매주 금·오후 9시30분)가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세 작가,최인호와 김훈 이문열씨를 차례대로 만나 그들의 문학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을 인터뷰한 이금희씨는 “세 분 각자 자신의 글처럼 개성이 강했지만 대작가의 위치에서도 모두 성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집필실을 찾아가 60분간 진행한 이들의 인터뷰는 문학이 주된 이야깃거리. 거기에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가 덤으로 얹어져 평소엔 접할 수 없었던 이들의 진면목이 엿보인다. 5일에는 최인호씨가 찾아간다.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작가 등 한국문단에서 이색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그. 최 작가는 “쉬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고 공포마저 느껴지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또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 감독이 자신을 찾아와 혈서를 쓴 일도 공개한다. 12일에는 2000년대 들어 동인문학상(2001),이상문학상(2004)을 잇따라 수상해 주목받은 작가 김훈 편이 방송된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그의 인터뷰에는 특유의 비판정신이 엿보인다. 스무 번 넘게 사직서를 내면서 종내엔 쓰기도 귀찮아 ‘안녕’이란 두 글자만 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작가 이문열 편이 마지막으로 19일 전파를 탄다. 그동안 숱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느낀 소회와 정치활동에 대한 생각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을 했었지만 이번 생에서 정치와 나는 인연이 없다”면서 “하지만 다음 생에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들의 릴레이 인터뷰는 스카이라이프 채널 300번에서 볼 수 있으며,각각 방송된 주 일요일 오후 8시에 채널 210번에서 재방송한다.

  • 문화일반
  • 쿠키
  • 2005.08.05 23:02

동물서 배양한 장기 이식 ‘바이러스의 재앙’ 부른다

황우석 박사가 또 일을 냈다. 영장류를 제외한 동물 중 가장 어렵다는 개의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동물복제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황 박사를 향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국보급 과학영웅' '스타 과학자' '노벨상 후보' 등 황 박사는 2005년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그 거센 '황우석 신드롬' 속에서도 출판계는 홀로 황우석 비판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최근 출간된 세 권의 책은 약속이나 한 듯 황 박사의 연구의 그늘을 파헤치고 있다. 미국에서 의사와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릭 부부가 쓴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다른세상)은 인간과 포유동물의 유사성을 근거로 시작된 생쥐나 개,원숭이 등의 동물실험이 인간 질병의 치료에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의약품이 미국에서만 매년 10만여명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고발한다. 일례로 인간은 수십년간 생쥐의 암을 연구했지만 인간에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이종이식 실험이 '바이러스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 이종이식이란 장기이식의 수요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동물에서 배양한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겠다는 시도인데 저자들은 이종이식이 불가능한 꿈일 뿐만 아니라 치명적으로 위험한 실험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영장류 동물들이 보유한 해독 불가능한 바이러스들.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은 박테리아,바이러스,기생충,균류 등 보이지도 않고 예측할 수도 없는 수많은 미세 유기체들의 공동체를 옮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에이즈나 광우병처럼 인류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돼지의 경우 현재 인간에게 대체장기를 제공할 가장 유망한 동물로,황 교수는 지난해 '무균돼지'를 배양하는데 성공해 이종이식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돼지의 체내에도 어떤 바이러스가 있는지 명확히 밝혀졌을까?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세포 한 개당 20개에서 30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돼지 세포들로부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바이러스 없는 돼지가 만들어졌다는데 도대체 어떤 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인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4000종의 바이러스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직 발견하거나 실험하지 못한 수백만 종의 바이러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자신문 이은용 기자가 쓴 '옐로 사이언스'(이후)는 생명공학기술,나노기술,정보통신기술 등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3대 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를 비관적 미래상을 그려내는데,특히 '황우석 신드롬'을 비판하는데 책의 절반 가량을 할애했다.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추출,무균돼지를 통한 이식용 장기 배양,광우병 내성 소 개발 등 황 교수팀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현실성과 윤리성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와 언론은 낙관적 측면만 너무 부각시켰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의 경우만 해도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대감 이면에는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는 전세계적 저항이 존재한다. 유럽연합은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를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올 3월에 열린 유엔총회에서도 치료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를 금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역시 2001년부터 이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비 지원을 모두 차단했다. 이를 의식했음인지 황 박사는 척수신경세포 손상으로 휠체어에 앉은 강원래씨를 일으켜 춤추게 하고 싶다며 자신의 연구가 치료 목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이 지난 3월 위헌소송에 직면하고,환경단체들이 감시기구를 결성하는 등 국내에서도 연구 중단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저자는 황 박사의 연구와 관련,사회적 합의가 요원하고 과학적 판단기준이 확실하지 않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격월간 생태잡지 '녹색평론' 7∼8월호도 '과학연구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란 특집을 통해 황 박사를 강하게 공격했다. 박충구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황교수는 자신의 실험이 단지 줄기세포를 얻어서 불치의 환자들을 치료할 목적을 가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그의 인간복제배아 발생 기술은 인간복제의 물길을 터놓은 것과 같다"고 규정했으며,박병상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 배아복제줄기세포 상품이 윤리가 점차 강조되는 추세를 돌파해 차세대 국가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을까"하고 물었다.

  • 문화일반
  • 쿠키
  • 2005.08.05 23:02

[템포-가볼만한 곳] 장수사과시험포를 찾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찾아온 일요일. 모처럼 시간이 생겨 집에 있으려니 가족들 눈치가 보였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던 터라 드라이브 삼아 주말 나들이 할 곳이 없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 장수사과시험포였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사과시험포는 매년 1월 사과나무를 선착순으로 분양해 수확때까지 관리해줄 뿐 아니라 개화기때 꽃 따주기와 5월 중순께 접과(열매솎기), 9∼10월중 수확체험 등을 통해 가족과 함께 농촌체험도 할 수 있다. 올해에는 펜션도 개관했다니 인근 방화동 계곡이나 천천면 와룡리 휴양림과 연계한 1박2일의 주말 나들이도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지난 5월 사과꽃 향기가 그윽할 때 한번 들렀는데, 갑작스런 비로 사과꽃 향기에 흠뻑 취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사과나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올라 아내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피서객이 북적이는 휴가철 유원지보다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들떠서 채비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망설임은 이미 기우에 불과했다.때마침 두살배기 조카를 데리고 놀러온 막내동생 가족과 서울서 내려온 형님네 조카 두명에 부모님까지 동행하니 적지 않은 가족 나들이가 됐다. 부랴부랴 김밥 및 음료수 등 먹거리를 준비한뒤 전주에서 1시간여를 달려 사과시험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늘어서 우리 일행을 맞아준 사과나무들의 가지엔 어느새 주먹만한 풋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기암절벽이나 폭포수를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해변도 아니었지만, 무거워 보일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사과들을 부여잡고 우리 일행을 맞아주는 사과나무들의 의연한 모습은 여느 관광지 못지 않은 장관을 이뤘다. 두달여전 보았던 사과꽃 위치에 자리잡은 사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찌든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장수읍 개정리 해발 450m의 고랭지에 위치한 사과시험포에서 우리 가족의 휴일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됐다.우리 일행은 먼저 요기를 채운뒤 아이들의 이름표가 달린 사과나무를 찾아가기로 하고 주차장 인근에 조성해 놓은 원두막 같은 곳에서 가져온 먹거리로 풀었다. 마침 원두막 옆에 있는 토끼장속의 토끼와 닭이 점심시간 내내 아이들의 친구가 돼 주었다. 주변에서 뜯어준 풀을 덮썩 받아먹는 토끼에 대한 얘기는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에 한번 더 들어야 할 정도였다.식사후 아이들의 이름표를 붙여둔 사과나무를 찾아갈 땐 이제 막 한글을 깨치기 시작한 큰 애(윤영)가 지난 5월에 한번 와봤다고 의기양양하게 앞장섰지만 결국은 아빠 뒤로 슬쩍 물러서는 모습에 나오는 웃음을 참고 ‘조윤영’이란 이름표를 찾아줬다. 그 옆의 나무에는 둘째 ‘조희윤’이란 이름표가 풋사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과나무에 대해 큰 애와 얘기를 주고 받은뒤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사과를 만지작 거리던 둘째가 어느새 수확(?)한 사과 4개를 가슴에 안고 하나씩 떨어트리고 줍고 하는 모습이 또 다른 볼거리였다.아이들 재롱과 사과밭의 포근함에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됐지만, 더 놀다 가자고 매달리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 있는 논개사당에 들렀다. 충혼탑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아이들에겐 다소 한적해 보였지만 이름 모를 들꽃을 한움큼 움켜쥐고 뛰어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피서객들이 해변이나 계곡으로 몰렸는지, 이 곳 역시 우리 가족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다.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손이 지금은 빈손이지만, 9월 사과수확 체험때는 빨간 사과가 한아름 안겨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나오는 웃음과 함께 내 마음도 넉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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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식
  • 2005.08.05 23:02

[템포-맛&멋] 맛있는 이야기 - 오정숙 명창

‘그 작은 사람이 무대에 서면 무대가 꽉 차 보인다.’ 야무지게 똑 떨어지는 옹골찬 소리는 알아듣기 쉽고 반듯하다. 멋드러지는 몸짓과 감정은 생생하게 되살아나 귓볼을 살살 간지럽히다가도 힘있게 귓가를 때리고 퍼져나간다. 오정숙 명창(70)의 소리판은 보고듣는 재미가 무대와 객석을 채우고도 넘친다. 소리꾼에게 가장 중요한 악기는 목소리. 좋은 음식과 좋은 소리가 어울리듯, 작은 체구를 타고 흘러나오는 소리가 이처럼 강단있으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배고픈 시절에는 소리 한 번 하고 나면 음식이 소화가 다 되어버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죠. 소리를 힘있게 하려면 고기를 먹고 기운을 내야 하는데, 그 때는 고기가 귀하다 보니 먹고싶어도 못 먹었어요.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까요.”10살 때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오명창은 “그 때는 먹을 것이 귀해서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먹으면서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음식이 맛이 없다고 먹지 않는 어린 제자들을 보면 옛 생각에 괜시리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그동안 소리에만 몰입하다보니 음식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게 됐다는 명창.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물로 배를 채우면서 배고픔을 뚫고 소리를 단련시켜온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의외로 소박했다.“내가 한국 사람이고 우리 소리를 하니까 음식도 우리 것을 먹어야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요. 내가 맛에는 민감한데,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합니다.”김치찌개에는 역시 김치가 중요하다. 너무 시지 않도록 알맞게 익은 묵은 김치에 ‘숭덩숭덩’ 돼지고기를 썰어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최고다.“완창은 아무나 못 해요. 완창무대는 여자가 임신을 해 출산하는 힘을 다 씁니다. 그래서 나도 보약도 지어먹고 하지만,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오명창은 1972년부터 춘향가,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순으로 해마다 판소리 완창발표회를 가져왔다. 지금은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315번지에 스승인 동초 김연수 선생의 아호를 따 ‘동초각’을 지어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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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5.08.05 23:02

[템포-맛&멋] 작은 꽃도 신맛·단맛·쓴맛 다 있다

"꽃맛을 아세요. 작은 꽃이라도 신맛 단맛 쓴맛 떫은맛 짠맛이 다 들어 있어요." 옛마당 김현희(45)대표. 새싹요리 전문가로 출발해 지금은 꽃요리 전령사가 된 그는 식문화 개선에 관심이 많다. 새싹요리를 시작한 것도, 꽃과 야생초를 음식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것도 모두 식생활 개선을 통한 건강지키기를 위해서다. 그는 꽃공부를 열심히 했다.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며 꽃과 풀을 뜯었고, 식물도감과 한방서적을 찾으며 식용꽃과 효능을 익혔다. 그래서 지금은 꽃의 효능을 극대화해 요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모든 식물에는 독이 있어요. 따라서 특성이나 효능에 대해 잘 알고 요리에 접목해야 해요."그는 이른 봄꽃은 꽃잎만 먹으라고 권한다. 여름꽃은 피하고 가을에 서리를 맞은 꽃은 약이 된다며 적극 추천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는 야생화나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은 괜찮지만 다른 꽃은 함부로 먹어선 안된다고도 일러준다.자신의 삶터인 구이일대는 물론 야생화와 야생초를 찾아 돌아다니는 그는 꽃과 풀을 찾아다니는 일이 놀이라고 한다. 희귀한 꽃이 있으면 캐와 음식점주변에 심기도 하고 장소를 기억해뒀다 다시 찾기도 한다. 요즘엔 음식점 주위를 야생꽃밭으로 꾸미고 있다. 건물을 돌아가며 수련 미니장미 옥잠화 달개비 명아주 망초 베고니아 금불초 메꽃 석죽화 한려화 꿀풀 비올라 흰제비꽃 두메부추 담배나물 골단초 감국 석죽화 우담바라 등을 키우고 있다.논을 매입해 올봄 꾸민 백련밭은 첫농사치고 제법 잘됐다. 백련으로 술도 담고 연잎으로 막걸리도 담글 계획이다. 그의 소망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음식문화의 확산이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8.05 23:02

[템포-맛&멋] 한번 맛보면 묘한 매력에 '흠뻑'

밥상이 온통 꽃밭이다. 베고니아 패랭이꽃 꿀풀 해바라기 백일홍 한려화 달맞이꽃 비올라 흰제비꽃 겹채송화….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모악산 앞자락에 자리한 옛마당은 들어서면서부터 꽃향기에 취한다. 이곳에선 눈으로 먹는 꽃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꽃샐러드 꽃밥 꽃밀쌈 꽃김밥 꽃쌈밥 등. 꽃을 먹을수 있을까? 선입견으로 젓가락을 드는데 주저하지만 한번 그 맛을 보면 묘한 매력에 손 놀림이 빨라진다.꽃이 밥상으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부터. 새싹요리 전문점으로 한창 인기를 얻던 중 요리에 꽃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장식개념으로 올렸다. 식용꽃을 사용했는데 손님들이 먹지 않고 제쳐뒀다.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꽃잎을 뜯어 새싹샐러드와 새싹비빕밥에 얹었다. 소스도 새로 개발했다. 과일과 견과류 치즈가루 등을 사용했는데 보기에도 예쁘고 신선하면서도 담백한 샐러드가 탄생했다. 비빔밥소스도 보강했다. 사과식초와 올리브유 등을 넣은 담백한 비빔소스를 선보였다.꽃은 식용꽃으로 알려진 것들부터 사용했다. 진달래 베고니아 한려화 달맞이꽃 꿀풀 백일홍 등. 김대표의 꽃 공부가 본격화되면서 상에 오르는 꽃이 많아졌고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꽃의 맛과 성질에 따라 생꽃으로 내기도 하고 튀김으로, 전으로, 변신을 했다. 덩달아 야생초도 밥상을 점령했다. 쌈야채로, 나물로, 튀김으로, 새얼굴을 보여줬다.올해초부터 본격적인 꽃요리를 선보였다. 꽃샐러드와 꽃밥외에 튀김과 떡 전 꽃김밥을 내놓았다. 연잎으로 싼 돼지고기수육과 한려화잎과 함께내는 오리훈제요리도 별미로 내놓았다.연잎으로 싼 돼지고기수육은 연잎의 지방분해 효능으로 식어도 응고되지 않으며, 한려화잎으로 싸먹는 오리훈제는 더욱 쌉싸름한 맛이 구미를 당긴다. 꽃차와 꽃술도 나온다. 생강나무꽃와 아그배꽃 달맞이꽃 도화 백련꽃잎 등이 차로 덖어졌다. 베고니아술은 선명한 붉은빛이 매력이며, 얼음꽃을 띄운 백련술도 일품이다.이 집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꽃밥과 꽃 샐러드. 꽃요리 시리즈를 맛보려면 코스요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함께 한다. 김현희대표가 요리가 나올때마다 꽃과 효능에 대해 설명해준다. 꽃을 알아가면서 먹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꽃밥 7000원, 꽃밥정식 1만1000원, 꽃김밥 5000원, 백련꽃잎차 1만원(2인이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8.05 23:02

[템포-영화] 정진우 기자의 Film in - 한없이 부러운 '아니메'

‘망가’와 ‘아니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일본식발음이다. 어느새 ‘쓰나미’처럼, 일본만화와 일본애니메이션을 뜻하는 국제어가 됐다. 그만큼 아니메 등에 대한 전세계적인 인기가 뜨겁다. 현재 전세계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60%가 일본산으로 추정된다.‘저패니메이션’으로도 불리는 아니메는 디즈니와 더불어 세계애니메이션을 양분하고 있다. 디즈니가 어린이들을 소구대상으로 삼았다면, 아니메는 다분히 성인취향이다. 그만큼 디즈니보다 철학적이고 펑크적이다.아니메는 지난 60년∼70년대만해도 ‘철완아톰’으로 반짝 인기를 누린 것을 제외하고 디즈니에 비해 한수아래였다. 1초당 8∼12장에 불과한 리미티드기법은 제작비는 아낄수 있었지만, 1초당 24장에 달하는 디즈니 풀애니메이션을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80년대들어 아니메의 전성기가 열린다. ‘우주전함 야마토’‘건담’‘신세기 에반게리온’등이 인기를 모았다. 디즈니에서는 맛볼 수 없는 비장미가 있었고, 종말론적인 강박관념까지 불어넣어 아니메만의 미학을 만들어냈다.아니메의 역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64), 오시이 마모루(押井守·54), 오오토모 가쓰히로(大友克洋·51) 등 3명의 거장이 빚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1000만 관객의 기록을 세운 미야자키 하야오는 가장 일본적인 것을 세계화하는데 앞장선 감독이다. 헐리우드영화인 ‘매트릭스’시리즈의 자양분이 됐을만큼 미래사회에 대한 암울한 시각이 압권인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의 오시이 마모루도 아니메의 스타.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니메의 백미로 ‘아키라’를 꼽고 싶다. 사이버펑크의 대가인 가쓰히로의 ‘아키라’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사를 방불케하는 강렬한 영상으로 앞세워 인간의 파괴본능과 황폐화된 과학문명을 고발했다.그런 가쓰히로가 ‘아키라’이후 16년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스팀보이’(Steamboy)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의 폐막작이자, 제작기간 9년에 2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스팀보이’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장대한 스케일이 압권이다. 아니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은 갈수록 초라하다. 아니메가 탄탄한 이야기구조로, 디즈니가 유려한 화면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한국애니메이션은 정반대다. 하필이면 아니메에서는 부실한 화면을, 디즈니에서는 허술한 이야기구조를 차용했다. 수십억원을 들여도 관객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아니메 거장들의 프로근성과 장인정신의 부재때문은 아닐까. 하루빨리 제2의 김청기감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08.05 23:02

[템포-영화] 따뜻하거나 혹은 차갑거나 '장진 빛깔' 두가지 세상

아무리 장르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연극과 영화판을 한꺼번에 접수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적지않은 연극·영화인들이 다른 장르를 넘봤지만 이종(異種)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에 그친다. 34살의 장진 감독이 도드라져보이는 이유도 여기있다. ‘택시드리벌’이나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연극으로, 영화에서는 ‘기막힌 사내들’‘간첩 리철진’‘킬러들의 수다’ 등을 앞세워 ‘성공한 연출가’소리를 듣는다. “이 사람의 재능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낯간지러운 찬사도 없지않다.이달들어 장진 감독이 다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아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자신이 연극무대에 올렸던 작품 2편이 영화화된 것.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 ‘박수…’는 장 감독이 직접 연출했고, ‘…동막골’은 제작자로 나서는 대신 메가폰은 후배인 박광현 감독에게 넘겼다. ‘…동막골’이 이제 막 상영됐고, 일주일 뒤 ‘박수…’가 개봉을 알린다. 장진 감독을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않는 정재영·신하균 등 장진사단도 어김없이 등장한다.두 작품은 그러나 형식이나 내용이 사뭇 다르다. 하나는 몽환적이고, 다른 작품은 치열하다. ‘장진표 영화’ 2편을 만나본다.△따뜻한 동화-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8월4일 개봉)지난 99년 작고한 탁광 선생이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코웃음을 치겠다. 내용이나 배경이 탁광 선생과 이강천 감독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아리랑’를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대 전북에서 만들어진 ‘아리랑’은 거의 유일한 비(非)충무로권 영화. ‘동막골’은 또 지난해 대박을 터트렸던 ‘태극기휘날리며’와 한국전쟁이라는 울타리를 공유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과 북이 손을 잡는다는 내용은 ‘천군’을 연상케한다. 이래저래 전쟁영화라는 꼬리표가 붙었다.하지만 ‘동막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쟁영화다. 하늘에서 팝콘비가 내리고, 애니메이션같은 멧돼지가 등장한다. 소재나 상황설정은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이를 버무리는 솜씨가 다르다.‘아이들처럼 막살라’고 해서 이름붙여진 첩첩산중의 강원도 산골마을 동막골. 한국전쟁이 한창이지만 전쟁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이 산다. “손들어”하니까 “한손드나 두손드나”한다. 총부리를 들이대는 군인에게 “우터(어떻게) 오셨나? 부애(화) 많이 나셨네, 밥은 묵었나?”고 되묻는다. 어느날 사고로 추락한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 한명이 흘러든다. 대열에서 낙오한 인민군 패잔병과 탈영한 국군들도 마을을 찾는다. 이들은 서로에게 총칼을 들이대지만, 동막골이라는 순수공간에서 서로 화해하고 착한 기운에 물든다. 마지막에는 남북한 남+북+미연합군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동막골’은 한여름에 만나는 동화다. 총알이 교차하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극중 주민들은 순박하고 익살스럽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살벌한데다 찜통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근심을 잊어버리라고 손짓한다. 웃음과 감동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장편영화의 평균 컷수가 1500컷인데 반해 ‘동막골’은 2000컷이 넘는다. 마을로 내리꽂는 폭격기 등 700컷에 달하는 컴퓨터그래픽효과는 후반부를 장식한다. 팬터지를 표방한 만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수류탄이 옥수수 곳간에 떨어지자 팝콘으로 튀겨져 눈처럼 내리는 장면을 위해 1t트럭 한대분의 팝콘이 뿌려졌다. 박광현 감독은 나이는 많지만 장진 감독의 제자. CF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감독은 ‘영화가 하고싶어’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했다. CF촬영을 통해 익힌 빼어난 영상미가 ‘동막골’을 수놓는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검증받은 스토리에 화면까지 현란하다는 점에서, 흥행동력이 충분하다. 다만, 성질 급한 관객들은 느린 화면전개에 조급증이 도질 수도 있겠다.‘동막골’에서는 강혜정을 빼놓을 수 없다. ‘칠렐레 팔렐레’하며 살짝 정신이 나간 광녀(狂女)로 분한 강혜정은 천진하면서도 능청스럽게 남북한 군인들의 가교가 된다. 어쩌면 저렇게 강원도 사투리가 어울릴까하는 감탄사가 그치지않는다.오랜만에 만나는 따뜻한 영화. 무더운 날씨지만 마음은 차가운 관객에게 권할만하다.△차가운 수사극-박수칠 때 떠나라(감독 장진·8월11일 개봉)‘동막골’이 살갑다면 ‘박수칠 때 떠나라’는 블랙코미디다. 특급호텔에서 미모의 카피라이터가 살해되고, 살인사건의 수사과정이 TV로 1박2일동안 생중계된다는 독특한 컨셉의 수사극이다. 살인과 TV방송을 씨줄과 날줄로 잡은 만큼 계산적이고 촘촘하다. 100억원을 들인 ‘동막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50억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박수…’는 2층규모의 수사본부 세트가 주무대. 극초반 20층높이에서 땅바닥까지 수직낙하하는 스파이더캠샷이 볼만하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범죄자와의 싸움에서 백전백승의 잘나가는 검사와 살인용의자간의 두뇌싸움. 엄청난 대사속에서 차승원-신하균의 투톱이 고도의 심리연기에 몰두한다. ‘동막골’에서 착한 남한군역을 맡은 신하균이 ‘박수…’에서는 영리하고 치밀한 살인용의자로 변신한다.검사-용의자간의 설전을 놓고 방송진행자들은 스포츠중계하듯 “최연기 검사, 용의자를 밀어붙이는 페이스가 좋네요”“용의자의 뒤쪽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저 제스처 정말 명장면이죠” 등 진지하게 해설에 몰두한다. 진지함으로 철저하게 포장된 위선과 코미디가 쏟아진다.‘박수…’의 힘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극전개다. 벨보이와 일본인 관광객, 맹인안마사 등이 살인사건 증인들로 등장하며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다. 김지수, 정재영, 신구, 박정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이나 카메오로 출연해 든든하게 영화를 떠받친다.‘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한다. ‘동막골’과 ‘박수…’장진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고, 감독 스스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관객의 몫. 관객들은 어떤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줄까. ‘박수…’는 일주일뒤 개봉된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08.05 23:02

[템포-맛&멋] 손쉽게 만드는 꽃요리

꽃요리하면 어렵게 생각되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식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꽃도 많다. 샐러드나 무침, 튀김, 전 등으로 요리해 볼 수 있다. 얼음꽃도 남다른 감각을 뽐낼수 있는 아이템이다. 얼음을 만들때 꽃을 넣고 함께 얼리면 되는데 베고니아나 아카시아 제비꽃 등이 어울린다. 쥬스나 와인에 얼음꽃을 띄워내면 색다르다.호박꽃과 호박잎을 전으로 부치면 노란색과 초록색의 먹음직스런 요리가 된다. 호박꽃은 수꽃으로 따 수술을 제거한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믹서에 물을 붓고 간 후 설탕을 약간 넣고 부침가루에 반죽해 올리브유로 부쳐낸다. 호박잎은 중간크기로 준비해 잎 뒷면 껍질을 벗기고 같은 방법으로 부친다.국화로 튀김도 만든다. 국화를 깨끗이 씻은후 밀가루와 물 달걀노른자로 튀김옷을 만들어 입힌 후 튀겨내면 된다. 국화튀김은 간장소스와 곁들여낸다.제비꽃 비빔밥도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밥과 제비꽃 애호박 참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등을 준비한다. 당근 애호박 도라지는 소금을 약간 넣어 볶아주고, 참나물과 시금치는 데친후 양념한다. 밥에 준비한 재료를 얹고 제비꽃을 뿌려 놓으면 된다. 제비꽃 외에도 베고니아 한려화 패링이 꿀풀 등도 함께 뿌리면 꽃밥이 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8.05 23:02

[템포-맛&멋]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사 꽃밥

밥상 위에 꽃이 피어났다.보라·노랑·흰색이 마음을 흔드는 제비꽃, 손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 먹으면 시큼한 맛이 나는 베고니아까지. 하얀 쌀밥 위에도, 구수한 된장찜과 푹 익힌 갈비찜에도, 울긋불긋 온통 꽃밭이다.눈을 먼저 설레게 하는 싱그러운 꽃잎들. 한 입 물면 혀 끝을 감싸는 맛에 반하고 곧이어 꽃향기에 취하게 된다. 더위에 지친 몸을 꽃으로 달래는 것.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워지니, 이것이 바로 참살이 아닐까.△ 꽃요리의 역사보기에도 아까운 꽃을 먹는다고 하니, ‘사치스럽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꽃요리’란 말이 별스럽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서양에서 꽃요리를 즐겨왔다.음력 3월 3일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연한 진달래잎으로 전을 부쳐 먹었으니 그것이 바로 진달래 화전이다. 요리에 관한 옛 문헌 「규합총서」에 진달래꽃, 참깨꽃, 들깨꽃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꽃을 식용으로 이용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꽃화채, 매화죽, 아카시아꽃 튀김 등은 예전에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었으며, 9월 9일 중양절에는 국화전과 국화차를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중국에서는 ‘화찬’이라고 하여 꽃에 포함된 약효 성분을 음식과 함께 섭취해 건강을 유지해 왔다.중국에서 꽃음식은 부녀자들의 얼굴을 아름답게 해주고 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민간에서 널리 이용됐다고 한다. 「시경」에 ‘국화꽃을 따서 반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꽃요리의 역사는 2천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베트남에서는 호박꽃이 조리용으로 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태국과 필리핀에서는 바나나꽃을 즐겨먹는다. 꽃을 이용해 음식의 데코레이션을 일상적으로 해 온 서양의 경우 각종 스테이크에 허브꽃을 가미한 요리를 만들어왔다. 중동인들은 이미 수세기 전부터 ‘로즈워터’를 마셔왔고, 고대 인디언들은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의 꽃 용설란과 부채선인장꽃을 일상적으로 먹었다.△ 식용꽃에 숨겨진 효능들‘스물네가지의 아미노산과 열두가지의 비타민, 열여섯가지의 미네랄이 들어있는 천연 건강식품’으로 불리는 꽃. 식용꽃은 어떤 영양과 효능을 머금고 있을까.담백한 맛이 나는 카오슬립은 불면증, 신경안정, 정신병 치유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샐러드와 꽃차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그 향기만 맡아도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몸이 나른할 때 효과가 있는 베고니아꽃은 상처난 부위나 염증 치료에도 탁월하다. 꽃이 피기 직전 꽃봉오리를 따서 건조시킨 동백은 지혈과 강심,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백합은 기관지염과 신경쇠약을 개선시켜주고 종양세포의 성장을 막는 기능과 체질 개선의 효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국화꽃은 머리를 맑게 해주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베개에 넣고 자면 어지럼증과 귀울림 등이 없어진다고 한다. 감기와 두통에는 인동꽃이나 목련을 달여 먹으면 좋다. 매화는 갈증 해소에 딱.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혈액순환과 배변을 돕고, 은은한 연분홍색의 금어초는 소화기능을 도와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팬지에서는 단맛이 나 음료수에 띄우면 향긋하고 달콤하며, 사과향이 나는 캐모마일 꽃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피로를 느낄 때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좋다. 보리지꽃의 꽃잎은 과일화채에 띄우거나 와인에 넣으면 꽃잎의 색깔 변화를 즐길 수 있다. 꽃에서도 매콤한 맛이 난다. 매운 맛 덕분에 특별히 김치로도 만들어 먹는 나스타튬은 비타민과 철분이 많아 감기와 괴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그러나 아무 꽃이나 먹을 수는 없는 법.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꽃은 20과 70여종으로 알려졌다. 야생화나 정원꽃은 독성이 있는 경우가 많아 함부로 쓰면 안되고, 꽃집에서 파는 꽃들 역시 농약을 치므로 식용으로는 적합치 않다. 식재료로 쓸 수 있도록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꽃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8.05 23:02

[템포-문화광장] 공연...얼쑤 신나네

해설판소리 주소연명창5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2004년 국창 임방울 대통령상 수상자 주소연명창의 무대. ‘심청가 중 타루비∼눈뜨는 대목'을 강산제 보성소리로 전한다. 강산제 보성소리는 전해지는 판소리 중에서도 음악·문학적으로 구조가 가장 잘 짜여져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남 순천출신이며, 고창동리국악당 판소리 강사다. 임영일씨가 북장단을 맞춘다. 글로리아스트링 서울연주회6일 오후3시 예술의전당 실내악단 글로리아 스트링 오케스트라(대표 은희천)의 서울 연주회. 음악춘추사 초청 무대로 청소년을 위한 특별 음악회로 마련된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번 라장조 K.136', 보케리니의 '첼로협주곡 9번 내림나장조', 차이코프스키의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과 만화영화주제곡 '미녀와 야수' 등을 연주한다. 홍안기 전주대 음악학과교수가 바이올린을 협연한다. 예인썸머 뮤직페스티벌8일까지 매일 오후 6시 내장사경내 등 예인음악예술고가 정읍시 등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는 ‘제1회 정읍 내장산·예인썸머인터내셔널 뮤직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교수들과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가 릴레이로 무대에 오른다.5일 페스티발 참가 교수진 갈라콘서트·정읍사 예술회관, 6일 국내 유명성악가 오페라 갈라콘서트·내장사 경내, 7일 우수참가자 선발연주회·내장사경내, 8일=서울 바로크 합주단·내장사경내.디지털프라자 1040 콘서트9일 오후 8시 소리전당 야외공연장삼성 디지털프라자 고객초청 콘서트. 전주를 비롯, 대구 부산 천안 인천 강릉 창원 등 전국의 7개 도시를 돌며 이뤄지는 지역순회 행사다. 콘서트는 정지영의 사회로 진행되며, 성시경 클론 유리상자 임정희 여행스케치 박상민 춘자 박미경 박상철 등이 출연한다. 무료입장권은 지정 디지털프라자에서 선착순으로 배포한다.콘서트를 통해서 모금된 성금은 지역 결식아동과 청소년 단체에 자선기금으로 전달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8.05 23:02

[템포-문화광장] 전시...뭘 보러 갈까

△ 다섯개의 방15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기획관. 공예 속에 한국의 삶을 담아낸 공예품전시관 여름특별기획전. 한국인의 사상과 관념이 색채로 표출된 오방색을 품은 도자, 금속, 섬유, 목, 유리 등 재질별 공예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063) 285-0002 △ 유기준 개인전 ‘현재진행형’12일까지 전주서신갤러리. 한국화가 유기준의 첫번째 개인전. 담담한 수묵으로 풀어낸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곧 인간의 존재와 삶을 나타내고 있다. 세필로 섬세하게 잡아낸 인물의 표정이 작가의 고단한 작업과정을 말해준다. 063) 255-1653△ 광복 60주년 기념 깃발서예전8일부터 17일까지 전주덕진공원. ‘한걸음만 다가서면 가까워진 우리 민족’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나눠져 있어도 우리는 항상 하나입니다’ 등 깃발 위에 붓으로 쓴 통일에 관한 내용들이 하늘 높이 휘날린다. 063) 231-1101△ 미공개 쌀 수탈 사진전8일부터 17일까지 전주덕진공원. 최용부 외 전북민예총 사진분과 회원들이 일본 수탈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연다. 문화재청에 등록된 일본 잔재물과 근대문화재 등 미공개된 전북지역 쌀 수탈사진과 관련시설의 모습을 전시한다. 063) 231-1101△ 건지전5일부터 1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동문들의 모임이다.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는 건지전에는 서양화, 한국화, 조소 등 서른여섯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 유쾌한 상상, 행복한 공작소2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인체의 형상과 우리 몸 속을 표현한 ‘몸 속 체험’, 작품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오감 체험’, 특별한 공간 ‘상상공간 체험’, 유쾌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 체험’ 등 작품 속에 내재돼 있는 ‘유희와 놀이’의 개념을 밖으로 끌어내 유쾌한 체험전을 만들었다. 063) 270-7800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8.05 23:02

[템포-문화광장] 두두두두...가슴 울리는 두드림

무더위를 쫓아내는 신명난 타악. 가슴 깊은 곳까지 울려내는 두드림. 전주전통문화센터가 8월 일요풍류 한마당을 타악으로 엮어낸다. 망자의 넋을 달래거나 무병장수를 기원했던 무속타악으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모으고 열정을 발산하는 현대타악까지를 아우르는 ‘타악 축제’다. 참여하는 연주단은 금줄연주단과 두드락, 들소리, 신명풍물예술단 등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타악연주단체. 금줄연주단은 동해안 무속음악의 전통을 잇는 단체다. 변화무쌍하고 현란한 가락변화가 특징인 무속음악을 들려준다. 7일 오후 7시 전통문화센터 야외놀이마당에서 푸너리, 삼오장, 거무&살풀이, 드럼갱이&신태집무용 등 동해안지역 각종 굿에서 연주되는 가락을 들려준다. 14일 풍류마당의 주인공은 두드락. 타악연주와 춤 마임 드라마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비트 퍼포먼스 공연을 펼치며 소리의 시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유명 단체다. 두드락은 전통과 현대타악을 혼합, 리듬&댄스파노라마, 리듬파이트, 가위손, 코리아환타지 등을 연주한다.문화마을 ‘들소리’는 전통풍물을 재현한 종합예술 공연물 ‘타오’로 풍물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문화관련법인이다. 21일 타악축제를 이끈다. 우리의 토속적인 가락과 몸짓을 흥겹게 풀어낸 ‘타오2005’를 공연할 예정이다. 타악축제 피날레는 신명풍물예술단이 장식한다. 28일 연주하는 이 단체는 리듬과 음색 소리 춤 등을 하나로 엮어낸 타악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여명, 혼을 부르는 소리, 고구려, 다스림, 풍락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전통문화센터 타악축제는 일요일 오후 7시 야외놀이마당에서 판을 벌인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8.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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