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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판도, 올해도 격변

올해에도 전 세계 미디어 판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일 전망이다. 변화의 화두는 다변화된 매체들의 유료화와 광고수입 확대 등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위한 몸부림으로 요약된다. 미국 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온라인 기반 무료 비디오 제공 사이트인 '훌루(Hulu)'는 올해부터 일부 콘텐츠의 유료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훌루의 지분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뉴스코프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구글의 무료 기사 제공 관행에 반대하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대표적 매체들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통한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지난달 27일 자 지면에서 온라인 기사 제공 시 유료화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제부터 달라질 미디어 환경 변화에 있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콘텐츠 확보 위해 합종연횡 =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거대 자본의 합종연횡을 통한 시장 재편으로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TV 방송업체인 컴캐스트는 지난달초 300억달러 가치의 주요 공중파 방송사인 NBC유니버설 방송을 인수했으며,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8월 만화 콘텐츠 보유업자인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달러에 인수했다.경쟁에서 뒤처진 여행콘텐츠 채널인 트래블도 거의 10억달러에 팔렸으며, 만화채널 니켈로디온이 닌자거북이 캐릭터 저작권 구매를 위해 기꺼이 5천만달러를 지불한 점도 이러한 상황을 잘 드러내 주는 사실들이다. 뉴스코프, 타임워너, 소니 등이 영화제작사 MGM의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라이언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 서밋엔터테인먼트 등도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즈니는 마블에 이어 비디오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위성방송인 '디렉트TV'는 AT&T로 인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의 지각 변동 또한 지난해 못지않을 전망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컴캐스트의 NBC 인수를 양허하는 대신, 올해에는 케이블TV가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패키지로 계약해온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CJ가 온미디어를 인수, 미디어 판도 지각변동의 서막을 열었다. 신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진출과 군소방송 인수 등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도 그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변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창출 시도 = 거대 자본들이 속속 콘텐츠를 장악하게 되면서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형태의 수익원 창출을 시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를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LAT는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신문사들의 몰락은 미디어 업계에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로키마운틴뉴스와 시애틀포스트-인텔리젠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 150개 이상의 신문업체들이 문자 그대로 문을 닫거나 온라인 사이트 체제로 전환해야 했다. 종이 신문은 더욱 위축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 e북과 태블릿 등이 뉴스를 접하는 도구로 더욱 지배력을 넓혀가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수입원 창출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또 시장에서 지배적인 방식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머독이 구글과 벌이고 있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 대결 국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한 유선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새로운 시장 확산기를 맞은 무선인터넷이 뉴스콘텐츠 유료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풀어야 할 규제나 시장의 변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있다면 숙고하되 변화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적절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0.01.05 23:02

전북예총 회원단체 새틀짜기 '잰걸음'

전북건축가협회장에 유남구 신임 회장이 선출되는 등 사단법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회원단체들이 새해를 맞아 임원 개선에 나섰다.현재 임원들의 임기가 끝나 집행부를 새로 꾸려야 하는 단체는 연극협회(회장 류경호)와 미술협회(회장 김두해), 영화인협회(회장 김득남). 건축가협회는 지난해 말 유남구 전주비전대학 교수를 2년간 건축가협회를 이끌어갈 회장으로 추대했다.연극협회는 임원 개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 6일까지 입후보 등록 관련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다. 이미 한차례 연임, 6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류회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겠지만, 한국연극협회 임원 개선이 2월 1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이달 20일 이전에 전북연극협회 임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가 없고 연극인들 중심으로 현 회장의 재추대 의견이 나오고 있어 류경호 현 회장이 한번 더 연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는 3년.반면 김두해 현 회장과 최원 한국문화예술포럼 대표가 입후보한 미술협회 선거는 회비를 내는 회원에 한해 투표권을 주기로 한 것과 관련 두 후보의 입장이 달라 공방이 치열하다. 회장 임기는 3년.임기 4년인 영화인협회는 임원 개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은 없지만, 2월 안에는 집행부를 새로 구성할 전망이다.올 초 집행부를 새로 꾸린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전북지회(회장 신형식)는 7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분과장 선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10.01.05 23:02

아시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축제, 3월 전주서 열린다

올해 전주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 무형문화유산이 총집결해 각각 국가마다의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축제가 열린다.전주시에 따르면 문화재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북도 등의 후원으로 오는 3월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 건립부지인 동서학동 도 산림환경연구소와 한옥마을 일원에서 5일간 '2010 전주 아시아 태평양 무형문화유산축제'를 개최한다.부천 문양공예대전, 청주 공예문화상품대전 등 공예품만을 대상으로 한 축제는 많지만, 무형문화유산 분야를 전체적으로 포용해서 여는 축제는 이례적이다.총 4억6500만원이 투입되는 이 축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무형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가운데 상호 발전시키지는 취지로 준비됐다.행사는 크게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의 무형문화관련 장인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기량을 뽐내는 공연과 전시 행사, 직접 참여하는 체험행사 등이 열린다.현재 국내의 주요 장인들은 물론, 태국과 중국, 일본 등을 대표하는 무형 문화유산들을 대거 참여시키기 위해 관계자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이 무형문화유산축제를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 기공식에 맞춰 추진함으로써 전주에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이 들어서는 것을 알려나갈 계획.나아가 전주시가 전 세계에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본향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시 관계자는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전주를 전 세계적인 전통문화도시로 알려나가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한편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은 모두 753억 원이 투입되는 가운데 오는 2012년까지 연면적 2만8949㎡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다.

  • 문화일반
  • 구대식
  • 2010.01.04 23:02

[오목대] 한국인의 길수(吉數) - 장세균

새해가 밝았다. 음력으로 정월(正月)은 아니다 할지라도 양력 1월달도 새해를 맞이한 기분은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전통은 음력 정월이면 그 유명한 토정비결(土亭訣)을 통해서 한해의 운수를 보기도 한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운수를 점치는 데는 반드시 숫자가 동원된다. 각 민족마다 좋아하는 길수(吉數)가 다르다고 한다. 기독교 문화권의 길수는 하느님이 천지 창조를 마치시고 안식한 날이 7일째이다. 그래서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8이라는 숫자를 싫어한다고 한다.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숫자는 단연, 4라는 숫자인데 이 '4'는 죽을 사(死)자를 의미한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엘리베이터에도 4층은 대부분 영어를 빌어서 'F'자 로 표시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유태인과 인디언들은 4를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들은 '3'을 좋아 하는데 '3'은 천(天), 지(地), 인(人)으로 우주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고 정(正), 반(反), 합(合)의 헤겔의 변증법과도 통하기 때문인것 같다.서양의 하느님은 6일 동안에 천지 창조를 했다면 한국의 신(神)은 3일 동안에 우주를 창조했다고 하는것이다. 우리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수는 6, 9, 12인데 이것들이 3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3월 중에서도 홀수날인 1, 3, 5, 7, 9일과 짝수 날 중에서도 6, 12일을 아주 좋은 날이라고 하여 대길일(大吉日)로 여겼다고 한다.비단 아이를 낳는데 뿐만 아니라 큰일을 도모하는 거사(擧事)나 어떤일을 크게 세우는 창업(創業), 그리고 과거보는 날짜도 그 앞날의 번창이나 영화를 비는 뜻에서 3월 초순의 길일을 택했다고 한다. 유명한 3. 1운동을 굳이 그 날짜로 잡은것은 3과 1이라는 숫자가 길일이었기 때문이었다. 3.1운동 거사를 의논하는 가운데 3월 5일로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도 한다.그리고 민족 대표를 32인이나 34인도 아닌 33인을 민족 대표로 세운것도 재수가 좋다는 길수를 택한 것이다. 임금에게 올리는 하례 때 정승, 판서, 방백등 36명만을 참석시킨 것도 길수와 관계된 처사이다. 신년을 맞이해서 우리 전통적인 길수의 의미를 더듬어 본 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 문화일반
  • 장세균
  • 2010.01.04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한옥마을 선비 역사 밝혀낸 전북대 함한희 교수

지난 2008년에 한옥마을 선비들의 역사를 한옥마을스토리텔링용역사업을 통해 밝혀낸 전북대 함한희 교수(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 BK사업단 단장)는 "원래 스토리텔링사업은 한옥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하자는 의도였는데, 조사를 하다보니까 한옥마을 선비들의 자취가 너무 커서 추가로 조사하게 되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래서 1000 페이지가 넘는 용역보고서 이외에 BK사업단 예산으로 금재와 유재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추가로 냈다. 곧이어 고재와 관련된 책을 낼 것이라고 한다."삼재 선생뿐 아니라 연구조사를 추가로 해야 되는 중요한 학자들이 많이 있다. 첫째가 내후년이면 탄생 400주년이 되는 전라감사 목산 이기경이다. 목산은 한옥마을 정체성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그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으며 바로 몇 년 전까지 은행나무길가에서 '삼백년가(三百年家)'라는 가게를 운영했었다. 이 분에 대한 추가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밖에도 김경안 선생, 박성당 선생, 이주필 선생 등 얼추 십여 명이 넘는다."하지만 전주시에서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아 이미 조사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조선말 영남지역의 유학자들은 권력에 유착되어 선비정신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데 반해, 호남지역의 유학자들은 선비의 삶을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독립운동이나 강학활동을 통해서 실천했다. 그런 호남유학의 모습을 특수한 상황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게 한옥마을 이다. 그래서 한옥마을 선비들의 삶은 호남지역 유학자들의 독립운동 활동뿐만 아니라, 선비들의 집단성과 인적 연계망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 자료는 또한 한옥마을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 안동 같은 곳에서는 이런 소스를 눈에 불을 붉히며 찾을 것이다."그래서 한옥마을스토리텔링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번 한옥마을 선비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 바가 있다. 그중 하나가 '한옥마을 선비의 길 조성사업'이다. 방치되어 있는 금재 사우, 구강재, 자만재 등 여러 유적을 정비보존하고, 그런 유적들을 목산 이기경부터 금재, 고재, 유재, 성당 등 간재의 제자들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잇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시에서는 아직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마지막으로 함 교수는 "지역사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한옥마을 선비들과 관련된 유·무형의 자취들이 방치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또한 "조선말에서 일제초기까지 전주 교동은 전국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만큼 선비들이 운집한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대표적인 예로 2006년도에 발표된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에서조차 교동을 중심으로 한 선비마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경진 문화전문객원기자(익산주얼리엑스포 사무국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1.04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37)전주 한옥마을의 선비들

전주향교를 마주보고 왼편에 난 골목길을 따라 오목대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허름한 모정(茅亭)이 하나 보인다. 네댓 명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이 작은 정자에는 '봉상천인 용세구연(鳳翔千 龍勢九淵)'이라 적힌 현판이 달려있다. "봉황은 천 리 길을 날고 용은 구연(九淵)에 자리하고 있다"란 뜻이다. 유학자 간재(艮齋) 전우(田愚)가 유학에서 말하는 '도(道)의 궁극'을 설명한 글이라고 한다. 간재는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 때까지 활동하며 기호학파의 학맥을 이었다고 평가를 받는 대학자이다. 학문의 깊이가 매우 깊고 심지가 굳어 많은 제자가 따랐다. 그 간재의 글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전주 한옥마을이 간재의 제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기 때문이다. 간재의 제자 중에서도 중요한 세 제자를 특별히 '호남 삼재(三齋)'라고 말하는데, 금재(欽齋) 최병심(崔秉心)과 고재(顧齋) 이병은(李炳殷), 그리고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을 의미한다. 한옥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다보면 '최학자' 또는 '이학자'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여기서 최학자는 금재를, 이학자는 고재를 일컫는다. 때때로 최학자나 이학자를 그들의 자손이나 다른 학자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옥마을 토박이들은 이 두 분을 인품이 높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학자로 기억한다. 진동규 시인이 쓴 「내 친구 최학자 손자」라는 시에서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최학자가 창암 이삼만과 비견되는 전설적인 서예가로 묘사되고 있다. 최학자나 이학자의 이야기가 한옥마을에서 변용되면서 전승돼 왔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전주 교동에서 태어난 금재는 600년 된 그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월당공 최담의 후예이다. 스승인 간재는 "금재는 나에 못지않은 학자이며, 그의 학문을 조선에서도 따를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당시 옥류동(교동)에 '염수당(念修堂)'이라는 서당을 열고 후학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옥류정사(玉流精舍)'를 지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선비들을 모았다. 이때부터 한옥마을에 전주 인근에 살던 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성당 박인규다. 정읍에 살던 박인규는 아예 살던 집인 '구강재(龜岡齋)'를 통째로 이축하여 정착했다. 금재가 작고한 후에도 성당은 최규만 등과 함께 서당을 운영했다. 그러나 염수당은 1966년에 폐교하게 된다.간재가 금재 못지않게 학문을 격찬했던 고재 이병은도 또한, 구이에서 '남안재(南安齋)'라는 서당을 열고 강학에 힘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염재야록(念齋野錄) 사건' 이후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남안재를 옮겨 짓고 한옥마을로 들어왔다. 「염재야록」은 조희제(趙熙濟)가 야사로 엮은 독립운동사인데, 이 서책의 서문을 금재가, 발문은 고재가 썼다. 두 학자는 이 일 때문에 나란히 옥고를 치렀다. 고재의 최대 업적은 전주향교를 지킨 일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향교가 피폐해져 가는 것을 보다 못해, 원래 선비는 향교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고 향교재건에 직접 나섰다. 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여, 향교에 모셔진 성현들의 위패를 지키고 장서를 보존하는 데 힘을 썼다. 그의 아들인 면와 이도형이 그 일의 선봉을 섰으며, 지금은 그의 손자인 이남안이 향교 일을 돌보고 있다. 삼대에 걸쳐 향교를 지킨 것이다. 향교 정문에 있는 비문 중 하나는 그 업적을 기리는 내용이다.유재는 고향인 김제에서 '요교정사(蓼橋精舍)'를 통해 후진양성에 전념하였고 그곳에서 생애를 마쳤다. 대신 그의 아들인 강암 송성용이 한옥마을에 정착하여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필명을 떨쳤다. 강암이 살던 집이 강암서예관 뒤에 있는 '아석재(我石齋)'다. 강암의 부인이 고재의 딸인데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상투와 갓을 쓰고 살았던 강암이 국전 상을 받기 위해 상투를 자르자, 부인 이씨가 대성통곡을 하며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 강암이 머리를 다시 길러 상투를 틀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선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그밖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한옥마을에 자리 잡거나 드나들었고, 한옥마을에는 그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김경안, 이종림, 이주필, 조기주, 박종익, 윤제술, 엄명섭, 박종호, 송준호, 나진선, 송열, 엄명섭, 김상기 등이 그들이다.그러나 이들의 이야기와 자취는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들과 관련된 상당히 중요한 유적들이 훼손되고 있다. 명필 이삼만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 글씨와 함께, 금재 최병심의 서당터와 묘역이 제대로 된 이정표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 금재의 사우인 옥류정사는 폐허가 되어가고, 단아한 일자형 한옥이었던 성당의 구강재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훼손이 심한 상태다. 고재의 남안재는 80년대에 시멘트집으로 개축되어서, 지금은 강암이 쓴 당호(堂號)만이 그 흔적을 증언할 뿐이다.혹자는 낡은 체제의 유산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가 없는 현재는 있을 수가 없고, 한옥마을 학자들의 삶은 시대를 뛰어넘는 충분한 가치를 보여준다. 증자(曾子)는 선비의 중요한 덕목을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선비는 "인(仁)으로써 자기 짐을 삼아 죽은 뒤에서야 끝나니 삶이 무겁고", 그래서 "선비는 넓고 굳세야" 한다고 했다. 양반이 계급을 보이는 개념이라면 선비는 정신적, 도덕적 수준을 표상하는 개념인데, 한옥마을 학자들은 그 선비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까운 과거'에서 평생의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한옥마을 선비들의 삶은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의 원천이다. 장소마케팅을 위해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고 근거가 미약한 전통도 재창조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사회문화적 가치가 크고 유·무형의 유산도 확실한 한옥마을 선비들을 주목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합당한 정책과 방안을 세워야 한다. /이경진 문화전문객원기자(익산주얼리엑스포 사무국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1.04 23:02

[행사·축제] 어린이공연과 공연박물관 관람을 한번에

국립극장은 국내 최초의 공연예술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어린이들이 박물관과 공연을 한 번에 관람하도록 아동극 축제를 연다. 내년 1월3일부터 2월2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어린이 우수공연축제'는 마당극, 음악극,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어린이 공연으로 채워졌다. 1월 3-17일에는 엄마배우 손혜정의 이야기 항아리 '달려라달려 달달달!'이 공연된다. 암행어사 박문수 이야기를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지는 판소리 형식으로 펼치는 작품으로, 어린이들이 무대를 내달리고 소리지르며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1월 20-31일에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여행 '비엔나의 음악상자'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등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주인공 쥐돌이의 여행길을 따라 소개한다. 베토벤의 '영웅', '운명'과 같은 클래식 음악을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몄다. 2월 3-12일 무대에 오르는 '서른, 엄마'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공연이다. 육아에 지쳐 집을 뛰쳐나간 젊은 부부가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돌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어 17-21일 공연되는 인형극 '달래이야기'는 섬세한 관절인형의 연기로 아직도 존재하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극중극 형식의 인형극을 통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족의 아픔을 그린다. 2만원. ☎02-2280-4115.

  • 문화일반
  • 연합
  • 2010.01.01 23:02

[오목대] 호랑이 - 조상진

우리 옛 이야기 중에는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것이 많다. 실제로 수원 팔달사 벽화에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 그림이 있다. 호랑이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거만한 자세로 장죽을 물고, 연약한 토끼의 시중을 받는 모습이다. 아마 한국 민화 가운데 가장 해학적인 그림이 아닐까 싶다.또 힘세고 날래지만 한없이 어리석어 사람은 물론 토끼나 여우, 까치 등에게 골탕먹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들도 있다.반면 신통력을 지닌 영물(靈物)로 그려진 경우도 많다. 산신도(山神圖)가 대표적인 예다. 깊은 산 골짜기를 배경으로 기암괴석에 산신이 앉아 있고 옆에는 호랑이가 있는 그림이다. 여기서 호랑이는 산신의 시자(侍者)다. 때론 호랑이 자체가 산신과 동격이 되기도 한다.또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에도 등장한다. 좌 청룡, 남 주작, 북 현무와 함께 그려진 우 백호(白虎)는 서쪽 방위를 지키는 신수(神獸)다. 더불어 약자와 효자, 의인(義人)을 지켜주는 교훈적인 이야기도 있다.호랑이가 한반도에 출현한 것은 3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경남 울주군 대곡리 암벽그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랑이 그림으로 유명하다. 모두 14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먹이사냥 모습 등 풍요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또 청동기 시대의 호형대구(虎形帶鉤)는 벽사(귀신을 물리침)의 의미를 지닌다.이처럼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근하고 상징적인 동물이었다. 그래서 최남선은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이라 칭하며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 로마의 이리처럼 조선에서 신성한 동물의 첫번째가 호랑이"라고 했다.이러한 호랑이도 현실세계에선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잦았다. 호환이 잇달자 조선시대에는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전문 병종을 두어 호랑이 포획과 살상을 독려했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는 '해수(害獸) 10년 사살계획'을 세웠다.이렇게 해서 한국 호랑이는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기록을 끝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하지만 호랑이의 혼은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적지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는 경인(庚寅)년, 백호랑이 해다. 산중군자(山中君子)라 불리던 호랑이처럼 늠름하고 슬기로룬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 문화일반
  • 조상진
  • 2010.01.01 23:02

[벽을 허물자] ⑤문화- 장르간 열린 교류가 발전 이끌어

가장 잘 어우러질 것 같으면서도 화합하지 못하는 곳이 문화예술 분야다. 예술가가 자기 예술에 대한 철학과 믿음이 없을 경우 예술이라는 쉽지 않은 길에서 스스로 존재하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이 철학과 신뢰가 때로는 고집으로 작용해 외부와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한국 문단사를 이끌어 온 전북 문단. 그 중심에는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가 있다. 2000년대 들어 함께 '문인 친선 바둑대회'를 열고 '석정문학제'에 힘을 보태는 등 두 단체의 교류가 부쩍 활발해졌다. '전북 문단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이후 두 단체가 소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전북문학관 건립과 운영권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촉을 세우고 있는 듯 하다.전북 서예계는 한 때 갈등의 골이 깊었다. 서예인들이 어느 단체에 소속됐느냐가 일정한 계파를 형성하게 됐던 것. 전북서단이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한국서예협회, 한국서예가협회로 나뉘어지면서 주도권 싸움이 됐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까지 얽혀지면서 난맥상이 됐다.일부에서는 신생단체가 실력없는 사람에게 초대작가를 부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또다른 곳에서는 일부단체가 독식을 하면서 전북 서단의 위계질서를 임의대로 조정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올해 서예비엔날레가 '소통'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와 전시'새로운 사조를 꿈꾸다'는 실력 위주로 전북 서단을 정리, 계파를 떠나 유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었다.계보와 유파가 분명한 국악에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제자가 다른 스승에게 가 공부할 경우 스승에게 밉보이는 건 공공연한 사실. 판소리의 경우 동편제가 중심인 전북에서 다른 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소리꾼들을 발을 붙이기 조차 힘들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계보와 유파가 다른 소리꾼들이 한 자리에 선다는 것은 꿈과 같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는 물론, 민요와 무용, 기악 등의 명인명창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송년소리나눔 '광대의 노래'를 시도했다. 일부에서는 명인명창들의 서열을 따지지 않고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전통예술에 대한 권위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공연을 준비한 양승수 전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은 "장르의 계보와 유파에 따라 갈등이 심했던 전통공연예술이 한무대에 서면서 국악이 새롭게 재편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서로 다른 장르간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더 강화해 차별성을 띄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도제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전통예술 분야에서 스승을 필두로 계보와 유파간 갈등이 심할 수 밖에 없지만, '불통(不通)'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예술 분야의 발전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0.01.01 23:02

[전북의 미래 문화를 말하다] 전북 문화콘텐츠의 강점은?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 도시마다 문화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다.도시마다 문화콘텐츠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니 한 도시가 자랑하는 문화콘텐츠가 다른 도시와 겹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전북의 문화콘텐츠는 다양성과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순수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다양성이란 획일적인 하나에서 파생된 문화콘텐츠가 아니라는 것.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는 "문화적 기반과 지형이 다르다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자연, 예술, 음식 등 몇가지만 봐도 전북지역 문화콘텐츠가 가진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양성이야말로 차별화된 콘텐츠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양성에서 찾아지는 독창성에 대한 기대다.전북 문화콘텐츠가 지닌 원석으로서의 가치는 현재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문화콘텐츠 발굴과 개발을 재촉하는 시각이다. 지금까지 신라문화가 더 부각돼 왔다면 전북에는 그 보다 더 찬란한 마한·백제 문화가 있다. 또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을 생각한다면 향후 폭발적 가능성을 지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박태건 문화전문객원기자는 "전라북도 차원에서 선차적 순위를 정하고 중점지원할 필요가 있다. 집중투자가 아닌, 어리버리하게 자본이 투입될 경우 오히려 되살리기 힘들 정도로 문화콘텐츠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등 많은 문화산업의 장르에서 기본 콘텐츠로서 사용되고 있을 만큼 활용의 범위가 넓고 깊은 문학텍스트가 풍부한 것도 전북 문화콘텐츠의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전북 출신 작가, 전북을 기반으로 혹은 소재로 활동을 펼친 작가들의 숫자는 다른 시·도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넘쳐난다. 그런 점에서 전북은 문화콘텐츠의 원(原)소스로서 중요한 문학 관련 텍스트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편이다.공연과 전시 예술 분야 역시 양적·질적으로 우수하다. 각 분야별 예술장르들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된다면 윈-윈(win-win) 효과가 클 것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10.01.01 23:02

[전북의 미래 문화를 말하다] "미래의 전북 먹여 살릴 신성장산업"

【 문화콘텐츠란 문화의 원형이나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 매체에 결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과정이다. 최근에는 문화콘텐츠의 '순수한 의도'가 문화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상업적 속셈'까지 채워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그런 점에서 장예모 감독이 만든 '인상(印象) 려강(麗江)쇼'는 점잖게 돈을 버는, 문화콘텐츠가 문화산업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운남성의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소수민족의 삶이 보여주는 '인상 려강쇼'는 600여명의 출연배우 모두가 현지 소수민족들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대규모 공연에 장치라고는 간단한 무대와 자연광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관광객들은 화려하지만 뻔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대신 꾸미지 않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문화산업은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흔히 '미래산업'으로 통한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은 지역적·계층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 될 수 있다.그러나 지역에서의 문화산업은 아직까지 축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 때문에 문화콘텐츠 발굴은 문화산업으로 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로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콘텐츠의 생산을 넘어서는 다시 그 자체의 질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으로 문화콘텐츠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의 재료가 되는 문화적 자원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전북일보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전문객원기자단을 위촉, 지난 6월부터 <전북의 문화콘텐츠 50>을 선정해 오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문화콘텐츠로서 발전시킬 수 있는 혹은 발전시킬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의 원형과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자는 취지다.새해를 앞두고 <전북의 문화콘텐츠 50>을 연재하고 있는 문화전문객원기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전북의 문화콘텐츠가 문화산업으로 이어져 전북의 미래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문화콘텐츠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문화콘텐츠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문화콘텐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신귀백=기본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문화자원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널리 알리고 그것을 향유하는, 처음에는 '텔링(telling)'이지만 나중에는 '셀링(selling)'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또 지역에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지역민을 묶어낼 수 있는 일종의 끈이라고 생각한다.△양승수=하지만 문화콘텐츠를 무작정 팔아먹자고 대하기 시작한다면 문화가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양분으로서의 가치는 휘발될 수 있다. 당장 그 자체로는 셀링이 되지 않더라도 다른 장르를 파생시키거나 100년, 200년 후의 문화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콘텐츠를 단순히 문화상품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전북의 문화콘텐츠 50>을 취재하면서 문화콘텐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이경진=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의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핵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북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기획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간다는 것은 의미있는 시도다. 기존 콘텐츠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개발의 의미',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새롭게 발견하는 '발굴의 의미' 둘 다를 찾을 수 있었다.△최기우=전북에 셀 수 없이 많은 문화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예를 들어 14개 시·군에서 대표음식 서너개만 꼽아도 벌써 50여 개가 넘는다. 전주만 해도 그렇다. 전주콩나물국밥, 전주비빔밥, 전주한정식, 가정식백반, 오모가리탕 등 전주가 자랑하며 내놓을 수 있는 음식과 음식문화는 숫자를 세다가 숨이 찰 정도다.△신귀백=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가 많았다. 전국적으로 알아줄 만한 것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 기획에 대해서는 특히 블로거들의 관심이 많아 우리 기사가 일종의 '퍼나르기' 되는 경우가 많았다.△박태건=문화콘텐츠야 말로 우리 전북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콘텐츠를 너무 학술적이고 교양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문화콘텐츠는 무엇보다 생활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생활과 유리된 콘텐츠는 전시성에 불과하다. 아무리 판소리가 좋다고 돈을 쏟아부어도 일반 대중들은 트로트 가수 공연에 몰려간다. 그렇다면 트로트의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콘텐츠 선정에 있어 대중적 합의가 중요하다.-취재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현장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였는가.△박태건='물건을 만들면 10명이 먹고 살지만 문화는 100명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취업을 하지 못한 인문대나 지방대 졸업생들에게 기술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문기사를 보며 "대통령님, 정말입니까?"라고 묻고 싶었다. 이런 정부가 문화콘텐츠에 대해서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마찬가지로 전라북도에는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이경진=과거 같았으면 무시했을 것들도 콘텐츠로 이어내는 등 각 시·군마다 웬만한 콘텐츠에는 거의 다 손을 대고 있었다. 문제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자치단체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대부분이 지역 개발 전략과 연계시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 많은 것 같았다.예를 들어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개발 과정을 보면 하드웨어적인 것을 먼저 정비한 후, 사람들이 몰리면서 나중에 그 안에 들어가야 할 콘텐츠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주의 차이나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차이나타운이 대대적으로 형성된 곳이 없다. 왜 그런지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민 없이 이상한 문 하나 만들어 놓고 중국집 두어개 있다고 해서 차이나타운이라고 한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오히려 웨딩거리나 금은방거리로 더 통하지 않는가.△최기우=취재하면서도 느꼈지만 전라북도와 전주·남원·정읍·고창 등 몇몇 시·군은 문화마인드가 꽤 높은 편이었다. 반면 문화마인드나 문화적 상상력이 전무한 시·군도 꽤 있었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공약사항이나 문화관련 예산, 축제와 문화유산 등 관광자원 관리와 홍보 등을 살펴보면 금세 답을 알 수 있다.-최근 각 자치단체마다 문화콘텐츠 개발을 도시 발전의 원동력을 삼고자 한다.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자치단체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최우중=문화콘텐츠는 미래의 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소소하게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일본 나라현의 '나라 천도 1300년'을 기념하는 캐릭터 '센토군(SONTOKUN)'은 10억엔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한다.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작은 아이디어가 도시 이미지 결정과 더불어 엄청난 수입을 가져다 준 것이다.△박태건=전북의 향후 발전 동력을 문화콘텐츠로 정해놓기만 했지, 실제적인 노력은 덜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즐비한 백반집 반찬 중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심하게는 밥상 위에서 오래돼 말라버린 반찬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 현재 우리의 문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콘텐츠화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에서 전담지원팀을 꾸려 민간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 분명한 자기 기준 없이 무조건 '돈 되는 것은 선'이라는 저급한 인식이 문화행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최기우=문화콘텐츠를 계발하기 위해서는 '문화원형'을 발굴해야 한다. 문화원형이란 고유성과 정체성을 의미하는 '본디 모양'으로서의 '원형(元型)'을 의미한다. '틀'이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르게, '본디 모양'은 여러 모습이 나올 수 있는 다양성의 근거이며 동시에 다양성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전북은 우선 문학을 중심으로 문화원형 계발과 개발 방안을 연구하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길 바란다.또 해외 시장을 논하기에 앞서 국내 시장에서의 활성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양승수=콘텐츠간의 연결성이 적은 것 같다. 콘텐츠들이 저마다 다른 것 같아도 내부적으로 보면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주 입구에 있는 월드컵경기장만 봐도 부채와 가야금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가.어떠한 특정한 문화권역이나 지리권역을 둘러싸고 있는 시·군이나 유관기관들로 구성된 회의체가 있어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신귀백=고스톱은 경쟁만 있는 것 같지만 협동도 필요하다. 고창은 군단위어도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 시·군 안에서도 콘텐츠간의 연결 시도가 적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전주만의 문화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가맥집이나 막걸리집에 전주에서 촬영된 영화 판넬을 걸어준다면 영화의도시로서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필요하다면 시·군을 넘어서도 문화콘텐츠간의 연계도 유용할 것이다.△최우중=지역의 문화적자산은 우리라는 공동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자산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세심한 자료수집 등 일련의 조직화 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것이 발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과정은 무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욕심만 앞세우고 있는 것 같다.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콘텐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천천히 다져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전북의 문화콘텐츠 50>이 전북의 사투리를 시작으로 콩쥐팥쥐 설화까지 벌써 36회를 넘겼다. 앞으로의 기대와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신귀백=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문화콘텐츠화하는 데 있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또 문화콘텐츠 발굴이 전주 중심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어 다른 시·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박태건=우리 기획이 마치 문화전문객원기자 개인이 풍물기행하듯 소개한 것으로만 끝날까봐 걱정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자료를 체계화하고 논의할 후속기구가 필요하다. 특히 이슈가 됐던 문화콘텐츠들은 따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적관리할 필요가 있다.△최우중=각 문화콘텐츠간의 연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까지의 보도는 전북의 문화콘텐츠들을 단순히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구슬이 서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러한 것을 서로 연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안, 즉 꿰는 작업도 필요하다.△최기우=문화콘텐츠로서 부각시키고 싶었지만 이미 사라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을 대할 때면 가슴이 아팠다. 여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10.01.01 23:02

[노노 청춘] '희망나르다' 문화공연단

문화공연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나눠주는 노인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올 4월 전주시노인복지병원에서의 첫 공연봉사를 시작으로 차가운 추위도 따뜻하게 녹여줄 공연봉사를 벌이고 있는 주인공들은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희망나르다'문화공연봉사단.희망나르다 문화공연봉사단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는 노인들의 바람을 봉사단 명칭으로 담아냈으며, 재능을 지닌 노인들이 의미 있는 여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노인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구성됐다.이런 문화공연봉사단은 우리춤·기타·하모니카 연주·시조·민요·가요장단·한국무용·댄스스포츠·인형극 공연팀 등 모두 9개팀에 86명의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문화공연봉사단 노인들은 복지관 내 각각의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속적이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문화공연에서 소외된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노인들이 모여 구성된 봉사단은 올 한해 모두 55차례에 걸친 문화공연을 통해 소외된 이웃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희망나르다 문화공연봉사단의 활동은 공연봉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 노인, 전북지역 노인들의 즐겁고 행복한 여가활동과 노인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기자가 문화공연봉사단을 찾아간 지난 29일 전주 효자동 양지노인복지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지난 23일부터 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해야할 복지관이 왁자지껄했다.복지관에서 탁구와 당구 등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해 나온 노인들 사이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거나 화려한 댄스스포츠 복장을 갖춘 문화공연봉사단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들을 따라 올라간 3층 복지홀에서는 봉사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너무 연습에 몰입한 나머지 손님이 찾아온지도 모른다.방학 중에도 봉사단원들이 이날 복지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까닭은 멀리 중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날 복지관을 방문한 중국 강소성의 여행사 관계자들은 전북도가 한·중 노인교류상품으로 개발한 전북의 노인복지관과 노인들의 여가문화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왔다.오전 11시 문화공연봉사단이 준비한 민요공연·한국무용·댄스스포츠 공연이 차례로 진행되자 양지노인복지관 복지홀의 열기가 뜨거워진다. 봉사단은 얼굴에 맺히는 땀을 닦을새도 없이 공연을 통해 우리네 우수한 노인들의 여가문화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세계 속에 알리고 있었다.이처럼 봉사를 통한 기쁨과 세계 속의 우리네 노인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희망나르다 문화공연봉사단. 봉사단에 참여한 노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한국무용을 하는 김월순씨(73·전주 서신동)는 "한국무용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무용을 통해 나 혼자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또 "시설을 찾아가면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년에 시작한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면서 "자주 찾아뵙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복지관에서 국악을 배우다 작지만 남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봉사단에 참여했다"는 민요팀 최승씨(68)는 "몸이 아파 요양병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문화공연 봉사를 하러 다니면서 오히려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툴지만 우리의 공연을 보고 흐뭇해 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면서 "지속적으로 나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노인들이 겪는 문화 소외를 풀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양지노인복지관 이송이 사회복지사는 "희망나르다 문화공연봉사단은 노인이 노인을 돕는 활동의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복지관에서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고 자랑했다.

  • 문화일반
  • 박영민
  • 2009.12.3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