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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보는 세상] 자연풍경담은 블로그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갈망한다. 산과 바다, 풀내음이 가득한 곳에서 심신을 달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현대인들의 로망이다.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블로그는 '신돌이 글방(http://blog.naver.com/sindol2000)'이외에도 많다. 시간만 있다면 무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컴퓨터 모니터를 켜라! 자연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정보의 바다로 빠져보자.'기다림은 설레임이고 희망이다(http://blog.naver.com/ssolonsun)' 주인장 '풍경소리'는 전국 팔도의 자연풍경부터 자신의 여행스케치를 고스란히 담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자연의 멋과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덤으로 전국 관광지와 맛집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따뜻함이 숨 쉬는 곳(http://blog.naver.com/saw4242)'은 하늘과 땅, 산, 바다 등 자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는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너랑나랑이 주인장이다. 해 지는 노을,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등 자연을 담은 사진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주옥같은 시와 글이 함께 담겨져 있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또 연인, 가족 등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일일이 정리해 놨다.'자연, 여행, 그리고 삶(http://blog.naver.com/ichmount)'의 주인장 '방랑자'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포토에세이, 자연풍경, 문학기행, 여행 등 주제별로 나눈 폴더를 클릭할때마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한 카드회사 CF인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 문화일반
  • 신동석
  • 2010.01.22 23:02

문학과 미술이 동행하는 제주 기행

문인, 화가들과 함께 제주도 길을 걸으며 문학과 미술, 녹색 자연의 정취를 두루 만끽할 수 있는 기행이 마련된다. 문학사랑(이사장 김주영)과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 진에어(대표이사 김재건)는 이달부터 6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녹색문학미술기행'을 진행한다. 온누리여행사(대표 인치관)가 주관하는 이번 기행에는 소설가 윤후명, 김주영, 박상우, 성석제, 박범신, 오정희 씨 등이 화가 민정기, 이인, 한생곤, 최석운, 안종연, 서용선 씨 등과 각각 짝을 지어 동행한다. 이들은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기행', '녹색을 마중하는 기행', '웃음이 있는 기행' 등 각각의 테마에 맞춰 참가자들과 문학미술강연, 사생대회와 이야기 공모, 미술관 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할 예정이다. 30일 떠나는 첫 회 기행은 중견 소설가 윤후명 씨와 서양화가 민정기 씨의 동행으로 부모와 함께 새해의 새 각오를 설계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참가자들은 2박3일에 걸쳐 제주올레 1, 7, 12코스를 함께 걷고 이중섭미술관, 생각하는정원 등을 관람하게 된다. 이와 함께 '나눔을 위한 문학미술기행'을 테마로 마련되는 6월 기행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무료로 초청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기행은 참여 작가들에게도 문학과 미술, 그리고 자연의 경계 없는 교감을 통해 작품활동에 새로운 영감을 받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후명 씨는 "평소 문학과 미술이 더욱 활발하게 접목돼 어떤 새로운 문화를 일으켜야한다고 생각해 몇몇 화가분들과 뜻을 나눠 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생각이 좀더 구체화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며 "여기에 충분히 부응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운 씨는 "십 몇 년 전에 신춘문예 삽화 작업을 한 이후 소설이나 시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며 "여러 멋진 작가 분들과 함께 작업하게 돼 벌써 설렌다"고 전하기도 했다. 참가문의는 온누리여행사(☎02-564-4442)로 하면 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0.01.21 23:02

전북 5개사업, 문화예술 지원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0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사업' 심의결과를 발표했다.전북에서는 5개 사업이 총 45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는 지난해 6개 사업 5800만원 보다도 줄어든 숫자로, 22개 사업이 3억200만원을 지원받은 2008년과 비교해 사업 숫자와 지원액 면에서 크게 줄어들었다.올해 전북에서는 총 45개의 단체 및 개인이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사단법인 남원국악협회(회장 이상호)의 '한민족 판소리 춘향전 예술공연'(해외개최 국제 및 남북교류지원)이 1500만원으로 전북지역 최고액을 기록했으며, 시인 안도현 우석대 교수(문학 창작기금 지원)와 백상웅 시인(영 아트 프론티어 지원)이 각각 1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그러나 '문화예술 정간물 발간 및 조사 연구 활동 지원' 명목으로 각각 600만원과 400만원의 지원금이 결정된 판소리학회(회장 최동현 군산대 교수)와 한국서예학회(회장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지역 구분을 대표자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전북으로 분류됐을 뿐 사실상 지역 예술단체로 보기는 힘들다.올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사업은 12개 기금사업에 총 1925건이 접수, 이 중 322건에 41억69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지난해 516건 80억3400만원이 지원된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줄어든 규모. '공연예술 창작기금지원' '시각예술창작 및 전시공간지원' '베타니엔스튜디오 참가작가지원'이 아직 심의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해 부터 문예진흥기금을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전환, 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춰 공모사업을 펼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지역 단체들의 경우 공모 단계부터 참여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기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창작오페라를 제작, 7년 연속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던 호남오페라단이 대표적인 예.또한 '문학 창작기금지원' '영 아트 프론티어지원'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참가지원' 등 예술가 개인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예술가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10.01.21 23:02

올해 전국 도서관 187개관 확충

올해 전국에 공공도서관 84개관과 작은도서관 103개관을 합친 187개관이 확충된다.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인구는 지난해(698개관 6만9천800명)보다 6만2천500여명으로 확대하게 된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위원장 김봉희)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09~2013) 중 2010년도 시행계획을 19일 확정ㆍ발표했다. 이번 시행계획은 2008년 8월에 수립된 국가 도서관정책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09~2013)'을 기반으로 30개 관련 중앙행정기관과 16개 시ㆍ도가 수립해 제출한 안을 아울러 고려해 도서관정보정책위에서 심의ㆍ조정해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공공도서관 숫자와 1관당 봉사대상 인구는 이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2013년도에는 전국 900개관에 5만명 선이 된다. 나아가 전국 공공도서관 장서는 2010년에 예산 498억원을 투자해 591만여 권을 확충함으로써 전체 인구 1인당 장서수를 1.4권으로 개선하게 된다. 더불어 학교도서관을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수ㆍ학습의 거점공간으로 육성하고자 2010년도에는 학교 기본운영비의 3% 이상을 자료 구입비로 반영해 학생 1인당 장서수를 14권으로 확대한다. 국군 장병을 위한 병영도서관 장서 확충을 위해서는 49억원을 들여 장서를 85만권(지난해 80만권)으로 늘린다. 공공도서관 전문인력 확충 및 재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전국 공공도서관 직원 중 사서직 비율(지난해 43%)을 48%로 확대하고, 16개 시ㆍ도 공공도서관 사서인력은 206여 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도서관 종합발전을 위해 2010년도에는 국고와 지방비, 그리고 민간부문 투자를 포함해 총 7천246억원을 투자한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총 1천113억원을 투자하기로 함으로써 지난해에 이어 투자액 기준 연속 수위를 차지했으며, 중앙부처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786억원)와 교육과학기술부(260억원), 국방부(53억원) 순이었다. 도서관정보정책위는 이번 시행계획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매년 각 중앙행정기관 및 시ㆍ도의 연도별 시행계획 추진실적을 점검해 다음 연도의 시행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0.01.20 23:02

어려운 이웃 보듬는 행복공간 만든다

재뜸마을에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문화공간 싹(대표 채성태)이 서신초교 교문 맞은 편에 '우리 마을 꿈꾸는 도서관'과 '문화공간'을 꾸려 주민과 주민, 마을과 마을을 공동체로 잇는 작업에 나선다.'우리 마을 꿈꾸는 도서관'은 문화공간 싹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책 모으기 운동의 결실. 마을 주민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 운동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구로 확대됐다. 출판사인 중앙북스, 문학나눔 등에서도 온정의 손길을 보내면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들이 많이 모아졌다.채성태 대표는 "재뜸마을엔 지역아동센터가 없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한부모·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방과 후 갈 곳이 없다"며 "아이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접목시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은 서신초교 운영위원들이 맡아 특별한 놀이터로 꾸릴 예정.'문화공간'은 40~60대를 위한 문화다방을 지향한다. 70~80년대 밥벌이 하느라 정신없었던 이들은 90년대를 지나면서 여러 가지로 문화적 단절감을 맛봐야 했던 세대다. 문화공간 싹은 이들의 문화욕구를 되살리고자 작가들과 함께 전시와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기관과 연계해 노년층의 소일거리도 제공하고, 이들이 만든 아트상품 판매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문화공간싹은 주민들을 만날 대학생 자원봉사단도 따로 꾸리기로 했다. 주민들이 지역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동체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소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이번에 출간된 「우리 마을 좋은 마을」은 그간의 결과물을 모은 책. 아트 마켓을 통해 문화공동체적 쉼터를 만드는 '장고개에서 만나요!', 주민들이 자주 지나치는 주차장 벽면에 좋은 글귀를 적어놓았던 '우리는 행복합니다', 매주 한 차례 주민들에게 보내는 '아침편지', 사업 결과를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예술축제 형태로 담아내는 '떠오르는 재뜸마을! 문이 열리다!' 등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의 활동이 빼곡히 담겼다.채 대표는 "재뜸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 5년이 됐는데, 그간 만났던 동네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돌아와 힘을 보태고 있다"며 "내 이웃의 소중함을 알아가며 사람이 힘이 되는 한 재뜸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0.01.19 23:02

"세계 최대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

경기 화성시에 조성될 예정인 유니버설스튜디오 리조트의 사업 선포식을 위해 방한 중인 토머스 윌리엄스 美 유니버설스튜디오 파크 앤 리조트(UPR) 회장은 1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예방, "한국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회장은 이날 문화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착공식 때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직접 참석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고 배석한 문화부 직원이 전했다. 유 장관은 한국도 영화에서 두각을 보이는 나라라는 점을 소개하고 화성에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조성되면 주변 공룡화석알 유적지와 연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창적인 테마파크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3년말께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완공될 예정인 유니버설스튜디오는 2조9천여억원을 들여 테마파크, 워터파크, 콘도 등을 갖춘 체류형 복합리조트단지로 꾸며질 예정이며 규모는 435만㎡로, 미국 올랜도(180만㎡)나 LA(169만㎡)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2배가 넘는다. 사업 선포식은 19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유인촌 장관, 윌리엄스 UPR 회장, 투자사로 참여하는 포스코건설, 부지 소유주인 수자원공사 등 16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0.01.19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30번 국도에 깃든 詩心

이중환은 사람 살 만한 곳을 찾는 탐구생활 『택리지』에서 변산을 일러 '길이 은자가 깃들어 살만한 곳'이라고 상찬했다. 이제 왼쪽에 바다를 두르고 30번국도를 돌아보자. 변산반도, 아름답다. 아름다우니 묵객이 들고 문장을 남긴다.'쳐다보고 절하고 싶은 곳이 금강산이라면, 끌어다가 어루만지고 싶은 곳이 변산반도이다.' 라고 그 풍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 이는 육당 최남선이다. 그로부터 80년 후, '30번국도'를 산문으로 예찬한 이가 있으니 소설가 윤대녕이다. 산문집『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에서 그는 '비 내리는 30번 국도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썼다. 윤대녕처럼 곰소에서 장을 본 후에는 염전에 들러 사진을 찍으며,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을 노래한 이문재의 「소금창고」를 읽어도 좋으리라.내소사를 그냥 지나치랴. 1925년 한용운 선생이 다녀간 후, 백학명 스님이 주지를 맡고 후에 해안선사가 '은산철벽(銀山鐵壁)'의 화두를 깬 내소사 앞에는 저 옛날 청년이던 소설가 이병천과 박두규 시인이 거처한 지장암이 박배엽의 위패를 안고 조용히 쉬고 있다. 내소사가 거느린 청초한 암자 청련암의 저녁 종소리와 함께 송진우 김성수 여운형 선생이 공부하던 자리에 올라 곰소만의 뻘밭과 그 앞 선운사를 안고 있는 질마재를 볼 수 있다면 그는 변산반도의 반은 본 것이리라.내소사를 나와 모항가기 전 석포리에는 소설가 윤흥길이 공부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학교는 이제 폐교가 되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밭으로 이루어진 모항에서는,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이라고 쓴 안도현의 시를 노래도 불러도 좋으리라. 여기 모항 가까운 변산면 도청리에는 농부시인 박형진이 시심을 일구고 그 뒷산에는 천연기념물 122호인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다.격포가 변산반도의 가슴이라면 채석강은 그 심장이다. 서자로 태어나 아픈 소설을 쓰고 안타깝게 죽어간 허균은 '늙어 변산에 살다 뼈를 묻고 싶다' 고 했다. 그가 칭한 율도국이라는 위도가 여기 격포에서 40분이다. '저 수만 권의 책 중/ 맨 밑에 있는 책 한 권을 빼면/ 저 책들/ 와르르 무너질 것인가'라고 시인 차창룡이 노래한 채석강을 지나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의 시인 박영근의 고향 변산면 마포리인데 우리는 그를 살아서 만날 수 없다.새우 같이 생긴 작은 하섬이 내다보이는 고사포해수욕장 등 뒤로 조금 깊숙이 들어가면 변산면 운산리에는 농부로 삶을 바꾼 윤구병 교수의 변산공동체가 저 산 안에 있다. 변산온천 입구에 서 있는 신석정 시비의 「파도」를 읊어 본 후에는 부안읍 서림공원으로 가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의 매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시인 묵객들이 변산반도를 지나면서 쓴 시들을 모으면 어디 한 권만 되겠는가? 부안에 문화원이 있을 것이고 군청에 문화과가 있다면 한 권 묶으시라. 대명리조트에 오시는 손님들과 곰소에서 소금 한 포대 사 가시는 분들 그냥 한 권씩 쥐어주면 어떨까?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1.18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39)西海 美人 '30번 국도'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두고 수많은 길이 있다. 숫자 표기는 편리의 산물이어서 그 길들에 번호를 붙인다. 그 길 중에도 미인은 따로 있다. 이 대표 미인들 중 구례 하동구간을 지나는 19번 국도는 지리산에 이르는 피아골, 화개장터, 쌍계사 벚꽃길을 거느린다. 포항에서 화진포에 이르는 7번국도 역시 미인이다. 거기 동해가 있기 때문에. 그러면 30번국도가 미인인 이유는? 당연히 그 끝에 변산반도와 서해바다가 있어서다. 숭어가 뛰노는 바다를 향해 귀를 쫑긋 내민 변산반도를 한 바퀴 돌고 정읍을 스치면 섬진강변이 나온다. 내쳐 진안 무주를 지나면 대구까지 이어져 한반도를 횡단하는 길이 30번국도다. 콘텐츠가 너무 많은 '한반도의 보석, 변산반도' 중에서 30번 도로를 따라 해안구간 '만' 들여다보았다.▲ 속도를 줄이면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이…서울에서 출발해 15번 서해안고속국도 부안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바로 30번 국도와 마주한다. 전주에서 출발했다면 동진강 휴게소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차창을 열면 여러 이정표들이 보이지만 부안을 제대로 알리는 입간판은 역시, '속도를 줄이면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가 '핫 이슈'다. 채석강에 부서지는 파도 사진은 조금 낡았어도 카피 만점이다. 서체를 조금 아름답게 하고 사진을 좀 더 임팩트한 그림으로 바꾸어 커브마다 다른 장면을 넣으면 더욱 좋을 듯. 99km에 이르는 변산반도의 미장센을 한 마디로 요약한 이 잠언에 여행자는 마음이 '터억' 놓인다.네비게이션에'격포'를 입력한 후, 30번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 더 이상 도로가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 오른 쪽으로 길을 잡으면 해창 갯벌이 멀지 않다. 여기서부터 진짜 서해가 펼쳐진다. 더 이상 바지락과 게가 살기 어려운 뻘밭과 부서진 폐선 너머로 저기 새만금 도로가 한줄기 띠로 펼쳐져 있다. 여유가 있다면 하서면 목정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 도로 끝 산 아래에 위치한 바지락죽 잘하는 집에 들러도 좋다.새만금전시관 정도는 지나쳐준다. 그래도 아쉬워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면 부안에서 군산을 연결하는 33km 새만금방조제에 이른다. 바람둥이같이 잘 뻗은 이 길이 앞으로의 해안선이라니? 직선의 국경과 직선의 해안선은 탐욕의 산물이다.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을 때 친절한 기계는 이 지점을 '군산시 옥도면'이라고 가리킨다. 다시 차를 돌려 해안을 따라 난 길을 나서면 변산해수욕장 가는 길. 여기서부터는 말 많은 기계를 꺼도 좋다. 서쪽으로 한 없이 배를 저어가면 위도가 나올 것이고 남쪽으로는 곰소만이 나올 테니.▲ '네비'가 필요 없는 해안 도로차를 내려 걷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부안군은 변산면 대항리 새만금전시관 바닷가에서 격포항에 이르는 18km '마실길'을 개발했다. 잘한 일이다. 변산 귀바퀴를 휘감아 도는 이 길을 마실 삼듯 돌아보는 곳 중 '초소길'은 서해안의 동맥인 30번 국도의 실핏줄이다. 옛날 전투경찰들이 서치라이트로 밤바다를 밝히던 초소에서 초소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다 보면 길은 바닷길로 이어진다. 바닷가 산길에서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은 변산을 걷는 자만의 특권이다.서해가 궁금해서 호남정맥에서 튀어나온 변산반도에는 이 지역만의 특산이 있다. 봄을 알리는 초병'변산바람꽃'과 희귀물고기'부안종개'가 저기 변산의 울창한 수림과 깊은 계곡에 산다. 한 달에 두 번씩 바다가 갈라지는 하섬을 마주하는 그 이름도 고상한 고사포해수욕장을 지나면 말이 필요 없는 격포 그리고 채석강이다.▲ 방파제에 시비를 세우면?적벽강과 채석강, 강이 아닌데 왜 강이라 했을까? 간단하다. 옛사람들은 큰 물을 강이라 했다. 누구는 채석강을 책석강이라고도 한다. 해안절벽이 바닷물에 침식되어 책을 쌓아놓은 듯해서 인 것 같다. 무심한 돌의 이미지에서 만 권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기를 내비친 것 아니겠는가? 자연이 준 무늬가 삶의 무늬로 연결돼 묵객의 시심을 일으키고 종내는 문화로 꽃 피우는 지점이다. 지구과학통신에 의하면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 지층(약 7000만 년 전)이란다. 저기 등대에 이르는 시멘트길에 변산반도를 예찬한 시들을 모아 시비(詩碑)길을 만들면 어떨까?중국 황주의 적벽강처럼 해안 절벽과 바위들이 붉은 색이어서 그 곁을 적벽강이라 부른다. 황주가 소동파의 시무대였다면 이곳을 노래한 한국의 작가들이 써 놓은 글들만 모아도 저기 절벽의 키를 넘을 것이다. 누구는 절벽 형상이 사자머리라고도 하는데 바닷물이 빠졌을 때 건너가는 암반 너머 해수욕장으로 이르는 길을 여인네와 함께 거닐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연애초짜나 다름 없다.바다지킴이 개양할미 사시는 수성당(水聖堂)에 절하고 격포를 나오면 부안 영상테마파크가 지척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통한 부안의 접근성을 먼저 눈치 챈 사람들은 바로 서울의 영화와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왕의 남자>는 말할 것 없고 김명민의 출세작 <불멸의 이순신>도 이 부근에서 촬영되었다.▲ 핸드폰마저 끌 수 있는 길솔섬을 아시는가? 도청리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 차를 세우고 삿갓보다 조금 큰 솔섬에서 낙조를 만났는데 카메라가 없다면 낭패다. 해풍에 휘어진 소나무와 해넘이 그리고 곰소만을 떠나온 날아가는 철새를 붙들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사진작가다.모항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왕포는 또 어떻게 하고? 애인이 있다면 들러야 겠지만 없다면 곰소만을 오른 쪽에 두고 달릴 수밖에. 곰소 가기 전 잠깐 30번국도를 버리고 내변산 안쪽으로 들어가면 내소사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7번국도에서 끄지 못한 네비게이션 아니 손전화마저 꺼 두고 싶은 길이다. 수령 100년의 전나무 수백 그루가 양쪽으로 늘어선 내소사 경내로 이르는 숲길은 변산반도의 절정이다.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을 향한다. 곰소항의 좌판 좁은 골목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곰소항에서 회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일염을 생산하는 곰소염전 앞에 서면 멀리 '늙은 산의 명상하는 얼굴(신석정 시)'이 염전 소금물에 담기는데 그냥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된다. 타르를 칠한 두꺼운 판자로 만든 몇 채의 소금창고가 익숙하게 느껴진 사람은 집에 가서 박신양과 이미연이 주연한 영화 <인디언 섬머>를 다시 보시라.염전에서 한 커트 하고 눈보다 하얀 소금 한 포대 차에 싣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황석영의 「장길산」에 나오는 반계 유형원의 유배지가 있고 조금 더 가면 강진과 함께 조선 청자의 연원인 유천도요가 나온다. 여기 변산반도가 끝나는(아니 시작되는) 영전사거리 쯤에'변산반도에 오시면 네비게이션을 꺼도 좋습니다'라는 안내판을 세우면 어떨까? 30번국도에서 네비게이션과 핸드폰을 모두 잠재우고 속도를 죽이면 변산반도의 추억이 내소사 전나무 숲처럼 오래도록 향그로우리라.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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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8 23:02

[미국 도시공원을 가다] ②샌프란시스코·오렌지카운티

▲ 샌프란시스코 크리시필드자원 재활용과 환경, 역사의 박물관이자 교육장! '크리시필드'에 들어선 첫 느낌은 거대한 공원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센터였다.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앞 유명한 관광지인 알카트라즈 섬을 바라보면 오른쪽 해변에 광활한 녹색공간이 눈을 사로잡는다. 미국 최초의 군용 비행장 '크리시 필드'(Crissy Field)를 공원화한 프레시디오의 북측 해변 공간이다.한때 군사 폐기물과 쓰레기, 기름이 가득하고 악취가 진동하던 이 땅에 기적이 일어났다.연방정부의 국립공원관리국(NPS)과 민간단체인 프레시디오트러스트(Presido Trust), 샌프란시스코 지역 주민들이 고급 주거단지 개발안을 좌절시키고, 아름다운 염습지를 간직한 자연생태계로 복원해 후세에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시민들은 해변과 접한 이곳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활짝 열린 공간(오픈 스페이스)으로 조성하길 갈망했다. 복원작업은 1998년부터 시작됐다. 곧장 '삽질'부터 하지는 않았다. 7년간 주민의견 등을 수렴해 철저한 계획과정을 거쳤다. 건설은 2~3년 만에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골든게이트파크컨저번시와 같은 수많은 민간단체가 손을 잡았다.시민과 부유층, 기업도 힘을 보탰다. 의류업체인 '리바이스'를 창업한 가문이 개인재단에서 1천600만 달러를 출연하면서 동력을 얻었다. 샌프란시스코공항도 35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크고 작은 시민들의 뜻이 모였다. 기부금 규모는 3천400만 달러를 넘어섰다.크리시필드는 염습지를 복원한 자연구역, 문화구역, 휴식구역 등으로 나뉘어지는 공원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건물의 보존 여부도 결정됐다. 국립공원관리국(NPS) 리치 와이드만 공보관은 "모든 건물을 철거해버리면, 후손들이 이 땅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 역사성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땅이 갖고 있는 원래의 역사와 DNA를 남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8만 7천t의 쓰레기와 5천t에 달하는 해변쓰레기가 치워졌으며, 남아 있는 건물은 '크리시필드센터'라는 교육관과 기념품판매점 등으로 바뀌었다.공원 복원을 주도한 골든게이트파크컨저번시 벤 하우드 사무국장은 "해변에서 거의 멸종됐던 생태계가 복원돼 희귀생물종이 다시 출현하기 시작했다"며 "매년 2만 명의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복원 과정을 살펴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들의 요구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를 남겨둔 유연한 공원조성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공원의 보행로는 비가 와도 질퍽이지 않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송진가루 등 자연재료를 섞어 만든 길로 조성돼 있었다.골든게이트파크컨저번시가 직영하는 '휴게소'(Warming Hut)에서는 유기농 음식과 함께 신문, 자동차번호판 등을 재활용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은 친환경 제품을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수익금은 전부 공원관리·운용 기금으로 들어간다.교육 및 홍보관으로 운영 중인 크리시필드센터에선 공예 등산 요리 음악 춤 정원관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모든 프로그램은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삶, 환경, 보존이라는 가치와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카운티 그레이트 파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 '어바인'이 푸른 꿈을 꾸고 있다. 도시 면적의 40%가 녹지인 '숲의 도시'인 어바인은 곧 미국 내 최대 공원이 될 '오렌지카운티 그레이트 파크' 개장을 앞두고 있다.1942년 문을 연 어바인의 해병대 비행기지 '엘 토로'(El Toro·스페인어로 황소)는 1993년 폐쇄가 결정됐다. 그로부터 10년간, 어바인시를 포함한 오렌지카운티 주민들은 전쟁을 치렀다. 국제공항과 대규모 공원 개발 등 '엘 토로'의 사후 활용 방향을 놓고 여러 이해 관계집단이 충돌하면서 끝없는 논쟁과 소송으로 이어졌다.결국 지난 2002년 주민투표 끝에 공원과 주거지, 상업지역이 복합된 공간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21세기의 첫 도시 대공원을 만들기로 작정한 시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거쳐 15개 업체가 손을 잡은 하버드대 '켄 스미스 교수'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켄 스미스팀은 5년간 공원 설계작업에 매달려 지난해 모든 디자인을 완성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그레이트 파크 건설 현장. 지난 2003년 어바인시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그레이트 파크조합(Great Park Corporation)과 미국 굴지의 주택건설업체 '레나(Lennar)', 마스터디자이너인 켄 스미스가 이끄는 공원 설계사와 기술자들의 컨소시엄 '그레이트 파크 디자인스튜디오' 소속 핵심 실무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역주민을 위해 공원을 '개발하고(develop), 운영하고(operate), 보존하고(preserve), 보호하는(protect) 것'이 주요 임무"라고 입을 모았다.레나사는 2005년 시가 진행한 공개 경매에서 기지 '엘 토로'를 총 6억 5천만 달러를 들여 사들였다. 오렌지카운티와 어바인시는 주택 9천500세대와 상가를 지어 분양하는 개발권을 그들이 갖는 대신 기지 전체의 28%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할 것과 그레이트 파크 설계 및 조성비용 2억 달러를 쾌척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연방정부와 어바인시, 레나사는 공원 개발을 위한 민·관 파트너십을 형성했다.레나사 소속으로 '그레이트 파크 이웃들'(Great Park Neighborhoods)부회장을 맡은 캐롤 슈뢰더 볼트씨는 "향후 레나사가 지은 건물에서 나올 세금 2억 달러도 공원 개발비용으로 사용된다"며 "주민들이 내는 세금은 일절 공원에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레이트 파크는 '재활용'과 '보존'을 큰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활주로와 기지를 부순 뒤 나온 콘크리트와 자재들은 공원 경사면이나, 실개천과 벤치 주변에 재활용됐다. 그들은 "처음부터 활주로와 군 막사 등의 건물에서 나오는 건축 자재는 모두 재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그레이트 파크 디자인 스튜디오' 샘 올레바토 홍보담당관은 "기지의 혼이 서려 있는 조종사 대기실은 예술 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며 "캘리포니아 농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100에이커에 달하는 농지도 그대로 활용한다"고 소개했다./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취재 =박세익·이병철 기자(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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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8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시간의 종말' · '풀 하우스'

먼저 율곡의 「격몽요결」을 보자.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뭘 모르는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주요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아주 짧다. 또 그 중 제사(祭祀) 같은 내용은 요즘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의 기본 등에 대한 선언적 정리는 조선 최고의 학자이자 관료였던 율곡 선생의 풍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본문에서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接人)'의 한 구절을 따왔다.시간에 대한 저술은 많이 있다. 역사학자라는 직업 때문에 평소 시간의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사 모았는데,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책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명불허전(名不虛傳), 괜히 이름이 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스티븐 J 굴드와 움베르토 에코의 글이 들어 있는 「시간의 종말」을 골라보았다. 본문 글과 직접 상관은 없지만, 계발성이 높다. 뭔가 깨달음을 주는 글이라는 말이다. 굴드와 에코 외에 다른 두 편의 글이 있는데, 나는 별로 재미나 깊이를 느끼지 못했다.굴드는 「풀하우스」를 통해 작년에 소개한 적이 있다. 「시간의 종말」에서도 굴드는 시간의 층위를 예의 발랄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로 설명하면서 독자를 즐겁게 하고 있다. 에코는 평소 읽지 않았던 학자였는데, 이 글을 통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 진보적 시간관에 대한 그의 비평은 생각하며 읽을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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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5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시간과 나이에 대한 사색

새해가 밝았다. 이 말은 '새로운 해'가 밝았다는 말이다. '찬수개화(鑽燧改火)'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해가 바뀌면 불씨를 다시 일으켜 불을 새로 피웠다고 한다. 해라는 빛, 불이라는 빛, 새해를 사람들은 이렇게 기대했었나보다.그래서 지난해 12월 31일 자정에도 새해맞이 행사로 보신각 종이 어김없이 울렸다. 그리고 새로 뜨는 해를 보려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동쪽으로 다가갔다.나도 달력을 바꾸었다. 하지만 명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해가 바뀐 것이 아니다. 입춘(立春)이 지나야 경인년(庚寅年)이 되는 것이다. 전국이 얼어붙은 날씨에 입춘 얘기를 꺼내는 게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원래 봄은 가장 추울 때 고개를 드는 법이다. 절기(節氣)를 보라.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 다음이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이다. 추운 겨울을 나고 계신 분들에게 힘내라고 알려드린다.▲ 시간 구획의 역사성2010년은 서기(西紀), 즉 서력(西曆·서쪽 나라 달력) 기준으로 셈한 캘린더다. 이를 '그레고리력'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시대에 부활절 조정을 위해 만들어진 역법이다. 달력의 사용이 곧 당시 문명의 축이 어디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 문명의 축과 지향을 '2010'이란 숫자처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물론 과거에도 마찬가지 경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 연호를 중심으로 연도를 헤아렸다. 예를 들어 '만력(萬曆) 20년' 하는 식으로. 만력은 중국 명(明)나라 신종(神宗)의 연호로,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선조(宣祖) 25년(서기 1592년)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것은 대체로 국제관계나 국가차원의 사건이나 시기 표기가 필요할 때 사용했고, 통상 '금상(今上) 5년', 즉 '현재 임금님이 재위한 지 5년째' 식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것은 간지(干支)를 쓰는 것인데, 지난해가 기축년(己丑年), 올해가 경인년 하는 식이 그것이다.어떤 분들은 중국 연호를 썼던 사례를 들어 조선 정부의 사대주의적 성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2010년' 하는 식의 '서양 연호'를 지금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어떤 연호를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문명의 교류와 축에 관한 문제이며, 사대주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고 콤플렉스일 뿐이다. 또 조선시대에는 중국 연호에 대한 의존도가 현재 한국사회 서양 연호에 대한 의존도보다 훨씬 적었다.▲ 마흔 살의 희망해가 바뀐다는 사실은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변화를 의미한다. 해가 바뀌면서 어른이 되었다며 뿌듯해하는 청소년도 있을 것이고, 내가 뭘 한 게 있나 하고 한숨을 쉬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가 바뀌면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문득 스물아홉 살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곧 서른이 되는구나 싶을 때의 절망감과 함께, 왜 하필 그때 마흔의 나를 같이 상상했는지. 스물아홉에 상상했던 마흔의 나이는 거의 암흑이었다. 아! 꽃 같은 젊음은 가고, 누구 하나 돌아볼 이 없는 나이….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마흔이 되던 생일날에 11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웃었다. 막상 되고 보니, 마흔이란 나이? 참으로 활기 있고 할 일 많고 아름다운 나이였다. 그때 쉰 넘어 예순이 다 된 아는 분께 그 얘기를 했더니, 그 분이 빙긋이 웃으며 왈, '예순 살도 그래.' 하셨다. 난 그 분의 말을 믿고 산다. 아마 그럴 것이다. 물론 젊음도 아름답다.▲ '너 몇 살이야'란 말의 기원그러나 나이에 대해 늘 좋은 기억만 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사회에서 살다보면 그렇다. 사람들 관계에서 나이를 따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세간에서 '민증(주민등록증) 깐다'는 속어를 만든 것 말이다. 이 역시 사람들은 유교의 장유유서(長幼有序)가 낳은 악습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하긴, 맹자(孟子)가 오륜(五倫)을 말하면서 '장유유서'를 꼽았으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맹자는 또 "동네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관직에서는 직급을 기준으로, 배움에는 그 사람이 쌓은 덕성을 기준으로 위·아래를 가른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맹자의 본의(本意)도 나이를 최후의 보루쯤으로 여기는 요즘의 행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물론 서로 나이를 고려한 배려가 필요한 경우는 많다. 나이가 연륜이나 경륜으로 느껴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어느 경우에라도, 우리들이 장유유서라는 유교 질서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다른 사람과 만날 때는 상대에게 따뜻하고 공경스러워야 한다. 나이가 자기보다 곱절이 되면 아버지처럼 대하고, 10살 이상 많으면 형으로 대하며, 5살 이상 많으면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가장 해서는 안 될 짓(?)은, 많이 배웠다고 뻐기는 것이며, 기운을 믿고 남을 우습게 여기는 일이다."(李珥, 『擊蒙要訣』, 「接人」, 凡接人當務和敬, 年長以倍, 則父事之, 十年以長, 則兄事之, 五年以長, 亦稍加敬, 最不可恃學自高, 尙氣凌人也)학년이나 학번을 따지는 세태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친 군대의 '짬밥'에 비교할 때 율곡의 나이 범주는 무척 넉넉하다. 5살 정도를 또래 집단으로 하고, 10살 정도를 형뻘로 분류했으니, 교유 집단을 매우 폭넓고 탄력적으로 설정한 이 율곡의 발언은 그 자체로 낯설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주고받은 편지나 시(詩)를 보면 친구가 되는 나이 폭이 넓다. 한두 살 차이는 아예 따지지도 않는다. 율곡의 말처럼 적어도 다섯 살, 아니면 열 살은 되어야 말투에서 위아래를 나누는 느낌을 찾을 수 있다.▲ 나이와 세대를 넘어이런 현상이 생기는 하나의 이유가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된다. 즉, 근대 초중등 교육의 학제와는 다른 조선의 서당(書堂)과 서원(書院)의 학제가 그것이다.조선시대 교육제도는 근대적 보편 교육이 아니다. 즉, 중앙집권국가의 정책을 이해하고 따라줄 '국민'이자 자본주의체제의 재생산에 필요한 평균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노동자'를 양성할 의무교육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배움에 대해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개인에게 제도적으로 균일하게 교육 프로그램이 강제되지 않았다.그 결과 입학과 진학 햇수에 따른 학년별 또래 및 교유집단이 아니라 느슨한 동무집단을 형성하게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입학년도부터 제각각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서당에는 발발 갓 걸음을 뗀 아이로부터 떠꺼머리 총각까지 한 데서 배웠다. 게다가 천자문(千字文)이든, 소학(小學)이든 몇 년씩 걸리기도 했기 때문에 커리큘럼의 압박도 적게 받았다. 율곡이 한 말은 바로 그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나에게는 세 군데 공부모임이 있다. 한 모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쉰여덟이 되신 어른까지 있고, 또 한 모임에는 고3에서 나까지, 또 한 모임에는 대학원생부터 역시 예순이 다 된 어른까지 참석하고 있다. 새해가 되어 나이에 생각이 미치자, 새삼 이들 나의 동학(同學),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이렇게 적어둔다. /오항녕(문화전문객원기자·한국고전문화연구원·수유너머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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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5 23:02

[음식의 비밀] (61)과메기

과메기 하면 포항, 포항 하면 과메기다.'원조 과메기'는 갓 잡은 청어를 바닷물로 씻어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해풍에 꼬득 꼬득 말려낸 것이다. 하지만 포항에는 옛날에 먹던 '원조 과메기'가 없다. 과메기 재료로 청어(靑魚) 대신 꽁치를 쓰고 있어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청어가 흔하게 잡혔지만, 1970년대엔 씨가 말랐다.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이 잡아 냉동해 들여오는 꽁치가 과메기 재료로 등장하게 됐다.본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청어 눈(目)을 뚫어 지푸라기 등으로 엮어 말렸다고 해서 '관목청어(貫目靑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조 과메기'는 청어를 반으로 가르지 않고 통으로 말렸다. 통째 만들면 '통마리 과메기'라고 하고, 배를 따고 반으로 갈라서 말리면 '배지기 과메기'라고 한다.옛날에는 과메기가 대부분 '통마리'였는데, 요즘은 대부분 '배지기'를 선호한다. 과메기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나 젊은 사람들은 기름이 적고 비린내가 덜한 '배지기'를 선호해서다.그런데 청어 과메기가 최근 다시 나왔다. 포항이 아닌 경북 영덕이다. 영덕의 작은 어촌마을 창포리 다섯 집에서 6∼7년 전부터 청어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 일부가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은 게 시초였다. 특히 귀한 손님이 오든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내놓은 귀한 음식이다. 구워도 먹고 찌개도 끓여 먹고 죽도 쒀 먹을 수 있다.청어는 몸통 너비는 꽁치의 두 배 정도다. 과메기로 만들려면 더 오래 걸리는 게 당연. 꽁치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정도 말리면 과메기가 되지만, 청어는 일주일 이상이 족히 걸린다. '통마리'로 만들려면, 보름 이상이 걸린다. '청어 통마리'는 최소 한 달에서 한 달 반은 잡아야 한다. 청어 과메기는 찰지면서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있는 반면, 꽁치 과메기는 부드럽고 촉촉하며 풍성하다. 물론 기름은 청어가 훨씬 많다고 한다.사실 창포마을 사람들이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 먹은 건 청어 알 때문이다. 양력 설부터 산란하는 청어는 이즈음 알을 밴다. 이 청어로 '통마리'를 만들면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하지만 '통마리'는 아직 맛볼 수 없다. '배지기'는 내장을 제거해 온도가 높아도 상하지 않고 마르지만, '통마리'는 기온이 0도로 뚝 떨어질 때부터 해야 한다.과메기는 김이나 월동 배추 속 위에 과메기, 생미역, 실파, 마늘, 풋고추 등을 얹어 쌈장과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동해 갯내음이 전해온다. 바다 가까운 덕장에서 말려 속살이 불그레한 게 좋은 상품. 등이 푸르고 윤기가 나며 배가 홀쭉한 것도 좋은 과메기다.과메기는 안주감으로 그만이다. 꽁치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 해독에도 좋다. 고혈압이나 간 기능 개선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건강식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0.01.15 23:02

[송영애의 식탁 위의 수다] ⑮미식가

시골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우리 전통 음식을 알고 있는 요즘 10대들을 만나면 '가정에서 밥상 교육(?)을 잘 받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을 기억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참기름 발라 소금 살살 뿌린 김을 연탄불에 구워 살짝 탄 냄새가 나는 것이 김의 참맛이다. 쌀뜨물에 무청 시래기를 쫑쫑 썰어 넣고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맛을 내 끓이면, 멸치 육수의 향이 김과 함께 모락모락 피어난다. 시래기 국의 이 맛을 아는 사람을 보면 충동적으로 음식에 대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나누고 싶어진다.맛을 아는 사람, 소위 '먹는 법'을 아는 사람을 우리는 미식가라고 한다.음식에 '특별한 기호'를 갖고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미식가(美食家)라고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호'다. 이 특별한 기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밥상 앞에서 하나씩 길러지는 것이다. 밥상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미식가는 기본적으로 우리 음식의 맛을 알아야 세계화된 음식까지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음식을 맛이 아니라 섬세한 미각(味覺)을 이용해 통찰력을 갖고 즐길 줄 아는 기억력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그렇다면, 미각이 발달된 진정한 미식가는 어떤 사람일까?타고난 미식가는 외형적으로 중간키에 둥글거나 네모진 얼굴, 빛나는 눈, 좁은 이마, 짧은 코, 두툼한 입술, 둥그스름한 턱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의 경우 통통하며 아름답기보다는 어여쁘고, 약간 비만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언제나 음식을 사양하지 않으며 천천히, 집중해서 맛을 감상하고 평가해 기억한다.반대로, 미각 쾌락 능력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은 얼굴과 눈, 코가 길며 검고 곧은 머리칼에 살이 찐 경우가 없다고 한다. 모난 얼굴에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지루해하는 표정을 비친다고 하니, 목이 짧아 맛보는 일의 쾌락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불평하던 미식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평범한 우리도 미식가가 될 수 있을까?먼저, 맛을 알고 미각을 깨워야 한다.물 한 컵에 천일염 결정 다섯 개를 넣어 완전히 녹여 마셔본다. 확실히 짠맛이 날 것이다. 그리고 점점 그 수를 줄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짠맛이 천일염 몇 개까지인지 본다.짠맛을 정확하게 느꼈다면 이제 설탕을 1티스푼에서 점점 줄여가면서 연습한다. 단맛과 짠맛을 알고 신맛까지 각각 느꼈다면, 이제 섞어본다.천일염 결정 한 개와 설탕을 소량 섞으면 우리가 그 양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까? 절대 하루이틀 연습해서 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이론상의 맛은 오미(五味)로 구분돼 입안에서 느끼고 머릿속에서 계산한 뒤 짜다, 달다, 쓰다 등의 말로 표현된다.미각은 입보다 오감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전해져 상쾌하다, 불쾌하다, 행복하다 등의 감정으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래서 미각을 깨우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며 어른이 되면 과거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찾아낸다.인간은 너무나 오랜 기억 속의 맛을 찾고 그리워하는 것 같다. 우리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옛 음식의 맛은 끝까지 찾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맛을 찾아 떠돌아야만 하는 슬픈 미식가인 셈이다.일본인들은 진정한 맛을 안다는 것은 그 맛이 뼈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맛이 뼈에 각인 된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글귀다.우리도 '우리의 맛'을 뼈에 각인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맛과 향이 강한 서양 음식을 먼저 접하다 보니 순하고 깊은 우리 전통의 맛을 담지 못한다.우리 음식의 맛을 기초로 삼지 못한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맛을 찾는 미식가가 될 지, 고민 해봐야 할 문제다./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 전주기전대학 출강)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1.15 23:02

[씨줄날줄] 스타일과 내복 - 이영진

'style : 패션이나 헤어 등 시대와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특정한 양식''스타일이라고 할 때에는 무엇을 표현했나보다 어떻게 표현했나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패션(fashion) : (…) 논리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유보다는 사소한 취향에 따라서 변한다. (…) 패션은 미학과 혁신의 틈에 있는 것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사전얼마 전 남편이 몰래(?) 인터넷쇼핑을 해왔다. 부지런하고 섬세한 멋쟁이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부츠라고나 할까. 신발끈이 재크의 콩나무처럼 끝도 없이 길고 부츠의 총길이는 발목을 넘어 무릎에 육박하는, 옆에 지퍼도 없어서 남편처럼 단순한 남성은 '절대 절대' 신을 수 없는 부츠였다. 그러나 스타일에 속고 트렌드에 속은 남편은 구두수선점에 지퍼 부착을 맡기는 또 한 번의 만행(?)을 저질렀다.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은 돈이 든다. 게다가 남편은 그 부츠에 맞는 스키니 바지를 입어야 한다기에 옷집에 가서 여러 바지를 섭렵해 봤지만 역시 40대 중년의 허약한 허벅지에는 스키니가 얼토당토 않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옷집을 나와야 하는 쓰라린 경험만 하고 말았다.도대체 결혼 전에는 촌스러움의 경계를 부지기수로 넘나들던 남편이 왜 그렇게 트렌드와 스타일에 민감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옷을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력도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스타일과 패션과 트렌드와 '간지'에 목숨을 거는 시장 논리에 낚여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본과 시장의 영향력은 온 나라의 일반인들에게 다양성을 삭제한 외모지상주의라는 독이 든 세례를 퍼부어주기도 했다.앞에서 위키백과가 말해주듯이 스타일이란 무엇을 표현했나 보다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이다.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자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렌드는 그걸 용서하지 않기도 한다. 트렌드를 벗어나면 아무리 어울려도 어쩐지 촌스러워지고 스타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트렌드의 독재시대랄까?10대에 막 들어선 조카가 멋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멋'이라는 게 어른들의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였다. 여름에는 땀 흘리며 두꺼운 옷을 입거나 겨울에는 여름옷을 입어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복은 입지 않는다.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얇은 스타킹과 핫팬츠에 그걸 가리는 길다란 면티셔츠를 입었다. 마치 티셔츠 하나 입은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엄마 아빠를 흥분하게 했다.그런데 그 모습들을 종종 거리에서 본다. 바가지 단발머리, 똥머리 등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가을 옷들을 '쑥' 빼입고 오돌오돌 떨면서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물론 청춘들이니 춥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운타운가의 10대 청춘들이여, 님들은 아직 스타일을 빚어내기에는 조금 미성숙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타일 가꾸기란 감기가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두툼한 코트가 입기 싫고 헐리웃 스타처럼 간지나게 입고 싶다면 내복을 입자. 그리고 부모님께 당당하게 외치자. "나 내복 입었어!!"자신이 원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슬프게도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그건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도 그렇고, 직업고 그렇고, 심지어는 음식도 그렇다. 아마도 삶이 그러한 것일 게다. 그리고 스타일이란 원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스타일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이 없는 시대에 나의 다양한 욕구를 대변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 이야말로 '간지나는(?)' 혁신적인 일일 것이다. /이영진(여성다시읽기모임회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1.14 23:02

또 다시 도마위 오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사단법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사장 김정호)가 '제1회 전주대사습놀이 일본대회' 개최와 관련, 행사 날짜를 실제와 다르게 해 보조금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일본대회 개최일자가 실제와 다르게 기재된 것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행부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는 8일 접수를 마감한 전라북도 '2010 사회단체보조금' 사업에 일본대회 개최 명목으로 3000만원의 보조금을 신청했다. 이 보조금은 1개 단체당 1개 사업만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추진기간이 3월부터 12월까지여야 신청가능하다.그러나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측은 2월 20일 오전 9시30분 일본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과 동경한국학교 체육관에서 개최예정인 일본대회를 3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것으로 꾸며 서류를 제출했다. 이는 일본에서 홍보용으로 배포되고 있는 전단지를 통해서도 확인가능하다.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사무국 관계자는 "보조금 신청 조건이 3월 행사부터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부 지시에 의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사회단체보조금 사업을 맡고있는 도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행사가 2월 중에 치러진다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만약 행사 날짜를 다르게 기재했다면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 사회단체보조금 사업에는 300여건이 접수됐다. 도는 1월 말 각 실과 심사와 2월 초 보조금 심의위원회를 통해 다음달 중순 경 선정 사업을 발표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10.01.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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