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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2)문인이 되는 길, 등단

김용택 시인은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시 '섬진강'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안도현 시인은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됐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 유강희 시인은 1987년 만 열아홉이란 조숙한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어떤 사회적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가리키는 등단(登壇). 주로 문단(文壇)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이른다.문학 지망생들에게 등단은 꿈과도 같은 일이다. 2006년 전북일보가 기획한 '나의 신춘문예 도전기'에 글을 쓰기도 했던 안도현 시인은 "고등학교 다닐 때 신춘문예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습작기의 문학소년한테 신춘문예는 모호하고 신비한 암호 같았다"며 "문학으로 삶의 어떤 전환점을 모색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신춘문예는 여전히 눈부시고 달콤한 유혹"이라고 말했다. 2000년 중앙일보에 시가, 2006년 한국일보에 동시가 당선됐던 박성우 시인은 "몇 번이고 고쳐 쓴 원고가 더이상 쳐다보기도 싫어질 때쯤 나는 습작 원고를 추려서 신춘문예에 응모했다"며 "이때쯤이면 입술은 터지고 혓바늘은 돋고 그렇지 않아도 살이 오르지 않던 몸은 더욱 말라깽이가 되어있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고 회상했다.등단의 방법은 여러가지다.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를 통과하거나 문학 전문지를 통해 문단에 나온다.당선을 위해 몇 천 대 일을 뚫어야 하는 신춘문예는 그 역사가 길다. 신춘문예를 처음 시행한 곳은 1925년에 시작한 동아일보. 3월 초 당선작을 발표해 명칭도 신춘문예(新春文藝)가 됐다. 전북에서는 전북일보가 1989년 신춘문예를 만들었다. 도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 발굴에 나선 전북일보는 시, 소설, 동화 부문을 운영하다 98년부터 동화 대신 수필 작품을 공모해 왔다. 2008년부터는 동화 부문을 부활, 시와 소설, 수필, 동화 등 4개 부문에서 당선작을 뽑고 있다.신춘문예는 많은 문학 전문지가 나온 현재까지도 가장 화려한 등단 코스로 꼽힌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나오고 나면 각 출판사에서 그 해 당선작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문청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선작을 위한 신춘문예 공식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일부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신춘문예 시즌을 앞두고 여름 한 철 글쓰기 특훈에 들어가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비교적 젊은 대학생들이 신춘문예를 휩쓸기도 한다.문학 전문지로 등단할 경우에는 어떤 곳을 통하느냐가 중요하다. 문학 전문지에 대한 역사성과 신뢰도, 배출 문인 등에 따라 등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며, 이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문학 전문지는 몇 편의 작품을 심의, 신인문학상이나 추천 제도를 통해 신인작가를 발굴한다. 그러나 추천 제도는 추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문학적 경향이 비슷하게 흐르면서 종속관계나 문단 파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 문학 전문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짧게는 한달 단위로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스스로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등단 여부에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책 발간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문학 전문지가 등단을 주도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출판을 통해 사회적으로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는 출판사를 통해 한번의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정받아야 진정한 작가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10 23:02

불교계, 대통령 유감 표명 "미흡"

불교계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는 미흡하다며 항의 수위를 높여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이는 범불교 대책위원회가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예정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 준비 모임을 그대로 강행할 계획인데서 알 수 있다. 이 준비 모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비롯해 대구ㆍ경북 지역 교구본사 주지와 종회의원 등이 참석할예정이라고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가 전했다.이 관계자는 "일단 동화사 준비 모임은 예고한 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준비 모임에서는 지금까지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별 대회의 성격과 규모, 개최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불교 종단과 신도, 관련 단체 대표들은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원회를 상설조직인'범불교 대책위원회'로 전환하면서 대구ㆍ경북 지역부터 시작해 호남권, 충청ㆍ강원권, 부산ㆍ경남권 순으로 열어 항의 열기를 확산하기로 방침을 정했었다. 또 이후에정부의 대응이 없으면 전국 승려들이 모두 모이는 '전국 승려 궐기대회'를 열겠다고경고해놓은 상태다.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오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주관하는 종무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이 회의에서는 대통령의 언급에 진정성과 향후 재발 방지 의지가 담겨있는지와 함께 공직자의 종교 중립을 명시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 내용 등을 파악하고 종단 원로 스님들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20만 명에 이르는 대중이 모여 '대통령 사과' 등을 결의한 범불교도 대회가 불가 전통의 '대중공사' 성격을 띠는 만큼 지도부 일부가 임의로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대중공사는 절에서 중대사가 닥치면 큰스님과 행자승 등 모든 이가 나와 난상토론을 벌여 해법을 정하는 것으로 '대중이 원하면 소도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정이 내려진 이후 막강한 권위를 갖고 있다.이처럼 불교계가 이 대통령과 정부의 조치에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부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불교계와 정부는 대치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9.09 23:02

"판소리로 감동 전하는 소리꾼 되고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일반부와 명창부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소리만으로도 사람들을 웃고 울릴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소리꾼이 되고 싶습니다."'제26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서 판소리부 장원을 차지한 전주 출신 심소라양(국립국악고3). 지난해 출전, 차상을 수상했던 심양은 "걱정했지만 다행히 실수가 없었다"며 "열심히 했지만 장원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심양이 부른 대목은 '춘향가' 중 '이별가'. 청이 고르고 씻김새가 좋아 소리가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심양을 가르쳐 온 이순단 명창은 "발음이 정확하고 소리가 맑고 청아한 데다 목에 한이 서려있어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며 "무엇보다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에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지난 7일과 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대사습 학생대회에는 판소리 36명, 농악 7팀(287명), 관악 30명, 현악 33명, 무용 23명, 민요 21명, 가야금병창 20명, 어린이판소리 12명 등 총 182팀(462명)이 출전했다. 판소리부 심사위원장 안숙선 명창은 "전반적으로 출전자들이 서로의 소리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교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대회를 통해 발굴된 학생들이 차세대 명인 명창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 판소리-장원 심소라(국립국악고3), 차상 김은강(인명여고3), 차하 김소희(전통예술고3) △ 농악-장원 광주중앙고(경기도 광주시), 차상 천안병천고(충남 천안시), 차하 남원시립국악단(전북 남원시) △ 관악-장원 최신(전통예술고3), 차상 최서윤(국립국악고2), 차하 이찬우(국립국악고2) △ 무용-장원 임주미(오창고3), 차상 피정민(전통예술고2), 차하 이승룡(남원국악예술고3) △ 가야금 병창-장원 신아름(부산주례여고1), 차상 이진경(충북예술고2), 차하 서다희(경북예술고3) △ 민요-장원 이소나(전통예술고3), 차상 홍승희(전통예술고3), 차하 이수현(국립국악고3) △ 현악-장원 장연수(남원국악예술고3), 차상 유슬기(국립국악고3), 차하 김민주(전통예술고2) △ 어린이 판소리-장원 조정규(전주인후초6), 차상 김하은(전주용소초6), 차하 김기진(홍성 홍남초6)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9 23:02

국어문학회, 학술지 '국어문학' 출간

김제지역 언어 사용에 있어 '어'가 생략되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국어학, 현대문학, 전문학, 국어교육 전공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어문학회(회장 유종국) 학술지 「국어문학」 제45집에 실린 '김제지역어 '어' 생략 현상의 원인에 대한 연구'. 이 논문을 발표한 전북대 장승익씨는 "김제지역어에 나타나는 '어'계 어미의 생략 현상을 살펴 보고, 그 원인을 유추적 확대로 설명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어' 생략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선행요소가 '이, 위, 외, 으, 우, 오'로 다양한데, 이중 선행요소가 '이' 아래에서 그 출현이 활발하다"고 밝혔다.장씨는 '긍게, 누나를 국민핵교밲이 못 갈칬잖아.'(선행요소가 '이'일 때), '긌는디 내 거그를 뛰 들어갔어.'(선행요소가 '위'일 때), '재건 한 번 히 보야겄다고 참 꿋꿋이 히 나간 거여.'(선행요소가 '오'일 때) 등을 예로 제시됐다.연구대상은 김제의 노년층 화자들의 자연발화에 담겨있는 방언형.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김제시 만경읍, 봉남면, 죽산면, 백산면 등지에서 65세 이상의 토박이 화자의 말을 녹음·전사해 구축했다.그밖에도 학술지에는 '정읍지역 마을굿의 지속과 변화의 전개양상(김월덕)', '한국 근대소설의 문학치료학적 관점의 적용과 그 가능성 탐색(전흥남)', '외국어 화자에게 어려운 한국어 자음 분석 및 교육 방안 모색(박시균, 권병로)' 등이 수록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9 23:02

가슴 뭉클한 첫 사랑 그 아름다운 기억들

'눈뜨고 / 네 이름 부르다가 / 눈감고 / 너를 생각하다가 / 어느 날, 한 잠의 재로 네 가슴에 안기면 / 밤하늘 / 가장 빛나는 별로 너를 찾아 갈끼다.' ( 「사랑愛」 '죽어서도 너를 사랑한다' 중에서)'삶이 부질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 내 인생은 / 조금씩 키가 자랐다.' ( 「그 사람」 '생의 키' 중에서)시인 정성수씨(61·사진)가 시집「사랑 愛」 (인문사 artcom)와 「그 사람」 (인문사 artcom)을 동시에 펴냈다."퇴임하기 전 예전 시들을 정리하고 싶어 냈어요. 다시 읽어보니 '22살 때 내가 이런 감성을 가졌구나''그때 이런 맘이었구나' 감회가 새로웠습니다."「사랑 愛」 엔 22살 대학 청년 시절로 거슬러간다. 차마 말도 못 붙이고, 도서관에서 멀찍이 앉아 가슴만 졸이던 님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다. 「그 사람」 엔 꿈속에서 시를 찾아 헤매는 젊은 시절의 방황, 가슴 치며 아파했던 기억들에 대한 두려움도 묻어난다.수돗물이 쏟아지듯 하루에도 몇 편씩 시를 쓰면 좋겠지만, 이젠 그는 오랫동안 곰삭인 것들을 다듬는 방식을 택한다.겁 없던 시절에 쓴 시들이 때로는 겂 없이 빛날 때도 있기 때문.이 시집들은 지난 날 그가 걸어온 길을 더듬는 계기가 됐다.퇴임을 1년 6개월 앞두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출간했던 시집 중에서 일부를 선택해 시선집을 낼 계획.그는 시집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동시집「학교종」 외 다수, 산문집「말걸기」 등도 출간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9.09 23:02

세상에게, 자신의 길을 묻다

'메모광'인 그는 지난 30여년간 38개국을 누볐다. '산 사나이'인 터라 전국에 가보지 않은 산도 없다.행촌수필문학회 회장 김정길씨(사진)가 기행수필집 「지구를 누비는 남자」 (수필과 비평사)를 냈다. 튼실한 두 다리 11호 자가용은 그의 가장 큰 무기.지금껏 자가용을 구입하지 않은 것도 태만해지지 않기 위함이라는 그는 "돌이 굴러야 이끼가 끼지 않듯 쉼없이 움직여야만 자기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책엔 매년 말이면 화이트와인을 마시며 즐기는 와인천국 오스트리아, 총 3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소금동굴이 있는 폴란드, 도나우 진주 부다페스트 이야기를 담은 헝가리 등 동유럽 5개국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만리장성이 있는 베이징과 명산으로 유명한 황산 기행 뿐만 아니라 변신의 귀재 싱가포르, 별이 쏟아지는 태국의 파티야 등 동남아 6개국을 돌면서 겪었던 이야기도 있다.구소련 이데올로기를 벗고 경제, 사회 등 도약의 나래를 펴고 있는 러시아의 이색 기행도 그려졌다."퇴직 후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삶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어요. 앞으로 사람냄새와 흙냄새가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산친구, 글친구, 술친구가 있어 전혀 부럽지 않다는 그는 앞으로도 지구촌 누비기를 통해 제2 인생의 텃밭을 꾸릴 계획이다.그는 지난 30여년간 전주상공회의소 기획진흥실장을 역임,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원, 전북수필문학회원, 대한산악연맹 전북연맹 상근부회장이다. 저서는 「전북문화의 세계」「귀로 듣고 발로 쓴 전북의 문화」 등 다수가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9.09 23:02

가난한자들의 회한과 삶 따뜻한 사랑으로 담아내

퇴직 후 7년 만이다. 쉽게 읽혀지는 글을 거두기 위해서다. 삶의 경작법을 읽히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안평옥씨(66)가 시집 「새벽 인력시장」 (도서출판 계간문예)을 펴냈다.'모닥불이다 / 선잠깬 몇몇이 손 펴 / 녹이는 추위가 쿨럭쿨럭 기침 한다 / 이글거리는 통나무 불꽃이 / 금방이라도 짙은 어둠 사를 것 같아도 /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새벽 그 안에 / 한 무더기 시름 던진다.'('새벽 인력시장' 중에서)새벽 인력시장 모닥불 옆 풍경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는 인부, 선잠과 일손, 시름과 수심 등을 통해 추위에 기침하고 떠는 거친 일손들을 그렸다. 절망적이고, 회색빛 현실이지만, 열정의 모닥불에 재티로 날린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회환, 슬픔을 따뜻한 사랑으로 담았다.만지작거리며 다듬고 걸러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선도 있다.'일상을 일상으로 생각하고 일상으로 살아가니 / 어지러운 삶에도 풋풋한 웃음이 묻어오네요.'('일상日常을 일상으로 바라보며')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을 일상으로 깨닫는 달관의 경지다. 억지로 쥐어 짜내거나 외곬으로 시를 캐내려 고 애쓰지도 않는다. 쌓이고 쌓인 시간을 통해 정화된 시세계로 일상을 연다.두 줄 석 줄 짜리로 짧게 쓰는 시가 좋다는 그는 이번 시집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시원섭섭함을 뒤로 하고 그가 다음에 도전하고픈 것은 사실적인 역사물을 담은 시다. 이미 신동엽 시인의 시집 「금강」 과 같은 훌륭한 작품이 나왔지만, 실존 인물을 실명으로 내세운 아주 구체적인 시를 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과거 없는 현재가 없지 않습니까. 역사에 관심이 적다는 게 늘 아쉽고 서글픕니다. 세월의 아픔을 역사의 흐름으로 투시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아니, 꼭 쓸겁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9.09 23:02

"누군가를 위해서는 자신 먼저 따뜻해져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시인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좀처럼 말이 없는 평소 시인의 모습이다.자립형사립고 상산고등학교 교사인 오창렬 시인(45). 시작노트에는 '배우고 인식하고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교육일진대, 그것이 완성의 길일진대 나는 자각의 기회도 없이 입으로만 죽은 지식을 떠벌리고 있다'는 부끄러운 고백과 '사랑하는 여자를 단단히 잡으려던 손에서 힘을 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쓸쓸한 읊조림이 남아있다."겨우 먹고 겨우 사랑했다. 겨우 만났던 사랑도 자취를 알기 어렵다. 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되, 세상의 쓰리고 두근거리는 것이 내 시에 와서 한 숨씩 쉬어갔으면 했다."비유하자면, 시는 여자와 같은 것. 내가 사랑한 만큼 다가와서 그만큼씩 더 아름다워진다. 사랑스러운 여자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사회의 분위기가 붙잡았고,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시집 「서로 따뜻하다」(황금알)를 냈다.「서로 따뜻하다」는 '사이'에 대한 탐색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부부'라는 시에서는 '이차선 도로의 양끝을 팽팽하게 잡고 걷는' 부부가 멀리 언덕을 넘으며 '소실점 가까이 한 점'이 된다. 표제작 '서로 따뜻하다'는 유리창과 나 '사이'를 통해 '누군가를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따뜻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안도현 시인의 말대로 '사이'의 비밀을 일찍 알아차린 자의 흐느낌이 촉촉하게 스며들어 있는 시집이다.시인은 "미안하다. 내게 와서 야윈 시의 목숨이여"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로 온 시는 잔잔한 격정으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시간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 속에 놓여진 구절 구절은 여리고도 섬세해 마음에 와닿는다."좋은 시를 판단하는 기준의 핵심에 언어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시어 하나만으로도 시가 살아나는 경지가 있죠. 그러나 그 언어가 우리를 고양시켜 주는 데까지 나아가게 하는 것은 삶일 것입니다."그는 "삶의 정서가 언어를 통해 배어나오는 것이니, 결국 언어라는 형식과 그것의 내용일 삶과 삶의 정서는 분명 상보적인 관계에 있을 것"이라며 "비록 얕았지만, 세월을 통해 얻은 나의 시관은 정서와 이미지가 균형을 이룬 것이 좋은 시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시인은 남원에서 나고 자라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계간시지 「시안」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9 23:02

[전북문화의 발견] 데뷔작 '경운기'는 어떻게 쓰여졌나

김종필 선생님의 데뷔작 '경운기'에는 점이와 순영이라는 두 소녀가 나옵니다. 가난 때문에 돈 벌러 도시로 나갔던 어머니마저 사고로 여의고 그 보상금으로 마련한 경운기 한 대. 그러나 열심히 일을 해도 오히려 팍팍해지는 농촌의 삶. 그래서 순영이네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는 공사판이 많아서 사흘만 일 하면 쌀 한 가마니는 문제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순영이네가 서울로 떠나고 나면 이제 어머니나 다름없는 경운기가 힘차게 '탕타당탕' 힘차게 기지개를 켤 수 없습니다. 녹슬어갈 수밖에 없는 경운기의 운명처럼 농촌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담아내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두 소녀의 우정을 그리고 있는 '경운기'는 김종필 선생님이 동화를 쓰고자 마음먹은 지 두 달 만에 쓴 첫 작품입니다."1990년에 고창 부안면으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당시 내가 담임을 맡고 있던 반 아이들 중에 소작농의 아이가 있었어요. 원래는 소작농이 아니었는데 그 애의 오빠가 어려서 병을 앓아서 병원비로 재산을 까먹었다더군요. 살기가 어려우니까 살던 마을을 떠나서 제가 근무하던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왔던 것이죠. 그러니 아이의 입성이나 행색이 좋을 리 없었죠. 그런데 그 아이가 반에서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와 굉장히 친하게 지내더라구요. 두 아이를 가만히 관찰하다보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고 그러면서 첫 작품을 쓰게 되었지요."아이들의 삶 속에서 아이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볼 줄 아는 김종필 선생님만의 따뜻한 눈길을 담아낸 '경운기'를 읽다보면 어디선가 '탕타당탕'하는 경운기 소리가 힘차게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1964년 무주에서 태어난 김종필 선생님은 1992년 '경운기'로 「문예사조」 동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1994년 '첫눈 오는 날'로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습니다. 전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 대통령상'과 '제1회 참교육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장편동화 「땅아 땅아 우리 땅아」, 동화집 「아빠와 삼겹살을」 「또 걸렸냐?」 「앙코르 왕국에서 날아온 나비」 등이 있다. /문신(시인·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9.09 23:02

[전북문화의 발견] ⑤아동문학가 김종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구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인공위성처럼 내 머릿속을 맴돌며 오랜 여운의 궤적을 긋고 있는 구절이다.'어디를 가든 길고 고달픈 장정을 떠나기 앞서서 우리는 괴나리봇짐의 허리끈을 다시 한 번 몸에 맞추고 신발끈을 고쳐 매듯…'십여 년 전 이병천 소설가의 '농약꽃'이라는 단편소설을 처음 접한 이후 줄곧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앞서 늘상 이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허리끈을 다시 한 번 몸에 맞추고 신발끈을 고쳐 매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가 무덤덤한 일상에 어떤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매력이 있는 탓이다.동화작가 김종필씨(44)와 약속을 한 후에도 나는 신발끈을 고쳐 매듯 동화집 「아빠와 삼겹살을」 여러 번 들추어보았다. 책 제목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편인데도 문득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궁금증은 이내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해소되었다."작품을 쓴 다음 항상 아이들에게 읽혀 봅니다. 첫 작품집 「아빠와 삼겹살을」이라는 제목도 아이들이 뽑아준 것이죠. 실제로 동화의 독자들인 아이들에게 미리 읽혀보고, '이해를 못 하는 문장은 없나?' '앞 뒤 모순은 없는가?' 등을 확인합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없어요'라고 한 작품은 발표할 수가 없죠."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인 작가에게 아이들은 그야말로 훌륭한 독자이자 스승이다. 어른이 쓰고 아이들이 읽는 동화 장르의 특성상 아이들의 반응은 그대로 좋은 작품의 척도가 될 수 있다.이렇듯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쓰고 있는 김씨가 처음부터 동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을 다니던 젊은 날에는 주로 시를 썼다. 그런데 그가 동화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듣다보니 어떤 거룩한 계시가 있어서 운명처럼 동화를 점지해준 듯했다."대학을 졸업하고 간 첫 부임지가 고창이었습니다. 5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한 아이가 촌지를 가지고 왔어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인근 정미소에서 일용으로 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사는 형편이 넉넉할 리 없었죠. 비록 적은 금액이었지만 형편을 알고 있으니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내자니 아이의 아버님이 서운해 하실 것 같아서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고민의 결론은 그 돈으로 학급문고를 사는 것. 학급에 책을 사두고 아이들에게 읽게 하면 교사로서의 양심에도 덜 미안하고 땀 흘려서 그 돈을 벌었을 학부모에게도 실례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고창 읍내로 출장을 나간 어느 날 일부러 시간을 쪼개 서점에 들렀다고 했다."그날 서점 한켠에 서서 박상규, 윤기현 작가들의 책을 읽었어요. 읽다보니 내가 어려서 읽었던 교훈적이거나 환상적인 동화가 아니라 굉장히 사실적이고,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처럼 살아서 꿈틀거리는 이야기들이더군요. 그래서 이런 동화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동화책을 읽다가 돌아가는 막차를 놓치고 말았지만."그렇듯 우연한 기회에 동화를 접한 지 두어 달 만에 탄생한 첫 작품이 '경운기'. 김씨는 이 작품으로 1992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두 번째 작품인 '첫눈 오는 날'이 199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동화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동화라고 하는 '길고 고달픈 장정을 떠나기 앞서' 제대로 신발끈을 묶을 만한 습작기가 없었던 셈.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시를 열심히 썼던 것이 동화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일단 뭐든지 씁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고 고칩니다. 특히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보게 하죠. 아이들은 제 작품의 거울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죠."그는 동화를 쓰는 데 분명한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동심 천사주의에 빠져 현실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그 속에서 생활적인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자 한다. 상상력의 세계도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이 읽을 때 이건 바로 내 얘기다, 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생활동화 혹은 사실동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것, 어린 시절에 읽은 작품이 어른이 되어서도 고스란히 가슴에 남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동화작가. 그는 "동화가 짧다고 해서 만만하고 보아서는 곤란합니다. 어른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직접 아이들이 되어야 하니까 동화를 쓰려면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며 예비 동화작가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동화집 「아빠와 삼겹살을」 펼쳐보는데 문득 작가의 말 한 구절이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었다. '그는 이 말을 전하기 위해 동화를 쓰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오랜 장정에 앞서 단단하게 묶어두었던 신발끈을 느슨하게 풀어놓기로 한다.'글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여러분의 진정한 친구입니다. 주인공이 어린이든 어른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친구를 사랑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훗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그렇다. 그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냥 '동화'를 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사랑할 수 있는 동화', '아이들을 사랑하는 동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문신(시인·문화전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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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09.09 23:02

8일 폐막하는 '제47회 전라예술제' 들여다보니

전북예총(회장 선기현)이 주최하는 '제47회 전라예술제'가 8일 정읍천 어린이축구장 특설무대에서 폐막한다.'함께하는 예술문화, 따뜻한 전북'을 슬로건으로 한 올해 예술제는 지역성을 살린 프로그램과 정읍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들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지난 5일 열린 개막식에만 3000여명(정읍시·전북예총 추산)이 다녀갔을 정도. 전북예총 측은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고 배너를 내거는 등 홍보에 집중했다"며 "10개 협회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전반적으로 행사를 잘 치러내기 위한 많은 준비들을 했다"고 자평했다.그러나 예술제가 야외에서 치러지면서 전시 관련 분야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술·문인·건축가·사진작가협회 행사가 천막 안에서 진행되면서 처음부터 전시장으로서 기능은 기대할 수 없었던 것. 지난해 같은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책은 거의 없다시피해 관람객들은 물론, 출품작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프로그램은 비슷한 행사를 답습하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음악협회의 악기체험을 비롯해 국립민속박물관이 후원한 민속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전북예총은 "전라예술제 사상 처음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예술가와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 체험 프로그램의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또한 후원처를 발굴해 자생력을 기르고 전문위원들을 통한 평가를 실시, 안팎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지역순회개최는 지난해 군산과 올해 정읍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문화예술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행사장을 찾지않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내년에는 전주에서 판을 벌이고 회원들의 직간접적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예술제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정읍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오전 10시부터 정읍문화원에서 열린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가 '문화도시 경쟁력과 공공디자인'을, 이흥재 전북예총 전문위원회 위원장이 '정읍 선비마을 디자인'을 발제하며 정성엽 전북예총 전문위원, 조각가 손창엽씨, 김용련 정읍예총 기획실장, 김동일 정읍관광개발단장이 토론에 참여한다. 오후 2시50분 전주기접놀이와 전주씻김해원굿 공연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정읍예총이 주관하는 폐막공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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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8.09.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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