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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폐막하는 '제47회 전라예술제' 들여다보니

전북예총(회장 선기현)이 주최하는 '제47회 전라예술제'가 8일 정읍천 어린이축구장 특설무대에서 폐막한다.'함께하는 예술문화, 따뜻한 전북'을 슬로건으로 한 올해 예술제는 지역성을 살린 프로그램과 정읍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들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지난 5일 열린 개막식에만 3000여명(정읍시·전북예총 추산)이 다녀갔을 정도. 전북예총 측은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고 배너를 내거는 등 홍보에 집중했다"며 "10개 협회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전반적으로 행사를 잘 치러내기 위한 많은 준비들을 했다"고 자평했다.그러나 예술제가 야외에서 치러지면서 전시 관련 분야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술·문인·건축가·사진작가협회 행사가 천막 안에서 진행되면서 처음부터 전시장으로서 기능은 기대할 수 없었던 것. 지난해 같은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책은 거의 없다시피해 관람객들은 물론, 출품작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프로그램은 비슷한 행사를 답습하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음악협회의 악기체험을 비롯해 국립민속박물관이 후원한 민속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전북예총은 "전라예술제 사상 처음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예술가와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 체험 프로그램의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또한 후원처를 발굴해 자생력을 기르고 전문위원들을 통한 평가를 실시, 안팎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지역순회개최는 지난해 군산과 올해 정읍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문화예술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행사장을 찾지않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내년에는 전주에서 판을 벌이고 회원들의 직간접적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예술제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정읍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오전 10시부터 정읍문화원에서 열린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가 '문화도시 경쟁력과 공공디자인'을, 이흥재 전북예총 전문위원회 위원장이 '정읍 선비마을 디자인'을 발제하며 정성엽 전북예총 전문위원, 조각가 손창엽씨, 김용련 정읍예총 기획실장, 김동일 정읍관광개발단장이 토론에 참여한다. 오후 2시50분 전주기접놀이와 전주씻김해원굿 공연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정읍예총이 주관하는 폐막공연이 진행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8 23:02

[일과 사람] 전라예술제 여는 전북예총 선기현 회장

"올해는 새 집행부가 출범해 새로운 희망과 의욕으로 출발하는 첫번째 예술제입니다. 거리관계로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중소도시 주민과 문화의 향을 함께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예술제의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고 믿습니다."5일 개막하는 '제47회 전라예술제'를 주최한 사단법인 한국예총 전라북도연합회. 선기현 회장(51)은 "지역 순회개최는 문화집중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히 장소만 빌리는 것이 아닌,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정읍 발전을 위한 세미나 '정읍을 새롭게 디자인하라'(8일 오전 10시30분 정읍문화원)는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행사.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정읍에서의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그동안 각 협회 역할이 소극적이었다면, 올해는 책임의식을 강화해 협회별 자존심을 살리도록 했습니다. 예술제 동안 전문위원들을 통한 평가를 실시해 다음 행사에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적용할 생각입니다."자생력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후원처 발굴도 신경썼다. '2008 전북민속문화의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지원으로 전주기접놀이, 전주씻김해원굿, 김제김만경들노래 등을 공연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전라예술제 사상 처음 실시되는 것. 음악협회의 악기체험을 비롯해 한지공예·지승공예·솟대깎기·민화그리기·단소만들기·부채만들기·뻥튀기체험 등이 펼쳐진다. 선회장은 "사람 온기가 있는 예술제를 만들겠다"며 "내년부터는 체험 행사를 확대해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의 소통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예술제는 동적이고 정적인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공연이나 전시나 각각의 성격에 따라 대동적 성격을 띄거나 반대로 정서 함양 쪽에 무게를 둘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막 무대가 단순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는 무대 크기도 넓히고 입체식으로 꾸밀 계획입니다."개막식 및 개막공연은 5일 오후 7시30분 정읍천 어린이축구장 특설무대. 국립경찰교향악단 등이 출연해 클래식으로 품격있는 무대를 선보인다.종합공연 및 전시 등 관련 행사는 8일까지 특설무대와 정읍문화원 등에서 계속되며, 폐막공연은 정읍예총 주관으로 8일 오후 6시30분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5 23:02

문규현 신부·수경 스님 오체투지 순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나서는 순례를 시작합니다."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이 4일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순례 길에 올랐다.오체투지란 온 몸을 바닥에 일자로 붙이는 큰절의 한 형태로 종교계에서는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의 극한의 자기수행의 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지리산 노고단에서 문정현 신부, 김지하 시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천고제를 지낸 뒤 순례를 떠났다.이번 순례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해 계룡산 신원사까지 총 200㎞에서 진행되며 2개월 동안 이어진다.내년 상반기에는 계룡산에서 임진각까지 간 후 정부와 협의해 하반기에 북한 묘향산까지 순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문 신부와 수경 스님은 앞서 2003년 3월에도 새만금 사업 재개를 반대하며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방식으로 310km 구간을 순례를 한 적이 있다.이들은 순례를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이름없는 민심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자 한다"면서 "자연이 자연의 길을 가고,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고, 생명이 살아 숨 쉬며, 생명과 생명간의 평화가 조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모두의 순례이고자 한다"고 말했다.이어 "우리의 순례는 우리를 보듬어 안은 자연과 민주수호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국민, 세상 만물에 대해 존경과 공경의 마음을 담고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 귀의하겠다는 절대적인 서약의 기도"라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9.05 23:02

[풍경과 사람] ①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

꼬깃꼬깃한 한지가 불빛과 만나면서 아름답고 은근한 멋을 자아낸다.고급스러우면서도 옛 것의 깊이가 묻어난 '한지등'.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67)가 격조가 있고 단아한 한지문화상품 만들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그가 한지문화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년 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강의를 하면서부터다.그전까지만 해도 상품화보다 개인 작품활동에 치중했다."옛날 상놈들이 양반들 밤길에 불을 밝혀주기 위해 켜는 '수족등'이란 게 있었어요. 수장고에 갔다가 우연히 그걸 보게 됐죠. 옻칠이 안돼 낡고 부스러지게 생겼더라요. 사라져가는 우리 것이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니, 상품화도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모던한 것도 좋지만, 전통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그 깊이가 한계가 있다. 색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천연염색을 통해 다채로운 색감이 살아있는 한지공예품 만들기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한지등' '반짇고리' 등 한번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손을 쉽게 놓질 않는다. 하루 10∼15시간을 꼬박 투자한다. 이달에도 벌써 세 작품을 완성했다. 다가오는 추석에 특별한 선물을 원하는 고객들 때문에 작업할 게 많아서다. 지난 6월엔 일본 관광객들이 직접 전주에 와서 '한지등'을 살피고, 만드는 법도 배워갔다."일본 잡지 「sukara」 에 전주 한지등이 소개돼 일본 관광객들이 잡지를 들고 여길 찾았어요. 한지등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현지 문화센터에서 한지에 관한 수업도 개설하고 싶다고 가르쳐줄 수 있느냐구요. 전주 '한지등'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그는 젊은 작가들과 오랜 기간 작업한 작가들의 몫은 다르다고 말한다. 소규모 다양한 상품을 감각있게 상품화하는 것이 젊은 작가들의 몫이라면, 자신은 전통을 담은 문화상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또다른 차원의 고급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고운 색감의 한지공예품. 그의 손을 거쳐 더 우아한 문화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9.05 23:02

[풍경과 사람] ②한지공예 멋 살리는 차종순·이유라·김완순씨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한 한지 공예의 멋을 살리는 공예가들.이들이 실용성을 바탕으로 전통적 미감을 담아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다.한지등, 명함지갑, 넥타이 등 생활 속 멋을 담은 아름다운 우리상품이다.한지등은 그 느낌이 따뜻하다. 한지를 통해 은근하게 새어나오는 빛은 이름 모를 향수를 자아낸다.차종순 예원예술대교수가 '한지등' 만들기에 관심을 쏟은 것은 지난 2002년 한지문화연구소를 만들면서부터다. 그는 지난 200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아이치엑스포(자연을 주제로 한 세계박람회)에서 '한지등'으로 금상을 받았다."세계인의 감성으로도 통하는구나 그걸 깨닫게 됐죠. '한지등'을 더 집중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작품으로 만들다 보니 가격대가 고가 상품이라,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이젠 한지 문향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찍어내는 시도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그는 앞으로 '한지등' 뿐만 아니라 한지벽지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포인트 벽지, 한지 타일식 벽지 등을 통해 한지문화상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유라 전주대 교수는 한지를 다양한 소재들과 접목시키는 공예가다. 액세서리, 식탁보, 납골함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생활속 한지를 지향해왔다.특히 그는 아로마 향을 응용한 향기 제품에 한지를 접목시켜 주목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풀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로마테라피를 한지와 엮은 것. 닥나무를 가공한 백피를 오색으로 염색한 십장생문양 한지작품도 선보였다.하지만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한지의 상품화다.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유통망을 확보해 우리의 아름다운 멋을 알리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전주 한지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믿는 그는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한 한지 제품들을 통해 우리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김완순 교동아트센터 관장은 한지사와 실크사를 엮은 한지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교동아트센터 개관 이후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아한 한지상품들을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지사와 실크사 일정 배율로 엮으면서도 감각있는 디자인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대신 가격대는 1만5000원 정도 낮췄다.또한 한지의 까슬까슬한 감을 선호하지 않은 고객들로 인해 부드러운 느낌의 상품개발도 하고 있다.고급스런 문향의 디자인이지만, 오래 사용하면 그 문향이 흐트러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한지문화상품 만들기로 전북과 서울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상을 수상한 그는 앞으로도 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9.05 23:02

[풍경과 사람] ③천연염색 섬유공예가 한병우씨

색이 참 곱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색이 나오기까지는 철저한 과정이 필요하다. 원단의 재질과 무게, 염료의 종류와 무게 등을 계산해 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치 색에 대한 공식처럼 계량화된 자료들은 그의 작업에 있어 가장 큰 재산이다.천연염색 섬유공예가 한병우씨(43·천연염색 솔비 대표). 오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치자염색을 하던 어른들을 보며 천연염색에 대한 아련함이 있었다. 일반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해오던 천연염색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10여년 전. 염색만 하던 초기에는 막연히 무형문화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눈이 트이면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공예작품을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게 됐다.한씨가 세상에 처음 내놓은 문화상품은 조각러너. 2001년 당시만 해도 러너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반응은 꽤 좋았다. 색감이 주는 편안함이 천연염색의 매력이라면, 일단 색감이 좋았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생활 속 부분적인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며 "조각보의 패턴을 디자인으로 들여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했다"고 떠올렸다."창작이란 게 처음은 기능이고, 이 과정이 반복되고 숙련돼야 비로소 나오는 거잖아요. 색을 읽는다고 할까요? 지금은 염료를 보면 여러가지 색을 느낄 수가 있어요. 어떤 염료와 어떤 염료를 섞으면 어떤 색이 나오겠다는 식으로, 요즘에는 나만의 색을 빼내려고 복합염색을 많이 합니다."예술품은 주관적이어야 하지만, 실생활 공예품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한씨. 고집 보다는 흐르는 트랜드를 받아들이고 색을 다양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시제품만 해도 10가지 이상 만들어 반응을 보고 수량을 결정한다."공예품도 산업화가 된다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나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드는 건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지역의 정서가 들어가야 하는 공예품이자 문화상품입니다."전북에서 가장 많은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그의 작품이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 "공예품 자체가 똑같은 게 전국적으로 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씨는 공예품전시관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일본 등 몇 곳에만 작품을 내놓는다. 지역작가로서 전북에서는 서울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한다.그는 바느질을 제외한 전 과정을 직접 한다. 염료 구입과 손질부터 다림질해 포장하기까지, 공예품전시관에서 가끔 다림질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때문에라도 주문은 늘 한달정도씩 밀려있다.그가 즐겨 쓰는 염료는 12가지 정도. 양파, 밤껍질, 녹차, 숙, 홍화, 약재 등으로 러너, 스카프, 명함집, 문발, 조각보, 스카프, 넥타이 등 50여종의 품목을 선보였다. 같은 품목이라도 디자인, 색, 가격대가 달라 품명으로는 100여종에 달한다. 심하게는 계절별로도 변화를 시도하는 그는 "구입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5 23:02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먹는 것과 몸의 살림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먹으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식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것은 따라서 삶의 가장 필수적인 생존활동이다. 우리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정작 삶의 가장 중요한 행위인 먹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먹는 것이란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우리의 삶은 숨을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며 유지된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쉬는데 이것은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며 섭취한 음식물을 태워 열을 내는 작용을 한다. 공기와 음식이 우리 몸에서 만나 에너지를 내게 되며 이 에너지로 우리는 매일 생물학적 삶을 유지하고 이와 더불어 삶에 필요한 심리적 정신적 활동을 하게 된다. 숨은 바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본 조건이며, 음식은 에너지를 내게 하는 재료인 것이다. 숨을 쉬고 먹는 활동은 곧 몸의 살림이며 인간의 생물학적 우주활동이다.사실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는 어느 정도 기근에서 벗어났으며 먹을거리가 풍부해졌다. 그러나 현대만큼 몸의 우주를 구성하는 먹을거리가 엉망이 되고 먹는 것의 이치를 무시하는 시대도 없다. 인공착색료로 식재료의 색깔과 맛을 조절하고 눈에 보기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소비자는 못생기고 벌레 먹은 친환경 제품보다도 눈에 보기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다.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눈과 입에 좋은 것을 찾는 것이다. 소고기파문이나 광우병파문도 알고 보면 동물성사료를 먹여 공장식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현대문명의 반자연적 질서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사료를 먹이고 빠른 공장식 생산구조 속에서 현대문명은 풍부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프린스턴대학의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밥상의 죽음'을 외치고, 세계적인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풍요의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현대의 먹을거리가 너무나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유통, 관리, 가공과 식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우리는 몸을 살리는 살림의 질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몸의 살림은 인간의 살림이며 동시에 자연의 살림이다.먹는 것은 몸을 살리는 활동이다. 몸의 활동에도 윤리가 있듯이 먹는 것에도 살림의 질서가 필요하다. 먹는 것은 몸을 살리는 행위이며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고 관리하며 발산하는 우주적 과정이다. 이 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면 몸은 병을 얻게 되고 자연적 순환의 이치에 맞지 않으면 삶의 질서는 파괴된다. 먹는 것에도 몸 살림의 질서, 즉 살림의 윤리가 필요하다./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9.05 23:02

창암 이삼만 선생을 기리며

추사 김정희선생 등과 함께 조선시대 4대 명필로 불리우는 정읍출신 창암 이삼만선생(1770∼1847)을 추모하고 신예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키 위한 '제1회 대한민국휘호대회'가 오는 27일 정읍고 체육관에서 열린다.이번 대회는 창암선생의 법고창신의 정신을 받들어, 여타 공모전의 폐해를 극복하고 참가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품료와 도록대를 받지 않기로해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다.특히 행사 당일 명제 20점을 즉석에서 발표하고 휘호가 끝나자마자 심사에 들어가 그 결과를 즉석에서 발표함으로써 심사의 공정성과 대회 신인도를 높이기로 해 국내 서예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창암이삼만선생서예술문화진흥회 조인숙 이사장은 "조선시대 4대 명필임에도 불구 그동안 세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창암선생에 대한 10여년 동안의 자료조사와 체계적인 연구끝에 마침내 전국휘호대회를 처음으로 갖게 됐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참신하고 역량있는 많은 신인작가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정읍 부전동 부무실 출신이나 전주 출신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진 창암선생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신필이라고 추앙했을만큼 조선시대 4대 명필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과 출사, 저술이 늦어져 스스로 삼만(三晩)이라고 이름을 개명한 선생은 동국진체의 정수인 독특한 창암체를 개발해 국내 서예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가정형편이 빈한했던 선생은 정읍시 부전동 부무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서예를 연마하다 50세를 전후해 전주 교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서예가로서 명성을 날리다 78세에 완주군 상관면 공기골에서 생을 마감했다. 완주군 구이면 하척마을 선산에 묘소가 있다. 문의 창암이삼만선생서예술문화진흥회 018-642-2878

  • 문화일반
  • 손승원
  • 2008.09.04 23:02

모악서예대전 대상에 서동국 作 '정포은 선생 시'

'제7회 대한민국 모악서예대전'에서 '정포은 선생 시'를 쓴 서동국씨(행서·광주광역시 궁동)가 대상을 차지했다. 서씨의 작품은 그동안 쌓아온 공력이 바탕이 돼 보는 이에게 황홀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우수상에는 지광옥(전서·서울특별시 도화2동) 문서화(예서·경기도 안양시 평안동) 하수연(해서·경남 진주시 상봉서동) 송옥자씨(문인화·경남 진주시 인사동)가, 삼체상에는 강동귀 김은옥 김종숙 김종희 김채인 박명근 박일한 소병도 이홍근씨가 선정됐다.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김제시지부가 주최하고 모악서예대전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올해 대전에는 한글 98점, 전서 67점, 예서 100점, 해서 129점, 행서 160점, 문인화 285점, 현대서예 34점, 전각 3점 등 총 876점이 접수됐다. 이 중 324점이 입선 안에 들어 37.2%의 입선률을 보였다.노중석 심사위원장은 "다른 예술과 달리 법고창신을 기본으로 하는 서예는 그동안 고전을 얼마나 익혔느냐와 이를 바탕으로 작가의 창의성을 발휘하였느냐에 달려있다"며 "각 분야별 전문 심사위원들이 입선작과 특선작을 선정하고, 각 분야별로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한점씩 추천해 심사위원 협의과정을 거쳐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수상작 전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김제시예술회관에서 1·2부로 나눠 진행된다. 시상식은 10월 4일 오후 3시 전시장.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4 23:02

[작가의 방] ⑬사진가 박성민씨

'보다'라는 뜻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갤러리 봄. 2년 전 전주시 덕진동에 문을 연 이 곳은 사진가가 직접 운영하는 사진갤러리다.2003년부터 2005년까지 프랑스 파리사진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아직은 지역에서 낯선 사진가 박성민씨(36). 호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사진과 사진가를 위한 공간을 만든 그는 봄을 개관하던 날 "유학 시절부터 사진 전용 갤러리가 꿈이었다"고 말했었다."지금까지 일반 전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작지만, 사진가들에게는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전시가 없는 동안에는 이 곳이 작업실. 30여평 정도의 전시장을 가운데 두고 양 쪽 구석에는 아날로그 암실과 디지털 암실을 만들어 두었다.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된 세상. 그러나 그는 어느 한 쪽에 편중돼 있지 않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주제의식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할 뿐이다."전북은 유독 쌀롱사진이 많아요. 제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이 세상에 10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0개 언어로 표현되는 게 예술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받는다는 건 불가능하잖아요."귀국해 처음 연 개인전에서는 성당과 의자 등 구체적인 소재들을 내놓았지만, 사실 그는 실험사진을 좋아한다. 박씨는 "무엇이든 결론이 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배우고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실험하고 싶다"고 했다.요즘에는 인간의 오감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움직임, 그리고 보다'전을 통해 '시각의 시각화'를 시도했다. 최근 작업은 '미각의 시각화'. 실체와 이미지의 파편들이 보는 이의 감각과 뇌의 기억을 토대로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왜곡과 진실 찾기다.지역의 사진가들을 정리하는 것도 그가 장기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작업. 박씨는 "전라북도에 실력있는 사진가들이 많은데도 안팎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신철균 김학수 김춘식 등 선배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글과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내고싶다고 말했다."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말보다는 사진이 적합하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사진은 말하고자 하는 또하나의 도구입니다. 제 사진요? 가끔 작업에 신체가 부분적으로 필요할 때 셀프 타이머 놓고 찍죠."구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신, 작업은 속도감있게 이뤄진다. 한 작품당 10컷 정도 찍으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나타난다. '잘 찍은 사진'에 대한 판단은 직감으로 알 수 있다."훌륭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전시를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사진가 바로 자기를 위해서죠. 반대로 남의 사진을 많이 보는 게 공부에요."예술가들은 전시를 한 번 할 때마다 그만큼씩 성장한다는 박씨. 전북대 평생교육원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사진 강의를 하면서도 전시 과정은 꼭 집어넣는다.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은 집에 걸어놓기 애매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극도로 아름다운 사진에도 의미가 담기겠지만, 눈으로 보기에 화려한 사진 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지금은 특이한 실험사진이라고 해도 일반화되면 곧 쌀롱사진이 되고마는 것. 고이지 않고 한발씩만 앞서나가면 된다. 그는 좋은 사진이란, 그리고 예술이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4 23:02

[맛과 여행] 한약재와 천연 식재료로 맛낸 전주 '장가네 왕족발'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구축하는 체인점이 들어서며 하나씩 문을 닫은 골목 안 족발집들. 빗발치는 외세(?)에도 꿋꿋이 버티며 건재하는 향토 족발집이 있다.전주시 경원동 동부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장가네 왕족발'. 이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혜경 대표(53)의 원래 직업은 맞춤 양복. 남편 장정수씨와 함께 운영하던 양복점이 기성복 시장의 공세에 매출이 뚝 떨어지자 음식점으로 전업했다.김 대표는 서울 장충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시누이를 찾아 요리법을 익혔고, 여기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덧붙여 1993년 전주에서 족발집을 개업했다.음식점이 대로변에서 벗어나 지리적으로 유리할 게 없지만, 알음알음으로 미식가 단골이 늘면서 '스테디 셀러' 음식점으로 분류된다. 10평에도 못 미치는 식당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돼지다리는 20여개.이 음식점이 성업하는 이유는 향토색 짙은 맛과 저렴한 가격이다. "된장 간장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손님들 식탁에 올립니다. 물론 돼지 다리도 철저히 국산만 사용하죠." 김씨는 심지어 배추 고추 등 식재료도 친정과 시댁에서 재배한 것만 고집하고, 콩나물 하나 구입할 때도 무공해 업체에 주문한다.이곳 음식의 첫 느낌은 깔끔함과 담백함. 조미료와 설탕으로 맛을 낸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상추에 참나물을 얹고, 마늘과 고추에 집된장을 넣어 쌈을 만들어 먹으면 제격이다.이곳 서비스 중 눈길을 끄는 메뉴는 콩나물국밥. "손님들이 족발을 드신 후 별도로 식사를 찾는 경우가 많아, 아예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제공합니다. 가격은 공짜죠."김 대표가 살짝 공개한 조리 비법은 잘 손질한 돼지 다리에 오가피 등 한약재와 마늘 양파 생강 등 천연 조미료를 넣고 2시간 이상 끓이는 과정에 다양한 양념이 고기 깊숙이 스며들게 조리하는 것이 포인트. 한약재는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 준다.주요 고객은 문화예술인들. 김씨는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단골"이라며 "이들의 소개로 식당을 찾은 서울, 경상도 사람들이 전주를 찾을 때마다 예약 전화를 빠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가격도 경쟁 업소에 비해 상당히 낮다. 4명이 먹을 수 있는 대(大)가 체인점에선 3만원대이지만 이곳에선 2만2000원이다. 중(中)은 2만원, 소(小)는 1만8000원.김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는 생활 철학은 간단 명료하다.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전부죠" 김 대표는 과음한 손님은 정중하게 귀가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문화일반
  • 김경모
  • 2008.09.04 23:02

[맛과 여행] '지친 마음, 산바람에 훌~훌' 지리산 천왕봉

기나긴 무더위가 꼬리를 드러내면서 다가오는 가을 초입. 대자연 속에 뛰어들어 찜통더위에 지쳤던 몸을 다시 추스르는 건 어떨까.지리산 천왕봉. 비 오듯 흠뻑 땀을 흘리며 봉우리에 오르다 맞는 골바람, 이보다 더 시원하고 만족도 높은 에어컨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천왕봉에 오르는 대표적인 코스는 백무동 코스와 중산리 코스. 백무동 코스는 한신계곡 노선과 하동바위(능선) 노선으로, 중산리 코스는 법계사 노선과 유암폭포 노선으로 각각 나뉜다. 백무동과 중산리를 남북으로 횡단하느냐, 아니면 시작 지점에 되돌아오는 원점 회귀식 산행을 하느냐에 따라 천왕봉에 오르는 다양한 코스 조합이 가능하다. 코스에 따라 총산행시간이 크게 달라지므로 당일치기 산행을 원하면, 소요 시간을 사전에 점검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야 가능하다.하지만 하늘이 열리는 듯 떠오르는 천왕봉의 아침 해를 가슴 가득 맞길 원하면 1박2일 일정을 계획하는 게 무난하다. 장터목산장은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산악인들로 늘 붐비므로 인터넷을 통한 예약이 필수다.[백무동 코스]능선노선: 백무동-하동바위-장터목산장-천왕봉계곡노선: 백무동-가내소폭포-세석산장-장터목산장-천왕봉백무동에서 장터목산장에 오르는 가장 빠르고 쉬운 노선은 능선을 따라 걷는 노선. 하동바위와 참샘을 거치면 장터목산장에 오를 수 있다. 등반 거리는 짧지만 급경사가 많아 체력 소모가 많다.계곡노선은 숱한 폭포와 함께하는 산행이다.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 등 원시림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 지리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능선코스에 비해 산행시간이 두배 정도 더 많이 소요된다. 이 노선을 따라 장터목산장에 도달하려면 6시간 정도의 산행시간이 필요하므로 산장에서 1박한 후 천왕봉에 오르는 게 무난하다.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가내소폭포에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은 세석고원으로 이어지고, 왼쪽은 한신지곡으로 장터목산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장터목산장으로 곧장 이어지는 노선은 안전 사고가 많아 통제구간이다. 노약자나 산행이 어려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겐 백무동-가내소폭포 구간만 왕복해도 무난하다.[중산리 코스]법계사 노선: 중산리-칼바위-로타리산장-법계사-천왕봉유암폭포 노선: 중산리-칼바위-유암폭포-장터목-천왕봉중산리 코스는 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노선이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중산리에서 중산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식 산행이나, 중산리에서 출발해 백무동 하동바위 노선을 가로지르는 남북 횡단을 하루에 즐길 수 있다. 총 산행 시간은 8시간 정도.법계사에 들르면 산사의 운치와 함께 자연 암반 위에 세운 삼층석탑(보물 제473호)을 감상할 수 있다. 법계사를 지나 1시간30분 정도 올라가면 천왕샘. 남강 발원지인 이곳 샘은 가뭄 땐 물줄기가 끊기므로 로타리산장이나 법계사에서 미리 식수를 보충해야 한다.유암폭포 노선은 계곡을 좌우로 오가며 등산로가 펼쳐진다. 장터목에서 하루 밤 묵고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은 점심 식사후에 등반을 시작해도 가능하다.▲산행 팁▶법계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점심 공양을 제공한다. 산행과 함께 산사에서의 색다른 식사를 즐길 수 있다.▶장터목 대피소엔 '하늘 아래 첫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엽서를 띄우는 추억도 뜻밖의 선물이다.

  • 문화일반
  • 김경모
  • 2008.09.04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1)민화 화재(畵材)의 의미

'해 년(年)'자와 발음이 비슷해 '해마다'라는 의미를 지닌 연꽃. 민화(民畵)에서 연꽃은 무엇과 함께 그리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연꽃과 원앙을 함께 그리면 부부의 화목을, 물고기와 함께 그리면 재물이 풍부하고 정신적 여유가 항상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연밥의 씨앗을 쪼는 새는 아들을 얻고자 하는 기원이다. 물새가 앉아 '연의 씨앗(蓮子)'을 빼먹고 있는 장면을 '연자(連子)'로 풀어, 해마다 아들 낳으라는 의미가 된다. 연밥은 '연과(蓮果)'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연과(連科)'로 읽어 연이어 과거에 합격하라는 뜻을 담기도 했다.허름한 민가의 벽장문에 붙어있던 민화(民畵).민화는 정통회화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잡화'나 '속화'로 불리며 천시받기도 했지만,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해 그려졌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대부분 정식 그림 교육을 받지 못한 무명화가나 떠돌이화가들이 그려 정통회화에 비해 묘사의 세련도나 격조는 떨어지지만,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이 오히려 한국적 미를 강렬하게 드러내기도 한다.서민들의 생활 양식과 관습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민화는 생활공간을 장식하거나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로, 화재(畵材)마다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민화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인간이 늙지 않고 오랜 세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민간이나 도교에서 불로장생한다고 믿는 해, 달, 구름, 산,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복숭아나무, 불로초, 거북이, 학, 사슴이 등장한다.꽃과 함께 의좋게 노니는 한쌍의 새를 소재로 한 '화조도(花鳥圖)'도 많다. 꽃과 새의 종에 따라 세세한 의미는 달라지지만, 주로 부부간의 정조나 가정애를 가리켜 병풍으로 재구성해 신혼부부 신방이나 안방 장식용으로 썼다.'어해도(魚蟹圖)'는 물고기들의 자유분방한 유영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가리킨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 생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지만, 새우와 조개는 회갑·고희·혼례 등 경사스런 잔치에 선물용으로 자주 그려졌다. 새우는 '새우 하(鰕)'자, 조개는 '조개 합(蛤)'자를 쓰는데 읽는 소리가 축하의 '하(賀)'와 화합의 '합(合)'의 독음과 같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질에 싸여있는 새우와 조개는 간혹 변화하는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굳은 지조를 나타내기도 한다.'영수도(靈獸圖)'는 길상적인 짐승들을 수호신의 성격으로 그린 것이다. 이 중 말은 음양학적으로 강한 양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악귀나 병마를 쫓는 수단으로 이용됐으며, 소는 풍년과 부귀영화를 상징했다.소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까치와 그 밑에서 웃는 듯 앉아있는 호랑이를 그린 '작호도(鵲虎圖)'는 주로 새해에 걸리는 그림이다. 예부터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호랑이는 악귀를 물리치고 화재, 수재, 풍해, 질병의 고통에서 지켜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일종의 벽사용이다.글자를 그린 글씨 그림 '문자도(文字圖)'도 민화에 속한다. 주로 그려지는 글자는 유교의 덕목인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등. 문자 의미와 관련된 동식물 또는 일화나 고사의 내용이 글자 획의 일부를 구성하거나 여백에 곁들여진다.예를 들어 문자도 '忠'은 '中'부분에는 황룡을, '心'부분에는 대합과 잉어를 배치했다. 황룡은 임금을 상징하는데, 이 그림은 임금이 어진 신하들과 함께 천하의 백성들과 화합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화에 많이 등장하는 용은 청룡(靑龍)과 운룡(雲龍)이다. 청룡은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아주는 벽사용, 운룡은 비를 내리게 해주는 의미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9.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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