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8 17:00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종교

엇나감에 익숙하기 빗나감을 망각하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절실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 상황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어떤 이는 현재의 상황이 쉬 잊히지 못하고 오래 지속될 것 같은 불안을 놓아버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속되든 잊혀지든 삶은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 연속일 뿐이다.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이를 안다.이를 두고 인도의 불교사상가 바수반두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한다는 상상이 존재한다. 그 허망분별에는 ‘아’도 ‘법’도 없다”고 했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것들은 영원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영원할 것 같다는 오해를 만들어가는 일에 불과하다. 무상한 것들에서 영원을 찾으려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가 평생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나의 예상을 빗나간 것들 뿐이다. 그리고 나의 예상과 현실 사이의 엇나감을 심각하지 않게 은연 중에 받아들이는 익숙함에 젖어있다.인생은 어느 면에서 ‘엇나감에 익숙해지는 것’이고, ‘빗나감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못하고 망각하지 못하는 기억은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줄까. 그래서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그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아무리 많은 날이 지나도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당신을 지울 수 없습니다”고 절규했다. 얼마 전 맨하탄의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추도하는 자리에서도 한 유가족은 자신의 아픈 기억을 회상하며, “그가 떠나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는 함께했던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그가 살아있습니다. 기억되는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그보다 떠나간 그를 사랑합니다”고 했다. 이런 아픈 기억을 잊거나 망각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새로운 것과 연속해서 만나야 하므로, 과거는 익숙해지고 망각돼야 한다. 이상적인 불교인의 삶은 이런 태도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승경전에서는 과거의 기억에 얽매임 없이 새로운 연기적 상황과 만나야 한다는 것을 두고, ‘목숨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가 실재하지 않는데, 기억과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연기적 상황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려하는 말이다. 심지어 ‘나에 대한 예상과 기대도 갖지 않아야 하며, 삼보(불법승)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사성제(고집멸도)도 놓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삶과 인생이 새로운 것과의 부단한 만남일 뿐, 과거의 기억에 매어 있어야 하는 희론이 아니기 때문이다.역으로, 희론을 구성하는 토대가 바로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한다고 상상하는 기억이다. 만남과 접촉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 느낌은 알아차림과 다른 영역의 정신작용이다. 새로움은 느낌으로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만이 실제 알아차림의 영역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은 기억을 만들어내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주관이 형성된다. 따라서 사람의 ‘됨됨이’는 ‘새로움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하는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삶은 다름 아닌 바로 그 ‘방식’으로 구성된다.사회적 조건이나 경제적 토대는 모두 다 다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개인의 대응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집착을 놓음’이 불교적 전통에서 오래 고민해온 가장 이상적인 대응방식이다. 주관이 집착인데, 그 집착이 ‘실제하지 않는 것이 실제한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두고 ‘불선법’이라고도 했다. 바로 ‘엇나감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빗나감을 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 종교
  • 기고
  • 2014.09.30 23:02

지금의 나

땅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동물은 코끼리입니다. 이 코끼리는 어릴 때 잡혀와 작은 말뚝에 묶였고 빠져나오려 애를 썼지만 힘이 부족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끼리는 현재에 편안해졌습니다. 이제 작은 힘으로도 뽑을 수 있는 저 말뚝을, 어릴 때부터 가진 ‘뽑지 못 한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사는 것입니다. 이게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이처럼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해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것을 학습된 무력감이라 합니다.무기력에서 일어나려면 작은 성공의 경험을 늘려가야 합니다.인기 작가 공지영 씨가 쓴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유럽의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자기 신앙에 나타났던 상처와 흔적을 고백하며 자신의 신앙이 얼마나 부족했는지에 대해서 썼습니다. 신앙의 여정을 그려놓은 책의 내용 중에 미국의 골프 영웅이었던 ‘할 서튼’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는 구절이 있습니다.할 서튼은 미국 PGA 골프 우승자였고 라이더스 컵 우승자였습니다. 그는 미국 남부 석유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이 없었고, 25살에 전 미국 골프대회를 휩쓸었습니다. 그 후 10년 간 3번의 이혼경험을 했고 한 때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재기하면서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인생에서 제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전에 우리는 35세를 넘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 나는 빠른 차가 있으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르쉐를 샀습니다. 그 다음엔 집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비행기가 한 대 있으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한 대 샀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 깨달을 것은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인용하면서 공지영 씨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고백합니다.처음에는 소설가만 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기만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고, 생활비를 다 쓰고서도 통장에 잔고가 100만 원 이상만 있으면 행복할거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읽어, 자고나면 통장으로 수천만 원의 인세가 들어왔습니다. 또한 그렇게도 사람이 그리웠는데 자기와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합니다.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그때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소유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이런 쉬운 깨달음 하나 얻기 위해서 청춘과 상처를 지불해야 했습니다”고 고백합니다.우리는 고난이 닥쳐오면 자기 인생을 남의 탓, 환경 탓, 부모 탓으로 돌립니다. 분노하고 저주합니다. 이런 마음 속에는 ‘왜’라는 항변에 ‘만약에’라는 헛된 생각을 갖습니다. 만약에 내가 좋은 부모, 환경을 만났더라면….이제는 ‘어떻게’라는 생각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입니까?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고난과 아픔과 실패 속에서도 ‘만약에’를 지우고 ‘어떻게’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습니까? 그것이 지금의 ‘나’입니다.

  • 종교
  • 기고
  • 2014.09.23 23:02

천주교 주교회의 "세월호 조사·기소 국가독점 안돼"

천주교 주교회의는 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지연에 우려와 유감을 나타내며 국가가 조사와 기소를 독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정치권과 국가가 소중한 생명을 잃고 절망에 빠진 유가족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정쟁 수단으로 삼고 분열을 조장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조사권과 기소권 독점은 원래 국가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자연권에 속한 것을 국가가 대신할 뿐"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가개조를 언급할 만큼 구조적 문제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국가가 조사와 기소의 독점을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 협상 같은 수사는 피해자의 자연권과 본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금전보상 이전에 유가족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또 전북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의 강론과 관련해 박창신 신부에게 출석요구를 한 것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위원회는 "경찰의 소환 요구는 종교의 자유는 물론 사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자 지난 대선 기간에 일어난 국가권력기관의 선거 부정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희석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박 신부의 강론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핵심 내용과 맥락을 무시한 침소봉대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공안통치의 일상화로 이어질 수 있는 소환 요구에 여러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종교
  • 연합
  • 2014.09.03 23:02

하나님의 섭리

어떤 거지가 어렵게 복권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꿈에 부풀어 매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복권을 간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집이 없으니 집에 둘 수도 없었습니다. 방도 없으니 방에 둘 수도 없었습니다. 주머니도 해어졌기 때문에 마음을 못 놓았습니다. 믿을만한 거지 친구도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밥 빌어먹는 깡통에 밥풀로 잘 붙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권 발표가 있었는데 1등에 당첨이 돼 억대의 부자가 되게 생겼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을 무엇에 비교하겠습니까. 한 순간의 기쁨 속에 그 동안의 고생, 설움, 가난, 눈물이 다 해결되고 씻어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남과 같이 푸른 꿈과 넉넉하고 아름다운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깡통을 흔들면서 한 없이 뛰었습니다. 힘도 안 들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희망의 빛이었고, 다 내 것 같았습니다. 깡통을 바라보는 순간 과거가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깡통이 보기도 싫었습니다. 깡통 없이도 이제는 잘 살 수 있고, 빌어먹지 않아도 됐습니다. 흐르는 강에 깡통을 힘을 다해 던져 버리고 한 없이 뛰었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참 뛰다 생각하니 복권이 깡통에 붙어 있었는데, 그만 깡통을 버림으로 다시 깡통을 차야 되는 거지 신세가 돼버렸습니다.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군은 굶주리고 집 없는 아이들을 모아 커다란 캠프 안에서 함께 살도록 했습니다. 거기서 아이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으며 보살핌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밤이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침내 어느 심리학자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아이들이 침대 속에 들어간 후에 자기가 손에 쥐고 있을 빵을 한 조각씩 나누어 줬습니다. 그것은 먹으려고 준 것이 아니라 그냥 손에 들고 있도록 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그마한 빵 한 조각이 놀라운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내일 먹을 것이 있다는 안도감에 평안히 잠들었던 것입니다.내일 먹을 것을 염려해야만 했던 이 아이들이 내일 염려를 해결 받았을 때 비로소 평안히 잠들었습니다. 이것이 어찌 전쟁 고아들만의 심리 상태이겠습니까?많이 가진 사람 중에도 자식들 대에 먹을 것까지 염려하면서 평안히 자리에 눕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모세의 어머니로부터 배울 것이 있습니다. 사실 모세 부모의 최대의 기대는 ‘그저 갈대 상자 안에서 얼마간이라도 아들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갈대 상자를 강물에 띄웠을 때 아들은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애굽의 왕자로 당당하게 성장했습니다.이런 믿음의 자세로 지금 현재의 내 인생의 기본 설계를 감사히 받아들이며 준비하십시오.

  • 종교
  • 기고
  • 2014.09.02 23:02

신앙인의 방식

손현이라는 사람이 쓴 ‘어느 쥐의 유언’이라는 시입니다. “내 말 귀담아 듣거라.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은 저마다 다른 무서움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 무서움의 형식을 감추고 있는 무서움이 가장 무서운 무서움이다. 내 말 잘 알아듣거라. 고양이와 쥐덫이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니다.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로 있고 쥐덫은 언제나 쥐덫으로 있으니 내 나이가 되면 고양이쯤이야 차라리 같이 늙어가는 이웃일 수 있고 쥐덫쯤이야 내 슬기의 시험대 정도로 그친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양이도 아니고 쥐덫도 아니고 무서움을 다채롭게 위장한 쥐약이다. 쥐약의 외혐은 탐욕의 혀끝과 코끝을 유혹하기 위해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고 우호적이고 헌신적이다. 그러나 쥐약의 외형이 어떻게나 간에 쥐약은 쥐약이다. 이 바보들아!”신앙생활은 여론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사람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느냐보다는 성경 말씀이 무엇이라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진리는 다수결의 원칙이 아닙니다. 다수의 여론에 의해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지만 진리는 부활하셨습니다. 21세기의 주된 현상은 한마디로 가치관의 붕괴입니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신념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이 지니는 삶의 방식은 다릅니다. 먼저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환경에 지배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믿음에 시선을 두고 살아갑니다. 신령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보이는 세계에 너무 연연하지 않습니다. 물질보다 마음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집을 갈 때 패물을 안 해줬다고 이혼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탐욕보다는 당연히 건강입니다. 영적인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삶입니다.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합니다. 현재보다 미래, 순간적인 것보다 영원한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고생도 미래가 보장된다면 참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종말이 천국행이라면, 오늘은 기쁨으로 생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내일을 바라보며 삽니다.자기보다 다른 사람 중심으로 봉사하는 삶입니다. 나 혼자 이로운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면을 택하는 사람입니다. 전체가 이롭다면 내가 손해 보는 사람입니다. 손해를 안 보겠다고 언제나 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은 아직 멀었습니다. 신앙인이 믿음 안에서 변화하지 못하면 신앙이 항상 제자리 걸음을 걷습니다. 삶의 목적, 방법, 소원, 취미, 표정 등 모든 것이 달라야 합니다. 비움이 있기에 채움이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이와 같이 달라지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가꾸시기를 바랍니다.

  • 종교
  • 기고
  • 2014.08.26 23:02

오만과 살육의 건방은 끝나야

중동에서 일어났던 공격과 파괴, 오만과 살육의 소식을 접하면서, 인간의 억지와 건방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분노가 일어난다. 세상에 어떤 나라가 국제사회의 제제나 간섭 없이 한 달 만에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2000여명의 민간인을 죽이고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한 달 안에 고작 3명이 죽어나간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변명해도 괜찮은가.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 판 나치 만행’이라고 했다.유태인들은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유럽을 떠돌다가 한 세기 전 독일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이 학살당한 집단 기억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의 아픈 기억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Gaza Strip)에 그대로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과 국제사법제판소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하나 같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정착촌 건설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철수를 명령하였지만, 이스라엘인들은 오히려 가자지구 내에 자신들의 정착촌을 확장해왔다. 지구 내의 이스라엘 불법정착민 숫자도 무려 60만에 이른다. 게다가 식수의 절대 부족지역인 지구의 수자원 가운데 80% 이상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가자지구 내에서 둘 간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이스라엘의 전쟁 결단력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미사일이나 전쟁 장비 등은 하마스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우위에 있다. 근간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백린탄’까지 사용했다고 전한다. 백린탄의 잔혹함은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 몸과 접촉이 일어나면 몸이 다 탈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고 하잖은가. 그래서 국제사회는 백린탄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던 것이다. 이번 사태의 사망자 수를 단순하게 비교해보면 이건 세력이 비슷한 두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닮은꼴의 이스라엘 판 팔레스타인 ‘인간 청소’임에 분명하다.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무기 등 군사 장비가 하마스에 전달될 수 있다는 이유로 동북쪽으로 향하는 지역에는 이스라엘에 의해 8m 높이의 장벽이 둘러쳐져 있고, 남쪽으로 향하는 지역에는 이집트에 의해 봉쇄되어있으며, 서쪽으로 향하는 지중해 연안 뱃길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차단되어있다. 사방이 막혀있으니,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 공격을 받아도 자신들의 영토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언론과 국제 여론을 움직이는 다수가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만행은 늘 포장되어 전달되고 있다. 물론 팔레스타인 극단 세력이 무고한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는 마땅히 멈춰져야하지만,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의 영토 강탈도 마땅히 바로잡아져야한다. 유엔이 인정한 합법적인 국가를 무단으로 점령하여 봉쇄하고, 폭격과 파괴를 일삼으며, 식료품과 물 등 생필품을 통제한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얘긴가.지금의 불행은 50년 전의 이스라엘과 아랍 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라는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격과 파괴, 오만과 살육이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깨는 어떠한 행위도 인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인류가 공감하는 숭고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자지구 만은 예외라고 침묵으로 묵인해야 하는가.습관처럼 일상화되어버린 폭력을 종식시키고, 이스라엘의 안정과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비폭력’ 묘안은 없을까. 엄청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오만의 살육을 자행하는 건방을 제지할 수 있는 방책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인터넷 기사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오만과 살육의 건방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 종교
  • 기고
  • 2014.08.19 23:02

교황,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 편지와 묵주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에게 편지와 묵주 선물을 전달했다. 교황은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 세례식에 배석한 천주교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에게 "실종자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프란치스코'라는 자필 서명이 담긴 한글 편지와 묵주 10개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한국 방문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쓰여 있다. 이어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돼 있다. 편지 말미에는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모두 나열한 뒤 '주님,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라는 간절한 기도가 적혀 있다. 김 신부는 이 편지와 묵주 선물을 19일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방문,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교황께서는 제 두 손을 꼭 잡으시면서 프랑스어로 '실종자 가족 손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서신은 전달하면 되는데 교황의 따뜻한 마음까지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뜨겁고, 감사하다. 이런 치유를 누가 해주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에 앞서 교황에게 '남은 (실종자)10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 족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극도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며 사선에 서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 종교
  • 연합
  • 2014.08.18 23:02

교황, 남북에 "죄지은 형제 일흔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서로 간 무력충돌과 반목을 중단하고 진심 어린 대화로써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날 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또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 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 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면서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백성을 일치와 번영 속에 다시 모아들이시겠다는 것이 하느님의 약속"이라며 "이 미사에서, 우리는 당연히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을 한민족이 체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지난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이라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저의 방문은 이 미사 집전을 통해 마지막 정점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이 미사에서 하느님께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간구한다. 이러한 기도는 한반도 안에 서 하나의 특별한 공명(共鳴)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며 미사 목적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향한 간절한 소망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생각해 볼 것도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의 부르심은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 불운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하여 과연 얼마만큼 복음적 관심을 증언하는가 반성하도록 도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 종교
  • 연합
  • 2014.08.18 23:02

교황 "北·中 등 미수교 국가와 관계개선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북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교황청 미수교 국가와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교황은 이날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 연설 뒤 기자설명회에서 “교황이 교황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과 선의의 대화를 나누고 수교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교황은 연설에서 구체적인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다.롬바르디 대변인은 “중국을 떠올리겠지만 대화하자는 교황의 말씀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교황청과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아시아 다른 국가인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도 대상이다”라고 덧붙였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4일 한국 방문길에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한 축복 메시지를 전했던 터라 이번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교황청과 중국 정부 간 실질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교황청과 중국 정부와의 관계는 교황청이 1951년 대만 정부를 인정한 이후 60년 넘게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중국의 가톨릭은 정부가 신도 관리를 위해 1957년 만든‘관제단체’인 천주교애국회와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 교회로 나뉘어 있다. 천주교애국회는 주교 임명도 국가 주권의 영역이라며 교황의 허락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교황이 방한을 계기로 잇따라 화해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교황은 앞서 방한 전세기에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국민에게 안부를 전한다. 중국에 평화와 행복이 있도록 하느님이 축복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교황이 영공을 지나는 국가에 인사 메시지를 전하는 관례가 있기는 하지만 교황이 아시아 방문길에 중국 영공을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중국 정부도 교황의 화해 메시지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자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보낸 답변에서 “중국은 교황의 (축복)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교황청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고 쌍방 관계 개선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게시하지는 않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 방한 기간 한국에 가려던 중국 가톨릭 신도와 학생들이 출국금지를 당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중국 가톨릭 신자가 이런(한국 교황 방한) 행사에 오거나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8 23:02

"약자의 편 교황 뵙자"…100만 구름인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미사를 집전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주변 도로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천주교 신자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을 직접 찾거나 TV 생방송을 통해 항상 ‘낮은 자’의 편에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해 온 교황에게 눈과 귀를 집중했다.신자와 시민들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새벽부터 교황이 머물고 있는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길목에서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이들은 오전 8시 42분께 검은색 국산 준중형차를 탄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했고, 교황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교황이 시복미사에 앞서 200여년전 한국천주교회의 초기 신앙인들이 처형된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해 헌화하는 현장 주변도 800여명의 시민으로 북적거렸다. 일부는 접근이 통제되자 순교성지 맞은편 아파트 화단에 올라가 큰 소리로 ‘파파!’를 연호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서울광장에서 시복미사가 치러지는 광화문 바로 앞 제단까지 30여분간 진행된 카퍼레이드였다.오전 9시 8분께 덮개 없는 흰색 차에 올라탄 교황은 시종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양 옆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축복을 전했다. 밤을 새워가며 전국에서 모인 시복식 참가자들은 “비바 파파” “교황님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하얀 수건을 흔들었다.전동휠체어를 탄 채 미사에 참석한 최순희(52·여)씨는 “새벽 4시부터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1시간 반이 걸렸고 너무 힘들었지만, 이렇게 영광스런 자리는 꼭 오고 싶었다”면서 “교황님이 청빈하시고 낮은 곳을 향하는 분이어서 더욱 감사하고 여기 있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이날 시복미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앞까지 이르는 방호벽 안에는 미리 초청받은 17만명이 새벽부터 꽉 들어찼고, 주변 도로와 찻집 등은 초대를 받지는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교황을 보려는 신자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밤인 15일 밤부터 광화문광장 주변을 다녀간 신자와 시민들은 연인원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8 23:02

"기억하고 있다" 노란 리본 단 교황, 세월호 눈물 닦다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손길이 세월호 참사로 크나큰 아픔을 겪은 희생자 유가족을 어루만졌다.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말뿐인 구호보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다”는 교황의 진심 어린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이씨는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과 함께 도보 순례단을 꾸려 지난달 8일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며 십자기를 메고 단원고를 출발해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교황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 앞서 이 씨 등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씨에게 세례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세례성사에 동석했던 이씨의 딸 아름씨는 페이스북에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는 글을 남겼다.교황은 방한 기간 틈나는 대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일각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참사 이후 대통령보다 교황을 더 많이 만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를 멈추게 한 뒤 차에서 내려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다.교황은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김씨가 건네는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김씨는 “교황을 만난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주려 한다”면서 “교황께 너무나도 고맙다”고 말했다.앞서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도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등 30여명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려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제의실 앞에서 이들 중 10명을 만난 교황은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고 도보 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이날 세월호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은 이후 이어진 교황의 방한 일정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지난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던 교황의 진심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행보였다. 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8 23:02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 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황의 폐막미사 강론 전문. ▲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한 부분인 이 말씀은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우리의 힘을 북돋워 줍니다. 아시아의 젊은이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빛이시고, 우리 삶의 빛이십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 그리고 아시아 전역의 수많은 순교자들은 ― 자신의 몸을 박해자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의 진리의 빛은 온갖 어두움을 몰아내고 그리스도의 사랑은 영광스럽게 승리한다는 영원한 증언을 남겨 주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확실성과 그 승리에 우리도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우리는 이 시대와 환경 속에서 오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을 똑바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방금 우리가 묵상한 이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다른 부분인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말씀은 여러분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한 마디씩 잠깐 묵상해 봅시다. 우선 첫 번째 표현인 "아시아"라는 낱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시아의 모든 지역에서 바로 여기 한국에 모였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자기만의 자리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풍요로운 철학적 종교적 전통을 지닌 아시아 대륙은 여러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하여야 할 거대한 개척지로 남아 있습니다.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십시오. 아시아인으로서 여러분은 또한 아시아 안에서, 여러분의 문화와 전통들 안에서,참되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 모든 것을 보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여러분은 또한 복음이 이 유산을 정화하고 승화시키고완성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세례 때에 받은 성령, 견진 성사로 여러분에게 그 인호가 새겨진 성령의 현존을 통하여, 그리고 여러분의 목자들과 일치하여, 여러분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가치들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여러분들은 무엇이 가톨릭 신앙에 반대되는지, 무엇이 세례 때에 받은 은총의 삶에 어긋나는지,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하여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청년 대회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서, "젊은이"라는 두 번째 낱말을 묵상해 봅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은 바로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 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본성적인 낙관주의를 그리스도교적인 희망으로, 여러분의 에너지를 윤리적인 덕으로, 여러분의 선의를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도록 여러분을 맡겨 드리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걸어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길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덕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해 내는 승리의 길입니다. 이 길에서 여러분의 젊음은 세상과 예수님께 드리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노동자이든 학생이든,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든 혼인을 하였든, 수도 생활이나 사제직의 부르심에 응답을 하였든, 여러분은 교회의 미래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현재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랑받는 지체입니다! 서로 일치를 이루십시오. 언제나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십시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여러분의 그리스도인 생활에서도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과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기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여인처럼, 이 사람들은 특별히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그 여인의 절규를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나안 여인의 간청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환영 그리고 우정을 찾는 모든 이들의 부르짖음입니다. 우리 익명의 도시들 속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이고,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외치는 절규이며, 오늘날에도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죽음과 박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순교자들의 기도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것은 흔히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절규에 우리가 응답합시다. 마치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더 가까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마십시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세 번째 부분 "일어나라!"는 말은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책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을, 또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은 끊임없이 "기뻐하고 환호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시편 67,6).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자비를 입었습니다"(로마 11,30).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의 친구들이, 직장 동료들이, 그리고 여러분의 국민과 이 거대한 대륙의 모든 사람이, "여러분에게 베풀어 주신 그 자비로,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로마 11,31 참조) 하십시오. 하느님의 자비로 우리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아시아의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교회와 하나되어, 분명 여러분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이 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이제, 성찬의 식탁으로 나아가며, 예수님을 세상에 낳아 주신 우리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 간청합시다. 그렇습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는 예수님 모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의 자애로운 도우심으로, 저희가 다른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예수님을 충실히 섬기며, 이 나라와 아시아의 모든 나라에서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아멘.

  • 종교
  • 연합
  • 2014.08.15 23:02

교황 "젊은이여 깨어있으라! 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해를 보내라"고 조언했다. 또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이 많을 것"이라며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더 가까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서는 안 된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하시는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의 젊은이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이라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폐막미사에는 청년대회 참석자 6천여 명과 천주교 신자,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에는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 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을 비롯한 아시아 주교단 50여 명과 한국 주교단 19명을 만나 연설한 뒤 오찬을 함께했다. 교황은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아직 성좌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중국,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에 대화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 다른 문화와 대화를 시도할 때 출발점과 근본 기준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토대로 한 대화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의 12개 종단지도자들을 만나는 데 이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한 아시아 평화와 사회 문제 등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성남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갖고 로 마행 비행기에 오른다.

  • 종교
  • 연합
  • 2014.08.15 23:02

교황 "인간 존엄성 모독 죽음의 문화 배척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밝혔다.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며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말했다.그는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면서 "이러한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고 물었다.이어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면서, 우리는 또한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그분께 간청한다"며 "세례 때에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한다"고 기원했다.또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고 밝혔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교황은 "한국인들은 그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이 대축일을 거행하고 있다"며 "참된 자유는 아버지의 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그는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그것은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자유이며,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유이며,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가득한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다"라고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하자"고 제안했다.

  • 종교
  • 연합
  • 2014.08.15 23:02

교황 "세월호 아픔 기억"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을 만나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공항 환영행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를 꿈꿨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 등 세월호 유족 4명이 참여했다.천천히 걸으며 영접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하던 교황은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 교사의 부모 앞에 걸음을 멈췄고,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세월호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며 통역을 통해 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세월호 가족들은 교황 비행기가 착륙할 때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교황에게 준비해 간 말들을 미처 하지는 못했다고 박윤오 씨는 상황을 전했다.박씨는 “교황을 만나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들의 죽음을 통해 만나야 하나 싶어 아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속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회개해 모든 아픔이 잊혀졌으면 하고 교황에게 기도를 전했다”고 말했다.교황 입국과 비슷한 시각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해 듣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교황이 방한해주신다고 세월호 문제가 물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황 방한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우리와 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변인은 광화문 시복미사에 세월호 가족 농성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월호 가족 600여명이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유 대변인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농성 텐트는 철거할 필요 없다며 크게 부담갖지 말라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교황이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 텐데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가족대책위는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교황에게 드리는 편지’를 전하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는 전 세계인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세월호 가족 10명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순례 중인 세월호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가족대책위는 전했다.·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5 23:02

한국땅 밟은 교황의 첫 가르침 '평화와 치유'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도착 후 처음 꺼낸 화두는 평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는 인사말에 대한 화답이었다.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중시하면서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온 평소 그대로 모습이었다. 이번 방문의 공식 목적은 사목방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행이 단순히 종교적 차원을 넘어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을 살피고,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데 큰 뜻이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에둘러 한 표현이었지만 물질과 경쟁에 함몰돼 인간성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를 향한 무거운 비판이었다. 교황의 이번 방한에는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남북한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인식이 다. 교황은 이날 청와대 연설에서도 참 평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대변이 전했다. 입으로만 말하는 거짓평화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따끔한 경고다. 이날 공항 영접행사에 참석한 다양한 평신도의 면면을 봐도 교황이 어떤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는지 짐작케 한다. 공항에는 이번에 복자로 선포되는 시복대상 후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외국인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회원, 장애인, 중고교생, 가톨릭노동청년 등이 함께 나와 교황을 맞았다. 한결같이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난다. 또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기다리며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용산참사 유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과도 만난다. 방한 마지막날인 1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참혹한 전쟁과 갈등의 상처를 안은 각계 인사 1천500여 명을 초청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도 연다. 천주교 안팎에서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16일 잡혀 있는 가톨릭 장애인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일정도 소외된 자 없이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황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순교자의 땅' 한국에 내리자마자 모습이 드러난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가 4박5일의 방한 기간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 종교
  • 연합
  • 2014.08.14 23:02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도착…방한일정 시작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10시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서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의 영접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 도착해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교황은 공항에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나도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한국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 방한 계기로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고, 교황은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맞잡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한국 사회에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비롯한 천주교 평신도 32명도 함께 교황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환영단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을 비롯해 새터민,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시복대상자 후손, 외국인 선교사, 수도자 대표 등이 포함됐다. 또 결혼을 앞두고 세례를 받으려는 예비신자들과 중고생, 가톨릭노동청년, 어르신 대표들도 공항에서 교황을 만나는 영예를 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어 중곡동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방문해 한국주교단을 만나는 것으로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교황은 4박5일의 방한 기간에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와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 등 4차례 미사를 집전하고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 종교
  • 연합
  • 2014.08.14 23:02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남미·예수회 출신…가난한 자 위한 삶 파격행보

오늘 방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78)은 지난해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했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청빈하고 겸손한 인품으로 교황에 오르기 전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교회를 늘 강조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말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을 정도로 즉위 직후부터 영향력이 컸다.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삼은 것은 평생 청빈한 삶을 산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본받아 가난의 영성을 통해 교회 쇄신과 복음 선포, 사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그는 지난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화학 기술자가 되려 했다가 22살 때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로 들어섰다. 산미겔 산호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신학생들에게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1969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30대에 수도사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70년대 후반까지 아르헨티나 지방을 돌며 사목활동을 했다. 1980년에는 36살의 나이에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으로 발탁됐다.칠레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독일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하다.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오른 데 이어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2005년 교황선거(콘클라베)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게 교황 자리를 내줬다가 8년 만에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교황에 즉위했다.그는 대주교가 된 뒤에도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주교 관저에 살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교황 즉위 뒤에도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0년 관행을 깨고 호화로운 교황 관저가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문다. 첫 강론에서도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선언했다.취임 후 처음 맞은 ‘성 목요일’(3월28일)을 맞아 남자 신도 12명의 발을 씻겨주던 기존 세족식 관행을 깨고 로마의 한 소년원을 찾아 소녀와 무슬림, 그리스정교회 신도 등 소년원생의 발을 씻기고 입을 맞췄다. 자신의 생일에는 노숙자 3명을 불러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반도의 중요성과 남북한 화해와 평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