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길잡이 북극성 같은 인권정신 오래 기릴 것”
“산민 한승헌 선생께서 뿌리신 인권정신의 씨앗은 고향 진안과 전북,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인권수호의 횃불이 돼, 밤하늘의 길잡이인 북극성처럼 인권의 밭을 환하게 비출 것입니다. 더 오래 기리면서 더 환히 빛나도록 만들겠습니다.” 지난 19일 진안문화의집에서 열린 고(故) 산민 한승헌 변호사 2주기 추모식에서 기념사에 나선 윤석정 ‘산민 한승헌 선생 기념회(이하 산민기념회)’ 회장은 이 같이 밝혔다. 진안군애향본부(본부장 우태만)가 주관하고 산민기념회가 후원한 이날 추모식은 한필수 청주한씨 진안군종친회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됐다. 추모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산민 한승헌의 지인은 물론 군민 등 각계각층 인사 200명가량이 참석했다. 우태만 진안군애향본부 본부장과 전북애향본부 총재이자 재전진안군향우회장이면서 전북일보 사장으로 재직 중인 윤석정 산민기념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김송자 여사(배우자), 한규면·한규무 교수(산민 아들),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시국사건 변호 받음), 황숙주 전 순창군수(한승헌 감사원장 때 감사원 직원), 배정기 전 진안군애향본부장(대학동기), 이정희 진안 안천면장(산민 고향), 진안지역 각 읍면 이장 및 사회단체장 다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안호영 완진무장 국회의원, 전춘성 진안군수, 김민규 진안군의회의장과 군의원 전원, 우덕희 진안문화원장, 진성 진안군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정재규 전주지방법원장, 김학수 전북변호사협회장,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유창희 전북특별자치도 정무수석 등이 시간을 함께했다. 이날 추모식은 국민의례, 내빈소개, 환영사(우태만 진안군애향본부장), 분향·헌화(참석자), 경과보고(이상화 산민기념회사무국장), 추모영상시청, 기념사(윤석정 산민기념회장), 추모사(안호영 국회의원·양오봉 전북대총장·전춘성 진안군수 등), 회고사(장영달 우석대 전 총장·황숙주 전 순창군수·배정기 전북대 동기), 추모시낭송(이비단모래 시낭송가), 추모춤공연(한양대 장순향 교수), 가족대표 인사(김송자 여사) 등으로 진행됐다. 우태만 진안군애향본부장은 환영사에서 “암울한 시대에 산민 선생님은 한 줄기 빛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가장 근본인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시대의 선구자로 평생을 살았다”며 “험난한 인생길에서도 늘 보여주셨던 아이 같은 편안한 웃음이 그립다”고 말했다. 안호영 국회의원은 추모사에서 “산민 한승헌 변호사는 독재정권 시절 시국사건 피고인들의 변호를 스스로 맡았다. 대부분 패소했지만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며 “법정의 재판에서는 졌을지라도 역사의 재판에서는 승리로 남은 불굴의 기상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재규 전주지방법원장은 추모사에서 “한승헌 변호사는 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특히, 소외 받는 자들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불의와 맞서 싸운 선생의 정신은 오래도록 추모해야 하고 한없이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춘성 군수는 추모사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편안한 길을 버리고 법치주의를 위해 독재와 맞서 싸운 산민선생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던 산민의 말을 기억하며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양오봉 전북대 총장, 김관영 도지사, 서거석 교육감은 영상을 통해 산민 한승헌을 추모했다. 장영달 전 우석대 총장은 회고사에서 “박정희 시절 독재정권 퇴진을 외치던 사람들의 변론을 도맡았던 산민 선생은 생면부지의 내가 1974년 유신헌법 철폐를 외치다 소위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살이를 할 때 스스로 찾아와 변호를 맡아줘 깊은 인연이 됐다”고 털어놨다. 배정기 전 진안군애향운동본부장은 회고사에서 “전북대 법정대 53학번 동기인 산민은 대입 때 4대1의 경쟁에서 수석 합격했다. 1957년 사법고시 합격자 17명에 들어 전북대 출신 제1호 법률가가 됐다”며 “진안에 오면 ‘같은 고향의 대학동기’라며 꼭 연락줬다”고 돌아봤다. 김송자 여사는 유족대표 인사말에서 “살아생전 산민은 집에 돌아와서도 소외받는 자들을 걱정하며 글을 쓰느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주 적었다. 하지만 자랑스럽다. 떠나신 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곁에 계신 것 같다. 2주기 추모식을 마련해 줘 고맙다”고 했다. 한편, 이날부터 진안문화원 1층에서는 산민 한승헌 사진전시회가 시작됐다. 산민의 인생 여정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을 공개하는 이번 사진전시회는 오는 26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한승헌은 1934년 9월 진안 안천면 노성리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 법정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 제8회 시험에 합격했으며, 이후 군법무관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서울중앙지검·부산지검 검사로 잠시 재직했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해 독재정권 시절 양심수를 변호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민주화와 정의를 위해 일생을 헌신하면서 1세대 인권변호사라는 호칭이 붙었다. 김대중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내며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원훈을 새로 제정하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위상을 확보했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피고인이 된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등 47권의 재판, 법학, 유머 관련 책을 썼다. <인간귀향> 등 시집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