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최고의 예방책은 국민 관심과 조심
3월에 접어들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시기는 절기상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벌레들이 기지개를 펴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이 있고, 조금 있으면 춘분이 다가와 농가에서는 농사일 준비로 바쁜 시기이다. 또한 여기저기에서 논·밭두렁 태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논․밭두렁에 남아있는 병해충 방제를 위함이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병해충 방제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고 있다. 산불이 연중 가장 위험한 시기는 3~4월중 청명, 한식 즈음이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겨울이 따뜻해져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올 해는 예년보다 산불발생 건수도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산불조심기간은 가을철(매년11.1~12.15)과 봄철(매년 2.1~5.15)으로 나누어 운영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가을철과 봄철이 합쳐져 11월부터 4월말까지 약 6개월 동안 산불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금년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 건조한 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기후 여건이 불리하고, 대선, 재보궐 선거, 코로나 19 장기화 등 국민적 관심이 분산되어 있어서 산불 경각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어 평년보다 산불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산불발생 현황을 보면 한 해에 474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약 6배인 1,200ha의 산림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산불을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입산자 실화가 40%로 가장 많고, 쓰레기 소각이 10%, 담배불이 10%,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이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경북 영덕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많은 진화인력과 산불진화헬기를 투입하는 등 사투에도 불구하고 축구장 500개 면적에 달하는 400여 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경남 합천에서 시작한 산불은 도 경계를 넘어 고령까지 번져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인 600여 ha가 소실됐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십 년 된 산림자원 손실은 물론이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홍수, 산사태, 풍해 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기능도 상실되어 산림이 주는 다양한 기능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 또한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숲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면 최소 50년이 걸리고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지불해야할 대가는 참으로 엄청나다.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에서도 산불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관내 9개 시․군 산불방지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300여명의 산불감시인력을 산불위험이 높은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등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산불무인감시카메라, 산불위치관제시스템, 산불감시 드론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어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형산불에 대비하고 산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초기에 진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진화인력과 최신의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되풀이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산행 전에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여부를 확인하고 산불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은 가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산에 갈 때에는 불이 잘 붙는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삼가며, 산불위험 시기에는 무단으로 논ㆍ밭두렁과 농산폐기물을 태우지 않으면 된다. 수십 년간 정성들여 가꿔온 산림은 우리의 후손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재산이다. 실수와 부주의로 인한 인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산불에 대해서 조심하고 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져 산불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채진영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장